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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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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력
예능에서 발견한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예능력』. 지난 10년간 열세 권의 책을 내며 대중과 활발히 소통해 왔으며, 매번 새로운 소재와 형식으로 대중 심리서의 새로운 장을 열어온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이 이번에는 텔레비전 속 예능 프로그램 분석하여 예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의 심리 구조’를 밝히고, 그 심리 구조를 어떻게 우리 일상에 적용해야 인생을 즐길 수 있는지 제시하였다. 저자는 쓸데없이 보이고, 시간 낭비인 것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텔레비전 예능을 통해서도 우리는 마음의 힘을 회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그동안 쉽게 보아 넘겨 왔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힘에 대해 알려준다. 텔레비전의 예능 콘텐츠를 정신과 전문의의 시각에서 다시 바라보며, 다양한 예시를 통해 예능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마음의 힘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저자
하지현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13.03.29

 

0. 예능이 우리 삶에 주는 힘

 낄낄거리면서 웃다가 잠이 들고 다음 날 아침이면 뭘 보고 웃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데 기분은 이상하게 한결 가볍다.

 

 예능 프로그램이 평일 밤에는 11시, 주말에는 저녁 시간에 주로 배치된 이유가 다 있었다. 평일에는 지친 마음을 풀어주는 퇴행의 시간을, 주말에는 여유 있게 가족들과 대화할 거리를 던져 주는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리고 고맙게도 금요일 밤에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없다. 그날 밤은 나가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친구를 만나라는 것이다.

 

 사회가 들끓고 있다. 얼마나 힘들면 힐링과 멘토라는 두 단어가 지난 몇 년 사이에 가장 빨리 일상화된 용어가 되었겠는가. 예능에도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해서 자리 잡았다. 좋은 사회라면 힐링과 멘토라는 단어가 이렇게 빨리 우리 사회 깊숙이 들어와 똬리를 틀어서는 안 된다. 힐링을 위해 힐링 여행을 가고, 치료자를 찾아가고, 뭔가를 배우러 다닌다. 사회적 불안정, 존재적 불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를, 돈을 내고, 시간을 따로 빼내고, 다른 특별한 장소로 가서 해결되기를 바란다. 멘토라고 할 만한 유명인의 강연을 들으러 가서 좋은 얘기를 듣고, 따끔한 질타를 받고, 즉문즉설을 하며 ‘아하!’ 해 본다. 하지만 똑 부러진 해답을 얻은 것 같지는 않고, 다음 날 아침에도 변화는 없다. 거기 그 자리다. 그때뿐이다.

 제대로 된 책을 못 찾아서, 스승을 못 찾아서 그렇다고 여기기 쉽다. 이럴 때 생각의 전환을 해 보았으면 한다. 그 해답의 문은 바로 내 눈앞에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을지 모른다. 믿기지 않겠지만, 매일 보고 듣는 의미 없는 바보상자라고 여기는 텔레비전,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해답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돈 따로 들이지 않아도, 시간을 따로 빼지 않아도, 먼 곳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저 매일 하듯이 텔레비전을 켜면 된다. 그냥 웃고, 감동하고, 즐기면 된다.

 

 매일매일 보고 즐기는, 잉여와 시간 낭비의 상징이자, 길티 플레저의 대상이었던 예능이 내 삶의 등대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정말 신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예능을 보고 온몸으로 즐기는 것만으로 내 일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힘든 상황을 견딜 능력이 생기고, 대인관계의 어려움이나 갈등을 풀어 나갈 해법을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도 좋지만 매일 동네 뒷산을 산책하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도 건강해지는 효과는 얻을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 길도 좋고 템플 스테이도 좋지만 우리 집 마루의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충분하면 더 좋지 않을까.

 

 

 

1. 나를 끝까지 사랑하려면 허세라도 부리라

 bluff :: 포커에서 자기가 실제보다 훨씬 더 좋은 패를 갖고 있는 양 큰 판돈을 걸어 상대를 속일 때 쓰는 말

 

 영국의 소아과 의사 출신의 정신분석가 위니콧은 ‘자기(self)’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진짜 자기’와 ‘가짜 자기’를 구분하여 말했다. ‘가짜 자기’는 아이가 외부 시선에서 만들어 낸, 자기가 되기를 희망하는 자기상.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을 숨기고 부모가 원하는, 말 잘 듣고 모범적인 아이로 위장한다. 한편으로 진짜 자기를 수치스럽게 여길 수도 있다. 회피하거나 진짜 자신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진짜 자기’는 아이가 자기가 원하는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받는 대상으로서 만들어 낸 자기다. 진짜 나의 모습으로서, 흔들리지 않는 나의 실체이자 핵심이다. ‘진짜 자기’는 어느 순간부터 부모의 사랑이 아니라 스스로 이룬 성취감을 원하는 자아로서 존재한다.

