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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매크로 위키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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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위키노믹스(양장본 HardCover)
『매크로위키노믹스』는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협업에 포커스를 맞췄던 ‘위키노믹스’를 넘어서 더 확장되고, 더 우리 삶과 밀접해진 집단지성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정부, 교육, 금융, 보험, 과학, 교육, 의료, 환경, 미디어, 국제 외교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사실상 모든 곳에서 위키 방식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민이 중심이 된 환경감시 운동을 소개하고, MIT가 시도하고 있는 모든 강좌를 공개한다. 환자들끼리의 희귀병 정보교환사이트가 어떻게 의료시스템을 바꾸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미디어가 권위적인 모델에서 어떻게 사람 간의 소통모델로 바뀌고 있는가를 설명한다. 이러한 변화는 혁신 웹을 활용할 줄 아는 개인과 기업이 더 많은 사회적, 경제적 기회를 얻게 됨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이 책을 통해 비즈니스를 넘어 일상까지 침투한 더 강력해지고 진화한 위키노믹스의 힘을 살펴볼 수 있다.
저자
앤서니 윌리엄스, 돈 탭스코트
출판
21세기북스
출판일
2011.05.27

 

0.

 한국어판 서문 - 위키노믹스 혁명은 진행 중이다 

 ο 디지털 혁명, 정치 혁명과 손잡다

 2010년 12월, 노점에서 채소를 팔던 튀니지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경찰에게 채소 수레를 압수당한 후 분신했다. 채소 노점상의 자살은 튀니지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진 분노에 찬 폭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분노한 튀니지인들은 트위터를 이용해 시위를 조직하고 튀니지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2010년 6월에는 이집트에서 스물여덟 살의 사업가 칼레드 사이드가 경찰관 두 명에게 구타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 사이드는 그 경찰관들이 불법 약물을 거래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사이드가 사망하고 며칠이 지난 후 익명의 인권운동가(지금은 구글의 중역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음)가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사이드 추모 페이지에는 사이드의 주검이 구타당해 멍이 든 채 시체공시소에 놓여 있는 사진이 게재되었다. 그뿐 아니라, 사이드가 맨 처음 유포했던 부패한 경찰관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공개되었다. 그 후 몇 주 사이에 사이드를 추모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친구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으며, 그 수는 꾸준히 증가해 50만 명을 상회하게 되었다. 이집트의 페이스북 사용자 수는 500만 명이 넘는다. 페이스북의 사이드 추모 페이지는 시위대를 결집시키는 역할을 했다.

 

 ο 위키 혁명 시대에 발을 들여놓은 독자 여러분을 환영한다

 머지않아 독재정권이 인터넷을 차단하는 방법조차 사용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과거에 혁명이 벌어졌을 때는 국민들이 총파업을 벌여 경제 기능 자체를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정권을 무너뜨렸다. 

 오늘날 인터넷은 부의 창출, 교육, 의료, 공급망, 상업, 기타 사회의 모든 부문의 근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은 곧 정부를 향한 디지털 총파업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매일의 국정 운영 활동을 통해 수집한 엄청난 야의 데이터를 데이터닷거브(data.gov)에 공개하고 있다. 

 

 매시업 :: '매시업(Mashup)'이란 원래 서로 다른 곡을 조합하여 새로운 곡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하는 음악용어이지만 IT(정보기술) 분야에서는 웹상에서 웹서비스 업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콘텐츠)와 서비스를 혼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서로 다른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조합하여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매시업 서비스는 웹서비스 업체가 자신들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접근방법을 공개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웹서비스 업체들이 공개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나 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기능을 제어하도록 만든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유저 인터페이스나 콘텐츠를 융합하여 새로운 응용서비스 즉 매시업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을 비롯하여 네이버·다음·알라딘 같은 국내 업체들이 자사의 콘텐츠를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게 API를 공개하고 있다.
매시업 서비스로 가장 유명한 것은 구글 지도와 부동산 정보사이트인 크레이그 리스트(www.craigslist.org)를 결합시킨 ‘하우징맵(www.housingmaps.com)’ 사이트로, 지도 정보에서 특정 지역을 선택하면 해당 지역의 부동산 매물정보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우징맵은 폴 레이드매처(Paul Rademacher)라는 사람이 구글의 지도 API 코드를 해킹하여 만든 것인데 당시 구글 지도를 활용한 확장성과 가능성을 본 구글은 폴 레이드매처를 고소하기는커녕 그를 구글 직원으로 채용하였고, 그때부터 공개적으로 구글의 지도 API를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그후 많은 매시업 서비스들이 생겨났는데 지도와 관련된 매시업의 예로는 특정 지역을 택하면 그 지역의 뉴스·범죄통계정보·허리케인정보·UFO목격정보·주유소가격정보·영화관·술집·온천·기업AS센터·고속도로·교통날씨 등을 알려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매시업의 장점은 기존의 자원을 활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하여 투여되는 비용이 매우 적다는 점이다. 약점은 다른 서비스에 종속되어 있어 1차 자원이 되는 서비스가 중단될 때 매시업 역시 중단되며, 1차 자원의 제공형태가 변경될 때 그에 맞춰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상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다.
웹 2.0(데이터의 소유자나 독점자 없이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 시대로 접어들면서 매시업 개념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매시업 [Mashup] (두산백과)

 

 소비자들이 음악 스트리밍 방식의 이점을 분명하게 이해하게 되면 음악을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취급하도록 음악업계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음악이 상품이 아닌 서비스로 자리를 잡게 되면, 인터넷과 연결된 어떤 기기를 통해서든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꿈이 현실이 되면 저작권 보호 문제가 일순간에 사라진다. 누구도 음악을 ‘훔치려’ 들지 않을 테니 말이다. 언제든 원하는 기기를 이용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노래를 소유하려 드는 사람이 있을까? 유투브의 콘텐츠를 ‘훔치려’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마존은 음악 애호가들이 합법적으로 음악을 구매한 후 자신이 원하는 기기에 노래를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마존의 저장 시스템이 가정용 컴퓨터에 부착된 외장 하드 드라이브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제, 혁명에 참여해 보자.

 

 감수자의 글 - 위키, 새로운 인류 문화의 원동력 

 비근하다 :: (주로 ‘비근한’ 꼴로 쓰여) 흔히 주위에서 보고 들을 수 있을 만큼 알기 쉽고 실생활에 가깝다.

 

 1440년 중반, 인쇄술의 발명으로 촉발된 혁명은 기존 문화에 익숙해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정체되지 않은 정보의 유통, 정보의 불필요한 대중화 등 많은 불편함을 안겨주는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새로운 인류 문화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의 대규모 협업 모델도 현재는 정보의 정제, 무작위 협업의 제어 등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결국 이런 문제는 차차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제1부 위키노믹스에서 매크로위키노믹스로 

1. 세상을 재부팅하라 : 트렌드를 넘어 역사의 전환점으로 

 2010년 1월 12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을 강타한 진도 7.0의 강진은 심각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초래했다. 단 45초 동안 지속된 강진으로 인해 아이티 전 국민의 15%에 이르는 무려 150만 명이 집을 읽고 거리로 나앉았다. 

 자언봉사자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건 케냐에서 탄생한 소규모 단체 우샤히디(Ushahidi, 스와힐리어로 ‘증거’ ‘증언’이라는 뜻) 덕분이었다. 이메일, 문자메시지, 트위터 등을 통해 재난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상황이나 기타 관련 정보를 우사히디에서 제공하는 위기지도 사이트에 제보하면 이 사이트는 이런 일이 발생한 빈도와 분포도를 지도에 표시하여 보여준다. 케냐의 유명한 변호사이며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오리 오콜로는 2008년 케냐의 대통령 선거 당시의 폭력 사태를 지켜본 후 우샤히디를 설립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케냐 각지에서 강간과 약탈, 친구와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등 충격적인 뉴스가 터져 나오자 오콜로는 정부와 공식 언론들이 폭력사태를 축소해서 보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었다. 오콜로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케냐의 현자(Kenyan Pundit)’에 자신이 실제 경험한 사건을 올려두자 폭력사태를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한 수백 명의 케냐인들이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오콜로가 의심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나고 만 것이다. 머지않아 케냐 각지에서 엄청난 양의 정보가 전해져오자 오콜로는 블로그를 이용해 혼자만의 힘으로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내용을 기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오콜로는 인터넷 매핑 솔루션을 활용하기 위한 기본적인 매개변수를 파악한 후 케냐의 기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주말 연휴를 이용하여 우샤히디 플랫폼을 구축했다. 사이트 공개 후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사용자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폭동, 발이 묶인 난민, 강간, 사망에 관한 소식을 전해왔고, 우샤히디는 정보원들이 제공하는 소식을 근거로 케냐 각지에서 벌어지는 폭력 상황을 지도에 표시하기 시작했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사람들은 처음으로 케냐 전역 중 어떤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콜로는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았으며, 공적인 명령에 따라 움직이지도 않았고, 공식적인 명령체계를 따르지도 않았으며, 정교한 통신규약을 마련해두지도 않았다. 그저, 참여하고자 하는 열성을 가진 개개인이 효율적인 풀뿌리 리더십을 중심으로 모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기초적인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한 것뿐이었다. 

 

 크리올어 :: 크리올(creole)은 피진(서로 의사소통되지 않는 언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인 등에 의하여 자연스레 형성된 언어)이 그 사용자들의 자손들을 통하여 모어화된 언어를 말한다. 크리올이 공용어나 공통어로서 인정되는 나라들도 있는데 파푸아 뉴기니의 톡 피신 및 히리 모투, 솔로몬 제도의 솔로몬 제도 피진어, 바누아투의 비슬라마 등이 대표적이다. 크리올은 피진의 단순함을 넘어서 시제, 진행형 뿐 아니라 일반적인 형태의 조어법까지 생기는 등 언어의 복잡한 현상을 다수 드러낸다.
크리올이라는 이름은 신대륙 발견 뒤 아메리카 대륙에서 태어난 에스파냐인의 자손을 일컫는 크리오요(criollo)에서 비롯하였다.
[위키백과] 크리올 [creole]

 

 피진어(pidgin) :: 지리상의 발견 이래 세계 각국에서 생겨났으며 현재도 멜라네시아제도와 중국 연안 등지에서 사용된다. 원래 영어의 business(상업)가 중국식으로 발음되어 피진(pidgin)이 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해당지역의 자연언어가 되지 않은 언어를 피진어라고 한다. 피진어가 그 사회의 모국어가 된 경우에는 그것을 크리올어(creole)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피진어 [pidgin] (두산백과)

 

 우샤히디는 크리올로 서비스 되는 문자메시지와 위치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보스턴의 대규모 아이티인 사회를 비롯해 수십 개의 아이티인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곧, 세계각지에서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여들어 우샤히디-아이티(Ushahidi-Haiti) 사이트에 올라온 문자메시지를 번역, 분류하고 생사의 기로에 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긴급한 문자메시지의 발신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몇 주에 걸쳐 임시 상황실로 개조한 보스턴의 어두침침한 학교 지하실에 모여 노트북 앞에 앉아 구조작업을 지원했다. 물리적인 거리는 26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스카이프(Skype)를 이용해 포르토프랭스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펼치는 구조대원들에게 생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위치 정보를 전달했다. 보스턴의 지하실에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한밤중에도 세계식량 계획단체(World Food Program) 및 항공모함 USS 칼 빈슨(USS Carl Vinson)의 요청에 응답했다. 그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은 발신지의 정확한 GPS 좌표를 찾기 위해 디지털글로브(DigitalGlobe)의 고해상 위성사진과 미군 무인항공기가 촬영한 동영상에 직접 접근했다. 

 

 위키 세상으로 인해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 원조하고 지원하는 인도주의자, 언론인, 군인 등이 하는 일이 통째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로 인해, 모든 사람이 정보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매핑 방식에 심오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2004년 쓰나미가 인도양을 덮친 후 국제적십자연맹과 적신월사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해결방안을 실행하는 데 급급해서 재난 피해자의 요구와 이해가 외면당하지 않도록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직접 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당사자들 간의 조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인도주의적 노력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져왔던 생각들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피해자들은 두 손 놓은 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비롯해 활용 가능한 각종 통신 방법을 동원해 현장 상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민초들이 모여 조직한 자원봉사단체는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자메시지를 번역하고 메시지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며 구조요원들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쌍방향 지도 화면에 사건발생 현장을 표시하는 등 데이터 처리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그뿐 아니라, 우샤히디와 같은 새로운 의사소통의 경로들은 조직 차원에서 정한 편협한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긴급구호 생태계가 하나의 일관성 있는 집합체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물론, 이처럼 분산된 모형을 잘못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 소지도 있다. 사람들이 주소를 잘못 알려줄 수도 있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누적되면 쌍방향 위기지도는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패턴이나 중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보여준다.

 

 우샤히디 개발자인 오콜로는 이 모델을 특허 신청하거나 독점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케냐인들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오콜로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우샤히디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뿐 아니라, 오콜로는 벤처캐피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한편,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이 개발한 도구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콜로가 개발한 다용도 플랫폼이 아프리카에서는 의약품 부족 실태를 파악하는 데, 가자 지구에서는 폭력 사태 발생 현황을 파악하는 데, 인도와 멕시코에서는 선거를 감시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100여 년 만에 쏟아진 대폭설에 대응하여 <워싱턴포스트>는 도로통제 현황과 사용 가능한 제설기의 위치를 주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우샤히디와 협력했다. 

 

 산업화 시대의 조직들은 인류에게 재화의 대량 생산,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과 같은 매스미디어, 대중교육, 대량 공급, 대중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관료가 법률을 제정하고 대중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를 선사했다. 생산의 측면에서 볼 때, 산업화 시대의 경제는 과거의 농경사회에 비해 매우 우수했고, 그 결과 인류는 많은 부와 번영을 누리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이는 생산기반과 사회적 집단을 힘 있는 소유주가 일방통행 방식으로 통제하는 중앙 집중화된 천편일률적 대중모델일 뿐이다. 

 

 새로운 웹의 등장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각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미래를 일구어내는 데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협업의 예술이자 과학이라고 정의했던 위키노믹스가 매크로위키노믹스로 발전하고 있다. 즉, 위키노믹스와 위키노믹스의 핵심 원칙이 사회와,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모든 조직에 적용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소프트웨어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와 문화 등을 생산해낸다고 해서 협업의 새로운 모델이 탄생할 잠재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픈 소스에 기반을 둔 정부, 교육, 과학, 에너지 생산, 의료가 불가능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은 역사적 전환기이다

 크리스토퍼 헤이스는 향후 10년을 정의할 열 가지 아이디어에 관한 특집기사에서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엘리트의 쇠퇴기가 될 거라고 주장한다. 

 헤이스는 앞으로 10년 동안 지배세력이 갖고 있는 권한을 좀더 믿을 만하고 민주적인 형태로 재구성하기 위해 각종조직과 기관을 개혁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불황이 휩쓸고 간 후 가장 늦게 회복되는 것이 청년 일자리이며, 기술과 교육은 단기간에 시대에 뒤처지기 때문에 실업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개인의 경력에 영구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카우프만 재단(Kauffman Foundation)은 미국의 인구통계국 데이터를 분석해서, 설립된 지 5년이 안 된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일자리의 3분의 2를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래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그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한다. 지금의 경제는 ‘회복’될 수 없다. 절대로 위기 이전의 경제로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다.” “언제, 어떤 식으로 신경제가 시작될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인터넷이 인쇄업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한 건 사실이다. <뉴욕타임스>와 같은 인쇄매체들이 엄청난 규모의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반면, 온라인 신문인 <허핑턴포스트>가 ‘인쇄’와 유통에 투입하는 비용은 거의 0에 가깝다. <뉴욕타임스>는 편집부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만 1000명이 넘는다. 반면, <허핑턴포스트>의 직원은 60명에 불과하고 수천 명의 자원봉사 기고가들이 기사를 제공한다.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허핑턴포스트> 사이트는 2000만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널리즘은 분명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는 아니다. 

 

 1960년, 미국은 GDP의 5.2%만을 의료 부문에 지출했다. 하지만 2009년이 되자 그 수치는 17.3%로 증가했다. 이는 곧 미국이 현재 식량에 지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의료에 지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세계에서 의료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 224개국 중 의료 성과 부문에서 59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독일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기대수명이 턱없이 짧고 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다.

 하버드 연구진이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2007년 미국에서 개인 파산을 신청한 사람 중 무려 62%가 의료문제로 파산에 이르렀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파산을 신청한 사람들 중 78%가 질병을 앓기 시작할 무렵 의료보험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28억 명(44%)이 심각한 담수 부족 상태가 나타나고 있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이 골치 아픈 숫자는 29억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서 1분마다 10명의 아이가 기아로 사망하고 있으며 세계 인구 중 약 25%가 하루에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냉전의 종식으로 영구적인 평화의 시대가 시작된 듯했다. 하지만 국방에 투입되는 돈이 연간 1조 4600억 달러에 이르는 데도 불구하고 이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덜 안정되어 보인다. 

 

 “신기술이 실험실을 벗어나 최초의 상업용 공장에 이르기까지 10년이 걸리는 건 예사다. 그리고 그건 시작일 뿐이다. 새로운 에너지로 세계 시장의 1%를 장악하기까지 또 25년이 걸린다.” 바이오 연료는 지금 그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풍력은 덴마크에 최초의 대규모 풍력 단지가 설립된 지 25년이 지난 후인 2015년에야 세계 에너지 시장의 1%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쪽 진영에서는, 중도좌파들이 테러의 근본 원인과 맞서 싸우고자 할 때 사회경제적 발전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대화 이론에 고무된 이 진영은 사회경제적 발전이 민주화의 전조라고 여깁니다. 그뿐 아니라, 이들은 교육과 경제 부문에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과격주의의 확장을 막고 테러리스트 모집을 방해하는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난과 무지가 급진주의의 온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발전이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쪽 진영의 분석가들은 사회경제적인 박탈과 테러 간의 상관관계를 강력하게 부인합니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대다수의 테러리스트들이 가난하지도 않고 교육 수준이 낮지도 않다는 겁니다. 사실, 대다수가 중산층 출신에 평범한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테러를 그 어떤 식별 가능한 사회경제적 뿌리 혹은 박탈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안보 위협’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하지만 이 두 진영이 상호 배타적인 건 아니다. 결국, 교육 수준이 높고 중산층에 속하는 테러리스트들은 무슬림 세계가 서구 사회로 인해 초래되었다고 여기는 불공평에 저항하는 것이며 테러를 감행하기 위한 교육 및 금전적인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행동에 옮길 수가 있는 것이다.)

 유엔이 설립되었던 1945년 당시 전 세계의 비정부기구의 수는 수십 개에 불과했으며 비정부기구에는 의석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약 10만 개에 달하는 비정부 기구가 세계무대에서 사실상 인간의 노력이 미치는 모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계 경제 내에 사회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장치를 마련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자유로운 시장 활동을 추구하기만 하면 또 다른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시 말해서, 존립 가능한 글로벌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 시장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공동체의 가치관을 수용해야 한다. 

 

 전면적으로 쇄신하고 변화할 때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010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개막연설에 나섰다. 사르코지는 연설에서 전 세계를 경제 파멸의 위험 속에 몰아넣은 금융위기에 대해 언급했다. “이건 단순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니라 세계화의 위기입니다.” 사르코지는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시장이 민주주의와 정의 위에 군림하는 시스템적인 불균형을 바로잡을 것을 촉구했다. “미래에는 소득에 사회적 효용과 가치를 좀 더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한층 높아질 겁니다. 정의와 보호에 대한 요구도 한층 많아질 것입니다. 누구도 이러한 요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직접 변화시키지 않으면 경제, 사회, 정치 위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협력과 규제, 통치를 통해 보호, 정의 공정성에 대한 요구에 응답하지 못하면 결국 고립과 보호주의에 맞닥뜨리게 될 겁니다.”

 이 모든 노력들이 반드시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국가 원수들과 마찬가지로 사르코지도 지금의 혼란을 야기한 기관들이 해법을 제시하고 미래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가치관의 변화를 촉구하면서도 지금의 세상을 둘러싼 대부분의 가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사르코지는 지금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정부나 민주주의의 모델이 무너졌으므로 시장이 민주주의와 정의를 이긴 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사르코지는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하는 상의하달 접근방식 자체를 재고할 것을 촉구하지 않는다. 사르코지는 지금껏 의사결정을 담당해왔던 기관과 사람들에게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을 뿐이다.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지금껏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했던 일부 세력에게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준 것뿐이다.

 사르코지는 진실한 약속을 위한 새로운 사회혁신 모델과 부(富) 창출 모델은 글로벌 경제에서 국가의 역할에 관한 자신의 구시대적인 시각과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사르코지는 세금, 법적 합의 등 전통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전 세계 시민과 기업의 집단적인 독창성을 결집하고 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좀 더 역동적인 방법 없이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긴급한 상황들을 해결할 수 없다. 

 세계 지도자들(각지의 경제계 지도자) 대부분이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관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따분한 가정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세계 지도자들은 새롭고 생존 가능한 새로운 모델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기존의 모델을 조금씩 수정하는데 치중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껏 정책을 수립해온 사람들은 금융시장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의 규제 감시 집행 모델이 그 일을 하기에 적절한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소한의 인원을 채용해 턱없이 적은 연봉을 안기고 혹사하며 외부 조직과의 협력 없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세계 각국의 금융 규제기관들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채용해 가장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세계 금융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웹을 이용하여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이미 정부 규제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수천 명의 분석가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위키와 유사한 방식으로 정보와 위험 모델, 분석 자료를 공유하는 새로운 규제 모델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수많은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엉뚱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구를 완전하게 재산업화해야 한다는 증거가 오랜 기간에 걸쳐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방안을 법률로 정하거나 탄소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올바르게 정하는 것이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취약한 처지의 국민들과 지역을 해수면 증가를 비롯한 기후 변화의 영향에서 보호하려면 엄청난 지적 자원과 금융 자원을 쏟아 붓는 노력을 해야 한다. 동시에 운수업을 재검토하고, 생산 및 운송과 관련된 새로운 관행을 도입하고, 좀더 친환경적인 상품과 생활방식을 향해 급진적인 변화의 물꼬를 트고, 에너지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약간의 정치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만으로 이 모든 변화를 이루어낼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현재 세계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기구 중 상당수가 활력, 리더십, 역동성이 결여된 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세계적인 문제라면 우리 모두가 지구촌 시민으로서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가와 기업의 이익만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시스템은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새로운 세상과 낡은 세상의 경계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에서는 역할과 책임이 명료했다. 새로운 위키노믹스 세상에서는 분야와 조직 간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진심으로 비즈니스와 이 세상을 재부팅하고자 한다면 혁신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신속하게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블로고스피어 ::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blog+sphere) 인터넷에 형성된 가상 세계의 총칭.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를 의미하는 ‘블로그(blog)’와 장소, 공간 등을 의미하는 ‘스피어(sphere)’를 합쳐 만든 말이다.
[지식iN 오픈국어] 블로고스피어

 

 

 

2. 지식 네트워크 시대의 5대 원칙 : 안전하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든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이 주도한 혁명의 효과는 오랫동안 지연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기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저평가하거나 아예 무시한다. 문화는 사람을 사로잡는 흡입력이 있다. 오래된 습관과 업무방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구텐베르크가 서유럽에서 최초로 인쇄 과정을 선보인 1440년, 세상은 지금과는 매우 다른 곳이었다. 인류가 쌓아온 지식은 구전으로 전해지거나 진귀하고 손상되기 쉬운 필사본에 새겨졌으며 봉건사회 지배계층은 필사본을 철저하게 보호했다. 봉건주의 시대에는 사회구조가 경직되어 있었으며 자연경제는 지금에 비해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지배계층의 사유지, 공동체, 마을에는 무력한 기운이 감돌았다. 대부분의 상품은 생산된 지역에서 소비되었다. 봉건영주에게 귀속되어 노동에 대한 대가도 받지 못하고 농사 짓는 땅에 대한 소유권도 갖지 못한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지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빈틈없이 감시했던 지배계층은 사회제도 및 사회를 구성하는 기관에 대한 통제권도 갖고 있었다. 왕족이나 성직자 외에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독서 역시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투표권도 없었으며 정치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때 발언권도 주어지지 않았다. 자유도 없었고 경제적인 기회도 없었다. 진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가족들과 멀어지면 그저 노예 상태와 생존이 있을 뿐이다.

 처음으로 과거의 질서라는 두꺼운 갑옷을 뚫고 새로운 사회 계층, 새로운 제도, 사회 구성원이 따라야 할 새로운 원칙을 탄생시킨 것이 다름 아닌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있었기에 책을 비롯해 정부에서 발표하는 칙령과 각종 기록, 지도, 과학자료, 기술 자료, 지침 안내서, 팸플릿, 포스터, 현수막, 전단 등 인쇄물을 경제적인 방식으로 대량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방대한 규모로 과학 지식, 아이디어, 예술적 표현, 문화적 표현을 생산, 판매, 비판, 수정,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인쇄물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새롭게 생겨난 상인 계층에 귀속되었다., 상인들은 과학 연구, 예술, 연극, 음악, 교육 등을 후원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상인들은 자아 개념, 원하는 대로 신념을 가질 수 있는 개인의 권리, 비판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아이디어, 법률, 종교 칙령을 생각할 권리 등 새로운 시대의 영혼을 만들어냈다. 계몽주의 시대의 사고방식이 자리를 잡게 되자 사회는 새로운 방식으로 지식을 생성, 축적, 활용하게 되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자연계에 대한 지식이 독점적이지 않은 자산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무역이 발전하자 아랍, 아프리카, 아시아, 남북 아메리카도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었으며, 새로운 지식의 유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모험과 발견의 정신이 강렬해졌다. 개방되어 있는 과학 집단은 서로 다른 문화 간의 교류를 위한 새로운 매개체를 만들어냈고 코르도바(스페인)와 같은 일부 도시들은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거대한 만남의 장소가 되어 유럽과 아랍을 잇는 역할을 했다.

 (@구대륙에서 벌어진 십자군 전쟁에서 기독교가 승리한 후, 협업과학 연구와 발명이 장기적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페르시아, 로마와의 연관성이 사라져버렸다. 고대 과학연구의 원동력은 논쟁, 비판적인 토론, 관련 있는 과학자와 학생들이 진행하는 연구 등이었다. 당시, 과학연구에 참여했던 학자들 중 일부는 지금까지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고대의 과학 업적을 되살리는 주 경로는 지중해에 위치한 아랍 세계였다. 무어인의 통치 하에 있던 코도바(스페인)는 유럽과 아랍 세계를 이어주는 거대한 문화 중심지로 성장했다. 당시, 아랍어가 라틴어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아랍어가 프랑스어, 독일어, 이디시어, 영어로 번역되었다는 점이다. 아랍어를 이들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당시 이루어진 번역 작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번역가와 인쇄업계의 노력으로 ‘유럽’은 그리스의 과학 및 문화와 만날 수 있었다. 유럽인들은 자연이라는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을 발견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자연은 그 어떤 운명도 초월한다는 믿음을 얻게 되었다. 이런 깨달음이 있었기에 유럽인들은 고대 그리스와 알렉산드리아 아랍 과학(에피쿠로스와 루크레티우스가 남긴 위대한 전통에 따라 사물의 본질과 자연현상을 강조함)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오늘날의 인터넷이 그러한 것처럼 인쇄술도 사회의 많은 측면에서 재앙과 혼란, 분열을 초래했다. 인쇄술이 도입된 세상은 계몽의 동력이 되었을 뿐 아니라 증오와 잘못된 정보의 확산에도 일조했다. 기득권층이 변화를 거부하자 새롭게 생겨난 출판업계는 저항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 무엇도 인쇄기에서 출발한 거대한 변화를 막을 수 없었으며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제도가 도전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성직자들이 더 이상 과학이나 의학을 독점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군주들도 더 이상 정치적인 삶의 모든 부분을 장악하거나 급성장하는 자본주의 경제를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정보와 지식이 확산되면서 속박에서 벗어난 사회계층 전반으로 권력이 퍼져나갔다. 결국, 지식과 정보, 그리고 힘을 갖게 된 프랑스와 영국 식민지 등의 사업가, 직업 군인, 지식인들은 교회와 봉건 귀족에게 속박되지 않는 새로운 경제와 새로운 형태의 규칙을 요구했다. 이들은 무장 봉기를 통해 ‘역사의 기본 요소를 변화시키는 데’ 앞장섰다.

 

 (@과학 역사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는 조지 사튼은 인쇄술의 발견이 “불안정한 전통(구전, 필사본)을 안정적이고, 안전하고, 영구적인 것으로 대체하여 역사의 근본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라고 기술했다.)

 

 지식 네트워크의 시대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 또 다시 르네상스 시대와 비슷한 형태로 단절을 뛰어넘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세계 각지, 더 많은 지역 출신의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고, 경쟁하게 되면서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독점과 권력의 불균형은 또다시 도전을 받고 있다.

 결국, 지금 이 시기는 먼 훗날 세상이 산업 자본주의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원칙 및 새로운 사고와 행동방식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로 나아간 전환기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변화와 500여 년 전에 나타난 변화 사이에는 수많은 유사점이 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중대한 차이점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쇄술은 인류에게 글을 선사했다. 오늘날의 웹은 모든 사람을 출판사로 만들어 준다. 인쇄술로 인해 지식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 웹은 사람들의 생각을 서로 이어주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웹은 협업과 집단적인 학습을 가능케 한다. 인쇄술은 산업혁명의 등장과 자본주의의 생성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웹은 전 세계에서 부와 번성을 일구어내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인쇄술과 인터넷 간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과거 400년 동안 벌어졌던 일들이 이제 40년 만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 업계의 몰락이 임박했다는 것이 진정한 혁명이다. 과거의 잔재가 붕괴하는 속도보다 새로운 것이 자리를 잡는 속도가 빠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위키노믹스의 5대 원칙(협업, 개방성, 공유, 진실성, 상호 의존성)을 수용하는 조직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으며 번창하길 기대할 수도 있다. 

 

 ο 1. 협업

 인간 사회의 계층은 계급, 중요성, 지위, 책임 등을 정의하는 권력 구조로써 지난 수백 년 동안 대부분의 조직이 운영되는 방식을 체계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인간이 지닌 독창성의 상한선이 시험받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나날이 복잡해지고 상호 의존성이 심화되는 글로벌 경제 환경으로 인해, 위계적인 특성이 있는 단체의 성장에 심각한 제약이 가해지고 있으며 이런 단체가 일종의 골칫거리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세상이 네트워크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가면서, 상명하달 방식의 기업경영 모델이나 산업계획 모델의 위용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협업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모여서 즐겁게 생산적인 일을 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구글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과 조직들에게 협업이란 혁신, 재화와 서비스의 창출, 문제해결을 위한 역량을 조율하기 위한 근본적으로 새로운 접근방법을 의미한다. 이따금 수천,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협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방법을 익힌 조직은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생각과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 슈미트는 협업을 바탕으로 하는 혁신이 예산이나 R&D, 기획 못지않게 중요한 핵심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참가자들의 광범위한 수평적 네트워크에 담긴 집단지식, 역량, 자원을 활용하면 하나의 조직, 혹은 한 명의 개인이 이루어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깨달음이 확산되고 있다.

 

 ο 2. 개방성

 조직들이 폐쇄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폐쇄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중요한 정보, 특히 결함, 실수, 약점에 대한 정보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정부기관은 대중이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해두고 규정이나 법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공개해야 할 때만 접근을 허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로 인해 영리한 조직들은 개방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조직들에게 서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에 관해 전례 없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소비자에서부터 회사의 전략, 관리, 도전과제 등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정보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은 좀더 투명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점차 많은 수의 조직들에게 개방성이라는 것은 단순히 규제기관이나 기관 투자가 등과 같은 외부 조직에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방성이라는 건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자 잠재적인 협업 파트너와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대부분의 혁신가들은 정부 내에서 변화를 장려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그리고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접근 불가능한 데이터베이스와 서랍 안에 파묻혀 있는 엄청난 양의 공공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제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들은 유럽환경국에서 제공하는 아이 온 어스(Eye on Earth)사이트에 접속하면 유럽연합 내 27개 회원국의 환경 상태에 관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정도의 자세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온라인 매핑 기술 덕에 사용자들이 시각 영상 인터페이스를 검색하고 각 동네의 오존 수치, 이산화질소, 먼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시민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체험담이나 특정 지역의 환경 파괴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직접 수집한 환경 데이터나 관찰 내용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전례 없는 개방성은 정책입안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ο 3. 공유

 개방성이 관련 정보를 기업이나 정부, 기타 조직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면, 공유는 자산을 ‘공유지(the commons)’로 옮겨 모든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거나, 라이선스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합의를 거쳐 당사자와 자산을 공유하는 방법 등을 통해 자산을 공개하거나 이양하는 것을 뜻한다. 통념에 의하면 조직은 특허, 저작권, 상표권 등을 통해 모든 소유 자원과 혁신, 특히 지적재산을 통제하고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전자, 생명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지적재산 보호를 위한 엄격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지켜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런 노력이 오히려 가치 창출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점차 많은 기업들이 깨달아가고 있다. 따라서 영리한 기업들은 지적재산을 뮤추얼 펀드처럼 대한다. 다시 말해서, 지적재산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로 운영하며 일부는 철저하게 보호하고 일부는 공유하는 것이다.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제2형 당뇨병의 유전적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수백 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밝혀낸 제2형 당뇨병에 대한 기본 연구 데이터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노바티스는 자사의 연구 데이터를 모든 외부 과학자와 기업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경쟁업체 또한 연구 데이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발견은 첫걸음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당뇨와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 내용을 근거로 신약을 발명하려면 범지구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바티스는 자사의 10만 직원을 활용하는 선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연구 커뮤니티의 인재와 아이디어를 활용하고자 한다. 노바티스는 초기 연구자료를 특허 보호의 벽 뒤에 숨겨두는 방법보다 전 세계 모두에게 데이터를 공개하여 회사 외부에서 활동하는 수천 명의 연구가들을 결집하여 범지구적인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해법을 찾는 쪽을 택했다.

