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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9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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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9하라
당신의 머리를 교체해드립니다『머리를 9하라』. MBC애드컴을 시작으로 광고계에 첫발을 디딘 후 기아자동차, 하이트맥주, 이랜드, 프렌치카페, 삼양라면 등 굵직한 광고를 줄줄이 히트시킨 카피라이터 정철이 굳어버린 우리의 뇌를 흔들어 깨울 수 있는 발상전환의 노하우를 공개한다. 어떻게 하면 남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에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지 제시하였다. 이 책은 꽉 막힌 머리를 바꿔주는 9가지의 비밀을 소개한다. 발상전환의 정의부터 발상전환을 위한 노력, 발상전화의 요령, 발상전환의 자세, 발상전환의 철학까지 고스란히 담아냈다. 광고쟁이인 저자의 특유의 역발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답답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재미없는 일상을 유쾌하게 바꾸는 비법을 알려준다.
저자
정철
출판
리더스북
출판일
2013.04.10

 

0. 출발 - 머리 위에 아홉 가지 음식을 차리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동네 창피한 이야기지만 아인슈타인, 뉴턴, 존 레논 같은 친구들, 여기 올라와서는 도통 머리를 사용하지 않아. 하늘나라 발전된 거 하나도 없다니까.

 

 해가 졌다.

 아니요, 별이 떴지요.

 편식은 나쁘다.

 아니요, 그것은 식성일 수도 있지요.

 가장 많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큰 그릇이다.

 아니요, 빈 그릇이지요.

 결혼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아니요, 결혼은 가장 오래 사랑할 사람과 하는 것이지요.

 나가 모이면 우리가 된다.

 아니요, 나를 버려야 우리가 되지요.

 아니요, 는 부정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시작이다.

 네.

 

 카피라이터가 뭐하는 사람인가. 한마디로 남의 이야기를 대신해 주는 사람이다. 삼양라면 이야기도 대신해 주고 하이트 맥주 이야기도 대신해 주고, 때로는 호떡집이나 영화 제작사 이야기도 대신해 주고, 대신증권 지점장도 아닌데 대신이라는 단어와 어쩔 수 없이 친해져야 하는 사람이다.

 

 

 

1. 찾자

 정답님, 안녕히 가십시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불행해지는 게 아니다. 7시 25분까지는 행복했고 7시 26분부터 불행해졌다, 라는 말을 나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불행은 한순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늘 ㅂf만을 늘어놓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불행과 친해져 버리는 것이다. 마치 천천히 늪에 빠지는 것처럼.

 역시 주범은 부정적인 생각이다. 과도한 걱정과 소용없는 후회가 불행해지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행복의 반대편에 놓인 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답을 오답(誤答), 즉 틀린 답이라고 표기하는 데는 반대한다. 오!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답, 오! 하고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하는 답, 오! 하는 감탄사를 이끌어 내는 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정의 한다. 발상전환이란 정답이 아니라 새로운 오답을 찾는 것이다, 라고. 동서남북 념녀노소 우수마발의 한결같은 답이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는 것이라고.

 

 오답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속도를 줄여야 한다. 옆에서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느려 터져야 한다. 즉 정답은 이거다, 라고 너무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

 

 도둑

 내가 꽉 움켜쥔 물건 몇 개 놓아 버려도

 세상 살아가는 데 크게 지장이 없음을 깨우쳐 주는

 한밤중의 가정교사.

 도둑을 꼭 경찰이나 형사 아저씨의 눈으로만 바라봐야 할까, 도둑에게 배울 만한 인생의 한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며느리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더니 이런 부처님 수제자 같은 새로운 정의를 만날 수 있었다. 복면 쓰고 담 넘는 놈, 너는 잠시 옆으로 비켜 서 있어! 라고 했더니 오답이 손에 만져진 것이다.

 

 비틀기 9단들의 이야기

 생활과 생각은 일란성 쌍둥이다. 생활이 30분쯤 형님인 쌍둥이다.

 

 광고쟁이들은 대개 바쁘다는 핑계로 집안일에 소홀하다. 집사람 생일도 잘 챙기지 못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결혼하고 5년쯤 되었을까. 갑자기 철이 들었는지 이번 생일엔 선물 제대로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어쩌면 위기감). 평범은 싫었다. 집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 감동적인 선물을 하고 싶었다. 생각을 비틀었다. 오답이 떠올랐다. 서른세 번째 생일에 서른 세 개의 선물! 내가 생각해도 근사했다. 그날부터 선물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선물 한두 개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서른세 개라니. 그것도 값 싼 선물이어야 한다는 간섭까지 있으니, 어쨌든 어렵게 선물을 다 샀다. 연필도 있었고, 책도 있었고, 노래음반도 있었고, 머리핀도 있었다. 소주도 한 병, 담배도 한 갑. 집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그것도 샀다. 싸니까.

 생일날 오후, 선물을 차 트렁크에 가득 싣고 집으로 갔다. 주접을 좀 떨었다. 거실에 선물 서른세 개를 하트 모양으로 늘어놨다. 풍선 서른세 개를 불어 그 안에 수북이 쌓았다. 빈종이 한 장을 꺼내 선물 서른세 개의 의미를 짤막짤막하게 적었다. 생일 가트 같은 거였다(직업이 카피라이터였으니 이런 건 제법 했겠지). 다 생각나지는 않지만 담배의 의미는 이렇게 썼을 것이다. 한밤중에 내가 담배 떨어졌다고 하면 빌려 주세요.

 참, 내가 산 선물은 정확하게 서른두 개였다. 서른두 개로 하트를 만들고 서른세 번째 선물은 접니다, 하는 표정으로 내가 하트를 만들고 서른세 번째 선물은 접니다, 하는 표정으로 내가 그 한가운데 앉아 있었으니까(상상하지 마라. 쑥스럽다). 집사람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떤 감탄사를 던질까 궁금했다. 그래서 덜컹 하고 현관문 열리는 소리만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그날 집사람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덜컹 하는 현관문 소리보다 먼저 내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기 때문. 친한 친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 나는 그 길로 영안실을 찾았고 그날 밤 외박을 해야 했다.

 하지만 서른세 번째 선물이 그 자리에 없었다 해서, 내가 그 감동의 순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해서 집사람의 감동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전화를 타고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감격 그 이상이었다. 놀랍게도 선물의 효과는 10년 가까이 갔다. 그날 이후 나는 늘 빈손이었고 집사람은 이를 늘 눈감아줬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날 내가 준 것보다 받은 게 더 많았다는 것이다. 집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꾸민 일이었는데, 그녀가 좋아할 표정을 떠올리며 선물을 하나하나 사 모으는 내가 더 행복해지고 말았다는.

 

 비틀즈 ::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거울, 책, 천문대, 자동차극장, 맞선.

 봄

 ‘보다’의 명사형.

 

 움베르토 에코라는 작가가 있다. 그는 <어떻게 지내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이라는 글에서 무려 160여 가지의 대답을 내놓았다.

 “잘 돌아갑니다.” (갈릴레이)

 “계절에 따라 다르지요.” (비발디)

 “터져 버릴 것 가아요.” (노벨)

 “피 봤습니다.” (드라큘라)

 “아, 너무 뜨거워요!” (잔 다르크)

 “맞춰 보세요.” (애거서 크리스티)

 “유배된 느낌입니다.” (나폴레옹)

 “다시 살아났습니다.” (예수)

 “언제 말입니까?” (노스트라다무스)

 “상대적으로 잘 지냅니다.” (아인슈타인)

 

 중국집 이름을 짓는다면, 중국집. 보성에서 잘 키운 색다른 차 이름을 짓는다면, 다르다(다르茶). 인터넷 서비스회사 이름을 짓는다면, 오른손(마우스를 쥐는 손). 광고회사처럼 을의 운명을 타고난 회사의 이름을 짓는다면, 최선을(최선을 다하는 을). 심오한 의미까지는 없어도 애견 숍 이름이 루이비똥개, 개편한 세상, 카카오독 정도 되면 빵 터질 만하지 않은가.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바나나 좋아하는가? 지금 바나나가 마음고생이 많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곧 멸종위기에 처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고 한다. 왜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 원숭이들의 식욕이 갑자기 왕성해진 걸까. 사자나 호랑이 새끼들까지 바나나의 맛을 알아 버린 걸까.

