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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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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코미디와 사이언스 픽션을 합친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던 더글라스 애덤스의 작품. 지구가 초지성적이고 범차원적인 종족이 설계한 거대한 슈퍼 컴퓨터라는 전제 위에서 전개되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 5권 중 그 첫 번째 책이다.   지구를 설계한 종족은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 해답을 얻기 위해 '깊은 생각'이라는 슈퍼 컴퓨터를 만들었고, 750만년 동안의 계산과 추정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42'라는 해답을 공표한다. 그리고 이 해답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훨씬 더 크고 뛰어난 컴퓨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설계한 것이 바로 지구인 것이다. 그런데 계산 결과가 출력되려는 순간, 지구는 슬프게도 초공간 이동용 우회로를 건설하려는 우주인들 때문에 파괴된다.   줄거리에서 느끼듯 이 책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자유분방한 한 편의 우화다.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 엉뚱하고 황당한 장치와 대화들, 과장된 캐릭터들, 상식과 형식을 파괴하는 자유로움, 진지한 주제들을 사소한 농담처럼 희화화하는 익살스런 유머들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온다. 그러면서도, 삶과 우주의 근원적 의미 등 철학적인 질문들을, 자신이 초대형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살아가는 원숭이 후예들에게 그대로 남겨놓는다.   저자가 BBC 라디오 프로듀서인 사이먼 브렛과 의기투합하여 쓰기 시작한 이 시리즈는 드라마, 책, 음반, 컴퓨터 게임, CD, 연극 등 온갖 버전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버전들이 생겨났다. 이번에 출간된 시리즈는 이렇게 생겨난 다양한 버전들을 한데 모은 최종 완결판이란 점에서 의의가 깊다. 특히 1권에는 시리즈의 역사를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하며 다소 냉소적으로 중계하는 애덤스 자신의 독특한 서문이 실려 있다. '코믹 SF'라는 장르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되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물의 명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좋은 기회다.
저자
더글러스 애덤스
출판
책세상
출판일
20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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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란 무릇 진지한 것이라고 고집하는 분들이라도 염려할 것 없다. 정신없이 웃다 보면, 은하계에는 발도 디뎌보지 못하고 국지적 삶을 시들시들 살아가는 원숭이의 후손에게도 어느새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이 어렴풋이 떠오르게 될 테니까.

 

 

 

안내서에 대한 안내 - 작가가 말하는 별 도움 안 되는 이야기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역사는 이제 너무나 복잡해져서 나 자신조차 말할 때마다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또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작정하고 한마디 하면 그때마다 내 말은 엉뚱하게 인용된다. 그래서 이 옴니버스 판의 출판은 이야기를 제대로 바로잡을——아니면 적어도 확실하게 비틀어버릴——좋은 기회인 것 같다. 이 판본에 잘못 적힌 게 있다면, 내가 아는 한 그 잘못들은 그걸로 영영 끝이다.

 

누군가에게서 빌린 닳아빠진 책이었다. 십 년도 넘은 일이고, 그 책은 아직도 내가 가지고 있으니 이젠 훔쳤다고 봐야 옳다.

 

그랬으면 카프카를 유명 인사로 만들고 침을 흘리게 만들었던 그런 종류의 책들을 쓰면서 남은 생을 보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시작하자마자 그것은 이야기의 중심에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았고 나머지는, 오리지널 포드 프리펙트를 만들어낸 창조자로서 말하건대, 전부 허풍이다.

 

에피소드별로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마치고 나면 다음 회가 어떻게 될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는 의미다. 줄거리가 종잡을 수 없이 꼬여가다가 어느 순간 어떤 사건이 이전에 일어났던 일에 뭔가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듯이 보이면 나 스스로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놀랐다.

 

제프리와 나, 음향 엔지니어들이 지하 스튜디오에 몇 주씩이고 계속 처박혀 다른 사람들이 시리즈 하나를 몽땅 다 만들 동안 달랑 효과 음향 하나를 만들고 있었다는 (또한 그 짓을 하느라 다른 사람들의 스튜디오 사용 시간을 빼앗고 있었다는) 소문은 강력하게 부인되었지만 전적으로 사실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1978년 3월 8일 수요일 저녁 10시 30분에 BBC 라디오 4채널에서 방송되었다. 휘황찬란한 광고 따위는 전혀 없었다. 박쥐들이 이 방송을 들었다. 이상한 개가 울부짖었다.

 

자신의 라디오 시리즈, 특히 누군가가 편지를 보내 자기가 들었다고 말하는 그런 시리즈를 갖는다는 건 매우 기분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게 딱히 밥을 먹여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1위를 차지하더니, 그냥 그 자리에 계속 눌러 있었다.

 

이 행성을 떠나는 법

1. 나사NASA에 전화하라. 전화번호는 (713) 483-3111이다. 당신이 지금 당장 떠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2. 그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백악관— (202) 456-1414—에 있는 아무 친구에게나 전화해서, 나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 좀 해달라고 하라.

3. 백악관에 친구가 하나도 없으면, 크렘린에 전화하라(0107-095-295-9051로 전화해 국제 교환수에게 크렘린을 대달라고 하라). 그 사람들도 백악관에 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적어도 남들한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없다), 영향력은 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시도해볼 만하다.

4. 그것도 안 되면, 교황에게 전화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보라. 교황의 전화번호는 011-39-6-6982다. 내가 듣기에 교황의 교환수는 절대로 잘못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가톨릭에서 교황은 ‘절대 무류(無謬) infallible’라고 간주되는데 이를 두고 장난을 치고 있다—옮긴이주〕.

5. 이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 신호를 해서 지나가는 비행접시를 정지시킨 다음, 전화 요금 청구서가 날아들기 전에 이 행성을 벗어나는 게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0.

이 항성에서 대략 구천팔백만 마일 떨어진 곳에 시시하기 그지없는 작은 청록색 행성이 공전하고 있는데, 이 행성에 사는 원숭이 후손인 생명체들은 어찌나 원시적인지 아직도 전자 시계가 꽤나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이 행성에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아니, 있었는데——,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불행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수많은 해결책이 제시되었는데, 이 해결책들 대부분은 주로 작은 녹색 종잇조각들의 움직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건 좀 이상한 일이다. 왜냐하면, 대체로 볼 때, 불행한 것은 그 작은 녹색 종잇조각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어느 목요일, 그러니까 한 남자가 기분 전환도 할 겸 이제는 사람들끼리 좀 잘해주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는 이유로 나무에 못 박힌 지 약 이천 년의 세월이 흐른 뒤의 어느 목요일.