 

 우울증은 자신을 향한 공격성이다.

- 프로이트

 

 “나도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훈이었다.”

- 무함마드 알리, 조 프레이저에게 패배한 후 인터뷰에서

 

 “경험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3일 전에는 결승 골을 넣었고, 우리를 조 1위로 이끌었다. 오늘은 페널티킥을 놓쳤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 피어스 (2012 런던 올림픽 영국 감독), 8강에서 승부차기로 패한 후 스터리지에게

 

 허세도 자존감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하다.

 

 

 

2. 콤플렉스를 개성과 강점으로 만들라

 작은 키의 김병만이 「개그콘서트」의 ‘달인’코너에서 매주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때 처음에 사람들은 몇 달 저러다 말겠지 했다. 그러나 1년, 2년 넘어가면 ‘달인’이 장수 코너가 되면서 사람들은 김병만이라는 사람 자체를 새로 평가하게 되었다. 158센티미터 단신의 다부진 그를 ‘키 작고 운동 신경은 좋지만, 재치가 아주 뛰어나지는 않고 유행어 하나 없는 개그맨’이 아닌 ‘작은 키이기에 더 노력하는, 노력의 달인’으로 보게 되었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표준 신장이 남성은 174센티미터, 여성은 160.5센티미터인 것을 감안하고, 급기야 180센티미터 이하 남성은 루저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른 어떤 여성의 발언을 생각해 볼 때, 그의 키는 콤플렉스가 될 법도 했다. 그러나 이제 누구도 그의 키를 말하지 않는다. 김병만은 이제 단순히 키 작은 남자가 아니라, 달인이기 때문이다.

 

 강호동은 운동을 하느라 공부할 기회를 놓친 것을 도리어 강력한 무기로 삼는다. 지적이지 못한 자신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무릎팍도사」에서 게스트에게 묻는다. “전 못 알아듣겠는데요. 제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주실래요?” 특히 대중이 어렵게 여길 수 있는 유명인사가 나오면 이런 식으로 먼저 물어서 게스트가 시청자의 최저 눈높이에 맞춰 가능한 쉽게 말을 하도록 유도하고 모든 시청자들이 방송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던 사회 유명인사들이 「무릎팍도사」의 게스트로 나오게 된 것도 강호동이 시청자의 눈높이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은 스스로의 열등감, 즉 담점을 잘 요리하고 적극적ㅇ로 드러내는 경우 오히려 성공했다. (중략) 열등감을 드러내는 순간 나밖에 못 하는 고유한 장점으로 바뀔 수 있다.

- 서수민PD

 그렇다. 예능인들이 약점이나 콤플렉스를 자신의 개성으로 드러내 이를 캐릭터로 만들고, 먼저 주도적으로 이야기하고 당당하게 노출함으로써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주의 깊게 보자.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힘들어하는 이들이 있다. 키가 작아서, 곱슬머리라서, 사투리가 심해서, 집이 가난해서, 못 배워서...... 이유는 넘친다. 그런데 ‘아무도’에서 정말 중요한 한 사람이 빠져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바로 ‘나’다. 내가 나를 좋아해야만 한다.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란 확인할 길도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나만은 나를 좋아하는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3. 나만의 캐릭터로 누구나 기억하는 사람이 되라

 우리 뇌는 에너지를 가능한 적게 쓰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세팅되어 있다. 1450그램의 작은 뇌는 사람이 쓰는 총 에너지의 무려 20퍼센트를 사용하는, 연비가 그리 좋지 않은 고급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뇌는 어떻게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가장 효율적으로 의사 결정과 판단을 하도록 되어 있다.

 

 조하리의 마음의 창 (Johari’s window) 


 자신이 아는 나  자신이 모르는 나
 타인에게 알려진 나  열린 창  보이지 않는 창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나  숨겨진 창  미지의 창

 

 

 

4.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상황을 장악하라

 강호동이 메인 MC였던 「1박2일」1시즌에서 있었던 전설적 에피소드다. 매주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는 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목적지를 울릉도로 잡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14호 태풍 차바 때문에 기상악화로 배를 타지 못하게 되었다. 울릉도 여행에 맞춰 모든 촬영 준비를 해 놓았는데, 기상 상황 탓에 모든 것이 백지가 된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준비했던 것이 불가능해졌으니 그날 촬영은 포기하고 해산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내용의 방송이 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방송은 울릉도로 못 가게 되자 바로 그 자리에서 「1박2일」팀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머리를 맞대고 다른 여행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한 이후 전 과정이 모두 방영되었다.