 욕심 때문이다. 정답 하나만 인정하겠다는 오만 때문이다. 원래 바나나는 품종이 아주 많았다. 그대로 두고 다양한 품종이 섞여 살게 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싼 값에 더 많은 사람들의 입에 바나나를 넣어 주려는 욕심이 최적의 바나나 한 품종만을 대량으로 기르게 했다.

 그것이 바로, 바나나 좋아하는가? 라고 내가 물었을 때 당신이 머릿속에 그린 그 노랗고 긴 바나나다. 종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정답 하나만 인정하겠다는 생각이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그래서 질병이 크게 돌면 대안이 없어 한꺼번에 다 죽게 생긴 것이다. 모든 바나나를 정답 하나로 통일시키면 더 많이 먹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무도 먹지 못할 수도 있게 되어 버린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공룡화석을 보고 공룡의 모습을 상상하듯 바나나의 모습도 상상 속에서만 만나게 될지 모른다. 노랗고 긴 먹거리, 라는 기록만 남아 바나나를 꼬챙이 어묵과 닮은 놈으로 기억하게 될지도.

 

 고정관념이다. 하느님, 옥황상제, 염라대왕은 당연히 남자일 거라는 고정관념이다. 단 한 번도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만난 적 없는 이들을 당신은 왜 남자라 믿고 있는가. 이들이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하느님은 장동건 닮았을 수도 있지만 김태희 닮았을 수도 있다. 옥황상제는 나풀나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을지도 모른다. 염라대왕은 땅에서 어떤 놈이 죄 짓나 내려다보느라 모가지가 길어져 슬픈 꽃사슴 얼굴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지. 이들이 남자 아니면 여자, 즉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을 거라는 내 생각도 고정관념일 수 있다.

 

 누군가 꽃을 이야기하면 우리는 향기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꽃의 90퍼센트는 향기가 없거나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 한다. 누군가가 절을 이야기하면 우리는 깊은 산속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나라 절의 절반이 도심에 있다고 한다.

 

 아니요! 는 부정인가. 아니다. 새로운 생각이다. 새로운 생각의 시작이다.

 

 편신은 나쁘다.

 아니요, 그것은 식성일 수도 있지요.

 막차를 놓치면 끝이다.

 아니요, 다른 때보다 조금 오래 기다리면 첫차가 오지요.

 가장 외로운 섬은 무인도다.

 아니요, 가장 외로운 섬은 한 사람만 사는 섬이지요.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아니요,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칭찬으로 만들어져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니요, 하늘을 얻으려면 하늘 하나만 바라봐야지요.

 팔리지 않은 포도는 불쌍하다.

 아니요, 그놈이 최고급 와인이 되지요.

 가장 많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큰 그릇이다.

 아니요, 빈 그릇이지요.

 잉꼬는 늘 다정하다.

 아니요, 잉꼬는 남들이 보지 않을 때만 싸우지요.

 싱싱한 물고기가 오래 산다.

 아니요, 싱싱한 놈이 접시 위에 먼저 눕지요.

 결혼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아니요, 결혼은 가장 오래 사랑할 사람과 하는 것이지요.

 해가 졌다.

 아니요, 별이 떴지요.

 밍크의 수명은 10년이다.

 아니요, 밍크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살지요.

 나가 모이면 우리가 된다.

 아니요, 나를 버려야 우리가 되지요.

 

 상식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생각.

 하지만 뒤집으면 식상.

 상식과 식상은 동전의 앞뒷면.

 우리는 늘 상식이라는 핑계를 대며

 식상하기 짝이 없는 고정관념을 눈감아 준다.

 게으른 관찰과 섣부른 결론.

 고정관념은 늘 이 두 개의 먹이를

 뜯어먹으며 우리 몸속에 기생하고 있다.

 

 

 

2. 떨자

 당신의 아이큐는 200인가

 깨끗한 손톱을 갖는 법

 손톱에게 힘든 일 시키지 않고 피아노 치고 기타 치며 빈둥빈둥 놀게 한다. 틀렸습니다. 하루 한 번 네일 아트 찾아가 매니큐어 칠해 주며 왕비마마 모시듯 관리한다. 틀렸습니다. 깨끗한 손톱을 갖고 싶으면 손톱에게 일을 시키십시오. 머리를 감으면 손톱은 저절로 깨끗해집니다. 설거지를 하면 손톱은 저절로 깨끗해집니다. 깨끗한 손톱을 갖는 법과 깨끗한 정신을 갖는 법은 같습니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겠지.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배꼽 잡는 이야기를 듣는다. 최근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재미있다. 혼자 웃고 끝내기 너무 아까워 다른 친구들 만날 때 꼭 써먹어야지, 하고 그 이야기를 머릿속에 넣어 둔다. 다음 주, 친구들과 생맥주 잔을 수십 번 부딪쳐도 그 이야기는 머리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괜히 탁자 위에 아이큐 200이 안 되는 자기 머리만 꽝꽝 부딪치다 결국 술값만 계산하고 나온다.

 

 만남의 광장

 만남의 광장엔 만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만나는 사람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다.

 두 사람이 똑같은 시간에 도착할 수는 없으니까.

 ‘기다리다’를 견디지 못하면 ‘만나다’도 없다.

 만남의 광장의 다른 이름은 기다림의 광장이다.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면 만남도 없다는 메시지.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나는 만남의 광장에서 만났고 그것을 놓아 버리지 않았다.

 

 어린 아이디어 키우는 법

 사람의 체온이 36.5도인 이유

 사람의 체온은 36.5. 1년은 365.

 사람의 체온 열이 모이면 1년이 된다.

 1년에 최소한 열 사람을 꽉 껴안으라는 얘기다.

 

 “뭐 하러 힘들게 기억하려고 애쓰나. 기록하고 기억에서 지워라.”

- 아인슈타인

 

 에디슨의 아이큐도 섭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작은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가 죽고 난 후 무려 3400권의 노트가 발견되었다. 그 중 한 페이지는 지금 당신의 머리 위에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전구로 발전되었을 것이다.

 

 책에 인쇄된 글자들은 작가의 생각이다(당신의 생각이 아니다). 작가의 생각이 당신의 머리와 부딪치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 그것들로 여백을 더럽혀라. 책 읽을 땐 늘 연필을 곁에 두고 책이 아니라 공책 대하듯 하라. 그러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그 책은 두 권의 책이 된다. 작가의 생각이 두꺼운 한 권, 당신의 생각은 약간 얇은 또 한 권.

 

 정철이라는 사람이 부지런 떠는 법

 양쪽 검지 하나씩만 사용하는 독수리타법이다. 언제 나머지 손가락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는 타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언제일지는 알 수 없다.

 

 ㆍ선두가 가장 잘 뛰고 꼴지가 가장 열심히 뛴다.

 ㆍ한밤중, 국산품 전시장 문을 꽉 잠그고 있는 외제 자물쇠.

 ㆍ동물의 나이

 메기 80. 앵무새 90. 고양이 12. 타조 35. 거북 175. 

 독수리 60. 개 16. 소 25~30. 두꺼비 36. 사람? 

 ㆍ맨 앞에서 썰매를 끄는 개만이 경치가 바뀌는 것을 감상할 수 있다. (에스키모 속담)

 ㆍ땅은 누워 있는 하늘이다.

 ㆍ내 처음과 끝을 다 보는 사람은 나뿐이다.

 ㆍ돈과 독. 꿈과 껌. 땅과 땀.

 ㆍ책, 나무였지.

 

 

 

3. 참자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조금만 더

 꿈

 몇 안 되는 미래형 명사.

 처음엔 ‘꾸다’라는 동사와 붙어 지내지만 

 꾸다, 꾸다, 꾸다, 꾸다, 반복하여 주문을 외우면

 어느새 ‘이루다’라는 동사와 붙어 있다.

 

 아이디어

 몇 안 되는 지능형 명사.

 처음엔 ‘관찰하다’라는 동사와 붙어 지내지만

 관찰하다, 관찰하가, 관찰하다 반복하여 주문을 외우면 

 어느새 ‘발견하다’라는 동사와 붙어 있다.

