본문 바로가기

Books

유리감옥

728x90
 
유리감옥
스마트폰을 안 가져온 날, 당신의 모습을 어떠한가? 네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날, 당신의 모습은 어떠한가? 지난 10여 년간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인간의 사고방식과 삶을 끊임없이 성찰한 세계적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 카는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다. 생각하지 않고, 말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디지털 시대, 우리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검색 엔진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환경이 어떻게 우리의 집중력과 사고 능력을 떨어뜨리는지 조명했던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이어, 이 책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파헤친다.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인간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문학과 예술, 심리학, 신경과학, 사회학 등 온갖 분야와 다양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저자
니콜라스 카
출판
한국경제신문사
출판일
2014.09.12

 

이 책에 보내는 세계의 찬사
우리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해주는 기술

 

 

 

추천의 글 - 자동화 테크놀로지 시대,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졌는가?

자동화 기술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알고리즘화 할 수 있는 절차적 과정은 컴퓨터로 하여금 대신 수행하게 할 수 있지만, 암묵적 지식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컴퓨터에게 맡기면 오히려 세상은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얘기다.

 

 ‘로봇 3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고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면서 로봇 자신의 존재를 보호하는 로봇 안전 준칙.
1942년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공상 과학 소설 '런어라운드(Runaround)'에서 처음 언급되었으며, 로봇이 따라야 할 세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둘째, 로봇은 첫 번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셋째, 로봇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로봇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1985년에 아시모프는 위 3대 원칙에 인류 집단 안전을 위해 0 번째 법칙으로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가하거나,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를 추가하였다.
※ 우리나라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는 ‘지능형 로봇 윤리헌장’이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지능형 로봇의 기능과 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사회질서의 파괴 등 각종 폐해를 방지하여 지능형 로봇이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능형 로봇의 개발 · 제조 및 사용에 관계하는 자에 대한 행동지침을 정한 것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로봇 3원칙 [Three Laws of Robotics, -三原則] (IT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인간의 행복과 만족은 실제로 세상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직접 할 때 벌어진다

 

병원에서 환자들에 대한 진료 카드가 자동으로 파일 형태로 생성되고 처방전이 전산화될수록 환자는 의사에게 점점 숫자로 여겨진다.

 

기어를 제대로 넣을 줄 모르는 사람이 수동 기어(매뉴얼) 차량을 만났을 때의 당혹감처럼, 스마트폰을 잠시라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느끼는 무기력감을 상기해보라.

 

러다이트 운동 :: 정체 불명의 지도자 N.러드라는 인물이 지도하여 운동이 조직적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에 러다이트 운동이라 하였다. 러드라는 지도자는 실제로 존재한 인물이 아니고 비밀조직에서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었다. 이 운동은 비밀결사(秘密結社)의 형식을 취하여 가입자로 하여금 조직에 대한 충성을 선서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야간에는 얼굴에 복면을 하고 무장훈련과 파괴활동을 자행하였다. 그러나 지도자가 교묘한 통솔력을 발휘하여 비밀을 지키게 하였기 때문에 치안당국에서 그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였으므로 일반에게도 신비한 집단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는 산업혁명이 진행중이어서 직물공업에도 기계가 보급되어 가는 한편, 나폴레옹전쟁의 영향으로 경제불황에 빠져 고용감소와 실업자가 증가하고 임금의 체불(滯拂) 등이 성행하는 상태였으며, 거기에다 물가는 나날이 올랐다. 이로 인하여 노동자들은 실업과 생활고의 원인을 기계의 탓으로 돌리고 기계 파괴운동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노팅엄의 직물공장에서 시작하여 랭커셔 ·체셔 ·요크셔 등 북부의 여러 주(州)로 확대되어갔다. 즉 기계에 의한 상품의 대량 염가생산이 수공업적 숙련노동을 압박하여 임금을 인하하게 한 데 원인이 있었다. 운동은 산업자본가와 정부에 공포(恐怖)를 불러일으켜 무력을 수반한 가혹한 탄압이 강행되어 일단 진압되었으나, 1816년의 불황기에 재연되었다. 그러나 이때에는 정부의 탄압과 사회 ·경제 정세의 호전으로 크게 확대되지 않고 바로 진압되었으며, 이후로는 의회 개혁운동으로 그 방향을 전환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러다이트운동 [Luddite Movement]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기계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법은 가르쳐주지만, 목적지를 상상하고 선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그리고 그 지도 위에서 세상을 꿈꾸고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상상하려면, 우리는 머릿속에서 지도를 그리는 수고로움을 마다해선 안 된다.

 

‘행복은 누름 버튼으로 재생되지 않는다’

 

 

 

머리글 - 자동화 맹신에 던지는 경고

안내문에는 “항공사들은 적절한 때에 (조종사들에게) 수동 비행을 홍보할 것을 권장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1장. 승객, 자동화에 빠진 사람들

나는 그 웃음의 은유적 의미에는 관심이없었다. 당시 나는 16세에 불과했지만 내 남자다움은 그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나는 새로운 남자로 변신했다. 클러치 조작의 수고로부터 해방된 내 왼발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마을 주위를 돌아다닐 때 내 발은 찰리 와츠Charlie Watts나 존 본햄John Bonham의 드럼 소리에 맞춰 경쾌하게 움직일 때도 있었지만(핀토에는 첨단 기술인 8트랙 덱deck이 내장되어 있었다) 계기판 왼쪽 아래에 있는 좁은 구석에서 그냥 뻗은 채 낮잠을잘 때도 많았다. 내 오른손은 기어봉이 아닌 음료수를 잡았다. 나는 최신 장비를 갖추고 새롭게 재탄생했고, 해방된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엔지니어들과 발명가들은 최소한 1980년대부터 이미 원격으로 조종되는 무인 자동차를 제작해왔다.

 

구글이 개발한 무인 자동차들은 지금까지 50만 마일이 넘는 거리를 운행했는데, 그동안 불과 한 차례의 심각한 사고만 일으켰을 뿐이다. 2011년에 구글의 실리콘밸리 본사 인근에서 자동차 다섯 대가 연쇄 충돌을 일으켰던 게 바로 그 사고다. 아울러 그 사고도 사실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구글이 신속히 발표했던 것처럼 당시 사고는 “한 사람이 차를 수동으로 몰던 중에” 일어났다.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진 컴퓨터라도 납작한 판지 상자처럼 위험하지 않는 도로 위 쓰레기와 못이 박혀 있는 합판 덩어리를 구분하는 데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우리는 자동차를 통제하기보다는 자동차를 통제하는 컴퓨터에 전자신호들을 보낸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 출현은 운전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던 개념 이상을 뒤흔들어놓았다. 이 발명은 컴퓨터와 로봇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 자체를 바꿔놓았다. 운명의 10월 그날 전까지는 많은 중요한 기술들을 자동화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당연시되었다. 컴퓨터가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지만,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2004년 나온 영향력 있는 책 《새로운 노동의 분업: 컴퓨터가 어떻게 새로운 고용시장을 만드는가TheNew Division of Labor: How Computers Are Creating the Next Job Market》의 저자이자 경제학자인 프랭크 레비Frank Levy와 리처드 머네인Richard Murnane은 “특히 감각 인식, 패턴 인식, 그리고 개념 지식을 포함해 인간이 가진 능력을 복제하려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들의 능력에는 사실상 한계가 있다”라고 확신했다. 그들은 특히개방된 도로에서 운전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양의 시각 신호를 순식간에 해석하는 데 필요한 재능과 함께 기어 변속과 종종 일어나는 돌발상황에 매끄럽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구체적인 한계 사례로 언급했다.

 

 

 암묵지(tacit knowledge) :: 헝가리 출신 영국의 철학자이자 물리화학자인 마이클 폴러니(Michael Polanyi)가 구분한 지식의 한 종류이다. 폴러니는 지식을 암묵지(암묵적 지식)와 명시지 또는 형식지(形式知)로 구분하였는데, 암묵지는 학습과 경험을 통하여 습득함으로써 개인에게 체화되어 있지만 언어나 문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을 말한다. 명시지(명시적 지식)는 암묵지와 상대되는 개념으로서 언어나 문자를 통하여 겉으로 표현된 지식으로서 문서화 또는 데이터화된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폴러니는 암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암묵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간 행동의 기초가 되는 지식이 바로 암묵지이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이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체득한 지식이나 노하우가 여기에 속한다. 명시지는 이러한 암묵지의 기반 위에서 공유되는 것이며, 암묵지가 형식을 갖추어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영학자 노나카 이쿠지로[野中郁次郎]는 이를 기업에 적용하여 지식은 암묵지와 명시지의 사회적 상호작용, 곧 경험을 공유하여 암묵지를 체득하는 공동화(共同化), 구체화된 암묵지를 명시지로 전환하는 표출화(表出化), 표출된 명시지를 체계화하는 연결화(連結化), 표출화와 연결화로 공유된 정신모델이나 기술적 노하우가 개인의 암묵지로 전환하는 내면화(內面化)의 네 가지 과정을 순환하면서 창조된다고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암묵지 [暗默知]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형식지(explicit knowledge) :: 문서나 매뉴얼처럼 외부로 표출되어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지식으로 과학 원리, 수학 공식, 
논리적 문장들과 같은 객관적이며 언어로 상술 가능한 지식.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 신문 등과 같이 어떤 형태로든 형상화된 지식으로서, 과학적 공동체에 의해 흩어진 지식과 지성이 모이고 공유되어 극대화된 가장 진보된 형태의 지식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형식지 [explicit knowledge, 形式知] (IT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상황에 대해 평가하고 신속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우리의 능력 중 상당 부분은 불분명한 암묵지의 영역에서 나온다.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능력 중 상당 부분도 역시 그곳에 머물고 있다.

반면 선언적 지식declarative knowledge이라고도 불리는 형식지는 실제로 문서나 매뉴얼처럼 외부로 표출되어 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을 말한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사실상 “이번에는 이렇게 하고, 다음에는 저렇게 한 다음, 다시 이렇게 하라”라는 식으로 정확하게 적혀 있는 명령어 집합이기 때문에 우리는 컴퓨터가 형식지에 의존하는 기술을 복제할 수는 있어도 암묵지로부터 나오는 기술에는 그다지 능숙하지 않다고 가정해왔다.

 

내 자동차의 승객이 된다는 것

인공지능은 인간 지능이 아니다. 사람들은 생각을 하지만, 컴퓨터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까다로운 일을 처리할 때 우리가 뇌나 신체 중 무엇을 동원하건 간에 컴퓨터는 인간이 쓴 방법을 복제하지 않고서도 목표를 복제할 수 있다. 무인 자동차는 운행 중 좌회전을 할 때면 이미 갖고 있는 직관과 기술을 십분 활용하기보다는 프로그램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분명 사용하는 전략들은 다르지만 실질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는 똑같다.

 

우리의 믿음과 달리 많은 인지적 재능들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처리 속도가 놀랄 만큼 빨라진 이상 컴퓨터는 인간의 패턴 인식, 판단, 경험을 통한 학습능력을 모방할 수 있게 됐다. 5초마다 10억 번의 가능한 수를 계산하면서 체스를 둘 수 있는 IBM의 딥블루Deep Blue 슈퍼컴퓨터가 1997년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Gary Kasparov를 꺾었을 때 우리는 이런교훈을 처음 배웠다. 주변 환경을 초당 100만 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구글의 지능형 자동차의 출현으로 우리는 또다시 교훈을 배우고 있다. 사람들이 하고 있는 아주 똑똑한 많은 일들에 사실상 머리가 필요 없다는 교훈이다.

 

직업만이 컴퓨터에 의해 자동화되고 있는 건 아니다. 취미도 자동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그리고 작고 저렴하고 심지어 착용 가능한 기타의 컴퓨터가 확산되면서 우리는 이제 많은 일들과 취미 생활을 할 때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고 있다.

 

“진정 내 소유의 자동차에서승객이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일까?”

 

희망 오류에 빠지다

우리가 해왔던 일을 포기하게 만들기보다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않는 일을 하게 만드는 게 자동화의 문제다.

 

심리학자이자 1990년에 인기를 끌었던 책 《몰입Flow》의 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는 ‘일의 역설paradox of work’이란 현상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1980년대에 시카고 대학의 동료 교수인 주디스 르페브레JudithLeFevre와 공동으로 작업한 연구에서 이 현상을 처음으로 관찰했다. 두 사람은 시카고 주변의 다섯 개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100명을 소집했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숙련 및 비숙련 근로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모든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하루 동안 무작위로 일곱 차례 울리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전자 무선호출기를 주었다. 호출기가 울릴 때마다 이 피실험자들은 짧은 질문지를 작성했다. 그들은 호출기가 울리는 순간에 하고 있던 활동, 당면한 도전, 활용 중인 기술, 그리고 동기, 만족감, 참여도,창의성 등을 통해 평가한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전부 적었다. 칙센트미하이가 ‘경험추출법experience sampling’이라고 부른 이 실험을 실시한 이유는 사람들이 직장과 직장 밖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활동이 그들이 겪는 ‘경험의 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사람들은 여가시간을 보낼 때보다 일을 하고 있을 때 그 일로 인해 더 많은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자유시간에 사람들은 지루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고 그들이 일을 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다.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다시 일하러 가는 걸 가장 싫어했다. 칙센트미하이와 르페브레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사람들이 여가를 즐길 때보다 일을 할 때 더 많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여가를 즐길 때가 아니라 일을 할 때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확인했다.”

 

우리는 뭔가를 하고 있는 와중에 그로 인한 심리적 영향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다. 이것이 심리학자들이 ‘희망 오류miswanting’라는 다분히 시적인 이름을 붙여놓은, 보다 일반적인 고통 증세다. 우리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바라고, 바라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와 티모시 윌슨Timothy Wilson은 “일어나길 바라는 일들이 우리의 행복감을 높여주지 못하고,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들이 우리의 행복감을 높여줄 때를 희망 오류에 빠졌다고 말하는 게 옳은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수의 우울한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듯이 우리는 영원히 희망 오류에 빠져있다.

 

일은 우리가 전자 기기에 몰입할 때 잃어버리는 시간에 일종의 ‘체계’를 부여한다.

 

칙센트미하이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일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몰입을 방해하는 것들을 무시하고, 일상생활에 장애가 되는 걱정과 우려를 하지 않게 된다. 평소 다스리기 힘든 우리의 관심이 우리가 하는 일에 고정되는 것이다. 칙센트미하이는 “모든 행동, 움직임, 생각은 분명 이전의 그것들로부터 파생된다.당신은 전력을 다해 몰입하고, 가진 기술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라고 말했다.

 

칙센트미하이는 “사실 아무리 하찮은 일조차 자유시간보다 더 쉽게 즐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일에는 몰두하고 집중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는 목표와 도전들이 ‘내재되어built-in’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현혹되는 머리는 그런 말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우리는 고단한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길 갈망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게으름’이라는 형을 선고한다.

 

자동화의 농간

자동화로 인해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2장. 문 앞에 서 있는 로봇

이전에 나온 기계들이 “인간의 근육을 대체했던” 것처럼 이제 새로 등장한 기계들은 “인간의 뇌를 대체할” 것처럼 보였다.

 

“이 새로운 기술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어깨에서 아담이 내린 저주를 덜어낼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 기계를 자동 통제하기 위한 실용적인 기술들이 고안되어온 이상, 기계는 실제로 인간의 주인보다는 인간의 노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창조물을 둘러싼 갈등

기계는 인간이 가진 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지 모르지만, 그 힘은 일반적으로 돈을 받고 기계를 조작하는 사람들이 아닌, 기계를 소유한 산업가와 자본가들이 휘둘러왔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BertrandRussell은 1924년 쓴 글에서 “기계는 아름답기 때문에 추앙을 받고, 힘을 주기 때문에 가치를 갖는다. 기계는 음흉하기 때문에 미움을 받고, 노예 상태를 강요하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기계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어렴풋하게나마 확실히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1776년에 출간된 자유 기업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걸작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저자인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제조업체들이 “노동을 간편하게 간소화하기 위해” 설치하고 있는 엄청나게 다양하면서도 “매우 아름다운 기계들”을 칭찬했다. 스미스는 기계화가 “한 사람이 많은 사람들의 일을 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생산을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그로 인해 공장 소유자들은 더많은 이윤을 창출하고, 더 많은 공장을 짓고, 더 많은 기계를 사고, 더 많은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등 사업 확장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계의 등장으로 인해 줄어든 노동량은 근로자들에게 나쁘기는커녕 장기적으로는 노동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제학자, 자본주의자, 개혁가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생각했지만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그들과 사정이 달랐다. 노동량은 일시적으로 줄어들더라도 그들의 생계는 그 즉시 심각할 정도로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러다이트 운동은 19세기 산업혁명 때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아 갈 거라고 믿고 공장 기계 파괴에 앞장섰던 네드 러드NedLud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기술 유토피아의 도래

마르크스는 글을 통해서 공장 기계를 “살아 있는 노동력을 지배하고 말려버리는 죽은 노동력”으로 묘사하면서 “악마 같고 기생충 같은 유언장”이라고 불렀다. 노동자는 “무생물 기계의 살아 있는 단순한 부속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1856년 연설 도중 마르크스는 “우리의 모든발명품과 발전이 물질적 힘에 지적인 생명을 부여하고, 인간의 삶을 물질적 힘으로 무력화시켜버리는 것 같다”라는 위협적인 예언을 내놓았다.

 

마르크스는 “기계가 약속해주는 해방”을 칭찬했다. 그는 같은 연설에서 현대의 기계에게는 “인간의 노동을 단축시키고, 성과를 높여주는 놀라운 힘”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기계는 근로자들을 편협하고 특화된 일에서 벗어나게 해줌으로써 인간이 “온전히 발전된 개인으로서 가진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고, 다양한 행동방식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기능들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라는 것이었다. 마르크스는 1846년에 출간된 《독일 이데올로기The German Ideology》에서 “사냥꾼이나 어부나 목동이나 비평가가 되지 않고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아침에는 사냥하고, 오후에는 낚시하고, 저녁에는 소를 치며, 저녁식사 후에는 비평하면서도 오늘은 이 일, 내일은 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날”을 예언했다. 희망 오류가 그토록 서사적으로 들린 적은 좀처럼 없었다. 올바른 사람들의 손, 다시 말해 자본주의자들이 아닌 근로자들의 손에 들어간 기술은 더 이상 억압의 멍에가 아니라 자아 성취를 가능하게 해주는 희망의 도르래 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신기술은 임금을 인상시켰지만 그들이 지불해야 하는 상품 가격을 낮춰줌으로써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물질적 안락함을 제공해줬다. 또한 공장을 혁신시킴으로써 산업혁명 초창기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어둡고 악마 같은 공장들에 비해서 더 깨끗하면서밝고 쾌적한 공장들을 만들어줬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기계화가 공장 근로자들의 업무 처리 능력을 향상시켜줬다는 점이다.

 

‘기계는 계속해서 많은 관심을 요구하면서 인간을 똑같은 한 가지 방법으로만 움직이는 기계로 전락시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미래는 기계를 얼마나 노예로 잘 활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기계가 일자리 상실 시대의 시작을 알린 건 아니었지만, 실업을 약간 짜증나는 일 정도가 아니라 인류가 겪어야 할 중대한 전염병들 중의 하나로 만들어버렸다”

 

“우리는 믿는다. 인간에게 노동에서 벗어나게 해줄 새로운 기계를 발명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면, 인간은 인간을 다시 일자리로 복귀시킬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는 것을!”

 

기계와 일자리를 경쟁하다

“컴퓨터 자동화가 제3의 산업혁명을 불러왔다”

 

“대량 해고와 전 세계의 불황을 초래할 수 있지만, 우리가 현대 자본주의의 교리를 다시 쓸 의사가 있다면 점점 더 많은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게 우리를 일로부터 자유롭게 풀어줄 수도 있다”

 

“거대한 최첨단 산업은 미국 경제에 엄청난 생산성과 부를 기여했지만, 놀랍게도 일자리 창출에는 사실상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경기가 하강할 때마다 항상 일자리를 앗아가는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이 등장한다. 이어 경기 주기가 저점에서 벗어나 일자리가 다시 늘어나면, 괴물은 우리로 돌아가고 걱정은 줄어든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루어진 로봇과 자동화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일시적인 경제 상황,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해 정치인들과 중앙은행들이 벌인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일 수 있다. 저금리와 자본 투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세제 혜택에 힘입어 기업들은 다른 때였더라면 사지 않았을 수 있는, 인건비 절감에 유용한 장비와 소프트웨어 구매에 적극 나섰던 것 같다.

 

GE와 애플 같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일부 제조업을 다시 옮기고 있다는 소식조차 무작정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이기 힘들다. 제조업이 되돌아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 없이도 대부분의 제조업 활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똑똑한 기계들이 국내총생산GDP을 더 증가시키는 동시에 똑똑한 사람들을 포함해 사람들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지 모른다. 따라서우리는 전례 없이 부유해졌지만, 모든 부富가 로봇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사회를 목격하게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인터넷은 사실상 사람들에게 자본 투자 없이도 개인적인 노력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베이eBAY나 엣시Etsy를 통해 중고품과 수공예품을 거래할 수 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서는 방을 대여하고, 리프트Lyft에서는 남는 자동차 좌석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또 태스크래빗TaskRabbit을 통해서는 특이한 일자리를 찾을 수도있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일을 통해 사람들은 쉽게 푼돈을 벌 수 있게 됐지만, 중산층의 소득만큼 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실제 돈은 매수자와 매도자나 임대인과 임차인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정보 교환소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에게 돌아간다. 고도로 자동화되어 있는 이 교환소들에는 실제 직원이 거의 필요 없다.