 출연진은 일단 아침밥은 먹자며 이왕이면 누가 밥값을 낼지 내기를 하자고 제안해 담당 PD 나영석과 강호동이 게임을 했다. 밥을 먹으면서 대안을 찾던 중 강호동이 뜬금없이 즉석에서 이만기와 통화를 하더니 씨름 대결을 제안했고, 놀랍게도 바로 성사되었다. 이 모든 과정이 대본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촬영팀은 인제대학교 교수로 있는 이만기를 찾아갔고, 이만기와 강호등의, 세기의 씨름 대결을 재연하는 등 어쩌면 원래 울릉도에서 예정되었던 것보다 더 흥미진진한 내용이 전파를 탔다.

 이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세계다. 예상했던 환경이 바뀌어도 포기하지 않고, 거기에 맞춰서 새로운 상황을 능동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매끈하게 잘 빠진 결과물만 보여 주려 했다면 다른 날 새로운 촬영을 계획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1박2일」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예상 외 난관에 맞닥뜨려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여과 없이 시청자에게 보여 줬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는 ‘늘이는 자’ 또는 ‘두드려서 펴는 자’를 뜻한다. 그는 강도인데, 아테네 교외의 케피소스 강가에 살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에 데려와 쇠 침대에 눕히고는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이고, 길면 잘라 버리는 식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적응의 과정을 이런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상황처럼 생각해서 억지로 적응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출현을 불러일으킨다. 내 다리를 늘이거나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무조건적으로 환경에 맞추려고 노력하다가는 가랑이 찢어지는 일이 생긴다. 또한 모두가 이런 식으로 환경에 적응을 한다면 찍어 낸 듯 비슷한 인간만 생겨날 것이다.

 

 자기 변형적 적응 (autoplastic adaptation) :: 환경에 맞춰 자신을 변형하는 것.

 환경 변형적 적응 (alloplastic adaptation) :: 환경을 자신에게 맞춰 변화시키려는 것.

- 프로이트, 프란츠 알렉산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어떤 생각의 틀을 갖고 있는가가 미래 성장의 판도를 바꾼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캐롤 드웩 교수는 이를 ‘마인드셋(mindset)’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녀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초등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눠 시험 문제를 풀게 하고, 한 집단에는 “넌 참 똑똑하구나.”라고 칭찬을 했고, 다른 집단에는 “참 열심히 했구나.”라고 칭찬을 했다. 이어서 두 번째 시험을 치르면서 하나는 아까처럼 쉬운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아까보다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똑똑하다고 칭찬을 받은 아이는 대부분 쉬운 문제를 선택했고,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90퍼센트가 더 어려운 문제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드웩 교수는 “지능 지수 자체를 칭찬받은 아이는 다음에 도전하는 테스트가 자신의 지능을 확인받는 테스트가 되어야 하므로 틀릴 수도 있는 모험을 하려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한다.

 그 다음에는 아이들이 모두 풀기 어려운 중학교 수준의 문제를 냈다. 두 집단 모두 문제를 대부분 풀지 못했다. 그러나 노력을 칭찬받은 집단의 아이는 끝까지 열심히 풀었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나중에 아이들에게 다시 쉬운 문제를 풀게 했더니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30퍼센트 정도 성적이 향상되었고, 똑똑하다고 칭찬받은 아이들은 20퍼센트 정도 성적이 하락했다.

 드웩 교수는 ‘성장형 마인드셋(growth mindset)’과 ‘고착형 마인드셋(fixed nibdset)’이 있다고 말한다.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 ‘성장형 마인드셋’을 갖게 되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차 여러 능력을 개발하며, 미래를 향해 성장하게 된다. 한편 똑똑하다는 칭찬을 받는 아이는 자신의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보는 ‘고착형 마인드셋’을 갖게 되어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고 발전을 위한 노력을 포기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어떤 정신과 의사는 아이가 시험공부를 열심히 한 경우, 시험을 치른 날에 칭찬하지 말고, 시험 보기 전날에 칭찬을 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결과가 아닌 노력하는 과정 자체에 주목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성장형 마인드셋’을 키우기 위해서는 결과보다 과정 자체를 중요시할 줄 알아야 한다. 노력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과정에 칭찬과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세상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찾는 사람들이다. 만일 그런 환경을 찾을 수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 낸다.”

- 조지 버나드 쇼

 

 

 

5. 내 포지션을 정확히 알고 움직이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한 번도 경험이 없고, 그 자리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높은 자리나 책임이 막중한 위치에 임명되었을 때 의외로 잘해 낼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자리에 어울리는 의젓함과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좋은 자리가 생겨도 그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기회가 누구에게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르니 일인자를 꿈꾼다면 늘상 준비할 수밖에 없다.