 

 하이힐이라는 세 글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이 세 글자가 하이힐과 생김새가 닮았다는 것을 발견한다. 당신의 반응. 뭐가 닮았다는 거지? 내 대답. 더 들어보시길. 앞의 두 글자 ‘하이’에는 받침이 없는데, 하이힐의 뒤꿈치에 해당하는 마지막 글자 ‘힐’에만 받침이 있다는 것. 이는 뒤쪽이 갑자기 높아지는 하이힐의 옆모양을 그대로 닮았다는 것. 그러니까 하이힐이라는 이름은 사물의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라는 것. 중국에만 상형문자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생각을 조금 더 진전시켜 볼까. 그 뒤꿈치의 받침이 기역이 아니라 리을이라는 것. 리을은 그렇게 날카롭지도 뾰족하지도 않다는 것. 부드러움과 안정감이 있는 받침이라는 것. 이렇게 높이와 안정감을 함께 갖춰야 진정한 하이힐이라는 것.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하이힐의 뒤꿈치에 리을을 달지 않고 기역을 달고 다닌다는 것. 그래서 늘 아슬아슬하다는 것. 발목건강 무릎건강 척추건강이 줄줄이 걱정된다는 것. 그건 하이힐이 아니라 하이킥을 신고 다니는 것이니까.

 구두 만드는 회사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런 생각도 하이힐에 구멍 하나를 뚫은 것 아닐까.

 

 청춘

 한 글자로는 꿈.

 두 글자로는 희망.

 세 글자로는 가능성.

 네 글자로는 ○○○○

 한 글자에서 세 글자까지는 쉽게 썼다. 그런데 마지막 네 글자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에선 자꾸 무한도전이라는 네 글자만 춤을 출 뿐, 이거다! 하는 것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는 무한도전으로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무한도전은 토요일 밤에 보면 되지, 책에서까지 볼 필요는 없으니까). 조금 더 관찰하면 더 근사한 한마디를 건져낼 거라 확신했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뚫어지게 바라봤다. 하루, 이틀, 사흘... 그러자 어느 순간 청춘이 뻥! 소리를 내며 뚫렸다. 내가 발견한 네 글자는 바로,

 할 수 있어!

 그래 왜 나는 명사에서만 네 글자를 찾았을까, 왜 하나의 문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문장을 만들어 붙이니, 글이 마지막 반전도 있고 맛도 더 있지 않은가. 만약 조금 더 참지 않고 관찰을 포기해 버렸다면 지금 내 책엔 무한도전이라는 네 글자가 앉아 있겠지.

 

 연필을 놓고 눈으로 써라

 글은 머리가 손을 시켜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글은 눈으로 써야 한다고 말한다. 관찰이 글을 만든다는 뜻이다. 눈으로 관찰하지 않고 머리로 쓴 글은 힘이 약하다. 울림이 약하다. 좋은 글은 좋은 눈에서 나온다고 단정해도 좋다.

 

 8자의 의미

 가로로 자르면 0.

 타고난 팔자란 없다는 뜻.

 세로로 자르면 3.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가 온다는 뜻.

 눕히면 무한대.

 그래서 당신의 성공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뜻.

 

 쉼표

 쉼표는 숫자 9를 닮았다.

 1에서 9까지 열심히 달려왔다면

 10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쉬어가라는 뜻이다.

 9에서도 잠시 머물지 않고

 10, 11로 허겁지겁 달려가는 사람은

 12는 구경도 못하고 지쳐 주저앉고 만다.

 쉼표에 인색하지 마라.

 쉼표를 찍을 줄 아는 사람만이 마침표까지 찍을 수 있다.

 

 스트레스

 ‘스’로 시작해서 ‘스’로 끝난다. 출발점과 종점이 같다. 스트레스가 시작된 지점에 스트레스를 끝내는 방법이 있으니, 빙빙 돌아가지 말고 스트레스가 시작된 지점을 찾아가 정면으로 부딪치라는 뜻이다.

 

 알파벳에게 배우는 겸손

 H가 A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맨 앞에 설 수 있니?

 A가 대답했다.

 평행선을 긋고 있는 너의 양쪽 세로막대에게 

 서로를 향해 머리를 숙이라고 해 봐.

 어때, A가 됐지?

 맨 앞에 서는 방법은 겸손이야.

 

 봄

 몸이 두 팔을 위로 뻗은 모양.

 봄은 움츠러들었던 몸이 기지개를 켜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러 개의 안경을 마련하라

 게

 외로운 게지.

 외로우니까 옆으로 걷는 게지.

 옆에 아무도 없으니까 옆으로 걷는 게지.

 사랑이 옆에 있다면 옆으로 걸을 리 없는 게지.

 그의 발을 밟을 수도 있으니 옆으로 걸을 수 없는 게지.

 앞으로 걷기 위해서라도 당신 곁엔 사랑이 있어야 하는 게지.

 

 ㆍ헤비메탈(매미)은 끝났다. 이제 재즈(귀뚜라미)다.

 ㆍ꼭끼오! 꼭 낄 줄 알았다. 16강에.

 그나저나 대한민국 치킨들에게 한 번 더 미안해야겠다.

 ㆍ하루살이도 멋진 오후를 꿈꾼다.

 

 샴푸

 비누가 지배하던 욕실에서

 샴푸가 한자리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확실하게 보여 줬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그대로 흉내 내서는 내 자리를 갖기 어렵다.

 샴푸가 지배하던 욕실에서

 린스가 한자리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샴푸의 일을 빼앗지 않고 도와줬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쓰러뜨려야 내 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장미에 가시가 달린 뜻

 장미는 아름답다, 라는 말은

 장미에 달린 가시까지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장미의 일부는 아름답다, 라고 했을 것입니다.

 인생은 아름답다, 라는 말은

 인생에 딸린 고통까지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썩지 않기

 땀에는 소금기가 있다. 그래서 땀은 썩지 않는다. 그래서 땀을 흘리는 사람은 썩지 않는다. 그러나 남이 흘린 땀을 가로채려고 침만 흘리는 사람은 결국 썩고 만다. 침에는 소금기가 없다.

 

 지금 당신이 들고 있는 이 책은 당신의 관점에서 보면 지식과 지혜와 감동을 주는 고마운 친구다. 내 관점에서 보면 내게 밥값과 술값과 담뱃값을 주는 고마운 친구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 해서, 입장을 달리 해서 바라보면 그다지 고맙지 않은 친구일 수도 있다.

 손의 입장에서 보면 책은 무거운 짐이다. 출판서 편집자나 도서관 사서의 입장에서 보면 끝도 없는 일이다. 세종대왕의 입장에서 보면 보람이다. 글을 모르는 갓난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두꺼운 네모다.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사후 세계다.

 

 칼

 의사의 손에 들려 있으면 긴장.

 강도의 손에 들려 있으면 공포.

 주부의 손에 들려 있으면 기대.

 중요한 건 성능이 아니라 칼끝이 향하는 방향.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느냐.

 

 悲

 비가 온다.

 이것은 사람의 입장.

 비가 간다.

 이것은 하느님의 입장.

 입장의 차이,

 어떻게 극복할까?

 대화, 

 토론,

 절충, 

 그리고 결론.

 비는 내리는 것으로 한다.

 사람도 하느님도 

 비의 입장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비가 운다.

 

 

 

4. 묻자

 호기심 1인분 주세요

 타이레놀

 우리의 머리가 아픈 이유는 입 때문이다.

 입의 잘못 때문에, 입의 실수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두통약 타이레놀을 

 머리에 넣지 않고 입에 털어 넣는다.

 

 구두

 구두에서 가장 때가 타기 쉬운 곳은 밑창인데

 우리는 그곳만 빼놓고 구두를 닦는다.

 물론 남의 눈에 띄지 않으니 애써 닦을 필요가 없다.

 사람에서 가장 때가 타기 쉬운 곳은 마음인데

 우리는 그곳만 빼놓고 샤워를 한다.

 물론 남의 눈에 띄지 않으니 애써 씻을 필요가 없다.

 대신 이런 말을 들어도 언짢아해서는 안 된다.

 마음이 정말 구두 밑창 같으시네요.