 

누름 버튼 통제의 힘

'자동화'라는 단어는 1946년 회사 조립 라인에 설치되고 있던 최신 기계를 지칭할 신조어가 필요하다고 느낀 포드 자동차 엔지니어들이 처음 만들어서 사용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당시 포드의 부사장이 최초로 “우리에게 그 자동화된 일을 좀 더 달라. 그, 그 ‘자동화’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의) 자동화는 과거 공장, 산업, 또는 특정 장소에 존재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동화된 어떤 것을 의미할 뿐이다.” 제임스 브라이트가 힘주어 한 말이다. 자동화에 대한 브라이트의 정의는 스위스 건축가 지크프리트 기디온(Sigfried Giedion)이 그전에 했던 다음과 같은 기계화에 대한 정의와 판박이다. “기계화는 물, 불, 빛과 같은 물질이다. 기계화는 눈이 멀었고, 스스로 방향을 찾지 못한다. 자연력과 마찬가지로 기계화는 그것을 사용하고, 그것에 내재된 위험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의존한다. 기계화가 전적으로 인간의 머리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더욱 위험하다.”

 

자동화는 어떤 ‘것’이나 ‘기술’이라기보다는 ‘힘’이었다. 특정한 경영 방법이라기보다는 진보의 신호에 더 가까웠다. 자동화의 결과를 설명하거나 예측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이게도 한시적으로 끝나버릴 것이다. 많은 기술 트렌드들이 그랬듯이 자동화는 항상 낡으면서도 새로울 것이고, 매 발전 단계마다 신선한 재평가를 요구할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군인이라기보다는 세계를 반영하는 스크린을 읽고 조작하는 기술자로 간주되었다.”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 :: 미주리주(州) 컬럼비아 출생. 유대계의 언어학자 L.위너의 아들이다. 매우 조숙하여 9세에 고등학교, 14세에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18세에 학위를 받았으며, 영국으로 건너가서 B.A.W.러셀에게 수리철학(數理哲學)을, G.H.하디에게 수학을 배웠다. 이후 하버드대학교의 철학강사·수학교수·제너럴일렉트릭사의 견습공·백과사전편집원·신문기자 등을 거쳐서 1924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들어가 1932년 교수가 되었다.
수학에서는 실함수론(實函數論)·조화해석(調和解析)·급수론·확률론을 연구하였으며, 이밖에도 물리학·전기통신공학·신경생리학·정신병리학 등 분야에도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
특히 ‘위너 측도(測度)’를 기초로 하는 브라운 운동의 이론과, 후에 R.F.파이먼이 확장하여 물리학에 널리 응용된 위너 적분론, 통신과 제어공학의 분야에 통일을 이룬 시계열(時系列)의 평활(平滑)과 예측의 이론, 필터의 이론 등은 획기적인 업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전기회로를 통하여 자동조절하는 자동조준의 연구에 종사한 일이 계기가 되어 1948년 새로운 학문으로서 사이버네틱스를 제창, 동물과 기계에 있어서 제어와 통신을 통일적으로 취급하려고 시도하였고, 인간의 정신활동부터 사회기구에까지 미치는 통일과학을 세우려고 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그 의도를 단적으로 나타낸 《사이버네틱스 Cybernetics:or Control and Communication in Animal and Machine》(1948)가 있고, 기타 수학에 관한 많은 논문 및 자서전도 저술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노버트 위너 [Norbert Wiener]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자동화된 시스템에서 권력은 프로그래밍을 통제하는 사람들에게 집중된다는 것이다.

 

컴퓨터로 인해 자동화된 기계는 총처럼 물질적인 것들을 조작하는 식으로 작동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정보를 조작함으로써 작동할 수 있었다. 위너는 “이 단계 이후로 기계가 모든 일을 수행할지 모른다. 기계는 육첸동과 화이트 칼라의 노동 사이에 절대 우호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의 눈에는 자동화가 조만간대공황의 재난을 “유쾌한 농담처럼 보이게” 만드는 “실업 상태”를 야기할 것으로 보였다.

 

어디에나 있는 로봇

마이크로칩의 저장 용량이 18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

 

 무어의 법칙(Moore’s Law) :: 1965년 페어차일드(Fairchild)의 연구원으로 있던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마이크로칩의 용량이 매 18개월마다 2배가 될 것으로 예측하며 만든 법칙으로, 1975년 24개월로 수정되었다. 마이크로칩 기술의 발전속도에 관한 것으로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인터넷은 적은 노력으로도 커다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메트칼프의 법칙, '조직은 계속적으로 거래 비용이 적게 드는 쪽으로 변화한다'는 가치사슬을 지배하는 법칙과 함께 인터넷 경제3원칙으로 불린다. 또한 컴퓨터의 성능은 거의 5년마다 10배, 10년마다 100배씩 개선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 법칙은 컴퓨터의 처리속도와 메모리의 양이 2배로 증가하고, 비용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디지털혁명 이후 1990년대 말 미국의 컴퓨터 관련 기업들은 정보기술(IT)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무어의 법칙에 따라 개발 로드맵을 세웠다. 1997년 9월 인텔이 발표한 2비트 플래시메모리와 기존 알루미늄을 구리로 대체한 새로운 회로칩에 관한 IBM의 발표 등은 이 법칙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대 모바일 컴퓨팅 시대로 접어들면서작은 기판에 더 많은 회로를 넣다보니 발열 등의 문제가 생기고, 칩은 갈수록 작아지는데 트랜지스터 수가늘다보니 제작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생겼다. 이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무어의 법칙을 개발로드맵에서 제외할 계획을 세웠다.
[네이버 지식백과] 무어의 법칙 [Moore's Law]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

 

컴퓨터가 무어의 법칙대로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데 반해, 인간은 다윈의 법칙에 따라 거북이처럼 느리게 기어간다.

 

 

 

3장. 자동 비행의 시대

실속失速 상태에서는 비행기가 날기 위해 필요한 힘을 날개가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고 커다란 저항만 일으키기 때문에 추락할 위험이 커진다. 

 

조종사가 없는 비행기

자동화로 인해서 인간에게 생길 수 있는 일이 궁금하다면 가장 먼저 하늘을 올려다보길 바란다. 항공기와 비행기 제조사들, 그리고 FAA, 미국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 미국 공군은 사람들이 하던 일을 기계에 맡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매우 적극적이면서 또 천재적이었다.

 

복엽기(날개가 2조로 되어 있던 초창기 비행기)

 

 복엽기 :: 날개면적이 같은 단엽기(單葉機)에 비해 외형을 작게 할 수 있으므로 구조중량이 가벼워질 뿐 아니라, 비행기의 운동성도 좋게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공기역학·기체구조·재료 등이 발달되지 못했던 비행기 발전의 초기단계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나 비행기의 성능 향상, 특히 비행기가 고속화됨에 따라 저항이 크다는 점이 현저하게 나타났다. 단엽기에서도 가볍고 얇은 고속기에 적합한 우수한 성능을 지닌 날개가 제작됨에 따라 복엽기는 점차 그 모습을 감추고, 현재는 극히 특수한 용도의 비행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제작되지 않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복엽기 [biplane, 複葉機]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자이로스코프 :: 회전의(回轉儀)라고도 한다. 팽이를 둥근 바퀴로 이중 또는 삼중으로 지지하고 어느 방향으로나 회전할 수 있도록 장치한 것이다. I는 금속제의 무거운 원판으로 되어 있다. 중심축 EF는 금속제의 둥근고리 R의 양끝에 새겨진 홈에 끼워져 I를 매끄럽게 회전시킨다. 또 R는 축 EF에 대해 수직인 지름 MN에 의해 둥근고리 S에 지지되고, S는 두 점 K,L에 지지되어 어느 것이나 매끄럽게 회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EF가 수평인 상태에서 I를 빠르게 회전시키면 S는 지구의 자전(自轉)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푸코진자와 마찬가지로 이것에 의해 지구의 자전을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또 중심축 EF를 지름 MN의 둘레를 회전하도록 외력을 가하면 EF는 축 KL의 둘레를 회전하는 세차운동(歲差運動)이 일어나고 외력에 대해서는 관성저항으로 볼 수 있는 짝힘[偶力]을 가지게 된다. 로켓의 관성유도장치의 자이로스코프, 나침반에 이 원리를 응용한 자이로컴퍼스, 선박의 안전장치로서의 자이로안정기 등 이용범위가 넓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이로스코프 [gyroscope]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최첨단 유리 스크린에 갇힌 조종석

명실공히 컴퓨터로 자동화된 최초의 본격 상용기라고 부를 수 있는 A320기는 향후 모든 항공기 디자인의 단초 역할을 했다.

 

캘리퍼calliper(자전거의 패드를 디스크에 밀착시켜 앞바퀴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유압장치)의 암들arms(기계에서 팔과 같은 기능을 하는 기다란 부분)

 

 캘리퍼 :: 브레이크 캘리퍼라고도 한다. 자동차의 패드를 디스크 브레이크에 밀착시켜 앞바퀴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장치로, 유압에 의해 작동된다. 앞바퀴 브레이크 디스크를 감싸는 형태를 하고 있는데, 앞바퀴 휠에 있는 구멍으로 보면 붉게 도색된 캘리퍼가 보인다.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있을 때는 매스터 실린더가 유압을 받으면, 실린더 안의 브레이크 오일이 유압을 발생시켜 실린더 안에서 좌우로 힘이 작용하게 된다. 이 때 좌로 작용하는 힘은 피스톤을 미끄러지게 만들어 안쪽 패드를 디스크에 압착하고, 우로 작용하는 힘은 하우징을 오른쪽으로 미끄러지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바깥쪽 패드가 디스크에 압착되어 안쪽 패드와 동시에 마찰력을 일으킨다.다음으로 브레이크를 해제할 때는 실(seal) 피스톤의 복원력에 따라 피스톤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안쪽 패드는 디스크 회전에 의해 디스크와 간극을 유지하게 된다. 동시에 바깥쪽 패드는 하우징 슬라이딩 작용에 의해 압착력이 해제되면서 디스크와 간격을 유지하게 되고, 이로써 잔류 토크가 제거된다.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부동식(플로팅형)으로, 피스톤 한쪽에만 있고, 캘리퍼 스스로 미끄러지면서 패드가 로터를 압착하는 형태이다. 둘째, 대향식(어포즈드형)으로, 완전히 고정된 캘리퍼가 양쪽에 있는 피스톤으로 로터를 압착하는 형태이다. 셋째, 리어캘리퍼형으로, 일반 제동 때는 플로팅형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캘리퍼 [caliper]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언뜻 봤을 때 위대한 자연의 문제들로부터 인간을격리시키는 수단처럼 보였던 기계가 어떻게 해서 사실상 인간을 그러한 문제들로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가게 만들어주었는지”

 

“오늘날 비행기에서 컴퓨터 자동화가 ‘만연했기’ 때문에 조종실은 비행하는 하나의 대형 컴퓨터 인터페이스로 간주될 수 있다”

 

요즘 일반 여객기 조종사들은, 이착륙할 때 각각 1~2분 정도씩, 즉 총 3분 동안만 조종간을 잡는다. 조종사는 스크린을 확인하고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자동화가 조종사가 맡은 일을 도와주던 도구였던 세상에서 벗어나 비행기의 주된 비행 통제 시스템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살고 있다”

 

“자동화의 정밀도가 높아지면서 조종사의 역할은 자동화의 감시자나 감독관으로 전락해버렸다”라고 주장했다. 이제 상용기 조종사는 컴퓨터 조작자가 되었다.

 

비행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다

2002년부터 2011년 사이 10년 동안에 미국의 상용기에 탑승했던 70억 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서 153명만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승객 100만 명당 2명이 숨지는 꼴이다. 반면 1962년부터 1971년 사이 10년 동안에는 13억 명이 비행기를 탔는데, 그들 중에 1,696명이 사망했다. 이는 승객 100만 명당 133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2010년에 FAA는 앞서 10년 동안 있었던 비행들에 대한 중요한 연구 결과를 분석해서 모든 추락 사고 3건 중 2건가량이 조종사의 과실로 일어났다는 잠정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조종사들의 조종 능력과 그들이 자동화의 도움 없이 비행한 시간의 양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아냈다. 이런 상관관계는 특히 실험 이전 두 달 동안 있었던 수동 비행시간의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터널 시야tunnelvision(터널 속에서 터널 입구를 바라보는 모양으로 시야가 제한되어 주위 현상을 이해하거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

 

라이트 형제의 선택

1947년에 〈플라이트〉지의 한 기자는 자동화 기술 때문에 비행기 승무원들의 숫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에는 비행기 조종석에 종종 다섯 명의 숙련된 고임금 전문가들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항공사, 무선통신사, 항공 기관사, 그리고 조종사 두 명의 자리였다. 1950년대에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사용법이 쉬워지자, 가장 먼저 조종실에서 무선통신사의 자리가 사라졌다. 1960년대에 관성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발달하자, 항공사가 조종실에서 쫓겨났다. 비행기의 기기 배열을 감시하고,중요한 정보를 조종사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주로 맡았던 항공 기관사는 1970년대 말에 자동화된 비행기 조종석이 등장할 때까지만 자리를 지켰다.

1978년에 항공 여행 규제가 풀리자, 미국의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 항공 기관사들 자리를 없애고, 기장과 부기장만 조종석에 앉을 수 있게 했다. 그러자 항공 기관사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가 반발했고, 조종사 노조들과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이 싸움은 1981년에 미국 대통령 위원회가 여객기의 안전 운항에 더 이상 항공 기관사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하고 나서야 종료됐다. 이후 조종석에는 통상적으로 두 명의 조종사만 앉았다.

 

내가 기계의 주인인가 아니면 종인가? 내가 세상의 주인공인가 아니면 관찰자인가? 내가 행동의 주체인가 아니면객체인가?

 

컴퓨터로 자동화된 비행기들 안에서 조종간을 당기거나 밀 때조차 조종사들이 종종 실제 하는 일은 수동 비행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다.

 

 

 

4장. 게을러지는 두뇌

“문명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도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의 수를 늘리면서 진보한다”

 

소프트웨어는 인간이란 협력자들에게 새로운 차원에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지 않는다. 그보다 우리의 시야를 제한해버린다. 따라서 우리는 판에 박히고 별다를 것 없는 일을 하기 위해서 예리하고 전문화된 재능을 포기한다.

 

노동력을 줄여주는 기계는 일만을 대체해주는 역할만 하고 끝나지 않는다. 일을 하는 사람들의 역할, 태도, 기술을 포함해서 전체적인 일의 성격을 바꿔놓는다.

 

“자동화는 인간이 하는 활동을 대신해주기만 하기보다는 기계의 설계자들이 의도하지 않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활동을 바꿔준다.”

 

자동화에 대한 안심과 편향

사람들이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할 때면 가끔 안심complacency과 편향bias이라는 두 가지 인지적 질환에 걸리곤 한다. 안심은 잠재적인 위험이나 결함을 모르고 지나치게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존하는 경향을 말하고, 편향은 자동화를 맹신하는 경향을 뜻한다.

 

1995년 봄, 이 여객선은 일주일간 이어진 항해의 마지막 구간인 버뮤다에서 보스턴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객선에는 경로 이탈을 막기 위해 GPS 신호를 이용하는 최첨단 자동 항해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었다. 한 시간 정도 항해를 할 무렵, GPS 안테나케이블이 헐거워졌고 항해 시스템은 방향을 잃었다. 시스템은 계속해서 측정값을 보내줬지만 그 수치는 더 이상 정확하지 않았다.

30분 이상 여객선이 약속된 경로를 천천히 이탈하는 동안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걸 알려주는 분명한 신호가 있었지만 선장과 승무원들은 전혀 문제점을 모르고 있었다. 한때는 경로를 주시하던 항해사가 배가 지나갈 예정 위치를 알려주는 중요한 부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 사실을 보고할 수 없었다. 항해 시스템을 100퍼센트 믿었기 때문에 부표가 있었지만 자신이 놓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상 경로를 20마일 가까이 이탈하고 나서 여객선은 마침내 낸터컷 섬 인근에 있는 모래톱 위에 좌초했다. 여객선 운영 회사는 수백만 달러의 피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당시 사건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건축가들은 자신들이 오류를 범할 수 있으며, 가끔 바보같은 실수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예전에 한 목수가 알려줬던 “두 번 재고, 한 번 잘라라”라는 격언을 따랐다.

 

2008년 시애틀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고등학교 운동선수들을 태운 12피트 높이의 버스를 몰던 운전사는 9피트 높이의 차까지만 통과가 가능한 콘크리트 다리와 충돌했다. 버스 지붕은 찢겨 날아갔고, 21명의 학생들이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가야 했다. 운전사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GPS가 알려준 대로 운전하고 있었으며, 전방에 있던 다리의 높이가 낮다는 걸 경고해주는 신호나 섬광등 같은 걸 “전혀 보지 못했다”라고 진술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감지가 “비교적 간단한 사례”를 평가할 때 “구분하기 힘든 판독 결과들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까다로운 사례를 진단할 때 전문 판독원들의 판독 능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

 

안심하려는 경향은 우리가 우리 주변과 꾸준히 상호작용하지 않아도 될 때 집중력과 자각력이 얼마나 쉽게 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편향적으로 정보를 평가하고 무게를 재려는 성향은, 우리가 선별적으로 집중하고, 잘못된 믿음이나 심지어 유용할 것 같은 프롬프트의 등장만으로도 쉽게 왜곡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안심과 편향은 자동화된 시스템의 질과 신뢰성이 높아질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럼블스트립(Rumble strip) :: '털털거리다'라는 뜻의 'Rumble'과 '띠'를 뜻하는 'Strip'의 합성어로, 졸음운전 등을 예방하기 위해 도로에 시공해 놓은 장치를 말한다. 즉, 운전 중 고속이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도로 위나 옆의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그 위로 자동차가 달리면 털털거리도록 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럼블 스트립이 설치된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졸음 또는 운전 부주의로 차로를 이탈할 경우 울퉁불퉁하고 거칠게 만들어진 표면에 의해 강한 진동을 느끼게 된다. 이에 운전자는 자신이 차로를 이탈했다는 것을 깨닫게 돼 사고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이 
럼블 스트립은 양각과 음각 시공으로 나눠지는데, 음각 시공은 도로에 홈을 파서 운전자가 진동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며, 양각 시공은 기존의 도로 위에 포장재를 덧대 규칙적인 패턴을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한편, 이 럼블 스트립을 활용한 시도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멜로디 도로이다. 멜로디 도로는 홈 사이의 간격으로 인한 타이어 마찰음 주파수 차이로 음의 높낮이를 조절, 일정 속도로 해당 요철구간을 지날 때 재미있는 노래가 나오도록 설계한 도로를 가리킨다. 
[네이버 지식백과] 럼블 스트립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자동화는 우리를 부정적인 피드백으로부터 고립시킴으로써 경계심을 갖고 계속해서 주변 상황을 헤아리기 힘들게 만든다. 그 결과 우리는 더욱더 세상에 무관심해진다.

 

기억력의 퇴화

자동화는 우리를 행위자에서 관찰자로 전락시키는 경향이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인지심리학자들은 이른바 ‘생성 효과generation effect’라는 현상을 연구해왔다. 이 현상은 어휘들을 연구하던 도중 처음으로 관찰됐는데, 사람들은 종이에 적혀 있는 단어들을 단순히 읽을 때에 비해 그 단어들을 적극적으로 기억해내려고 할 때, 즉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생성해낼 때’ 훨씬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토론토 대학의 심리학자인 노먼 슬래멕카Norman Slamecka는 하나의 실험을 했는데, 참가한 사람들은 플래시 카드(수업 중교사가 단어, 숫자, 그림 등을 순간적으로 보여주는 순간 파악 연습용의 카드)를 사용해서 ‘뜨겁다’와 ‘차갑다’ 같은 여러 쌍의 반대말들을 외웠다. 그들 중 일부는 아래처럼 두 단어가 온전하게 쓰인 카드를 받았다. 

뜨겁다 : 차갑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아래처럼 두 번째 단어의 첫 글자만 나온 카드를 받았다. 

뜨겁다 : 차 

글자가 빠진 카드를 본 사람들은 이후 반대말 기억 능력을 알아보는 실험에서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벗어나서 빈칸을 채우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정보가 훨씬 더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머릿속에서 생성한 재료가 복잡할수록 생성 효과가 더 커지는 것 같다”

 

생성 효과를 내려면 자동화가 줄여주기 위해서 애쓰는 ‘힘든 수고’가 필요하다.

2004년에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인지심리학자인 크리스토프 반 님베겐Christof van Nimwegen은 소프트웨어가 기억 형성과 전문성 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서 단순하지만 천재적인 일련의 실험에 착수했다. 그는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서 고전적인 논리 문제에 기반을 둔 ‘선교사와 식인종Missionaries and Cannibals’이라는 컴퓨터 게임을 시켰다.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세 명 이상을 태울 수 없는 배로 선교사 다섯 명과 식인종 다섯 명(반 님베겐이 만든 게임에서는 노란색 공 다섯 개와 파란색 공 다섯 개를 옮겨야 했다)을 태우고 가상의 강을 건너야 한다. 단, 이때 배 안이나 강둑 위 어디서건 같은 장소에서 선교사보다 식인종의 숫자가 더 많으면 안 된다(그럴 경우 선교사는 식인종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른다고 치자).