 

이번에는 정말 옳았다. 이번에는 일이 제대로 풀릴 수 있을 것이고, 아무도 어딘가에 못 박히지 않아도 될 터였다.

 

《은하대백과사전》 ::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등장하는 대박과사전

 

 

 

1.

그럼에도 어쨌든 이 집에 특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아서 덴트다. 어쩌다가 그가 이 집의 거주자가 된 것이 그 이유의 전부이지만 말이다.

 

그저 인간일 뿐이었다. 다시 말해서, 원숭이에서 진화한, 탄소화합물에 기초한, 두 발 달린 생물이었다.

 

그는 부계 쪽으로 칭기즈칸의 직계 후손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대가 수없이 바뀌고 여러 인종의 피가 섞이면서 그의 유전자에 요술 같은 일이 벌어져, 겉으로 볼 때 그에게는 몽골 인종의 특징이 전혀 없었다. 그의 위대한 선조가 L. 프로서 씨에게 남겨준 유일한 흔적은 눈에 띄게 두둑한 뱃살과 작은 털모자에 대한 과도한 애정뿐이었다.

 

내가 이 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어제 어떤 인부가 우리 집에 왔을 땝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창문 청소를 하러 왔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더군요. 집을 부수러 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계획안은 게시판에…….”

“게시판이라고요? 나는 결국 그걸 보러 지하실까지 내려가야 했다 이 말입니다.”

“거기가 바로 게시국이니까요.”

“손전등까지 가지고요.”

“아, 음, 아마 전등이 나갔었나 보군요.” “

계단도 나갔더군요.”

“하지만, 저, 공지를 보시긴 한 거죠?”

“그럼요, 예, 보긴 봤죠. 그 공지는 ‘표범 조심’이라는 표지판이 문 앞에 걸려 있는 사용 중지된 화장실 구석에 처박힌, 자물쇠로 잠긴 캐비닛 바닥에 게시되어 있더군요.”

 

“이 집이 뭐 대단하게 좋은 집도 아니잖습니까?” 그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이 집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우회로도 마음에 드실 겁니다.”

“아, 입 좀 닥쳐요.”

 

지나가는 경찰관을 붙들고 베텔게우스 가는 길을 아느냐고 묻곤 했다. 경찰관은 대개 이런 식으로 대꾸했다. “이봐요, 이제 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아닙니까?”

“저도 그러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노력하고 있다고요.” 포드는 늘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누군가를 안심시키려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는데, 도대체 누구를 안심시키려는 것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자기 인생 전체가 무슨 꿈만 같았다. 때로는 그게 누구의 꿈인지, 그 사람들은 이 꿈을 재미있어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그가 말했다.

“나라면 지구가 끝장나는 순간까지 믿을 거야.” 포드가 대답했다.

“오, 그렇군.” 아서가 말했다. “그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데?”

“한 이십 분 남았어.” 포드가 말했다. “서둘러, 난 술이 필요해.”

 

 

 

2.

“빨리 좀 줘요. 세상이 막 끝장나려는 참이니까.”

 

그러자 바텐더는 “아, 그런가요, 손님? 그러기에 좋은 날씨죠”라고 말하며 파인트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는 한 번 더 대화를 시도했다.

“그럼 오늘 오후에 경기를 보러 가실 겁니까?”

포드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아니요, 그럴 이유가 없죠.” 이렇게 말하고 그는 다시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뭡니까? 그럼 처음부터 결과가 정해져 있다는 말씀입니까, 손님?” 바텐더가 말했다. “아스날(영국의 축구팀—옮긴이주)에게 승산이 없다는 건가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냥 세상이 곧 끝장날 거라는 말입니다.” 포드가 대답했다.

“아, 예, 그렇게 말씀하셨죠.” 바텐더는 이번에는 안경 너머로 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상이 끝장난다면 아스날 입장에서야 운 좋게 빠져나가는 셈이죠.”

 

포드는 오 파운드짜리 지폐를 바에 턱 내려놓고 말했다. “잔돈은 필요 없습니다.”

“예? 오 파운드짜린데요? 감사합니다, 손님.”

“그 돈을 십 분 안에 쓰셔야 할 겁니다.”

바텐더는 그냥 잠시 그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환영(幻影)이야. 점심시간은 두 배로 더 그렇지.”

“대단히 심오하군.” 아서가 말했다. “그걸 《리더스 다이제스트》에나 보내지 그래. 거기에는 너 같은 사람을 위한 난이 있으니까.”

 

“내가 오늘 뭘 잘못한 거야?” 그가 말했다. “아니면 세상은 늘 이런 식이었는데, 내가 내 문제에만 너무 골몰하느라 그동안 눈치를 못 챘던 거야?”

 

 

 

3.

그 장치는 너무 복잡하게 생겨서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그 장치에 딱 맞는 플라스틱 커버 위에 크고 친근한 서체로 ‘겁먹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는 이미 놀라기를 포기한 터였다. 더 이상 놀라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세상에, 부수고 있어! 저 작자들이 내 집을 때려 부수고 있다고. 내가 도대체 이 술집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포드?”

“이 시점에서는 달리 어쩔 도리가 없어.” 포드가 말했다. “그냥 재미나 보게 놔두라고.”

 

그가 술집 안으로 끌고 들어왔던 여자는 지난 한 시간에 걸쳐 그를 깊이 혐오하게 되었기 때문에, 일 분 삼십여 초 후면 이 남자가 갑자기 한 줌의 수소와 오존, 일산화탄소로 증발해버리게 된다는 것을 알고 굉장히 만족스러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그 순간이 왔을 때는 그녀 자신도 증발하기 너무 바빠 그 모습에 주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갑자기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바람도 눈치 채지 못했고,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소나기가 내리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무한궤도식 불도저가 한때는 자신의 집이었던 폐허 더미 위를 굴러다니는 모습 외에는 아무것도 그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갑자기 지구에 고요가 흘렀다. 그것은 소음보다도 더 기분 나빴다.