 

 만화가 허영만은 현재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한국 만화의 일인자다. 그런 그가 1980년대를 회고하면서 한 말이 있다. “저는 늘 2인자였습니다.” 그는 1970년대에는 『독고탁』의 이상무, 1980년대에는 『공포의 외인구단』의 이현세에 밀려 언제나 2인자였다. 그래서 많이 힘들고 괴로웠다고 한다. 열등감도 많이 느꼈다. 오랜 번민 끝에 겨우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가야할 길을 걸을 뿐’이라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는 말한다. 자기가 1등을 끌어내린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떨어져 나가게 되자 자기 길을 묵묵히 가고 있던 자신이 그 자리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질투나 시기심에 그들을 경쟁 상대로 여기고 그림을 그렸다면 그렇게 오래 인기를 얻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6. 타인을 잘 받쳐 주면 나도 빛난다

 니주 :: 원래는 세트를 설치하고 무대장치를 만들 때 바닥의 받침대로 사용하는 넓적한 나무 단을 말하지만 은어로 주인공이 강력한 웃음을 터뜨릴 수 있도록 미리 설정과 바탕을 깔아 주는 사람이나 장치를 지칭하는 용어.

 오도시 :: 니주를 깐 이후 웃음이 터지는 부분이나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

 

 신라의 과거 영화를 상징하는 황룡사 9층탑의 몸통은 사라져 버렸지만 그 자리에 주춧돌은 남아 있다. 생명력의 관점에서 본다면, 화려한 주인공인 오도시보다, 황룡사의 주춧돌이 그러한 것처럼 니주 역할이 훨씬 오래 가는 선택이기도 하다. 

 

 

 

7. 세상에 리액션 없이 돋보이는 이는 없다

 심리학자 마타라조는 45분씩 면접을 하는 경찰관 채용 시험 현장에서 스무 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다음 실험을 하였다. 면접관이 처음 15분간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반응을 했고, 다음 15분간은 계속 고객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었고, 마지막 15분간은 한 번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이후 지원자의 발언 시간을 체크해 보니 스무 명 중 열일곱 명이 고개를 끄덕이는 15분간 발언 시간이 길어진 것을 발견했다. 내용과 상관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자발성과 면접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갔던 것이다.

 

 일고수이명창 (一鼓手二名唱) :: 판소리에서, 북을 치는 사람이 첫째요, 소리 잘하는 이는 버금이라는 말. 북 잘 치는 사람이 명창보다도 드물다는 말.

 

 

 

8. 독설, 독이 든 혀는 조심히 쓰라

 사실 매운 맛이란 없다. 혀를 자극하여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통증을 통제하기 위해 뇌에서는 엔돌핀이 분비되고, 덕분에 통증은 사라지고 경우에 따라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과정이 학습되고 난 다음에는 스트레스를 받고 나면 그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엔돌핀을 분비해 줄 매운 음식을 찾게 된다.

 당장 스트레스의 원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학적인 이런 해결 방식이 조금 도움이 된다. 어쨌든 열이 오르고 화 나는 것은 조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괜히 욕을 들으면서 매운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지도 모른다.

 

 촌철살인의 생산적 독설의 대표 주자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다. 음악적 재능이 많은 건우가 음악을 포기하고 다시 경찰 일을 하러 가자 그의 재능을 잘 아는 강마에는 그를 찾아 간다. 그러자 건우는 “그냥 꿈으로 놔둘 겁니다.”라고 대답한다. 이때 강마에가 말한다.

 “꿈? 그게 어떻게 네 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 있는, 가질 수도 없는,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만 봐야 하는 별. 누가 지금 황당무계 별나라 이야기하재? 네가 뭔가를 해야 할 거 아니야! 조금이라도 부딪치고 애를 쓰고 하다못해 계획이라도 세워 봐야 거기에 네 냄새든 색깔이든 발라지는 게 아니야! 그래야, 네 꿈이다 말할 수 있는 거지! 아무거나 갖다 붙이면 다 네 꿈이야? 그렇게 쉬운 거면 의사, 박사, 변호사, 판사 몽땅 갖다 네 꿈하지, 왜? 꿈을 이루라는 소리가 아니야. 꾸기라도 해 보라는 거야!”

 

 보톨리눔은 극소량으로도 호흡 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 독소다. 그런데 1970년대 미국의 안과 의사 앨런 스콧이 치사량의 1000분의 1을 정제해서 주사제로 사용하면 이 독소의 근육 이완 효과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치료 방법이 없던 안면 경련, 사시, 뇌성마비 환자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약이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요즘 주름살을 펴는 미용 성형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보톡스다. 이렇게 독도 쓰기에 따라 명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9. 게임을 하듯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

 프로이트는 놀이를 하는 모든 사람이 작가와 같으며 놀이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한다고 했다. 그래서 놀이의 대립물은 진지함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했다. 현실을 벗어난 우리는 그래서 놀 때 즐겁고, 잘 노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프로이트는 또 말하길, 놀이와 공상은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한 상태를 반영하는데, 공상을 하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을 교정하려는 노력인 것처럼, 놀이에서도 그런 소망이 표현된다고 했다. 또 놀면서 현실의 어려움과 아픔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괜찮다. 또 해 봐라. 또 실패해라. 더 잘 실패해라.”