 

실험에 참가한 두 집단 중에 한 집단은 스크린 프롬프트를 통해 허용이 되고 되지 않는 이동을 단계별로 안내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문제를 풀었다. 다른 집단은 아무 도움을 주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만을 사용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처음에는 전자의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문제를 푸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들은 규칙들을 떠올려보고, 그 규칙들이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배를 움직이기 전에 잠시 뜸을 들일 필요 없이 프롬프트들을 따라서 게임을 하면 됐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되면서 후자의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들은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에 비해서 잘못 움직이는 횟수도 훨씬 적었고, 더 효율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반 님베겐은 실험 보고서에서 가장 기초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한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 더 명확하게 개념을 이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앞서 생각하고, 성공적인 전략을 세우는 능력이 더 뛰어났다. 반면에 소프트웨어의 지시를 따른 사람들은 종종 갈팡질팡했고, “목적 없이 여기저기를 클릭하곤” 했다.

소프트웨어의 도움 때문에 생긴 인지 벌칙cognitive penalty은 8개월 뒤에 더욱 분명해졌다. 이때 반 님베겐은 똑같은 사람들에게 앞서 실험 때와 같은 문제를 풀어보게 했다. 이전 실험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던 사람들이 다른 집단 사람들에 비해서 두 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게임을 끝냈다. 반 님베겐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 사람들이 게임 도중에 ‘더 많은 집중력’을, 그리고 게임이 끝난 후에는 ‘더 뛰어난 지식 각인 능력’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그들은 생성 효과가 주는 혜택을 누렸던것이다.

 이번에 반 님베겐은 몇몇 대학 동료들과 회의 일정을 짜기 위한 달력 소프트웨어와 회의 연사들에게 방을 지정해주는 회의 계획 수립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더욱 현실적인 과제가 포함된 실험들을 실시했다. 이번 실험의 결과도 이전 실험 결과와 마찬가지였다. 소프트웨어 프롬프트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전략적 사고 능력이 떨어졌고, 불필요한 행동을 더 많이 했으며, 결국 맡은 일의 개념적 이해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반면에 도움이 안 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사람들은 더 계획을 잘 짰고, 더 똑똑하게 일했으며, 더 많이배웠다.

 

호주 대학 교수들이 세 곳의 국제적 회계 회사들이 사용하는 전문가 시스템이 초래한 결과들을 조사한 적이 있다. 이 중 두 회사는 고객에 대해 물은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회계 감사관들의 답변을 토대로 적절한 경영상의 위험을 고객 감사監査파일에 포함하도록 권유하는 첨단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반면 세 번째 회사는 일련의 잠재적 위험들을 알려주긴 했지만 회계 감사관이 그것들을 검토한 후 타당한 위험들을 직접 파일로 정리하도록 만드는 더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이후 교수들은 각 회사의 회계 감사관들을 상대로 회계감사를 실시한 산업에 존재하는 위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평가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덜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세 번째 회사 출신의 회계 감사관들은 다른 두 회사 출신의 회계 감사관들에 비해서 다른 형태의 위험에 대해서 훨씬 더 뛰어난 이해력을 보여줬다. 첨단 소프트웨어로 인해 빚어진 학습능력 저하 현상은 심지어 베테랑 회계 감사관들, 즉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5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회계 감사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의사 결정 지원 소프트웨어는 신참 분석가들이 단기적으로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그들을 정신적으로 게으르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통합개발환경(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s, IDE) :: 이것은 주로 퍼스널 컴퓨터용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의 컴파일러에 채용되고 있다. 컴퓨터를 써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에디터, 컴파일러, 어셈블러, 링커, 디버거 등의 각 단계가 모두 하나의 프로그램 속에 통합되어 있는 형태. 이것은 프로그램을 에디터로 작성하고 이어서 컴파일러를 불러내어 컴파일하고 링크하여 실행시켜 볼 수 있다. 따라서 에디터를 빠져나와 컴파일을 하고 잘못된 곳이 있으면 다시 에디터를 불러내어 수정하는 등의 반복 작업이 필요 없으므로 생산성을 높이고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또 이러한 환경에서는 컴파일러 자체가 메뉴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용이 간편하고 에디터에서 컴파일러에 대한 도움말까지 이용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통합 개발 환경 [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 (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 2011. 1. 20., 전산용어사전편찬위원회)

 

이 애플리케이션이 코드 편집 작업을 대신해주자, 프로그래머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실제로 연습하고 재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구글의 베테랑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비벡 할다Vivek Haldar는 “현대의 IDE가 충분히 ‘유용해’지고 있어서 가끔 나는 내가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IDE 운영자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 모든 도구들이 조장하는 행동은 ‘코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만들라’라는 게 아니라 처음에 아무렇게나 코드 초안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러면 IDE가 초안에 있는문제뿐만 아니라 더 좋게 만드는 법을 알려줄 테니까.” 할다의 최종 판단은 “날카로운 도구들이 (오히려) 머리를 둔하게 만든다”라는 것이다.

 

‘덤다운dumb-down’ :: 지나친 단순화

 

기자가 “구글 사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더정확한 검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자, 싱할은 한숨을 쉬면서 다소 피곤한 기색을 보이며 기자의 생각을 바로잡았다. 싱할은 “사실은 그와 반대다. 기계의 정확성이 높아질수록 질문들이 더 게을러진다”라고 말했다.

사용하기 쉬운 검색엔진 때문에 복잡한 질문을 만들 수 있는 우리의 능력 이상의 무엇이 손상될지 모른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몇십 개의 간단한 사실들, 예를 들어 ‘타조는 눈의 크기가 뇌의 크기보다 더 크다’와 같은 문장을 읽은 다음 그 사실들을 컴퓨터에 입력했다. 피험자들 중에 절반은 입력 내용이 컴퓨터에 계속 저장되어 있을 거라고 들었고, 나머지 절반은 입력 내용이 곧지워질 거라고 들었다. 그런 다음에 피험자들은 기억할 수 있는 사실들을 모두 적어보라는 부탁을 받았다. 입력 내용, 즉 정보가 컴퓨터에 이미 저장되어 있다고 믿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적은 숫자의 사실들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저장해둔 데이터베이스에서 쉽게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뇌가 기억하려는 노력을 덜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쉽게 검색엔진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이후로 우리는 정보를 자체적으로 보관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라면서 “우리는 필요한 정보를 그냥 찾아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외부 저장장치와 생물학적 기억력이 똑같지는 않다. 지식을 얻으려면 정보를 찾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즉 사실과 경험들을 개인의 기억 속에 ‘부호화encoding’해야 한다.

 

활발하게 적응하는 뇌

의식적인 사고 없이도 재능을 발휘하게 되는 기술 습득 과정은 ‘자동화’라는 어색한 이름이나 그보다 더 어색한 이름의 ‘절차화proceduralization’를 통해서 진행된다.

 

 회백질(gray matter) :: 중추신경의 조직을 육안으로 관찰하면 백색인 부분과 회백색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척수·대뇌반구 및 소뇌에서는 그 구별이 뚜렷하다. 흰 부분을 백질(白質)이라고 하고, 회백색 부분을 회백질이라 한다. 백질은 주로 유수신경섬유로 구성되고, 회백질은 주로 신경세포와 그 가지돌기·무수신경돌기 등이 차지한다. 척수에서는 그 중심부에 회백질이 있고 횡단면에서는 H자형을 이룬다. 소뇌·대뇌반구에서는 그 외표면을 차지하며, 각각 소뇌피질·대뇌피질이라고 한다. 또 뇌에는 백질의 내부에 회백질의 덩어리가 다수 있는데, 이것들을 신경핵이라고 한다. 주로 연수에서 간뇌에 걸쳐 많이 존재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회백질 [gray matter, 灰白質]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백질(white matter) :: 사람의 뇌는 회백질(Grey matter)과 백질(White matter)로 조직되어 있으며 뇌외 척수의 조직인 중추신경계(中樞神經系)에서 유수신경섬유로 되어 있다. 이 조직은 회백색과 백색으로 구분되는데 회백색은 회백질이라고 부르며 생각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백색은 백질이라고 부르며 회백질과 회백질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로서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백색(백질) 보이는 이유는 유수섬유가 가진 수초(髓鞘)가 빛을 굴절하는 힘이 강한 미엘린이란 물질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뇌 ·소뇌의 백질은 수질이라 하여 피질(회백질)의 안쪽에 있으나 간뇌 ·연수 등에는 백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백질은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1. 감각기로부터의 보고를 중추에 전달하는 지각경로(知覺經路)
2. 중추로부터의 명령을 근육 등으로 보내는 운동경로
3. 중추 각 부를 상호 연락하는 연합경로 분화되어 있다.회백질은 그 내부에 산재하며 척수에 이르면 중앙 회백질의 기둥을 백질이 에워싸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백질 [white matter, 白質]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수상돌기 가시dendritic spine(신경세포 간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시냅스의 구조물)

 

 수상돌기가시 :: 수상돌기 가시는 신경세포(Neuron) 수상돌기(Dendrite) 표면에 작게 돌출된 구조로써, 흥분성 시냅스(Excitatory synapse)의 시냅스후(Postsynapse) 구조로 기능한다.
수상돌기 가시는 신경세포 수상돌기 표면에 존재하는 0.5-2 μm 길이의 작은 돌출 구조로써, 흥분성 시냅스의 시냅스후로 기능한다.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수상돌기 가시의 개수 및 크기와 형태는 매우 다양하며, 신경세포의 발달과정 및 개별 시냅스의 활성 정도에 따라 변화한다. 수상돌기 가시 표면에는 시냅스후의 기능에 필요한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수용체(Neurotransmitter receptor)가 위치하며, 내부에는 분자신호전달 및 수상돌기 가시 구조 조절 필요한 수백종류의 다양한 단백질들이 존재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수상돌기가시 [Dendritic spine] (분자·세포생물학백과)

 

시각령visual cortex(시신경으로부터 흥분을 받아들이는 대뇌 피질의 일부)

 

 시각령 :: 시각전도로의 최종부이다. 사람은 이 부분에 손상이 생기면 눈에 전혀 이상이 없어도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 시각전도로는 망막에서 나온 시신경이 시삭(視索)이 되어, 외측의 슬상체(膝狀體)를 거쳐 슬상조거로(膝狀鳥距路)를 만들고 시각령에서 끝나는 것이다.
파니자가 졸중발작(卒中發作) 후 눈이 멀게 된 환자에게서 힌트를 얻고, 그후 개[犬]의 후두령(後頭領)을 절제하여 눈이 멀게 되는 것을 확인한 데서 비롯되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이 부분을 절제해서 생기는 맹목(盲目)은 사람이나 원숭이 같은 고등 포유류에 한하며, 개[犬] 이하의 동물에서는 완전한 맹목이 되지 않는다는것이 밝혀졌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각령 [視覺領]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거장들이 가진 초자연적인 재능은 자동성으로부터 나온다. 본능처럼 보이는 게 실은 힘들게 얻은 기술이다. 뇌에서 일어나는 이런 변화들은 수동적인 관찰을 통해서 생기는 건 아니다. 그들은 예상치 못한 일과 반복적인 대립을 통해 생긴다.

 

다른 환경 속에서 많은 연습, 많은 반복, 그리고 기술의 예행 연습 없이는 당신과 당신의 뇌는 어떤 일에도 능숙해지지 못할 것이다.

 

선언적, 절차적, 전략적지식은 특정 분야에서 오랜 시간 실시한 훈련과 연습을 통해 얻어진다

 

분명 이름 그대로 자동성은 일종의 ‘내재화된internalized’ 자동화로 간주될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몸이 어렵지만 반복적인 일을 일상적인 일로 만드는 방법이다. 몸의 움직임과 절차가 근육의 기억으로 프로그램되고, 감각이 파악한 환경 패턴을 즉각적으로 인식함으로써 해석과 판단이 진행된다.

 

계산 방법을 배우지 않고, 배운 적이 없어 모르는 계산을 하려고 계산기를 사용한다면 계산기가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지는않을 것이다. 계산기는 당신이 새로운 수학 지식과 기술을 얻게 도와주지는 못할 것이다. 계산기는 그저 숫자를 생산하는 신비한 장치인 블랙박스로 남을 것이다.

 

“세상과 함께 어울리며 양손을 더럽히고, 세상이 어떤 식으로건 반응하도록 만들게”

 

자동화의 역설

골디락스 효과Goldilocks effect(너무 크거나 너무 작지 않기 때문에 결과가 성공적일 때)처럼 보통의 자극이 최고의 성과를 달성시켰다.

 

 골디락스 ::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음에도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 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로, 본래는 골드(gold)와 락(lock, 머리카락)을 합친 말로 '금발머리'를 뜻한다.
동화에서 골디락스는 곰이 끓인 세 가지의 수프,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적당한 것 중에서 적당한 것을 먹고 기뻐하는데, 이것을 경제상태에 비유하여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는 호황을 의미한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중국이 2004년 9.5%의 고도성장을 이루면서도 물가상승이 없는 것을 '중국 경제가 골디락스에 진입했다'고 기사화하여 알려지게 되었다.
한편, 가격이 아주 비싼 상품과 싼 상품, 중간 가격의 상품을 함께 진열하여 중간 가격의 상품을 선택하게 유도하는 판촉기법을 골디락스 가격(goldilocks pricing)이라고 한다. 사람의 본능이 극단적 선택보다는 평균값에 가까운 것을 선택하는 경향을 이용한 판매방법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골디락스 [goldilocks]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여키스-돗슨 법칙’ :: 1908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여키스(Robert M. Yerkes)와 존 도슨(John Dillingham Dodson)이 밝혀낸 법칙으로, 인간의 감각-지각의 각성 상태와 과제 수행 능력 사이에는 역 U자 형태 관계가 성립한다는 이론이다. 이들은 일정 수준까지 생리적 또는 정신적 각성이 증가할수록 인간의 수행 능력은 향상하지만, 중압감 등의 자극 수준이 너무 높아지면 오히려 수행 능력이 다시 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적절한 자극이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최고의 성과를 내는 중간 수준의 각성을 '최적 각성 수준'이라고 한다.
여키스와 도슨은 실험을 통해 쥐들이 미로 찾기를 할 때 전기 충격을 통해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로 상자에 풀어놓은 쥐들은 전기 자극이 아주 약할 때는 출구를 찾아 천천히 돌아다녔지만, 자극이 강해질수록 민첩해졌다. 그러나 전기 자극이 매우 강해지자 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미로 규칙을 기억하지 못하며 전보다 낮은 수행 능력을 보였다.
한편, 수행 능력은 과제 특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이 법칙에 따르면 쉬운 과제는 각성 수준이 비교적 높을 때 수행 능력도 높고, 각성 수준이 높아져도 수행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반면 어려운 과제는 각성 수준이 너무 높아지면 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즉, 어려운 과제는 각성 수준이 낮을 때 최고의 수행 능력이 나타난다.
[네이버 지식백과] 여키스-도슨 법칙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자극 수준이 매우 낮을 때, 사람은 빈사瀕死 상태에 빠질 정도로 늘어지고 무기력해진다. 그럴 때 능력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극의 강도가 높아지면, 능력은 종형 곡선의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왼쪽 측면을 따라서 꾸준히 올라가듯 강해진다. 이어 자극의 강도가 계속해서 높아지면, 능력은 종형 곡선의 오른쪽 측면을 따라서 꾸준히 내려가듯 약해진다. 자극 강도가 최대한도로 높아졌을 때 사람은 스트레스로 마비되고, 이때도 능력은 나아질 줄 모른다. 춤추는 쥐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들은 여키스-돗슨 곡선의 정점에 있을때 가장 잘 학습하고 능력을 발휘한다. 이때 우리는 도전 욕구를 느끼지만 압도당하지는 않는다. 곡선의 정점에서 우리는 몰입의 상태에 빠진다.

 

우리는 모두 정보 과부하의 부작용에 대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정보 저부하information underload도 그에 못지않게 인간의 심신을 나약하게 만들 수 있다.

 

“정신적 업무 부담이 줄어들면 그만큼 인간의 집중력도 쪼그라든다”

 

“자동화된 시스템이 작용할 때 저부하는 과부하보다 감지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에 어쩌면 훨씬 더 큰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자동화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일에 대한 부담을 지우고, 여키스-돗슨 곡선의 오른쪽으로 그들을 밀어 넣음으로써 사실상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추가적 부담을 가한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자동화의 역설automation paradox’이라고 말한다.

 

 

 

5장. 화이트칼라 컴퓨터의 등장

 전자의료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 :: 병원 진료 지원 업무 중 의료 기록 업무를 전산 처리하는 것. 의료 기록은 수작업 처리가 많은데, 종이 없는 기록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광디스크나 콤팩트디스크(CD)로 기록을 보관하는 방법에서 발전하여,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의 의료 기기에 컴퓨터가 내장되어 있으므로 주 시스템과 접속하여 기록, 보관하게 되었다. 전자 의료 기록으로 신속한 업무 처리와 인력 및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으며 기록의 신속한 전달과 활용이 가능하고 환자의 대기 시간 단축 등 서비스 향상의 효과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전자 의료 기록 [electronic medical record, 電子醫療記錄] (IT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동일 기종 또는 이 기종의 정보 시스템 기기 및 서비스 간 상호 원활한 통신이 가능하고, 정보 교환이나 일련의 처리를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는 특성)’

 

“더 발전된 시스템이나 특별한 건강 IT 구성요소들이 더 큰 혜택을 줄 거라는 암시적인 증거만이 존재할 뿐이다”

지금까지도 진료 기록의 자동화가 건강관리 관련 비용을 크게 줄여줬다거나 환자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상당히 개선해줬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강력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들이 진료 기록 자동화 경쟁을 통해서 얻은 혜택이 거의 없더라도 EMR 시스템을 지원해주는 기업들은 많은 이윤을 챙겼다.

 

예측과 상반된 부작용들

기술 기업들과 분석가들의 거창한 주장이 자극제가 되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들을 서둘러 도입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시스템 구입자들에게는 엄청난 실망감을 주는 반면, 시스템 판매자들에게는 상당한 이윤을 선사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의 예측은 항상 회의적으로 간주돼야 한다. 시뮬레이션은 단순화시킨 것이다. 따라서 시뮬레이션은 현실세계를 불완전하게만 복제할 뿐이며, 그 결과물은 간혹 창조자들의 편견을 반영한다.

 

의사, 간호사, 그리고 다른 보호자들은 수동 기록 방법을 자동 기록 방법으로 대체하겠지만 처방 방법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컴퓨터로 인한 자동화가 더욱 안전하고효율적으로 환자를 치료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치료 업무의 혼란으로 인해 생기는 역효과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상황을 훨씬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

 

프롬프트는 잊어버릴 수도 있는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줄 수 있으며,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의사가 중요한 검사 항목을 지나치지 않도록 막아줄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롬프트 역시 병원비를 부풀린다.

 

의사가 소프트웨어의 지시를 따르면 결국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은 시스템에 대한 판단을 더욱 늦추고 싶은 또 다른 동기가 된다.

 

자동화로 사람들의 행동과 일을 완성해가는 방식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동화가 어떻게 예측과 상반된 방식으로 결과를 바꿔놓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재활용되거나 복제되다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의사들은 표준 문안을 정기적으로 방문 환자의 진료 기록부에 “잘라서 붙인다”라고 말했다. 반면 그들이 진료 기록을 간호사가 받아 적게 하거나 직접 손으로 썼을 때는 “기록될 정보의 질과 특성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 의사들은 실제로 필기와 구술 과정이 “천천히 자신들이 말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경고 신호를 나타내는 일종의 “붉은 기red flag”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오래전 문서 작성 프로그램이 도입된 후 작가들의 글쓰기와 편집자들의 편집 방식이 바뀌었듯이 EMR 시스템들은 의사들의 기록 방법을 바꿔놓고 있다.

 

의사들이 환자 진료 기록을 작성하기 위해서 컴퓨터에 의존하면서 “환자들의 주요 호소 증상만 눈곱만큼 다를 뿐 그들의 모든 방문 기록이 단어 하나까지 거의 똑같았다”라고 말했다. 레빈슨은 “그러한 ‘복제 기록’은 임상학적 의미가 전혀 없으며, 환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도 못한다”라고 주장했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이런 식의 기록이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이 방법을 쓰게 됐다.

 

여러 연구 결과들을 보면 1차 의료 담당 의사들은 통상적으로 소프트웨어로부터 10번 경고를 받으면 9번 정도는 무시해버리면서 ‘경고 피로alert fatigue’라는 현상을 겪는다.

 

그들은 경고가 등장할 때마다 아주 빨리 무시해버려서 가끔 중요한 경고가 나타날 때조차 무시해버린다. 경고가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도 부질없어진것이다.

 

자동화는 환자의 방문을 간소화하고 유용한 정보를 저장해놓을 수 있지만, “조급하게 질문의 범위를 축소해버릴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환자의 운명이 몇 분 만에 결정될 수 있는 비상사태나 기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터졌을 때 의사들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직관력을 키우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한 급박한 순간에 의사들은체계적으로 또는 깊이 고민하면서 행동할 시간이 없다. 즉 그들은 정보를 수집해서 분석하거나 템플릿을 찾아보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가 없다. 이때 컴퓨터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 의사들은 진단과 치료법에 대해 사실상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들은 일단 행동해야 한다.