 

임종을 앞두고 지구는 음향 재생계의 지존, 여태껏 없었던 최고의 확성 장치의 참맛을 거나하게 느껴볼 참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떤 콘서트도, 음악도, 팡파르도 없었다. 그저 단순한 메시지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공포는 모인 군중들 사이로 서서히 번져갔다. 마치 마분지 위에 철가루를 뿌려놓고 그 아래에서 자석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말에 깜짝 놀라는 체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모든 계획 도면과 철거 명령은 알파 켄타우리 행성에 있는 지역 개발과에 너희 지구 시간으로 오십 년 동안 공지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너희에게는 공식적으로 민원을 제기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이제 와서 야단법석을 떨기 시작해봐야 이미 너무 늦은 일이다.”

 

“알파 켄타우리 행성에 가본 적도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맙소사, 이 인간들아, 알다시피 그 별은 여기서 사 광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미안하지만, 너희가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가질 정성이 있건 없건, 그건 너희가 알아서 할 일이다. 철거 광선을 작동하라.”

 

 

 

4.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나타난 부작용들 중 하나는 바로 그런 의미 없는 우연의 일치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표면상으로 대통령은 정부에 의해 선출되지만, 그에게 요구되는 품성은 지도력이 아니라 정교하게 판단된 난폭성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대통령을 뽑는 것은 항상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일이다. 대통령은 늘 사람을 화나게 만들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임무는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일이다.

 

그 날개들은 물을 얇게 저며내어 쉿 소리를 내면서 공중으로 튀기며 바다에 깊은 상처를 냈다. 그 상처들은 보트가 만을 가로질러 질주하는 동안 미친 듯이 몸을 흔들다가 배 지나간 자리 안으로 다시 거품을 내며 사그라졌다.

 

보트는 절벽 아래에서 거칠게 호를 그리며 제동을 걸더니 갑자기 멈춰 서서 출렁이는 파도 위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엽상체 :: 각 기관이 명확하게 분화한 경엽체와 대응하는 말로서 이전에는 엽상식물문으로 분류하였다. 관다발이 없는 단순한 구조이며 전체가 잎으로서의 작용을 하여 물과 양분을 흡수하고 광합성을 한다. 실이나 판 모양의 세포로 이루어졌으며, 크기는 다양하다. 김이나 미역 등의 조류, 균류, 기타 하등생물이 여기에 속한다. 관다발 없이도 기관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식물도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엽상체와 경엽체와의 중간적 존재로, 선류나 차축조류 등이 대표적 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엽상체 [thallus, 葉狀體]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5.

진화의 힘은 이들을 그냥 포기해버렸던 것이다. 진화의 힘은 역겨움에 고개를 돌리고 이들을 추하고 재수 없는 실패작으로 낙인찍어버렸다. 그들은 더 이상 진화하지 않았다. 그들은 살아남지 말았어야 했다.

 

그의 아버지는 결국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 수치심은 아직 은하계의 몇몇 지역에서는 불치병이다.

 

포드 프리펙트가 인간들에게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점 중 하나가 무지무지하게 명백한 사실을 계속해서 말하고 반복하는 버릇이었다.

 

“내 몸의 일부가 차례대로 기절해버리는 것 같아.”

 

포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우린 안전해.”

“아, 다행이군.” 아서가 말했다. “우리는 작은 조리실 안에 있어.” 포드가 말했다. “보고 행성의 공병 함대 우주선 중 하나에 타고 있는 거라고.”

“아하.” 아서가 말했다. “정말 ‘안전’이라는 단어를 특이하게 사용하는군. 전에는 몰랐던 용법이야.”

 

인구가 많은 행성을 파괴하고 나면 항상 이상하게 기분이 언짢았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와서 그건 다 잘못된 일이라고 말해줬으면 싶었다. 그럼 그 녀석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수 있을 테고, 그럼 기분이 좀 나아질 텐데. 그는 의자가 부서져서 정말 화낼 만한 원인을 제공해주기를 바라면서 조종석에 있는 힘껏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의자는 겨우 끽끽 하고 불평하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표지가 멋있네. ‘겁먹지 마세요’라. 오늘 내내 내가 들은 말 중에서 처음으로 도움이 되고 이해할 만한 소리군.”

 

아서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하고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좀 있었으면 싶었다. 덴트라시스인들의 속옷과 스콘셸러스 행성의 매트리스 더미들과 조그마한 노란 물고기를 들고 그걸 귀에 넣으라고 말하는 베텔게우스 행성 출신의 남자 옆에 조그마한 콘플레이크 봉지 하나라도 있다면 좀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아서는 늑대 한 무리와 싸우면서 동시에 양치질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내는 것 같은 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질려 숨을 죽였다.

 

그것은 이를테면 윤곽만 있는 두 개의 검은 얼굴 그림을 보고 있었는데 불현듯 그게 하얀 양초로 보이는 경험의 청각적 버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또는, 종이 위에 마구 찍힌 각양각색의 점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게 갑자기 육이라는 숫자로 변해서 ‘아, 이제 안과 의사가 새 안경 값으로 엄청난 돈을 요구하겠구나’ 하고 예상하게 되는 경험과도 같았다.

 

 

 

6.

“매력적인 친구군. 나한테 딸이 있어서 저런 녀석과 결혼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움직이지 마. 초공간 진입에 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술에 취하는 것처럼 불쾌한 일이거든.”

“술에 취하는 게 뭐가 불쾌해?”

“물을 한 잔 마시고 싶어지니까.”

 

바벨 피시란 작고 노랗고 거머리같이 생긴 물고기로 아마도 우주에서 가장 기이한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숙주가 아니라 주변 대상들에서 나오는 뇌파 에너지를 먹고 산다. 이 뇌파 에너지에서 나오는 모든 무의식적 정신 주파수를 흡수해 거기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 두뇌의 언어 영역에서 포착한 의식적 사고 주파수와 신경계 신호를 혼합해 만든 텔레파시 세포간질을 숙주의 정신 속에 배설한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실제적 결론은, 귀에 바벨 피시를 집어넣으면 어떤 언어로 이야기한 것이라도 즉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를 거부한다’고 신은 말한다. ‘증거는 믿음을 부인하는 것이며, 믿음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말한다. ‘바벨 피시가 결정적인 증거 아닌가요? 그런 것이 우연히 진화했을 리가 없잖아요. 그건 당신이 존재한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므로 당신 자신의 주장에 따르면, 당신은 존재하지 않는 거지요. 증명 요망.’