- 사뮈엘 베케트

 

 

 

10. 때로는 무엇보다 풍요로운 잉여의 시간을 보내라

 예능 프로그램에서 MC와 게스트가 나와 ‘쓸데없는 짓’을 하며 아무 의미 없이 노는 것을 보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평소 살면서 품고 있는 ‘의미에 대한 강박’을 풀어 주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우리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는 말 중에 “그런 건 뭐하려 하니, 쓸데없이.”, “천하의 쓸모없는 짓에 시간을 그렇게 낭비하다니.” 같은 말이 있지 않은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난 바이올리니스트가 보관함에 넣기 전에 바이올린의 줄을 푸는 것을 어떤 이가 보았다. 열심히 튜닝을 한 바이올린 줄을 다시 푸는 것이 이상해서 “내일도 공연을 할 텐데 왜 줄을 푸시나요? 귀찮잖아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바이올리니스트는 “물론 내일 다시 줄을 맞추려면 귀찮기는 하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줄이 팽팽한 상태로 두면 밤새 줄이 조금 늘어져서 어차피 새로 튜닝을 해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 이 상태로 두면 줄이 바이올린 자체에 무리를 줘요. 잘못하면 바이올린이 휘어 버릴지 몰라요. 그래서 매번 귀찮지만 풀어 주는 거예요.”라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 있고, 그것이 채워지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한 교육학자가 이런 실험을 했다. 학생들에게 주관식 시험 문제를 냈는데 문제마다 한 집단에는 다섯 줄을 쓸 공간을 주고, 다른 집단에는 스무 줄을 쓸 공간을 두고 시험지 편집을 했다. 실제로 답안은 네 줄 정도만 쓰면 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집단 학생들은 다섯 줄을 넘겨서 더 많은 내용을 쓴 사람이 많았다. 정답을 이미 잘 아는데도, 비어 있는 시험지 공간을 보고는 정답 내용이 뭔가 더 많을 거라고 짐작해서 불안해진 학생들이 공간을 더 메운 것이다.

 

 태엽은 한 쪽으로만 줄곧 돌리면 망가진다. 마음의 태엽을 정상화하는 것은 더 조이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두고 풀어 주는 것이다.

 

 

 

11. 어린 아이로 되돌아가는 시간을 두려워 말라

 운기조식 (運氣調息) :: 몸 안의 기를 돌리고 호흡을 조절함. 道家(도가)의 양생법 중 하나.

 

 

 

12. 몸이 잘 준비되어야 마음도 강해진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쉬브와 인디애나 대학의 페도리킨은 한 집단에는 간단한 두 자리 숫자를 제시하고, 다른 집단에는 일곱 자리의 복잡한 숫자를 보여 줬다. 그 후에 피시험자들이 복도 끝에 있는 검사자에게 가서 숫자를 정확히 외우는지 확인받고 나면 숫자가 맞는 경우 다른 방에 들어가 카트에서 아무 음식이나 집어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자 단순한 수를 보여 준 집단은 신선한 과일 샐러드를, 복잡한 수를 외워서 가야 했던 집단은 초콜릿 케이크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뇌에 부하를 주는 스트레스를 준 것이 에너지를 고갈시켜서 본능적인 욕구에 저항할 힘을 남겨 놓지 않아 평소 같으면 참았을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공격하고 싶은 욕망, 뭔가를 갖고 싶은 욕망 등을 참는 데 보통은 익숙해져 있지만 내안의 심리적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고 나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즉각적인 반응을 하고, 또 이후에 느린 길의 반응을 통해 그 결심을 합리화까지 해 버린다. 이를 ‘자아 고갈’이라고 한다.

 

 회사에서 면접을 진행하기 전에 면접관들에게 음료수를 제공했는데, 한 집단은 오렌지 주스를, 다른 집단은 생수를 마시게 했다. 그러고 나서 면접을 진행하게 했는데, 오렞니 주스를 마신 집단에 비해, 생수만 마시면서 오랜 시간 면접을 진행한 집단은 인종, 나이, 성에 따라 피면접자에 대한 호불호가 두드러졌고, 통과와 탈락을 결정하는 시간이 더 짧았다. 즉 1450그램에 불과한 뇌에서는 우리 몸에서 필요한 포도당의 20퍼센트를 소모하는데, 공복과 피곤함이 생기고 나서 당분이 적절히 제공된 집단에 비해, 에너지가 고갈이 되어 버린 집단에서는 직관적으로만 보려고 하면서, 여러 시각에서 유연하게 보고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나 위니콧 같은 정신분석가들은 놀이의 발달적 의미를 ‘숙달을 통한 반복 강박’이라고 했다.