 물론, 노바티스가 모든 내용을 공개한 건 아니다. 노바티스는 자사의 제2형 당뇨병 연구에 관해 자체적으로 기록하고 해설한 것을 3년에 걸쳐 정리했는데 이 내용은 정보 공개에서 제외시켰다. 노바티스는 모든 정보를 비밀로 하기보다 수요 증진, 관계 육성, 자사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의 발전 장려를 위해 지적 재산 중 일부를 공유한다. 

 

 앞으로도 자유기업과 개방형 시장을 통한 경쟁이 역동적인 경제의 중심에 서는 현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활발한 혁신 및 경제적인 번영을 위한다면 경쟁과 단기적인 경제 이익의 추구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탄탄한 공동의 기반(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에서 제시하는 규칙, 제도, 지식, 기준, 기술 등을 통합한 공유 인프라)이 있어야 한다.  

 

 ο 4. 진실성

 많은 기업들은 옳지 않은 일을 해서 잘됐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옳은 잃을 하면 잘 된다”라는 격언이 점차 진실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기업 임원들이 챙긴 과도한 보너스로 인해 무너졌으며 좀 더 효과적인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진실한 기업 경영에 대한 요구가 한층 강해지고 있다. 대중들은 이제 더 이상 기업에 금융 성과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금융 성과 외에도, 모범적인 기업 시민, 그리고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훌륭한 가치를 따르는 것이 비즈니스의 이치에도 맞는다고 믿는 경영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제곱 투자 수익률‘을 믿습니다. 제곱 투자수익률이란 기업 측에 투자에 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환경과 우리가 속해 있는 지역사회에도 이익을 가져다주는 방식을 뜻합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선출직 공무원들이 진실을 말한다고 답한 영국인은 13%에 불과했다. 의사와 교사를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각각 92%, 88%인 점과 미루어볼 때 정말 암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도 정부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95%의 미국인을 위한 세금감면 정책을 단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연두 교서를 발표했을 때 대통령의 약속을 신뢰한다고 답한 미국인은 21%에 불과했다.

 

  (@많은 시민활동가들은 자신이 공익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만을 다루는 비정부기구는 근시안적으로 자신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투명성과 더불어 솔직함, 배려, 책임이라는 3가지 가치는 신뢰와 진실성의 기반이 된다. 

 

 ο 5. 상호 의존성

 모든 것, 그리고 모든 사람이 유리와 공기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이 시대에는 그 어떤 사람, 기업, 조직, 정부기관, 국가, 사회도 외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갈 수 없다. 

 

 세계화라는 것이 새로운 변화가 아닐 수도 있다(저명한 학자들은 세계화가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인간 문명의 특징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세계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확장, 축소 강화, 쇠락 등 다양한 길을 걸어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세계화가 지금처럼 방대하고, 강렬하며, 포괄적이었던 적은 없다.

 

 이 세상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사람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부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복된다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잘 알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인해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한층 더 가깝고 즉각적인 것으로 변해버렸을 뿐 아니라 상호 연결성에 대한 자각이 한층 강화되었다.

 

 행동과 사건 사이에 상호 의존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사회를 구성하는 4개의 중요한 기둥(기업, 정부, 민간부문, 인터넷으로 인해 등장한 새로운 기둥, 즉 시민 개개인) 사이의 분업을 통해 상호 협동을 장려하고 강요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단기적, 그리고 장기적인 안정성을 위해 신뢰, 투명성,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에서 일방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 

 상호 의존성은 다른 식으로도 작용한다. 특히 환경과의 관계 및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에서 상호 의존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타깝게도, 엄청난 낭비와 산업 자본주의의 비효율성을 야기하는 문제들이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어 문제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식, 브랜드, 명성, 기타 무형 자산과 마찬가지로 자연 환경은 가치 창출을 가능케 하는 보이지 않는 요소 중 일부이다. 한 가지 딜레마는 이러한 가치 창출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사실, 숨겨져 있다는 말보다 우리 인간이 채택한 경제적인 가정이나 측정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주된 까닭은 성장과 진보가 돈으로 측정되며, 돈은 생태계나 사회 시스템의 건전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나무를 베어 목재를 비롯한 각종 재화로 변화시킬 때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는 계산하면서, 벌목으로 인한 동식물의 서식지 파괴를 고려하거나 탄소 흡수, 산소 발생, 기후변화 제어 등에서 나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생각지 않는다.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필수적인 서비스의 ‘비용’을 자산의 가격 책정에서 생산성, 성장의 척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반영하는 방안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많은 방법 중 하나다.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말해주었다면, 지구 환경생태계의 붕괴 가능성은 우리에게 1000배는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행성에서 상호 의존성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그 어떤 조직도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라면 그것은 실패한 것이다.

 

 새로운 세상의 씨앗 뿌리기  

 인쇄술이 자유를 확산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사적인 표현을 장려하여 새로운 사회규범과 제도를 탄생시켰던 것처럼 수백만, 수십억의 인구가 상상할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어 협업하게 되면서 이제 인터넷이 사회구조를 새롭게 탄생시키고 있다. 

 

  

 

제2부 기본을 돌아보기 

3. 금융 서비스를 개방하자 :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는 법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어차피 돌려받지 못할 걸알면서 내어주는 대출은 ‘거짓 대출(liar loan)’, 혹은 ‘닌자 대출(NINJA:No Income, No Job, No Assets, 수입·직업·자산이 없다는 뜻)’이라고 부른다. 규제가 없는 시장에서는 닌자 고객에게 신용대출을 해주어 일시적으로나마 대출금을 갚고 파산을 면하게 하여 이와 같은 불편한 진실을 숨길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은행 장부에서 위험한 모기지를 떨어낼 기발하게 들리는 방법을 들고 개입한다. 은행가, 혹은 모기지 담보 대출 담당자는 월가의 투자은행에서 제안하는 대로 모기지를 유사한 모기지들과 더해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를 만들어낸다. 모기지들이 더해져 탄생한 CDO는 이 파생상품의 근본이 되는 자산, 즉 담보로 잡힌 주택에 대한 현금흐름, 혹은 잠재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판매된다. 하지만 잠재적인 자산 및 관련 위험에 따라 투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금융상품을 이해하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 상품을 판매한 금융 설계사도 마찬가지다.

 대출 담당자는 은행의 명성을 이용해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다.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돈을 빌린 사람이 갚지도 못할 모기지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금융상품을 그럴듯해 보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제 대출 담당자는 신용평가기관을 찾아가 CDO 중 일부분이라도 AAA 등급의 투자상품으로 만들어온다. 서비스 요금을 받는 신용평가기관은 담당자가 원하는 대로 CDO 중 일부에라도 AAA 등급을 매겨준다. 이제 신용평가기관이 AAA 등급을 매겨주었으니 대형 연금기금 등의 투자자에게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보험회사 등과 연계해 상품에 대한 보장을 제공하여 해당 상품이 ‘한층 더 안전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투자자들은 결코 해당 상품의 기반이 되는 자산을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대출 담당자가 제시하는 300쪽에 달하는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본다 하더라고 자신이 어디에 투자하는 건지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해당 금융상품이 휴지조각이 될 경우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파악하기는 특히 힘들다.

 대출 담당자는 CDO를 판매하면서 투자자에게 약속하는 현금 흐름 중 작은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다. 30년 동안 받을 적은 수수료를 모두 모으면 엄청난 금액이 된다. 담당자는 많은 사람들이 집을 담보로 얻은 감당하지 못할 규모의 대출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손익계산서에 그 금액을 올해의 수익으로 표기한다. 많은 수익을 올렸으니 그는 자기 자신에게 미리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완전히 엉망진창인 사업을 매우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바꾸어 놓는다. 적어도 한동안은 수익성이 높은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른 캐나다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RBC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고 금융위기를 넘겼다. 사실 RBC는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인 규모 면에서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은행으로 성장한 만큼 금융위기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캐나다의 은행들이 금융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던 건 “모기지 시장의 구조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모든 모기지의 75%가 증권화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수많은 모기지를 하나로 묶어 금융상품으로 탈바꿈시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모든 모기지의 75%가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대출을 받은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하면 결국 은행이 피해를 보게 되는 만큼 은행들은 누구에게 대출을 내어줄지 결정할 때 매우 신중한 태도로 접근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출 기준이 훨씬 까다로운데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주택 소유 수준이 미국보다 높다.” “돈을 빌리기가 쉽다고 해서 주택 소유 수준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부실 은행을 살려내는 데 투입한 돈을 모두 갚으려면 아동을 포함한 모든 미국 국민들이 일인당 2300달러 이상을 내놓아야 한다고 추산하는 사람도 있다. 

 

 TARP(Trouble Asset Relief Program,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에 투입된 돈이 적절하게 집행되었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요점은 납세자의 돈을 이용한 구제 방안 덕에 대형 은행들을 사릴 수 있었으며 투자자에게서 납세자에게로 고통이 전이되었다는 것이다. 그 여파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될 결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납세자의 돈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는 순간, 전반적인 시스템의 건전성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금융 모델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설명이 필요하다. 19세기 초반부터 뉴욕 증권거래소는 미국 자본주의의 금융 중심지였다. 비밀 거래, 도박, 사기, 사적 금융 거래 등이 만연했다. 거래소 회원들은 비회원들보다 거래 수수료를 적게 냈다. 주가는 대중이나 언론에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1989년 다우존스가 을 설립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금융 신문들은 주식 구입을 장려하는 기관들의 돈을 받고 관련 기사를 실어주는 정보지에 불과했다(다우존스는 1986년부터 에 매일 다우존스 지수를 공개했다). 1929년 시장이 폭락하고 나서야 이런 관행이 끝이 났다. 근대사 최악의(지금까지는) 비즈니스 붕괴 사태가 나타난 후에야 금융시장 전반에 투명성이 반영되었던 것이다. 1933년 증권법은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최초의 전국적인 증권 법안이었다. 과거 20년 동안 20개 남짓한 주에서 증권 발행 규제를 위해 소위 창공법(부정증권거래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법안 내용은 허점투성이였다.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이 금융시장에 개입하기 전까지 미국의 금융시장(은행업 및 증권업 모두 포함)은 규제와 사람들의 감시에서 자유로웠다.)

 

 “금융업계는 완벽한 네트워크로 엮여 있지만 규제 부문의 네트워크는 훨씬 약합니다. 지금은 여러 규제기관간의 협업이라고 해봤자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회의를 수차례 갖는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협업 과정을 장려하기 위해 더 나은 의사소통 방식 및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필자들은 웹을 통한 협업이 한층 강화된 투명성과 더해지면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감시하는 일에 금융 전문가들로 구성된 글로벌 커뮤니티를 참여시켜 금융업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금융업계에서는 신용평가기관이 BBB등급을 매긴 CDO의 연체율이 0.5% 미만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3년 후 해당 CDO의 실제 연체율은 50%를 넘어섰다.

 “시장이 얼어붙은 건 투자자들이 자신이 무엇을 사고 있는지, 혹은 무엇을 구매했는지에 대해 실질적으로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것을 한 덩어리로 묶는 반면 관련 데이터는 적기 때문에 자산의 진정한 가치와 그로 인해 발생할 손실을 예측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좋은 상품과 나쁜 상품을 선별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시장의 모든 부문을 포기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제, 은행가들이 스스로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질문을 던져야 할 때가 되었다. “상품 평가를 위해 사용되는 기술, 데이터, 위험평가 모델을 공개하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너무도 복잡해서 회사 경영진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수학에서 비롯된 은밀하고 불투명한 모델을 바탕으로 하여 손익과 자본 등을 산출한다면, 투자자들이 또다시 금융기관에서 제시하는 손익, 금융기관이 주장하는 자본, 금융 건전성을 신뢰할 수 있을까?

 

 ο 대중들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디지털 대중은 규칙을 만들고 집행하는 규제기관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투명성이 강화되면, 금융 시스템이 디지털 대중과 규제기관, 집행기관을 연결하는 강력한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법 집행 기관, 국가 안보기관 등과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부실자산을 떨어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건 바로 부실자산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을 그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OMC(Open Models Company, 대규모 협업의 힘을 활용할 목적으로 설립된 민간 독립 기업)

 

 “과학계에서 무언가를 발표할 때, 결과만 발표하지 않고 결과를 도출해내기까지의 과정, 방법, 가정을 모두 공개하여 다른 과학자들이 검증하도록 합니다. 현재, 금융업계에서는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평가 모델을 만들어낸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해당 모델을 사용해 도출해낸 가격을 공개하거나 무디스와 같은 제3의 기관에서 인증을 받기도 합니다.”

 OMC의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은행에서 내놓은 새로운 상품과 부실 모기지 담보증권과 같은 기존의 자산 둘 다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자산을 보유하는 측이든 판매하는 측이든 금융상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얻기 위해 OMC에 접근한다. 그러면 OMC는 금융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이들은 각 금융 상품의 가치를 평가하며 해당 상품의 기반이 되는 가정을 평가하는 한층 더 중요한 일도 한다. 모든 과정은 위키 형식의 포맷에 정리되어 커뮤니티에 공개된다. OMC의 수익 중 최대 25%가 기여도에 따라 외부 전문가들에게 보상으로 제공된다. OMC의 설립자들은 자사에서 채택한 커뮤니티 접근방법의 탄력성이 금융업계 진출을 꾀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원하는 노련한 전문가까지 수천 명의 기여자를 끌어들일 것으로 믿고 있다.

 

 ο 이처럼 급진적인 아이디어에 효력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골드만 삭스에게 투명성은 매력적인 방안이 아닙니다. 골드만 삭스가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적극적으로 설명을 하면 할수록 규제기관과 대중은 더욱 분노할 테니까요.”

 

 벤처캐피털을 돌아보자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게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2.3조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 금액은 미국 GDP의 17.6%를 차지한다. 또한, 컴퓨터 및 관련 부문의 일자리 약 200만 개(관련 업계의 전체 일자리 중 94%를 차지)를 비롯해 이들 기업들이 창출한 일자리는 미국 민간 부문 일자리의 9.1%를 차지한다.

 (@하버드의 조시 러너와 시카고 대학교의 루이기 진갈레스는 벤처캐피털 투자가 있을 시 기업 차원에서 R&D를 진행할 때보다 특허신청(혁신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음) 수준이 기하급수적(거의 10배)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레너는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가 미국 기업들이 쏟아 붓는 R&D 비용의 3%에도 못 미쳤지만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는 기업들이 신청한 특허 수가 같은 기간에 신청된 전체 특허의 15% 이상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문제는 투자자들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횟수가 아니라 선택방안을 걸러내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도유망한 투자 후보가 넘쳐나는 이유 중 하나는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회사를 차리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저비용 비즈니스 인프라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도구,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 오피스 인프라 등의 확산으로 인해 1997년 500만 달러였던 인터넷 벤처기업 창립비용이 2002년에는 다시 5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창립 비용이 줄어든다는 건 곧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신생업체와 혁신의 수가 점점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신생업체와 혁신의 수가 늘어나는 탓에 기업들이 필요한 돈을 지원받고 관심을 얻기가 한층 더 힘들어지고 있다. 더 많은 기업에 투자를 하면 더 많은 기업을 감독해야 하고 더 많은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비단 금전적인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해당 기업을 다른 기업에 소개하고, 전략적인 판매를 돕고, 최우수 인재 채용을 지원한다.

 한 가지 해결방안은 젊은이들의 스피드 데이트 방식을 실리콘밸리에 접목하는 것이다. 즉, 소액을 여러 기업에 투자하되 각 기업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좋지 않은 경제 상황으로 인해 많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새로운 기회를 탐구하지 못하고 있다. 불황으로 인해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기업의 수가 점차 줄어들었으며,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기업들이 이윤을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더욱 길어졌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평소보다 오랜 시간 돈을 옮기지 않고 묻어둘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고, 그로 인해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는 신생업체의 수가 한층 줄어들었다. 

 수많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변화를 수용하기보다 적은 수의 신생업체에 투자하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며 1000만 달러에서 2500만 달러의 자본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비공개 투자 거래에 집중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요즘 같은 투자환경에서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은 실패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ο 벤처캐피털 2.0

 “벤처캐피털 2.0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골드코프(Goldcorp)가 채굴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대규모 협업을 활용하고, 위키피디아가 전문지식이 담겨 있는 백과사전을 만들기 위해 크라우드소싱을 활용하고, 스레드리스(Threadless)가 고객에게 티셔츠 디자인을 요청하듯 벤처캐피털인 벤코프(VenCorps)도 협업을 활용한다. “벤코프스는 기본적으로 위키노믹스를 벤처캐피털에 접목한 것”

 중소기업에 투자할 돈은 벤코프스가 직접 조달하지만,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건 벤코프스 커뮤니티다. 세계 각지의 기업가들은 벤코프스 사이트에 접속하여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등록한다. 그런 다음, 기업가들은 회사를 소개하는 짧은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자신에 대한 신상 정보를 공유하고, 요약 정리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다. 수천 명의 기업가, 학자, 과학자, 엔젤 투자자, 서비스 공급자, 정부 관료 등으로 구성된 벤코프스 커뮤니티는 총 5개의 기준에 가중치를 부가한 점수표를 사용해 각 기업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커뮤니티의 결정에 따라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9개의 신생업체가 다음 단계로 진출하여 투자(대개 5만 달러)를 받게 된다. 

 벤코프스는 경연대회를 열어 많은 지지를 받는 기업에게 투자하기도 한다. 벤코프스의 경연대회가 비단 돈이나 노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사실, 돈을 최고의 보상으로 여기는 경우는 드물다. ‘교통혼잡 해결을 위한 도전(The Congestion Challenge)’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아이카풀은 5만 달러의 가상머니(벤코프스 포인트)를 얻었다.  아이카풀 설립자들은 벤코프스 포인트를 이용해 커뮤니티 구성원이 아이카풀의 성장에 참여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커스 그룹에 참여하고, 통찰력을 공유하고, 개인 인맥을 통해 소개를 하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신생업체에게서 벤코프스 포인트를 얻게 된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포인트를 이용해 벤코프스 상점에서 상품권, 유명한 재계 인사와의 단독 점심식사, 현금, 스톡옵션, 티셔츠, 아이팟과 같은 유형의 물건 등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벤코프스는 기업가들을 위한 아메리칸 아이돌인 셈이지요.”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아이디어와 기술이 아니라 열정, 커뮤니티의지지, 그리고 실행이다. 

 “3명의 전무가가 각각 1000 시간을 할애하는 방식을 활용하기보다 1000명의 사람들이 각자 3시간을 할애하는 방식으로 택하는 거지요.”

 

 P2P 은행가의 등장

 2007년 5억 달러 기준이었던 P2P 방식의 대출잔금 규모가 2013년에는 5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세계 최초의 소셜 뱅킹 플랫폼이라고 주장하는 조파는 소셜 렌딩을 “사람들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과정이라고 묘사한다. 대출 이자율은 이베이와 유사한 형태의 입찰 질문 과정에 의해 결정되며 대출자 위험은 50명 이상의 투자자에게 분산된다. 

 조파는 악성부채를 감안하지 않을 경우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7.9%의 수익률을 올린다고 설명한다. 조파가 제공하는 것은 투명성이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은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볼 수 있고,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돈이 나오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파는 일정한 금액의 수수료(118.5파운드)를 미리 받아두고 신용평가기관(이퀴팍스)에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의 신분과 신용도를 확인해줄 것을 요청한다. 대출자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그 사실을 알려준다. 조파는 연방정부가 보증하는 저축예금도 제공한다.

 대부분의 P2P 네트워크가 갖고 있는 점 중 기존의 은행과 매우 다른점은 투자자들이 자신이 믿는 개인 혹은 대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4년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의 수는 연간 약 6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가구가 많지 않은 탓에 600만 명이라는 신입대학생의 수는 잠재적인 학생 인구의 20%에 불과하다는 게 중국의 설명이다. 중국에서 학생 대출시장의 성숙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파악한 친은 부유한 중국 투자자들을 유치하여 가난한 학생들에게 학비를 빌려주는 방안을 고안해냈다.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치팡을 통해 학비 지출 규모를 정리한 서류와 미래에 대한 계획서, 추천서 등을 제출한다. 관심이 있는 살함들은 사이트에 올라온 대출 희망자 목록을 살펴보고 개별 학생들에게 대출을 해준다. 친은 평균적으로 8~12명의 투자자가 한 건의 대출에 참여하며 각 투자자는 최소 7달러 이상을 투자한다고 설명한다. 사기행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내놓은 돈은 돈을 빌리려는 학생이 입학 허가를 받은 교육기관으로 직접 전달된다. 공식 출범 18개월 후, 치팡은 3000건이 넘는 거래를 연결해주었다. 친은 다음 단계로 대출을 해주는 투자자 기반을 확장하여 비영리 단체, 자선단체, 기존 은행과 협력 관계를 맺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협업금융의 시대

 “신상품을 개발했다며 수입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혁신이 아닙니다. 그건 나쁜 위험관리이자 잘못된 규제일 뿐입니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저렴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혁신입니다.”

 

 

 

4. 혁신과 부를 이루는 시도들 : 집단혁신의 가능성은 끝이 없다 

 로저스는 미국이 진짜 전쟁을 치러야 할 곳은 이라크가 아니라 제조기반이 흔들리고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궁핍한 삶으로 내몰고 있는 미국 본토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2007년 로저스는 급진적인 자동차 회사 로컬 모터스를 설립했다. 로컬 모터스가 어떤 회사인지 전반적인 이해를 원한다면 GM이나 크라이슬러를 떠올린 다음 정반대를 상상하면 된다. 

 로저스는 디자인팀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로도 사내R&D를 추진하지 않는다. 대신, 로저스는 121개국 출신 5000여 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한다. 이 온라인 커뮤니티는 경연대회에 참여하여 다함께 차세대 자동차를 설계한다. 로저스는 최첨단 합성 프레임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직접 생산할 계획이 없다. 로저스는 모든 부품을 포드, BMW, 메르세데스의 제2 유통 시장에서 조달한다. 적절한 가격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받을 수만 있다면 어떤 회사의 부품인지는개의치 않는다. 로컬 모터스는 대형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30헥타르나 되는 거대한 생산시설이나 기존의 공급사슬을 갖고 있지 않다. 대신, 로저스는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35개의 소형공장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각 공장은 현지 주민을 고용하여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게 고안된 자동차를 생산한다.

 로컬 모터스는 대리점도 운영하지 않는다. 로컬 모터스는 자동차가 생산된 공장에서 바로 자동차를 판매한다. “우리는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버리고 반드시 필요한 것, 즉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과 자동차를 사는 사람만 개입시킵니다.” 

 가치 사슬을 따라 파이를 여러 차례 나눌 필요가 없기 때문에 로컬 모터스는 자동차 가격 중 더 많은 부분을 수익으로 갖게 된다. 로저스는 로컬 모터스의 생산비용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수익이 높은 편이라 생산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설명한다. 또한, 주류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 구매자와의 거래에서 가장 제한적인 역할만 담당하는 반면, 로컬 모터스의 고객은 모든 것의 중심이 된다. 로컬 모터스의 고객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로컬 모터스의 소규모 공장을 찾아가서 자동차를 설계하고 구매하고 정비하며, 심지어 재활용을 돕기도 한다. 로컬 모터스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소비자들은 몇 주 동안 주말마다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처럼 분산된 대규모 협업 모델을 활용한 덕에 로저스는 자동차 설계에 2년여의 시간이 걸리는 주류 자동차 업체들과 달리 석 달이 채 되지 않아 첫 번째 자동차 설계를 마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일반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의 생산 주기가 6년인데 반해 로컬 모터스는 단 14개월 만에 불과 2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자동차 설계도면(전 세계에서 로저스의 웹사이트에 응모한 수 만 개의 도면 중 선택)을 바탕으로 실물 랠리 파이터(고속 극한 오프로드 경기용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로컬 모터스가 지금처럼 혼자서 틈새시장에만 집중한다면 자동차 업계에 대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다. 하지만 로저스가 참신한 생각을 바탕으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약점을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하는 유일한 기업가는 아니다. 

 현지 생산 및 조립을 강조하는 로컬 모터스와 달리 코다는 자동차 부품 생산 협력업체와 공급업체들로 구성된 글로벌 생태계에 자사 자동차 제조를 아웃소싱하고 있다. 코다가 손을 잡고 함께 일하는 업체 중 하나는 중국 최대의 충전용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업체 리셴(Lishen)이다.

 이런 자동차 업체들은 고객의 참여를 독려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공급업체와의 진정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이 모든 과정에 꼭 필요한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는 등 GM, 크라이슬러 등 산업화 시대의 거대 자동차 업체들이 만들어놓은 틈을 메우고 있다. 로저스는 “포트의 모델 T 이후에 자동차 업계 전체의 생산 중심 패러다임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라고 얘기한다. 이런 무기력함이 자동차 업계 문제의 핵심이다.

 “웹에서 자동차를 설계하고 미래형 공장에서 최첨단 자재로 자동차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층 더 근사하고 멋진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곧 탄생할 겁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변화시켜야 합니다. 좀 더 괜찮은 음반가게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이제 아이팟을 설계하기 시작해야 하는 거지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집단 혁신 

 위키노믹스란 집단혁신의 예술이자 과학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위키피디아가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컬 모터스가 보여주는 것처럼 집단혁신의 가능성은 훨씬 크다. 집단혁신은 자신이 선택한 동등계층 커뮤니티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즐거움을 주고, 거래하는 새로운 방법을 뜻한다. 그뿐 아니라, 집단혁신은 스레드리스를 통해 티셔츠를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데서부터 좀 더 우수한 우주복 장갑을 만들 수 있도록 미국 항공우주국을 보조하는 데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경제 참여를 가능케 하는 흥분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역사상 처음으로 개개인과 중소기업들이 과거 대기업에게만 허용되었던 방식으로 세계 최고의 역량을 활용하고, 시장에 접근하고, 고객을 응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일례로, 이제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직접 생산하는 게 없는 중소기업이 물건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 기반을 두고 있는 포노코(Ponoko)와 같은 신개념 서비스 덕에 제3자로 하여금 제품을 생산하여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전달하도록 의뢰하는 방식의 사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사실상, 세계 어느 곳에서든 제품을 생산,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웹사이트에 올린 후, 원하는 재료를 선택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포토코가 모두 알아서 처리해준다. “거실에 앉아 저렴하게 글로벌 생산과 P2P 상거래를 즐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사람이 큰 위험 없이 적은 비용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유형의 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즉각적으로 생산 규모를 늘릴 수도 있고, 일련의 생산과정도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으며, 기존의 방식에 비해 복잡성도 적다. 반면, 소비자는 맞춤형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생산방식을 활용하면 중개인이 필요치 않고 운송의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산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신개념 생산방식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네트워크 방식의 모델이 기존의 모델과 같은 일을 해낼 수 있고,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면,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산업화 시대 모델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한 덩어리로 뭉쳐져 모든 생산과정을 직접 처리하며 내부 상황만 중요하게 여기는 그런 기업은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 어떤 산업, 혹은 어떤 부문에 속해 있든, 조직의 규모가 크든 작든 내부 역량과 소수의 협력 관계만으로는 성장과 혁신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수 없다.

 기존의 통념에 의하면, 기업들은 돈이나 각종 혜택을 제공하여 직접 인재들을 발굴하고 채용하고 유지해야 한다. 거래비용이 높을 때는 이런 방법이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웹이 제공하는 특색있는 플랫폼 덕에 협업비용이 급격하게 낮아졌으며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아이디어와 혁신성, 특별한 재능을 지닌 인재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은 평범한 전화기가 아니다. 앱 스토어의 등장으로 아이폰은 제3의 개발자들에게 경제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혁신 플랫폼이 되었다. 또한, 아이폰은 제3의 개발자들에게 앱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훨씬 다양한 앱을 제공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만일, 애플이 직접 개발한 앱만을 판매하는 방법을 택했더라면 앱의 수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점차 많은 기업들이 애플이 선보인 방법을 따르고 있다. 소비자들과 파트너로 구성된 거대한 커뮤니티가 공동으로 평범하기 짝이 없고, 언제든 살 수 있는 제품을 가치혁신을 추구하는 플랫폼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는 너무 매력적이어서 거부하기가 힘들다.

 

 “솔직히 말하자면, 창의성도 제한되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로저스는 대규모 협업을 통해 자신이 풀타임으로 고용할 수 있는 그 어떤 인재 풀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 인재 풀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부대용품 등에 관한 비전, 심지어 브랜드에 관한 비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을 통해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특정한 브랜드와 메시지,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집단으로 변모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지요. 그리고 그 브랜드라는 것이 반드시 회사의 정체성에 관한 것일 필요는 없습니다. 자동차 설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개별 디자이너의 정체성에 관한 것일 수도 있지요.” 다시 말해서, 가치 창출에 참여한 고객과 파트너를 포함한 좀더 넓은 범주의 커뮤니티가 이업 자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경쟁우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사실, 제품과 서비스는 손쉽게 모방할 수 있지만 충성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는 모방하기가 매우 어렵다. 

 로컬 모터스와 애플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은 위키노믹스가 웹을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제시하는 성공 공식을 받아들였다. 오늘날, 성공적인 기업들을 살펴보면 경계가 개방되어 있으며 외부와 적극적으로 상호 작용을 한다. 또한, 외부의 지식, 자원,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담벼락 밖으로 손을 뻗어 경쟁에 임한다. 이런 기업들은 혁신의 중심지, 즉 특별한 재능을 지닌 인재를 끌어들이는 자석과도 같다. 이들은 가치 통합 및 조정이 필요할 때 내부 직원을 활용하며 전 세계를 R&D 부서로 활용한다. 이 모든 것들이 더해져 새로운 부류의 협업기업(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지식과 역량 클러스터를 끊임없이 형성하고 재형성하는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협업 혁신이란 재런 레이니어와 같은 비평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협업혁신이 최첨단 R&D나 훌륭한 마케팅 캠페인의 예술을 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쓸모없는 제품을 공공 영역에 내놓은 후 누군가가 황금으로 바꾸어주길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똑똑하고 재능 있는 인재들을 유인하여 귀중한 아이디어를 공짜로 얻는 것도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를 저렴하게 해결하기 위해 소위 크라우드소싱을 활용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으로 대규모 협업을 이루어낸 사례를 보면, 기업들이 기여자에게 의미 있는 역할을 제공하며,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함께 창작품의 소유권이나 결실을 공유한다. 핵심 제품을 모듈화하여, 얼마든지 구조를 변화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뿐 아니라, 토론의 장을 제공하고 협업자들이 손쉽게 가치를 추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사용이 간편한 도구를 공급하여 공동 혁신과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그 결과, 고객들에게 한층 뛰어난 가치를 제안할 수 있게 되며, 전통적인 형태의 폐쇄된 기업에 비해 혁신을 추진하는 한층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된다.

 

 로컬 모터스: 생산 현장에 나타난 소비자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맵시 있는 디자인의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경쟁업체들보다 한참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로컬 모터스가 활용하는 인재들은 모두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난 걸까?”

 사실, 인재들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 누구도 활용하려 들지 않았을 뿐이다. 적어도, 제이 로저스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전까지는.

 로저스는 운송기관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은 대부분 자동차 업계의 상황이 좋았을 때도 자동차 업계에 취직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동차 업계에 취직하지 못한 학생들은 마사 스튜어트나 홈디포에서 근무하면서 퇴근 후에는 홀로 자동차를 그린다. 로저스는 “산업디자인학교들을 방문한 후 자동차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수많은 인재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얘기한다.

 로저스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디자인학교 중 한 곳인 패서디나디자인학교 총장과 인터뷰를 하던 중 깨달음을 얻었다. 당시, 패서디나 디자인학교는 60명의 운송기관 디자인 전공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고 로저스는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일자리를 찾았는지 질문했다. 로저스는 자신이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이라고 소개하며 “그곳 졸업생의 취업률은 98~99%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패서디나 디자인학교 총장은 ‘17명의 학생이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어요. 저는 고작 17명이라니, 취업률이 너무 낮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총장은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거의 매년 그 정도인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 당시가 불황이 닥치기 전이었다는 것이다.

 

 ο 숨어 있는 인재 풀의 활용

 “협업 환경을 위한 도구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도구를 다시 만들어낼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저, 그 도구에 ‘자동차와 관련된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계십니까? 우리에게는 엔지니어링 자원과 당신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듣고 싶어하는 고객이 있습니다’라는 표지판을 내걸기만 하면 되었지요.”