‘젠장.’ 신이 말한다. ‘그 생각을 못 했네.’ 그러고는 논리의 연기 속으로 휙 사라져버린다.

 

바벨 피시는 다른 종족과 문화 간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모든 장애를 효과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역사상 다른 어떤 존재보다도 처절한 전쟁을 더 많이 불러일으켰다.

 

그의 상상력으로는 지구 전체가 사라져버렸다는 충격을 도무지 느낄 수가 없었다. 그건 너무나 거대한 일이었다. 그는 부모님과 누이동생이 사라져버렸다는 생각을 하며 감정선을 자극해봤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자신과 친했던 그 모든 사람들을 생각해봤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이번에는 이틀 전 슈퍼마켓에서 자기 앞에 서 있었던 전혀 모르는 사람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자 갑자기 칼에 찔린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슈퍼마켓이 사라졌다.

 

미국도 사라졌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감이 오지 않았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뉴욕이 사라졌다. 반응이 없었다. 원래 그는 뉴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심각하게 믿어본 적이 없었다. 달러는 이제 영원히 하락해버렸군. 그는 생각했다. 그러자 조금 오싹해졌다. 험프리 보가트 영화들이 모두 싹쓸이당해버렸어. 그는 혼잣말을 했다. 그러자 심한 충격이 왔다. 맥도날드, 그는 생각했다. 맥도날드 햄버거 같은 것도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졸도했다. 몇 초 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어머니 생각을 하며 훌쩍거리고 있었다.

 

“뭐라고? ‘무해함’? 그게 다야? ‘무해함’! 단 한 마디뿐이라니!”

 

“아, 물론이야.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편집자에게 새로운 내용을 전송했어. 편집자가 좀 다듬긴 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개선이 됐어.”

“그래서 지금은 뭐라고 되어 있는데?” 아서가 물었다. “

‘대체로 무해함’.”

 

“운이 좋다면, 우리를 우주 밖으로 던져버리려고 온 보고인들일 거야.”

“운이 나쁘면?”

“운이 나쁘면,” 포드가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장의 위협이 진심이어서 우리를 던져버리기 전에 먼저 자기 시를 몇 편 읽어주려고 하겠지…….”

 

 

 

7.

보고인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일반적 평가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았다. 처음에 그들이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자신들이 제대로 진화한 문명 종족임을 폭력적으로라도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도 여전히 시를 쓰고 있는 것은 오로지 잔인한 심술 때문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다만 지금까지 벌어졌던 일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정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반항해봤자 소용없다!” 보고 경비병이 되받아 고함을 질렀다. 이것은 그가 보고 경비대에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배운 말이었다.

 

“난 지금 죽고 싶지 않아! 난 아직 머리가 아프단 말이야. 머리가 아픈 채로 천국에 가고 싶지는 않아. 기분이 언짢아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할 거라고.”

 

“저놈들에게는 죽음도 과분해.”

 

“아냐, 너희에게 큰 상관이 없다면, 난 너희를 이 에어락에 밀어 넣어버리고 돌아가서 남은 소리 지르기 임무나 계속 수행하고 싶어.” 그가 말했다.

그건 포드 프리펙트와 상관없는 일이 전혀 아니었다.

 

“이봐, 베텔게우스 행성에서 온 사람하고 보고인의 에어락에 갇혀서 막막한 우주에서 질식사하기를 기다리고 있자니,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을 잘 들을걸 하는 생각이 정말 사무치는걸.” 아서가 말했다.

“왜,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

“몰라, 안 들었으니까.”

 

 

 

8.

‘우주는 크다. 대단히 크다. 그것이 얼마나 광대하고 거대하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내 말은, 약국까지 가는 길이 멀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우주에 비하면 땅콩 한 알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들어보라…….’

 

저 전설적으로 아름다운 행성 베스셀라민이 현재 한 해 백억 명이나 몰려드는 관광객들에 의해 끊임없이 침식당한 나머지 골치를 썩고 있다는 사실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거기서는 체류 기간 동안 먹은 음식의 양과 배설량이 맞지 않을 경우 행성을 떠나기 전 딱 그만큼의 무게를 체중에서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그러므로 화장실에 갈 때마다 영수증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9.

“그러니까 우린 미쳐버린 게 틀림없군.”

“미치기에 좋은 날이야.”

 

 커스터드 :: 매끈하고 광택이 나며 수분이 많아 맛이 부드럽다. 우유와 달걀이 주원료이기 때문에 덩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온도에 주의해서 만들어야 한다. 조리 방법에 따라 플레인 커스터드(plain custard), 베이크트 커스터드(baked custard), 스팀드 커스터드(steamed custard) 등이 있다. 만들려면 우유 1컵, 달걀 1~2개, 설탕 2큰술, 바닐라향 1/2작은술, 소금 약간을 준비한다.
플레인 커스터드는 달걀에 설탕·우유·소금을 넣고 잘 섞어 수저에 엉길 만큼 중탕했다가 꺼내서 찬물에 담가 저어가면서 식힌 뒤 바닐라향을 넣고 그릇에 담아 차게 먹는다. 베이크트 커스터드는 플레인 커스터드를 작은 그릇에 담고 뜨거운 물이 담긴 팬에 넣어 175℃에서 구운 것이다. 역시 차게 식혀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 스팀드 커스터드는 플레인 커스터드를 컵에 담고 뚜껑을 덮어 굳을 때까지 찐 것이다. 일반적으로 푸딩으로 만든 커스터드푸딩이 널리 알려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커스터드 [custard]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진정하세요. 당신은 완전히 안전합니다.” 목소리가 말했다. 마치 한쪽 날개와 엔진 두 개만 남은 데다 그중 한 엔진에는 불이 붙은 그런 여객기의 승무원처럼 쾌활했다.

 

 

 

10.