 

의사들의 사고 과정을 연구해온 인지과학자들은 전문의사들은 비상사태가 터질 때 의식적인 추론을 하거나 형식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때 의사들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확인한’ 후(종종 불과 몇 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효과적인 진단을 하기도 한다) 필요한 작업에 착수한다.

 

이런 재능은 직접적이고 순간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계속해서 연습해야 개발된다.

 

기계에 통합되는 숙련 기술

애덤 스미스는 전문화된 공장 노동이 어떻게 해서 근로자들을 탈숙련화시키게 되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국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항상 결과가 똑같거나 거의 똑같은 몇 가지의 단순한 작업을 하면서 한평생을 보내는 사람은 작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결코 일어나지 않는 어려움을 없애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내느라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 따라서 그는 자연스럽게 노력하는 습관을 상실하게 되고, 보통 인간이라는 피조물로서 최대한도로 멍청하고 무식해지기 마련이다.”

 

아렌트는 “업무 공정상 어떤 특정 순간이라도 손의 종복역할을 하는 기술 도구들과 달리 기계들은 노동자가 그들을 섬기고, 그들의 기계적 움직임에 맞춰 몸의 리듬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컴퓨터는 집행자enforcer이자 해방자emancipator가 됐다.

 

오늘날 근로자는 며칠 정도만 훈련이 필요한 일을 하면 그가 ‘기술’을 가진 것으로 간주될 정도로 기술에 대한 기준이 약해졌다. 따라서 이제는 몇 달 동안 받는 훈련은 몹시 까다로운 것으로 간주되고, 6개월이나 1년 정도의 학습 기간이 요구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같은 일은 경이로운 일로 간주될 정도다.

 

과거에는 일반적인 기술 견습 기간이 최소 4년이 걸렸고, 가끔 7년이 걸리기도 했다

 

기계들이 더욱 정교해질수록 사람들이 맡게 되는 일은 덜 정교해진다.

 

전동 수공구가 사용되는 자동화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만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다가 점점 더 복잡한 기계들이 등장하면서 근로자들이 고도로 자동화되고, 자기통제가 가능한 기계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밀링머신milling machine(다수의 절삭날을 가진 커터를 회전시켜 테이블 위에 설치한 공작물을 좌우, 상하, 전후로 이동하면서 절삭 가공하는 공작 기계)

 

 밀링머신 :: 프라이스반(盤)이라고도 한다. 적당한 밀링커터를 사용함으로써 평면절삭 ·홈절삭 ·절단 등 복잡한 절삭이 가능하며, 용도가 넓다.
밀링커터를 장치하여 회전운동을 하는 주축(主軸)과 가공물을 장치하여 이송하는 테이블이 있으며, 그 구조에 따라 니형(무릎형) ·베드형으로 분류한다. 또, 주축이 수평인 것을 수평형, 세로로 된 것을 직립형이라고 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니형으로, 주축은 컬럼의 상부에 수평으로 조립되고, 테이블과 새들을 얹은 니(무릎)가 상하로 활동(滑動)한다. 새들은 주축방향으로 움직이고, 새들 위의 테이블은 새들과 직각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구동용(驅動用) 전동기 ·전동장치 등은 컬럼 안에 조립되어 있다.
니가 없고 테이블은 베드 위를 왕복하기만 하는 것이 베드형이며, 이 중에서 강력한 절삭을 할 수 있고, 테이블이 미리 정해진 일정한 사이클로 운동하는 같은 제품의 대량생산에 적합한 것을 생산 밀링머신이라고 한다.
만능(萬能) 밀링머신은 수평 밀링머신의 테이블이 선회할 수 있는 형이다. 가공물을 임의의 각도로 분할절삭하거나 기어의 제작, 공구의 절삭 등에 사용된다.
직립 밀링머신은 주축머리가 세로 방향으로 장치되어 있어, 정면 밀링커터를 사용하여 평면절삭을 하는 데 편리할 뿐 아니라, 엔드밀 등의 커터로 홈의 절삭 ·측면절삭도 할 수 있다. 이 밖에 전용기(專用機)도 많으며, 공구 밀링머신 ·나사 밀링머신 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밀링머신 [milling machine]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고도로 복잡한 장비가 숙련된 조작자를 필요로 한다는생각이 반드시 사실은 아니다. ‘숙련된 기술’은 기계에 통합될 수 있다.

 

생각하는 기계에 밀려난 엘리트

“생각하는 기계가 등장하면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의사 결정 나무decision tree(여러 의사 결정 대안과 발생 가능한 사건 간의 주요한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도표)

 

 결정나무 :: 결정 나무는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이어가며 학습하고, 이를 통해 시각적이고 명시적인 방법으로 그 과정과 결정된 의사를 보여준다. 제시된 <그림>은 타이타닉호 탑승자의 생존 여부를 나타낸 결정 나무로 각각의 질문과 정답을 담은 박스를 노드(node)라고 한다. 가장 처음 주어지는 질문을 루트 노드(root node)라고 하며 맨 마지막 노드는 리프 노드(leaf node)가 된다. 잎(leaf node)은 클래스 라벨을 나타내고, 각각의 가지는 edge라고도 하는데 노드와 노드를 연결한다. 연속하는 값, 일반적으로 실수를 반환하는 것을 회귀나무(Regression Tree), 유한한 수의 값을 가지거나 범주형 결과를 반환하는 것을 분류나무(Classification Tree)라고 한다.
결정 나무의 학습은 입력된 데이터의 각 분할된 영역이 한 개의 타겟값을 가질 때까지 반복되는데, 타겟 하나로만 이루어진 리프 노드를 순수 노드(pure node)라고 부른다. 순수 노드로만 이루어진 트리는 훈련 세트의 정확도가 100%라는 뜻으로, 이처럼 트리를 만들 때 모든 리프 노드가 순수 노드가 되면 모델이 매우 복잡해지고 훈련 데이터에 과대적합 된다. 과대적합을 막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사전 가지치기(pre-pruning), 그리고 사후 가지치기(post-pruning 혹은 가지치기(pruning)) 방법이 있다. 먼저 사전 가지치기란, 트리 생성을 일찍 마치는 방법으로 트리의 최대 깊이나 리프의 최대 개수를 제한하거나 노드가 분할하기 위한 포인트의 최소 개수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후 가지치기는 트리를 만든 이후에 데이터 포인트가 적은 노드를 삭제하거나 병합하는 방식이다.
결정 트리의 장점은 만들어진 모델을 쉽게 시각화할 수 있어 알고리즘이 쉽고 직관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각 특성이 개별적으로 처리되어 전처리 과정이 필요 없고 특성 간의 상관관계가 많아도 모델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편, 결정 트리 모델은 과대적합 되는 경향이 있어 일반화 성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새로운 샘플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때는 배깅과 부스팅 등의 앙상블(ensemble) 방법을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결정 나무 (AI 용어사전)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EBM(세계에서 발표된 많은 임상 연구의 최신 정보에 근거해서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유익하고 해가 없다고 판단되는 치료법을 고르는 것)’

 

이렇게 말하면 야박한 것 같지만, 많은 의사들이 의사 결정 컴퓨터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인간 센서 역할을 하는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말은 반드시 틀린 건 아니다. 의사들은 환자를 진찰하고 전자 형식에 맞춰 데이터를 입력하지만, 컴퓨터가 진단 결과를 제안하고, 치료 방법을 권유하는 데 주도권을 쥘 것이다.

 

법률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수천 건의 과거 소송 사건들을 분석함으로써 승소 확률이 높은 재판 지역을 선택하거나 조정안 같은 재판 전략들을 제안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조만간 고위급 기소자, 즉 변호사의 경험과 통찰이 필요했던 여러 종류의 판단을 직접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2010년에 스탠퍼드 법대 교수들과 컴퓨터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인 렉스마키나Lex Machina는향후 발생할 일을 미리 알려준다. 이 회사는 15만 건이 넘는 지적재산권 사건이 들어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다양한 시나리오 하에서 특허 소송의 결과를 예측하는 컴퓨터 분석을 실시한다. 이때 법원, 재판장과 참여 변호사들, 소송 당사자들, 관련 소송 결과, 그리고 기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예측 알고리즘은 기업 임원들이 내리는 결정에도 예전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들은 채용, 임금, 승진에 대해 자동으로 결정하는 ‘인수 분석people analytics’ 소프트웨어에 매년 수십 억 달러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

사무용 복사기 제조회사인 제록스Xerox는 현재 5만 명의 콜센터 직원들을 뽑을 때 컴퓨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지원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약 30분 정도 인성 검사를 받으면, 채용 소프트웨어가 그들의 업무 수행 능력, 성실성, 이직 가능성 등을 판단해서 곧바로 점수를 매긴다.

 

경영자들은 점점 더 자신들이 소프트웨어의 부차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다.

 

2011년 초에 IBM의 슈퍼컴퓨터인 왓슨Watson이 유명 TV 퀴즈쇼인 〈제오파디Jeopardy!〉에 출연해서 쟁쟁한 ‘인간’ 경쟁자 두 명을 누르고 우승했을 때, 우리는 컴퓨터의 분석 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사실상 컴퓨터는 정답을 찾기 위해 광범위한 문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다음에 다양한 예측 경로를 통해 수행한 동시 작업으로 어떤 답이 가장 정답에 가까울지를 판단했다. 하지만 컴퓨터는 이 작업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했기 때문에 일반 상식, 말장난, 기억력이 포함된까다로운 테스트에서 정말로 똑똑한 사람들보다 더 빨리 정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튜닝이 상상만 하는 걸로 그쳤던 것을 지금의 엔지니어들은 만들어내고 있다. 재간이 직관을 대체하는 중이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가 우리의 정신운동 기술을 복제하고 실제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부합하거나 그것을 뛰어넘을 수있는 새로운 컴퓨터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왓슨은 우리의 인지적 기술을 모방하고 상징과 아이디어들로 가득 찬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부합하거나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 발견된 컴퓨터의 능력을 입증해주는 셈이다.

 

직관을 대체하지 못한 컴퓨터

생각의 결과물을 복제하는 것은 생각하는 게 아니다. 튜링이 스스로 강조했듯이 알고리즘은 결코 직관을 온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를 진정 똑똑하게 만드는 것은 문서들로부터 사실을 끌어내거나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로부터 통계적 패턴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물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토론토 대학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로봇 기술자인 헥터 레베스트hector Levesque는 사람들은 단번에 맞추지만 컴퓨터들은 그렇게 못하는 간단한 문제를 하나 제시했다.

문제|스티로폼으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커다란 공은 식탁에 부딪히자 박살났다. 커다란 공과 식탁 중에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것은 무엇인가?

 

컴퓨터는 자체 알고리즘에 갇혀 있다.

 

그들의 정확성은 놀라울 정도지만, 그것은 종종 협소한 시각 때문에 생긴 증세에 불과할 수가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가 잘못됐다는 걸 의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을 때조차 아무 생각 없이 우리가 실시한 분석 결과를 무작정 따르거나, 또는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데이터를 어느 정도 사실로 인정해버리는 위험에 빠진다”

 

대부분의 경우 미래는 예상대로 움직인다. 선례를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패턴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생기는 특이한 경우에 알고리즘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부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데이터 근본주의data fundamentalism(데이터 세트가 클수록 객관적 진실에 더 다가설 수 있다는 생각)’

 

“최고의 관행을 따르지 않아서 부작용이 생길 경우의 소송 위험 때문에 병원과 보험사들은 EBM을 따를 것을 지시한다. 이에 따를 경우 의사들은 아직까지 무작위 대조군 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를 통해서 평가된 적 없는 다른 치료 전략들을 시도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서 의학적 전문지식을 쌓아가는 일선 의사들이 새로운 탐구를 못 하고, 새로운 발견을 해보려는 욕구가 꺾인다면 과학적 발전은 더디게 될 것이다.”

 

우리가 확률에 대한 자동화된 계산을 우리의 전문적·사회적목적에 충분히 부합한다고 간주해버리면 설명을 찾으려는, 즉 지혜와 경이로움에 이르는 굽은 길을 따라 내려가는 모험에 나서려는 욕구와 동기를 상실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꺾어버릴 위험이 크다. 컴퓨터가 순식간에 ‘대답’을 뱉어낼 수 있는데 대체 무엇을 따지려고 하겠는가?

 

 

 

6장. 세상이 스크린에 갇히다

이누이트 족이 길 찾기에 능한 이유는 그들이 기술력(그들은 지도나 나침반 같은 도구들을 사용하지 않았다)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바람, 적설 패턴, 동물의 행동, 별, 조수, 기류 흐름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각知覺의 대가들이다.

 

개썰매 대신에 설상차雪上車를 타고 다니기 시작했던 이누이트 족 사냥꾼들은 길을 찾기 위해서 컴퓨터로 제작된 지도와 방향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이제 저렴한 GPS 수신기를 구입하면 이런 훈련을 받지 않아도 됐고, 수신기에 의존해 길을 찾아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안개가 자욱하면 사냥 여행을 할 수 없었는데, 이제 그들은 열악한 일부 기상여건에서도 사냥을 하러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GPS 기기를 사용하는 이누이트 족이 늘어나면서 사냥 도중 심각한 사고가 일어나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고는 종종 위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다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GPS 수신기가 고장이 나거나 배터리가 얼어붙을 경우, 강력한 길 찾기 기술을 개발한 적 없는 사냥꾼들은 아무런 특징이 없는 황무지에서 쉽게 길을 잃고,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 있다.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여전히 위험할 수 있다. 위성 지도상에 정교하게 그려진 경로들이 사냥꾼들을 터널 시야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 GPS 안내만 믿다가 그들은 노련한 사냥꾼이라면 미리 감을 잡고 피할 수 있었던 얇은 얼음이나 낭떠러지, 또는 다른 환경적 위험에 빠르게 노출될 것이다.

 

GPS, 여신의 등장

역사는 무엇보다도 자연 환경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즉 길을 잃거나, 두들겨 맞거나, 잡아먹히지 않고 더 길고 더 힘든 거리를 가로질러 갈 수 있는 새로운 창의적인 방법들을 발견하는 기록이다.

 

 아스트롤라베(astrolabe) :: 이 기계의 오랜 형은 고대 그리스시대에 만들어져서 이슬람 지역으로 전해졌는데 눈금을 매긴 금속고리와 조준기가 달린 지방규(指方規:방위를 가리키는 자)로 되어 있었다. 금세기에 들어와 개량된 것은 수은반(水銀盤)에 의하여 반사시킨 별빛과 천체로부터의 직접광을 60 °의 프리즘을 통하여 망원경에 받아들여 양쪽 별의 상(像)을 합치시키는 원리로 되어 있어 관측의 정밀도가 대단히 높다. 취급이 간편하고 정밀관측을 필요로 하는 목적을 위하여 특히 정밀하게 만들어진 것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스트롤라베 [astrolabe]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시진의時辰儀(해상에서 배의 경도를 측정하기 위해 발명된 고정밀도의 기계식 태엽시계)

 

 시진의 :: 경선의(經線嚴)라고도 한다. 영국의 해리슨이 1729년에 제 1호기를 발명했다. 1759년에 완성한 제 4호기는 영국의 포츠머스 군항에서 자마이카까지의 39일간의 항해 후의 오차가 불과 5초였다. 현재는 수정시계로 대체되었다. 진률에는 시간의 의미가 있으며, 의(嚴)에는 규준이 되는 기계라는 의미가 있다. 일반 시계에도 공식적인 정밀도 시험에 합격한 것을 크로노미터라 부르는 경우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진의 [時辰儀, chronometer] (천문학 작은사전, 2002. 6. 20., 「월간 하늘」 편집부)

 

도구들은 여행자들에게 주변 세상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즉 방향감각을 키우고, 사전 위험을 미리 예고해주고, 인근 주요 지형물들과 기타 방향 지시물들을알려주고, 대체적으로 낯익은 환경과 낯선 환경에서 모두 현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줄 목적으로 설계됐다.

 

그들은 인간의 그러한 개입을 덜어주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길 찾기의 자동화는 “현실세계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경험하는 과정을 제한한다.”

 

‘아웃소싱된 두뇌Outsourced Brain’

 

편리함의 대가는 ‘자율성’의 상실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지도를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지만(좋은 도구들은 언제나 그렇다), 정신적수고는 우리가 머릿속으로 장소에 대한 자체 인지적 지도를 생성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연구원들은 사람들의 길 찾기 감각은 지도가 가리키는 것과 같은 방향인 북쪽을 향할 때 가장 날카롭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종이 지도는 우리를 한 장소로부터 다른 장소로 안내해주고, 우리에게 공간에 대한 사고방식을 가르쳐준다.

 

GPS 기기는 특정 지역에서 우리의 위치가 어딘지 고민하게 만들기보다는 우리를 지도의 중심에 놓고서 세상이 우리 주위에서 돌아가게 만든다. 코페르니쿠스 시대 이전에 우주를 우습게 패러디해놓은 것 같은 세상의 축소 모형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현재 위치나 지금까지 자신이 있었던 장소나 나아갈 방향을 모르고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

 

‘부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칵테일 파티 효과 :: 파티장의 시끄러운 주변 소음과 대화 속에서도 대화를 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지각하여 집중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칵테일 효과는 수용자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 받아들이는 현상을 칭하며, 이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 및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에 의해 이루어진다.
선택적 주의 및 선택적 지각
선택적 주의 및 선택적 지각은 정보 처리 용량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며, 따라서 우리는 한 순간에는 하나의 제한된 현상만을 의식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윌슨(Wilson)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오감은 초당 1천1백만 비트의 정보를 수용하지만, 그 중에서 의식적으로 처리되는 정보는 40비트에 불과하다. 율릭 나이서와 다니엘 서보니(Ulric Neisser & Daniel Cervone)는 우리가 우리에게 제공되는 청각 및 시각 자극 배열에서 단지 소수만을 선택하여 처리한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밝혔다.
실험
이들은 사람들에게 검은 셔츠를 입은 세 사람과 흰 셔츠를 입은 세 사람이 공을 주고 받는 1분 가량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검은 셔츠를 입은 사람이 공을 패스할 때마다 단추를 누르도록 하였다. 영상의 중간 중간 공을 주고 받는 사람들 사이로 우산을 든 젊은 여성이 지나가는 모습이 나타났으나, 실험 참가자들은 검은 셔츠를 입은 사람들에게만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에 여자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다니엘 시몬스와 크리스토퍼 샤브리(Daniel Simons & Christopher Chabris)의 실험 역시 유사한 현상을 보여준다. 이들은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 고릴라 복장을 입은 사람을 투입한 뒤, 약 10초 동안 멈추어 서서 가슴을 마구 두드리게 하였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절반은 공을 주고 받는 장면에만 집중하여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부주의적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현상을 보였다.
경향
칵테일 효과를 비롯한 선택적 주의는 여러 방면에 걸쳐 나타난다. 우리는 익숙한 일에는 의식적으로 집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 집중을 하지 않는 반면, 두드러진 단서나 생존과 관련된 정보에는 의식적으로 정보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칵테일 파티 효과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서 운전자들은 ‘길 찾기 능력’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을 시각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능력도 손상됐다.

 

길을 잃어버린다는 것

“길을 찾는 감각을 잃어버리는 걸 누가 신경 쓴단 말인가?”다. 목적지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길 찾기 감각을 유지하고 있건, 기계에 줘버리건 대체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우리는 결국 지구의 피조물들이다. 우리는 컴퓨터 스크린에 뜬 가느다란 파란 선을 따라 이어져 있는 추상적인 점들이 아니다. 실제 장소에 존재하는 실제 몸을 가진 실제 존재들이다.

 

아무리 모호하고 진부하더라도 그런 비유적 표현은 ‘우리는 누구인가’나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우리가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문제와 얽혀 있다. 우리는 적어도 뭔가 중요한 걸 포기하지 않고서는 ‘자아self’를 그 주변 환경과 분리할 수 없다.

 

“우리를 멍한 느낌을 받는 행복감으로 가득 채워줄지 모른다.” 하지만 GPS 기기에 지나치게 자주 의존하면, 우리는 주위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을 우리의 일부로 만들면서 얻게 되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도보 이동은 이 세상에서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방식이다. 도보 여행자는 주변 환경과 그 느낌과 특징에 심취하고 동화되면서 행동과 지각이 긴밀하게 결합된 움직임을 경험한다. 도보 여행은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 내지는 자기 재생의 과정이 된다. 반면에 차량 여행은 본래부터 목적지 도달이 목적이다. 이는 생활하면서 경험하는 발견 과정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사람들과 상품들을 온전히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건네주는 것에 불과하다. 차량 여행자는 실제로 어떤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그는 몸소 승객이 되어 이동된다.”

 

도보 여행은 차량 여행에 비해서 더 골치 아프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자동화의 공략 목표가 되었다. 구글의 맵핑 전담 부서의 임원인 마이클 존스Michael Jones는 “구글 맵이 깔린 휴대폰을 갖고 있으면 지구 위 어디라도 돌아다니면서 구글이 안전하고 편하게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방향을 알려줄 거라고 자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이제는 누구도 다시는 길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받을 필요가 없다”라고 선언했다.

 

사람들의 삶에서 ‘마찰’을 제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사용에 집착하는 실리콘밸리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 선언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볼수록 절대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영원히 위치 감각의 상실 상태에서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현재 위치를 모르고 있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 현재 위치를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시 말해 휴대폰과 애플리케이션의 보호 속에서 늘그들에게 의존하는 상태로 살아간다는 걸 뜻한다.