 로컬 모터스의 디자인 커뮤니티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로컬 모터스의 디자인 커뮤니티는 지금까지 총 4만 4000개의 디자인을 고안해냈으며 커뮤니티 참가자들은 창의력 공유지(creative commons)를 통해 디자인을 공유한다. 커뮤니티 참가자들은 좋아하는 디자인에 투표를 하고 커뮤니티 전체가 채택한 우수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을 공동으로 디자인하는 일에 착수한다. 물론, 디자이너들이 무보수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랠리 파이터 콘셉트를 디자인한 김상호는 자신이 맨 처음 내놓은 자동차 디자인이 로컬 모터스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자동차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후 1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로컬 모터스는 랠리 파이터를 생산을 시작한 후 또다시 1만 달러를 지급했다. 자동차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과정이 모두 끝나면 고객들은 로저스의 소규모 공장 중 한 곳을 방문해 로컬 모터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호컬 모터스는 개방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동차가 특수 자동차 장비 시장의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자동차를 해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곧 자동차가 공장을 떠난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혁신 과정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저스는 로컬 모터스의 웹사이트로 모여드는 4500명의 인터넷 디자이너와 자동차광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무려 100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는 맞춤형 미등 대신 혼다 시빅에 들어가는 미등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을 때 커뮤니티 참가자들이 로저스의 결정을 좀처럼 환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저스는 참여를 반긴다. “우리가 핵심적으로 제안하는 가치는 교육입니다. 우리 자도차 업계에서는 페달 아래서, 그리고 다리 옆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한 지식이 결여되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정보와 더욱 적극적인 참여는 차량 소유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더 나은 시민으로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환경 정책에 더욱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나은 구매자가 될 수 있고, 좀 더 나은 수리공이 될 수 있고, 자신의 차를 좀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공동 창조를 하고 있으며 진정한 공동 창조를 꿈꾼다면, 매우 좁은 범위의 지역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제품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건, 공정을 개선하는 것이건,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건 고객과 힘을 모아 공동으로 창조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접촉을 해야 합니다. 물리적인 접촉이 필요한 거지요. 이런 특성이 가족 같은 기업을 만드는 역량에 무엇보다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ο ‘핌프 마이 라이드’

 자동차광(대개 20대 남성)들이 자동차 튜닝이나 성능 개선을 위해 쏟아 붓는 연간 비용은 무려 41억 달러에 달한다. 1997년 2억 95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이처럼 성장한 건 MTV에서 방영한 자동차 개조 프로그램 ‘핌프 마이 라이드(Pimp My Ride)’의 영향이 크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관련 상품 전시회인 세마(SEMA: Specialty Equipment Manufacturers Association) 쇼의 인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1990년대에 세마 쇼에 참가한 부스 수는 약 3000개, 참가자 수는 약 5000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헥타르에 달하는 쇼장에 10만 명이 넘는 참가자와 1만 개가 넘는 부스가 참여한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12개의 자동차 업체에서는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혁신이나 아마추어 창의성을 핵심 자동차 시장에 별다른 걱정거리를 끼치거나 가치를 추가하지 못하는 부차적인 현상으로 간주한다. 이런 혁신이 전도유망해 보일 때조차도 혁신을 활용하기 위한 제조자 중심적인 패러다임에 기업 공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런 노력이 너무 지나친 탓에 심지어 1차 공급업체조차도 시스템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사용하는 자동차 좌석을 생산하는 존슨 콘트롤스(Johnson Controls)는 시스템이 얼마나 엄격해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존슨 콘트롤스의 엔지니어들은 고객 개개인의 체형을 본떠서 좌석을 제작함으로써 운전자의 몸에 딱 맞춘 최고의 안락감을 선사하는 좌석을 생산하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띠어난 아이디어인 것은 틀림없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엄격한 위계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자동차 가치사슬 내부에는 존슨의 디자이너들이 최고급 옵션을 선택하고자 하는 고객들을 직접 상대할 여지가 없었다. 먼저, 존슨은 OEM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맞춤형 좌석 프로그램을 수용하도록 설득해야 했다. 그런 다음, 유통업자를 설득하고,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판매담당자를 설득해야 했다. 각 단계에서 활동하는 모든 관련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또 하나의 위대한 아이디어가 아무런 결실도 없이 사장되고 말았다.

 존슨 콘트롤스의 경험은 급진적일만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포드와 같은 기존업체가 아니라 로컬 모터스와 같은 신생업체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큰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준다.

 

 미래를 생각해보면, 로컬 모터스와 같은 기업들은 우리 인류가 지식과 같은 무형자산을 생성하기 위해 적용했던 방법과 유사한 방법을 활용해서 유형의 제품을 개발하는 세상으로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애플의 아이폰에서부터 에어버스의 A380, 인텔의 칩세트에 이르는 모든 제품이 여러 회사에서 제공하는 부품이나 서비스로 구성되어 있다. 공급업체의 수가 수백 개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끝없이 뻗어나가는 가치 창출망의 내부에서 막후 조종을 맡고 있는 기업들에게 혁신이란 물리적인 것을 개발하고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조직하거나 조정하기 위한 것이다.

 

 공급업체들(부품등을 만드는 협력업체)이 R&D와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되면 BMW와 같은 자동차 업체들은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자동차 내부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설계, 브랜드 개선, 고성능 자동차에 들어가는 복잡한 전자기구 조립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이외의 것들은 모두 협업의 형태로 관리하거나 아웃소싱할 수 있다.

 로컬 모터스에서는 엔지니어들이 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로컬 모터스는 논리적으로 타당한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즉, 소비자들에게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조립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할 수만 있다면 최종적인 조립을 맡기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피어 파이오니어: 리눅스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가

 토발즈가 잘 알려지지 않은 소프트웨어 게시판에 최초의 리눅스 버전에 관한 글을 게시한 1991년에는 그 누구도(가장 완고한 오픈소스 신봉자들은 제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단기간에 진행되는 해킹 실험 이상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리누즈 토발즈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런 식으로 성공을 할 거라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전에 예측을 하기란 불가능했을 겁니다.”

 

 ο 새로운 생산방식, 주류가 되다

 수천 명이 운영 시스템이나 백과사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협력한다면,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어떤 산업, 그리고 사회의 어떤 측면이 대규모 협업의 공략을 받게 될까? 어떤 조직이 대규모 협업이 주는 혜택을 얻게 될까? 현명한 관리자들은 음반업계가 파일 공유를 막기 위해 노력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런 현상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혹은, IBM, 구글 등 기술부문의 거대기업들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것처럼 경계 외부에서 활동하는 창의력 있는 인재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생산비용이 높았던 과거와 달리 사람들은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 서로 협력하고 공동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곧 개개인이 자신들이 원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거나 교환하기 위해 시장이나 자본 집약적인 기업에 반드시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신문, 뮤추얼 펀드, 제트 여객기, 오토바이) 중 점차 많은 것들을 스스로, 혹은 사회적으로 교류하는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을 통해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이런 방식의 생산을 원하기 때문이다. 

 

 “리눅스는 상업적인 조직들이 실제로 가치를 추가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와 동시에, 상업적인 조직들은 모든 ‘기본적인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요.”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이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인프라 차원의 소유주 원시 코드로 인해 다른 참가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기가 한층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오픈소스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자본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픈소스가 없으면 여러 부문에서 독점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사실상, 경제 봉건주의인 셈이죠.” 토발즈는 소유권이 있는 소프트웨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리눅스가 불공정하다고 공격하는 현상이 역설적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리눅스를 공정한 경쟁으로 받아들이기는 해야 합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고객의 발을 묶어두지 않습니다. 금융 자본, 정부 보조금, 유통 시스템, 기타 민간 기업이 누리는 그 어떤 이점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리눅스는 사회주의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자유로운 기업이지요.”

 

 “전략 실행과 관련해 혼란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실질적인 가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면, 그 가치를 거둬들일 기회가 주어집니다.” 다시 말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진화하는 공유 인프라는 공유 인프라의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들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진화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약속에는 경고가 까른다.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이상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거둬들이기만 하면 어느 순간 더 이상 아무것도 거둬들일 수 없게 됩니다. 사실, 이렇게 되면 스스로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새로운 가치를 생성해내지 못하니까요. 한마디로 타성에 젖는 겁니다.” 

 

 ο 매일 300쪽짜리 책을 쓴다

 지난 4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리눅스 개발자들이 매일 1만 923개의 코드라인을 개발하여 신중한 여과과정을 통해 시스템에 반영했다. 이는 곧 매일 300쪽에 달하는 책을 쓰는 것과 비슷한 분량이다. 혹은, 4년 동안 1460권의 책이 쓰여진 거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세계 각지에서 코드 라인을 만들어내는 개발자들은 매일 중복되는 코드 라인 5547개를 제거하고 또 다른 2243개의 코드 라인을 수정한다. 중복되는 코드 라인을 빼고 수정되는 코드 라인을 더하면 코드 라인 개발에 열을 올리는 열렬한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매년 리눅스에 무려 270만 개의 코드 라인을 제공하는 셈이다!

 1080억 달러는 기존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을 활용하여 지금과 같은 상태의 리눅스를 다시 개발하려 할 때 쏟아 부어야 하는 추정비용이다.

 5000억 달러는 리눅스와 관련된 하드웨어, 소비 가전, 관련 서비스 등을 모두 포함한 리눅스 경제의 추정치이다. 리눅스 경제의 추정치는 2006년 이후 약 5배 증가했으며 500억 달러는 코스타리카, 레바논, 볼리비아 등 일부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의 GDP보다 큰 금액이다.

 마지막으로, 아주 적은 2개의 숫자 0과 1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0은 리눅스를 사용할 때 드는 비용이고 1은 이 놀라운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 수를 나타내는 숫자이다.

 

 ο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리눅스는 스톡옵션이나 사내 캠퍼스, 공짜 미용 서비스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5000명의 개발자들로 구성된 핵심 집단과 사용자 및 기여자로 구성된 좀더 광범위한 생태계가 리눅스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다.

 몇 해 동안 내부적으로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 맞춤형 해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던 기업들은 중요한 사항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리눅스를 확장하고 기업 특성에 맞게 리눅스를 수정한 탓에 리눅스 커뮤니티가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한층 커다란 기회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리눅스를 사용하면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 5000명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리눅스를 설치하여 유지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수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티핑 포인트 :: 어떤 상품이나 아이디어가 마치 전염되는 것처럼 폭발적으로 번지는 순간을 가리킴. 어떤 것이 균형을 깨고 한순간에 전파되는 극적인 순간을 이르는 말이다. 티핑포인트가 이뤄지는 데는 소수의 법칙, 고착성의 법칙, 상황의 힘 법칙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소수의 법칙은 열정적이고 영향력 있는 소수에 의해 전파가 이뤄진다는 내용이며, 고착성의 법칙은 소리의 속도가 전해지는 메시지가 흡인력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고착돼야 행동을 변하게 한다는 법칙이다. 또 상황의 힘 법칙은 주변의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잘 전파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티핑포인트 [tipping point]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리눅스가 성숙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징후들이 있다. 리눅스는 IBM, 레드 햇, 노벨 등 여러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개발자들이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공동 법률 방어 시스템 및 특허 공유재를 만들어냈다. 특허 침해 소송에 걸려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 단기간에 실패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기업도 리눅스를 제품에 반영하려 들지 않을 테니 공동 법률방어 시스템 및 특허 공유재를 조직하는 것은 중요한 절차다. 하지만 리눅스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 참가자들은 소프트웨어 특허를 얻기 위해 공동으로 출자하고 해당 소프트웨어를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사용자와 개발자, 미래의 리눅스 사용자들에게 리눅스가 기업에도 개방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 있다.”

 

 전 세계의 어떤 사람에게든지 아이디어를 얻는다

 2005년, P&G의 CEO 래플리는 2010년까지 외부에서 끌어오는 자사 제품과 서비스 관련 아이디어의 비중을 50%로 끌어올릴 거라고 선언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시 래플리의 선언이 하나의 술책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P&G에서는 이미 9000명의 세계적인 연구가들이 새로운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끌어오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다니 갑자기 P&G의 전문가들이 모두 휴가라도 떠난다는 걸까?

 하지만 P&G의 대담한 행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P&G가 내부 R&D에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붓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가장 뛰어난 9000명의 연구가들도 P&G가 경쟁력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해내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P&G에는 새로운 재능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휴스턴은 조사를 통해 9000명의 일류 과학자들이 P&G의 실험실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리면 그들만큼 훌륭한 재능을 갖춘 외부 인재를 내부 과학자의 200배수만큼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P&G가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를 재능을 갖춘 사람의 수가 무려 180만 명에 달했다. P&G는 이토록 거대한 인재 풀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 P&G는 우선 혁신에 대해 매우 다르게 생각해야 했다. 얼마의 비용, 혹은 노력이 수반되든 모든 것을 사내에서 개발하려 하기보다 전 세계를 뒤져 검증된 제품과 기술을 찾아내어 개선, 규모 확대, 판매를 꾀하자는 것이었다. 판매를 할 때도 P&G 자체의 판매망만 활용할 수도 있고 비즈니스망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과학자들을 풀타임으로 고용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재능, 아이디어, 자산을 좀더 신속하게 활용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추구하자는 것이었다(180만 명을 고용할 수 있는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외부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던 P&G는 이탈리아 볼로냐에 있는 작은 제과점에서 케이크와 쿠기에 식용 염료를 이용해 이미지를 새기는 기술을 사들였다. P&G는 이 기술을 이용해 감자칩 하나하나에 형형색색의 간단한 질문과 동물 그림을 새긴 새로운 프링글스 라인을 출시했다. P&G는 면직 셔츠의 구김을 막기 위한 해법도 찾아 나섰다. 내부의 자료를 다 뒤졌지만 방안을 찾을 수 없었던 P&G는 20만 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인 이노센티브에 문제를 공개했다. 이노센티브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은 P&G처럼 혁신에 목마른 기업들에게 해법을 제시하는 대가로 1만 달러에서 최대 100만 달러에 달하는 돈을 받는다. 이노센티브에 문제를 공개하자 곧 해법이 나타났다. 하지만 면직 셔츠의 구김 문제에 대한 해법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했다. 반도체 업계의 의뢰를 받고 고분자를 연구하던 교수의 실험실에서 해답이 나왔다. 교수의 아이디어를 직물에 적용했더니 P&G가 고심하던 옷 구김 문제가 손쉽게 해결되었다.

 

 이들이 내놓은 해법은 기업들을 과거에 고려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로 인도한다. 미국 의회가, 엑손 발데즈 석유유출 사건 당시 알래스카 연안을 오염시킨 원유를 제거할 책임을 부여했던 석유유출복원연구소(Oil Spill Recovery Institute)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연구소는 20년 동안 프린스 월리엄 사운드의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8000배럴의 석유를 제거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문제는 북극과 가까운 지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바닷물이 매우 차갑다는 것이었다. 바닷물의 온도가 낮은 탓에 석유가 거의 고체 상태를 띠게 되었고 기존의 기술로는 석유를 물밖으로 퍼낼 수가 없었다. 연구소측이 2007년에 이 문제를 이노센티브 네티워크에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고체화된 석유는 영원히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노센티브에 문제를 공개하자 머지않아 존 데이비스라는 건축 엔지니어가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건설업계에서는 오랫동안 많은 양의 시멘트를 사용할 때 시멘트가 굳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시멘트 회사들은 고주파 진동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고주파 진동을 활용하면 시멘트가 짧은 시간 내에 굳어버리는 걸 막을 수 있었다. 복구 바지선에서 널리 사용되는 장비에 약간의 변화를 준 결과, 건설업계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접근 방법이 거의 얼음 상태인 석유가 굳지 않도록 막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았고 데이비스는 해법을 제시한 대가로 2만 달러를 받았다.

 

 이노센티브에 등록한 ‘문제해결자’의 40% 이상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출신이며, 30%가 미국 출신, 나머지는 150개국 이상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이노센티브에 등록된 문제해결자 상당수가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대학 실험실에서 진행하는 까다로운 연구가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응용되거나 연구의 금전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혁신문제를 통합하는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라면 해당 문제를 공개시장에 공개하기보다 (혹은 공개하는 동시에) 전문 기술을 갖고 있는 숙련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부의 팀에게 제시하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이노센티브가 모듈 방식으로 문제를 구조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곧 개개인과 조직들에게 이와 같은 혁신 모델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G는 C&D(Connect and Develop) 출범 후 첫 2년 동안 외부에서 1000개가 넘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확보했으며 회사 외부에서 작업의 일부를 담당했던 신제품 100개 이상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P&G의 R&D 생산성이 약 60% 증가했다. P&G의 혁신비용은 감소한 반면 성공률은 구 배 이상 증가했다. 판매금액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8%에 달했으나 2010년이 되자 그 수치가 2.5%로 줄어들었다. P&G는 2000년에 주가 폭락을 경험했다. 이후 10년 동안 P&G는 주가가 두 배로 상승하는 기쁨을 누렸으며 230억 달러 규모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업계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P&G의 직원들은 신제품을 개발했을 때뿐 아니라 신제품을 상업화했을 때도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 P&G는 직원들에게 보상을 제공할 때 관련 아이디어가 P&G 내부에서 생겨난 것인지 외부에서 얻어진 것인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ο 인포스트럭처와 가상협업

 글로벌 인재 풀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보다 인포스트럭처가 중요하다.”

 

 인포스트럭처 :: 전자메일, 광고, 메시지, 보상 마일리지 등의 정보와 인프라스트럭처가 합쳐진 용어로,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는 전 과정을 포함한 비즈니스개념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Info-structure (NEW 경제용어사전, 2006. 4. 7., 미래와경영)

 

 실제로 R&D 센터를 지어 올리는 방법이 구식이라면, 새로운 방식은 어떤 것일까? 새로운 방식은 ‘가상협업’이라 표현한다. R&D 분야의 혁신가들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도 서로 교류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서로 엉켜서 거대한 생태계를 이룬 모습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 생태계는 하나의 물리적인 공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 그룹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간단하게 개인이나 기업에 접근하고 관계를 구출할 수 있는 온라인 네트워크에 존재한다.

 모든 혁신가의 데스크톱에 이런 역량이 담겨 있기를 희망한다.

 

 현재는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앞으로 연결될 관련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모든 사람(잠재 네트워크) 등 크게 4개의 주요 구성요소로 이루어진다. 생태계의 구성원을 모두 더할 경우, P&G와 같은 기업과 관련된 생태계 구성원의 수가 약 200만 명에 이르게 된다. P&G의 최상위 공급업체 15개에서 고용하고 있는 R&D 직원 수는 5만 명에 이르며 이들이 중요한 혁신의 원천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생태계의 실제 범위는 매우 깊고 넓다. 현재, P&G는 150개의 과학 분야와, 다양한 제품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300개 브랜드에 관련된 P&G에 약 2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이는 곧 P&G가 자사의 가상 R&D 부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거대한 인재 풀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규모 협업 역량이 없으면 필요한 시간 내에 주어진 일을 해낼 수 있는 기술적인 노하우를 개발하기조차 힘들다.”

 

 ο 이 세상이 당신의 R&D 부서다

 글로벌 인재 풀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은 곧 전통적인 혁신과정을 통째로 뒤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더 이상 먼저 투자하고 나중에 질문하는 방식을 고수해선 안 된다. “고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다음에는 반드시 필요한 발명과 기술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뒤져야 한다.

 결국, R&D 부서의 역할은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이다. 외부의 기회를 감지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고객에게 제공할 최종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안한 다음, 지적자산을 확보하고 최종가치를 설계하고 취합하고 전달하기 위한 협력과 관련해서 현명한 결정을 실행하기는 매우 힘들다. 

 영리한 기업들에게는 사내에서 최고의 인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최고의 인재를 육성하고, 붙들어두어야 한다는 개념이 이미 구시대적인 것에 불과하다. 협업혁신은 기업이나 각종 조직들에게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 보완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필요할 때마다 세계경제가 갖고 있는 창의력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안겨준다. 물론 위대한 조직들은 여전히 뛰어난 내부 인재를 필요로 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 경계 밖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를 찾아내는 경우가 점차 늘어날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글로벌 협업 플랫폼을 활용하면 몇 번의 클릭만으로 거대한 인재 풀을 활용할 수 있다. 

 

 

 

제3부 재산업화하는 지구 

5. 기후변화의 물결을 역전시키다 : 새로운 글로벌 세력의 등장 

 구글 어스와 같은 무료 도구들은 전 세계의 과학자나 정책입안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한편, 대중이 과거에는 접근조차 불가능했으며 이해하기도 힘들었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실, 이런 도구들은 관련 정보를 완벽한 시각 자료로 나타내어 보여준다. 따라서 이런 도구들을 활용하면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복잡한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지구를 구하는 애플리케이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초래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산업화 시대 이전과 비교했을 때 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현재 관찰되는 기온은 산업화 시대 이전과 비교해 0.7도 올라간 수준이다. 그다지 큰 수치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매우 높은 수치다. 톰 프리드먼은 이해를 돕기 위해 인간의 체온에 비유해 설명했다. “체온이 98.5도(섭씨 36.9도)에서 100.6도(섭씨 38.1도)로 올라가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체온이 다시 100.6도에서 102.6도(섭씨 39.2도)로 올라가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자연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미국인들은 운전, 난방, 음식 섭취 등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1인당 연간 약 2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기온 상승 폭이 4도를 넘지 않도록 하려면 연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톤 이하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생활방식과 인프라 구조를 생각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겪었던 대실패를 통해 무언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세계 리더들은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고사하고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치 협의를 이끌어내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해법 자체를 포기할 순 없지만 정치적인 해법에만 이존해서도 안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올바른 상황에서 사회적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는 소규모 실험이나 사회적 혁신이 시작될 수 있도록 중앙 통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모든 부문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조직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네트워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접근방법이다. 이런 접근방법은 기존의 정책 접근방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위키노믹스의 접근방법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선, 의지를 갖고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로 구성된 여러 네트워크를 통합할 수 있는 인터넷 기반 혁신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런 플랫폼이 있으면 새로운 아이디어 관계, 협력 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사회적 기업들이 실험을 시작하고,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벤처사업을 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분산 기업 실험실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혹은, 동등계층이 유해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집합적인 변화의 정도를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을 취하기 위해 서로에게 도전하는 소셜 네트워크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여러 업계에 일단 폭넓게 구용되기만 하면 세계경제가 좀 더 신속하게 저탄소 경제로 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적재산 및 기타 자산을 공유하는 ‘녹색 기술 공유지(green technology commons)’를 상상해보기 바란다.

 혹은, 가공하지 않은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으며 활용 가능한 정보로 변화시켜 투자자에게 규제 담당자, 일반 시민에 이르는 모든 사람들이 지역사회와 국가, 기업이 탄소 중립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진전을 보였는지 감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웹기반 도구는 어떨까?

 

 “내년에 집이 불탈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보험에 드는 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위험한 기후변화 현상이 나타날 거라고 100% 확신이 들지 않더라도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행동을 취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는 거지요.”

 “‘기후변화를 믿는 쪽’과 ‘기후변화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쪽’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흑백론이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ο 탄소 다이어트 

 기후변화와 맞서 싸울 때는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행동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카본랠리(Carbonrally)라는 사이트는 세계 각국에서 참가팀을 모집하여 탄소 발자국을 가장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경연대회를 연다. 2007년에 등장한 카본랠리는 환경과 관련된 도전과제를 제시한 다음, 친환경 행동으로 인해 배출되지 않은 이산화탄소의 양을 산출하여 점수를 계산해준다. 

 경쟁적인 요소가 흥미를 유발하긴 하지만 이 사이트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에 두고 있다. 과학을 사람들이 행동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해하기 쉬운 정보로 변화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가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다. 따라서 햄버거를 먹는 행위는 사실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아이팟 나노 같은 작은 물건을 사용할 때도 탄소 발자국이 늘어난다. 아이팟 나노를 생산, 운송할 때 에너지가 소모되고 충전을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영국의 디자인 컨설팅 업체 IDC는 아이팟 나노가 생산 후 폐기되기까지 총 68파운드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설명한다). 

 인터넷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탄소 계산기 중 하나인 어스랩닷컴(EarthLab.com)의 설립자 드웨인 달은 “우리가 어스랩을 시작할 무렵만 하더라도 기후변화나 지구 온난화에 대해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매우 기술적인 정보에 불과했다”라고 이야기 한다.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원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읽을 시간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60~90쪽짜리 보고서를 다운로드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제 온라인에 접속해서 자신의 집과 에너지 사용법, 출퇴근 방식, 여행 여부, 업무나 일반적인 생활방식 등에 관한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기만 하면 어스랩이 각 개인이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는지 분석을 해준다. 그런 다음, 자신과 같은 도시, 주, 국가, 혹은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어스랩 커뮤니티 회원들의 점수와 자신의 점수를 비교해볼 수 있다. 

 

 ο 행동의 동기가 마련된다면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너무도 거대한 탓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설사, 이해를 했다 하더라도 무얼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죠.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더라도, 전 세계의 수십억 인구 중 한 명에 불과한 만큼 특별한 동기를 느끼기가 힘듭니다.”

 카본 랠리의 제이슨 캐러스는 기후변화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활동 자체가 따분한 일로 여겨지지 않고 경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동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참가자들이 자기 자신의 진척 상황뿐 아니라 같은 행동을 취한 또 다른 수천 명이 만들어낸 집합적인 결과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작지만 긍정적인 행동을 오랜 시간 할 수 있도록 생동감 넘치는 온라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커뮤니티 자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도전과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커뮤니티는 모든 참가자들이 하나의 팀이 되어 추진할 만한 최고의 아이디어를 선발한다. 카본랠리 사이트의 ‘도전과제 워크숍(challenge workshop)’에는 약 3000개에 달하는 제안이 올라와 있다.

 

 ο 의지와 참여 의사가 있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사람들은 자신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소규모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각 커뮤니티가 갖고 있는 독특한 특성을 적절히 활용하면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카본랠리와 같은 도구를 활용하면 10대도 얼마든지 열정을 가시적인 결과로 변화시킬 수 있다. 

 2009년 봄, 짐 더글러스 버몬트 주지사는 1만 5000달러의 상금을 걸고 버몬트 주에 있는 학교에 카본랠리 플랫폼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한 일의 진척 상황을 추적해달라고 요구했다. 14개 학교가 경쟁에 참여해 버몬트 주의 탄소 발자국을 114톤 줄였다. 만일, 미국의 모든 학교들이 ‘지구 주간(Earth Week)’을 전국적인 경쟁에 참여하기 위한 기회로 삼게 되고, 우승팀에게는 백악관에서 대통령 내외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기관의 지지가 있으면 카본랠리가 주류로 편입하기 위해 필요한 관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기관, 병원, 주요 소매업체, 각종 직업과 관련된 협회 등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상상해보기 바란다. 셀 수 없이 많은 경쟁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 직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과 경쟁을 벌이고, MIT가 하버드와 경쟁을 벌일 수 있다. 혹은 영국의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전 세계 7500만 팬과 리버풀 FC를 응원하는 4200만 팬이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학적 개념이나 계산법을 단순화하고, 사람들에게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에너지 절감 활동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ο 석유 없는 세상, 그리고 상상력의 힘

 에클런드는 ‘석유 없는 세상(World Without Oil)’이라는 이름의 매력적인 대체 현실게임을 만들어냈다. 석유 없는 세상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서술형 쌍방향 게임으로 수많은 게임 참가자들이 도전과제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협업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대본이 정확하게 짜여 있는 게임이나 미디어 상품과는 달리 대체현실게임의 결과는 거의 전적으로 참가자들과 참가자들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석유 없는 세상의 전제는 단순하고 도발적이다. 2007년 4월 30일 석유 위기가 시작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일반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게임 참가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삶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그리고 석유가 갑자기 모두 고갈되어 버렸다면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지 상상해볼 기회가 주어졌다. 게임의 플롯은 역동적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게임 참가자들은 ‘공식 보도’와 다른 게임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은 블로그 포스트, 동영상, 사진, 음성메일 등을 이용해 자신들이 직면한 도전과제에 관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위기가 지속되자, 게임 참가자들은 좀 더 깊은 생각과 대응방안, 해법 등을 덧붙여 이야기를 다듬어 나갔다. 32일 후에 게임은 모두 끝이 났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게임에 참가했고 1500개의 이야기가 탄생했다. 

 여기에 중요한 내용이 숨어 있다. 석유 없는 세상은 참가자들에게 일반인들이 모두 힘을 더해 우리 모두가 앞으로 발생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상상할 수 있는 참여 중심의 쌍방향 구조를 제시했다. 사람들이 해법을 고안해내고, 그 해법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도록 만드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강력한 무기다. 그뿐 아니라, 쌍방향 게임 형식은 호기심, 학습, 상상력, 혁신을 장려한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새로운 기술을 얻고, 새로운 데이터 및 정보에 접근하게 되고, 그런 다음 게임에서의 경험을 활용해 실제 생활의 변화를 만들어 내지요.”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의 공개

 기업들이 각각의 투자 결정이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기 위해 투자 결정을 내릴 때마다 금융지표를 적용하는 것처럼 각각의 활동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ο 데이터 자유이용

 “에너지 부문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65%를 차지하며 전력 생산이 그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등 단일 산업 중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행동을 위한 탄소 감시의 노력이 특히 중요하다.

 

 ο 환경 파괴 없이 수익 내기

 탄소 공개 프로젝트의 분석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많은 기업을 비롯해 2500여 개의 민간 조직과 공공 조직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기업들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자사에서 채택하고 있는 전략에 관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데이터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했을 때 발생하는 공공의 가치가 상업적인 잠재력을 능가한다.

 

 ο 기후친화적인 소비자

 소비자들이 쇼핑을 할 때 좀 더 기후 친화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나친 포장, 과도한 운송, 필요 이상으로 환경에 해악을 끼치는 제품 특성 등으로 인해 소비재는 명실공히 환경 파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친환경적 요인을 떠벌리고 싶어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행동한다. 

 

 굿가이드(GoodGuide, 사용자가 제품의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제품이 사회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급을 알려주는 사이트)는 ‘각 제품 및 제품이 탄생하는 기반이 되는 공급망에 관한 구체적인 평가’를 내놓으려 한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굿가이드 점수가 소매매장 진열대에 기록되어 있는 제품 가격표 옆에 공개되는 것이다. 영국의 소매체인 테스코는 2008년부터 각종 오렌지주스, 감자, 에너지 효율적인 전구, 세제 등의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여 소비자들에게 염분과 칼로리를 비교하듯 탄소 비용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는 개인화다. 개인화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 개개인이 개인적인 성향을 입력하여 제품 점수에 다양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반영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동물의 권리보다는 기후변화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가 있다면 기후변화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가 있다면 기후변화와 관련된 항목에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를 반영하게 된다.

 기후변화 정보 공개는 소비자들에게 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친환경이란 대개 단 하나의 친환경적 관행을 바탕으로 할 뿐이며 마케팅이 만들어낸 신기루에 불과하다.”

 

 지구를 죽이는 행위를 멈추는 방법

 21세기 중반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감축하려면 2025년까지 친환경 산업에 연간 400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지금 당장 중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기후변화 관련 비용 및 위험은 2050년까지 매년 세계 GDP가 최소 5% 이상 감소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2차 효과와 경제 손실 추정치를 더하면 매년 세계 GDP의 20%만큼(혹은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약 12조 달러)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 된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걸 막으려면 세계 GDP의 1~3% 정도를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전체를 재산업화하는 것보다는 훨씬 적은 노력이다. 위키노믹스의 핵심 원칙을 바탕으로 급진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이런 종류의 변화를 이루어낼 수 없다.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건 녹색 기술 공유지이다. 녹색 기술 공유지란 기업들이 지속 가능성 이슈를 중심으로 다른 기업들과 협력하고, 지적재산을 공유하고,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 관련 자산을 구축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을 뜻한다. 

 “기업들은 지구 재산업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 재산업화를 추진하는 다른 기업들에게 설 자리를 내어주게 될 겁니다. 현재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산업 시스템은 자살을 하고 있어요. 자연이 지금의 산업 시스템을 뒷받침하고 있으니까요. 공기와 물, 음식물, 에너지, 원자재, 기후 규제, 자외선 보호막, 수분, 종자 분산 등의 도움이 없으면 그 어떤 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어요. 모든 것이 자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연을 죽이면, 결국 경제도 살아남을 수 없어요.”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최종 결론이 아닐까 한다.

 

 ο 녹색 기술의 공유지

 (@전형적인 대규모 협업 사례이며 이 시대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과학적 시도 중 하나인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986년, 인간 게놈 지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을 당시 과학자들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부분과 관련이 있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될지 거의 눈치 채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크다! 하지만 15년에 걸쳐 여러 기관, 국가, 지식 분야를 아우르는 대규모 분산 협업이 완성됨으로써 우리 사회는 의학 혁신 및 생물학 혁신이라는 새로운 물결의 정점에 서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새로운 물결로 인해 오픈소스 프로그래머들이 리눅스와 같은 운영체제를 코드화하듯, 과학자들이 자연을 재프로그램밍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여러 제약업체들이 개방형 협업을 지지하기 위해 소유권이 인정되는 개별적인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분수령이 되었다. 개방형 협업을 받아들인 기업들은 기초과학 공유 및 다른 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초기 R&D 활동을 개별적으로, 비밀 실험실 내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오랜 통념에 도전했다. 그 결과, 이들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주주들을 위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 사회가 게놈 연구의 이익을 좀더 빠른 시간 내에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나이키가 지적재산을 세상에 공개했을 때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던 효과들이 이미 누적되고 있다. 물을 활용한 접착제와 자연분해가 가능한 고무를 개발하기 위한 나이키의 투자를 생각해보자. 나이키가 이런 기술을 직접 판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런 기술은 나이키가 경쟁우위를 대폭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사실, 나이키의 경쟁업체를 비롯해 더 많은 기업들이 이런 기술들을 활용해야 나이키 입장에서도 한층 저렴하면서 우수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선택은 우리 손에

 새로운 시스템은 개방성과 협업, 투명성, 기타 위키노믹스 원칙을 바탕으로 움직일 것이다.

 

 

 

6. 녹색 에너지 경제와 위키노믹스 : 직접 생산하고 사용하는 청정 에너지원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석유 1배럴에 내재되어 있는 에너지가 5명의 노동자가 1년 동안 쉬지 않고 일했을 때의 에너지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추정한다.

 

 태양은 매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의 만 배가 넘는 양의 복사 에너지를 방출한다. 