 

 “들은 것은 곧 잊어버린다. 본 것은 기억된다. 해 본 것은 내 것이 된다.”

 

 

 

13. 진정성 있는 눈물이 마음의 문을 연다

 제플리 코틀러는 『눈물의 언어(Language of tears)』라는 책에서 눈물은 언어를 뛰어넘는 자신만의 문법과 교유한 어휘를 갖고 있는 의사소통의 한 방법이라고 설명하면서 눈물을 파악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먼저, 눈물을 흘리는 행위는 호흡기, 심혈관, 근골격, 신경계 및 내분비계가 동원되어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이므로 호흡수의 변화, 몸의 떨림과 같은 변화를 살펴본다. 그 격함과 덜함에 따라 감정 수위를 평가할 수 있다. 이어 그 사람의 성이 무엇인지, 평소 타인과의 관계, 무의식적 태도, 사회적 소통의 능숙함 정도, 상황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눈물의 의미를 평가하라는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눈물을 잘 흘리지 않아 그 눈물이 귀해서 어쩌다 흘린 눈물을 담는 호리병이 따로 있었다.

 

 

 

14. 고백을 잘 들어 주는 이가 마음을 얻는다

 남에게 알리기 쉽지 않은 자기만의 부끄러움, 비밀을 과감히 타인에게 공개하면 그 상대는 발설한 이에 대해 호감과 친밀감을 더욱 느끼는 효과가 있다. 말하기 어려운 일을 힘들게 말해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여기고, 그만큼 자신을 신뢰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다고 인식한다. 그리고 자신도 그만큼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아니 뭐라도 돌려줘야 한다고 여긴다. 그런 과정을 이어 가면서 두 사람의 친밀도는 선순환의 상승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를 ‘폭로의 상호작용(disclosure reciprocity)’이라고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게겐은 이런 실험을 했다. 대학생들에게 4달러짜리 칩을 주고 딜러를 상대로 포커 게임을 하도록 했다. 참가한 여섯 명이 결국 모든 돈을 잃도록 설계했다. 그러고 난 다음 대학생들을 모아 다시 칩이 든 주머니를 나눠 줬다. 이때 이 칩은 다른 학생의 것을 빌려 온 것인데 조건이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주머니 안에는 칩을 빌려 준 학생의 이름과 함께 각각 다음과 같은 메모가 있었다.

 이 칩은 나중에 돌려줄 필요가 없습니다.

 이 칩만큼 같은 금액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칩에 이자를 쳐서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포커 게임을 했고, 게임이 모두 끝난 후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꼈느냐는 질문을 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두 번째 조건, 즉 동등한 교환 조건을 제시한 사람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나중에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사람도 부담스럽고, 이자를 쳐 달라는 사람도 썩 좋지 않았다. 서로가 동등한 관계가 되는 쪽을 가장 선호한 것이다. 우리는 동등하기를 바란다. 도움을 받는 상황이 된다 해도 마찬가지다.

 

 폭로는 상호 작용을 일으킨다. 그런데 대중 미디어란 일방향적 매체다. 시청자는 연예인이 아무리 커다란 비밀을 얘기한다고 해도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비밀을 그에게 들려줄 수 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의 기본 심리는 평형감각 유지다. 그렇기 때문에 심각하고 비밀스러운, 그리고 시청자의 평소 경험으로 볼 때 ‘나라면 정말 말하기 어려울 법한’비밀을 듣게 되면, 그 비밀을 들은 것이 꽤 큰 심리적 부담이 된다. 어떻게든 그 부채를 털어버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언의 응원을 보내거나, 그 연예인이 스캔들과 같은 위기에 처했을 때 편을 들어 주거나, 그 사람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 그가 부른 노래를 좋아해 주는 것으로 그가 비밀을 들려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해서 균형 감각을 맞추고 싶어진다.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부끄럽고 말하기 힘든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그런 능력을 가진 이를 ‘성장을 촉진하는 경청자(growth promoting listener)’라고 불렀다.