 

 표표표표표

 책을 읽는 첫 번째 이유

 말이 많은 사람의 장점은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이 많은 사람의 단점은 아는 것은 많은데 정확히 아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세상에 들키고 만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책을 읽으라고 하는지 아는가. 책 속에 엄청난 지혜가 들어 있어서가 아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말을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 말을 하지 않고 있다.

 

 호기심은 직선으로 달리던 인생에게 곡선으로 달리는 멋과 여유를 가르쳐 준다. 고마운 놈이다.

 

 물음표공장 공장장들의 이야기

 똥침

 서울아, 그만 좀 찔러라.

 뭔 놈의 교회 십자가가

 전봇대보다 많은 게냐.

 인자하신 하느님 노릇, 

 똥구멍 아파서 못 해먹겠다.

 

 

 

5. 놀자

 상상하다 = 놀다

 조급함은 한 번의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감을 잃게 해 평생 상상력과 담을 쌓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OB (Out of Bound) ::
[1] 경기장의 바깥 부분을 말한다.
[2] ①플레이어가 아웃 되는 것은 그 플레이어가 경계선 위 또는 바깥 부분을 밟았을 때이다. ②볼이 아웃 되는 것은 아웃 된 플레이어에 닿았을 때, 경계선 위 또는 바깥의 플레이어 이외의 사람 또는 바깥의 어떤 물체에 닿았을 경우, 백 보드(back board)의 지주(支柱) 또는 백 보드의 후면에 닿았을 경우, 드리블(dribble) 중 플레이어가 아웃 되었을 때이다.
[3] 볼을 아웃시킨 플레이어라는 것은 ①볼이 아웃 된 플레이어에 맞고 아웃된 때에 그 플레이어가 볼을 아웃시킨 플레이어이다. ②볼이 플레이어 이외의 사람 또는 물체에 접촉되어 아웃이 된 경우에는 아웃이 되기 이전, 최후에 볼을 접촉한 플레이어를 말한다.
[골프] 경기가 허용된 구역 이외의 장소를 말한다. 코스와 아웃 오브 바운드의 경계를 말뚝 또는 울타리로 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 말뚝 또는 울타리의 내측이 지상에 접한 곳을 통하여 그은 선을 경계선으로 한다. 경계를 선으로 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선 자체가 아웃 오브 바운드이다.
[미식축구] ①사이드 라인(sideline)과 엔드 라인(endline)에 의하여 구획된 경기장의 바깥을 말한다. ②볼 또는 볼의 소유자가 사이드 라인 또는 엔드 라인을 밟았을 경우, 볼을 아웃 오브 바운드라고 한다. ③프리 볼(free ball) 혹은 포워드 패스(forward pass)의 볼이 사이드 라인의 위, 사이드 라인의 바깥, 또는 엔드 라인의 위, 혹은 엔드 라인의 밖에 있는 경기자의 몸 어느 곳에라도 접촉되었을 경우에는 아웃 오브 바운드이다. ④골 포스트(goal post)에 충돌한 볼. 프리 볼 또는 포워드 패스가 골 포스트 또는 크로스 바(cross bar)에 맞은 경우이다.
[배구] 볼이 코트 외의 지표 물체 또는 네트의 지주에 맞든지 지주를 포함하는 네트의 외측, 혹은 하방(下方)을 통과한 경우를 말한다. 구획선에 닿은 볼은 아웃 오브 바운드가 아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웃 오브 바운드 [Out of bound] (체육학대사전, 2000.2.25, 민중서관)

 

 놀이의 힘

 일본의 어느 도시는 재활용 쓰레기가 잘 모이지 않아서 고민이었다. 상당한 비용을 들여 시민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였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냈다. 쓰레기봉투를 곰 인형 모양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 제안은 채택되었고 쓰레기봉투의 얼굴이 바뀌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재활용 쓰레기의 양이 급증했다. 쓰레기를 모아서 버리는 일이 재미있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일만큼은 내가 하겠다고 아이들까지 달려들었다. 더럽고 귀찮은 일도 놀이처럼 느껴지면 사람들은 그것을 피하지 않는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나란히 있다면 우리는 굳이 계단에 발을 올려놓지 않는다. 그쪽이 더 힘들다는 것을 빤히 아는데 누가 계단을 이용하겠는가. 하지만 계단을 오르는 게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계단 하나하나 밟을 때마다 다른 음이 경쾌하게 난다면 한번쯤 계단에 올라보고 싶겠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손가락 대신 발바닥으로,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진 켈리가 탭댄스를 추듯 근사한 피아노 연주를 해 보고 싶겠지.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겠지. 그건 힘든 길을 오르는 게 아니라 노는 것이니까. 스웨덴 스톡홀름 오덴플랜역에는 밟으면 소리가 나는 계단이 실제로 있다.

 

 때로는 놀이가 예술로 둔갑하기도 한다. 작곡가 알렉산드로 보로딘은 어느 날 집에서 형편없는 피아노 연주 소리가 들려와 호통을 칠 요량으로 피아노방 문을 열었다. 그런데 피아노 앞엔 어린 딸이 앉아 있었다. 피아노를 배운 적 없는 딸은 집게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놀고 있었다. 보로딘은 딸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그런데 그게 재미있는 놀이처럼 보였다. 딸아이와 나란히 앉았다. 같이 놀았다. 띵띵띵 띵띵띵, 하며 놀다 어느새 젓가락 행진곡이 완성되었다.

- 생각의 탄생에 보면 조금 다르게.

 

 놀이가 문화의 한 획을 그은 경우도 있다. 한 예일대 학생이 캠퍼스 근처 프리스비 베이커리의 파이 접시를 주워 친구랑 마주 던지며 놀았는데, 그것이 원반 던지는 놀이 즉 프리스비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놀이는 인간 문명을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나일론의 발명도 놀이에서 시작되었다. 합성소재 개발을 위해 애쓰던 뒤퐁사 연구원들. 그들은 새 재료를 유리 막대에 붙이고 잡아당기기 시합을 벌였는데, 의외로 그 재료가 놀랄 만큼 탄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구원들은 실험실을 뛰어다니며 실을 길게 늘이는 놀이를 했다. 아이처럼 깔깔대며. 그런데 그때 최대한으로 당겨진 그 재료가 갑자기 구조가 바뀐 것처럼 가늘고 부드러워지는 게 아닌가. 이게 바로 나일론이 발명되는 순간.

 발명해야지, 발명해야지, 하면서 실험실에서 현미경만 들여다보고 있었다면 이런 발명은 없었을 것이다. 머리에 부담을 주었다면 결코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놀이는 놀이 그 자체로도 신나는 일이지만, 생각하지도 않은 발명을 선물로 받을 수 있어 더 신나는 일이다.

- 나일론 만든 캐러더스 박사의 조수가, 실험을 한 비커에 붙은 찌꺼기가 잘 안 떨어지자 '가열하면 떨어지려나?'하고선 그 비커에 물을 담고 가열을 시켰더니 실처럼 되어서 나온 것이 시작.

 

 말장난 합시다

 모험

 세상을 만지는 체험.

 어둠을 헤치는 탐험.

 나에게 던지는 시험.

 어쩌면 조금은 위험.

 그러나 인생의 보험.

 

 밥 타령

 논이라는 한 글자 위에 

 벼라는 한 글자 있어

 해라는 한 글자를 만나고

 비라는 한 글자도 만나고

 땀이라는 한 글자가 더해져

 쌀이라는 한 글자가 되어

 솥이라는 한 글자에 들어가

 물이라는 한 글자에 젖고

 불이라는 한 글자를 견디고

 뜸이라는 한 글자를 들이면

 밥이라는 한 글자가 되는데

 상이라는 한 글자에 올라

 국이라는 한 글자를 데리고

 입이라는 한 글자로 들어가

 맛이라는 한 글자를 느끼고

 목이라는 한 글자를 지나

 배라는 한 글자에 머물다

 피라는 한 글자로도 남고

 살이라는 한 글자로도 남고

 힘이라는 한 글자를 주면

 똥이라는 한 글자로 나온다.

 이 모든 한 글자가 ‘나’라는 한 글자를 위해 존재하니

 나는 틀림없이 축복받은 존재.

 

 만약 이 글을 조립하듯 쓰지 않고 연필 꽁무니만 따라가며  썼다면 어땠을까. 아마 이런 글이었겠지.