브라운 운동 :: 1827년 영국의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이 물에 떠 있는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을 때, 꽃가루에서 나온 작은 입자가 수면 위를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한 것이 시초이다.
브라운을 비롯한 당시 많은 학자들은 이 운동의 원인을 화분의 특별한 생명력에 의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1872년 프랑스의 P.J.델소 등은 당시의 시론적 단계에 있던 분자운동론을 이 현상에 적용, 열운동 때문에 움직이고 있는 액체 분자가 미소입자의 표면과 충돌하여 일으키는 현상이라는 학설을 제창하였다.
액체 속에 있는 물체의 표면에는 끊임없이 액체 분자가 충돌한다. 이런 액체 분자의 충돌은 불규칙하고 불균등하지만 물체의 표면이 넓은 경우 통계적으로 균등화된다. 따라서 크기가 큰 물체가 액체 속에서 역학적 평형상태에 이르면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마이크로미터(μm) 단위 정도의 미소입자의 경우에는 표면이 작아 충격의 불균형이 커지고, 그 영향으로 물체가 불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된다.
이 설은 190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 의해 더욱 이론화되어 분자운동론으로 브라운 운동을 기술할 수 있게 된다. 브라운 운동은 물질의 분자적 구조와 열운동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므로 측정기기의 정밀도의 한계에 영향을 미친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의 물리학자 장 바티스트 페렝은 아인슈타인의 분석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그는 이 공로로 1926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브라운 운동에 대한 이론적 완성은 원자와 분자가 실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종결시켰다.
브라운 운동은 확산현상 외에도 콜로이드의 침강현상, 쌍극자로 이루어지는 계의 유전적 성질에도 연관이 있다. 그리고 고분자용액의 점탄성·화학반응 등, 일반적으로 비가역현상 이론의 기초로서 중요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브라운 운동 [Brownian motion]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존경받는 많은 물리학자들은 이 장치가 과학에 대한 모독이라며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들이 그런 파티에 초청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만일 그런 기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그건 논리상 ‘제한적으로’ 불가능한 확률이 되어야만 했다. 그렇다면 그런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게 정확히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를 계산해내서, 그 수치를 제한된 불가능 확률 발전기에 집어넣고, 거기다 진짜 뜨거운 차를 한 잔 새로 타서 집어넣는다……그러고는 기계를 돌리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마침내 자신들이 정말로 참을 수 없는 유일한 것이 똑똑한 녀석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11.

좋아, 스타일로 보면 만 점짜리지만, 현명한 걸로 따지면 마이너스 몇백만 점이야,

 

트릴리언은 자포드가 그렇게도 멋지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올 수 있었던 주된 이유가 사실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데 있지 않았을까 자문해보았다.

 

“그래, 네가 그 문제에 대해 조금만 더 생각했다면 그 문제 자체가 없어져버렸겠지.”

 

“말도 안 돼.”

“아니, 자포드. 그저 매우 매우 불가능할 뿐이야.”

 

 

《은하대백과사전》은 로봇을 ‘인간의 일을 하도록 디자인된 기계 장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시리우스 사이버네틱스 주식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는 로봇을 ‘함께 있으면 즐거운 당신의 플라스틱 친구’라고 정의한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시리우스 사이버네틱스 주식회사 마케팅 부서를 ‘혁명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총살형에 처해질 얼간이 무리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긜고 아래에는 로봇공학 특파원 자리에 흥미 있는 사람응 누구든 지원해달라는 편집자의 말이 각주로 달려 있다.

대단히 흥미롭게도, 천 년 후의 미래 세계로부터 타임워프(시간 왜곡—옮긴이주)를 통해 운 좋게 도착한 《은하대백과사전》 판본에는, 시리우스 사이버네틱스 주식회사 마케팅 부서가 ‘혁명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총살형에 처해진 얼간이 무리들’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뭔가 이상한 표정이 포드의 얼굴에 떠올랐다. 충격과 놀라움에서 비롯된, 최소한 다섯 가지의 서로 완연히 다른 표정들이 뒤죽박죽되어 얼굴 위에 겹쳐졌다. 걷느라 들어 올린 왼쪽 다리는 다시 내려놓을 곳을 찾지 못해 허둥대는 것만 같았다.

 

 

 

12.

오랫동안 라디오는 버튼을 누르거나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으로 작동되었다. 그 다음에는 기술이 더 정밀하게 발전해 라디오의 조종 장치가 터치 방식으로 바뀌면서 그저 손가락으로 패널을 스치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컴포넌트가 있는 쪽으로 대충 손을 흔들며 마음속으로 바라기만 하면 된다. 물론 이런 방식은 근육의 에너지 소모를 상당히 줄여주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한 가지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들으려면 화가 날 정도로 꼼짝 않고 앉아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잠깐만이라도 너의 자아에 대한 이야기를 좀 접어둘 수 없을까? 이건 중요한 이야기라고.”

“내 자아보다 더 중요한 게 여기 있다면 당장 잡아서 총살형에 처하겠어.”

 

트릴리언이 자포드와의 관계에서 겪는 주된 어려움 중 하나는 자포드가 사람들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해서 멍청한 척할 때와, 자신이 생각하기 귀찮은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 해주길 바라서 멍청한 척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말 이해하지 못해서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멍청한 척할 때, 그리고 정말 진짜로 멍청할 때를 구별하는 일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깔보기보다는 자신에 대해 어리둥절해하기를 바랐다.

 

“너 미쳤니?” 그가 말했다.

“아닙니다. 하지만 제 말을 들으시면 당신이 미치게 될 겁니다.”

 

 

 

13.

전 당신들을 브리지로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이게 아마 오늘 제가 할 일들 중에서 제 지능을 가장 많이 요구하는 일일 거예요.

 

“우습군요. 사는 게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인생은 갑자기 더 곤두박질쳐버리니 말이에요.”

 

추월선을 타고 주행하며 쌩쌩 달려가는 차 몇 대를 느긋하게 제치고 기분이 꽤나 좋아져 있던 참에 우발적으로 기어를 4단에서 3단 아닌 1단으로 바꿔버렸을 때의 느낌, 그래서 엔진이 엉망진창이 되어 후드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을 아는가.

 

그는 영국 일퍼드에 사는 모기가 북경의 생활에 대해 아는 것만큼도 은하계에 대해 알지 못하는 무식한 원시인을 떠맡은 것이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수학 학위에 천체물리학 학위까지 가지고 결국 달리 할 일이 뭐가 있겠어? 히치하이크를 하거나 아니면 월요일마다 실업자 수당을 받으러 줄을 서는 거겠지.

 

 

 

14.