 

여러 가지 문제들은 우리의 삶에서 마찰을 일으킨다. 하지만 마찰은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을 더 온전히 지각하고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촉매제 구실도 한다.

 

“어떤 수단을 써서건 장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탐색을 회피할 때 우리는 그곳에 거주하고,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말로 그곳 어딘가에 존재하려는 기회를 배제해버리고만다”

 

뉴런들은 장소의 위치를 기억하는 것으로, 뇌가 어떤 지역의 위치를 표시할 때 사용하는 표지판으로 간주된다. 도심 광장이건 이웃집 부엌이건 상관없이 당신이 새로운 장소에 들어갈 때마다 그 장소는 머릿속에서 장소 세포들을 갖고 신속히 설계된다. 오키프의 설명대로 이 세포들은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신호를 포함한 다양한 감각적 신호에 의해서 활성화되고, “각 세포는 동물이 특정한 환경에 처해 있을 때 지각될 수있다.”

 

추측 항법dead reckoning(위치를 알고 있는 출발점에서 현재 위치까지의 여행 거리 및 방향을 계산해 현재의 위치를 추적하는 위치 추적 기술)

 

 추측항법 :: 가장 최근에 구한 정확한 선위를 기초로 선박의 침로와 항정에 의하여 현재의 선위를 추측 및 추정하거나 또는 출발지와 목적지의 경 · 위도를 알고 앞으로 취해야 할 침로 및 항정을 구하는 항법을 추측 항법이라고 한다. 선박이 항행 중에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선박의 현재 위치이다. 선박의 실측 위치를 얻을 수 없을 때에는, 가장 최근에 실제로 관측하여 구한 실측 위치를 기준으로 하여 그 후에 조타한 진침로와 선속 또는 기관의 회전수로 구한 항정에 의하여 선위를 결정하는 것을 선위의 추측이라 하고, 이와 같이 하여 결정된 선위를 추측위치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추측항법 [dead reckoning sailing, 推測航法] (선박항해용어사전, 공길영)

 

뇌의 길 찾기 감각(공간상 움직임을 계획하고 기록하는 고대의 섬세한방법)은 모든 기억의 진화로 만들어진 한 벌의 활자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고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봤을 때 가장 강력한 기억술 중 하나는 사항들이나 사실들에 대한 심상(心象)을 건물이나 도시 같은 상상의 장소에 가져다두는 것이다. 기억은 상상 속에서라도 실제 장소들과 같이 연상될 때 더 쉽게 상기된다.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의 가장 초기에 나타나면서 심신을 제일 약화시키는 증세 중에 하나는 해마와 내후각 상태의 악화와 그로 인한 장소에 대한 기억 상실이다.

 

사람들은 사실상 운동을 통해서 근육의 양을 늘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해마에 회백질을 늘릴 수 있다(이는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에게서 발견된 현상이다). 하지만 그들이 단순히 ‘로봇처럼’ 턴바이턴 방식을 따를 때는 “해마를 자극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기억을 더 쉽게 잃어버리게 될 수 있다.”

 

“많은 면에서 사회는 해마의 크기가 줄어드는 데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향후 20년 내에 치매 발생 시기가 점점 더 앞당겨질 것으로 생각한다”

 

 아이비콘(iBeacon) :: 아이비컨은 iOS7과 함께 도입한 기술로 블루투스 저전력 기술(BLE: Bluetooth Low Energy)을 활용한 근거리 데이터통신기술이다. ‘비컨’을 활용하는 애플의 근거리 통신 규격이 아이비컨인데, 비컨의 기본은 대상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기존 근거리무선통신기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는 10cm 이내에서 비접촉식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아이비컨은 최대 49m까지 거리를 감지할 수 있고 오차범위가 5cm 정도 수준으로 정확한 위치측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50m 안에 들어온 특정 기기의 정보를 잡아내 광고나 행사 정보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2013년 선보인 애플 아이비컨은 미국 메이저리그와 어도비 등이 마케팅에 이용 중인데, 위치기반서비스에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이비컨은 또 노선버스가 현재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도 쓰인다. 노선마다 특정 포스트를 세워놓으면 그 범위를 지나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현재 버스가 도로 어디쯤 있는지를 파악해 다음 버스의 도착시각을 예측하고, 버스 내부에서는 다음 정류장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안내 방송을 자동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아이비컨을 NFC를 대신하는 애플의 결제 시스템으로 알기 쉬운데, 사실 결제는 아이비컨 쓰임새의 일부일 뿐, 실제로는 지리 및 공간정보 분야에 주로 쓰인다. 예컨대, 지하상가처럼 복잡하고 꼬불꼬불한 길 구조와 거기가 거기 같은 골목길, 수백 개의 상가들 속에서 내가 원하는 곳을 딱 찾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지하에서는 GPS가 잘 잡히지 않고 무선랜을 통해 대략의 위치를 파악하더라도 정확도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비컨을 이용하면 곳곳에 세워진 포스트를 마치 GPS 위성처럼 파악해 실내에서도 위치를 잡고 지도에 표시할 수도 있다. 수신기로 보통 5cm부터 50m까지 거리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상가 매장마다 설치해두면 더 정확하게 개별 위치를 인지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이비컨 [iBeacon] (ICT 시사상식 2015, 2014.12.31)

 

영국의 낭만파 시인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의 시구를 인용해서 말하자면, 우리는 “바위, 돌, 나무와 함께 지구의 자전 행로를 돌면서” 만들어졌다.

길 찾기의 자동화는 우리를 만들어준 환경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멀리 떨어뜨린다. 그것은 우리가 실제 장소에 있는 실제 물건에 집중하기보다는 컴퓨터 스크린에 등장하는 부호들을 관찰하고 조작할 것을 권유한다. 우리가 단조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노동이 사실은 우리의 건강과 행복과 안녕에 필수적인 것으로 드러날지 모른다. 따라서 “길을 찾는 감각을 잃어버리는 걸 누가 신경이나 쓴단 말인가?”라는 말은 적절한 질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자문해봐야 하는 질문은 “당신은 이 세상으로부터 얼마나 물러나 있기를 바라는가?”다.

 

창조적 컴퓨터에 매료된 예술가들

 스케치패드(Sketchpad) :: 가시 표시 장치(VDU:visual display unit)의 스크린 상에 표시되는 화상이나 텍스트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 일종의 작업용 기억 장치. 조작자는 이곳을 작업 영역으로 하여 정보를 변경하거나 추가, 삭제하거나 하여 스크린 상의 스케치를 쉽게 변경, 가제(加除)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스크린 표시를 고정적인 기억 장치에 써넣기 전의 잠정 작업에 쓰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스케치 패드 [sketch pad] (전자용어사전, 1995. 3. 1., 월간전자기술 편집위원회)

 

스케치패드는 줄여서 CAD라고도 불리는컴퓨터이용설계computer-aided design 개발의 단초가 되었다.

 

 CAD :: 마이크로칩의 기술 진보로 컴퓨터로 제품이나 빌딩 설계도를 정밀하게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CAD(Computer Aided Design)는 거의 모든 산업의 디자인 과정을 완전히 변화시켜 제품 디자인의 계획, 수정, 최적화를 더욱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패트릭 한라티 박사가 프론토라고 불린 시스템 설계를 도와주던 해인 1950년대 후반 CAD 시스템의 초기 개발이 시작되었다. 프론토는 수치 프로그래밍 도구와 DAC(Design Automated by Computer)시스템을 선도한 최초의 시스템으로,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허용한 최초의 컴퓨터 그래픽 패키지 CAD 시스템 개발 착수에 도움이 되었다.
1963년 이반 서덜랜드(1938년 출생)가 스케치패드를 공개하면서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은 전환기를 맞이하였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교에서 개발한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램인 스케치패드를 사용하면 사용자가 컴퓨터 화면에 ‘라이트 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또한 그려진 사물을 편집, 확대하고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서덜랜드의 시스템은 수많은 CAD 시스템 중 최초라고 할 수 있으며 CAD 산업 발전의 시발점이었다. 1960년대 말경 최초의 대규모 상업적 응용프로그램 개발이 어느 정도 진척되기 시작하였다. CAD 시스템 기술은 컴퓨터 성능의 향상과 더불어 계속해서 발전하였으며 1980년대 산업 표준인 ‘오토캐드’가 출시되었고 곧이어 3D 디자인 소프트웨어인 파라솔리드와 ACIS가 출시되었다. 파라솔리드와 ACIS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CAD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 2010. 1. 20., 잭 챌리너)

 

 퐁피두센터(Pompidou Center) :: 프랑스 파리 제4구에 위치한 복합문화센터로 1977년 개관하였다. 1969년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이 당시 공터였던 플라토 보부르(Plateau Beaubourg)를 근현대미술관과 공공도서관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자 설립을 추진하였다. 국제 건축 공모전을 통한 681개의 경쟁 도안 중 1971년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당시 무명이었던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와 지안프랑코 프란치니(Gianfranco Franchini) 3인의 건축가가 협동하여 디자인한 도안이 선정되었다. 15,000톤의 강철과 11,000㎡의 유리가 사용되어 1977년 완공된 퐁피두 센터 건물은 건축 역사상 최초로 도입한 노출 구조의 건축물로 수도관, 냉난방 시설, 전기, 안전 및 이동 시설 등의 건축 구조물이 각각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 빨강색으로 구분되어 모두 외부로 드러나 있다. 연면적 103,305㎡ 규모의 건물 내부에는 공공 도서관과 국립근대미술관(Musée National d'Art Moderne), 음향·음악 연구소(Institut de Recherche et Coordination Acoustique/Musique) 등이 위치해 있다. 퐁피두 센터 외부의 스트라빈스키 광장에는 1983년 조각가 장 팅글리(Jean Tinguely)와 니키 드 생 팔(Niki de Saint Phalle)이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16개 조각 작품으로 이루어진 스트라빈스키 분수(La Fontaine Stravinsky)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퐁피두 센터 [Centre Pompidou]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렌조 피아노Renzo Piano는 “건축은 예술과 인류학, 사회와 과학과 기술과 역사 사이의 가장자리에 있다”라면서 “가끔 건축은 인도주의적이기도 하고, 또 가끔은 물질주의적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전 영국 총리는 “우리가 건물들을 만들면, 훗날 우리의 건물들이 우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젊은 건축가들이 컴퓨터 제도製圖와 모형 제작에 점점 더 익숙해지면서 CAD 소프트웨어는 ‘디자인을 계획으로 바꿔주는 도구’에서 ‘디자인 자체를 생산하는 도구’로 바뀌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parametric design) :: [AutoCAD 및 FA 용어] 제품 또는 그 부분에 대하여 모양을 유형화하고, 치수 등을 파라미터로 부여함으로써, 컴퓨터 내부의 모델을 간단히 만드는 설계 방법.
[네이버 지식백과] 파라메트릭 디자인[parametric design] (도해 기계용어사전)

 

 스크립트(script) ::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닌 언어로 작성한 짧은 프로그램이나 명령어들을 의미한다. 컴파일러로 작성된 C나 C++와 같은 언어들에 비해 제한된 능력을 지니고 실행속도도 느리지만 프로그램을 쉽고 빠르게 작성할 수 있다. 주로 제한된 능력을 가진 프로그램이나 컴파일된 기존 프로그램과 연결하여 재사용되는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데 적당하다. 용도가 유용하여 기능이 꾸준히 업그레이드되고 있으며, 새로운 것도 계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유닉스 중심의 펄(PERL)과 넷스케이프의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마이크로소프트의 VBSscript 등이 유명하며, IBM의 REE와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Tcl/Tk 등도 잘 알려져 있다. 웹클라이언트와 웹서버 환경에서 보면 펄은 웹서버에서, 자바스크립트는 클라이언트에서, VBSscript는 서버와 클라이언트에서 동시에 실행된다.
이 가운데 자바스크립트는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가 1996년 개발한 자바의 기능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프로그래밍을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게 해 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3.0에서도 지원되어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이다. VBSscript는 자바스크립트와 유사한 언어로 인터넷 환경에서 동작할 수 있게 설계된 것이다. 비주얼베이식 계열의 프로그래밍 언어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작동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스크립트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급강하하고, 구부러지고, 비틀린 디지털디자인들이 매혹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들은 종종 컴퓨터가 생성해준 그들만의 현실 외의 다른 어떤 세상과도 단절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파라메트리시즘은 모더니즘 이후 새롭게 탄생한 위대한 스타일이다”

 

“컴퓨터 덕분에 지어진 세상의 구조들은 조만간 움직이는 액체를 닮은 ‘퍼져나가는 물결, 얇은 조각으로 된 흐름, 그리고 상승하는 회오리’로 이루어질 것이며, 건물들이 역동적으로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인간의 신체와 함께 떠다니는 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실은 컴퓨터가 아주 똑똑해지고 있기 때문에 버튼 하나만 누르면 라틴아메리카의 차차차를 연주하다가 곧바로 쿠바의 룸바를 연주하는 피아노와 비슷해지는 것 같다. 연주는 아주 엉망일지 모르지만, 그런 연주를 듣는 사람은 자기가 위대한 피아노 연주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제 건축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당신은 버튼을 누르면 무엇이나 지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자리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하지만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생각이다. 또한 건축은 어떤 면에서 뜸을 들이며 해야 하는 작업이다.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 컴퓨터의 단점은 모든 걸 너무 빨리 돌아가게 만든다는 데 있다.”

 

“컴퓨터의 무시무시한 생산성에는 대가가 따른다. 즉 키보드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늘어나지만,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창의성이 잘려진 손

드로잉은 단지 생각의 표현 방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이다.

 

손과 몸과 마음 사이에 서로 왔다 갔다 주고받는 소통을 통해서 아이디어가 모양새를 갖추면, 창조적인 불꽃이 상상으로부터 천천히 세상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드로잉은 뇌만큼 손에 의존하고, 머리만큼 많은 촉각을 이용한다. 드로잉은 머릿속에 감춰져 있는 암묵지의 저장고를 여는 수단처럼 보인다.

 

컴퓨터는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도구들 중의 도구tool of tools’라는 인상적인 표현을 써가며 불렀던 손의 개입을 줄이면서 작업의 인체 중심주의physicality를 제한하고, 건축가의 지각 범위를 축소한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특정 루틴의 성격을 띠며, 그로 인해서 특정한 방식으로 하는 작업을 더 쉽게만들고, 다른 방식으로 하는 작업을 더 어렵게 만든다.

 

디자이너나 장인이(또는 이와 관련된 다른 누구라도) 프로그램에 의존할 때마다 그는 프로그램 제작자의 선입관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소프트웨어가 할 수 있는 일을 중요시하고, 할 수 없는 일을 중시하지 않거나, 관련이 없거나 아니면 그냥 상상할 수 없는 일 정도로 폄하해버린다. 만일 컴퓨터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디자이너는 그의 직업 세계에서 밀려날 위험이 있다.

 

“1980년대의 건축학 저널들을 살펴보면 개별 건축가의 솜씨가 느껴진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소프트웨어의 기능만 보게 될 뿐이다. 따라서 최종 건물에서 기술이 한 역할만 읽을 수 있다”

 

창조적 직업에서 서서히 커지고 있는 위험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컴퓨터의 초인간적 속도와 정확성과 효율성에 매료되어 결국 자동화된 방식이 최고라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소프트웨어 때문에 잃어버리는 게 있다는 사실을 개의치 않고 받아들일 것이다. 약간만 저항하고 거부했어도 자신의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그들은 최소한만 저항해도 되는 길을 따라 달려 내려갈 것이다.

 

생각은 몸과 분리될 수 없다

“구두끈을 제대로 알려면 묶어봐야 한다”

 

“생각과 행동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지적으로 세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지는 그 안에서 직접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에게 가능한 가장 심오한 형태의 이해는 단순한 지각적 인식이 아니라 사물을 다루고, 사용하고, 돌보는 일이며, 이런 식의 일에서도 ‘지식’을 구할 수 있다”

 

다른 동물들에게 사실인 게 우리에게도 사실이다. 즉 생각은 두개골 속에 봉합되어 있지 않고 몸 전체를 통해서 확대된다. 우리는 머리로뿐만 아니라 눈과 귀, 코와 입, 팔다리와 몸통을 갖고 생각한다. 그리고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도구들을 사용할 때도 우리는 도구들과 같이 생각한다. 1916년에 미국의 철학자이자 사회개혁가인 존 듀이John Dewey는 “사고하거나 지식을 얻는 행위는 종종 그럴 것이라고 여겨지는, 안락의자에서 할 수 있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라면서 “손과 발, 온갖 종류의 기구와 장치들이 뇌의 변화만큼이나생각의 일부다”라고 말했다. 행동하는 건 생각하는 것이고, 생각하는 건 행동하는 것이다.

 

 이원론 :: 한 체계 안에 본질적인 두 상태 혹은 두 부분이 있고, 이 요소들은 서로 독립적이기에 다른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철학적 입장을 말한다.
‘일(一)’과 ‘다(多)’의 대립이라는 전통적인 철학 문제에 있어서 형이상학적으로 유일하고 궁극적인 존재·원리·개념·방법 등을 생각하는 입장인 일원론, 그리고 두 개 이상의 궁극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다원론에 대립하여, 이원론은 이항 대립 관계를 중심으로 삼는 철학적 입장이다. 도덕에서는 선과 악, 빛과 어두움의 대립을 세계의 기본적인 구성 원리로 보는 조로아스터교, 인식론에서는 현상 세계와 물자체(物自體)의 존재를 동시에 인정하는 입장인 임마누엘 칸트가 대표적이다. 심리철학에서는 르네 데카르트가 주장한 심신이원론이 이원론의 중요한 문제로 알려져 있다.
역사
플라톤은 《파이돈》에서 육체와 영혼의 이원론을 주장하였다. 이 세계가 가능한 것은 참되고 영원한 형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이 형상이 보편자의 역할을 맡기에 영혼으로 하여금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영혼은 형상의 불완전한 모상인 육체에 갇혀 있기에, 완전하며 궁극적인 형상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 한계를 마주하여 육체를 지속적으로 벗어나려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질들의 본질이나 성질이 곧 형상이며 이 형상은 물질 안에 이미 속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는 영혼을 육체의 성질로 여겼기 때문에 일원론적 물질주의자로 여겨질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원론자로 생각되어지는 부분은 바로 그가 영혼의 이성적인 부분을 강조한 점이다. 눈이 물질적인 본성으로 인해 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빛에는 예민한 것과 같이, 영혼의 이성적인 부분은 물질적인 것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물질적인 본성이 없다. 영혼에는 물질적인 한계가 존재하지 않기에 모든 비물질적인 형상을 이해할 수 있고, 이에 영혼의 이성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부분이 이원론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
실체 이원론자였던 데카르트의 《성찰》에 의하면 근본적이고 또 더 이상 나눠질 수 없는 다른 두 가지의 독립된 실체, 곧 마음과 몸이 인간을 구성한다. 마음은 사유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몸은 부피를 가지고 있어 공간을 차지하는 연장(extension)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두 개체가 서로 본질적으로 다른 실체임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이 서로 인과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유는 송과선의 존재 덕분이다. 영혼은 공간을 차지하는 실체가 아니기에 공간을 점유하는 몸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려면 동물의 영혼이 매개체로 작용해야만 하기에, 이 동물 영혼은 영혼의 자리인 송과선(Pineal Gland)에 거주하며 상호 작용을 돕는다.데카르트는 의심하며 사유하는 행위를 통해 사유하는 자의 정신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논증하였다. 인간이 몸을 가진다는 사실은 의심될 수 있는 오성이나 쉽게 속여질 수 있는 오감을 통해 간접적인 지식으로 인간에게 이해되는 반면, 인간이 사유하는 정신을 가진다는 사실은 지금 당장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는 바로 본인, 즉 스스로의 존재를 생각하고 있는 나로부터 직접적인 지식이 되어 이해된다.
현대의 논의
도널드 데이비슨, 리처드 로티, 그리고 윌프리드 셀러스와 같은 현대 철학자들은 실체 이원론을 거부하는 반면 성질 이원론은 인정한다. 이들은 실체의 궁극적인 본질에 대해서는 일원론적인 입장이나 형이상학적인 논의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표방하지 않는 정적주의(quietism)을 택하는 반면, 물질적인 성질과 정신적인 성질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 두 성질이 서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라 주장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원론 [Dualism, 二元論]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의식이 하는 일은 대부분 무의식의 그늘 속에서 행해지고, 우리는 의식이 우리 자신에게 열어주는 작지만 밝게 켜진 창문에 대해서만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당신의 몸과 그 몸이 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할 때 당신은 우반구 외면에 있는 전두엽 전부前部와 체벽體壁 부분을 사용한다. 당신이 마음에 대해서 생각할 때는 그보다는 두 반구가 서로 접하는 뇌의 중간 부분에 있는 다른 전부와 체벽 부분을 사용한다.” 뇌의 여러 상이한 부분들이 경험을 처리할 때,의식은 그런 경험들을 서로 다른 범주에 속한 것들로 해석한다.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 심리철학 용어로, 인지를 할 때에 오직 뇌뿐만이 아니라 온 몸이 사용되어, 몸을 통해 느끼고 경험한 감각이 인지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말한다.
“딱딱한 사람” 혹은 “가벼운 인간”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 우리는 몸으로 느끼는 온도나 무게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대표적인 체화된 인지의 예시로, 내가 무엇인가를 인지하고 알게 된다는 것은 내 모든 몸을 사용하여 대상을 경험한 느낌을 통하는 것이다.
역사
플라톤으로부터 비롯된 이원론적 사고는 몸과 마음을 독립된 개체로 구별하여, 철학자들로 하여금 신체는 열등하기에 마음은 몸에 대하여 우위를 차지한다고 생각하게 하였다. 르네 데카르트 역시 마찬가지로 실체이원론을 받아들여, 신체에서 느끼는 지각과 순수 정신작용의 결과인 관념을 이원론적으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전통에서 인지심리학 분야 중 하나인 인지적 정보처리이론 역시 인간의 정신적 사고과정과 신체의 감각을 구별하였고, 신체의 감각은 감각정보를 수용하는 국한된 역할을 하였다.
이와 반대로 바뤼흐 스피노자와 같이 신체와 정신이 하나이며 신체와 정신이란 단순히 동일한 실체의 서로 다른 두 양상일 뿐이라는 심신일원론을 주장하는 전통에서,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지각의 현상학'이 등장하였다. 체화된 인지 이론은 이러한 심신일원론적 입장 아래, 정신과 사고가 감각적인 신체 행위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신체가 속한 물리적 환경 전체에 어떻게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는지의 여부가 사고와 인지과정에 인과적인 영향을 미치고 정신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은 인간의 정보처리과정이 작업기억과 장기기억의 상호처리과정뿐만 아니라 신체 전체와도 관련을 맺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체화된 인지 이론을 지지하고 있다.
체화된 마음 논제
체화된 인지 이론을 대표적으로 지지하는 미국 심리철학자 로렌스 샤피로(Lawrence Shapiro)는 체화된 마음 논제(Embodied Mind Thesis)를 통해, 마음의 성질로부터 몸의 성질을 예측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분리 논제(separability thesis)를 공격한다. 그에 의하면 우리의 심리적 과정들은 신체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완전하며, 지각을 한다는 것은 몸의 구조들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이에 의존하는 것이다.
신체의 내장이나 근골격의 체계와 상태는 지각, 기억 및 주의력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눈이 두 개이기 때문에 뇌가 시각적 깊이를 인지하기 위해서 두 눈이 제공하는 서로 다른 정보를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인간이 세 개의 눈을 가졌거나 눈과 눈 사이의 거리가 더 멀거나 가까웠더라면 뇌가 시각적 깊이를 처리하는 인지 과정 역시 달랐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몸을 가지지 않은 유기체는 당연히 비인간적 시각이나 청각적인 심리 과정을 가진다.
해당 논제는 심리철학에서 심신동일론을 반박하는 데 사용되는 복수실현가능성 논제(multiple realizability thesis), 곧 마음이란 인간 몸에서만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영장류의 몸과 같은 '다른 몸'에서도 실현될 수 있다는 주장과 대립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체화된 인지 [Embodied Cognition]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뇌와 몸은 같은 물질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작동 방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차원을 훨씬 더 넘어설 정도로 서로 얽혀 있다