 

 

 

15. 나만의 스토리텔링으로 세상을 감동시켜라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기디언 캐런이 사람들에게 나흘간 일기예보를 보고 어느 방송을 더 신뢰하는지 조사했다. 한 예보에선 매일 비가 올 확률이 90퍼센트라고 말했고, 다른 방송에서는 75퍼센트라고 했다. 실제로는 나흘 중 사흘 간 비가 왔고, 두 번째 방송국이 정확히 맞춘 셈이었다. 그런데 반 이상의 사람들이 첫 번째 방송국의 예보가 더 정확하고 앞으로도 계속 시청하고 싶다고 답했다. 애매한 확률보다 확실하고 분명한 메시지에 더 끌렸고 기억에 선명히 남았기 때문이다.

 

 오디션에서 “아직 절 보여 드릴 게 많고, 저는 발라드도 조금 하고, 락도 웬만큼 하고, 춤도 기본은 해요.”라는 태도보다 “저는 죽을 때까지 락커입니다.”라는 식의 분명한 태도가 강한 인상과 메시지를 준다. 물론 스스로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자신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상대도 우리를 믿을 수 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한 축사의 일부다. 사람들은 그의 축사에 감동했다. 잡스는 자신이 입양아였던 것부터 해서 자신이 겪어 온 삶을 담담히 고백하며, 그럼에도 우리가 삶에서 견지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서술해 냈다. 비슷한 시기 빌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에서 축사를 했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빈곤의 퇴치, 환경문제와 같은 거시적 이야기를 풀어 갔다. 모두 좋은 이야기였고 화제가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축사는 단연코 스티브 잡스의 것이다. 어떤 고난과 실패를 겪었고, 그것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 자기만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16. 나에게 가치 있는 일로 오늘에 집중하라

 세상과 나를 이해하는 데 세 가지 방향이 있다. 뒤를 돌아보라. 옆을 보라. 앞을 보라.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에 남아 있던 것이 희망인 이유도 그만큼 복잡한 감정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까지 남은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맨 마지막에 나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다시 앞날을 살아갈 힘을 줄 수 있다.

 

 “두려움 없는 희망은 없고, 희망 없는 두려움도 없다.”

- 스피노자

 

 로고테라피 :: V. E. 프랑클(Viktor E. Frankl)에 의해 제창된 심리요법으로, 명칭의 유래는 로고스이지만 그것은 논리법칙이 아니라 이성과 거기에서 만들어진 가치나 의미라는 정신적인 것에서의 심리요법이다. 종래의 심리요법은 인간을 단지 심리적ㆍ신체적 통일체로 보고 정신적인 것을 심리적인 것으로 환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정신적인 차원이야말로 다른 2가지 측면을 통일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본질적인 차원이라고 주장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로고테라피 (21세기 정치학대사전, 2010.1.5., 한국사전연구사)

 

 “살아야 할 이유를 가진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다.”

- 빅터 프랭클

 

 심리학자 랑거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당첨되면 50달러를 주는 복권을 참가자들에게 1달러에 팔았다. 한 집단은 복권 번호를 직접 고르게 하고, 다른 집단은 그냥 무작위로 나눠 줬다. 복권을 추첨하는 날 아침, 어떤 이가 지금 복권을 사려고 하는데 얼마에 팔겠느냐고 묻고 희망가격을 쓰게 했다. 그러자 직접 복권 번호를 고른 집단은 평균 8.16달러를 적었고, 그냥 복권을 받은 집단은 평균 1.96달러를 적어 냈다. 복권 당첨이란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우연에 의한 일인데도 사람들은 자기가 의미 부여를 한 복권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결정한 것은 더욱 자기 것으로 느끼고 귀중하다고 착각한다. 이를 ‘통제의 착각‘이라고 한다.

 

 양준혁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언제 터질지 모를 한 방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 시간에 한 발 더 뛰었다. 야구장으로 출근하며 안타 하나, 볼넷 하나를 얻는 것이 18년간 한결같이 가졌던 목표다. 홈런을 치겠다고 달려든 적 없다.” 멋진 한 방보다 매일 1루를 한 번은 밟겠다는 마음으로 야구를 했고,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은 나의 에너지를 바로 지금 다 쏟아 내는 것, 하기 싫은 것을 참고 해내는 것”이었기에 그는 장수 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가 18년 동안 친 2318개의 안타 중 내야 안타가 156개였다. 전력 질주를 했고, 하루에 한 번은 1루를 밟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만일 내야 안타를 모두 제외하면 그의 통산 타율은 3할 밑으로 떨어진다. 그의 이런 18년간 노력 덕에 그의 통산 타율은 3할 1푼 6리가 되었다.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늘 하루 노력해서 실현할 수 있는 목표에 가치와 의미를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표가 사소하고 작아 보이더라도 하루하루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오늘’부터 시작한다. 오늘 하루 ‘만족스러울 수 있는 이유’를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오늘을 구성하는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가고,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될 때, 내 인생은 한결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존재의 힘을 갖게 된다.