 농부가 뙤약볕 아래에서 땀 흘려 농사를 지어 쌀을 만들면 우리는 그것으로 쉽게 밥을 짓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먹고 건강하게 자랍니다. 힘든 일은 농부가 다 합니다. 그러니 농부에게 고마워해야 하고, 또 농부의 뜻을 받들어 우리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 재미없어!

 

 조탁(彫琢) :: 1. 보석과 같이 단단한 것을 새기거나 쫌. 

 2. 문장이나 글 따위를 매끄럽게 다듬음.

 

 헤어짐

 좋을 땐 상대를 업고 다녀도 무겁지 않지만

 싫어지면 상대의 머리카락 한 올도 짐으로 느껴진다.

 이를 영어, 한글 합성어로 헤어짐이라 한다.

 헤어짐이 느껴지면 헤어지게 되어 있다.

 

 가나다

 가라고 말하지 마세요. 쉬이 떠나보내는 일에 익숙한 사람은 결국 혼자 남게 됩니다. 세상 누구에게도 가라고 먼저 말하지 마세요.

 나라고 말하지 마세요. 세상에 나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라고 말하지 말고 우리라고 말하세요.

 다라고 말하지 마세요. 전부를 가지려는 욕심에 단 하나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나누면 커진다는 말을 의심하지 말고 믿으세요.

 

 프로와 아마의 차이

 아마추어는 늘 아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확신이다.

 

 습관

 세상 모든 습관 중 쓸모 있는 습관은 단 하나뿐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바지를 내리기 전에

 화장지가 충분한지 확인하는 습관, 그것 하나뿐이다.

 나머지 습관은 모조리 변기에 쏟아 붓고 물을 내려라.

 습관적이라는 말은 습관이 적이라는 뜻이다.

 

 싱크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는 아직 여자대학이지만

 싱크대는 이미 남녀공학이다.

 

 반값등록금, 딱 한 대학만 압박하면 가능하다. 어느 대학일까?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아니, 청와대.

 

 섬

 우뚝 섰다 해서

 섬. 

 바다 위에서도 서는데

 땅 위에서 주저앉으면 안 되겠지.

 당신도 섬이어야 한다.

 아파도 섬이어야 한다.

 아파도가 아니면

 힘들어더, 억울해도, 막막해도, 울고 싶어도...

 끝에 도가 붙은 섬이면 어떤 이름도 좋다.

 섬. 

 주저앉음의 반대말.

 

 CEO

 See 25.

 25%의 확률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하고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

 

 위로

 아래로 처진 어깨를 위로 올려 주는 일.

 아래로 숙인 고개를 위로 들게 하는 일.

 따뜻한 손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영어로는 up.

 

 추위

 주위의 머리 위에 점 하나를 찍은 파생어.

 추울수록 주위를 돌아보라는 뜻.

 

 함께

 너와 나의 합계.

 그러나 덧셈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불가사의한 계산.

 너와 나의 크기를 더한 것보다 훨씬 더 커지니까.

 

 이별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의 가슴에 느낌표를 찍고

 서로의 품에서 쉼표를 찍다가

 어느 날 서로에게 물음표를 던진 후

 한동안 조용히 말줄임표를 찍고

 결국 서로의 기억에 마침표를 찍는 것.

 그리고 둘 중 한사람은 자꾸 도돌이표를 만지작거리는 것.

 

 당신은 창의력이 부족한가. 그렇다면 부모님이든 하느님이든 누구에게든 부족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하라. 창의력이 철철 넘쳤다면 이런 책 따위는 읽지 않았겠지. 책값으로 생맥주 500씨씨 다섯 잔을 마시겠지. 취하겠지. 당신을 떠나 버린 그 또는 그녀가 생각나겠지. 아직 당신의 휴대전화엔 그 또는 그녀의 번호가 지워지지 않았겠지. 많이 망설이다 문자를 보내겠지. 나 술 늘었나 봐. 당연히 답장이 안 오겠지. 보고 싶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고 화도 나겠지. 자존심도 상하겠지. 괜히 문자 보냈다고 후회하겠지. 쪽팔림을 만회하고 싶어지겠지. 그래서 다시 문자를 보내겠지. 문자 잘못 갔어. 두 번의 문자를 받은 그 또는 그녀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직 살아 있는 당신의 번호를 조용히 지우겠지. 이제 실낱같은 희망마저 끊어져 버린 거지. 그놈의 철철 넘치는 창의력 때문에.

 

 사랑에 눈을 뜨면, 사랑에 눈이 먼다.

- 사랑에 눈이 멀면, 사랑에 눈을 뜬다.

 

 힝

 국어사전을 뒤적거리다 문득 맨 마지막에 실린 단어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힝이었다. 이런 단어도 있었나? 뜻을 찾아보니 아니꼬워서 비웃는 콧소리, 라고 적혀 있다. 그러고 보니 그리 낯선 단어도 아니다. 우리가 하루 종일 내뱉는 소리 혹은 듣는 소리의 절반은 바로 힝이 아니었던가. 남을 비웃는 힝, 정치를 비웃는 힝, 문화를 비웃는 힝, 세상을 비웃는 힝... 그렇게 우리는 힝힝거리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 단어가 국어사전 맨 끝에 붙어 간신히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힝! 소리를 참을 수 있는 끝까지 참아 보자는 뜻인지도 모른다. 대신 힘! 소리를 서로에게 던지며 용기를 주자는 뜻인지도 모른다. 부정의 힝은 긍정의 힘을 이길 수 없으니까.

 

 

 

6. 돌자

 물구나무에서 새싹이 돋는다

 가자!

 때가 왔다.

 포기할

 생각 마라.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하찮은 무기를 보라.

 반드시 승리한다. 

 적들은 

 멍청이다.

 제군들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다.

 도망치는 자는 

 용서치 않겠다.

 영웅이 되고 싶은가!

- 거꾸로 읽으니 완전 반대 이야기다.

 

 하늘에서 보면 난장이의 키가 제일 크다.

 

 나는 그냥 뒤집기만 했습니다

 경력을 거꾸로 읽어 보세요.

 그냥 얻어지는 경력은 없습니다.

 

 성공하고 싶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오늘은 어제 매듭짓지 못한 일을 하라. 

 성공하고 싶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오늘은 어제 대충 매듭지은 일을 다시 하라.

 성공하고 싶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라.

 그러나 모레로 미루지는 마라.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부부 사이의 싸움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그건 물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칼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칼에 잘린 물은 금방 원위치 하지만 물에 자주 닿은 칼은 결국 녹슬고 만다. 부부싸움의 상처, 생각보다 오래 간다. 가슴에 못을 박는 아픈 얘기는 입 밖으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

 

 포기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가훈처럼 모시고 사는 사람들에 의해 오랫동안 무시당해 온 단어. 그러나 하나뿐인 인생을 희박한 가능성과 맞바꿀 수 없다는 사람들에 의해 조용히 존중받는 단어. 포기도 선택이다.

 

 어쩌면 포기가 진정한 용기인지도 모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싫은데, 한 번 선택한 길이라서, 포기는 세상에서 뒤처지려고 결심한 루저들이나 하는 거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그냥 질질 끌려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은 질질 끌려가는 것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이 아닐까.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말을 너무 믿지 마라. 세상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람보다 나폴레옹 흉내 내다 쓰러진 사람이 훨씬 많다.

 

 새우잠의 비밀

 당신이 지금 발을 뻗을 수도 없는 단칸방에서

 새우잠을 잔다 해도 부끄러워하거나 절망하지 마세요.

 당신이 새우잠을 자는 이유는 방이 좁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너무나 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자살할 수 없는 유일한 동물, 박쥐.

 ‘자살’을 결심하는 순간, 그 결심이 ‘살자’가 된다.

 

 이제껏 당신이 읽은 시나 소설, 수필, 콩트, 논문, 사설 등은 모두 제목과 본문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정말 놀라운 일이지) 이 모든 글은 제목이 본문보다 짧았을 것이다. 문장법에 그런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모든 글쟁이들은 그것을 신앙처럼 지키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정말 제목이 본문보다 길면 안 되는 걸까.

 거칠고 어둡고 답답한 이 세상에서 밀려나지도 상처받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꿋꿋하게 내 길을 걸으며 살아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

 웃는다.