 미국의 에너지정보청이 공개한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 하더라도 2035년에 전 세계의 에너지 소비량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할 것이다. 에너지정보청은 2010년에 공개한 이 자료에서 현재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85%를 차지하고 있는 화석연료의 비중이 기껏 8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요인이 있다. 예를 들어, 엄청난 양의 석탄 매장량을 자랑하는 중국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를 추가로 짓기만 하면 얼마든지 치솟는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 달에 약 3~4기의 발전소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쓰더라도 화석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에서 1메가와트시時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최소한 720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중국은 수많은 도시에서 시민드르이 건강을 위협하는 이산화황과 미세먼지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매년 60억 톤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쏟아내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에너지 소비 수준에 변화가 없을 경우, 2050년이 되면 중국이 1000억 톤 이상의 표준 석탄을 필요로 하게 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 수치는 지구가 지탱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인 동시에 2008년 전 세계인이 소비한 표준 석탄량 161억 톤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중국은 2009년 한 해 동안 청정 에너지 경제를 위해 총 346억 달러를 투자하여 청정 에너지 투자 경쟁의 선두에 서게 되었을 뿐 아니라 총 186억 달러를 투자하고 2위를 차지한 미국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340억 달러라는 액수가 무척 크게 느껴지겠지만 이 수치는 전문가들이 중국 국내의 가파르게 성장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중국의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이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간 신재생 자원 투자 규모의 10~20%에 불과하다. (@매킨지와 같은 컨설팅 업체들은 중국이 지금부터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및 원자력 에너지를 개발하고 대규모로 활용하기 위해 매년 2000억~3000억 달러가량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 금액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보다 약 10% 정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청정 에너지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은 재산업화를 위한 과거의 노력을 되짚어보면 각국 정부 및 여러 산업이 신에너지혁명을 지지하도록 독려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설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미국 내 자동차 공장들을 개조하여 30만 대의 비행기를 생산한 사례, 35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미국 행정부가 7번이나 교체될 동안 무려 7만 5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주간 고속도로를 건설한 사례 등이 관련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이런 식의 변화 사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나 일어날 법한 것들이다(중국 등 일부 지역은 제외).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건 네트워크 지능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재산업화 모델, 즉 대형 전력회사뿐 아니라 소규모 발전업체, 필요한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가정, 소프트웨어 개발자, 비즈니스 리더 등으로 구성된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개방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오픈소스 그리드

 2003년 8월,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모두를 놀라게 한 대정전 사태는 무려 5500만 명의 시민들을 암흑 속으로 몰아넣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48시간 동안 정전이 지속되었다. 오하이오 북부 지역에서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이 3개의 송전선을 망가뜨린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단 3개의 송전선이 망가진 것만으로도 미국과 캐나다의 265개 발전소에 위치한 508개의 발전 설비를 차례로 무력화하기에 충분했다. 무성하게 자란 오하이오의 나무 몇 그루가 단 몇 초 만에 북미 대륙의 전력 소비자 약 20%를 암흑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위력 갖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앙 집중화된 그리드 설계 모형과 규제, 운영, 수익 창출을 강조했던 전력 계획 방식으로 인한 조직적인 결함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변압기, 계량기, 회로 차단기에서부터 가정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기에 이르기까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 시스템과 관련된 모든 것은 전력이 대형 발전기에서 소비자에게로 한쪽 방향으로만 전달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이와 같이 중앙 집중화된 접근법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석탄과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에서는 화석연료를 전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열 손실이 발생해 생산된 에너지 중 거의 3분의 2가 사라져버린다. 전기가 송전선을 통해 각 가정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평균 8%의 에너지가 추가로 손실된다. 또 다른 문제는 그리드가 최대 소비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하루 중 해당 지역 공장 가동률 및 가정 전력 소비량이 최대치에 이르는 시간대에 맞춰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에는 그 어떤 전력 저장 설비(이를테면 전국적인 전기 자동차 배터리 네트워크)도 내재되어 있지 않다. 이는 곧 어쩌다 한 번씩 발생하는 최대 수요를 충족해야 하는 상황에서만 가동되는 중앙 집중화된 대규모 발전 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데 엄청난 금액의 돈을 낭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립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정전으로 인해 미국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연간 8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월말이 되어 한 달 동안 사용한 전기에 부과된 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기 전에는 전기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측정해 볼길이 전혀, 혹의 거의 없다. 주택 소유주들에게 가격 책정 방식에 대해 정보를 주는 경우도 드물다. 그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전기 중 원자력, 석탄, 석유,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 양이 어느 정도인지,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얼마만큼 배출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에디슨 타계 후, 형광등이 개발되었을 뿐 그 외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ο 그리드 개방

 지능적이고, 투명하며, 분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위치한 장소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 모든 기기가 전력과 가치를 생성해낼 수 있는 에너지 그리드만 있으면 된다. 즉, 네트워크 지능의 시대에 걸맞은 그리드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 시스템이 단순히 전기를 이동시키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미 도출된 상태다. 

 만약, 스마트 그리드가 구축된다면 인터넷이 갖고 있는 결합조직을 활용하여 전 세계의 수백만, 수십억의 가전기기, 변전소, 발전기를 지능적이고 프로그램 작동 가능한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할 수 있다.

 그리드를 하나의 개방형 플랫폼으로 취급하면 개발자들이 아이폰용 앱을 개발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에너지 보존을 위한 앱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인구의 6%에 해당되는 830만 가구가 스마트 계량기를 사용하고 있다. 2011년이 되면 이 수치가 3300만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전 세계에서 스마트 계량기를 사용하는 가구 수는 1억 5500만으로 늘어날 것이다. 시스코 시스템스(Cisco Systems)는 모든 가정에 스마트 계량기가 설치되면 에너지 그리드의 규모가 현재의 인터넷보다 1000배쯤 커질 것으로 추정한다.

 구글 파워미터(PowerMeter)의 니키 펜윅은 동네이름이나 우편번호를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의 전력 사용 수준과 비교를 할 수 있을 거라며 심지어 페이스북에 등록된 친구들과도 전력 사용량을 비교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이야기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에너지 경제에서 활동 중인 다른 기술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구글은 소비자들이 각기 다른 회사에서 제조된 스마트 기기, 온도 조절 장치, 에너지 감시 장치 등을 구입하더라도 각 기기들을 호환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개방 표준을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ο 개인 탄소 시장

 영국의 정책입안가들은 현재 시범적으로 진행 중인 가구 탄소 배출 거래 방안이 영국 전역에서 비단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도를 적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시범 프로젝트에서와 마찬가지로, 개인 탄소 배출 거래 방안이 도입되면 아동과 청소년을 제외한 모든 시민에게 탄소 할당량을 제시하여 운전, 비행기 여행, 일상 생활 등을 통해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허용되는지 일러주게 된다. 큰 집에 살면서, 커다란 자동차를 타고, 비행기 여행을 즐겨서 할당량을 초과하는 사람들은 탄소를 적게 배출해 할당량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서 배출권을 구입하게 된다. “저소득층이 사용하고 남은 탄소 배출권을 판매해 이익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방안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수백만 명의 개인 사이에서 부가 이동하는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며 실수가 잦은 컴퓨터 시스템으로 인해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사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면 시민 개개인의 소비 결정을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불법 기관에 개인의 정보를 염탐할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주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환경운동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개인이 좀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좀 더 깨끗한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커다란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상황에서 시민 개개인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기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웃 간 거래 방안, 개인 탄소 할당량 도입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인프라를 좀 더 똑똑하고 상호적인 인프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언젠가는 엄청난 가치로 되돌아올 거라는 징후나 다름없다.

 

 ο 모든 것이 스마트해지는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만큼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려주면 약 7% 정도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동기를 부여하는 방안이 있을 경우,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의 전력 사용량이 15% 이상 줄어든다.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 그리드와 스마트 빌딩을 가동하면 2020년까지 3.71기가톤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며, 이런 노력을 통해 절감한 에너지 비용 4640억 달러가 기업, 납세자, 소비자들에게 되돌아갈 거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에너지 프로슈머의 등장

 녹색 에너지 경제가 실현되면, 대부분의 가구는 더 이상 에너지를 소비하고 관련 비용을 지불하는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지금부터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현재 전기를 소비하는 거의 모든 가구와 기관이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남는 전기를 그리드에 되팔게 될 것이다. 

 오픈소스 그리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가 직접 생산해낸 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ο 실험에서 비용 절감까지

 태양열을 비롯한 기타 신재생 에너지원을 활용하려면 기존의 방법을 활용했을 때보다 여전히 많은 비용이 든다. 이는 곧 에너지 인프라 개편 투자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경제적인 매력으로 여겨지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단기간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미이다.

 

 신재생 에너지를 향한 덴마크의 진로

 덴마크는 1980년 이후 에너지 소비량을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약 80%의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 30년의 세월 동안 덴마크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 100%였던 경제를 전기와 에너지 기술을 순수출하는 경제로 변모시켰다. 

 1970년대에 오일 쇼크가 발발하자 덴마크는 대부분의 이웃국가들보다 훨씬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당시, 덴마크의 석유 수입의존도는 100%였다.

 

 ο 자기 조직화를 위한 배경 만들기

 인프라를 구축하고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부문으로 권한을 부여한다. 이것이 바로 오일 쇼크의 치명적인 여파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기를 떠안았던 덴마크가 선택한 모델이다.

 덴마크는 에너지청의 강력한 주도로 천연가스, 풍력, 바이오매스 등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에너지원에 많은 투자를 했다. 덴마크 정부는 공격적인 에너지 효율성 캠페인을 추진하기 위해 각 가구 및 기업들과 협력했다. 그뿐 아니라, 덴마크 정부는 민간 부문과의 협력을 통해 ‘최신’ 에너지 그리드를 구축하여 녹색 에너지를 생산하는 소규모 발전업체들로 구성된 분산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덴마크는 R&D에 투자하고, 신생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기업들 간의 협력을 장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오랫동안 녹색 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 덕에 덴마크는 세계적인 수준의 신재생 에너지 부문을 자랑하게 되었다. 전력업체들에게 시장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주고 신재생 자원을 이용해 발전된 전력을 구매할 것을 강제하는 이 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혁신 노력이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었으며 화석연료가 막강한 우위를 누리는 환경에서는 결코 실현할 수 없었을 정도로 신재생 에너지 부문의 규모가 증가했다. 덴마크의 풍력 발전용 터빈 중 80%가 현지 주민 소유다. 신재생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의 핵심은 신재생 에너지의 가격을 적절하게 책정하는 데 있다. 즉, 투자자를 끌어들일 만큼 높되 투자자가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을 만큼은 높지 않은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 부문이 임계 질량에 도달하면 전력업체가 강제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전력을 줄이면 된다.

 

 신재생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시장이 단지 부족한 자원을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할당하고 있는 것뿐이며, 앞으로 10~20년 내에 떠오를 것으로 보이는 자원 부족 문제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980년대에 25~30달러 수준이었던 태양열 1와트시당 비용은 이미 5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ο 녹색 에너지 도입의 가속화

 과거 거의 전무했던 에너지 부문이 현재 덴마크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두 가지 길과 두 가지 미래: 어떤 세상을 선택할 것인가

 현재 우리가 가고 있는 첫 번째 길은 가격 인상, 에너지 부족, 환경 재앙, 강대국 간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길(위키노믹스의 길)은 성장, 범지구적인 협력, 그리고 소비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자신의 에너지 소비현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관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 에너지 그리드를 통해 충분한 양의 청정 에너지가 공급되는 세상으로 이어진다. 

 

 부족은 자제의 적이다. 가까운 미래에 기존의 화석연료가 부족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를 이끄는 일부 국가들은 좀처럼 올바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를 장악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두 차례나 전쟁을 벌였다. 경제학자 린다 빌름스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미국이 몇 해 전 중동에서 벌인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납세자들이 약 1.5조 달러의 직접 비용을 감당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1.5조 달러의 돈이 미국에서 지출되지 않은 탓에 실현되지 못했던 경제적 잠재력을 고려하면 1.5조 달러의 간접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자면, 2008년 한 해 동안 미국 정부가 에너지 부문에서 지출한 R&D 비용은 50억 달러에 불과하다(이라크 전쟁에 쏟아 부은 돈과 비교하면 너무도 적은 금액이다).

 영국, 중국, 프랑스 인도, 미국의 석유회사들이 나이지리아, 앙골라, 차드, 수단, 적도 기니, 콩고민주공화국 등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저개발 유전에서 석유를 뽑아낼 목적으로 아프리카에 모여들고 있다. 석유를 채굴해 벌어들인 수익은 아프리키 국가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개발을 위해 사용되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석유를 통해 일구어낸 부는 부패, 환경 파괴, 빈곤, 폭력을 조장했을 뿐이다. 아프리카의 천연자원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1960년대에 베네수엘라의 석유장관을 지냈으며 석유수출국기구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후안 파블로 페레스 알폰소는 석유를 악마의 배설물에 비유했다. 알폰소는 석유가 검은 황금이 아니라 저주라면서, 가난하지만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이 풍부한 탄화수소와 광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개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풍요로운 자원 때문에 저개발되어 있는 현상을 그 근거로 지목했다. 방대한 양의 악마의 배설물이 권력 집중, 부패,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는 지배층 등의 문제를 낳는 경우가 많다. 이후, 페레스 알폰소의 통찰력은 수많은 학계 연구를 통해 검증을 거친 후 사실로 밝혀졌다. 심지어, 자원으로 인해 성장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이 있을 경우 뒤따르는 사회적 효용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석유는 비단 환경에 해가 될 뿐 아니라, 경제 발전, 민주주의, 인간의 건강, 전 세계에 해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 부문의 초강대국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원유 수출국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2030년이 되면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진행 중인 에너지 혁명의 마지막 장이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약간의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

 

 

 

7. 교통수단의 혁명 : 21세기에 이동한다는 것 

 자동차는 수많은 문제를 만들어냈다(우리는 현재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얘기를 하고자 한다). 자동차가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려면 강철과 주철, 알루미늄을 얻기 위해 여러 산을 폭파해야 하고 고무와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기름을 뽑아 올려야 한다. 여기에, 이렇게 얻은 원자재를 가공하는 데 투입되는 에너지 비용과 자동차 조립에 드는 에너지 비용을 더해보자.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평균 28톤의 폐기물이 만들어지며 1421세제곱미터의 대기가 오염된다. 자동차를 대기오염의 주범이자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전락시킨 유해한 배기가스는 말할 것도 없고, 오늘날 도로 위를 굴러다니는 6억 대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의 10%를 차지한다. (@전 세계 인구의 5%가 거주하며, 전 세계 자동차의 30%가 굴러다니는 미국은 전 세계 자동차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5%를 차지한다. 미국인들은 하루에 80억 킬로미터를 넘는 거리를 달리며 2000만 배럴의 석유를 연소시킨다.) 현재 미국인들의 수입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이른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정체 현상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을 비록해 연료, 주차, 통행료, 자동차 정비, 보험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보면 이 수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서는 도시 지역의 전체 부지 중 도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달한다. 2008년에는 전 세계에 펼쳐 있는 도로 네트워크를 모두 더한 값이 7000만 킬로미터에 이르렀다. 7000만 킬로미터는 지구와 달을 잇는 고속도로 180개를 만들고도 남는 거리다. 인간이 만든 도로가 생태계를 파괴하며, 종의 이동을 방해하며, 자연적인 배수를 막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선진국에서 자동차는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자동차 사고로 약 120만 명이 사망하고 5000만 명이 상해를 입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동차 사고가 전 세계 사망 원인 중 10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변화를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20년 동안 이 수치가 6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과 인도에서 소비를 즐기는 중산층이 성장함에 따라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값싼 구식 엔진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개도국의 자동차들은 정체가 심각한 도로 위를 달린다. 그 결과, 엄청난 양의 연료 수요가 생겨나고 있으며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도 굉장하다. 중국에서는 15년 전만 하더라도 사실상 개인 소유의 자동차가 없었다. 2007년 말경에는 개인 소유의 자동차 수가 1520만 대에 이르렀다. 2050년이 되면, 중국을 휘젓고 다니는 개인 소유 자동차의 수가 무려 7억 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뿐 아니라, 인도, 브라질 등 또 다른 고성장 국가에서 나타나는 자동차 수요 증가로 인해 전 세계의 자동차 수가 무려 30억 대 수준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급진적일 만큼 새로운 개인용 이동수단이 시장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현재 28억 톤 수준인 자동차 배기가스가 25년 내에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한 가지 역설적인 것은 우리가 선택 가능한 모든 이동방안 중 자동차가 가장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며,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값비싼 도로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점차 많은 돈을 투자하는 데도 불구하고 서비스 수준은 낮아지고 있다. 자동차가 갖고 있는 이런 부정적인 영향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는 사람은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전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개인과 가정 모두에게 매력적인 방안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자동차 지배적인 생활방식이 개인, 경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국제연합 환경계획은 지금의 가격 인하, 기술 격차, 10년 정도 되는 신차 수명 등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최적의 상황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신기술과 좀 더 지속 가능한 대체방안이 시장에 도착하기까지 4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혁신적인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자동차 소유의 개념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만일, 어디에서나 접속할 수 있는 운송 데이터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도로를 최적화하고, 실시간 교통상황 알림에서부터 차안에서 즐기는 쇼핑과 오락까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다양하게 선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나 습관이 개인용 자동차와 멀어지도록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테고, 결국 사람들이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라는 개방형 플랫폼

 비디오 게임기에서부터 휴대전화에 이르는 유형의 제품을 비롯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작동되는 사실상 모든 것이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수만 개의 상호 작용 에이전트를 하나의 공용 플랫폼에 모으면 가장 규모가 큰 조직보다 더 많은 역량을 동원하고, 더 많은 미가공 지식을 활용하고, 다양성을 강화할 수 있다.

 개방성이라는 거대한 기회로 인해 평범한 기성제품과 서비스가 고객과 파트너로 구성된 거대한 커뮤니티가 혁신을 추구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활기찬 혁신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아마존과 같은 혁신 플랫폼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사실상 모든 것을 포함한다면, 자동차를 혁신 플랫폼의 미래라고 생각하지 못할 까닭이 있을까? 결국, 자동차는 이동용 수단일 뿐 아니라 무선 네트워크와 연결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업무, 학습, 오락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이제 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로 무장한 자동차를 상상해보자. 이런 자동차가 있다면 수천 명의 프로그래머와 틈새 기업들이 원격 개인 비서 서비스에서 네비게이션, 지리 검색 애플리케이션, 주문형 영화 및 음악 서비스, 휴대용 스카이프에 이르는 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낼 것이다.

 

 ο 유비쿼터스 데이터 그리드를 활용한 인프라 최적화

 주위에 있는 운전자들과 날씨, 교통, 도로 사정 등에 관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센서가 네트워크화된 자동차의 역량을 한층 강화하게 된다. 도로에 움푹 파여 있는 구멍이 감지되면 그 정보가 지방정부에 전달된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뒤따라오던 모든 운전자들에게 즉시 경보가 내려진다. 자동차가 알아서 움직이며 ‘운전’이라는 개념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드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런 때가 되면 ‘자동차’는 소음을 내지도 않고, 쓸데없는 야단법석을 떨지도 않고,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사람과 물건을 지구 어디로든 이동시켜주는 차량들로 이루어진 지능적인 임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하나의 교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공유 플랫폼 집카의 설립자 로빈 체이스는 자동차를 또 다른 네트워크 기기, 즉 개방적이며 망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그리드와 유사한 것으로 간주한다. 

 체이스는 “자동차는 네트워크 접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자동차에는 GPS와 블루투스가 있고 도로 통행료를 지불하기 위한 단말기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누구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고 수많은 자동차가 온스타(OnStar, GPS와 이동전화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지요. 총 5개의 네트워크가 있어요.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학자들은 지금 운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자동차, 다른 자동차 및 도로와 소통을 하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모두 모아놓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즉, 여러 네트워크를 또 다른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거지요. 그렇게만 하면, 똑같은 인프라 비용을 지출하고도 탄탄하고, 탄력적이며, 개방되어 있고, 혁신의 밑바탕이 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갖게 되는 겁니다.”

 

 ο 개방을 위한 노력

 “기술이 있으면 모든 것들 간의 데이터 교환을 간단하고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폐쇄적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교통 기술은 폐쇄적이며 모두 누군가에게 귀속되어 있습니다.”

 언제나 회사 내부에서보다 외부에서 똑똑한 인재를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든 자동차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든 이제 수많은 혁신적인 기업들이 뒤늦게 통합을 추진하기보다 아예 처음부터 통합을 추진하여 고객들에게 추가 해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기 자동차의 상용화  

 “하이브리드는 잊어버리세요. 배기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자동차가 탄생해야만 지금 예상하는 수준으로 자동차 수가 늘어나도 지구에 해악을 끼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기 자동차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적을 뿐 아니라 휘발유 차량에 비해 연료비도 훨씬 저렴하다. 유가가 낮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엔진과는 달리 전기 모터를 사용하면 마찰이나 열손실이 발생하지 않아 전기를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효율성이 9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지불하는 비용을 기준으로 연간 2만 킬로미터를 주행하며, 유가는 갤런당 2달러, 전기는 킬로와트당 12센트라고 가정해보자. 쉐보레 임팔라, BMW X3 등 석유 1갤런당 20마일을 주행할 수 있는 차량을 사용하면 연료비는 연간 1200달러가 들며 약 6.6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이런 차량에 전기 모터를 장착하면 연료비가 연간 400달러로 낮아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약 1.5톤 수준으로 줄어든다(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배터리 기술과 지금의 유가 상황에서 10년 동안 전기 모터 차량을 운행하면 최대 8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지금의 전기 자동차 시장은 1998년의 MP3 플레이어 시장에 견줄 만하다. 지금 생각했을 때는 전기 자동차가 자동차 업계에 대변혁을 일으킬 것만 같다. 하지만 누가 아이팟에 비견될 만한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 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중요한 부품을 비롯해 전기 자동차는 상업적인 규모가 아니라 소규모로 생산되고 있다.

 

 ο 전기 자동차가 오픈소스 에너지 그리드를 만나면

 베터 플레이스의 아가시는 전기 자동차의 미래는 더 나은 배터리가 아니라 더 나은 인프라에 달려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교통 통계 자료를 보면 운전자들이 집에서 자동차를 충전한다고 가정했을 때 1회 충전으로 65킬로미터를 달리는 배터리 정도면 미국인 70%의 일일 운전 습관을 감당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실제로는 장거리 주행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320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어야 만족할 것이다. 해법은 배터리를 자동차의 일부로 보지 말고 인프라 시스템의 일부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베터 플레이스가 주장하는 유비쿼터스 인프라가 도입되면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을 때 자동으로 충전이 되며, 평소와 달리 긴 거리를 이동할 때 운전자들이 교환소를 방문하여 세차 설비와 비슷한 자동 설비에 들어가 전기가 고갈된 배터리를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할 수 있다. 충전소, 배터리, 교환소, 시간과 경로를 통제하는 소프트웨어를 모두 한곳에 모아두면 새로운 형태의 인프라,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서 설치와 운영을 담당하며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부류의 기업이 등장하게 된다.

 베터 플레이스가 제안하는 해법의 범주에서 전기 자동차 소유주들은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무선 네트워크에 등록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베터 플레이스 네트워크에 등록하게 된다. 전기 자동차 소유주들은 매월 사용료(휘발유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낮은 수준의 비용으로 책정)를 내고 그 대가로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집이나 직장에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돈을 주고 배터리를 충전할 권리를 구매하는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방식은 휘발유 자동차를 사용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가시는 “연료 탱크를 채우는 것은 휴대전화를 이용하기 위해 선불카드를 구매하는 것과 같다”라고 얘기한다.

 

 일본에서 도로 위를 굴러다니는 전체 승용차 중 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하지만 택시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ο 개방성을 기반으로 삼다

 아가시는 충전 그리드가 산업화시대의 인프라와는 달리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방 표준이 도입되면 누구든지 교환소를 운영할 수 있고 운전자들은 원하는 곳에서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충전소가 휴대전화와 같다면 얼마나 좌절감을 느낄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블랙베리 충전기를 아이폰을 충전하려는 시도는 해본 적조차 없을 것이다. 아가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재충전 네트워크가 호환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방은 경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 

 파도가 위로 솟구치면 수면에 떠 있는 모든 배가 위로 올라가듯이 개방형 재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좀 더 규모가 큰 시장이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난다.

 

 별난 아이디어가 급진적 혁신 방안으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나의 기업, 혹은 하나의 국가가 갖고 있는 힘만으로는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전기 자동차를 생산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전기 자동차 충전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10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내연기관을 사용하고 있으며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연비가 여전히 리터당 8.5킬로미터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ο 혁신의 모델 역할을 하는 경연대회

 1927년, 찰스 린드버그는 뉴욕에서 파리까지 무착륙 단독비행에 성공하여 오티그 상(Orteig Prize)과 함께 2만 5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은 현대 항공산업의 근간이 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린드버그가 무착륙 단독비행으로 대서양을 가로지른 후, 단 18개월 만에 미국에서 비행기표를 구매하는 사람의 수가 6000명에서 18만 명으로 무려 30배나 늘어났다.

 

 기존의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는 업체들은 혼란을 초래하는 기술의 개발을 장려하거나 활용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결국, 성공이 안주로 이어지는 것이다. R&D 부서는 대체 기술을 연구하려 하기보다 구성부품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존의 제품 설계를 약간 변화시키는 데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명확한 제품 로드맵을 따라 나아가는 전략이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품 로드맵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는 파괴적인 혁신이 등장하면 안주하는 것의 엄청난 취약성을 드러내게 된다.

 

 ο 패러다임을 바꾼다

 상금을 따내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자본을 끌어들이고, 대중을 흥분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을 출범시키게 되는 거지요.”

 이제 막 등장한 녹색 자동차 산업을 주류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은 기술적, 상업적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소셜 커뮤팅

 지속 가능한 이동 부문의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기존의 자동차 업계를 떠받치기 위한 연구에 쏟아 붓는 것과 같은 금액을 대중교통 수단 및 보행자 친화적인 지역사회를 개발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ο 카풀 2.0

 카풀의 성장을 방해하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신뢰의 문제다. 카풀을 하는 상대가 위험하지 않은 사람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둘째, 카풀 상대를 찾는 것도 문제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출발해 같은 곳으로 이동할 사람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출발지와 행선지가 같은 사람을 서로 연결해주고 운전자와 승객이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카풀 플랫폼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한층 쉽게 해결할 수 있다.

 

 ο 새로운 개인용 이동수단 모델을 향한 여정

 집카의 연구에서 집스터(집카 사용자)들은 ‘자동차 여행거리(VMT: vehicle miles traveled)’를 평균 40%가량 줄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혹시, 궁금한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집카는 2009년 한 해 동안 920억 자동차 여행거리가 절감된 것으로 추산한다).

 집그터 중 47%가 대중교통 사용 횟수가 늘어났다고 답했다.집카는 연구를 통해 집스터의 63%가 집카의 서비스 덕에 자동차 구매를 지연하거나 중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ο 자동차를 공유지로

 평균 자동차 비용은 약 2만 5000달러 정도이다(이처럼 높은 가격 때문에 자동차는 주택의 뒤를 이어 사람들이 보유하는 두 번째로 값비싼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24시간 중 22시간가량을 아무 쓸모도 없이 그저 주차되어 있을 뿐이다. 집카는 이런 자동차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소비자들에게 자동차를 사용한만큼만 돈을 지불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즉, 자동차가 주는 편안함은 모두 취하되 자동차를 소유했을 때 발생하는 귀찮은 일은 모두 없애주는 것이다.

 집카는 새로운 차량이 한 대 추가될 때마다 개인용 차량 15~20대가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집카를 이용하는 운전자가 세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알아서 세차를 하고 영수증을 첨부하면 1시간 동안 무료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

 

 포드 자동차의 빌 포드 회장은 “운송 부문의 미래는 집카, 대중교통,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 등이 뒤섞인 모습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는 이런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자동차 소유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키는 데 참여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교통의 미래를 생각한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위키노믹스의 5대 원칙을 바탕으로 혁명적인 개인 운송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을 키워나가야 한다.

 개방성은 데이터와 새로운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지능형 운송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자동차에 의존했을 때 발생하는 실제 비용을 명확하게 알려줄 것이다. 협업은 지속 가능한 기술과 서비스를 한층 신속하게 설계하고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와 아이디어, 자원을 한곳에 모으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지적재산과 기타 자산(자동차 포함)을 공유하면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진실성은 미래 세대의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운송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호 의존성은 그 어떤 자동차 소유주, 기업, 지역사회, 국가도 외부와 단절된 섬이 아니며, 환경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비용을 흡수하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교통 시스템을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다.

 

 

 

제4부 학습과 발견, 그리고 행복 

8. 상아탑의 미래 : 학교와 세상 간의 벽을 허물다 

 현재, 백과사전 출판사, 신문사, 음반사는 각기 정도는 다르지만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은 모두 콘텐츠의 제작과 배포에 대한 독점권을 잃고 있다. 우리에게 풍요와 집단 참여, 생산의 민주화, 새로운 디지털 전송 경로 등장, 과거의 지적재산 개념을 실행할 수 없는 환경,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의 현상을 안겨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자 백과사전 출판사와 신문사, 음반사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이런 현상들은 모두 인터넷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대학도 유사한 운명을 마주하고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몇 가지 유사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대학은 이들과 다르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세계적으로 대학 입학자의 수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이는 곧 전통적인 학습방식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그뿐 아니라, 능력 있는 대학 졸업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도 고용주가 대학 졸업자에게 지불하는 임금 프리미엄은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능력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의 역량보다 능력 있는 인재의 시장 가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조금만 깊숙이 파고들어 보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대학 신입생 중 6년 내에 같은 대학의 졸업장을 따는 학생은 58%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만 학생들이 아직 갚지 못한 학자금 대출 규모가 7140억에 이를 정도로 1990년 이후 대학 등록금이 다른 재화나 서비스보다 훨씬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대학 교육에 과연 그만큼 돈을 쏟아 부을 가치가 있는 건지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대학이 아닌 다른 방식의 고등교육 모델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07년 미국 대학생 중 약 20%(약 390만 명)가 온라인 강좌를 수강했으며 그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피닉스 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수는 연간 20만 명인데, 그중 온라인 MBA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학생은 1만 6000명이나 된다. 하버드 MBA의 신입생 수가 900명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컬럼비아 대학교 종교학과의 마크 테일러 학과장은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학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도발적인 기사를 게재하여 학계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테일러가 발표한 기사의 도입 부분은 다음과 같다. “대학원 교육은 고등교육의 디트로이트와 같다. 미국 대학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대학원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 판매할 상품(티오가 없는 교수직 지원자)을 만들어내고 나날이 수요가 줄어드는 기능(하위 분야를 더욱 세분화한 하위 분야에 대한 연구, 비슷한 연구를 하는 동료들을 제외하곤 그 어떤 독자도 없는 학술지를 발행한다)을 개발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그런 교육을 받기 위해 학생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학자금 대출이 10만 달러를 넘는 경우도 많다).”

 

 역설적이게도, 대학 입학률이 전례 없이 높은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지배적인 지식 인프라(지식의 저장소이자, 사람들 간의 지식 교환을 돕는 글로벌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로 자리를 잡고, 신세대 학생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고등교육 모델을 요구함에 따라 대학들은 고등교육에 대한 지배적인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학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그저 좋은 생각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대학의 심층 구조 및 운영 모델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2가지 거대하고 서로 뒤얽힌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구시대적인 산업화 시대의 교육 모델(어떻게 학문을 성취하는가)을 버리고 그 자리를 협업학습이라 불리는 신모델로 채워야 한다. 둘째, 고등교육에 사용되는 콘텐츠(주제, 강의 교재, 교과서, 구어, 글, 기타 각종 매개체)를 생성하는 방식을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 진척 속도도 느리고 사용자가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교과서 출판 모델을 채택할 것이 아니라, 대학과 교수, 기타 참가자들은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학습자료로 구성된 개방 플랫폼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 모델의 변화: 협업학습

 과거에는 학교를 졸업하면 어느 정도 어떤 삶을 살아갈지 정해졌다. 폐쇄적인 특정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하며 흐름을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졸업 후 가만히 있어도 뒤처지지 않는 시간은 15분에 불과하다. 대학에 들어가 첫 해에 기술과정을 이수했다면 어떨까? 4학년이 되면 첫 해에 배운 내용의 절반이 더 이상 쓸모없는 것으로 변해버린다.

 “학습에 대한 사회적 관점에서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적인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참여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고 표현한다.” 다시 말해서, 학생들이 강의실을 떠나서 배운 내용을 논의하고 내면화할 때 진정한 학습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리처드 J. 라이트는 연구를 통해 고등교육에서 학생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소규모 학습 그룹을 형성하거나 자신에게 맞는 학습 그룹에 참여하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학우들과 함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홀로 공부하는 학생들에 비해 좀 더 적극적으로 공부에 참여하고, 좀 더 철저하게 수업을 준비하며, 훨씬 많은 것을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업학습 활동에 참여하면 학생들이 학습에 더 큰 관심을 갖고 더 큰 책임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실리 브라운과 애들러와 같은 일부 전문가들은 웹(위키에서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가상세계까지)이 협업학습을 위한 강력하고 새로운 도구 및 환경을 제공한다고 주장해왔다.

 

 모의재판과 같은 협업활동은 교실에서도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가상세계에서 이런 활동을 한 덕에 놀라울 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중 하나는 학생들이 어색함을 떨쳐버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교실에서 모의재판을 했더라면 학생들이 가상세계에서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가상세계를 활용하면 집단 정체성이 약해집니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낸 아바타가 학생들을 대신하기 때문에 외모가 더 이상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게 됩니다. 일반적인 고등학생들은 외모에 정신을 팔기 일쑤지요. 하지만 가상세계를 활용하면 교사가 학생들이 좀 더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몰입 경험과 협업학습은 새로운 교육을 구성하는 2가지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바로 상호적인 컴퓨터 기반 교육용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교수가 강의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이고 학생들과 협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에 관한 수치스러운 사실 한 가지는 무언가를 가르치려 할 때마다 학생에게서 발견이 주는 기쁨과 이득을 빼앗게 된다는 것이다.”