승무원 네 명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들이 그렇게 모이게 된 것이 그들 자신의 자발적 의지나 단순한 우연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떤 물리학 현상의 이상한 뒤틀림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원자와 분자들의 관계를 지배하는 법칙들이 인간들의 관계 역시 지배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뭔가 숨겨진 까닭이라도 있었을까? 자포드에게 묻는 것은 소용없는 짓일 것이다. 이제껏 그가 저지른 어떤 일에도 이유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그는 이 불가해함을 예술로 승화해버렸다. 그는 특이한 천재성과 천진난만한 무능함을 섞어서 삶의 모든 것을 공격했는데, 어느 게 천재성이고 어느 게 무능함인지 구별해내기란 종종 힘든 일이었다.

 

스크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거 알아보겠어?” 자포드가 속삭였다.

포드가 얼굴을 찌푸렸다.

“음, 아니.”

“뭐가 보이지?”

“아무것도.”

“그게 뭔지 모르겠어?”

“도대체 뭘 말하는 거야?”

“우리는 지금 말머리 성운에 들어와 있다고. 깜깜하고 거대한 구름 덩어리 속에 말이야.”

“그걸 텅 빈 스크린을 보고 알아보란 말이야?”

“전 은하계에서 깜깜한 스크린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곤 깜깜한 성운 안밖에 없다고.”

“거 참 똑똑하시군.”

 

 

 

15.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극도로 부유해졌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며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로 간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언급할 가치가 있는 사람들 중에는 말이다.

 

 

 

16.

마그라테아는 전설이야. 동화라고. 그건 자식이 커서 경제학자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밤에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빛의 용광로

 

정원 아래에 요정들이 살고 있다고 믿지 않아도 정원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잖은가?

 

행성을 제조하는 사람들

 

행성은 납골당만큼이나 차갑게 죽어 있었다.

 

그들이 접근해가면 그 형체들은 점차 윤곽이 무디어지면서 이름 없는 존재로 희미하게 사라져버렸다.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행성의 지표는 세월에 의해, 또한 수많은 세기 동안 그 지표 위를 기어 다닌 희박하고 정체된 대기에 의해 침식되었다.

 

“도대체 여기서 뭘 하려는 거야? 여기엔 아무것도 없는데.”

“지표에는 없지.”

 

“글쎄, 일부는 호기심 때문이고, 일부는 모험을 위해서지만, 주로 명성과 부를 위해서지…….”

 

 

 

17.

“마그라테아는 죽은 지 오백만 년이 됐어. 당연히 안전하지. 유령들조차 지금쯤은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가정을 이뤘을걸.”

 

“쉿! 걱정할 건 조금도 없어.” 자포드가 말했다.

“그럼 왜 모두들 이렇게 긴장해 있는 건데?”

“모두들 재미있어하는 거야!

 

“이거 정말 굉장한걸! 저 아래 있는 누군가가 우릴 죽이려고 해.” 그가 말했다.

“꽤나 굉장하군.” 아서가 말했다.

“저게 뭘 말하는지 모르겠어?”

“알아. 우리가 죽게 될 거라는 거지.”

“그래, 하지만 그거 말고.”

“그거 말고?”

“우리가 뭔가를 제대로 짚었다는 거지!”

“그 뭔가에서 얼마나 빨리 도망갈 수 있을까?”

 

“그거야! 음……우리가 수동 조작으로 우주선을 움직여야겠어.” 그가 말했다.

“네가 조종할 수 있어?” 포드가 기뻐하며 말했다.

“아니, 너는?”

“아니.”

“트릴리언, 너는?”

“아니.”

“좋아. 다 같이 하는 거야.” 자포드가 안심한 듯 말했다.

“나도 못해.” 이제 자기도 슬슬 나설 때가 됐다고 느낀 아서가 말했다.

 

“이제 끝장이야. 이제 정말 죽게 되는 거야, 그렇지?” 아서가 그것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그 말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포드가 고함을 질렀다.

“글쎄, 사실이 그렇잖아. 아니야?”

“맞아.”

 

 

 

18.

 피튜니아 :: 남아메리카 원산이며 한국에서는 한해살이풀로 취급된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것은 페튜니아 악실라리스(P. axillaris)와 페튜니아 비올라케아(P. violacea)를 교배하여 육성한 것이고, 꽃의 빛깔·모양 등에 변화가 많으며 여러 계통의 품종이 있다.
대륜(大輪)의 겹꽃이 피는 것은 꽃지름 10cm 이상 되는 것이 있고 분재배에 적합하며, 빅토리아계가 유명하다. 소륜(小輪)의 겹꽃이 피는 것은 꽃지름 5∼6cm로 다화성(多花性)이므로 역시 분재배에 적합하다. 거대륜(巨大輪) 홑꽃은 꽃지름 10cm 이상이며 분재배·절화용으로 재배된다. 대륜 홑꽃은 꽃지름 6∼7cm, 꽃 빛깔에 변화가 많고 화단·분재배용이다. 소륜 홑꽃은 꽃지름 4∼5cm의 다화성으로 화단에서 재배된다.
개화기가 6∼10월로 길고, 비교적 건조해도 잘 견디므로 구미에서는 시가지를 비롯하여 가정 화단 등에 널리 재배되며 중요한 종류이다. 번식은 실생(實生)에 의하며, 겹꽃이나 거대륜 홑꽃은 눈꽃으로도 번식된다. 종자는 온도가 15∼20℃가 되면 언제나 뿌릴 수 있는데, 보통 3∼4월에 뿌린다. 종자가 작으므로 분이나 상자에 뿌리고 한번 가식(假植)하거나 지피포트 등에서 키운 다음 분에 심거나 화단에 옮긴다.
오랫동안 꽃을 피게 하려면 비료를 충분히 주어야 하며, 심을 때 기비(基肥)로 1㎡당 퇴비 4kg, 화학비료 60g 정도를 넣으면 된다. 심는 장소로는 물이 잘 빠지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이 좋다.
[네이버 지식백과] 페튜니아 [petunia]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19.

그는 열까지 세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지각 있는 생명체들이 이것마저 영영 잊어버리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됐다. 숫자를 세는 것만이 인간이 컴퓨터로부터 독립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20.

“인생이란, 싫어하거나 무시할 수는 있어도 좋아하기는 어려운 거죠.”

 

“나도 몰라.”

“뭐?”

“나도 내가 찾는 게 뭔지 모른다고.”

“왜 몰라?”