 거칠고 어둡고 답답한 이 세상에서 밀려나지도 상처받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꿋꿋하게 내 길을 걸으며 살아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 여기까지가 제목이다. 웃는다. 이 세 글자가 본문이다. 제목이 짧고 본문이 긴 글이 꼭 정답일 이유는 없다.

 

 나이 

 나이가 몇이세요?

 우리는 이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해 왔다.

 스물이라고.

 서른이라고.

 벌써 마흔이라고.

 같은 질문을 조금만 뒤집어 보자.

 남은 나이가 몇이세요?

 과연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할 수 있을까.

 

 손금

 어머니의 손바닥에 새겨진 손금으로는 어머니를 들여다 볼 수 없다.

 어머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해 주는 진짜 손금은 손등에 새겨져 있다.

 

 뒤집기 한 판의 힘

 버거킹이 50주년 기념행사로 마련한 프로모션은 무엇이었을까.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하며 고객에게 햄버거를 듬뿍 안겨 주는 행사였을까. 아니다. 정반대였다. 버거킹은 햄버거를, 그것도 그들의 대표 메뉴인 와퍼를 증발시켜 버렸다. 하루아침에 버거킹 매장에서 와퍼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고객들은 화를 내며 절망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값을 두 배로 낼 테니 제발 와퍼를 내놓으라고 통사정했다. 사람들은 늘 자신 곁에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달았다. 며칠이 흘렀다. 매장에 다시 와퍼가 등장했다. 사람들은 반가워했고 감격했고 소리를 질렀다. 매출이 오히려 29퍼센트나 뛰었다.

 칸느 광고제에서 캠페인 부문 본상을 수상한 이 프로모션은 뒤집기 한판의 힘을 여실히 보여 줬다. 기념행사라는 건 고객에게 샘플 하나라도 더 챙겨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것이다. 뭘 더 줄까, 하는 생각을 뭘 빼앗을까, 로 뒤집은 것이다.

 애인이 있다면 있을 때 잘하고, 곁에 남편이나 아내가 보이면 보일 때 잘 하고, 부모가 계신다면 계실 때 잘 하라. 이들이 하루아침에 증발했을 때의 충격은 햄버거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테니.  

 

 얼마 전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허리둘레가 남들 두 배쯤 되는 뚱뚱한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음식이 있다. 맛있는 음식과 아주 맛있는 음식.”

 이런 게 반전이다. 사람들의 기대를 무참히 깨뜨려 버리는 한 마디. 맛없는 음식이나 만들다가 만 음식이라는 말이 뒤따라 나올 거라 기대하고 있을 때 이를 뒤집어 버리는 기술.

 

 여행

 빈큼없는 계획이 섰니?

 그럼 가지 마.

 여행은 틈을 만나러 가는 거야.

 

 별과 달 중에

 별과 달 중에 누가 더 외로울까.

 힌트는 별은 무수히 많은데 달은 혼자라는 것.

 그래, 별이 더 외롭지.

 무수히 많은 속에서 혼자인 게 훨씬 더 외롭지.

 당신처럼.

 나처럼.

 

 

 

7. 따자

 화장실 낙서까지 훔쳐라

 완전한 창작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창작물은 알게 모르게 그 이전에 있었던 창작물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관찰해서 흉내 낼 부분을 찾아내라. 비틀어 볼 만한 곳을 발견해 내라. 그래서 분명 그것 같은데 그것은 아닌 것을 창조해 내라.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아는 것, 익숙한 것이 조금 비틀어져 있으면 그곳에 시선을 주게 되어 있다.

 

 정철이라는 사람의 훔쳐 오기 시범

 5W1H :: Who(누가), When(언제), Where(어디서), What(무엇을), Why(왜), How(어떻게)

 

 육하원칙

 삶에도 5W1H가 있다.

 Wind, 내 삶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가?

 World, 내 삶은 세계와 만나고 있는가?

 Wet, 내 삶은 타성에 젖어 있지 않은가?

 Way, 내 삶은 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

 Waste, 내 삶은 시간 낭비가 아닌가?

 Human, 내 삶은 사람을 향하고 있는가?

 

 하면 된다

 하면 된다는 말을 다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안 하면 된다는 말은 아예 없다.

 

 결번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이오니 

 당장이라도 누군가의 번호가 될 수 있습니다.

 떠나간 사람에게 미련 갖지 마시고

 새로 사랑할 사람에게 이 번호를 선물하십시오.

 

 경고

 1

 금연은 비만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 등 그동안 공짜로 흡연을 즐겨 온 간접흡연자들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나를 위해 남을 위해 꾸준히 흡연하십시오.

 2

 직업은 모든 직업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 등 직업은커녕 면접조차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위화감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나를 위해 남을 위해 그대로 집에 계십시오.

 3

 공부는 아는 게 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의 지나친 공부는 출산과 성장에 악영향을 끼쳐 모르는 게 약을 장기 복용해야 할 수 있습니다. 나를 위해 남을 위해 노세노세 젊어서 노십시오.

 

 성공하는 사람들의 여덟 번째 습관

 하나, 그대로 따라한다. 둘, 그대로 따라한다. 셋, 그대로 따라한다. 넷,  그대로 따라한다. 다섯, 그대로 따라한다. 여섯, 그대로 따라한다. 일곱, 그대로 따라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따라했다. 쉽지 않았지만 성공을 위해 나를 버리고 습관을 통째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여덟 번째 습관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길을 그대로 뒤따라가지 않는 것임이 틀림없다.

 

 남의 집 담을 넘은 사람들

 평생 약 5만 점의 다작을 남긴 화가로 유명한 피카소. 그의 작품 중에 <풀밭 위의 점심 식사>가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이 피카소의 머릿속에서 처음 나왔을까. 아니다. 왠지 제목이 조금 익숙하지 않은가. 인상주의 화가 마네를 떠올려 보라. 같은 제몫의 그림을 본 것 같지 않은가. 마네는 1863년 같은 제목의 그림을 세상에 내놓았고, 피카소는 그 그림을 모방해 약 150개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그렸다. 거장 피카소마저 이렇게 패러디를 했는데 당신의 소심한 도둑질을 눈여겨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마네가 그린 <풀밭 위의 점심식사> 역시 완전한 창작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마네가 그 그림을 그리기 약 350년 전에 조르조네라는 화가가 그린 <전원의 합주>라는 작품. 마네는 이 작품을 보면서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그렸다. 거장들의 도둑질에서 배울 것은 도둑의 기술이 아니라 뭐든 훔치고자 하는 튼튼한 심장이다.

 

 조르조네 :: 이탈리아의 화가. 16세기 베네치아 회화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며, 시적이고 암시적인 풍경화로 당대 미술에 혁신을 가져왔다. 그가 이룬 성과는 티치아노의 작품을 통해 계승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조르조네 [Giorgione] (두산백과)

 

 비디오테이프로 모든 것을 녹화하고 보존하면서 우리는 신의 절반을 모방했다.

- 백남준

 

 로마인은 좋다 싶으면 그것이 적의 것이라 해도 거부하기보다 모방하는 쪽을 선택했다.

- 시오노 나나미

 

 만약 내가 다른 이들보다 멀리 볼 수 있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 뉴턴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의 80퍼센트는 우리 주변에 몰려 있다고 한다. 그렇다. 비행기 타고 인도 가서 타지마할을 훔쳐 오거나, 이스터 섬까지 가서 모아이 석상을 훔쳐 올 필요는 없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당신이 앉은 자리에서 손만 뻗으면 거의 다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시골에 계신 아버지에게 안부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는 전화를 끊으며 전화해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고맙다니, 자식이 전화한 것이 고맙다니.

 나는 전화를 끊은 후에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8. 하자

 축하합니다, 실패하셨습니다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과다. 결과를 먼저 생각하니까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쉽게 나온다. 결과를 먼저 생각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장은 ‘하자’라고 힘주어 말한다.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시작하라는 것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어떤 발상도 결과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부딪치라는 것이다.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이것이 발상전환 하려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다.