 

 분점 :: 천구상에서 천구의 적도와 황도가 만나는 두 교점을 말한다. 이 두개의 교점 중 태양이 천구의 적도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지르는 점을 춘분점, 반대로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점을 추분점이라 한다. 춘분점은 적도좌표와 황도좌표의 기산점(起算點)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분점 [equinoxes, 分點] (두산백과) 

 

 교육자들이 교육방식을 대량생산에서 대량맞춤(mass customization)으로 수정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결과가 개선되고 있다. “요즘 학생들은 배우고 싶어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을 통해서만 무언가를 배우려 하고, 자신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학습하려고 한다.”

 

 350명의 코넬대 학생들을 평가해본 결과 ‘심도 깊은 질문(고차원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질문)’을 받고 학우들과 자주 토론을 벌인 학생들이 심도 깊은 질문을 받지 않았거나 토론의 기회를 얻지 못한 학생들에 비해 수학 시험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존의 방식대로 진행되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잘 만들어진 컴퓨터 기반 학습방법을 활용하는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기말고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짧은 시간에 교과 내용을 학습하고, 수업을 좀 더 좋아하며, 자신이 학습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다.” 수학에서 사회과학, 인문학에 이르는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는 다양한 범주의 학생들에게서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요즘 대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발견, 지식 구성, 학습을 위한 최강의 도구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구텐베르크의 발명이 그랬던 것처럼 이런 교육방식은 학습을 민주화한다. 과거의 질서를 위협하기보다 대학들은 이런 교육방법을 받아들여 발견 학습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 대학은 오늘날의 학생, 고용주, 사회 모두를 좀 더 만족시킬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고등교육기관 사이의 벽, 대학과 나머지 세상 간의 벽을 모두 허물어야 한다.

 

 대학의 개방: 협업지식

 ‘상아탑’이라는 표현에는 비난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상아탑이라는 표현은 지식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등장하는 실질적인 관심사와 무관한 것을 추구하는 환경, 혹은 분위기를 지칭하기 위해 19세기부터 사용되어왔다.

 21세기의 대학은 탑이 아니라 네트워크이자 생태계의 역할을 해야 한다.

 

 메타 대학(초월적이고, 접근 가능하며, 사용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며, 역동적이고, 모두가 힘을 모아 구축하며, 개방된 자료와 개방형 플랫폼으로 이루어진 프레임워크다. 이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고등교육을 구성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대학들이 진정한 성공을 위해 협력을 바탕으로 고등교육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Global Network for Higher Learning)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교육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총 3단계, 혹은 세 가지 수준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콘텐츠 교환이다. 이 단계에서 교사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수업자료를 온라인에 공개한다. 두 번째는 콘텐츠 공동 혁신이다. 이 단계에서 교사들은 위키를 비롯한 각종 도구를 활용해 새로운 강의 교재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다른 기관에서 일하는 전문가나 다른 학문을 공부하는 전문가들과 협업을 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 대학은 하나의 장소로 인식되어왔던 과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교수와 학생, 기관이 모여 공동으로 학습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하나의 접점으로 발전하게 된다.

 

 ο 1단계: 수업 콘텐츠의 교환

 이 단계에서 대학들은 교육자료를 온라인에 공개한다. 즉, 그동안 대학 소유의 자산으로 여겨졌으며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세계시장에서 대학 의 경쟁우위로 작용했던 교육자료를 공공의 영역에 배치하는 것이다. 

 1999년, MIT는 지식 발전과 학생 교육을 위한 최고의 인터넷 활용 방법이 무엇인지 교수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오픈코스웨어(OpenCourseWare)였다. MIT는 2002년부터 강의자료를 공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2007년에는 사실상 모든 교육과정(33개 학문 분야에서 제공되는 1800개 이상의 강좌)의 최초 공개 작업을 마무리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MIT에서 공개한 자료를 무료로 사용하고, 복사하고, 퍼뜨리고, 번역하고, 수정할 수 있다. MIT는 1개 과정을 온라인에 공개하기 위해 1만 달러에서 1만 5000달러를 지출했다. 인터넷 공개를 위해 MIT는 교수들이 제출하는 자료를 수집하고, 개방형 공유를 위해 라이선스 작업을 진행하고, 전 세계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서식을 맞추어야 했다. 동영상 콘텐츠가 있는 강의를 인터넷에 올리는 비용은 그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그 결과, MIT는 투입한 비용을 능가하는 교육 효과를 얻을 수 있었으며 상당한 수준의 교육 혁신을 이루어냈다.

 과거에는 교수들이 하나의 섬처럼 움직였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고 더욱 성실하게 일할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질 뿐이다. 학생들 간의 토론이나 문제해결을 위한 팀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프레임워크, 방법론, 그리고 콘텐츠가 필요하다. 

 

 ο 2단계: 수업 콘텐츠의 공동 혁신

 자료를 공유하는 것은 중요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오픈코스웨어를 사용자들이 원하는 자료를 검색, 선택할 수 있는 온라인 도서관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사용자들이 협업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콘텐츠를 개선하거나 추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 교과서나 디지털 책뿐 아니라 수업자료, 과제, 시험지, 동영상, 팟캐스트 등 모든 자료가 공개될 것이다. 교수와 학생들도 다양한 자산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더 나은 도구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플랫폼에는 진정한 협업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글로벌 고등교육 네트워크에는 소셜 네트워크(교수들을 위한 페이스북)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협업지식 창출의 다음 단계에서는 아이디어의 논의나 공유 수준을 넘어서 실질적인 콘텐츠 공동 창출이 이루어진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위키피디아의 편집자들이 온라인 백과사전 내용을 만들고, 업데이트하고, 확장하기 위해 협업하는 것처럼, 교수들도 새로운 수업 자료를 공동 혁신하고(오픈코스웨어를 비롯한 각종 저장소에 이미 보관되어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새롭게 종합한 자료를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다.

 

 위키버시티 :: 위키미디어 재단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협업 프로젝트

 

 소프트웨어 개발은 그것 자체로 콘텐츠 공동 혁신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산물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용할 콘텐츠를 공동 혁신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학생들과 공동으로 콘텐츠를 혁신하고자 할 때도 위키나 소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 학생들은 교수가 전달하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전달하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차원을 넘어서 약간의 감독을 받으며 지식 공동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ο 3단계: 협업학습의 연계

 요즘처럼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마치 봉건영주에게 충성을 맹세하듯 학생들이 특정한 기관에 반드시 ‘등록’할 필요가 있을까? 

 기업이나 정부가 글로벌 고등교육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ᄁᆞ?

 

 개혁할 것인가, 쇠퇴할 것인가

 1997년만 하더라도 앞으로 30년 내에 규모가 큰 대학들이 ‘구시대의 유물’이 될 거라고 예견한 사람은 피터 드러커뿐이었다.

 교육 모델이 도전을 받고 있는 것처럼 대학의 수익 모델도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연구에 집중하는 대형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오직 강의밖에 없고, 온라인에서 다른 교수들이 제공하는 강의를 얼마든지 무료로 들을 수 있다면 학생들이 학비를 낼 이유가 있을까? 특히, 제3의 검증기관을 통해 인증서, 수료증, 학위 등을 받을 수 있다면 학생들이 학비를 지불하려고 할까? 온라인에서 대학 수준의 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캠퍼스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졸업장의 가치와 대학의 명망은 학습기관으로서의 유효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교육기관들이 대체 학습 환경보다 열등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졸업장을 수여하는 역할이 약화될 것이다.

 대학 캠퍼스가 제공하는 학습 기능이 다른 모델에 비해 열등하다고 여겨지거나, 대학 캠퍼스에서 학습이 제한되거나 억압된다고 여겨지면, 대학의 경쟁력에서 캠퍼스 경험이 차지하는 역할 또한 줄어들 것이다. 거대한 여름 캠프의 역할만을 고집하며 살아남기에 대학은 너무도 비싼 곳이다. 반대로, 새로운 모델을 수용하는 대학 캠퍼스는 좀 더 효과적인 학습 환경 및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온라인 강좌처럼 단순한 방안들을 활용한다고 해서 대학 캠퍼스 교육의 가치가 저해되는 건 아니다. 동영상 강의를 활용하면 오히려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MIT는 오픈코스웨어 운영을 통해 오픈코스웨어가 제공하는 진정한 가치는 강좌 그 자체가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 및 학습 과정(캠퍼스에서 이루어지는 학습 경험, 졸업장, 콘텐츠)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직 강좌만을 활용하려 드는 대학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ο 협업학습을 핵심 교육 모델로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교수라면 전통적인 방식의 강의를 포기하고 학생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 일방적으로 떠들어대는 수업방식을 버리고 상호작용을 중요시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교수들은 그동안 자신들을 옭아맸던 틀에서 벗어나 학습을 돕는 큐레이터가 되어 학생들이 학우들과 협업하고 학교 외부의 다른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도록 격려할 수 있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교수가 전달하는 정보를 무작정 암기하기보다 스스로 발견해 나가고, 발견의 과정과 비판적인 사고를 배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수들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법에 맞추어 접근 방법을 수정해야 한다.

 

 ο 협업 모델을 구축하여 벽을 허물어라

 

 ο 교육 활동에도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

 왜 대학들은 입학하지 못한 학생 수나 지출 규모에 따라 평가되는 걸까? 얼마의 비용으로 학생들을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에 따라 대학을 판단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얼까? 

 

 ο 21세기형 고등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라

 “보조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개방적인 접근을 지원하는 겁니다. 인프라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일을 모두에게 나눠주는 거지요.” “기존의 기관 중 이런 그림에서 배제되는 곳이 많아요. 그중 하나가 도서관입니다. 학술지 전문 출판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기관들은 기존의 단체들이 항상 해오고 있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즉, 살아남으려고 하는 거지요.”

 

 대학 2.0을 향해

 “대학은 오히려 의료 부문과 가깝습니다. 폐쇄적이고, 시장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가 되거든요. 의사나 교수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는 통념도 걸림돌이 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 거의 항상 냉담한 반응이나 적대감이 등장한다. 기득권은 변화를 거부하며 맞서 싸운다. 구 패러다임을 이끌었던 지도자들은 결국 어쩔 수 없게 되었을 때에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

 대학을 변화시키는 막강한 세력은 바로 학생들이다.

 

 

 

9. 과학 2.0 : 네트워크 세상이 지식 창출에 불을 붙인다 

 천문학 전공 대학원생이었던 케빈 샤윈스키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다. 샤윈스키는 로봇 망원경이 촬영한 5만 장의 성운 사진을 살펴보고 각 성운의 정보를 기준으로 분류 작업을 해야 했다.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과학연구를 진행하는 시대이긴 했지만 제대로 분류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려면 사진 한 장 한 장을 직접 면밀하게 살펴야 했다.

 샤윈스키의 이야기를 들은 동료이자 옥스퍼드의 천문학자인 크리스 리놋은 리누스 토발즈가 리눅스를 개발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그대로 활용하여 전 세계에 문제를 공개하고 아마추어 천문학자 중 협력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늘날의 과학연구소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적인 가정(과학 전문지를 소비하는 수동적인 소비자의 역할이나 과학적인 발전이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는 수혜자의 역할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은 과학연구에 유의미한 참여를 할 수 없다는 가정) 중 일부에 정면 도전하는 결과가 초래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온라인 시민 과학 프로젝트 갤럭시 주(Galaxy Zoo)이다. 

 갤럭시 주의 전제는 단순하다. 사용자들에게 1장의 성운 사진을 보여준 후 다음과 같은 2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타원형 성운(먼지나 가스는 있지만 항성은 없는 성운)인가, 나선형 성운(지구가 속해 있는 은하계와 같이 나선형 팔이 있는 성운)인가? 나선형 성운이라면 나선형 팔이 어떤 방향으로 회전하는가? 참여를 원하는 사용자는 성운 형태학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10분짜리 안내과정을 거쳐야 한다. 샤윈스키는 “천문학을 무척 좋아하는 천문학자 수십 명 정도가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사이트의 문을 연 직후 24시간 동안 수천 명이 성운 사진을 분류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시간당 최대 7만 장의 사진이 분류되었다. 성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저장하는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서 말 그대로 케이블이 녹아내렸고 전체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갈 뻔했다. “이제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해오면 가장 먼저 성공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얘기해줍니다.”

 2년 반이 흐른 후, 27만 5000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서로 다른 100만 개의 사진을 약 7500만 개의 범주로 나누었다. 샤윈스키가 처음 생각했던 5만 장의 사진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샤윈스키가 혼자서 모든 일을 하려 했다면 똑같은 수의 사진을 분류하는 데 124년이 걸렸을 것이다.

 갤럭시 주 프로젝트는 실제 과학적인 발견으로 이어졌으며, 갤럭시 주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한 논문이 이미 여러 개 발표되었으며 10여 개가 넘는 관련 논문이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앨라배마 대학교의 천문학 교수로 성운의 겹침 현상을 연구 중인 빌 킬(Bill Keel)은 갤럭시 주 사용자들에게 성운이 서로 겹쳐지는 희귀한 현상을 발견하게 되거든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천문학자들에게 포착된 서로 겹쳐지는 성운의 수는 10개 남짓이었고 킬은 천문학자가 된 이후 줄곧 서로 겹치는 현상을 보이는 희귀한 성운을 연구해왔었다. 킬이 갤럭시 주 포럼에 메시지를 올린 지 불과 하루 만에 100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성운의 겹침 현상을 발견했다며 소식을 전해왔다. 지금까지 수천 개가 발견되었다.

 

 과학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흔히 논문 발표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자신들이 발견한 내용을 숨기려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갤럭시 주가 가능했던 것은 샤윈스키와 동료들이 이런 마음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희는 커뮤니티 회원들을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랑 같은 사람들이라 생각하는 거지요. 저희가 찾아낸 모든 것을 공개합니다. 저희가 발견한 내용을 온라인에서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저희들이 이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보다 기초 과학 내용을 더 많이 공개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갤럭시 주에서 저희들에게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이 모든 일을 해낸 겁니다. 당연히, 알 권리가 있습니다.”

 시민 과학이 약속하는 것은 누구든 여유가 있을 때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만큼 간단하고 어렵지 않은 문제를 제시하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재능과 노동력을 한데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희는 갤럭시 주를 지원 프로젝트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교육 프로젝트라고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저희는 항상 ‘저희 연구를 도와주세요. 오직 여러분만이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라는 태도로 접근했어요. 그런 생각이 사람들을 끌어 모은 거지요.”

 “갤럭시 주 회원들은 우리와 함께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도 과학자인 거지요. 갤럭시 주 회원들은 자신들이 기여한 과학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대담한 협업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계몽주의 시대가 지식 형성을 위한 새로운 조직 모델을 이끌어내었듯이 새로운 웹은 과학의 영역을 점차 개방적이고 협동적인 노력, 과학적 발견과 학습의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노력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협업과학의 성장  

 (@과학적 방법을 정의한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이작 뉴턴의 생각은 17세기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베이컨과 뉴턴은 진정한 과학은 증명 가능한 예측을 위한 일관성 있는 시스템 내부에서 물리적으로 관찰되는 내용과 통합될 수 있는 자명한 증거를 요구한다고 생각했다. 과학 이론이나 예측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과학이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과학연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모델은 이제 구식이 되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상업적인 인센티브가 연구 방향에 지나치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과학 자체의 발전을 가능케 하는 공유 문화를 갉아먹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다.

 

 ο 과학과 혁신이 세계화하면 재정지원 모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샌타페이 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1681명이 집필에 참여한 논문이 최다 저자 수를 기록했다.

 

 “하룻밤 새 전 세계로 퍼져나가지 않는 프로젝트는 진행할 수 없다”

 일반적인 연구지원 과정에서는, 정부기관에서 제안서를 받겠다고 공지하면 과학자들은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경쟁한다. 과학자들은 각자 은밀하게 연구를 진행한 다음 연구가 마무리되면 연구지원 기관에 결과를 보고한다. 연구지원 기관은 과학자들의 연구내용을 발표한다. 이 모든 과정은 폐쇄적이며 협업과는 거리가 멀다.

 

 “이제 5~8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연구 자금을 얻기 위해 연방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얼마든지 세계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협업할 의사가 있고 필요한 자원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아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말 그대로 단 몇 주만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선구적인 과학 전문가들은 앞으로 50년 동안 과학계에서 지난 400년간의 발전 정도를 모두 더한 것보다 더 큰 변화가 나타날 거라고 예측한다. 발견의 정의마저도 확장되고 있다. 1990년대 초, 생명과학 분야의 어느 박사학위 후보자는 하나의 유전자를 배열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이 되어 크레이그 벤터가 세계 최초로 인간 게놈지도를 완성하자, 더 이상 유전자 연구만으로는 박사학위를 딸 수가 없게 되었다. 박사학위를 따려면 게놈을 연구해야 되는 시대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이제는 특정한 종을 구성하는 개별 개체가 아니라 종 전체에 해당되는 게놈지도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흥미를 끌지 못한다. 

 “이제 혁신은 완전히 세계화되었다”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국에서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충분치 않습니다.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ο 과학의 투명성과 시민 참여의 상관관계

 기후연구소가 수집한 데이터 중 상당부분은 미국 에너지부와 계약을 체결하고 수집한 것이다. 데이터 수집 결과로 탄생한 것은 널리 알려진 ‘하키 스틱’과 같은 상징적인 그래프다. 하키 스틱은 12년 전 처음 발표된 그래프로 기후과학계에서 만들어낸 가장 유명하면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 중 하나다. 하키 스틱 그래프를 보면 오랫동안 안정적인 기온이 유지되다가 20세기 말에 접어든 이후 기온이 급격하게 높아진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기후연구소의 기온 데이터가 신뢰할 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몇몇 부지런한 블로거들은 기후연구소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으며 하키 스틱 그래프가 기후과학자들이 원하는 데이터를 선별한 결과물이라고 비난한다.

 

 영국의 <가디언>을 대표해 기후 게이트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이끈 환경기고가 프레드 피어스는 어떤 관점을 택하는지에 따라서 기후 게이트가 갖는 의미를 서로 정반대되는 두 가지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학자들은 이 사건을 사람들이 몰려들어 실험실을 급습한 사건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즉, 주류 과학자들의 연구를 방해하고, 힐문하고, 하찮게 만들고, 엉망으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보는 것이다. 기후학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 사건이 민주주의를 행동에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즉, 주류 과학자들의 결론 뒤에 숨어 있는 복잡한 데이터에 접근하여 나름의 방식대로 분석을 하기 위해 아마추어 과학자나 주류 과학계에 속하지 않는 외부인들이 칭찬할 만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 방법, 컴퓨터 코드에 관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을 비밀에 부치는 기후연구소의 습관은 분명 비생산적이다. 기온 데이터를 공개하여 독립적인 분석과 해석을 허용한다면 기후학자들도 지표 온도 기록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과거와는 달리 기후과학에 개방성을 도입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대중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들 간의 의사소통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과학계 외부 세상과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

 

 ο 과학계는 준비가 되었는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수십억, 수조에 달하는 센서를 지구 전체에 뿌려 놓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자동차, 자연환경, 인공환경, 인간의 몸 등 사실상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인체도 인터넷과 연결될 것이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아직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속도, 연비, 위치, 최종 목적지 등에 관한 놀라울 만큼 정확한 데이터를 공유하게 될 것이다.

 무어의 법칙에서 설명하듯이 센서의 크기가 줄어들고 작동 속도가 한층 빨라지는 선에서 변화가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함에 따라 절대적인 센서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직면한 진정한 과제는 데이터 수집이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무리를 지어 관찰한 내용을 자기들끼리만 공유하고 연구결과를 발표하곤 했다. 지금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모여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데이터를 코드화하고, 천문학계 전체에 데이터를 공개한다. 이런 변화로 인해, 천문학자들이 연구해야 할 성운의 수가 수십, 수백, 수천 개에서 수십만 개로, 다시 수백만 개로 늘어났다.

 소셜 네트워킹 도구가 유사한 문제를 고민하는 연구진을 서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위키는 협업학습과 토론, 협업을 위한 공동의 공간을 제공한다.

 

 “데이터 부족 현상을 겪던 이 세상이 데이터가 넘쳐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하급수적인 변화가 불가능한 것을 일상적인 것으로 바꾸어놓을 때마다 지연 현상이 발생합니다.”

 

 새로운 생명과학 분야의 개방

 완성된 게놈 순서를 확보하게 된 과학자들은 현재 DNA의 나선형 구조가 인간의 운영체계와 같다고 믿고 있다. 이 운영체계를 ‘프로그램’하는 방법을 배워야 알츠하이머병, 당뇨, 암 등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제거할 수 있다. “제약업계에 관한 가장 불만스러운 사실은 R&D 투자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게놈학, 자동화, 계산 등을 통해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생산되는 신약의 수(연간 약 20개)가 40년 전과 같은 동일하다는 겁니다.” 

 

 리눅스가 소프트웨어 생산 부문에서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키는지 지금껏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 왔다. 그렇다면 오픈소스 활동이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유사한 변화를 야기할지 질문을 던져볼 만한 가치가 있을까? 의약품 개발과정 자체가 개방되어 동일한 조건에서 자신이 수정한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발과정에 참여하고, 결과물을 수정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생명과학계의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지금껏 제약업계의 성장을 방해한 난치병을 공동으로 공략한다면 어떻게 될까? 값비싸고 시간 소모가 많은 임상실험 과정을 좀 더 많은 연구진에게 공개하면 결과물로 탄생한 의약품을 세계 최빈곤층에게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의약품 개발 비용을 낮출 수 있을까?

 

 ο 벌거벗은 연구

 말라리아는 매년 3억 5000만 명을 감염시키고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사람은 대부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에 거주하는 어린아이들이다. 하지만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대개 10~15년이 걸리며 평균 8억 달러가 소요된다.

 

 협업이 연구의 신진대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계가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하고 분석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조만간 자신이 기계와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분간하기 힘든 때가 찾아올 것이다. 기계들이 사람이 아니라 다른 기계와 상호작용을 하는 때가 되면 새로운 발견 내용을 확신시키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브래들리는 “몇 시간이 아니라 1초를 천 단위로 쪼갠 만큼의 짧은 시간에 정보가 퍼질 것”이라고 말한다.

 

 ο 인조인간과, 생명을 구성하는 새로운 요소 

 합성생물학 :: 식품에서 연료, 의약품에 이르는 새로운 생물학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원칙을 접목하는 학문

 

 생명의 복잡성이 상호 운영되는 부속품을 모아놓은 도서관과 같다고 생각해보자. 즉, 생명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에 모두 색인을 달아 대중에게 공개하고 여러 요소들이 루빅 큐브를 갖고 놀 때와 같은 방식으로 재조합되어 새로운 생명체로 탄생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것을 오픈소스 생명 도서관이라 부를 수 있다.

 이번에는 새로운 유기체와 생물 형태를 만드는 실험실 학생들로 가득한 올림픽 규모의 경기장을 떠올려 보자. 2004년부터 매년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학생들이 국제 유전자공학기계 경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MIT로 몰려들고 있다. MIT에 모인 학생들은 여름 내내 표준화된 부품을 이용해 생물학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내어 그 시스템을 살아 있는 세포 속에서 운영하는 과제를 수행한다. 경연대회가 끝나면 학생들이 만들어낸 유기 구조물은 MIT가 운영하는 시스템을 통해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된다. 이것이 바로 아마존에 견줄 수 있을 만한 개방형 과학의 현주소다. 단지 책이 생물학적인 기계로 바뀌었을 뿐이다. 

 급진적인 방식으로 생명체를 재설계하는 것이 악몽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고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열쇠라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한쪽의 주장에 휩쓸리기 전에 이 중 어떤 것이 가능한지 먼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결국, 과학자들은 30~40년 동안 생명체가 갖고 있는 유전적 구성을 조작해왔다. 위에서 묘사한 초현대적인 능력을 사용하려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지금껏 이루어진 많은 것들은 그저 약간의 변화에 불과합니다. 이제 우리는 변화의 물결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하위 모듈에서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컴퓨터 과학에 대한 추상적인 개념을 갖고 있듯이 생물공학에 대한 추상적인 개념을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개념을 갖고 있어야 상호 교환 가능한 구성요소들을 활용해 대규모 시스템, 그리고 한층 더 커다란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자동차 프레임을 설계하고 만들기 위해서 대장장이가 될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과학자들도 컴퓨터 화면상에서 새로운 생명 형태를 설계한 다음 지구 반대쪽에 위치한 실험실에 실제 조립을 맡길 수 있다.

 

 집단 발명 시대의 과학 출판

 연구내용을 담긴 논문은 생산이나 업데이트를 할 때 많은 비용이 드는 일방적이고 독립적인 문서다. 논문은 출판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 선반에 올라앉아 먼지를 뒤집어쓰며 보낸다. 기존의 방식에 내재되어 있는 무력감에 거부감을 느낀 선구적인 과학자들이 점차 장 클로드 브래들리와 유스풀켐 네트워크의 개방형 기록방식을 모방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과학연구 출판업계는 거대한 변화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 남짓한 기간에 전 세계의 모든 과학 데이터와 연구자료가 아무런 편견이나 부담 없이 모든 연구가에게 무료로 제공될 거라고 예상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결국, 개방적인 접근이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되는 시기가 언제일지에 관한 문제이지 과연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인지가 문제인 건 아니다.

 

 웹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가 출판 추세가 두드러지자 출판업체들은 출판 진행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 발표를 위한 기존의 접근방법은 지나치게 엄격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과학계와 보조를 맞추기에는 지나치게 느리다. 속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접근성과 나날이 증가하는 구독료(귀중한 연구의 접근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소)다. 기존의 인쇄출판 방식보다 훨씬 저렴한 전자출판 방식을 활용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출판된 연구논문 중 대다수가 여전히 유료회원들에게만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추가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연구 논문의 디지털 파일을 제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업자들은 냅스터와 유사한 현상이 발생할 것을 염려해 주저한다. (@이런 문제들이 물리적인 유통방식과 훨씬 제한적인 발행부수를 고집했던 시대의 유물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의 출판방식은 21세기의 기준으로 봤을 때 발견 속도가 너무도 더딘 17세기 유럽에서 등장한 것이다.)

 

 ο 오픈 엑세스가 타당한 이유 

 대부분의 학술지에서는 편집진이 어떤 콘텐츠가 독자들의 흥미를 끌지 결정을 내린다. 다시 말해서, 몇 안 되는 소수의 사람들이 첫 단계에서 모든 것을 걸러내는 것이다. 편집자들은 대개 학술지에 실릴 만한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넉넉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구독료가 대단한 장애물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플로스(PLoS: Public Library of Science, 공공 과학도서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플로스는 독자들에게 요금을 청구하는 대신 논문 저자들에게 논문 출판 비용으로 1300달러를 요구한다. 이 비용은 대개 연구보조금에 포함되어 있으며 널리 인정받는 출판물을 통해 자신의 연구결과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치고는 매우 적은 금액이다. 전통적인 학술지와 달리 빈필드는 과학적으로 건전한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출판한다. 독자들을 속단하거나 연구의 궁극적인 활용 방안을 미리 고려할 필요는 없다. 어떤 연구에 관심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을지 결정을 내리는 건 독자들의 몫이다. 그뿐 아니라, 독자들은 플로스 사이트의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활용하여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연구를 홍보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술지는 콘텐츠를 빈틈없이 보호한다. 하지만 플로스 원의 콘텐츠는 누구든지 무료로 재사용할 수 있다. 빈필드는 기업가들이 플로스 원의 콘텐츠를 돈을 받고 팔아 이윤을 남길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플로스를 기반으로 지금까지와는 던혀 다른 서비스를 구축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아이폰이 제3자가 개발한 10만 개가 넘는 앱의 플랫폼이 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플로스 원과 같은 학술지가 혁신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출판업계가 외면한 청중 99%가 구독하는 방식에서는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키 모델을 활용하면 위키 방식이 아니었더라면 논문을 소개조차 하지 못했을 청중의 99.9%에게서 유용한 통찰력을 이끌어낼 기회를 얻게 됩니다.”

 

 ο 오픈 액세스에서 특이성까지 

 과학과 상업은 다른 사람이 일구어낸 성과를 관찰하고, 관찰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직접 실험을 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데이터와 원자료에 효과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면 과학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면, 전 세계의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과학 발전에 박차를 가하여 지식에 목마른 학생에서 혁신을 갈구하는 기업가에 이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통찰력을 활용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통찰력을 증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RSS :: 'RDF site summary(RDF 사이트 요약)', 'rich site summary(풍부한 사이트 요약)' 또는 'really simple syndication(초간편 배급)' 등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웹사이트 간에 자료를 교환하거나 배급하기 위한 XML(확장성 생성 언어) 기반의 포맷을 말한다. 뉴스·날씨·쇼핑·블로그 등 업데이트가 빈번히 이루어지는 웹사이트에서 업데이트된 정보를 사용자들에게 자동적으로 간편하게 제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된다.

 

RSS는 넷스케이프(Netscape)의 넷센터(NetCenter)에서 신문기사를 손쉽게 제공하기 위하여 시작한 것으로, 1995년 MCF(meta content framework)에서 출발하여 RDF(resource description framework)와 CDF(channel definition format)을 거쳐 RSS(RDF site summary) 방식으로 정착하였다. 설치형과 웹기반형이 있는데, 간단한 계정 등록으로 어디에서든 이용할 수 있는 웹기반형이 더 많이 이용된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주소를 RSS 리더(RSS reader) 또는 RSS 어그리게이터(RSS aggregator)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PC나 휴대폰 등을 통하여 자동으로 전송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RSS 리더에 제목과 내용 요약, 날짜 등 배포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가 이메일의 목록처럼 나열되고,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클릭하여 해당 페이지로 접속하는 방식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종전에는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해당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직접 접속하여야 하였으나 RSS의 등장으로 업데이트된 최신 정보를 편리하게 취합해서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신규 정보나 추천 정보를 사용자에게 손쉽게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용자가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를 거치지 않고 해당 콘텐츠에 직접 접근하여 콘텐츠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듦으로써 광고 수익이 감소한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RSS [rich site summary/really simple syndication/RDF site summary] (두산백과)

 

 오픈 액세스 도서관을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과적으로 인류의 지식보고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주머니가 넉넉한 구독자들만이 새로운 과학연구결과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과 연구에 새로운 과학 연구결과를 폭 넓게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영원히 먼지 가득한 기록보관소에 파묻혀 있었을 과거의 자료들이 디지털 포맷으로 다시 태어나 새 생명을 얻고 새로운 독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우리는 위대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진정한 약속을 이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0. 협업의료 : 의사와 환자와 제약회사, 모두를 위한 프레임 

 루게릭 병 :: 근(筋)위축성측색경화증으로, 척수신경이나 간뇌(間腦)의 운동세포가 서서히 지속적으로 파괴되면서 이 세포의 지배를 받는 근육이 위축되어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루게릭병은 이 병을 진단받고 2년 후 사망한 미국의 야구선수의 이름을 따 명명된 것으로, 영국의 세계적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이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병 초기에는 다리, 손 등 신체 일부의 근육이 위축되고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나중에는 걷거나 움직이지도 못하고 음식조차 삼킬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게 된다. 40∼60대에서 주로 나타나고, 여자보다 남자의 발병률이 2배 높으며, 운동세포나 근육은 파괴되지만 의식은 또렷하기 때문에 고통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10만 명당 2명꼴로 발병하고 있다.
환자 중 10%는 유전성을 보이지만 대부분은 후천적으로 발병된다. 어떤 원인에 의해 시작되며 어떤 과정에 의해 점차 악화되는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치료법이 없다. 파킨슨병, 파킨슨증후군과 유사하게 근육에 이상이 생겨 동작이 둔해지고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나 구별이 어렵다. 루게릭병은 MRI(자기공명영상)로 판별하기 어려워 신경근전도 검사(바늘로 근육을 찔러 근육 활성도를 확인하는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진단을 받고나서 주로 3~4년 이내에 호흡근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루게릭병 [Lou Gehrig’s disease]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루게릭 병에 걸린 헤이우드의 형제들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들에게 필요한 건 증상과 치료법에 관한 데이터라고 생각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했다. 지금 내 상태를 봤을 때 내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무엇인가? 그 결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은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을만한 희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웹 기반 커뮤니티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 ‘나와 같은 질병을 앓는 환우’라는 의미)를 선보였다.

 

 “사람들은 이 사이트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페이션츠라이크미는 개방형 의료를 지원하는 프레임워크지요. 거대한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대부분의 의료 사이트는 환자들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지만 헤이우드 형제는 연구의 진척 속도를 높이고 망가진 의료 시스템을 고쳐나가기 위해서는 의료 경험과 치료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환자들이 실제로 경험한 데이터를 공유하면 범지구적인 차원에서의 협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의료 시스템의 개방성이 높아지고 개방성 증대는 환자와 의사, 제약회사 모두의 결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좀 더 신속하게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된다. 환자들은 자신과 같은 다른 환자들에게 어떤 방법이 도움이 되었는지 파악하고, 의사와 상담을 할 때 치료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 

 

 낡은 모델: 수동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는 수혜자에 불과한 환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환자들이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건강 분야의 프로슈머로 거듭나고 있다. 의료계는 수백 년 동안 “의사들은 의학교육을 받고 실제 경험을 쌓아온 만큼 똑똑한 사람들이며 환자들은 의학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의료 부분에서는 바보나 다름없다”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운영되어 왔다. 옛 모델에서 의사는 진료실이나 병원에서 아픈 사람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며 한 번에 한 명의 환자를 만나 치료를 하고 환자에게 대처방안을 일러준다. 의사가 제시한 방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환자는 또 다른 의사를 찾아가 또 다른 의견을 구한다(물론, 진료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있을 때 얘기다) 하지만 이후에 찾아가는 의사들도 동일한 의료 모델을 활용한다. 환자들은 수동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는 수혜자일 뿐 치료 계획을 결정할 때 거의, 혹은 전혀 기여를 하지 못한다. 환자들은 서로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지식을 공유하거나 질병에 관한 얘기를 나눌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한다. 의료 시스템 내로 들어가야만 의료가 시작된다. 오랫동안 의료계에서는 이런 모델만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많은 비용이 들기만 할 뿐 효과가 없다. 2007년, 미국인들은 의료 서비스를 위해 일인당 7290달러를 지출했다. 캐나다인들보다 무려 87%나 많은 금액이다.