 

‘사고’를 구성하는 생물학적 과정들은 두개골 내 신경의 계산으로뿐만 아니라 전체 몸의 행동과 감각적 지각으로부터 나타난다. 체화된 인지에 대해 광범위한 주제로 글을 썼던 에든버러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앤디 클라크Andy Clark는 “예를 들어 우리가 말하면서 하는 몸동작들이 뇌가 받는 인지적 부담을 줄여주고, 다리의 근육과 힘줄 시스템의 신체 역학은 통제된 걸음걸이의 문제를 단순화시킨다는 걸 보여주는 훌륭한 증거가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눈의 망막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뇌에 원元 데이터를 보내는 수동적인 감지기관이 아니다. 눈은 그 자체로 지능을 갖고 있다. 심지어 우리의 사색 활동에도 몸의 감지와 이동 시스템이 개입되는 것 같다. 우리가 여러 가지 대상이나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추상적 내지 형이상학적으로 생각할 때(예를 들어 나무가치나 돌풍), 우리는 사물에 대한신체적 경험을 머릿속으로 재현하거나 모의실험을 한다.55 클라크는 “우리 같은 피조물들에게 몸, 세상, 그리고 행동은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규정하기 힘든 것을 공동으로 만드는 건축가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더 이상 우리의 생각을 몸에서 분리할 수 없듯이 우리는 우리의 몸을 낳아준 세상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다

 

우리의 몸과 뇌는 주변 환경에 맞춰서 도구와 다른 인공물들을 우리의 생각 과정으로 들여와서, 사물을 신경학상으로 우리 자아의 일부처럼 간주한다. 당신이 지팡이를 들고 걷거나, 망치를 들고 일하거나, 칼을 갖고 싸운다면, 당신의 뇌는 그 도구를 몸의 뉴런 지도로 통합시킬 것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아이러니 중에 하나는, 과학자들이 신체적 행동과 감각 인식이 우리의 생각과 기억, 기술 발달에 어떤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더 많이 알아낼수록 우리는 이 세상에서 행동하는 데는 시간을 덜 쓰고 컴퓨터 스크린이라는 추상적인 매체를 통해서 생활하고 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에 감각적인 제약을 가하면서 우리 자신을 분리시키고 있다. 우리는 일반 용도의 컴퓨터로 우리가 도구를 갖고 일할 때 느끼는 신체적 즐거움을 앗아가는 도구를 고안했다.

 

우리 자신의 뇌에게 속아서 우리는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거나, 적어도 필수적인 걸 희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장소를 이동하거나 건물을 짓거나 다른 종류의 사색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스크립트에 의존하면서 말이다.

 

 

 

7장. 누구를 위한 자동화인가

“자동조종장치로 알려진 컴퓨터로 인해 자동화된 뇌는 아무 도움 없이 787기를 조종할 수 있지만, 우리는 자동조종장치에서 일어날지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조종석에 인간 조종사들을 배치하는 비합리적인 짓거리를 하고 있다.”

 

불완전한 자동화 문제의 해결책은 완전한 자동화라는 주장이다.

 

이런 생각은 유혹적이긴 하지만 지극히 단순한 생각이기도 하다. 기계들은 그들의 제조자들이 가진 불완전성fallibility을 공유한다.

 

여객기의 모든 엔진이 작동을 멈추는 일은 좀처럼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종사들이 기계의 오작동, 자동조종장치의 고장, 악천후, 그리고 기타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부터 비행기를 구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구글의 프리우스를 사람이 운전하는 동안 일어났던 사고는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우리는 구글 자동차와 다른 자동화된 실험용 차들에 탄 보조 운전사들이 컴퓨터가 취할 수 없는 조치들을 취하기 위해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시간들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정책상 구글은 주택가에서는 사람들이 직접 자사의 자동차를 운전하게 한다. 또한 구글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러 가고자 하는 어떤 직원이라도 비상 운전 기술과 관련된 엄격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무인 자동차가 이름만큼 무인으로 달리지는 못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프로토콜network protocol(컴퓨터 간의 메시지 흐름을 통제하는 기본적인 절차나 규칙)

 

시스템은 과학자들이 말하는 ‘종속 고장cascading failure’이라는 것에 취약하다. 종속 고장은 여러 부품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에서 어느 한 부품이 고장날 경우 연쇄적으로 다른 부품도 고장 나는 것을 말한다.

 

모든 부분들이 아무 문제없이 작동할 수도 있겠지만, 사소한 오류나 시스템 디자인 상의 실수(소프트웨어 코드의 수십 만 개 선에 숨겨져 있을지 모를 작은 결함)조차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월 가 최대의 증권 중개업체인 나이트캐피탈그룹Knight Capital Group은 자동 주식 매매 프로그램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최첨단 프로그램에는 테스트 기간 동안에는 감지가 안 됐던 오류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곧바로 공인되지 않은 얼토당토않은 주문들을 쏟아냈고, 매초마다 26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거래했다. 나이트의 수학자들과컴퓨터 과학자들이 문제의 원인을 밝혀서 프로그램을 중단하기까지 45분 동안에 이 프로그램은 70억 달러어치의 잘못된 거래를 수행했다. 나이트는 5억 달러 가까운 손실을 입으면서 파산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

 

물론 기술 성능은 개선된다. 그리고 오류들은 수정된다. 하지만 무결점은 결코 성취 불가능한 이상에 불과하다. 완벽하게 자동화된 시스템이 설계되고 제조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여전히 불완전한 세상에서 작동할 것이다.

 

악명 높을 정도로 종잡기 힘든 두뇌를 가진 인간들이 특히 못하는 일이 바로 ‘주의 집중’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 잠수함의 동태를 감시했던 영국의 레이더 기사들의 경계 상태를 조사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아무리 동기 부여가 잘된 사람들이라도 약 30분 이상 동안 안정적인 정보가 나오는 스크린에 계속해서 주의를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이 가진 기술은 쓰지 않으면 퇴화되기 때문에 아무리 노련한 시스템 조작자라고 해도 그의 주요 업무가 행동보다는 관찰하는 일로 이루어져 있다면 결국에는 ‘미숙한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인간이 배제된 기술 최우선주의

우리는 그리스 시대에 쓰였던 많은 도구들을 보면서 도구들의 모양이나 무게, 그리고 균형이 근로자의 생산성과체력과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꼼꼼하게 따져 제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초기 아시아 문명에서도 작업 도구들이 근로자의 신체적·심리적인 행복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제작됐다는 걸 보여주는 징표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인간공학이 이론 면에서 사촌격인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기술 장치, 생물 유기체, 인간의 여러 조직의 과정과 통제 조직에서 보이는 공통된 각종 특징을 찾아내는 과학)와 함께 공식적인 학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였다. 당시 미숙한 수많은 군인들과 다른 신병들은 복잡하고 위험한 무기와 기계를 다뤄야 했지만, 훈련을 받을 시간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무기나 기계의 모양이 사용하기 불편하고, 조작하기가 헷갈리는 건 절대 용납될수 없었다.

 

경직된 테일러주의 방식처럼 기계를 최적화한 다음에 근로자가 그 기계에 맞추도록 만들 수는 없고, 근로자에 맞는 기계를 제작해야 한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들은 인간공학과 관련된 훈련을 거의 또는 전혀 받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적절한 인간 요인들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체로 무지하다. 수학과 논리에만 전적으로 집중하는 엔지니어들과 컴퓨터 과학자들이 인간 요인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의 ‘부드러운’ 관심에 반감을 가져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항상 확률과 맞서 싸웠으며, 그동안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이뤄냈다”

 

계몽주의 시대의 사상가들은 “새로운 과학과 기술을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닌,전면적인 사회개혁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 간주했다.

 

새로운 기술이 훨씬 더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존중되자 그 자체가 선한 것으로 존경을 받게 되었다.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낮추고, 인간의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더 큰 발전을 위해서) 단순히 소프트웨어에게 최대한 많은 활동들에 대한 통제권을 할당하면 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발전할수록 그 권한의 범위를 확대해주면 된다. 기술력이 향상될수록 더 좋기 때문이다. 인간 조작자들은 이례적인 일들을 감시하거나 시스템이고장 났을 경우 긴급하게 백업 활동을 하는 것처럼 설계자들이 자동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만 맡게 된다.

 

인간공학 연구자들은 널리 확산되고 있는 이런 현상을 ‘기계 중심의 자동화technology-centered automation’라고 부른다.

 

“사회는 부지불식간에 사람들보다 기계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을 대부분 어울리지 않는 조연 역할을 하게 만드는 기계 중심적 삶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기계 중심적 관점은 사람들을 기계에 비유하고 우리가 부족하다고, 다시 말해 우리가 정확하고 반복적이고 정밀한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여긴다. 현재 이런 관점은 사회 속으로 스며들고 있으며 우리의 자아감을 왜곡한다. 이는 우리가 행해서는 안 되는 여러 가지 과제와 활동들을 강조하는 반면, 기계가 하긴 하더라도 잘 못하는 우리의 1차적인 기술과 태도 및 활동들을무시한다. 우리가 기계 중심적인 관점을 가질 때 우리는 인공적이고 기계적인 장점을 기준으로 사물을 판단하게 된다.”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은 컴퓨터와 기계가 할 수 있는 일만을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집중 범위를 좁히고 프로젝트를 더 세세하게 파고들 수 있다. 또 그들은 복잡함, 변수, 그리고 인간의 몸과 정신의 나약함과 싸워야 할 필요가 줄어든다. 하지만 설계 전략으로서 그것이 아무리 매력적이건 간에 기술 중심의 기계화로 인해 생긴 단순화는 신기루에불과하다. 인간 요인을 무시해도 인간 요인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대 기술과 관련된 신화, 그릇된 희망, 그리고 잘못된 의도”

 

“자동화 기술은 처음에는 작업의 정밀성과 경제성을 제고하는 한편, 작업자의 업무 부담과 훈련의 필요성을 줄여보자는 기대감에 의해 개발됐다. 최대한 인간의 개입 필요성을 낮춤으로써 인간이 실수할 기회를 줄이거나 아예 제거하는 자율적 시스템을 창조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논리적으로 아주 당연한 것 같지만, 이러한 믿음은 ‘전체 시스템 내에 인간적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도 자동화된 시스템의 설계가 가능하다’라는 가정으로 다시 이어졌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아무리 고도로 자동화된 시스템들이라도 여전히 조작자의 개입이 요구되기 때문에,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소통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시스템들이 이를 조작하는 인간에 대한 충분한 관심 없이 설계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소통과 조율 능력은 취약하다. 결과적으로컴퓨터로 인해 자동화된 시스템들은 작업에 대한 ‘완전한 지식’뿐만 아니라 사람들만 갖고 있는 ‘외부 세계로의 종합적인 접근 능력’이 부족하다.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은 그들이 창조한 모든 시스템을 불가해한 블랙박스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시스템 운영자들에게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숨길 때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사람들이 그런 시스템의 운영과 결정 방식을 지배하는 알고리즘이나 절차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얻으면, 오히려 혼란스러워하거나 시스템을 괜히 어설프게나마 손보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시스템에 대해 아예모르게 만드는 게 더 안전하다.

 

사람들에게 참여 공간을 만들어주다

인간 중심의 디자인은 기계의 능력에 대한 판단에서 출발하기보다는 기계를 조작하거나 기계와 상호작용하게 될 인간이 가진 장점과 한계를 면밀히 평가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

 

시스템의 소프트웨어는 자주이긴 하지만 불규칙한 간격으로 중요한 기능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조작자에게 되돌려주게 프로그램될 수 있다.

 

 적응형 자동화(adaptive automation) :: 지능적인 컴퓨터 기반 시스템에서 조작자의 과제 수행을 실시간(on-line)으로 감시하여 일시적인 요구가 조작자의 용량을 초과하면 해당 과제 수행의 책임을 컴퓨터가 인간 조작자로부터 넘겨받도록 조정하는 인간-컴퓨터 상호 작용의 하나.
[네이버 지식백과] 적응형 자동화 [adaptive automation] (실험심리학용어사전, 2008., 곽호완, 박창호, 이태연, 김문수, 진영선)

 

전문가 시스템들은 인간의 판단을 도와주기보다는 대체하려고 한다. 프로그래머는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예측 능력을 한 단계씩 높일 때마다 더 많은 의사 결정의 책임을 전문가에서 소프트웨어로 돌려놓는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안심하고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도 역시 창조적 직업에서 보다 인간적인 자동화 전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목표다.

 

다각형 메시polygonal mesh(작은 평면 조각들을 연결해 만든 곡면에 가까운 평면)

 

다각형망 :: 3차원의 그래픽 물체를 2차원 화면에 나타내기 위해 물체의 표면을 연속적인 다각형의 모임으로 구성하는 것. 모서리와 다각형의 모임으로 주어진 응용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성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다각형망[polygon mesh, 多角形網] (IT용어사전)

 

파라메트릭parametric(여러 개의 독립 변수를 사용한 공식에 의해 정의되는 직선이나 곡선 또는 표면 등의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

 

파라메트릭 :: 여러 개의 독립적 변수를 사용한 공식에 의하여 정의되는 직선이나 곡선 또는 표면 등의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으로서 컴퓨터 지원 설계(CAD) 시스템에 쓰이는 기법의 하나.
[네이버 지식백과] 파라메트릭[parametric] (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

 

파이프라인pipeline(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명령문을 수행하면서 몇 가지 특수한작업들을 병렬 처리하도록 설계된 하드웨어 기법)

 

 파이프라인 :: 생산 라인 등과 같이 여러 공정별로 생산 라인이 나열되어 있고 동시에 공정별 프로세서가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명령문을 수행하면서 몇 가지의 특수한 작업들을 병렬 처리하도록 설계된 하드웨어 기법. 이러한 파이프라인은 각 프로세스들을 저장한 파일 이름들 사이를 수직선으로 분리시키면 셀(cell)이 인식한다. 즉, 수직선 왼쪽 파일의 출력이 오른쪽 파일의 입력으로 연결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파이프라인 [pipeline] (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 2011. 1. 20., 전산용어사전편찬위원회)

 

인간 중심인가, 기술 중심인가

금융업계에서는 캐나다왕립은행Royal Bank of Canada, RBC이 기술 중심적 자동화에 반대하고 있다. 월 가에 있는 이 은행의 거래 영업망trading desk에는 토르THOR라는 전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초고속 트레이더들의 알고리즘 조작으로부터 매매 주문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상 주문 전송 속도를 늦춰준다. RBC는 이렇게 해서 고객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조건으로 거래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고빈도 거래 알고리즘이 보통 대규모 차익 거래 전략을 실행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개별 거래를 통해 올리는 이윤은 매우 적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만 건의 거래가 이루어진다)소액의 거래세만 부과해도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기술이 우위에 서다

신기술은 개발 초기에 쉽게 변화 가능하다. 그 형식과 용법은 신기술 디자이너들의 바람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회 전반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일단 물리적 인프라, 상업적·경제적 합의, 그리고 개인적·정치적 규범과 기대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게 될 경우 수정하기는 매우 힘들어진다. 그 정도 지점에 이를 경우 기술은 사회현상의 핵심적 구성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엄청난 관성력慣性力을 끌어 모은 기술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계속해서 걸어간다.

 

금융 거래에 관련해서 컴퓨터는 10마이크로초(1마이크로초=100만 분의 1초) 만에 거래를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어떤사건이나 다른 자극에 반응하기까지 0.25초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컴퓨터는 트레이더가 눈 깜빡할 사이에 1만 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발전은 다윈이 말하는 진화 과정과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많은 상호 다른 기술들이 발명되면서 사용자와 매수자들은 관심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 동안 엄격하게 시험하고 비교한 후 시장은 그 많은 기술들 중에서 최고의 기술을 고른다. 그러다 보니 가장 적합한 기술들만 생존한다. 따라서 사회는 지금 의존하는 기술들이 최상의 것들이며, 이제까지 폐기된 다른 기술들은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자신할 수 있다.

 

‘수치 제어numerical control(컴퓨터에 의한 공작 기계의 제어)’

 

 수치제어 :: NC라고도 한다. 특히 공작기계에 사용하여 공작물에 대한 공구의 위치를 기억시켜 놓은 명령으로 공작기계를 제어하거나 자동으로 조작하는 데 이용된다. 제어방식으로는 펀치테이프(코드)방식 ·자기테이프(디스크)방식 ·아날로그병용방식 ·디지털방식 등이 있다. NC에는 작업의 지시수단으로 지령테이프가 있다. 이것은 무엇인가를 가공하려고 할 때 미리 정해진 약속에 따라 그 치수나 가공조건을 종이테이프에 펀처(puncher)로 구멍을 뚫어 수치정보(이것을 코드데이터라고 한다)를 기억시킨 것이다.
이것을 정보처리회로가 읽어들여 지령 펄스열(펄스데이터)로 변환한다. 이 지령펄스열은 서브기구의 인력이 되어 기계를 구동시켜 지령대로 가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NC에는 공구의 통로 형상에 따라 세 가지가 있다. 즉, 드릴링머신에 의한 구멍뚫기와 같이 공구의 최종위치를 제어하는 위치결정 NC와, 2차원 ·3차원의 윤곽을 직선절삭하는 직선절삭 NC 그리고 이것을 연속절삭하는 연속절삭 NC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에는 2대 이상의 NC공작기계를 한 대의 계산기에서 제어하는 군제어(群制御)시스템(direct numerical control system:DNC system)도 개발되고 있으며, 생산공장의 완전자동화와 관련하여 널리 보급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수치제어 [numerical control, 數値制御]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GE와 원자력 제작 회사인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같은 업계 거물들은 스페셜매틱 같은 대안들에 일절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수치 제어 기술에 몰려들었다. 수치 제어는 생존을 위한 거친 진화론적 싸움에서 승리하지도 않았는데 경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승리자로 선언되었다. 프로그래밍이 사람들의 우위에 섰고, 기술 제1주의 설계 철학의 힘은 더욱강해졌다. 일반 대중들의 경우 이미 어떤 것이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마찰 없는 공유와 단순함

비디오 게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비디오 게임이라면 혐오한다. 게임의 폭력성을 감안해봤을 때 이해할 만하지만 유감스럽기도 하다. 최고의 게임들을 보면 상당한 천재성이 느껴지고, 또 가끔은 아름답기까지 할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디자인의 모델 역할도 해준다. 이런 게임들은 애플리케이션이 기술 위축보다는 기술 개발을 장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이 까다로운 조작을 제2의 천성으로 만들 때까지 되풀이하게 고무하면서 ‘몰입의 상태’를 조장한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란 게임 외적인 분야에서 문제 해결, 지식 전달, 행동 및 관심 유도 혹은 마케팅을 위해 게임의 '매커니즘'(Mechanism)과 사고방식을 접목시키는 것을 뜻한다. 순위표 등을 제공해 경쟁심을 이끌어 내거나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가상의 화폐나 보상을 지급하는 등의 '매커니즘'(Mechanism)을 통해 평소 재미없게 느끼거나 지루하게 느끼는 설문조사, 콘텐츠 읽기 등을 유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예시는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윈도우즈'(Windows)에 기본적으로 설치돼있는 '프리셀'(FreeCell)이다. '프리셀'(FreeCell)은 단순히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마우스의 사용법을 숙달시키기 위해 개발된 게임으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이 외에도 문제를 발생하는 행동을 방지하고 마케팅을 목적으로 활용된 예로는 2012년 8월에 덕평휴게소의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설치된 '강한남자찾기'라는 게임을 들 수 있다. 이 게임은 소변기에 장착된 센서로 소변의 양과 세기를 측정해 앞사람과의 스코어를 경쟁하는 게임으로 변기 밖으로 튀어나가는 소변의 양을 상당량 줄였을 뿐만 아니라 해당 게임으로 인해 방문객들이 다시 방문하고자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고 입소문과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등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단순히 이러한 예시뿐만 아니라 의학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게임과 개발 실험을 위한 시뮬레이션 게임 등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게이미피케이션 [Gamification] (게임용어사전: 기관/용어, 2013. 12. 12., 이재진)

 

조작적조건형성operant conditioning(행동의 결과에 초점을 두어 보상함으로써 바람직한 행동을 늘리는 방법)

 

“일반적으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원기를 회복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경험은 도박꾼들에게는 무엇인가를 삭제하고, 덫으로 옭아매고, 자율성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경험이 된다.”