 

 무엇이든 당장 시작하라고 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아직은 내가 내공이 부족해서, 나중에 조금 더 크면, 실력과 감각을 더 쌓은 후에... 심중함이라고? 겸손이라고? 아니다. 그냥 결과를 먼저 머리에 그린 것이다. 지금 시도하거나 시작하면 결과가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시작과 시도를 방해한 것이다. 신중함도 겸손도 아니고 두려움이다.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고 말한 그 사람의 내공은 언제 쌓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사람에겐 내공이 쌓이지 않는다. 내공이 쌓일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결코 내공을 쌓을 수 없다. 그렇다면 내공은 언제 쌓일까? 하나를 실패할 때마다 하나씩 쌓인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평생 아무것도 쌓을 수 없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실패는 실을 감아 두는 나무토막일 뿐이다

 지구촌을 뛰어다니는 무역쟁이가 될 것인가, 연필에게 뛰어다니라고 명령하는 광고쟁이가 될 것인가. 나는 넥타이 대신 모험을 선택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사람들 괴롭히지 마라. 당신 자신에게 물어라. 그 일을 정말 하고 싶은지. 예스라는 대답이 나오면 한두 달쯤 후에 다시 물어라. 다시 예스. 그리고 또 한두 달쯤 후에 다시 물어 보면 또 예스. 이렇게 세 번을 물어 세 번 모두 예스라는 대답이 당신 입에서 나온다면 당신은 그 일을 해야 한다. 그 일을 하게 된다. 그것도 아주 잘하게 된다. 

 

 정상

 땀을 닦는 곳.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땀을 흘리기 위해서.

 

 비정상

 정상의 동의어.

 남과 똑같이 걷고, 똑같이 자고,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노는 사람이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정상에 오른 사람은 정상이 아니다.

 

 가장 큰 가르침을 얻는 여행은?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 KBS 방송국에서 알바를 했다. <11시에 만납시다>라는 대담 프로였는데, 그곳에서 11시에 누굴 만날 건지 아이디어를 내고, 만날 사람이 정해지면 그 사람에 대한 자료를 찾고, 가끔은 대본도 쓰는 새끼 스크립터 일을 했다.

 대학 졸업과 함께 두 달의 알바도 끝났다. 하숙집에 있는 짐을 고향으로 부쳤고, 나도 뒤따라가야 했다. 군대 가야 했으니까. 하지만 내 손엔 두 달 치 월급이 들려 있었다. 그것이 나를 유혹했다. 집에 빨리 내려가면 뭐 할 건데? 나는 서울을 출발해 고향집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한 달로 잡았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구경 좀 해 보겠다는 야심을 먹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하나도 없었다.

 어디로 먼저 갈까? 강릉? 춘천? 인천? 하다가,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서울구경도 제대로 못한 놈이 무슨 전국일주냐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잘 모르는 서울, 이태원으로 갔다.

 대한민국과 미국을 뒤섞어 놓은 그곳. 그곳의 한 스탠드바에 홀로 자리를 잡았다. 밤을 새워 바텐더랑 이야기를 했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20대 청년답게 조국과 시대를 이야기하고 이태원과 미국을 이야기했겠지. 사랑을 이야기했겠지. 술에 취해 갈수록 나 술 취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겠지. 다음날 아침 일찍 이태원을 떠났다. 내 다음 목적지는 바텐더가 가르쳐 주었다. 수원에서 조금 더 들어가는 곳에 있는 어느 작은 시골 보육원. 그곳에서 김막녀 수녀님이라는 분을 만났다(지금까지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게 신통하다. 혹시 내 아이큐가 200이 넘는 건 아닐까). 수녀님이 살아온 이야기, 보육원 아이들의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갈 이야기를 들었다. 충분히 듣고 충분히 울고 충분히 배웠다. 다음 스케줄에 쫓기지 않으니 시계 볼 필요도 없었다. 수녀님은 내게 청주로 가라고 했다. 청주는 다시 대전으로 가라고 했고, 대전은 다시 대구로 가라고 했다. 이렇게 이어진 다음 목적지 없는 여행은 한 달 동안 계속되었다. 집에 도착한 나는 2~3일을 계속 잠만 잤을 것이다.

 아무 계획 없이 이태원을 향했지만 여행은 그치지 않고 이어졌고, 나는 미리 계산하지 못한 수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그때  내가 두 달 치 월급으로 요즘 20대처럼 어학연수를 떠났다면 과연 더 많은 것을 얻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카톡에 적힌 ‘영어 못하는 정철’이 ‘영어를 아주 못하지는 않는 정철’로 바뀌었을 수는 있겠지만). 결과를 계산하지 않고 저질렀기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로부터 더 귀한 것을 얻었을 것이다. 인생은 여행이다. 여행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여행을 꼽으라면 다음 목적지를 모르는 여행이 아닐까.

 

 헛스윙해도 좋으니 풀스윙하라

 자유형

 수영의 한 종목. 꼭 이렇게 수영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가장 자유스러운 영법. 그러나 세상 모든 자유형 선수들은 다 똑같은 팔동작으로 물을 가른다. 자유를 안겨줘도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바보들의 게임.

 

 자유형 선수들은 스타트 총소리가 울리면 1번 레인에서 8번 레인까지 복사한 듯 모두 똑같은 팔동작을 보인다. 마치 같은 춤동작을 하는 군무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든다. 그 동작이 가장 빠르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다른 동작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자유형이 아니다. 구속형이다. 기록이나 순위라는 결과에 얽매여 있는 구속형이다. 선수들이 하나같이 결과를 먼저 생각하니 다른 과감한 시도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유형은 순위를 매기는 룰이 바뀌어야 한다. 가장 자유로운 모습으로, 가장 창의적인 방법으로 물을 가른 선수에게 금메달을 줘야 한다(아니면 이름을 바꾸거나). 1번 레인에서 8번 레인까지 모두 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영법으로 자유롭게 수영하는 날을 기다려 본다.

 

 유니클로의 CEO 야나이 타다시. 그는 실패를 밥 먹듯 한 사람이었다. 영국을 비롯해 그가 문을 두드린 여러 나라에서 하나같이, 안녕히 가십시오, 당신은 실패하셨습니다, 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실패가 가장 소중한 자신의 내공이라고 말한다. 실패에서 길을 찾은 것이다.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은, 수영 못하는 사람은 물에 빠뜨리면 된다. 공감이 가지 않는가.

 몇 번은 꼬르륵거리며 물을 먹겠지. 비명과 함께 허우적거리며 천당과 지옥을 오가겠지. 하지만 비명이나 허우적거림만으로 자신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 이렇게 저렇게 팔동작과 발동작을 해 보며 물에 뜨는 방법을 찾아내려 하지. 그러다 결국 헤엄치는 법을 배우게 되지. 살게 되지. 만약 그 사람을 물에 빠뜨리지 않았다면 평생 헤엄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테지.

 실패와 성공. 이는 같은 말이라는 것을 이 사람과 도 다른 수많은 사람이 확인해 주고 있다. 당신도 이들 틈에 이름을 올리기 바란다. 물론 그곳까지 당신을 데려다 줄 교통수단은 실패다. 

 

 100여 년 전, 톨 하우스라는 미국의 작은 호텔. 이곳 주인은 손님들을 위해 쿠키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괜히 얄미운 손님, 빨리 짐 싸서 나가 줬으면 하는 손님들이 있었다. 심술을 부리고 싶었다. 반죽에 넣은 초콜릿 조각이 녹지도 않았는데 오븐에 넣어 쿠키를 구워 버렸다. 그것을 그 얄미운 손님들 앞에 내 놓았다. 맛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열광! 그날부터 호텔 주인은 새로운 메뉴 하나를 더 갖게 되었고, 이것이 소문을 타고 네슬레의 귀에 들어가 당신이 며칠 전에 먹은 그 초코칩 쿠키가 탄생한 것이다.

 

 한 요리사가(신기하게도 발명가보다 요리사가 더 많은 발명을 한다) 요리를 하려고 숯, 황, 질산, 칼륨 등의 혼합물을 대나무에 꽉 채워 넣었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그런데 이것이 폭발해 크게 불꽃을 일으켰고, 이것을 본 사람들은 그 황홀한 광경을 잊지 못했다. 결국 그 요리사의 우연한 발견을 응용해 오늘의 불꽃놀이가 탄생했다.