 

 2007년 미국에서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 중 무려 62%가 의료문제로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파산을 신청한 사람들 중 78%가 질병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 의료보험을 갖고 있었으며 60.3%가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제도-옮긴이)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옮긴이)가 아니라 민영보험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민영보험을 갖고 있었으나 의료비 부담으로 파산한 가구들이 의료비로 지불해야 한 금액은 평균 1만 7749달러였다. 보험 자체가 없는 가구가 지불한 평균 의료비는 2만 6971달러였다. 병세가 악화되면 사망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되므로 의료비의 상당부분(약 77%)이 환자가 사망하기 직전 한 해 동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세계에서 의료 부문에 가장 많은 지출을 하는 나라임에도 미국보다 평균 기대수명이 긴 나라가 35개국이며, 미국보다 유아 사망률이 낮은 나라도 179개국이나 된다. 미국의 의료 성과는 전 세계 191개국 중 37위에 불과하다. 믿기 어렵겠지만, 심장병과 암의 뒤를 이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의료 시스템 그 자체다. 각종 연구자료에 의하면, 연간 22만 5000명의 미국인이 의료 치료로 인해 사망한다. 불필요한 수술로 사망하는 환자가 1만 2000명, 병원의 약물투여 실수로 사망하는 환자가 7000명, 기타 병원 측 실수로 사망하는 환자가 2만 명, 병원 내 감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가 8만 명,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의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가 10만 6000명에 이른다.

 이 숫자는 지금의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의 수만 나타낸 것이다. 의료 시스템의 도움은커녕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오히려 질병이나 장애가 악화되는 경우를 모두 더하면 그 수가 수십만 명 이상 늘어난다. 잘못된 진단을 받은 환자, 진단은 제대로 받았으나 적절하지 않은 치료를 받은 환자 등이 모두 포함된다.

 

 외로움과 고립도 건강을 악화시키는 위험 요인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로 구성된 지원 그룹에 참여할 것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나 도시 거주민 중 동일한 질병을 앓는 환자들을 찾아내어 지원 그룹을 꾸리기에는 환자의 수가 너무 적다. 물론, 온라인 의료 커뮤니티가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모임이나 지원 그룹의 활동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면 증상이 유사한 사람들과 연결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기존의 의료 시스템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성인 중 약 3분의 2(63.1%)가 과체중, 혹은 비만 상태에 놓여 있다.

 (@2009년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성인의 약 3분의 2(63.1%)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비만 상태인 미국인 중 일주일에 하루 이상 운동을 한다고 답한 사람은 59%였으며, 과체중인 사람 중 같은 응답을 한 사람은 70%, 적정 체중인 사람 중 같은 응답을 한 사람은 74%였다. 비만인 사람들은 다른 체중 범주(과체중, 정상 체중, 저체중)에 속하는 사람들에 비해 지난 일주일 동안 과일과 채소를 5회 이상 섭취한 날이 3일 이상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적었다. 비만인 사람들은 “그 전날 하루 종일” 건강한 식사를 했다고 답하는 경우가 적었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가 고립된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기존의 모델에서는 지식을 쌓아나갈 수가 없다. 데이터를 정리해두어야 한다. 새로운 의사를 가르치거나 전문가들이 새로운 의료 접근방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런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환자들이 서로 협력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다른 환자들에게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과학과 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며 거의 무한대에 가까울만큼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협업의료의 등장

 요즘은 곳곳에서 ‘환자 중심’의 의료라는 선전 구호가 들려온다. 하지만 협업의료는 환자 중심 의료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협업의료에서는 의료 서비스가 환자 중심으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환자들이 좀 더 명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좀 더 비용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의료 서비스나 건강상태를 함께 만들어간다. 

 

 우리는 전 세계의 의료 시스템에 참여하는 모든 주요 참가자들이 4개의 핵심 요소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환자를 비롯해 의료 시스템과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정보 공유, 치료 서비스 제공, 페이션츠라이크미와 같은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플랫폼으로 웹을 활용해야 한다. 웹을 플랫폼으로 활용하게 되면 환자들이 건강관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좀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환자들은 환자들의 모임을 직접 조직하고 의료적인 측면에서 자신과 관심사나 목표가 같은 다른 환자들을 찾아낼 수 있다.둘째, 모든 사람들에게 태어나자마자 웹사이트(개인 건강 페이지)를 할당해주어야 한다. 데이터를 소유하고 통제할 권한은 환자 개개인에게 주어지지만, 필요한 경우 의료 전문가들도 적정 수준의 개인보호 정책이나 보안 시스템을 거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개인 건강 페이지는 환자 개개인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창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개인 건강 페이지는 환자 개개인이 좀 더 범위가 넓은 건강 소셜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셋째, 모든 이해관계자들 간의 포괄적인 디지털 협업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생겨날 것이다.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의료 부문의 새로운 통찰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디지털 협업으로 인해 생겨난 데이터는 과학, 건강, 의학 부문의 지식기반 일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협업의료가 이루어지면 과거의 의술에 의존하거나 의사 한 명의 직관을 따르기(새로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실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보다 최고의 과학 지식을 환자 개개인의 건강관리 과정에 접목하게 된다. 의료 전문가들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이루어진 정보 기반을 발판으로 삼아 협업, 학습, 교육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사와 기타 의료진은 좀더 적극적으로 온라인 활동에 참여하고 전문가와 환자들 간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협업의료가 도입된다고 해서 의료 전문가의 역할이 약화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똑똑한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과 환자용 자가 감시 도구로 인해 의료 전문가의 역할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ο 1. 협업과 커뮤니티

 페이션츠라이크미라는 커뮤니티의 가치는 비단 환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에서뿐 아니라 공유 정보에서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환자들은 누구나 복용 중인 약, 증세 등 자신의 질병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하며 자신의 상태를 꾸준히 공개해야 한다. 

 연구결과, 환자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프로그램 참여도가 높아지며 치료 효과가 개선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이키는 자사 운동화와 아이팟을 연결하는 나이키 플러스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신발을 착용하고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매일 운동 내용을 기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와 동시에, 나이키는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고객들이 조깅 데이터를 나이키 커뮤니티에 등록하여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벌이도록 한다. 신규 가입자가 5회 이상 조깅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더욱 열심히 조깅을 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장점이 있다. 연결건강센터(Center for Comecfed Health)는 5개의 온라인 건선 지원 그룹에서 활동하는 26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참가자 중 절반가량이 지원 그룹에 참여한 삶의 질이 높아지고(49.5%) 건선 상태가 개선(41%)되었다고 답했다. 연구결과, 환자들이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주요 이유는 자원 활용 가능성(95%), 편리성(94%), 개인적인 문제를 좀더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91%)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ο 2. 모든 사람에게 개인 건강 페이지를

 비즈니스와 의료계의 사회적 상호작용 모두를 변화시키는 신기술 사례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뿐 아니라, 의료기관들이 웹 2.0 혁신이 가져다주는 이득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사례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태어나는 순간 개인 건강 페이지에 해당하는 URL을 부여받는다면 어떨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와는 달리 자신의 건강기록에 쉽게 접근하고 자신의 치료 정보와 관련된 모든 것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수많은 지역에서 의사들은 건강기록이 환자가 아닌 의사의 소유라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현실을 둘러싼 한 가지 음울한 진실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의료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 환자의 1%에도 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은행, 증권회사, 정보관리업체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개인 금융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현상이다.

 개개인에게 개인 건강 페이지가 부여되면 치료기관, 병원, 진단 실험실 등 그동안 자신이 의료 서비스를 받았던 여러 기관에서 제공한 건강 관련 정보를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의료 정보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건 당연하다. 의료 전문가, 약사, 보험업자 등 다른 사람들이 해당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이나 시기는 자신이 직접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사적인 데이터를 모두 제거한 후에 연구가들에게 의료 정보 열람을 허용할 수도 있다.

 개인 건강 페이지는 데이터를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숫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개인 건강 페이지를 활용하여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건강 의학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여러 의학 정보 서비스에 가입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개인 건강 페이지는 사용자가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도록 장려한다. 

 개인 건강 페이지는 예방과 치료의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 환자들에게 모든 의료 단계에 전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환자와 의사간의 협업도 변화시킬 것이다.

 

 “사람들이 일찍 사망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40%가 행동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즉, 우리가 하루 동안 내리는 100여 개의 결정과 관련이 있는 거지요.” “다른 산업에서 거대한 개인화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약 부문에서도 바로 그게 필요합니다.”

 사회 건강 네트워크에서 개인 건강 페이지를 자신의 홈페이지로 활용하는 것도 개인화의 한 방법이다. 즉, 개인 건강 페이지를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페이스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개인 건강 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같은 커뮤니티에 속해 있으며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회원, 혹은 새로운 의학적 발견에 관한 최신 정보를 갖고 있는 의료 전문가 등이 전해주는 소식을 가장 먼저 듣게 된다고 상상해보자. 환자들이 개인 건강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환자들에게 잃어버린 정보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찾아내고 업데이트할 기회를 줄 수 있다. 개인 건강 페이지는 여러 의료 서비스 공급기관에서 제공하는 환자의 의료 정보를 통합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개인 건강 페이지를 활용하면 환자의 의료기록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의료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된다. 

 

 ο 3. 엄청난 양의 의학 데이터를 생산하는 협업

 어떤 과학자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의 건강에 관한 자세한 데이터를 다량 확보하기 전까지는 결코 진정한 의학을 갖지 못할 거라고 주장한다.

 수억 명에 관해 이처럼 자세한 수준의 의료 데이터를 확보하면 과학적인 방법을 활용 가능한 의료 부문에 확신을 갖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면 좀더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근거중심 치료방법을 활용하게 된다. 즉, 규모가 큰 그룹과 관련된 데이터가 아니라 개별 환자와 관련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실제로는, 각 의사가 선호하는 치료방식에 따라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방법이 대규모 그룹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보다 더 나쁠 가능성이 크다).

 

 환자의 허락을 받고 온라인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근거중심 의학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페이션츠라이크미가 효과적인 이유는 페이션츠라이크미가 개별 회원들과 과학연구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회원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 때문이다.

 

 구글의 사용자 기반 지능이 의사들보다 먼저 독감을 예측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감 관련 주제를 검색하는 사람의 수와 실제로 독감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 수 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독감’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모든 사람이 실제로 독감을 앓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독감과 관련된 모든 검색 내용이 더해지면 하나의 패턴이 생겨납니다. 우리는 검색 횟수와 기존의 독감 감시 시스템을 비교하여 독감 계절이 되면 독감 관련 검색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독감에 관한 검색 문의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를 보면 세계 각국, 각지에서 독감이 얼마나 유행하고 있는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구글의 검색 횟수가 의미하는 바는 독감 검색 수준이 의사들보다 앞서 독감 확산을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검색이라는 행동을 통해 통합 가능하며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활동을 실질적인 대규모 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들은 체중, 혈당, 혈압, 수면 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 포인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소형 기기를 몸에 착용하거나 사용한다. 환자의 동의가 있으면 이런 방식으로 수집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사나 간병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처럼 연속적으로 수집한 정보는 1~2년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측정한 각종 기록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연구결과의 주요 지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으면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가 한결 쉽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매일 체중을 재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씩 체중을 재는 사람에 비해 체중의 감량이나 유지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웨이트 워처스를 통해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사람 중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체중을 재기 위해 아이폰 앱과 같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체중 감량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50%가량 높다.

 

 의사들은 업무 시간 중 평균 13.5%를 행정 업무에 할애하며, 이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155억 달러에 이른다. 기타 간접비(의료진과 사무원의 인건비, 임대료, 사무실 유지비용, 회계비용, 법률비용)가 의사가 벌어들이는 총수입의 28.4%(약 571억 달러)에 달했다. 

 현재, 미국 의사 중 전자 기록보관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의사는 25%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집중적이고, 즉각적이며, 빈번한 정보 교환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업계는 자동화와 가장 거리가 먼 업계 중 하나다. 사실, 의료업계에 속하지 않는 기업들은 의료업체에 비해 평균 7배가량 많은 투자를 IT분야에 하고 있으며 은행업 등 자금이 풍부한 일부 업계는 20배 이상 많은 금액을 IT에 투자하고 있다.

 

 ο 4. 전문 의료인들의 참여

 협업의료는 의료 시스템의 생산성을 높인다. 협업의료 시스템을 통해 의사들이 확실한 의료 정보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좀 더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고 좀 더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를 처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면 의사는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하기보다 환자 개개인에 관한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규모가 무려 2.4조 달러에 이르는 산업이 손으로 직접 작성한 메모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금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3000년이나 된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제이 파킨슨은 온라인 소셜 네트워킹 도구를 활용하면 환자들에게 좀 더 개인화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파킨슨은 헬로 헬스(Hello Health)라는 이름의 가상 진료실을 열었다. 환자들은 파킨슨 박사의 구글 캘린더를 보고 진료 약속을 잡는다. 파킨슨은 진료 약속 시간을 아이폰 알람으로 설정해두고 보험이 아닌 페이팔(Pay Pal, 인터넷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을 통해 진료비를 받는다. 파킨슨은 필요한 경우 왕진도 간다. 헬로 헬스를 운영하기 시작한지 3개월 만에 300명의 환자가 등록을 했다. 환자들은 헬로 헬스 사이트에서 파킨슨의 가상 진료 동영상을 보고 검사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가상 진료가 끝나면 환자들은 헬로 헬스의 소셜 네트워크에 진료 경험을 평가하고, 의견을 작성하여,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환자가 처방전을 필요로 할 경우, 헬로 헬스가 환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인근에 있는 약국 중 어떤 곳에서 가장 저렴한 약을 판매하는지 알려준다. 헬로 헬스와 같은 사이트는 정보를 좀 더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사람들이 의사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환자들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헬로 헬스가 의사와 환자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면, 서모(Sermo)는 의사들이 동료들과 정보와 임상 경험을 교환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젊은 의사도 노련한 의사와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있으며 의사 경력이 아니라 커뮤니티 기여도와 의견을 바탕으로 능력을 평가받게 된다. 따라서 연령이나 명성을 중요시하는 기존의 의료계 모델이 갖고 있는 장벽이 조금씩 무너지게 되었다.

 

 시민들은 협업의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나

 “의료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환자들에게는 항상 상대적으로 적은 정보와 힘이 주어집니다. 그러면서 취약성은 더욱 높지요.”

 이와 같은 정보와 힘의 불균형이야말로 기존의 접근방식이 이미 실패했다는 증거이며, 이것이 전 세계의 의료 시스템이 더딘 속도로 변화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의미 있는 선택을 하려면 의미 있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의미 있는 방안을 설계, 구축, 관리해야 한다.”

 협업 커뮤니티와 개인 건강기록은 환자와 전문가가 이런 유형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증세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에게 즉각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살아간다. 그런 이유로 환자들이 “의료 시스템을 이리저리 오간다.” 이런 의료 시스템 탓에 환자 치료 비용이 증가한다. 

 

 고령 환자들은 여러 가지 약을 동시에 먹는 경우가 많으며 몇 번 처방전을 받아서 약을 먹다가 자발적으로 복용을 멈추는 경향이 있다. 비용을 걱정하거나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 탓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그 결과, 고령 환자들은 병세가 악화되어 다시 병원을 찾거나 병원에 실려온다. “이런 환자들이 계속해서 처방대로 약을 먹도록 만들 수 있다면 의료 시스템 차원에서 절감할 수 있는 돈이 연간 2900억 달러에 이를 것”

 미국인들의 40%는 개인 건강기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온라인을 이용해 정보를 관리하는 사람은 2%에 불과했다. 의료 데이터베이스가 주는 이점이 사생활이 노출될 위험보다 크다고 답한 사람이 48%이고 그 반대로 답한 사람이 47%다. 미국인들의 25%는 온라인 사생활 노출문제 때문에 온라인 건강기록을 이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사에 참여한 미국인 중 71%가 온라인 건강기록이 있으면 의사의 지시를 좀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응답했으며, 65%가 온라인 건강기록이 있으면 의료 실수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35%는 현재 온라인 공공 건강기록 도구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으며, 60%는 미래에 이런 도구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온라인 건강기록 도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34세의 청년층 중 70%는 온라인으로 건강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 중 같은 답을 한 사람은 35%에 불과했다.

 

 수익자 집단이 협업의료를 죽일까

 결국, 환자 기록 때문에 환자들이 대형 의료기업의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문제들은 ‘이것을 하지 않을 이유’의 범주와 반대되는 ‘실행문제’의 범주에 들어간다. 신기술을 둘러싼 문제들은 법안과 지능 공학, 상식 등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협업의료에는 위키노믹스의 모든 원칙이 반영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협업의료는 정치적인 입장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제5부 미디어의 전면적인 변화 

11. 신문의 종말과 새로운 뉴스의 등장 : 미디어의 민주화가 자리 잡다 

 <허핑턴포트스>는 매달 2000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구독하는 온라인 신문으로 구독자 수가 매년 50%씩 늘어나고 있다.

 <허프포>(<허핑턴포스트>를 줄여 부르는 말)는 기존의 언론과 같은 방식을 따르거나 약간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허프포>는 새로운 부류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콘텐츠 생산 모델이다. <허프포>에서 급여를 받고 일하는 직원은 150명에 불과하다. <허프포>는 상상 가능한 모든 주제에 관한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3000명이 넘는 기고자들에게서 도움을 받는다. 그 외에도 <허프포>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1만 2000명의 ‘시민 언론인’이 있다. <허프포>의 독자들은 한 달에 200만 개가 넘는 콘텐츠를 생산하여 에 게재한다. <허프포>.의 공동 설립자 조나 페레티는 뉴스 모델이 더 이상 뉴스를 구독자에게 전달하는 수동적인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되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동 참여’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모든 것에 관한 기사를 제공하며 모든 관심사를 충족하는 인터넷 신문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확고한 편집 관점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허핑턴은 <허핑턴포스트>라는 사이트를 만든 이유를 들려주었다. “많은 뉴스들이 온라인에서 제공됩니다. 하지만 온라인에 공개되지 않고 전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의견 가운데도 흥미로운 의견이 무척 많습니다. 그뿐 아니라, 제가 존경하는 분들 가운데도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게 제가 이 사이트를 만든 진짜 이유입니다.” 허핑턴은 자신의 블로그에 처음으로 초대한 사람이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유명한 민주당원인 아서 슐레진저 2세였다며 초대를 받은 슐레진저가 처음 보인 반응은 “블로그가 무엇이지요?”라는 되물음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슐레진저가 자신은 거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고백하자 허핑턴은 팩스를 이용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저는 슐레진저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싶었습니다. 글을 전달하는 방식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팩스로든, 비둘기에 메시지를 달아 보내든 무엇이든 상관없지요.”

 

 현재, <허프포>의 신뢰를 얻어 편집자 검열 없이 바로 글을 올릴 수 올릴 수 있는 블로거의 수가 3000명이 넘는다. 그뿐 아니라, <허프포>는 매달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제출한 블로그를 검토한다. <허프포>는 2008년 대통령 선거 기간에 ‘오프더버스(Off the Bus)’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허핑턴은 “대부분의 언론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후보자의 공식 선거캠프에서 보내오는 소식을 받기만 한다”라고 얘기한다. “오프더버스 프로젝트를 통해 1만 2000명이 넘는 시민 언론인들이 선거운동의 실질적인 눈과 귀가 되어주었습니다.” 2008년 대선 기간에 <허핑턴포스트>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독립 정치뉴스 사이트로 자리매김했다. 그뿐 아니라, 2008년 <허프포>의 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로 증가했으며 2009년에는 또다시 두 배 늘어났다.

 <허프포>는 TV와 라디오 뉴스를 관찰하면서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 순간이나 잔학 행위를 포착해내는 미디어 감시요원도 두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신문을 살릴 수 있을까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저널리즘을 살리는 것이지요.” <허프포>가 고용하고 있는 기자 수는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그뿐 아니라, 2009년 3월 <허프포>는 추적보도를 장려하기 위해 175만 달러의 기금을 내놓았다.

 

 “노트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언론인이라고 생각한다.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사진작가라고 생각한다.” 토머스는 이런 추세를 무섭다’라고 표현한다. “다른 사람의 삶과 명성을 되는 대로 망가뜨리면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편집자도 없다. 기준도 없다. 윤리도 없다.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훌륭한 언론인은 어머니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도 그 말이 진실인지 확인을 한다. 지금 수많은 가치 있는 신문들이 도산하고 있다. 이건 위기 상황이다.”

 <허프포>는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건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아무런 보수도 받지 못하는 모든 언론인들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까?

 디지털 혁명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분야가 바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부문이다. 신문의 몰락은 정해진 일이다. 디지털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신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과거에나 유효했던 미디어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심호흡을 하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접근법을 만들어낼 실험에 돌입해야 한다. 저널리즘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지면 뉴스를 얻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일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회 모델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확성, 균형, 언론 보도 기준 등과 관련된 기존의 여과장치가 사라지면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세상에서 어떻게 질을 보장할 수 있을까? 추적보도에 주력하던 언론인이 일자리를 잃으면 홍보 담당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까? 진실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미디어가 분산됨으로써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다양해질까?

 

 새로운 패러다임의 법칙이 이미 돌아가기 시작했다. 낡은 패러다임을 지휘하던 지도자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루퍼트 머독이 <허핑턴포스트>를 만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AT&T가 트위터를 선보이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옐로 페이지가 페이스북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낼 만한 자원이 있었다. NBC가 유튜브를 발명하지 못한 까닭이 무엇일까? 소니는 애플이 아이튠즈를 고안해내지 못하도록 미리 선수를 쳤어야 했다. 미디어가 민주화되면서, 그리고 낡은 패러다임의 기득권자들이 변화에 맞서면서 역사적인 고난의 시대가 진행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참신한 혁신, 숨이 막힐 만큼 새로운 혁신(우리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실험과 불가항력적인 힘)의 기운이 곳곳에서 자라나고 있다.

 

 참여자 중심의 뉴스와 문화의 등장

 전통 미디어가 위협받는 까닭은 비용 때문만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생산되고 확산되는 정보는 기존의 책이나 잡지, 신문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새로운 웹의 등장으로 인터넷은 한가한 서핑이나 수동적으로 읽고, 듣고, 보는 행위 이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제 인터넷은 동등계층 생산(peering)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공유와 교제, 협업을 의미하며, 특히 느슨하게 연결된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창조를 의미한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만큼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곳이 없다. 사실, 인류가 지금처럼 막강하게 보도, 분석, 구성, 창조, 행동, 수행, 생산, 공유의 역량을 지녔던 적도 없다. 1초에 700개가 넘는 트윗이 생산되며 트위터 엔트리 수는 130억 개가 넘는다. 페이스북에는 매달 25억 장의 사진이 올라오고, 유튜브에서는 매일 10억 회 이상의 동영상 조회가 이루어진다. 이는 곧, 사람들이 시청하는 ‘TV 쇼’나 ‘영화’ 중 상당수가 5분보다 짧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다. 

 ‘전문 블로거’들은 비즈니스를 위해서 풀타임으로 글을 쓰거나 블로그 자체를 비즈니스로 생각한다. 전문 블로거의 4분의 3은 학사 학위를 갖고 있으며 40%는 석사 학위를 갖고 있다. 블로그 활동이 주 수입원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무려 17%에 달했다. 대부분의 블로그나 시민 미디어가 기존의 상업 미디어와 맞붙을 수 있을 만큼 질이 우수한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원하는 뉴스와 오락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기존의 방식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라는 말은 이제 시대에 뒤처진 말이 되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라는 표현은 이 세계가 콘텐츠를 소유, 창조, 생산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과 콘텐츠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나뉘어져 있던 과거의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오늘날, 새롭게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들은 ‘사용자’라고 표현하기 힘들다. 이들은 경제적인 의미에서 미디어를 새롭게 생산해내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창의력과 기업가 정신에는 많은 이점이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목소리를 만들고 메시지를 전달할 청중을 만들어낸다.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중요한 사건들을 문서로 남긴다. 신문의 전반적인 개념 자체를 변화시키는 엄청난 기회가 존재한다. 그 기회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신문 발행업체들은 신문을 정지상태의 문서(정해진 시간에 인쇄된 종이를 내놓아야 하는 형태의 문서)로 취급하기보다, 기존의 ‘신문’을 끊임없이 흥미로운 조합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사실, 데이터, 기사, 사진, 미디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자료 모음집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신문은 구독료라는 장벽 뒤에 콘텐츠를 숨겨두기보다 애플의 앱 스토어가 수천 명의 독립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휴대전화용 애플리케이션의 메카가 되었듯이 미디어 혁신의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대주으이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1985년에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행한 설문조사에서 미디어 조직들이 사실을 올바르게 전달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55%였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미국인은 29%에 불과하다.

 

 신문의 죽음, 신문이여 영원하라!

 “왜 신문을 읽어야 하지요? 신문은 하루에 한 번 나올 뿐이지요. 신문에는 핫 링크도 없고 멀티미디어도 아니지요. 게다가 읽고 나면 손가락이 온통 지저분해지잖아요.”

 수백 만 명의 젊은이은 트위터, 비고(블랙베리용 앱), 구글 리더, 레딧(Reddit), <허핑턴포스트> 등 정교하고 개인화된 정보 수집 도구를 활용해서 직접 디지털 신문을 만들어낸다. 이런 도구들을 이용해 필요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수십 개의 정보원에 접근할 수 있다. “더 이상 뉴스를 통해서 세상 모든 정보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은 끊임없이 업데이트되지요. 이런 특성들 때문에 다양한 의견 및 관점을 찾아낼 수 있는 겁니다. 서로 다른 이 모든 조각들을 모아서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들을 관찰하고 문제의 핵심을 파헤치는 겁니다.”

 

 전미 신문협회는 1940년과 비교했을 때 2008년에 유통되는 신문의 개수가 470개나 줄어들었다는 통계 자료를 내놓았다. 2000년 이후 72개 신문이 사라졌고 수많은 주요 신문이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지난해, 신문업계 전체의 발행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6% 하락했다. 2008년에도 이미 신문 발행부수가 4.6%나 감소했다. 2000년 이후 미국 신문업계의 일일 발행부수는 25.6% 감소했다.

 2009년에는 광고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6% 하락했다. 광고는 신문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따라서 광고가 사라지면 기자들이 설 자리도 사라진다. 지난 20년 동안 신문업계의 일자리 수는 3분의 1 이상 줄어들었다. 미국의 인구는 현재 3억 5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일간신문 구독자 수는 미국의 인구가 1억 9600만 명이었던 1966년 이후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신문사는 일반 대중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광고주를 끌어들이기 위해 기자들을 한자리에(하나의 지붕 아래) 모아놓을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었다. 이제, <허핑턴포스트>와 같은 곳에서 훨씬 적은 비용으로 똑같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불황이 신문업계가 마주한 위기에 박차를 가한 건 사실이지만 불황이 신문업계에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불황은 디지털 시대가 펼쳐지는 과정에서 역사적인 추세가 한층 빨리 진행되고 더욱 증폭되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신문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과거의 모델이 망가졌다면, 어떤 모델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신문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이 무너뜨린 바로 그 신문을 대체할 만한 전반적인 신문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존의 경제학이 망가진 상황인 만큼 산업 생산에 적합하도록 고안된 조직 형태가 사라지고 디지털 데이터에 최적화된 구조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발행업계에 대한 논의도 점차 타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어려움, 복잡성, 대중에게 무언가를 제공할 때 발생하는 비용 등 발행업계가 풀어나가야 했던 핵심적인 사안들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껏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 이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다. 웹은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를 공급하며 신문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사실상 기존의 신문을 대체하고 있다.

 

 ο 뉴스 미디어의 민주화: 권력의 독점

 전통적인 형태의 신문을 통해서 돈을 버는 것이 점차 불가능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지구는 점차 인간 센서(다른 사람들에게 각종 소식을 알려주는 수억 명의 사람들)로 뒤덮이고 있다. 중요한 일이 벌어지면 그 소식이 블로그, 트위터, 디그,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가며 그 외에 다른 방식으로 보도, 조사, 논의, 재보도된다. 이때 퍼져나가는 것은 그 일이 갖고 있는 뉴스로서의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기억할 것은 미리 결정되어 있는 가치에 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뉴스를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의 뉴스 비즈니스는 사라지고 있다.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판권을 확보하고, 이야기에 대한 요금을 청구하고, 신문사가 세워 놓은 ‘구독료’라는 벽 뒤에 그 이야기를 가둬두려는 노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중요한 뉴스라면 그 뉴스가 나를 찾아오게 되어 있다.”

 

 새로운 정보 통신 미디어가 과거의 독점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 세력에 지식이라는 힘을 실어준다. 새롭게 떠오르는 성공적인 세력들은 훨씬 더 강력한 지식 독점 현상을 야기하여 사회 분쟁과 도전과제로 이루어진 끝이 없는 순환고리를 만들어낸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진흙으로 인해 사제와 종교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신전이 지배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으며 바빌론과 니네베(서남아시아의 고대 제국 아시리아의 수도)에서는 군주의 권력 강화를 위해 양피지에 적힌 경전을 보관하기 위한 도서관이 지어졌다고 주장한다. 인쇄로 인해 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고 16세기 유럽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후, 라디오와 TV 같은 새로운 전달 매체가 등장하자 책을 숭배하는 분위기가 약화되었으며 새로운 이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과도기가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가 하면 독과점 세력이 무너져 내리면서 문화 변동이 야기되었다.

 

 영국에서 하원 의회록을 비밀에 부치려던 기업의 노력이 불러일으킨 ‘문화 변동’을 생각해보자. 2009년 10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하원 의회록 중 영국 내각 각료 중 한 명이 의원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부분에 대한 보도를 금지하는 법원의 보도제한 명령을 받아 들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질문을 던진 사람이 누구인지,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장관이 대답을 했는지, 그 질문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밝힐 수가 없었다. “그뿐 아니라 <가디언>은 독자들에게 의회에서 취재를 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릴 수 없다. 밝힐 수 없는 법률적 장애물에는 의회록이 포함된다. 비밀 엄수를 원하는 고객으로 인해 의회록을 언급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수천 명의 트위터 사용자들이 행동을 개시했다. 결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원유 거래업체이자 2006년 아이보리코스트에 유독성 폐기물을 투기했던 트라피규라(Trafigura)가 보도제한 명령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트라피규라에 관한 트윗이 오고 갔고, 트라피규라는 그 주에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가 되었다. 유명한 블로그들이 이런 사실을 포착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트라피규라는 언론의 보도를 제한하는 걸 포기했다. 트라피규라 사건 이후 이 실은 기사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표현하면 약간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실시간 웹이 시험을 통과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법적인 구속력이 전통적인 미디어의 보도를 막을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금지된 정보를 폭로하고 다 함께 공유하기 위해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모두가 힘을 모았다.

 

 ο <뉴욕타임스>의 변화

 2008년 4월부터 2009년 3월 31일까지 <뉴욕타임스>의 주간 발행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6% 하락했을 뿐이다(업계 평균 감소율은 7%). 그뿐 아니라, 신문 구독료 인상으로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뉴욕타임스>의 손해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광고 매출은 약 30% 하락했다. 항목별 광고는 급감했다. 구인 광고는 60% 줄어들었고, 부동산 광고는 47.6%, 자동차 광고는 43.2% 감소했다. 2분기에는 인터넷 광고 매출도 14.3% 줄어들었다. 1년 전 전체 매출에서 12.3%를 차지했던 디지털 매출의 비중은 13.4%로 소폭 증가했다.

 

 4년 전, 불길한 징조를 포착한 <뉴욕타임스>는 조너선 랜드먼을 부편집장으로 임명하여 신문을 인터넷 중심으로 변화시킬 것을 요구했다. 랜드먼은 가 갖고 있는 최고의 강점 두 가지를 활용했다고 말한다. 그중 첫 번째는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이고, 두 번째는 첫 번째 요인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으로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이 끌어들이는 최고 수준의 독자다.

 랜드먼은 적합한 사람들이 우수한 콘텐츠로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위키피디아는 협업적인 방식을 통해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는 놀라운 일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위키피디아의 진정한 업적은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상대적으로 쉽거든요. 위키피디아가 명료한 기준을 설정하고 커뮤니티 전체가 그 기준을 따르도록 만든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습니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고 나면 상황이 또 변하거든요.”

 

 사실, <뉴욕타임스>는 자사가 단순한 콘텐츠 창조자가 아니라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인쇄하기에 적합한 모든 뉴스’라는 슬로건을 앞세웠던 <뉴욕타임스>는 현재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대화’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어두운 이면: 사회는 분열될 것인가?