“왜냐하면……왜냐하면……내가 그걸 알면 찾을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 마음의 일부가 도무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 말이야. 그러다가, 마치 다른 누군가가 내게 허락도 안 받고 내 마음을 이용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 그 두 가지 생각을 연결해보니, 어쩌면 누군가가 그런 목적으로 내 머리의 일부분을 자물쇠로 채워놨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더군. 그래서 내가 그 부분을 사용할 수 없는 거지.

 

 

 

21.

“밤이 오고 있어. 봐, 로봇아, 별이 나오잖아.” 아서가 말했다.

어두운 성운 한가운데서도 별이 몇 개는 보였다. 매우 희미하긴 했지만, 그곳에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로봇은 순종적으로 별들을 올려다보고는 그를 돌아보았다.

“알아요. 정말 초라하죠?”

“하지만 저 일몰을 봐! 난 정말 꿈에서도 저런 장관은 본 적이 없어……두 개의 태양이라니! 마치 불로 만든 산이 펄펄 끓으면서 사라지는 것 같아.”

“나도 봤어요. 쓰레기죠.” 마빈이 대답했다.

 

 

 

22.

이 행성의 창자 속에 배치된 컴퓨터들은 수백만 년의 어두운 시간을 보냈소. 그 시간의 무게가 그 먼지 쌓인 데이터 뱅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지.

 

“죽었다고? 저런, 그럴 수가. 아니오. 우린 그냥 잠들어 있었소.”

 

 피오르드 :: 빙하가 이동·침식하면서 형성된 U자곡이 바다와 만나면서, 바닷물이 U자곡으로 들어와 침수된 해안지형을 가리킨다. 피오르(fjord)는 노르웨이어로 '내륙으로 깊게 뻗은 만(灣)'을 의미하며, 유럽 중에서도 노르웨이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지형이기 때문에 그 명칭이 일반화되었다.
유명한 피오르들은 주로 노르웨이 남서해안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고위도에 위치한 추운 지역이지만, 난류의 영향과 편서풍에 의한 지형성 강수가 많아 대량의 곡빙하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는데, 이러한 산지에서 형성된 곡빙하가 해안쪽으로 이동하며 침식작용으로 U자곡을 만들고, 해안으로부터 물이 침수되어 피오르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오늘날 노르웨이 해안에 있는 수많은 피오르들은 과거 제4기의 빙기(氷期)에 해안에서 발달한 빙하가 깊은 빙식곡을 만들고 간빙기(間氷期)에 기온이 올라 빙하가 소멸하면서 해수면이 상승하여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피오르는 U자곡의 양쪽으로 급한 절벽이 웅장하게 발달하여 장관을 이루며 물이 잔잔하면서 깊은 내륙까지 호수처럼 이어져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높은 곳은 절벽이 1,000m에 이르며, 절벽의 중간에 다른 빙식곡에 의한 현곡(懸谷)이 있는 곳은 장엄한 폭포를 이루기도 한다. 지질적·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자연유산에도 등재된 것만도 다수이다.
피오르 지형의 특징은 좁은 만이 내륙 깊이 이어져 있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곡빙하가 강한 침식력으로 깊은 골짜기를 이루면서 직선 방향으로 길게 U자곡을 만들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피오르는 노르웨이의 송네 피오르(Sogne Fjord)로, 그 길이가 204km 가량이며, 만의 폭에 비해 길이가 길다. 피오르의 수심은 대체로 깊은 편인데, 보통 바다와 만나는 입구보다 내륙쪽이 더 깊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빙하가 바다와 만나면서 폭이 넓어지고 녹기 시작하여 지반에 대한 침식력이 약해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송네 피오르의 경우 바다 입구쪽은 수심이 약 200m인 반면, 내륙쪽 가장 깊은 곳은 수심이 1300m에 이르러 주변 바다의 수심보다 더 깊다.
그밖에 캐나다나 알래스카의 태평양 연안, 칠레의 남서부, 뉴질랜드 남섬 서안 등에도 분포하고 있으며, 이들 지역은 고위도에 위치하면서 난류의 영향을 받거나 편서풍 등 바람의 영향이 강한 지역들이며, 또한 해안 가까이 높은 산지가 있어 지형성 강수가 많아 곡빙하의 형성에 유리하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린란드나 노르웨이 북단 스피츠베르겐(Spitsbergen)섬 등의 피오르에는 깊숙한 협만 안쪽에서 지금도 빙하가 밀려나온다. 덴마크에서는 골짜기가 얕은 피오르를 페르데(Fjärde)라고도 하며, 스코틀랜드 서안에서는 구조선(構造線)에 지배된 직선적인 것이 많이 발달되어 있는데 이를 퍼스(Firth)라고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피오르 [fjord]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난 위협하는 데 뛰어난 사람은 아니오. 하지만 위협이 효과가 있다는 말은 듣고 있지.”

 

 

 

23.

사물들이 겉보기와 항상 같지 않다는 것은 중요하고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구 행성에서 인간들은 항상 자신들이 돌고래보다 지능이 높다고 생각했다. 인간들이 바퀴, 뉴욕, 전쟁 등 엄청난 일들을 성취해내는 동안 돌고래들이 한 일이라곤 물속에서 빈둥거리며 재미나 보는 것밖에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반대로, 돌고래들은 자신들이 인간들보다 훨씬 더 지능이 높다고 항상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도 정확히 똑같았다.

대단히 흥미롭게도 돌고래들은 지구 행성이 곧 파괴된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인간들에게 그 위험을 경고하려고 여러 시도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의사소통 노력은 대부분 재미있게 축구공을 차올리려고 한다거나 물고기 한 토막을 얻어먹어보겠다고 휘파람을 부는 것으로 잘못 해석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경고하기를 포기하고, 보고인들이 도착하기 직전에 자신들만의 수단을 통해 지구를 빠져나왔다.

돌고래들의 마지막 메시지는, 뒤로 두 번 공중제비를 돌아 고리를 통과하면서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휘파람으로 부는, 놀라울 만큼 정교한 묘기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오인되었다. 하지만 정작 그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다.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물고기들은 고마웠어요.’

사실 그 행성에 돌고래보다 지능이 높은 생물은 단 한 종밖에 없었다. 그들은 행태 연구 실험실에서 쳇바퀴를 돌리거나 인간들을 대상으로 무서우리만치 정밀하고 교묘한 실험들을 수행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간들이 그들과의 관계를 전혀 엉뚱하게 짚고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 생물들의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24.