 

 

 

17.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스스로에게 약속하라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두 자동차가 충돌하는 비디오를 보여 줬다. 한 집단에는 “두 차가 정면으로 들이받았을 때 얼마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을까요?”라고 물었고 다른 집단에는 “두 차가 서로 닿았을 때얼 마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을까요?”라고 물었다. 첫 번째 집단은 시속 60킬로미터라고 답했고, 두 번째 집단은 시속 50킬로미터라고 답했다. 이어서 충돌 후에 깨진 유리 조각이 튀는 것을 보았느냐고 묻자 첫 번째 집단이 두 번째 집단보다 “보았다.”라고 대답한 비율이 세 배나 많았다. 실제로 유리 조각은 없었다. 이렇게 현재의 암시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것, 느끼는 것은 차이가 날 수 있다. 현재 주어진 조건들에 의해 기억을 재구성하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총부리 집중 효과‘가 있다. 은행에 강도가 들어왔다. 강도가 떠난 후 경찰은 강도가 총을 겨눠서 위협했던 은행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강도의 인상착의를 물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강도를 대했던 은행장은 강도에 대해서 기억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그가 겨눈 총부리가 어떤 색이었고, 질감이 어땠는지 기억할 뿐이었다. 두려움이 우리의 시야를 좁혀 바로 눈앞의 것만 보게 한 것이다.

 

 현재에 매몰되는 것과 현재에 몰입하는 것은 다르다.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릴 정도로 집중하는 경험을 하는 것, 행동과 인식이 하나로 통합된 경험을 하면서 시간 감각이 왜곡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 몰입(flow)의 경험이고 현재에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각이라고 칙센트미하이는 주장했다. 이때에는 결과보다는 ‘몰입된 상태’라는 과정 자체가 보상이 된다. 현재에 몰입하며 시간의 흐름이 멈췄다고 느끼는 순간 과거에 의해 규정되어 흘러가던 삶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비관에서 낙관으로 항로를 변경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를 즐기는 것은 중요하다. 몰입의 경험이 중요하다.

 

 칙센트미하이 :: 미국의 심리학자로서 '긍정심리학'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자이다. 창의성과 관련된 몰입(Flow)의 개념은 많은 분야에서 인용되고 있으며 현재는 미국내 '삶의 질 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두산백과)

 

 ‘때문에‘라는 족쇄가 아닌 ’덕분에‘라는 자양분으로

 

 

 

18. 남과 뚜렷이 다른 독창적인 내가 되라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내일도 그럴까. 알 수 없다.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 모든 변수를 미리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각각 남과 다른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다. 달팽이와 조개는 최소 5만 종이나 있기 때문에 지구 역사와 함께 4억 년이라 종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보통 1년 미만의 아기들은 거울에 비친 것이 자신이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돌이 지난 다음에는 조금씩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해서 18개월이 되면 절반 정도가, 두 돌이 지나면 약 65퍼센트 정도가 자신임을 인식한다.

 

 남과 다른 차별성을 갖고자 하는 욕망은 절실하다. 때로는 죽을 위험까지 감수할 정도이다. 사주팔자도 같고, 혈액형도 같고, 유전자도 100퍼센트 같은 일란성 쌍둥이의 예가 있다. 이란의 랄레흐, 라단 비자니 자매는 심지어 평생을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접착성 쌍둥이였다. 그런데 이들은 스물아홉이 되던 해에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분리 수술을 결정한다. 두 사람은 “우리는 세계관도 다르고, 생활 방식도 다르고, 여러 가지 사안을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다.”라고 말했다. 한 명은 테헤란으로 건너가 기자가 되고 싶었고, 다른 한 명은 고향에 남아 변호사가 되고 싶어 했다. 유전자도 같고 생활환경도 같았는데 두 사람은 성격도 다르고, 생각과 인생의 목표도 달랐다.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르게 살려고 했다. 그런데도 미흡하다고 느낀 두 사람은 물리적 분리를 결심했다.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이 커서 그 어느 병원도 수술을 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는데, 결국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서 허락했다. 안타깝게도 두 자매는 사망에 이르고 말았지만 그런 결정을 할 만큼 ‘다르고 싶다’는 욕구는 강했던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면 오래 해. 오래 하면 너 욕하던 놈들은 다 사라지고 너만 남거든.”

- 배철수

 

 말콤 그래드웰이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말했듯이 1만 시간을 파고들면 전문가가 되는데, 거기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년이다.

 

 사실 다른 내가 되려고 할 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변화다. 99퍼센트는 사실 모두가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작은 1~2퍼센트의 차이가 독창성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1~2퍼센트의 다름이 결정적이다. 결국 작은 차이들이 쌓이고 조합을 이루면서 독특한 개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독창성이란 아주 사소한 디테일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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