 ο 고품격 저널리즘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제 인터넷을 통해서 인쇄하기 적절하든 그렇지 않든 ‘세상의 모든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앤드루 킨과 같은 회의론자들은 저널리즘의 민주화가 문제라고 여긴다. 즉, 엄청난 양의 평범한 기사들이 좋은 기사를 몰아내고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킨은 “콘텐츠 제작자와 콘텐츠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단계가 늘어날수록 좋다”라며 “그 과정에서 더 많은 편집과 수정, 개선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들과는 반대로 시민 저널리즘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디 브라운은 품질을 유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활동하는 분산 네트워크가 전통 미디어보다 나을 거라고 주장한다. “뉴스는 중요하다. 뉴스는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도심에 위치한 사무실에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그 일을 모두 맡겨두는 건 너무도 무책임한 일이고, 과거에도 그래왔다.” 대중이 대중을 향해 말할 수 있게 되면 “자신들이 알고 있는 뉴스를 공유하고 퍼뜨릴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한다. 한 가지 부족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뉴스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더 나은 메커니즘이다. “대중에게 무엇이 뉴스인지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사실, 아마추어와 전문가를 나누는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많은 블로거(28%)들이 블로그 활동을 통해 생계를 꾸리는 등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의미에서도 블로거들이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업적인 블로거 중 40%가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아마추어들이 전문가들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주류 미디어에서 뉴미디어, 자영업,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벤처 언론 등 고용주를 갈아탄 것뿐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남긴 “비즈니스의 목적은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며 기업의 주요 책임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라는 말은 너무도 유명하다. 페이지 수, 구성, 균형, 신문에 들어가는 각종 기사 내용 등 모든 것이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중요한 뉴스거리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광고 매출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질적 수준에도 새로운 기준이 등장하고 있다.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쏟아내는 <허핑턴포스트>에는 승인을 받고 글을 쓰는 3000명의 집필진과 현장에서 ‘눈과 귀’가 되어 직접 취재를 하는 1만 2000명의 통신원과, 웹사이트에 의견을 올리는 수백만 명의 시민이 있다. <허프포>는 일반인에서 노벨상 수상자까지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주류 미디어를 능가하는 실시간 보도, 방대한 보도, 종합적인 보도를 내놓을 수 있다.

 주류 미디어가 지난 10년간 일어났던 모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 두 가지를 완전히 놓쳐버렸던 사건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한 가지는 이라크 전쟁을 준비하던 조지 W.부시 행정부의 속임수에 넘어간 사건이고, 다른 한 가지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와 직면한 사건이다. 주택시장과 신용시장의 거품이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갈 때 추적보도를 하는 기자들은 월가 어디에서 진실을 파헤치고 있었을까? 특히, 금융위기는 IT 분야의 거품이 터진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만 할 슬픈 진실은 월가를 취재하는 미디어가 월가와 깊이 유착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광고회사들이 콘텐츠 개발에 ‘훨씬 많이 개입’하게 되고 광고와 기사 간의 경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모호해질 것’이다.

 과거에는 전문가들이 전해주는 소식만 듣고 무조건 그 소식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진실성을 따져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 젊은이들에게 정보를 조사하고, 진실 여부를 파악하고, 맥락에 맞게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자들이 감당해야 할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ο 추적보도는 누가 할까 

 (@“개인적인 성과와 공공의 진실 간의 관계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뉴스 이면에 숨겨져 있는 비밀과 오보에 대해 의심스럽고 경멸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제임스 매디슨(미국의 제4대 대통령)은 200년도 더 지난 옛날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자유롭게 유명인과 공공정책을 검토하고, 그것에 대해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권리는 다른 모든 권리를 지키는 효과적인 수호자로 여겨져 왔다.” 오랫동안 전반적으로 미디어가, 그리고 특히 신문이 이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추적보도는 점차 지속하기 어려운 하나의 명예로운 훈장이 되어가고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추적보도 기금을 조성했다. <허프포>의 추적보도 기금은 너무 많은 신문사에서 추적보도 부서를 폐쇄한 탓에 생겨난 공백을 메우기 위한 혁신적인 방안으로 비영리 방식과 영리 방식을 섞어놓은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허프포>의 추적보도 기금을 통해서 나오는 이야기는 누구나 무료로 세상에 공개할 수 있다.

 

 2009년 9월 세이크리드 허트 대학교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양질의 저널리즘이 건강한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생각한다고 답을 했지만, 전체 응답자의 80%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문사에 정부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가디언>의 최대 라이벌인 <텔레그래프>는 영국의 국회의원들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다양한 개인 비용들을 공금으로 사용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1면에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여러 명의 기자들로 팀을 꾸려 한 달 동안 유출된 문서를 파헤쳤다. 대중이 분노를 표출하자 영국 정부는 100만 건이 넘는 문서와 영수증을 온라인에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어떤 뉴스 조직이 갖고 있는 자원도 능가할 만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쏟아낼 디지털 쓰나미였다.

 며칠째 대대적으로 특종을 보도하는 <텔레그래프>를 보며 속이 쓰렸던 <가디언>은 독자들에게 100만 건이 넘는 문서를 걸러내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부정행위를 찾아내도록 도움을 부탁했다. <가디언>은 자사 웹사이트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올려두고 독자들이 문서를 한 장 한 장 들춰보며 각 영수증을 ‘흥미로운 문서’ ‘흥미롭지 않은 문서’ ‘흥미롭지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문서’ ‘반드시 뒤져봐야 할 문서’ 등 4개의 범주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 <가디언>이 문서 분류 작업을 시작한 지 80시간 만에 2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17만 장이 넘는 문서를 검토했다.

 <가디언>은 첫 페이지에 진척 상황을 표시해두어 독자들에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런 다음,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독자들의 이름을 정리한 목록을 발표하여 적극적인 독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가디언>이 각각의 영수증에 해당 영수증을 제출한 국회의원의 사진을 첨부하자 독자들의 반응이 급증했다. <가디언>은 쏟아지는 국민들의 관심에 대응하기 위해 아마존에서 비싸지 않은 가격에 서버 공간을 임대했다. 이 모든 일을 위해 이 지불한 비용은 150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등장으로 추적보도가 반드시 희생되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뉴스 전달 방식에 대해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뉴스 조직은 그 어느 때보다 추적보도를 하기가 쉬운 상황이다.

 

 ο 신문이라는 사회 접착제가 없으면 사회가 분열되지 않을까 

 “사람들은 이제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미디어 환경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가 폭스뉴스를 즐긴다면, 그 사람은 과연 정보만 전달받을까, 혹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오바마는 미국인들에게 스스로를 민주당 지지자나 공화당 지지자로 바라보지 말고 미국인으로 바라볼 것을 촉구했다.

 빌 비숍의 저서 《거대한 분류(The Big Sort)》에 적혀 있는 일부 내용을 살펴보자. “우리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활방식 및 신념과 가장 잘 부합하는 이웃(그리고 교회와 뉴스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를 세웠다. 그리고 우리는 삶의 방식에 따른 구분의 결과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모여 서로 너무도 닮은 이념을 갖게 되어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집단’의 존재를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도 없으며, 그들에 대해 거의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 

 인터넷은 사회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더욱 증폭시킨다. 모든 집단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특별한 관점을 옹호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소위 주류라고 하는 과거의 목소리는 서로 상충되는 의견을 뭉뚱그렸으며 소수인종이 겪는 여러 일들과 어려움을 제대로 짚어내지도 못했다. 1960~1970대에는 주류 언론이 흑인들의 관점과 경험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여전히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좀 더 민주화된 미디어란 곧 좀 더 다양한 미디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과거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었던 사람들이 이제 제 목소리를 내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추종세력을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가 정치 사회적인 융합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며 민주화된 미디어가 인종차별주의자,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 등에게도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미디어 활용 능력을 가르칠 필요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 과정에서 다원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신문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사실, 신문업계는 가장 먼저 디지털 세상으로 뛰어든 업계 중 하나다. 1980년대 초, 신문사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서 컴퓨터를 사용한 신문 생산 및 유통을 위한 획기적인 실험에 돌입했다.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 샌프란시스코의 KRON TV에서는 놀라운 내용을 보도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집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조간신문을 읽는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10여 년이 지난 후 월드 와이드 웹이 등장하자 신문사들은 콘텐츠를 인터넷에 공개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는 업계의 대열에 합류했다. 기자들에게 블로그 활동을 장려하는 신문사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신문업계는 ‘콘텐츠의 유료화(“어떻게 하면 콘텐츠를 팔아서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보기 좋게 전문적으로 표현한 용어)’ 방안을 주로 논의한다. 이 질문을 조금 다르게 표현해본다면, “지금 같아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없는 상품을 팔아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나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어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야 할까?” “고객들에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어떤 새로운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새로운 독자를 찾는 과정에서 <가디언>만큼 높은 수준의 개방성을 받아들인 신문사는 극히 드물다. <가디언>은 루퍼트 머독이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신문을 발행하면서 그랬던 것처럼 콘텐츠를 구독료라는 벽 뒤에 숨겨놓지 않고 데이터와 기사, 동영상, 사진(1999년부터 공개된 100만 건이 넘는 이야기) 등 방대한 자료를 공개하고 전 세계에 자사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재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가디언>의 디지털 콘텐츠 책임자였던 에밀리 벨은 콘텐츠를 공유하게 된 배경은 가디언의 콘텐츠를 “인터넷 조직 속으로 파고들게” 하려는 의도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유튜브 동영상을 웹의 어느 사이트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의 기사, 사진, 데이터를 블로고스피어, 소셜 네트워크, 기타 대중적인 인터넷 사이트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의 협업자에게 가디언의 콘텐츠를 이용해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와 동기를 부여한다면 성공 기회가 그만큼 커지지 않을까? 

 <가디언>에 실릴 기사를 쓰는 언론인들은 이들은 더 이상 콘텐츠 생산자가 아니다. 이들은 독자들과 기타 파트너들이 현재 신문이 갖고 있는 모습, 신문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법의 경계를 넓혀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구축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을 한다. 사실, 영리한 언론인이라면 <가디언>과 같은 개방형 플랫폼을 활용하여 점차 복잡해지는 미디어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에게 맞춤형 관점을 제공하는 등 얼마든지 스스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다. 

 

 신문사 경영자들이 어떻게 가치 제안과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 시킬 수 있는지에 관한 4개의 주요 전략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젊은이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젊은이들의 문화를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새로운 뉴스와 정보의 문화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뉴스를 찾아낸다. 그뿐 아니라, 이들은 신문사에서 제공하는 사이트를 온라인에서 직접 뒤져 뉴스를 확인하기보다 누군가의 트위터 피드에 삽입되어 있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뉴스를 발견한다. 앞으로 대부분의 뉴스가 이런 방식으로 소비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신문들이 관련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건 불가피한 변화를 늦추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신문사 경영자들은 직접 뉴미디어를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뉴미디어를 이해하려면 직접 사용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모델은 이제 포기해야 한다. 상품과도 같은 뉴스, 혹은 어디에서든 공짜로 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할 사람은 없다. 무언가 매우 독특한 것을 갖고 있지 않다면(다음의 두 번째 전략 참조) 울타리를 세워두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으려는 생각 따위는 잊어버리는 게 좋다. 새로운 세대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법이며, 시간이 흐르면 그 누구에게도 이 방법이 어울리지 않게 될 것이다.

 둘째, 상품화된 뉴스는 젊은층은 고사하고 그 어떤 청중에게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독특한 뉴스를 제공해야 한다. 사람들은 독특한 가치를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할 것이다.

 셋째,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과 디지털 기기에 어울리는 멀티미디어 경험을 풍성하게 개발해야 한다. 아이패드나 태블릿 형태의 기기들이 속속 시장에 출시되면서 매일 신문과 잡지의 새로운 가능성이 등장하고 있다. 넷 세대에게는 이런 기기들이 특히 매력적이다. 실제로 는 아이패드용 잡지를 판매한 지 단 9일 만에 아이패드용 잡지의 판매부수가 인쇄판 잡지의 판매부수를 능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뿐 아니라, 태블릿의 기능 개선 효과는 콘텐츠뿐 아니라 광고에도 접목될 것이다. 이는 곧 광고주들이 특정 페이지에서 독자가 보인 행동, 독자가 관심을 보인 대상을 추적하여 독자의 행동에 대해 한층 커다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협업혁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IBM이 리눅스 커뮤니티에 참여했기 때문에 상품화된 운영 시스템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수익성이 높은 컨설팅 서비스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처럼, 신문사들도 상품화된 뉴스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협업혁신의 힘을 활용하여 새롭고 흥미로운 모델과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독자들을 비롯한 다른 참가자들에게 가치 창출을 위한 중요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12. 음악의 미래 속으로 : 프로슈머, 음악업계의 중심에 서다 

 플레잉 포 체인지(Playing for Change)는 혁신적이고 특출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디지털 기술의 위력을 보여주는 뛰어난 웹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동영상, 사진, 블로그 글 등을 통해 수상 경력이 있는 영화 제작자 겸 프로듀서로, 세계 각국의 놀라울 만큼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개하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는 마크 존슨의 여행을 소개한다.

 

 참페타 :: 콜롬비아에 위치한 카리브해 연안에서 시작된 음악

 

 존슨이 맨 처음 녹음한 곡은 캘리포니아에서 찾아낸 거리의 악사가 부른 ‘스탠드 바이 미’였다. 그런 다음, 존슨은 여러 나라를 돌며 같은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는 37명의 거리의 악사를 찾아내어 녹음을 하고 영상을 촬영했다. 각 음악가들에게는 이전에 촬영된 다른 음악가들이 부르거나 연주하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존슨은 서로 다른 사람이 연주하거나 부르는 수십 곡의 ‘스탠드 바이 미’를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 음악의 태피스트리를 만들어냈다. 존슨이 만들어낸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국제적인 음악협업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자리에 앉아서 음악가들에게 비디오 아이팟을 통해 전체 작품이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는지 보여주고 어떻게 하면 전체 작품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을지 논의했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 :: 베네수엘라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네트워크

 

 2001년, 힐다 오초아 브릴렘버그는 젊은이들에게 음악가로서, 그리고 지역사회의 지도자로서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를 주기 위해 미주 청소년 관현악단(Youth Orchestra of the Americans)을 설립했다. 지금까지 서반구 20개국 출신의 1만 명이 넘는 젊은 음악가들이 미주 청소년 관현악단에서 주최하는 오디션에 참여했다. 매년, 최우수 연주자 100명이 선발되어 5주간 지속되는 합동 연습공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미주 청소년 관현악단은 인터넷을 이용해 오디션 과정을 매우 간소화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덕에 미주 청소년 관현악단은 몬테비데오, 우루과이, 과테말라의 케트살트낭고 등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어린 음악가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오초아 브릴렘버그는 처음에는 연간 300명이 지원서를 냈지만 이제는 지원자가 1000명이 넘는다고 얘기한다.

 미주 청소년 관현악단이 매년 가을 점수를 업로드하면 학생들은 오케스트라에서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 점수를 활용한다. 오디션 테이프(3분의 2는 유튜브를 통해서 전달)는 여러 음악학교에서 초빙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들이 심사한다. 오케스트라가 구성되면 바로 협업과 커뮤니티 구축이 시작된다. 

 이후 오초아 브릴렘버그는 미주 청소년 관현악단을 운영하며 익힌 웹 경험을 한 단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직접 미주 청소년 관현악단의 콘서트를 찾아가볼 수 없다 하더라도 조만간 새로운 가상 콘서트홀에서 실황 연주를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미주 지역의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오케스트라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네기홀이나 링컨 센터처럼 사람들이 오케스트라를 생각할 때 연상하는 공연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간과 물질이라는 일반적인 제약사항들을 초월하는 가상의 콘서트홀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 될 겁니다.”

 

 위키노믹스와 음악산업

 지난 3년 동안 미국인 중 ‘적극적인 음악 구매자(1년에 4장 이상의 CD를 구매하는 사람)’의 비중이 20% 이하로 급락했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음악 판매(서비스 시작 당시 음반회사들이 격렬히 반대)가 음반업체의 매출 감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세계음반산업연맹은 전 세계에서 다운로드되는 음악 중 95%가 불법인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 내부자들은 CD 판매와 온라인 음원 판매의 뒤를 이어 음반업계의 세 번째 수입원이 고객 상대 소송이라고 귀띔해준다. 

 

 음반업계에는 인터넷 시대가 되기 이전부터 많은 문제가 있었다. 음반업계는 물리적인 유통 모델로 인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 비대한 산업이다. 유통업자, 기획자 등 행동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를 기대하는 수많은 중간업자들이 음반업계에서 활동한다. 1년 동안 출시하는 CD 중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10%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음반회사들은 끊임없이 슈퍼스타를 찾아 헤매게 되었다. 베스트셀러 음반을 팔아 얻는 수익으로 판매 성적이 저조한 음반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메우는 것이다.

 야구에서 오직 홈런만을 인정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홈런이 아닌 다른 모든 것은 삼진아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홈런 타자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은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인터넷은 하늘이 준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음반회사들이 사실상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 디지털 음원을 수억 명의 청취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의 인프라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훨씬 많은 음악가들이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오직 일루타나 이루타만 칠 수 있는 사람들도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오직 번트만 치는 음악가도 생계를 꾸려갈 수 있게 된다. 음반회사가 예술가와 팬, 기업가들로 구성된 디지털 네트워크로 거듭나면 슈퍼스타의 잠재력을 가진 사람에게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기보다 슈퍼스타가 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을 육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접근방법을 택하면 음반회사가 사회 전반과 문화에 한층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디서나 즐기는 인터넷 오디오

 노래 한 곡을 한 번 들려줄 때마다 1달러를 받는 방법으로는 음악산업을 다시 경제적으로 되살릴 수 없다. 음악산업은 디지털 디스크, 다운로드 파일 등 20세기 말의 유통 기술을 고집하기보다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해 21세기로 나아가야 한다. 음악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 가지 명확한 해법이 있다. 그건 바로, 음악이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이 아닌 소비자가 등록하는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생기면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노래 자체를 구매하기보다 적은 비용(한 달에 4달러)을 지불하고 세상의 모든 음악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노트북, 휴대용 기기, 자동차, 홈 스테레오 등 자신이 원하는 기기를 선택해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음악을 듣게 된다.

 

 어디서나 즐기는 인터넷 오디오 서비스는 각각의 사용자가 과거에 선택한 음악을 기준으로 취향을 파악한다. 음악을 듣는 동안 그 음악이 마음에 드는지, 그렇지 않은지 투표를 할 수 있다(그럴 만큼 관심이 있어야 하겠지만). 투표를 하면 선곡표를 좀더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

 음악가와 작곡가, 심지어 음반회사들도 인기를 집계하는 시스템을 통해 인기도에 걸맞은 보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협업과 공유가 필요하다. 모든 음악을 한곳에 모아놓고 통계기법을 활용해 특정 예술가의 노래가 재생된 횟수에 따라 파이를 나누면 된다. 

 어디서나 즐기는 인터넷 오디오 서비스가 도입되면 저작권 보호라는 문제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누가 귀찮게 음악을 ‘훔치려’ 하겠는가? 언제 어디서든 어떤 기계를 이용해서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데 음악을 소유하려 들 사람이 있겠는가? 

 

 ο 현실 확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효과가 있을까

 사람들은 유튜브 동영상을 소유하려 들지 않는다. 항상 온라인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데 귀찮게 굳이 갖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언제든 원하는 동영상을 볼 수 있다면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업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다른 접근방법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그동안 음악업계가 전혀 보여주지 못했던 위키노믹스적인 사고(실험과 협업의 정신)가 필요하다.

 캐나다 작사작곡가 협회는 최종 수요자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협회장 에디 슈워츠는 전 세계의 음악 애호가 상당수가 이 방안을 지지한다고 설명한다.

 

 대규모 협업을 선택한 음악가들

 음반회사들은 타성에 젖어 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창의적인 예술가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드러머 조시 프리즈(나인 인치 네일스, 데보 등에서 드러머로 활약)는 두 번째 솔로 앨범 ‘Since 1972’를 발매하면서 팬들에게 맞춤형 ‘한정판’ 서비스를 제시했다. 7달러짜리 한정판을 구매한 사람에게는 3개의 동영상을 포함해 일반적인 디지털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작은 사이즈의 문고판 책도 증정했다. 그렇다면 7만 5000달러짜리 패키지는 어떨까? 조시의 사인이 담긴 CD와 티셔츠를 받고 조시와 며칠 동안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조시가 한정판 앨범 구매자와 그 사람의 인생에 관한 노래 5곡을 작사 작곡하여 EP 음반에 녹음하여 증정한다. 게다가 조시의 드럼 세트 중 하나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딱 하나만 가져갈 수 있지만, 어떤 것을 가져갈지 선택할 수 있다). 고액 한정판 구매자가 음악가라면 조시가 한 달 동안 그의 밴드 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조시가 그 사람의 공연, 음반 활동 등에 참여하고 그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것이다. 진정한 모험을 위해 조시는 한정판 구매자와 함께 람보르기니를 타고 할리우드를 돌아보거나 리무진을 타고 티후아나를 방문할 것을 제안했다(그 후의 구체적인 상황을 언급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물론, 상식을 뛰어넘는 프리즈의 한정판 서비스가 비난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프리즈의 특이한 행동은 점차 개인화되어가는 팬과 예술가 간의 관계, 팬과 예술가 간의 협업 건수 증가 등 전반적인 추세를 상징하는 것이다.

 

 진정한 혁신의 기회는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 보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인터넷은 예술가들이 대형 음반회사와 스튜디오를 통하지 않고 직접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뛰어난 음악을 소음과 구별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수천만 명이 인터넷 파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형국이라 아직은 인터넷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합니다.”

 팬들에게 좋아하는 음악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아워스테이지(OurStage)사이트를 운영하는 벤 캠벨이 고안한 시스템의 목표는 팬들이 가장 장래성 있는 예술가를 찾아내고 홍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아워스테이지 플랫폼에 샘플 음악을 업로드하고 음악 장르를 표기하고 몇 가지 개인 신상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예술가들이 음악을 올려두면 팬들이 음악을 듣고 비교하게 된다. 이 과정까지 진행되면 아워스테이지의 알고리즘이 순위를 매기고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를 강조해서 보여주는 등 나머지 일을 모두 알아서 처리한다. 아워스테이지는 음악가들이 간절히 원하는 음악 프로그램 출연, 공식적인 음반 취입 계약, 유명한 예술가의 멘토링 기회 등을 제공하는 MTV, 라이브 네이션Live Nation(콘서트 홍보업체-옮긴이) 등과 특별한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슬라이스더파이(Slicethepie)라는 사이트는 모든 사용자들에게 장래가 유망한 예술가들을 직접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음악산업을 마음껏 활용해도 좋다”라고 선언한다. 예술가들은 사이트 사용자들이 내놓는 돈을 이용해 앨범을 녹음한다. 앨범이 성공을 거두면 수익금 중 일부가 재정 지원을 한 사람들에게 되돌아간다. 또 다른 웹사이트 탑스핀(topspinmedia.com)은 음악 카탈로그를 관리하고, 음악 작품을 홍보하고,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음악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여 예술가들을 팬들과 직접 이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님빗(Nimbit)은 팬들에게 직접 음악을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고, 마케팅, 유통, 예술가 관리 플랫폼을 제시하여 창의적인 작품에 대한 통제권을 음악가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기존의 음악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업체들이 단기간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모델이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2007년 10월, 영국의 록 그룹 라디오헤드는 업계 관습을 모두 외면하고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다운로드 전용 앨범 ‘In Rainbows’를 발매하여 음악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음악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음반 가격을 원하는 만큼 지불하도록 한 것이다. 통념과는 달리, 수백만 명의 팬들이 앨범 구매 가격으로 평균 6~8달러 정도를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음반사에 소속된 가수들이 CD 한 장을 판매했을 때 벌어들이는 수익이 CD 가격의 10% 이하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라디오헤드가 대형 음반사 소속 가수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음은 틀림이 없다.

 

 음악계의 프로슈머

 웹은 대중의 음악 경험을 통째로 바꾸어놓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음악을 듣기만 하는 대신 어느 곳에서든 음악 작품을 직접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등 프로슈머로 변신하고 있다. 

 리프월드(RiffWorld)는 전 세계의 기타 연주자들이 모여 과거의 히트곡을 연주하고 여럿이서 새로운 음악을 공동 작곡하기도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2005년 5월, 음악에 관한 자신의 아이디어와 실험을 공유할 만한 장소가 필요했던 배우 조지프 고든 레빗이 히트레코드(hitREcord)를 설립했다. 고든 레빗은 맨 처음 형의 사무실 서버에 히트레코드를 만들어 두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저장하는 개인 공간으로 사용했다. 고든 레빗은 다른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히트레코드는 점차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다. 2007년, 하나의 포럼이 생겨났고, 그 포럼에서 예술가를 위한 새로운 커뮤니티가 탄생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수천 명의 회원들이 히트레코드 사이트에 가입했으며 총 3만 868개의 완전히 독창적인 작품이 공개되었다. 히트레코드의 잠재력을 깨달은 고든 레빗은 2010년 1월에 히트레코드를 전문 제작사로 변모시켰다. 이제 고든 레빗이 무언가 특별한 걸 찾아내면 히트레코드가 자원을 투입하여 돈이 되는 상품으로 만들어낸다. 비용을 제한 후 수익의 50%는 창작자들에게 나누어준다. “히트레코드가 과거에 사용한 방식이 독백이었지만 이제는 점차 대화로 바뀌고 있다”

 히트레코드는 협업을 환영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협업은 히트레코드라는 커뮤니티의 근간이다. 

 

 아마추어 예술가와 창작자들은 고독 속에 파묻혀 힘겹게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웹에 모여 동등계층과 함께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에만 2000만 명의 기타 연주자가 있지만 밴드 수는 5만 개에 불과하다” “이런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직장에 다니거나, 학교에 다니거나, 가정이 있는 기타 연주자가 1900만 명에 달한다는 겁니다. 이들은 하루에 1시간쯤, 혹은 일주일에 1시간쯤 기타를 칠 시간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있으면 자신들만큼 기타에 열정을 갖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작곡을 하는 등의 경험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결국, 음악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웹에서 커뮤니티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음악 프로슈머리즘(prosumerism)의 궁극적인 표현방식이다.

 

 새로운 음악 비즈니스 모델: 넷워크 레코드

 현재, 파일 공유가 전 세계 인터넷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한다(할리우드의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곧 넷 세대가 저작권 또는 지적재산권의 정의를 재조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가 갖고 있는 가장 긍정적인 측면은 온라인 미디어 세상에서 신기술을 활용하여 웹에서 새롭고 창의적인 르네상스에 기여하는 넷 세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곳곳에서 자주 언급되는 퓨 인터넷 프로젝트(Pew Internet Project)가 미국의 10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10대 중 절반 이상이 ‘콘텐츠 제작자(퓨 인터넷 프로젝트 식으로 표현하자면)’에 해당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2004년 57% 수준이었던 콘텐츠 제작 활동에 참여하는 청소년의 비중이 2007년에는 64%로 늘어났다).

 

 사무용 소프트웨어 연합(Business Software Alliance)과 같이 지적재산권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세력은 파일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해적으로 정의하며 사람들이 점차 저작권에 무관심해진다고 우려를 표시한다. 하지만 ‘디제이 카피캣’이 몇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섹스 피스톨즈의 노래 ‘프리티 베이컨트(Pretty Vacant)’와 더 샬라탄스와 비세이지(모두 영국의 록 그룹`)의 노래를 섞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어 온라인에서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그것이 정말 해적 행위일까? 아니면, 디제이 카피캣의 노력은 미디어 업계에서 새로운 사용자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장려해야만 하며 뜻밖의 발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부류의 창의성인 걸까? 

 

 넷워크 레코드의 공동설립자 테리 맥브라이드는 소비자 주도의 유통방식에 의해 변화를 맞이한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품화할 수 없는 것(음악적 경험이 주는 감정적인 가치)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흘러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 이해하고 음악을 경험의 일부로 만들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설명한다.

 아이들이 비디오게임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다면, 맥브라이드는 넷워크가 아이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노래를 다운받는다면, 맥브라이드는 넷워크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맥브라이드는 노래를 전달하는 매체에는 상관하지 않는다. 맥브라이드는 전달 매체보다는 콘텐츠를 중요하게 여긴다. 맥브라이드의 성공 방정식은 짧고 간단하다. “우리는 모든 플랫폼과 모든 포맷을 지원한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어떤 방식이든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소비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다. 우리는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음악은 물과 같아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흘러갈 수 있도록 그냥 두어야 하는 것이다.” (@25)

 맥브라이드는 넷워크 소속 가슬들의 노래가 인터넷에서 공짜로 돌아다니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하다. 하지만 맥브라이드는 넷워크가 소속 가수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에 대한 팬들의 감정적인 유대감을 이용하여 돈을 벌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며 자신 있게 얘기한다. 

 예를 들어 베어네이키드 레이디스의 팬들은 콘서트 공연이 끝나자 마자 콘서트 실황 녹음 자료를 구입할 수 있다. 2007년, 영국에서 공연할 당시 실황 공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USB가 베어네이키드 레이디스의 미디어 판매의 약 70%를 차지했다. 맥브라이든ㄴ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의 5~10%가 집으로 가기 전에 USB를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CD를 판매했더라면 1~2%의 관객만 CD를 구매하더라도 운이 좋다고 생각할 겁니다.”

 넷워크는 개방적인 음악 제작 모델도 실험한다. 새라 맥라클란의 크리스마스 리믹스 싱글을 제작하던 당시, 맥브라이드는 리믹스 작업을 위해 프로듀서를 고용하면 3만~4만 달러가량이 지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고작 6주 동안 시장에서 판매할 싱글 앨범을 만들기 위해서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거라고 판단한 맥브라이드는 유명한 디제이 사이트에서 리믹스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수백 명의 디제이가 리믹스 음원을 등록했고 수천 명의 팬들이 투표를 했다. 맥브라이드는 등록된 음원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3개의 리믹스 음원을 구입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리믹스 과정을 외부 디제이들에게 공개한 덕에 상당한 공짜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동일한 소비자 생산 접근방법을 티셔츠에서 앨범 표지 디자인에 이르는 모든 것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청중과의 감정적인 유대감을 활용하고 청중들을 창의적인 과정에 참여시키기 위한 수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리프월드나 히트레코드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이들 커뮤니티의 성장을 장려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이런 커뮤니티를 통해 사용자들이 직접 원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원재료(최신 음악, 영화 등)와 더불어 뛰어난 최신 편집 도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방법을 활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저작권법의 새로운 국면

 “음반업계는 너무 오랫동안 CD 판매량에 의존해왔다” “음반업계는 디지털화와 디지털화가 가져오는 제품 홍보의 기회, 다양한 경로를 통한 유통 기회를 받아들이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26) 음반업계는 시장의 변화와 혁신에 저항하기 위한 방어수단으로 기존의 특허와 저작권 보호를 내세우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나지 않는 한 미디어 업계의 거대업체들은 소비자들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며 소비자들의 이익에 위배되는 규제를 가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유럽연합은 기업들에게 ‘불법’ 파일 다운로드 건을 발견할 경우 해당 소비자의 인터넷 접근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의원들은 최소한 소비자들에게 정당한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임의로 접속을 차단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대통령이 ‘삼진 아웃’ 법안(인터넷 사용 현황을 추적하여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사용자를 적발할 경우 두 번의 경고를 준 후 세 번째 불법 사용을 적발할 경우 1년 동안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찬성하고 프랑스 정부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자 그에 대한 대응으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났다.

 

 구세계의 문이 닫히기 전 엄격한 규제방안을 마련해두려고 안간힘을 쓰는 생산자들의 요구에 항복하기 전에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참신한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형태의 공동 창조와 혁신이 번창할 수 있는 공평한 경쟁의 장이다. 

 

 미디어 업계는 줄어드는 수입을 늘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는 기존의 매출을 잠식하는 개방형 접근방법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 짐 그리핀은 이런 현상을 ‘타잔 경제학(Tarzan economics)’이라고 부른다. “정글 밑바닥에서 발을 뗀 채 공중에 매달려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덩굴을 붙들고 있는 겁니다. 다음 덩굴을 손에 꼭 쥐기 전에는 지금 쥐고 있는 걸 놓을 수가 없는 거지요.”

 미디어 업계의 경영자들이 직면하는 딜레마는 급진적인 개방성을 바탕으로 지적재산을 공유하지 않고는 리눅스, 위키피디아, 유튜브, 기타 협업 커뮤니티가 거둔 놀라운 성공을 모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전통적인 기성 미디어 업체가 아니라 애플, 구글 등과 같은 선진적인 기업, 넷워크 레코드와 같은 똑똑한 음반회사들이 오픈 콘텐츠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세대의 기업들은 음반회사들을 괴롭히는 유산이라는 짐을 떠안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에 훨씬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결국, 미디어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통제가 아닌 고객 가치가 디지털 경제의 답이라는 근본적인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 업계(그리고 그 외의 모든 업계)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려는 유혹과 맞서 싸워야 한다. 혹은, 창의성과 민첩성이 부족해서 기존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더욱 나쁘다.

 

 무료 콘텐츠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고객들에게 무료 콘텐츠보다 나은 상품, 즉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매력적이며, 소비자들이 불법적인 출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성공적인 기업과 예술가들에게는 모두 뛰어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위대한 경제이론가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들이 과거의 방법과 상품을 포기하여 신기술을 받아들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신기술을 포용하는 기업에 시장 점유율을 내어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슘페터의 창의적인 파괴 이론에서는 자유 경쟁(기업들이 경쟁적인 환경에서 시장에 신기술과 신제품을 출시하며 정부가 아닌 고객이 최종적으로 승자를 결정짓는 경쟁방식)을 가정한다. 요점은 지적재산권이 결코 기술 변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은 그 반대다. 하지만 오늘날 콘텐츠 업계는 관련 법안을 삐딱하게 사용하고 있다. 즉, 혁신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상태를 위협하는 모든 변화를 불식하기 위해 지적재산권법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적재산권법의 변화는 우리 모두(그리고 우리의 후손들)가 의지하는 창의력과 혁신의 사슬을 위협한다.