 

프로그래머들에게 제품을 만들 때 ‘무無마찰’과 ‘단순함’을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성공한 기기들과 애플리케이션들은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뒤에 기술적 복잡함을 숨겨놓는다고 주장했다. 사용자들에게 가하는 인지적 부담을 최소로 줄인다는 것이다.

 

‘그냥 쓰면 된다it just works’

 

구글의 궁극적인 목표는 검색 행위를 100퍼센트 자동화함으로써 인간의 자유의지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테크노크라트technocrat(많은 권력을 행사하는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

 

 테크노크라트 :: 기술관료(技術官僚)라고 한다. 과학과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과학자·기술자·경제학자 등 전문적 기술자가 사회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들의 정치적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다니엘 벨(Daniel Bell)의 《이데올로기의 종언(終焉)》에서 말하고 있는 '탈공업화 사회'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대의 지배계급으로서 기술관료의 출현은 뷰로크라트(bureaucrat : 관료)에 대신하는 새로운 사회계층으로 그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테크노크라트 [technocrat]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사회적 애착 관계로부터 마찰을제거한다고 해서 그런 관계가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약해진다. 사회적 애착 관계는 쉽게 맺어지는 만큼 쉽게 깨지는 소비자와 제품 사이의 관계로 전락하고 만다.

아이들이 혼자서 절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간섭하길 좋아하는 부모들처럼 구글과 페이스북과 다른 개인용 소프트웨어 제조사들은 적어도 과거에는 온전하고 활기찬 삶에 꼭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천재성, 호기심, 독립심, 인내, 담대함 같은 성격상 특성들을 비하하고 깎아내린다. 미래에는 그런 미덕들을 우리가 컴퓨터 스크린들을 통해 들어가는 판타지 세계에 사는 존 마스턴 같은 영웅들의 위업을 통해서만 간접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8장. 당신 안에 숨겨진 드론

사실 당신이 차에 실려 집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가 말한 로봇 윤리의 제1법칙(“로봇은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거나, 또는 무대책으로 인해 사람이 해를 입게 만들지 않을것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의 출현은 인간이 하던 역할 중 하나 이상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신호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기계들이 ‘윤리적 시스템’을 가져야 하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의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이나교(Jainism) :: 자나교라고도 한다. 불교와 마찬가지로 비정통(非正統) 브라만교에서 발생한 출가주의(出家主義) 종교이다. 불전(佛典)에서 니간타(Nigantha:尼乾陀)라고 전하는 종교를, 석가와 같은 시대의 마하비라(Mahāvīra)가 재정비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최고의 완성자를 지나(Jina:勝者)라 부르고, 그 가르침이라 하여 지나교 또는 자이나교라는 호칭이 생겼다. 불타에서 연유하여 '불교'라는 호칭이 생긴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교조(敎祖)의 출신과 인간형성, 지리적·문화사적 배경, 교단 성립의 경위도 불교와 유사한 점이 많다. 인도에서 하나의 종교로 성립된 이후 불교·힌두교와 더불어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으므로, 인도의 전통적 문화와 그 유형 무형의 유산에 관해서 자이나교를 무시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불교와 교단간의 밀접한 교섭은 양종교의 원시 경전에서도 여실히 엿볼 수 있다. 전승(傳承)에 의하면, 1세기 말경 공의파(空衣派)와 백의파(白衣派)로 분열되고, 다시 여러 지파(支派)가 생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시 경전에서는 비교적 상세한 교의(敎義)가 정립되어 있으나, 그 이후로는 불교만큼 다채로운 발전을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후세에 와서 인식론이나 논리학은 불교의 영향이 현저한데, 오랫동안 산일(散佚)되어 있던 불교의 작품들이 최근 자이나교의 승원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현재 교도 수는 인도 전역에 걸쳐 180만 정도밖에 되지 않으나 상호부조적(相互扶助的)인 성격이 강하고 상인이나 금융업자가 태반을 차지하고 있어 경제적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그 실천생활상의 특색으로서 승려를 통하여 불살생(不殺生:ahinsā)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교의로는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二元論)을 주창한다. 즉 생명(jiva)과 비생명(ajiva)으로 이루어져 있고, 비생명은 다시 공(空:운동의 원리)·비공(非空:정지의 원리)·물질재료·허공·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이 형이상학적 원리에 입각하여 다음 7종 또는 9종(선·악을 포함하여)의 실천론적 계열이 모든 가능태(可能態)로 제시된다. 즉 생명·비생명·선·악·누(漏)·박(縛)·차(遮)·멸(滅)·해탈(解脫)이 바로 그것이다. 생명이 외적 대상의 영향을 받아, 물질재료가 생명 속에 누입(漏入)하고[漏], 그것이 물질적 업(業)을 형성하여 생명을 속박한다[縛]. 그리고 외적·내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업물질(業物質)의 누입을 정지시키고[遮], 또한 이 업물질을 멸(滅)한다. 이 멸한 상태가 해탈이다. 해탈에 이르게 하는 덕목(德目)으로는 정견(正見)·정지(正知)·정행(正行)으로 요약되거니와, 구체적으로는 불교의 오계(五戒)에 해당하는 오금서(五禁書:브라다), 신(身)·구(口)·의(意)의 삼업(三業)에 해당하는 삼기율(三紀律:구프티), 오용심(五用心:사미티)이 특히 요구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이나교 [Jainism]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윤리적인 고려들이 종종 도구들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지만(총기에는 안전장치가 있고, 자동차에는 조속기調速機가 있으며, 검색엔진에는 필터가 있다) 기계들은 양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없었다.

 

과거에는 기술의 도덕적인 사용과 관련된 질문들이 제기될 때마다 사람들이 나서서 질문들을 해결하곤 했다. 그러나 미래에는 항상 그런 식의 해결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로봇과 컴퓨터들이 세상을 더 능숙하게 감지하고, 더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필연적으로 단 하나의 올바른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들에 직면할 것이다. 그들은 직접 성가신 결정들을 해야 할 것이다. 도덕적 선택 역시 자동화하지 않고서는 복잡한 인간의 활동들을 자동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가장 도덕적인 딜레마들은 그렇게 다루기 간단하지가 않다. 그런 딜레마들을 수학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가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도덕적으로 모호한 상황에서 누가 어떤 것이 ‘최선의’ 내지는 ‘합리적인’ 선택인지 결정할 것인가?”란 질문이다.

 

완벽한 도덕적 알고리즘은 없다. 또한 윤리를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일련의 규칙들로 정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봇과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들software agents(인간을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이 도덕적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한 계산을 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자율적 기계들이 이 세상에 풀린다면, 도덕적 부호들은 아무리 불완전하더라도 소프트웨어 부호들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자율조종로봇, 살인 기계의 탄생

당신은 인간 군인과 기계 군인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육군 대령이다. 당신의 부대가 게릴라들의 공격에 맞서 지키고 있는 도시 전역 길모퉁이와 옥상들에는 컴퓨터가 통제하는 ‘저격 로봇’ 소대가 배치되어 있다. 로봇들 중에 하나가 레이저 비전laser vision(레이저 광선을 이용해서 화상이나 음성을 정밀하게 재생하는 시스템)을 통해서 휴대폰을 들고 있는 민간인 복장을 하고 있는 한 남자를 감지한다.그는 경험상 봤을 때 의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로봇은 즉각적인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과거 행동 패턴들을 정리해놓은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즉시 그 남자가 폭탄을 폭발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 반란군일 확률이 68퍼센트이고, 무고한 행인일 확률이 32퍼센트라고 계산해낸다.

바로 그 순간에 당신 부대의 인간 병사 12명을 태운 장갑차 한 대가 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다. 만일 폭탄이 있다면 아무 때라도 터질 수 있다. 전쟁에는 ‘멈춤’ 버튼 같은 게 없다. 인간이 판단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로봇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 로봇의 소프트웨어는 총을 쏘라고 할까, 아니면 쏘지 말라고 할까?

시민으로서 우리가 아직까지 무인 자동차와 자율적 로봇들의 윤리적 의미를 가늠하기 위해 씨름해야 한다면 군대에서의 상황은 아주 다르다. 

 

컴퓨터가 방아쇠를 당기는 시기가 오면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자율조종로봇Lethal Autonomous Robot, LAR

 

컴퓨터에게 무기 발사 결정은 주식 거래나 스팸 폴더로 이메일 메시지를 보내는 결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알고리즘은 알고리즘일 뿐이다.

 

“LAR 생산 능력이 있는 정부들은 무력 충돌 내지 기타 목적에 그 무기를 사용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무기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는 그런 확신을 신뢰할 수 없다. 비행기와 드론들도 처음에는 무력 충돌 시에 정찰 목적으로만 사용됐으며, 예상되는 부작용 때문에 공격 용도로 쓸 가능성은 배제됐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후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적보다 우위에 서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을 쓸 수 있게 됐을 때는 종종 처음의 의도는 내팽개쳐졌다.

 

하향식 방법을 따를 때 로봇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규칙들은 사전에 프로그램되고, 로봇은 “변화나 융통성 없이” 규칙을 따르기만 한다.

 

상향식 접근법을 사용했을 때 로봇은 몇 가지 기본적인 규칙들만 갖고 프로그램된 후 세상 밖으로 내보내진다. 로봇은 자체 도덕률을 개발하기 위해 기계 학습 기술들에 의존하며, 새로운 상황들이 벌어질 때 그에 맞게 도덕률을 수정한다.

 

하지만 상향식 접근법은 더 골치 아픈 문제들을 야기한다.

첫째, 비실용적이다. 즉 우리는 도덕적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섬세하고 튼튼한 기계 학습 알고리즘들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생사生死가 걸린 상황에서는 시행착오를 겪을 여유가 없다. 상향식 접근법 자체가 비도덕적이 될 것이다. 셋째, 컴퓨터가 익히는 도덕성이 인간의 도덕성을 반영하거나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로봇이 기관총과 일련의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장착하고 전쟁에 참여할 경우 로봇은 자기 맘대로 행동할지도 모른다.

 

인간은 도덕적 결정을 내릴 때 하향식과 상향식 접근법을 뒤섞는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전략적인 전쟁은 기계가 하기엔 적절하지만 인간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로 간주하게 될지 모른다.

 

살인 로봇은 목숨을 빼앗기도 하지만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자동화된 병사와 무기가 그들의 아들과 딸들이 전투 도중 사망하거나 불구가 될 확률을 낮춰줄 것이라는 게 분명해지면 정부에게는 곧바로 전쟁을 자동화하라는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각한 자동화 세상에 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무기가 바뀌면 전쟁도 바뀐다. 또한 이런 연결들은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분명해질 때 더 단단해진다. 어느 시점에서 자동화는 임계량에 도달한다.

 

금속 피로metal fatigue(금속 재료에 반복 응력이 생길 때 반복 회수가 증가함으로써 금속 재료의 강도가 저하되는 현상)

 

금속피로 :: 금속의 강도를 위시한 기계적 성질은 실험실에서 재료 시험기에 의해 측정된다. 그러나 금속재료를 실제로 기계에 넣어 이것을 회전시키면, 실험실에서 얻어진 값보다 상당히 낮은 값에서 파괴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특히 고속으로 회전하는 부분의 재료에 많이 일어난다. 그 이유는 실제로 사용할 때의 응력조건(應力條件:stress condition)이 복잡하다는 점과, 재료에 당초부터 있었던 미세한 결함이 반복응력에 의해 확대되기 때문이다. 재료가 견딜 수 있는 회전수를 피로한도(fatigue limit)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금속피로 [metal fatigue, 金屬疲勞]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엔지니어들과 정보과학자들은 컴퓨터가 “일상생활의 구조”에 매우 깊숙이 파고 들어가서 “그것과 구분이 불가능하게” 되는 미래를 그린 일련의 논문들을 발표했다.

 

소프트웨어에 의해 데이터 포화 상태에 깊이 빠진 나머지 정보 과부하 때문에 걱정하기보다는 “마음이 진정된다.”

 

그들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스템은 빅 브라더Big Brother(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이나 그러한 사회체계를 일컫는 말)가 숨기에 이상적인 장소가 될까 봐 걱정했다.

 

 그리드(grid) :: 한 번에 한 곳만 연결할 수 있는 기존의 월드와이드웹(WWW)과 달리 동시에 여러 곳과 연결해 마치 신경조직처럼 작동하는 인터넷망(網) 구조를 말한다.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포스터(Ian Foster) 교수가 창시하였고, 1998년부터 구축계획에 들어갔다.
'그리드'는 진공관의 음극과 양극의 중간에서 전류의 흐름을 통제하는 '격자(格子)'에서 유래한 용어로, 기존의 웹과 차세대 인터넷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적게는 수십 대에서 많게는 수백만 대의 퍼스널컴퓨터(PC)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제어할 수 있어 가상 슈퍼컴퓨터로도 불린다.
인터넷은 이용자가 모든 정보를 담은 서버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수직 구조인 반면, 그리드는 동시에 여러 사이트와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평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컴퓨터와 연결해 동시에 같은 연구를 수행할 수도 있고, 한 사람이 찾은 자료를 여러 사람이 동시에 보면서 서로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나아가 한 대의 컴퓨터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컴퓨터를 원격조정해 복잡한 계산을 나누어 시킨 뒤 이들을 다시 하나로 합칠 수도 있다.
또 슈퍼컴퓨터처럼 고속연산과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 정보기술(IT)·나노기술(NT)·생명과학(IS) 등 다양한 분야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로 평가받는다. 1998년부터 구축계획에 들어가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는 2004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으며, 한국도 2001년 9월 그리드 포럼을 발족하고 연구개발에 착수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리드 [Grid]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이제 컴퓨터들은 어디에나 보편적으로 존재하며, 세계에서 가장 희미하게 들리는 씰룩거림과 떨림조차 2진 숫자들의 스트림stream(데이터 흐름)으로 기록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결국 컴퓨터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들은 대화 속도를 늦출 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폐기 처분해버릴 시스템을 설계했다. 앞으로 기술 혁신으로 초래된 실업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그 이유는 공장에 특정한 종류의 로봇을 설치하거나 사무실에 의사 결정 지원 애플리케이션을 구비해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새로 만든 자동화의 지하地下 인프라 때문일 것이다.

 

산업화는 우리를 기계로 바꿔놓지 않았고, 자동화는 우리를 자동으로 움직이는 존재로 바꿔놓지 않고 있다. 인간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자동화의 확산으로 우리의 삶은 프로그램에 따라 더 많이 움직이고 있다.

 

구글 글래스로 바라본 세상

‘폼 팩터form factor(컴퓨터 하드웨어의 크기, 구성, 물리적 배열)’

 

 폼팩터 :: 폼팩터(form factor)는 주로 컴퓨터 하드웨어(HW) 규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였지만 모바일 기기 발전과 더불어 휴대폰 외형을 가리키는 용어로 활용되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모바일 기기 ‘폼팩터’ 경쟁이 시장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와 갤럭시Z 플립으로써 화면을 안으로 접는 인폴딩 폼팩터를, 화웨이는 메이트X로써 바깥으로 펼치는 아웃폴딩 폼팩터를 각각 새롭게 제시하였다.
과거 2세대(2G) 이동통신 시절에는 휴대폰 폼팩터가 다양해서 플립폰, 폴더폰, 슬라이드폰 등 제조사별 정체성을 담은 독자 디자인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넓혔다. 화면이 돌아가는 ‘가로본능’이나 쿼티자판, 조이스틱을 탑재한 게임 전용폰 등 독특한 아이디어도 주목받았다.
그러나 데이터 통신이 자유로운 3세대(3G) 시대로 진입한 이후 터치스크린 기능을 장착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휴대폰 폼팩터는 직사각형으로 획일화되었다. 이후 10여 년 동안 스마트폰 폼팩터는 화면을 키우고 베젤과 제품 두께를 얇게 하는 방향으로 수렴되었다.
다양한 제조사에서 폴더블폰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스마트폰 폼팩터에도 새로운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디스플레이를 안팎으로 접는 것을 넘어 두 번, 세 번씩 접거나 둘둘 말아 크기를 줄이는 롤러블 폼팩터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폼팩터 경쟁이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폼팩터 [Form Factor] (ICT 시사상식 2021)

 

스마트폰은 우리를 흥분하게 만들지만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한 번에 두 가지에 동시에 집중할 수 없다. 터치스크린을 보거나 문지를 때마다 우리의 신경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벗어난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을 때 우리는 두 개의 세상을 왕래하는 귀신처럼 되어버린다. 물론 사람들은 항상 산만하게 살아왔다. 생각은 이리저리 헤맨다. 관심은 늘 바뀐다. 하지만 우리는 스마트폰처럼 계속해서 우리의 감각을 사로잡고,우리의 관심을 갈라놓는 도구를 몸에 지니고 다닌 적이 없었다. 스마트폰은 우리를 ‘상징적인 편재성symbolic elsewhere’에 연결시킴으로써, 브린이 의미한 대로 우리를 ‘지금 이곳’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버린다. 우리는 특정한 곳에 존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힘을 상실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조종사와 운전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환경 속에서 겹쳐서 투사되는 문자나 그래픽을 바라볼 때 ‘주의력 터널 현상attentional tunneling’에 쉽게 빠졌다. 사람들의 초점이 좁아지고, 시선은 디스플레이에 고정되고, 시야에서 일어나는 다른 일들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식은 두 눈과 머리를 모두 필요로 하며, 머리가 뭔가에 사로잡힐 때는 그렇지 않을 경우 아주 분명해 보일 수 있는 것조차 간과해버릴 수 있다”

 

기술에 길들여질수록 사라진다

자동화는 더 많은 자동화를 낳는다. 모든 사람들이 스크린을 통해서 자신들의 삶을 관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회는 자연스럽게 컴퓨터의 체계와 절차에 맞게 자신의 체계와 절차를 조정한다. 소프트웨어로 할 수 없는 일(컴퓨터로 계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자동화를 거부하는 일)은 불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1990년대 초에 파크 연구원들은 우리가 컴퓨팅의 존재를 더 이상 인식하지 못하게 될 때 컴퓨팅이 편재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컴퓨터가 우리의 삶에 완전히 녹아들어서 우리 눈에 띄지 않게 될 때가 그때다”라면서 “우리는 모든 일을 수행하는 데 무의식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이제 그들의 제품을 눈에 띄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 중이라고 말한다.

 

마크 저커버그가 종종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을 ‘유틸리티utility(컴퓨터 이용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라고 부를 때, 그는 전화기 시스템과 전력망이 그랬던 것처럼 페이스북도 우리 삶에 통합·흡수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방해가 안 되는gets out of the way” 기기로 광고했다. 이 광고의 아이디어를 본떠서 구글은 글래스를 “기술이 방해가 안 되게” 만드는 수단으로 홍보한다.

 

“당신이 살고, 배우고, 사랑하기 위해서 기술은 방해가 안 돼야 한다”

 

대중적인 기술이 눈에 띄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그 기술이 사람들의 존재에 너무나 필수적이라서 더 이상 그 기술 없이 산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런데 기술이 우리를 포위할 때 비로소 기술은 우리의 시야로부터 벗어난다.

 

“기술이 방해가 되지 않을 때 우리는 기술로부터 해방된다”

 

“낯익은 기술이 눈에서 안 보이는 건 ‘일종의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그로 인해 우리가 기술을 수용하기 위해서 해온 변신 작업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우리가 당초 우리자신만의 특별한 의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사용했던 도구가 이제는 우리에게 자신의 의도나 제작자의 의도를 강요하기 시작하고 있다. 라투르는 “아무리 간단한 기술이라도 그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당초 우리의 의도가 얼마나 많이 벗어나거나 바뀌거나 수정되거나 영향을 받았는지 의식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수단을 바꾸려다가 목적을 바꿨고, 의지 약화로 인해 처음에 원했던 것과 아주 다른 무엇인가를 원하기 시작했기 때문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로봇이나 드론과 달리 우리에게는 소프트웨어의 지시와 제안을 거절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는 힘들다.