 

 10할은 없다

 나는 3할 이야기를 자주 한다. 야구에서 3할이면 타격왕에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타자다. 이대호나 이용규 같은. 축구에서도 열 번 슛을 날려 세 골을 성공시키면 대단한 스트라이커라고 말한다. 메시나 호나우도 같은. 카피 역시 열 줄 써서 세 줄 건지면 꽤 괜찮은 카피라이터라고 박수 치며 여기저기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할 것이다. 이렇듯 모든 일에 있어 3할은 성공의 기준이다.

 3할이 무슨 뜻인가. 열 번 중 일곱 번 실패해도 좋다는 뜻 아닌가. 그러니 입학에 실패하든, 취업에 실패하든, 결혼에 실패하든, 사업에 실패하든, 젊은 날 한두 번 실패했다고 고개 숙일 이유가 전혀 없다. 아직 실패할 기회가 대여섯 번이나 더 남아 있으니까(1승을 올리기까지 200번의 경기에서 1무 199패를 기록했다는 서울대 야구부가 해체되었다는 소식을 나는 듣지 못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도전하기를 두려워할까. 도전했다 실패하면 거기에서 일정한 내공을 걷어 들이고 또 다시 도전하면 되는데 왜 주저주저할까. 10할을 치려하기 때문이다. 한 번도 헛스윙 아웃을 당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타석에서 안타나 홈런을 쳐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누구도 10할을 칠 수는 없다. 10할을 치겠다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야안타 하나 친 이후에 전혀 타석이 들어서지 않는 방법뿐이다. 평생 지금 앉은 그 자리에 앉아 있어도 좋다면 10할을 꿈꿔라. 남들은 안타나 홈런 치는데 당신은 박수나 치며 살고 싶다면 10할을 꿈꿔라. 그게 아니라면 도전하라. 3할만 치면 된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풀스윙하라.

 

 중국집 우동 같은 존재

 평균 80점에는 두 종류가 있다. 늘 80점을 받아 평균 80점인 사람. 60점 100점 60점 100점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며 평균 80점을 받는 사람. 이 두 사람의 평균점수는 같지만 그 점수가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늘 80점만 받는 사람은 60점으로 추락할까 두려워 과감한 답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다. 늘 안정된 답만 적어 내는 사람이다. 학생이 학교에 가는 이유를 물으면, 공부하러!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발전이 어렵다.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지금 그 자리에만 앉아 있게 된다. 이 사람의 머릿속엔 변화도 도전도 실패도 없다. 변화도 도전도 실패도 없으니 성공도 없다. 오직 남에게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안정만 있을 뿐이다. 결국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중국집 우동 같은 존재가 되고 만다(중국집에서 우동 시켜 먹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없다).

 그러나 60점과 100점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람의 머릿속은 도전과 변화의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실패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도 넉넉하다. 이 사람에게 학생이 학교에 가는 이유를 물으면, 학교가 학생에게 올 수 없으니까! 라고 대답한다.

 60점을 각오하고 저지르는 사람만이 100점을 받을 수 있다. 두 사람이 지금은 똑같이 80점이지만 시간이 가면 차이는 벌어진다. 저지르는 사람의 평균점수 그래프는 조금씩이라도 상향곡선을 그을 것이고, 또 롤러코스터의 폭도 조금씩 줄 것이다.

 

 광고가 독립운동은 아니다. 그러니 김구 선생님이나 안중근 의사같은 비장한 표정으로 광고나 카피를 바라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일의 가치와 무관하게, 어느 한 분야에 내 인생을 걸어 보겠다는 자세는 여전히 아름답다. 문이 좁고, 그 문을 여는 열쇠도 몇 개 없고, 그 열쇠를 누가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문은 결국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사람에게 열리게 되어 있다.

 

 꿈을 가진 사람은 모두 슬럼프를 겪는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도 겪는 게 슬럼프다. 나만 슬럼프에 자주 빠진다는 생각은 생각이 아니라 착각이다. 주위에 늘 한결같은 사람이 보인다면, 그는 한결같이 슬럼프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모든 자서전엔 실패를 딛고 일어선 이야기가 나온다.

 당신이 지금 세상에서 가장 큰 실패를 한 사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자서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9. 영자

 결국은 사람입니다

 이제껏 제가 말씀드린 모든 발상전화의 결과들이 바로 이 영자 씨, 즉 사람을 위해 쓰였으면 하는 당부를 드립니다. 발상전환을 하겠다는 모든 사람들이 끝까지 꼭 붙들고 갈 단어가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철학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넓히는 데 당신의 머리가 사용되기를 빕니다.

 

 사람을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것들

 머리를 쉬게 한 후 저는 생각창고로 발길을 옮깁니다. 물건이 아니라 생각을 넣어 두는 창고. 그건 바로 사람입니다. 제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저의 생각창고입니다. 저와 생각창고 사이엔 대개 술잔이 놓여 있습니다. 저는 생각창고에게 술을 따라 주고 생각을 받을 채비를 합니다. 생각창고는 술에 젖어 가며 순순히 제게 생각을 내놓습니다. 

 집사람, 딸아이, 친구, 이웃, 스승, 동료, 동지, 독자, 제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바로 저의 생각창고입니다. 이들을 만나 술잔을 나누고 눈빛을 나누고 세상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생각들이 술잔에 술 넘치듯 철철 넘쳐흐릅니다. 저는 그 생각들을 술에 섞어 홀짝홀짝 받아 마시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생각은 역시 사람에게서 얻는 생각입니다.

 지금 당신은 제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겠지요. 생각을 하나도 얻어 가지 못하는 날도 있지 않나요? 있습니다. 그런 날도 있고 그런 만남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이 너무 좋아, 그 사람을 건지느라 미처 생각을 건지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니 생각을 챙기지 못하는 날이 가장 행복한 날이지요. 생각을 건지려다 사람을 건졌으니 더없이 행복한 날이지요.

 

 인생

 친구가 있으세요?

 그럼 됐습니다.

 

 햄버거가 배워야 할 것은

 한 사람의 입이 찢어질 때까지

 고기, 야채 듬뿍 우겨넣는 방법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나눠 먹도록 설계된 파자의 철학이다.

 

 하느님의 컨디션

 길에 떨어진 동전은 하느님이 내게 던져 주신 선물이 아니다. 하느님은 동냥그릇을 향해 던졌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 빗나간 것이다. 하느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내가 대신 수고를 좀 해야 한다.

 

 초등학생에게 맨 먼저 가르쳐야 할 것

 덧셈은 욕심.

 뺄셈은 낭비.

 곱셈은 과욕.

 나눗셈은 사랑.

 초등학생에게 맨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덧셈이 아니라 나눗셈이다.

 나눗셈은 어려워서 어려운 게 아니라

 많이 해 보지 않아서 어려운 것이다.

 

 사람은 사람으로 행복해집니다

 19세기 중반, 유태인으로 태어나 성공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온 한 남자 이야기입니다. 그는 금광에 몰려드는 사람들을 주목했습니다. 그들에게 두꺼운 천으로 마차용 천막을 만들어 팔려고 했으나 팔리지 않았습니다. 사업이 파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꿈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때 이 남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사람이었습니다. 주점 한쪽 구석에 앉아 해진 옷을 깁고 있는 광부들이었습니다. 남자는 그때서야 천막이 아니라 당장 입을 수 있는 튼튼한 옷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천막 천으로 옷을 만들고 인디언 전통 물감으로 푸른색 물도 들였습니다. 청바지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이후 제임스 딘, 마론 브란도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 바지를 입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 옷에 열광했습니다. 영화 <그리스>에서 올리비아 뉴튼 존이 이 옷을 입고 춤을 추면서 여성들의 마음도 사로잡았습니다. 위기 속에서 사람에게 눈길을 주며 성공을 거둔 이 남자, 바로 리바이스의 창업자 리바이 스트라우스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소원성취하세요.

 모두가 시옷으로 시작하는 한마디입니다. 이렇게 시옷으로 시작하는 말에선 따뜻한 사람냄새가 납니다. 사람도 시옷으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람 人이 시옷을 닮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은 이렇게 시옷으로 시작하는 단어 셋을 한데 모아 놓은 세상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 도착 – 아홉 번 고맙습니다 

 평생을 물에 젖어 살아온 오징어가

 마른안주의 대표가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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