비행차는 동그란 빛 속으로 총알처럼 곧장 뛰어들었다. 갑자기 아서는 무한대라는 것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실은 무한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거리는 측량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다. 비행차가 모습을 드러낸 방은 절대로 무한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아주, 아주, 아주 큰, 너무 커서 진짜 무한대보다도 더 무한대 같아 보이는 방이었다.

 

그 벽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니, 상상하라고 유혹해놓고는 상상을 가차없이 짓밟아버렸다.

 

당신이 쥐라 부르는 그 생물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아주 달라요. 그건 비상하게 초지능적이고 범차원적 존재들이 우리 차원으로 튀어 들어온 형상에 불과하다오. 치즈를 좋아한다거나 찍찍대는 건 그저 가면일 뿐이지.” 노인은 잠시 멈췄다가, 동정하는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들은 당신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었소.”

 

 

 

25.

“그 기계들은 그냥 계속 계산이나 하게 하시오.” 마직티즈가 경고했다. “그러면 매우 고맙게도 영원한 진리 쪽은 우리가 맡겠소. 법률적 견해를 알아보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오, 친구. 법률에 의하면, 궁극적인 진리 탐구는 사상가들의 양도할 수 없는 특권이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소. 어떤 빌어먹을 기계가 정말 진리를 찾아내 버리면, 우리는 당장 실직자가 된단 말이오. 안 그렇소? 신이 있네 없네 하고 한밤중까지 잠도 안 자고 논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 다음 날 아침 이 기계가 빌어먹을 신의 전화번호를 내놓는다면 말이오.”

 

 

 

26.

안타깝게도 아직은 반밖에 완성되지 않은 상태지만……아직 지층에 인공 공룡 뼈도 다 묻지 못했소. 그 뒤에 신생대 제3기와 제4기 지층들도 깔아야 하고, 그 다음엔…….”

 

 

 

27.

“좋습니다.” 컴퓨터는 이렇게 말하고 다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두 사람은 애가 타서 죽을 지경이었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정말 좋아하지 않으실걸요.” 깊은 생각이 말했다.

“말해줘!”

“그러죠.” 깊은 생각이 말했다. “위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해답은……!”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은…….” 깊은 생각이 말했다.

“해답은……!”

“그 해답은…….” 깊은 생각이 말을 멈췄다.

“해답은……!!!”

“42입니다.” 무지무지하게 엄숙하고 침착하게 깊은 생각이 말했다.

 

 

 

28.

“정말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깊은 생각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42! 칠백오십만 년의 작업 결과가 겨우 그거야?” 룬퀄이 소리쳤다.

 

 

 

29.

“너 지금, 네가 은하계의 대통령이 된 게 겨우 그 배를 훔치기 위해서였다는 거야?”

“바로 그거야.” 대부분의 다른 사람의 경우라면 부드러운 벽이 둘러쳐진 병원 방에 갇히기 딱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포드가 말했다.

 

 

 

30.

“천만 년의 계획과 작업이 그런 식으로 날아가 버린 거라오. 천만 년 말이오, 지구인. 그런 엄청난 시간이 상상이나 되오? 그 시간이면 작은 벌레 한 마리로부터 은하 문명이 다섯 번은 자라날 수 있을 거요. 그게 날아가 버린 거지.” 그가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그런 게 관료주의라오.”

 

난 항상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낼 확률이란 너무도 터무니없이 낮다고 생각하오. 그러니까 우리는 그런 건 말도 안 된다고 무시해버리고 일에 몰두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소.

 

“그게 무슨 상관이오! 물론 과학이 멋진 일들을 해내긴 했지. 하지만 난 옳은 것보다는 행복한 게 훨씬 좋소.”

 

 

 

31.

 커틀릿 :: 비프(쇠고기) ·포크(돼지고기) ·치킨(닭고기) 등이 흔히 쓰이나, 비프나 포크의 커틀릿은 한국에서 만든 서양요리이며 서양에서는 만들지 않는다. 비프는 기름에 들어가면 맛국물이 빠지고, 또 포크는 습관상의 이유로 쓰지 않는다. 서양의 커틀릿은 송아지고기 ·치킨을 쓰며, 튀기는 방법도 기름을 조금 넣고 프라이팬에서 굽듯이 지져 낸다. 커틀릿에 곁들이는 음식으로는 튀긴 감자 ·채소류 ·국수, 버터에 볶은 밥 등이 어울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커틀릿 [cutlet]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이상주의도 좋고, 순수한 연구의 명예도 좋고, 각종 진리 추구도 좋다 이거요. 하지만 이 세상에 ‘진짜’ 진리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이 모든 다차원적 무한 우주가 거의 틀림없이 미친놈 집단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게 아닐까 하는 의혹이 들기 시작하는 날이 올 거요.

 

 

 

32.

“그래, 훌륭해! 한 가지 의미로 딱 고정되지도 않으면서 아주 의미심장해 보여. ‘인간은 얼마나 많은 길을 가야 하나? 42.’ 훌륭해, 훌륭해. 그거면 그들도 속을 거야. 프랭키, 우린 해낸 거야!”

 

“하지만 그건 미친 짓이야! 너흰 그런 짓을 못할 거야.” 트릴리언이 외쳤다.

“천만에, 우린 할 거다.” 경찰관이 소리쳤다.

그리고 다른 경관에게 물었다. “할 거지?”

“아, 물론 우린 할 거다. 틀림없이.” 다른 경찰관이 소리쳐 답했다.

 

 

 

33.

“좋아, 내가 가서 보고 오지.” 포드가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돌아봤다.

“‘아냐, 그래서는 안 돼. 내가 대신 갈게’라고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야?”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없지.” 그가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34.

표백된 뼈다귀처럼 서리 맞은 땅

 

 

 

35.

은하계의 모든 주요 문명은 다음과 같이 뚜렷하고 확연한 세 단계를 거친다. 즉 생존, 의문, 그리고 세련의 단계다. 다른 말로 하면 어떻게, 왜, 그리고 어디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단계를 특징짓는 질문은 ‘어떻게 먹을까’이고, 두 번째 단계는 ‘우리는 왜 먹는가’, 마지막 단계는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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