 

구글 맵스Google Maps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어떤 도시를 여행하다가 도움을 받고 싶을 때 애플리케이션은 당신에게 도로 정보 이상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당신에게 여러 도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방법을 제공한다. 소프트웨어에는 무엇보다 구글의 상업적 목적, 프로그래머들의 배경과 편향, 그리고 재현 공간에서 소프트웨어가 가진 강점과 한계가 모두 담긴 장소에 대한 철학이 들어 있다.

2013년에 구글은 신형 구글 맵스를 공개했다. 구글 맵스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과 똑같은 도시를 재현해주기보다는 구글이 당신에 대해 수집해온 정보에 기초해서 당신의 욕구와 바람으로 간주되는 것에 맞춘 지도를 생성해준다.

 

구글은 “당신이 보는 광경은 항상 당신이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싶은 일에 맞춰진, 당신에게만 특별한 광경이다”라고 말했다.

매력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이 말에는 문제가 있다. 구글은 이런 식의 배타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뜻밖의 재미를 걸러낸다. 전염성이 강한 도시의 혼란을 알고리즘 소독약으로 소독해버리는 식이다. 이럴 때 당신 친구들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집단의 낯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대중적 공간으로서 도시를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방식은 분명 사라져버린다.

 

“구글의 어버니즘urbanism(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나 생활양식 전반을 가리키는 용어)은 한마디로 자율형 자동차를 타고 쇼핑몰로 가려고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것은 공적 공간을 어떻게 경험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또는 거의 관심이 없으며, 성격상 심지어 이기적이기도 하고, 엄청나게 실용주의적이다. 구글의 세계 속에서 공적 공간은 당신의 집과 당신이 가고 싶어 안달하는, 호평을 받은 식당 사이에 존재하는 무엇일 뿐이다.”

 

페이스북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죽어야 끝날 것 같은 일관된 서사 형식에 따라 전개되며, 한평생 지속되는 획일적인 하나의 ‘자아’ 속에 회원들을 가둬놓고 싶어 한다.

 

무엇을 제안하건 간에 우리에게 새롭고 예상치 못한 것을 추천하기보다는 우리의 기존 욕구에 맞춰서 추천해줄 뿐이다. 그들은 우리가 모험보다는 통상적으로 해오던 일을, 엉뚱한 행동보다는 예측 가능한 행동을 더 선호하리라고 가정한다.

 

소프트웨어가 가진 이런 편향은 개인의 결정뿐만 아니라 사회의 결정도 왜곡할 수 있다.

 

우리가 알기로 완전한 삶은 완벽하게 고립된 삶이 아니다.

 

자동화를 인간의 실수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으로 간주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선택 가능성을 배제해버린다. 자율형 자동차를 서둘러 도입하려고 했다가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 축소되는 건 물론이거니와 운전자 교육을 강화하거나 대중교통 이용을 홍보하는 등 교통사고 확률을 낮출 수 있는 다른 대안들을 고민해볼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 국립안전위원회National Safety Council가 분석한 결과, 2011년 미국의 도로에서 일어난 전체 사고들 중 4분의 1이 운전자가 휴대폰을 사용하다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구글과 다른 일류 기술 기업들은 사람들이 운전 도중 전화 통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사실상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분명 그런 일들은 자율형자동차를 만드는 것에 비해서 훨씬 더 쉬운 일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컴퓨터 기업들이 사회의 안녕을 위해 노력하는 중요한 기여를 반겨야 한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의 관심 사항을 우리의 관심 사항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비밀 부호 속에 감춰진 의도

우리는 우리의 의도가 뒤바뀌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우리의 의도를 타인들의 의도로 대체해버릴 위험성이 커진다. 우리가 기술에 더 많이 길들여질수록 이런 위험성은 더욱더 커진다.

우리가 실내 화장실의 존재에 대해 행복하게 적응하고 있다고 치자. 그때 화장실은 우리의 시야 밖으로 사라져서 안 보이게 된다. 우리가 물이 새는 수도꼭지를 고치거나 고장 난 변기를 수리할 수 없더라도 우리는 우리 집 화장실이 하는 일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갖게 된다. 편재성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대부분의 기술들도 이와 같은 식으로 인식된다.

 

실내 화장실이 위생과 사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꿔놓은 것처럼 기술이 본래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할지는 몰라도 어떤 의도를 숨겨 놓는 경우는 드물다.

 

현대 세계는 항상 복잡했다. 경제와 기타 시스템들에 둘러싸인 채 여러 가지 특화된 기술과 지식 영역들로 분산되어 있는 이 세계는 그 모든 것을 전부 이해하려는 어떤 시도도 거부한다. 하지만 이제 이 세계의 복잡성은 우리가 이전에 경험했던 어떤 것보다도 훨씬 더 심하게 우리로부터 숨겨져 있다. 교묘하게 획책된 스크린의 단순함, 즉 사용자 친화적이고 마찰이 없는 인터페이스 뒤에 가려져 있다. 우리는 정치철학자인 랭던 위너Langdon Winner가 말한 ‘감춰진 전자적 복잡성concealed electroniccomplexity’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가 우리를 돕고 있는지 또는 통제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누가 운전하는지를 확신할 수는 없다.

 

 

 

9장. 인간의 마음이 통하는 기술

사실은 노동이 알고 있는 제일 달콤한 꿈이다. 

 

어떤 것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뢰만큼이나 불신이 요구된다.

 

숲가에는 한 가지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내 긴 낫이 땅에게 속삭이는 소리였다.

무엇을 속삭인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햇볕이 뜨겁다거나,

고요하다는 얘기였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속삭였겠지.

한가한 시간의 선물이나,요정들이 손쉽게 주무르는 금을 꿈꾼 건 아니었다.

가끔 가냘픈 꽃 봉우리(창백한 난초)도 남기고,

번쩍이는 녹색 뱀도 질겁해 도망치게 하면서,

습지의 무성한 풀을 줄줄이 베는 진지한 사랑에게는

사실 말고는 모든 것이 짝 없이 나약했을 것이다.

사실은 노동이 알고 있는 제일 달콤한 꿈이다.

내 긴 낫은 속삭이면서 풀을 베어놓고 있었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만 우리는 존재, 즉 ‘사실’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이해가 아니다. 이것을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이것은 속삭임에 지나지 않는다. 그 속삭임을 듣기 위해서는 그 속삭임이들리는 곳에 아주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

육체나 정신 중 어떤 것이건 노동은 일을 모두 해내는 방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노동은 사색의 한 형식이자, 세상을 유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대면해서 바라보는 방법이다. 행동은 관점을 조정하지 않고, 우리를 사물 그 자체에 가깝게 데려다준다. 사랑이 우리를 서로 묶어주듯이 행동이 우리를 이 세상과 묶어준다는 게 프로스트의 뜻이다. 초월과 반대되는 개념의 일은 우리를 우리 자신의 공간 속으로 집어 넣는다.

 

도구가 주는 즐거움

키티호크Kitty Hawk :: 라이트 형제가 1903년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시승했던 장소.

 

두 형제는 “무한한 세상을 향한 길”을 개척함으로써 비행 경험과 그 경험이 주는 무한함에 대한 느낌을 우리 모두가 느낄 수있도록 해주었다. 그들은 프로메테우스 같은 모험을 했다. 프로스트는 어떤 면에서 라이트 형제가 무한한 세상을 “합리적으로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고 적었다.

 

인간의 몸은 자연 그대로 꾸미지 않은 상태에서는 나약하기 그지없다. 인간의 몸이 가진 힘, 섬세함, 감각 범위, 계산 능력, 기억력은 모두 제한적이다. 그리고 몸은 역량의 한계에 빨리 다다른다. 하지만 몸은 상상하고, 소원하고, 혼자서 이뤄낼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을 계획할 수 있는 마음을 둘러싼다.

 

포스트휴먼posthuman(유전공학의 발달로 변화한 인간형)

트랜스휴먼transhuman(기술을 통해서 지적·육체적 능력이 진화한인간으로 포스트휴먼으로 가는 중간 단계)

 

우리는 갖고 있는 도구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꿈들에 형식을 부여한다. 우리는 그 꿈들을 형식을 부여한다. 우리는 그 꿈들을 세상에서 실현한다. 실용성은 기술과 예술을 구분해주는 특징일지 모르지만, 두 가지 모두 유사하게도 인간적인 갈망에서부터 비롯됐다.

 

인간의 몸에 적합하지 않은 많은 일들 가운데 하나가 제초 작업이다(이 말을 못 믿겠다면 직접 해보라). 제초 작업자가 제초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제초 작업자가 제초 작업자가 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그가 휘두르는 도구인 ‘긴 낫’이다. 긴 낫은 제초 작업자를 만들고, 긴 낫을 사용할 수 있는 작업자의 기술은 다시 작업자가 사는 세상을 만들어준다. 이 세상은 그가 제초 작업자로서 살아갈 수 있는 장소가 되고, 그곳에서 그는 ‘무성한 풀을 줄줄이 벨 수’ 있다. 언뜻보기에 별 것 아니거나 심지어 중언부언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를 이런 생각은 인생과 자아의 형성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중요한 무엇을 알려준다.

 

“몸은 세상을 소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수단이다”

 

인간의 신체적 특징(우리가 특정한 높이에서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할 수 있으며, 엄지손가락이 서로 마주 보는 두 손과 특별한 방식으로 보는 두 눈을 갖고 있으며,더위와 추위를 어느 정도 참아낼 수 있다는 사실)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의식적 사고보다 먼저 존재하다가 의식적 사고를 형성하는 식으로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각에 강한 영향을 준다. 우리는 산이 실제로 높아서가 아니라 산의 모양과 높이에 대한 우리의 지각이 우리의 키에서 영향을 받아 형성됐기 때문에 산을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돌을 무기로 여기는 까닭은 우리의 손과 팔의 특별한 구조가 돌을 집어서 던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인식이 아닌 지각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순간이다.

따라서 새로운 재능을 얻을 때마다 우리는 신체적 능력을 바꾸고,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꾼다.

 

우리가 습득하는 모든 기술과 더불어 세상은 더 위대한 가능성들을 드러내주기 위해서 스스로 변신한다. 세상은 더욱 흥미로워지고, 세상 속에 살게 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인간의 마음은 상당히 많은것들을 지각할 수 있으며, 몸이 상당히 많은 용도로 쓰일 수 있을 때 더 많은 마음은 더 많은 능력을 갖게 된다”

 

기술은 우리가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행동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세상뿐만 아니라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한 지각을 바꿔 놓는다.

 

어떤 도구가 우리에게 새로운 재능을 개발할 수 있게 해줄 때마다 세상은 이전과 다른 더 흥미로운 장소이자 심지어 더 큰 기회가 등장하는배경으로 변신한다. 자연이 열어주는 가능성들에 문화가 열어주는 가능성들도 첨가된다. 메를로 퐁티는 “우리가 의도했던 일이 몸이라는 자연적인 수단에 의해 성취할 수 없을 때가 종종 생긴다. 따라서 우리는 도구를 제작해야 하며, 몸은 그 주위에서 문화적 세계를 보여준다”

 

잘 만들어지고 잘 활용되는 도구가 주는 가치는 그 도구가 우리를 위해 생산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우리 안에서 생산해주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절정의 기술은 새로운 활동의 장을 열어준다. 기술은 우리가 감각으로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고, 우리의 의도에 더 적합한 세상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내가 가장 다양하고도 가장 확실하게 보이는 광경을 지각하고, 내 동작 의도들이 펼쳐지면서 세상으로부터 기대되는 반응을 얻을 때 내 몸은 세상에 적합해진다. 이처럼 지각과 행동이 최대한 명확해지면서 지각의 ‘토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내 인생의 배경이자 내 몸과 세상의 공존에 필요한 총체적 환경이다.”

 

기술은 경험 수단이 되고, 우리에게 풍부하고 참여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더 많은 방법들을 알려준다.

 

긴 낫scythe은 간단하지만 기발한 도구다. 기원전 500년경에 로마인이나 갈리아 인이 최초로 발명했다.

 

긴 낫이 중대한 혁신이 된 이유는 자루가 길어서 농부나 다른 노동자가 똑바로 선 채로 땅에서 제초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전보다 훨씬 더 빨리 건초나 곡물을 수확하거나 초원을 정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것은 개인의 행동과 지각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사회의 생산성을 확대해주는 도구 모델이다.

 

긴 낫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가진 세상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여준다. 긴 낫을 흔드는 제초기 작업자는 예전보다 더 많은 풀을 깎지만, 제초에 관해서도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겉보기와 달리 긴 낫은 몸과 마음이 모두 사용하는 도구다.

 

어떤 도구들은 우리가 숙련된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다. 자동화라는 디지털 기술들은 우리를 세상으로 초대하고, 우리가 지각 범위를 확대하고, 우리가 가진 가능성들을 늘리는 새로운 재능들을 개발할 수 있게 권장해주기보다는 종종 그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 도구들은 우리의 참여를 막을 목적으로 설계됐다. 그 도구들은 우리를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끌어낸다.

 

컴퓨터 스크린은 빠르게 움직이고 효율적이고 깨끗한 데 반해 세상의 그림자만 보여주는 뭔가가 부족한 공간이다.

 

인공적으로 제작된 공간은 두 눈과 함께 (눈보다는 덜하지만) 우리의 두 귀를 자극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촉각, 후각, 미각 등 다른 감각들을 퇴화시키고, 우리 몸의 움직임을 크게 제한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3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설치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동물들이 실제 세상에서 길을 찾아다닐 때보다 컴퓨터가 인위적으로 만든 환경 속에서 길을 찾아다닐 때 뇌의 장소 세포들place cells은 훨씬 덜 활성화됐다.

 

존 듀이는 자아를 “주변 환경의 저항을 접하고 그 저항을 극복할 때만 번창하고 성장할 수 있다”라고말했다.

 

누가 주인이고, 노예인가

큰 낫이 가진 파괴적인 성격은 난초orchise란 이름이 그리스어로 고환을 뜻하는 orkhis로부터 유래됐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 더 상징적인 반향을 얻는다. 프로스트는 고전적 언어와 문학에 깊은 조예가 있었다. 그는 해골 모습에 긴 망토를 걸치고 큰 낫을 든 가상적 존재인 죽음의 신Grim Reaper과 그가 들고 있는 낫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도 잘 알고 있었다.

 

기술이 우리의 꿈을 상징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의지력과 그에 수반되는 오만함과 무감각함 같은 우리의 기질 속에 존재하는 덜 유순한 특성들도 상징한다.

 

사용자이자 도구의 제작자로서 기술을 인간답게 만들고, 기술의 냉혹한 칼날을 현명하게 겨누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계심과 주의력이 필요하다.

 

수공구를 사용할 때 우리는 책임감을 갖게 된다. 우리가 수공구들을 우리 몸의 연장, 우리 자신의 일부로 느끼기 때문에 그들이 야기하는 윤리적 선택들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긴 낫은 꽃다발을 자를지, 자르지 않을지 선택하지 않는다. 제초 작업자가 선택한다. 우리가 도구를 사용하는 데 전문가가 될수록 자연스럽게 우리의 책임감도 강해진다.

 

재능은 도구와 그 도구의 사용자 사이의 결속력을 강화해준다.

 

1927년에 역사적으로 홀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했던 전설적인 미국의 비행사인 찰스 린드버그Charles Lindbergh는 “나 또는 비행기 혼자서가 아니라 우리가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했다”라면서 그가 조종했던 비행기와 그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말했다.

 

자동화는 도구와 사용자 사이의 유대감을 약화시킨다. 컴퓨터 통제 시스템들이 복잡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들은 작동 방식을 비밀 부호 속에 감춰놓는다. 그들은 어떤 작동자라도 아주 최소한 이상으로 개입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들을 숙달되게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다. 자동화는 결국 마취 효과를 낸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사용하는 그 도구들을 우리 자신의 일부라고 느끼지 못한다.

 

“과거의 인간-기계 시스템에서는 인간 작동자가 계획, 방향, 통합 방법, 기준을 제시했다. 시스템의 기계 부분들은 처음에는 인간 팔의 연장에, 다음에는 인간 눈의 연장에 불과했다. 그러나 컴퓨터의 도입은 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기계적 연장으로 사람은 자동화로 대체되었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

 

우리는 ‘켜기’ 버튼을 누른 후 프로그램화된 단계를 따르면 그만이다.

 

우리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몸과 사지四肢 사이의 관계나 심지어 형제자매들끼리의 관계가 아니라 주종 관계, 다시 말해 주인과 노예의 관계로 정의해왔다.

 

고대 아테네인들 사이에서 처음 등장하면서 서양 철학 사상의 여명기 때부터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Politics》의 서두에서 가정의 운영에 대해서 논의하면서 가사 노동에서 노예는 “살아 있는 기구”로서의 역할을, 도구는 “죽어 있는 기구”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전자와 후자는 본질적으로는 동등하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도구가 어쨌든 살아 있게 되려면 노예의 노동을 직접적으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컴퓨터 자동화와 심지어 기계 학습 시대의 도래를 예상한 듯 “부하가 필요 없는 관리자와 종이 필요 없는 주인을 상상할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다. 각각의(죽어 있는) 기구가 명령어나 똑똑한 예상에 따라 맡은 일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는 조건이다.

 

1920년도에 SF 소설 작가가 처음으로 만들어낸 단어인 ‘로봇’은 ‘노예 상태’를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기원됐다.

 

‘주인과 노예의 은유’

 

우리가 가진 도구들이 우리 자신과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화시킨다. 우리는 기술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제품으로서의 유용성, 효율성, 참신함, 스타일 등의 본질적 특성들에 따라 기술을 판단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도구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를 세상에 더 많이 동화시켜주고, 우리의 경험과 지각 기반을 확대해주기 때문이 아니라 신선하거나 멋지거나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술의 단순한 소비자로 전락하고 있는것이다.

 

“그 혁명은 사람들이 다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줄 것이다”

자유롭게 풀려난다는 말이 해고됐다는 말보다 훨씬 더 유쾌하게 들린다.

 

자동화로 인해 초래됐거나 악화된 사회적·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가동한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죽은 노예들은 우리를 안락함과 조화가 느껴지는 유토피아로 데려다줄 운전기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들이 해결되거나 적어도 약해진다고 해도 대중들은 여전히 충분히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애쓸 것이다.

 

슈쉬왑 부족

1986년에 리처드 쿨Richard Kool이란 이름의 한 캐나다 민족지 학자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쿨은 몰입에 대한 칙센트미하이의 초기작들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었는데, 책들을 읽으면서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남중부에 있는 톰슨 강 인근 계곡에 살았던 원주민들인 ‘슈쉬왑Shushwap’ 부족을 대상으로 자신이 했던 연구가 기억이 났다.

쿨은 슈쉬왑 지역을 “풍요로운 땅”으로 기록해두었다. 그 땅은 물고기와 사냥감들 및 식용뿌리와 산딸기류 열매들이 충만한 축복받은 곳이었다. 슈쉬왑 부족은 생존하기 위해서 다른 곳으로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마을을 가꾸고, “주변 환경 속에서 구한 자원을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정교한 기술”을 개발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하고 부유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족의 노인들은 그처럼 안락한 삶 속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이 너무 많이 예측 가능해졌고, 삶에서 도전 거리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도전이 없는 삶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30년 정도마다 슈쉬왑 부족은 노인들의 주도하에 정착지를 떠나곤 했다. 그들은 살던 집을 떠나고, 지어놓은 마을을 포기하고, 황무지로 향했다. 쿨은 “인구 전체가 슈쉬왑 지역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한 곳에서 그들은 새로운 종류의 도전들을 발견했다. “파악해야 할 새로운 개울들이 있었고, 배워야 할 새로운 사냥감의 흔적들이 있었으며, 발삼나무 뿌리가 풍부한 새로운 장소들이 있었다. 삶은 다시 새로운 의미가 있고, 살 만한 가치를 갖게 되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활기를 되찾고 행복해했다.”

 

저항은 부질없는 짓이 아니다

CAD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 어려웠던 점은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배우는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용법은 아주 쉬웠다. 그보다는 사용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게 더 어려웠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조작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더 깊숙이 파고들어 연구해야 한다.”

 

가장 최신의, 가장 자동화되고, 가장 편리한 도구가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도구를 다른 도구보다 더 뛰어나게 만드는 것은 그 도구가 얼마나 새것인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도구가 우리를 얼마나 위대하거나 초라하게 만드는지, 그것이 자연과 문화 및 서로에 대한 우리의 경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의 느낌과 관련된 선택들을 발전이라고 불리는 추상적이고 웅장한 개념에 양도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스타트렉Star Trek〉에는 “저항은 부질없는 짓이다”에는 상투적이지만 멋진 문구가 나온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들 중에 하나가 가장 간과하기 쉬운 것이기도 하다. 현실과 충돌할 때마다 우리는 세상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더 완전하게 세상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도전을 해결하려고 애쓸 때 그런 노동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노력하겠다는 동기도 생기는 것인지 모른다.

 

자동화는 수단과 목적을 분리한다. 자동화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을 수 있게해주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우리의 본질이 여전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놓여 있는가, 아니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에 의해 정의되는 데 만족해하는가?”

 

도구를 단순한 생산 수단보다는 우리 자신의 일부이자 경험 수단으로 복귀시킴으로써 우리는 우리와 마음이 통하는 기술이 제공하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