 

 

 

13. TV와 영화의 미래 : 또 다른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에 불과한가? 

 “제 상사는 ‘브랜드는 무지한 자들의 은신처’라는 얘기를 했었지요. 오직 어리석은 사람들만 브랜드가 주는 메시지에 홀딱 반한다며, 똑똑한 사람들은 기능과 효용을 토대로 직접 결정을 내린다고 얘기했습니다.” 상사는 광고주들에게 똑똑한 사람들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어봤자 광고주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런 네트워크를 만들 수가 없다는 자신의 철학을 광고주들에게 설명했다. “광고주들은 오직 바보만을 원하지요. 그런 깨달음이 몰려오자 제가 엉뚱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우리가 똑똑한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얘기한 거고, 상사는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얘기한 겁니다.” 

 

 1400만 명의 미국인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한다.

 

 “소수 실력자들에게서 매스미디어에 대한 통제 권한을 빼앗아 매스미디어를 민주화하면 모든 사람들이 목소리를 얻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최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트위터가 인터넷 신경계의 발원지라고 생각합니다. 트위터에서 적절한 사람을 팔로잉하면 아무것도 잃을 게 없습니다. 저는 아주 신중하게 1500명을 골랐습니다. 무언가 뛰어난 게 등장하면, 그 집단을 통해서 그것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는 제가 고른 1500명을 편집자로 활용합니다. 그분들은 제게 끊임없이 훌륭한 콘텐츠를 보여주시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단지 7명인 제작 스태프 외에 연구를 담당하는 15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결국, 1507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처럼 TV의 미래가 밝았던 적은 없다. TV 판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일일 TV 시청 시간이 길어졌다. 

 음악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은 영화를 리믹스하거나 직접 제작하는 등 영화 활동에 참여하고픈 욕망을 갖고 있다. 유튜브용 영화제작자들은 3분짜리 짧은 영화를 만들어 전통적인 영화 모델에서 관중의 시선을 빼돌리고 있다. 

 게임은 점차 여러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하는 형태를 띠는 동시에 점차 네트워크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사람들, 특히 미래를 대표하는 젊은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미디어를 소비하기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원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TV도, 신문도, 전화도 아닌 인터넷이 기본적인 매체가 되었습니다.”

 

 영화 2.0

 현재, 할리우드의 주수입원은 극장 매출과 DVD 판매 수익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미국과 캐나다의 극장 매출은 사상 최고치인 106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해, 전 세계의 극장 매출은 299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DVD 판매는 하락하고 있다. 영화를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몇 개의 영화 DVD를 구매하기보다 훨씬 많은 영화를 빌려보는 쪽을 선호한다. 

 유튜브에 1분마다 2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새로 올라온다. 1분에 20시간이라는 분량은 할리우드에서 매주 11만 편의 장편 영화를 쏟아내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앞으로 영화 상영 시간이 좀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편 영화의 인기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으로 단편 영화를 관람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소형 스크린으로 단편 영화를 관람하는 젊은 세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ο 소비자 생산 영화

 다양한 길이의 영화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젊은 소비자들이 비디오게임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를 즐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영화를 볼 때도 상호작용을 원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조지 루카스는 영화제작자와 팬 간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루카스는 팬들이 자신이 제작한 인기 있는 영화 시리즈와 관련된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공유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는다. 오히려, 루카스는 팬들이 ‘스타 워즈’를 기리는 동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온갖 자료를 온라인에 제공한다. 그뿐 아니라, 루카스는 1977년에 제작된 블록버스터 ‘스타 워즈 에피소드 4(Star Wars: Episode IV)’를 15초짜리 동영상 472개로 쪼개어 인터넷에 올리려는 뉴요커 케이시 푸의 프로젝트를 허락했다. 전 세계의 ‘스타 워즈’ 팬들은 푸가 올린 15초짜리 동영상을 보고 자신의 방식대로 같은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내놓았다. 푸는 세계 각국에서 올라온 동영상 중 가장 뛰어난 것을 골라 15초짜리 영상을 이어 붙여 완전히 새로운 영화 ‘스타 워즈 언컷(Star Wars Uncut)’을 만들어냈다. ‘스타 워즈 언컷’은 2010년 4월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봉되었으며 StarWarsUncut.com에 접속하면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다.

 비디오게임과 할리우드 특수효과 영화가 더해져 새로운 오락거리로 거듭나고 있는 만큼 훨씬 더 거대한 혁신이 다가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2.0, 즉 쌍방향 경험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디지털 기술과 쌍방향 기술로 인해 영화 2.0 시대에는 시청자가 영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즉, 시청자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주인공의 연인이나 가족 구성원이 될 수도 있으며, 악역을 맡을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다 함께 줄거리를 구성하고 등장인물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협업은 영화 속 이야기도 변화시킨다. 기존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플롯도 있고 등장인물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을 할 때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 디지털 판타지 세상 속에서 직접 등장인물이 된다는 것이다.

 비디오게임이 점차 영화처럼 변해가고 있지만, 일부 혁신적인 영화 제작자들은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실시간 3D 가상환경을 영화 제작을 위한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머시니마(machinima, 기계를 뜻하는 machine과 영화를 뜻하는 cinema와 애니메이션을 뜻하는 animation을 더해 만든 합성어로, 게임을 통해 만들어낸 영화 장르) 영화는 레인저스 팀 클랜(유나이티드 레인저 필름)이 1996년에 제작한 ‘캠퍼의 일기(Diary of a Camper)’다. 레인저스 팀 클랜은 사용자들에게 게임 화면을 녹화하는 기능을 제공한 1993년에 발표된 게임 ‘둠(Doom)’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퀘이크 비디오게임 엔진을 사용하여 ‘캠퍼의 일기’를 제작했다.

 2007년, HBO가 ‘나의 세컨드라이프: 몰로토브 알바의 동영상 일기(My Second Life: The Video Diaries of Moltov Alva)’라는 제목의 머시니마 시리즈에 대한 판권을 구입하면서 머시니마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다. 

 디지털화로 인해 비용이 낮아짐으로써 영화 제작이 민주화되어 모든 종류의 혁신적인 영화제작 실험이 증가하는 추세다.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재미를 주는 것이 아니라 참여와 행동을 촉구한다”

 

 제작과정에서 협업이 이루어진다면 극장에서 고객의 참여가 수반되는 쌍방향 경험을 제공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집에서 DVD를 보는 시청자들은 편집되지 않은 않은 영화 장면, 편집과정에서 잘라낸 부분, 감독의 의도대로 재편집한 디렉터스 컷, 여러 종류의 사운드트랙, 기존의 영화와는 다른 플롯 등 다양한 추가 장면을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영화 극장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영화를 상영하면 감독들은 관객들에게 주요 플롯 요소에 투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쌍방향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뿐 아니라, 청취에 어려움이 있는 관객을 위해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 버전, 성인용 버전, 청소년을 위한 순화된 영화 버전 등 관객의 특성을 고려하여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버전을 제공하는 등 동시에 다양한 영화 버전을 선보일 수 있다. 

 앞으로는 영화의 제작 및 관람방식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상당히 넓은 쌍방향 미디어의 범주 안에서 영화는 제각기 나름대로의 시간과 공간, 관객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자금조달이나 제작, 마케팅, 유통 등 영화제작과 관련된 대부분의 과정에서 협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영상 세계 전체가 더욱 더 흥미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시대의 TV

 ο TV는 인터넷의 충격에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까

 현재 미국의 가구당 TV 수는 2.93대에 이르며 3대 이상의 TV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이 55%에 이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오랫동안 TV를 ‘시청’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눈을 돌리든 TV는 쌍방향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움직이고 있다.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은 리얼리티 쇼들이 시청자들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참가자를 뽑아줄 것을 요청하듯이 TV 쇼는 점차 적극적으로 시청자의 피드백을 요구하고 있다. 점차 복잡해지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따라가기 위해 1950년대의 흑백 TV에서 1960년대의 컬러 TV로, 다시 지금의 평면 TV로 기술은 끊임없이 진보해왔다. 텔레비전 제조업체들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진한다면 우리는 조만간 대형 화면을 갖다 버리고 3D TV를 들여놓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3D TV가 도입되면 스포츠가 가장 커다란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TV의 본질(쇼를 제작하는 방식, 돈을 지불하는 사람, 콘텐츠를 대형 화면에 옮겨놓기 위한 기술)이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 화면, 아이패드, 스마트폰 화면, 거실에 있는 대형 LCD나 플라스마 화면으로 전달되는 콘텐츠가 TV를 장악하여 TV 방송이라는 개념 자체가 곧 사라질 것이다.

 시청자 수를 생각해보면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물론, TV를 켜기는 한다. 하지만 노트북을 켜고 페이스북 담벼락에 글을 쓰거나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좀 더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하면서 마치 배경화면처럼 TV를 켜두는 시청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넷 세대는 특히 이와 같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에 익숙하다. TV 산업이 생겨난 초창기에는 ABC, CBS, NBC 등 3개의 네트워크가 다른 미디어 생산자들을 모두 앞질렀다. 미국인들은 TV에 열광했고 놀라울 만큼 수익성이 좋고 거대한 시청자층을 오직 3개의 방송국에서 나눠 먹었다. 1953년에 방송된 ‘왈가닥 루시(I Love Lucy)’ 1회 시청률은 무려 71%에 달했다. 요즘처럼 500개의 채널이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기껏 해봐야 5% 남짓이다. 1980년대 중반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던 ‘매시(M*A*S*H)’는 한 회 시청자 수가 무려 1억 500만 명에 달했다. 반면, 지난 3년 동안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아메리칸 아이돌’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방송된 시즌 9 방영분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 회차에는 시청자 2990만 명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 수치는 지난해의 3010만 명, 2008년의 3340만 명, 2007년의 3740명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수많은 시청자를 간판 프로그램 앞에 끌어다 앉히는 TV방송국의 역량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주요 저녁 뉴스다. 1980년에는 3개 방송사의 저녁 뉴스를 보는 총 시청자 수가 5000만 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가 2200만 명에 불과하며 그나마 대부분은 50~60대다.

 

 ο TV: 끝내주는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2001년, 닷컴 열풍을 비난하며 미국인들에게 인터넷과 TV 중 어떤 걸 먼저 포기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결과는 TV의 압승이었다. 응답자 72%는 인터넷 없이 살겠다고 답했고 26%는 TV를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초,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49%가 TV를 포기하겠다고 답했고 48%가 인터넷을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이런 질문이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TV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10년 후에는 인터넷이 TV를 삼켜버릴 테고 지금의 TV 프로그램은 웹에서 제공되는 또 다른 애플리케이션에 불과한 존재가 될 것이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이 호텔 또는 비행기를 예약할 때,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노래를 다운받을 때 웹을 찾아가듯, 동영상 콘텐츠를 원할 때도 웹을 찾게 될 것이다. 황금 시간대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기 위해 특정한 시간에 모이는 사람은 없다. 레이디 가가가 최근 온라인 동영상을 공개했을 때 공개 첫날 50만 명이 동영상을 감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50만 명이 모두 동시에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같은 시간에 동영상을 감상하지는 않는다(2010년 3월, 레이디 가가는 온라인에서 10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 최초의 가수가 되었다).

 

 텔레비전은 오직 텔레비전 콘텐츠만 제공한다. 하지만 웹은 텔레비전 콘텐츠와 더불어 디지털화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한다. 게다가, 웹은 쌍방향이다. 

 훌루(Hulu.com)와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만든 기타 유사 사이트들은 과거 방영분과 더불어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는 훌루는 기존 TV 방송과 달리 한 프로그램당 훨씬 적은 수의 광고만 있어도 운영이 가능하다. 훌루는 온라인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텔레비전 방송국들은 꿈만 꾸는 쌍방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훌루는 최근 각종 프로그램에 자막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훌루 사용자들은 자막을 검색해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자막을 검색하여 ‘투나잇 쇼’에서 코넌 오브라이언이 과거의 고용주를 빈정거리는 장면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혹은, 1회 방영분 내에서 호머 심슨이 ‘도넛’이라는 말을 몇 번 했는지 검색하고 특정한 대사를 찾아낼 수 있다.

 

 시청자 중 수동적으로 시청하기만 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 사람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스포츠 팬들은 점차 생방송을 지켜보면서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시청자들은 자신이 방송 중인 행사에 좀더 깊숙이 개입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게다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방송을 시청하는 행위를 통해 한층 커다란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으로 인해 텔레비전에 관해, 또는 텔레비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이 한층 강화된다.”

 

 2009년 중반 전체 인터넷 사용량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던 동영상의 비중이 2013년이 되면 60%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는 새로운 라우터를 활용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인 미국 의회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인쇄물의 내용을 단 1초 만에 전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09년 10월 9일, 유튜브의 공동 설립자 겸 CEO인 채드 헐리는 자신의 블로그에 유튜브에서 하루에 10억 개가 넘는 동영상이 재생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두었다.  “동영상 문화는 우리 생활 중 일부입니다. 짧은 동영상이 엄청난 속도로 소비되고 있으며, 짧은 동영상은 다양한 콘텐츠를 보기 위한 완벽한 방법입니다.”

 

 마이클 버클리는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엔터테인먼트 쇼 중 하나인 ‘왓 더 벅(What the Buck)’의 진행자이자 작가 겸 프로듀서다. 2007년, 버클리는 유튜브가 수여하는 베스트 해설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올해의 뉴티비(NewTeeVee) 스타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뿐 아니라, <뉴욕타임스> 1면을 장식했으며 모든 주요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버클리는 온라인에서 유명인사가 되기 전, 음악 홍보대행사에서 행정 비서일을 하면서 코네티컷의 공영 텔레비전 채널에서 주간 쇼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버클리의 사촌은 버클 리가 유명인사들에 대해서 늘어놓는 위트 넘치는 불평 불만이 담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버클리는 유튜브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었고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조차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버클리는 유튜브 시청자들이 자신에게 들려주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무척 좋았고 결국 유튜브에 올릴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집에 직접 스튜디오를 차렸다. 버클 리가 투자한 거라곤 월마트에서 구입한 6달러짜리 배경막, 홈디포에서 구입한 40달러짜리 작업용 조명, 2000달러짜리 캐논 비디오 카메라뿐이었다. 버클리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고, 버클리는 마침내 유튜브 파트너(유튜브가 해당 동영상에 광고를 붙여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사용자)가 되었다. 유뷰트 파트너가 된 버클리는 유튜브와 광고 수익금을 나누어 가진다. 버클리는 2008년 9월에 직장을 관두었으며, 현재는 매주 2개의 동영상을 올려 연간 1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BBC와 같은 가장 보수적인 방송국들도 협업 TV라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모든 TV 방송국들이 시청자들이 방영된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온라인 게시판을 운영한다. 하지만 BBC는 최근 단순히 피드백을 받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4부작 다큐멘터리의 대본을 작성하는 과정에 시청자들을 참여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혁신적인 제작과정을 높이 평가받아 디지털 에미상을 수상했다. 그뿐 아니라, 이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제작방식에서 탈피해 다큐멘터리 영상을 10분짜리 동영상에 나누어 담아 사용자들이 개인적인 용도나 교육적인 용도, 혹은 자선 활동을 위해 동영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시청자를 제작자로 변화시켜야 한다. 파트너들이 공동으로 가치를 혁신할 수 있는 뛰어난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지적재산권을 공유해야 한다. 단순히 콘텐츠 공급자가 되기보다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전 세계가 텔레비전 네트워크라는 플랫폼 위에서 직접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도 협업하고, 공유하고, 참여하고, 직접 생산하고 싶어한다.

 

 

 

제6부 공공 영역의 재부팅 

14. 공공 가치의 생성 : 사회적 성취를 위한 플랫폼이 된 정부 

 대부분의 정부는 자체적으로 중앙처리장치를 구축하고 값비싼 소프트웨어를 구입한다. 하지만 쿤드라는 연방기관들에 문서작성에서 성과 측정과 서비스 개선에 이르는 모든 활동을 위해 무료 구글 서비스와 오픈소스 위키를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쿤드라는 이런 방식을 정부 클라우드(government cloud)라 부른다. 

 

 산업화 시대 정부의 성장과 몰락

 시장의 힘만으로는 오늘날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을 충족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구식이 되어버린 산업화 시대의 정부 모델로도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쿤드라가 워싱턴 D.C.에서 가장 먼저 실행한 것 중 하나는 값비싼 기업 플랫폼을 버리고 웹 기반 솔루션, 특히 구글 앱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쿤드라는 문서작성과 스프레드시트 활용을 위해 이메일보다 웹 기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동영상 호스팅을 위해 유튜브를 활용하여 비용을 90%나 줄였다. 투명성이 정부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다고 판단한 쿤드라는 시민들의 공공 데이터 접근성을 개선하여 업무 담당자의 책임감을 강화했다. 쿤드라가 주도한 여러 혁신 노력 가운데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워싱턴 D.C.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데이터 웨어하우스다. 이 데이터 웨어하우스는 모든 정부 직원과 이해관계자들이 도시 전체에서 어떤 것이 제 기능을 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쿤드라는 단순히 데이터를 공개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쿤드라는 2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민주주의를 위한 앱’이라는 이름의 혁신 경연대회를 주최했다. 경연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활용하여 새로운 종류의 웹 기반 공공 서비스를 발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경연대회를 개최한 지 30일 만에 웹과 아이폰, 페이스북에서 사용할 수 있는 47만개의 앱이 탄생했다. 총비용 5만 달러를 투자해 워싱턴 D.C.에 230만 달러의 가치를 기여한 것이다. 

 

 아스퍼거 증후군 :: 1944년 오스트리아 의사인 아스퍼거(Hans Asperger, 1906~1980)가 처음 발표하였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아스퍼거인은 사회적 상호교류에 어려움을 겪고 관심사가 제한되어 있으며 행동에 장애가 나타나지만, 다른 자폐성 장애와는 달리 언어지체나 인지발달 지연은 발생하지 않는다. 구체적 증상으로는 변화를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며, 동작이 서툴러서 몸놀림이나 표정을 읽기가 어렵다. 소리나 맛ㆍ냄새ㆍ시각 또는 감정에 예민하거나 둔감한 경향을 나타내고, 특정한 주제에 흥미가 생기면 몰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외관상으로는 언어발달 지연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억양에 문제가 있고 현학적이거나 우회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다. 사람과 눈을 맞추지 않고, 아는 사람을 만나도 인사만 하고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사교력이 떨어져서 또래의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스퍼거증후군 [Asperger syndrome, Asperger disorder]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위키 세상에서 정부는 이미 외부에서 번성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역량을 내부에서 따로 구축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새로운 부서와 새로운 관리 단계를 만들기보다 사회적 달성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ο 정부의 오픈소스

 각국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웹에서 기존의 구조를 동일하게 복제하며 이미 걸어온 길을 다지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제 시대를 맞이한 아이디어보다 막강한 위력을 지닌 건 아무것도 없다. 

 에스토니아 시민들에게 질문을 던져보기 바란다.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정치적인 자유를 쟁취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방대한 양의 쓰레기도 넘겨받았다. 에스토니아가 넘겨받은 수백만 톤에 달하는 쓰레기는 에스토니아 전국 각지의 불법 쓰레기처리장에 흩어져 있었다. 걱정에 잠긴 에스토니아 시민들은 쓰레기를 치워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고서 정부가 아니라 또 다른 수만 명의 일반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두 명의 기업가(스카이프 전문가 아티 헤인라와 마이크로링크, 델피의 설립자 레이너 놀바크)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GPS와 구글 맵을 이용해 수만 개가 넘는 불법 쓰레기처리장의 위치를 파악하고 각 쓰레기처리장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와 사진을 수집했다. 쓰레기처리장을 파악하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쓰레기 처리를 위한 2단계는 불법 쓰레기처리장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에스토니아 시민들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대규모 협업의 힘을 이용해 단 하루 만에 쓰레기를 모두 치워버렸다.

 2008년 5월 3일,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트랙터 배터리부터 페인트 통에 이르는 모든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에스토니아 전역의 들판과 도로, 숲, 강둑을 청소했다.

 이렇게 모아진 쓰레기 중 상당량은 중앙 쓰레기처리장으로 운송되었다. 자원봉사자가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직접 쓰레기를 운반하는 경우도 많았다. 5만 명의 에스토니아인들이 단 하루 만에 쓰레기로 들끓는 나라를 깨끗하게 청소해냈다면(물론,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이들은 또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쓰레기 처리작업 대변인 티나 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쓰레기를 치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었지요. 내년에는 모두가 힘을 모아 또 다른 일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ο 정부의 5대 원칙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윈스턴 처칠은 좀 더 강한 정부를 원했고, 로널드 레이건과 마가렛 대처는 작은 정부를 원했다. 인터넷 덕에 이제 우리는 작지만 강한 정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이민국에 이민 신청 경험 개선방안을 찾아낼 것을 요청하자 쿤드라는 투명성을 활용해 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쿤드라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페덱스 소포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데 이민 신청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국회의원과 접촉해야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었다. 결국, 쿤드라는 이민 신청 처리 현황을 대시보드에 공개하도록 이민국을 설득했다. 이 방안은 2개의 직접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첫째, 이민자들이 미국 내 어떤 지역에서건 이민국 사무실에 들러 처리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혹은, 문자메시지에 영수증 번호를 찍어 보내 이민 신청 진행 현황에 관한 최신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둘째,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처리하자 이민국은 좀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대시보드를 제작하는 데는 총 90일이 걸렸으며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일단 대시보드를 제작한 후에는 추가 예산 지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공공 부문 조직이 매우 급진적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중세 봉건국가의 왕자가 보기에는 지금의 정부 형태도 현실성이 없게 느껴질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공공 부문 조직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고 생각된다면 20세기 초의 유럽인들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유럽 연합이 탄생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을 상기하자.

 

 위기 대응자들의 위키 스타일 협업

 현재 미국 정부가 미국이라는 나라를 통치하는 방식에 만족한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미국인 중 26%에 불과하다.

 

 ο 대규모 협업, 3D를 활용하다

 버추얼 앨라배마(Virtual Alabama)라는 공유 의사 결정 플랫폼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먼저 사용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레스토랑 위치정보가 배제된 구글 어스를 생각해보고, 앨라배마 주 어디에서나 몇 번의 클릭만으로 많은 양의 정부 제공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된 상황을 상상해보기 바란다. 지방정부와 주정부에 소속된 기관들은 서로 상대방이 확보하고 있는 항공사진에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산 평가 자료, 건축물 3D 모형, 비상차량 실시간 위치정보, 실시간 감시 카메라 정보, 상당량의 추가 데이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폭풍우가 몰아닥치면 2시간 내에 앨라배마 주 국토방위책임자부터 현지 경찰관, 소방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최초 대응자가 재난 발생 지역의 항공사진에 접근하고, 전면적인 피해 평가자료를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정부의 각 단계별 자원 배치 현황을 추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앨라배마 대학교 공과대학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들이 버추얼 앨라배마를 이용해 화재가 발생한 건물의 평면도에 접근하고 어떤 강의실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혹은, 토네이도가 앨라배마 주를 덮쳤다고 가정해보자. 공무원들은 버추얼 앨라배마를 이용해 토네이도가 발생하기 전과 후의 항공사진을 입수하여 피해 현황을 평가하고, 토네이도로 파괴된 건물의 재산세 평가액을 결정하고, 연방정부에 재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버추얼 앨라배마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으며 상당한 변화 역량을 갖고 있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른 주와 경쟁할 때 버추얼 앨라배마를 활용해 좀 더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수집, 제시한다. 앨라배마 주는 독일 철강회사 티센크루프가 짓는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버추얼 앨라배마를 활용해 공장이 들어설 지역의 항공사진 위에 3D로 가상 공장 모형을 만들어냈다. 그런 다음, 앨라배마 주가 앞으로 주정부 차원에서 구출할 의향이 있는 도로와 기타 인프라를 추가하고 인구 밀집 지역, 수송로, 학교, 기타 티센크루프가 관심을 갖고 있는 데이터를 표시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앨라배마 주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정부 경제개발 프로젝트가 될 티센크루프 공장 프로젝트를 따냈다.

 

 ο 새로운 부류의 공공 부문 혁신가

 “우리는 매년 시스템의 사용방식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해 듣습니다. 사실, 아이디어들은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그것이 바로 대규모 협업이 갖고 있는 진정한 힘이니까요. 우리끼리 자리에 앉아서 이 모든 걸 써 내려갔더라면 결코 지금과 같이 놀라운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을 겁니다.”

 이들은 구글 어스를 활용한 덕에 15만 달러를 투자해 버추얼 앨라배마를 구축할 수 있었다. 만일, 주정부 전용으로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하려 했더라면 4000만 달러가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뿐 아니라, 워커와 존슨은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려 하기보다 일선 직원들에게 직접 데이터를 활용하고 기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공공 조직에서 흔히 나타나는 피라미드 형태의 조직구조를 평평하게 만들고 있다.

 “미래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구, 개발, 검증,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공공 서비스, 프로슈머를 만나다

 시민 중심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을 사회에 기여할 것이 거의 없는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로 대해야 한다.

 

 ο 시민 프로슈머 

 새로운 공공 서비스 전달 모델에서는 ‘시민-협력자’가 서비스 프로슈머가 되어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 기술과 각종 도구는 개인의 선호도, 그 개인이 속한 지역사회의 요구,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지역과 공간을 고려하는 등 더 나은 서비스 통합 방법을 찾기 위한 수단이 된다.

 시민들은 선거에만 참여한다. 선거에 참여하는 것 외에 시민들은 수동적으로 서비스를 소비하는 역할을 맡는다.

 

 영국에서는 시민들이 픽스마이스트리트(FixMyStreet.com)를 통해 안전, 공공 기물 파손 등 인근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를 지방자치위원회에 직접적으로 알릴 수 있다. 북미 지역에서도 시클릭픽스(SeeClickFix.com) 등 유사한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지역사회에서 주도하는 이 사이트를 “가장 순수하고 가공되지 않은 형태의 저널리즘”이라고 표현한다.

 ‘공개적으로’ 피드백을 수집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시민들에게 예산 할당 방안이나 서비스 품질 개선 방안에 관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은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이미 시민들이 예산을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도시 벨루오리존치에서는 1993년에 참여 예산집행 방식을 도입했으며, 현재 4300만 달러의 예산을 9개 지구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선택한 공공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있다. 중국 저장성 원링시의 한 지역에서는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이 모여 도로 건설과 건축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함부르크는 2006년과 2009년에 참여 예산집행 방식을 도입하여 시민들에게 온라인 예산 앱을 제공했다. 시민들은 앱에 접속하여 예산 할당을 필요로 하는 총 22개 항목에 할당될 예산 금액이 적혀 있는 막대를 직접 조절해가며 금액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다. 이 사이트의 방문자 수는 총 5만 명에 달했고 시민들은 2001개의 예산안을 내놓았다. 시민들이 제안한 예산안은 지방신문에 공개되었으며 지방의회에서는 시민들의 제안을 바탕으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시민들을 참여시키려는 모든 노력이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다. 대중의 참여 덕에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정책 플랫폼에 반영할 아이디어를 대중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시민 브리핑 북(Citizen’s Briefing Book)을 신설했다.  시민들이 각종 제안을 올려두면 사용자들이 투표를 하여 가장 인기 있는 아이디어를 골라낸다.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제대로 구상하지 못하면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시도가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진다. 두 차례의 전쟁과 한 차례의 불황을 경험한 미국인들이 가장 큰 지지를 보인 아이디어는 마리화나 합법화 방안이었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한 사람의 수가 부시 전 대통령이 도입한 부자감세 철회 방안을 지지한 사람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의 참여가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의 실패 사례는 웹 2.0 현상을 그대로 정부에 접목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기본 원칙을 도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와 협력하고, 지식을 갖고 있는 커뮤니티를 활용하고, 대표성과 책임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작정 무차별적인 상대에게서 아이디어를 수집하기보다 특정한 집단(젊은 세대, 노년층, 가족, 장애인 등)을 상대로 무엇을 필요로 하며, 이들이 원하는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어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ο 정책 전문가 집단의 해체

 선행 기술이라는 표현은 업계 전문용어로 부적절한 특허 신청을 걸러내기 위한 검토과정에 이미 등록되어 있는 특허 아이디어를 뜻한다. 특허는 오직 참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에만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심사관이 선행 기술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특허 신청서가 특허 심사관의 책상에 도달하기까지는 평균 44개월이 걸린다. 미국 특허청은 개인 대 특허 프로젝트를 도입함으로써 특허 신청 처리기간이 23개월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기술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참여도가 높아지면 특허 처리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특허의 질도 개선된다.

 

 ο 정부 리믹스: 사회 혁신을 돕는 개방 데이터

 “이제, 사실상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거의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안을 찾기 위해 데이터를 섞고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공유는 경제적인 기회로 이어지며 각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인간 게놈 프로젝트 데이터를 공개하자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엄청난 혁신이 이루어졌다. 레이건 대통령이 누구든지 국방부 GPS 신호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지도 제작, 육지 측량, 과학적 분석, 감시 등 GPS 신호를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와 더불어 GPS 보물찾기, 도로표지 등 취미를 위해 GPS 신호를 활용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세계 어디서든 정보가 아주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글로벌 시대에는 혁신이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전 세계의 혁신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ο ‘내 정부’ 페이지의 구축: 공공 서비스 부문의 자유무역

 개인 건강 페이지와 같이 모든 시민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내 정부(MyGovernment) 페이지(운전면허 갱신, 세금 신고, 새로운 주치의 검색, 사업체 등록 등 정부와의 모든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쌍방향 공간)를 갖게 된다고 상상해보자. 공공 부문, 민간 부문, 비영리 단체 등 모든 분야의 서비스 공급자들은 각종 도구, RSS 피드, 기타 소셜 기술 등을 활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시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을 바탕으로 자신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 패키지를 구성할 수 있다. 서비스 공급자들 사이에서는 진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소비자들은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시장에서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는 주민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면허 발급이나 승인, 중소기업 대출 및 보조금, 소비자 보호, 위치 기반 서비스 등 다른 영역에서는 얼마든지 경쟁을 붙일 수 있다.

 

 국내 공공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이치에 맞다. 그렇다면 거기서 멈추어야 할까? 내 정부의 개념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시민들이 하나의 정부가 제시하는 해결방안을 통째로 수용하기보다 전 세계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도록 허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가령, 네덜란드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말레이시아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미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전 세계를 잇는 가상 네트워크를 통해 공부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정부 서비스의 자유무역을 허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 서비스가 진정으로 개인화되면 데스크톱 컴퓨터, 휴대 전화, 소셜 미디어 사이트 등 시민 개개인이 선택한 플랫폼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다.

 민간 부문의 투자가 있으면 절실하게 필요한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고 납세자의 부담이 줄어든다. 정부가 소비자의 개인정보나 데이터 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과 민간 부문이 정부의 콘텐츠 및 서비스를 잘못 전달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 비영리 단체가 인기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구축할 경우, 상황이 잘못되었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비영리 단체나 기업이 문을 닫으면, 누가 서비스의 지속성을 보장하거나 개인 데이터를 보관할까? 수입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시민들이 민영화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할 수 있을까?

 모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은 실행과정에서 부딪칠 문제로 생각해야지 행동을 늦추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진을 위한 관료주의 재시동

 우수한 공공 서비스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변화가 아닌 안정성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ο 정부를 위한 페이스북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공무원)이 서로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탄생한 지식은 하부에서부터 정부를 변화시키기 위한 연료가 될 것이다.

 

 ο 하부에서부터 정부를 변화시키는 노력

 비공식 네트워크는 전통적인 형태의 정부부처가 처리하는 일의 80% 정도를 처리할 수 있다. 

 혁신은 경영자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주도하는 것이다.

 

 공공 부문 리더들의 당면 과제

 변화 과정은 신명 나면서도 고통스럽다. 하지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참여 정부의 시대를 열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다. 

 

 

 

15. 시민 감시자의 등장 : 감시자가 된 온라인 대중 

 2007년 1월 8일 오전, 대부분의 뉴욕 시민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을 나와 직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뉴욕과 뉴저지 인근 지역에 강렬한 가스 냄새가 퍼져 나가자 상황이 바뀌었다. 여러 학교와 기업은 학생들과 직원들을 대피시켰으며 일부 지하철 노선과 철도 운행이 중단되었다. 여러 대의 소방차와 독성물질 전담 처리반이 급파되었지만 가스 유출 현장이나 기타 강렬한 가스 냄새를 분출할 만한 곳을 발견할 수 없었다. 140개의 산업 시설을 수색한 후, 뉴욕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이상한 냄새의 근원지를 찾는 수색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희생자는 없었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었으므로 불안감과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자극적인 냄새가 퍼져나가자 테러 공격 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카네기 멜런 대학교의 컴퓨터 과학자인 에릭 파울로스는 지방 공무원들을 당혹스럽게 했던 일련의 사건들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고 말한다. 파울로스가 상상한 현실은 이런 것이다. 수백만 명의 뉴욕 시민들이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에 내장되어 있는 무선 공기청정도 감지 센서가 이상한 냄새를 뿜어내는 가스가 산화질소라는 사실을 포착한다. 이 데이터를 간단하게 구글 지도와 결합함으로써 가스 냄새의 근원지가 사용이 금지된 위험한 소각로라는 사실을 찾아낸다. 시 공무원들은 즉각 공장을 폐쇄하고 화학 공격 가능성을 염려하며 불안에 떠는 시민들을 진정시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지어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이 비현실적인 건 아니다. 기술 전문가들과 공상과학 작가들은 인터넷으로 빈틈없이 연결된 글로벌 센서 네트워크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모든 행동, 모든 변화를 포착해내는 세상을 상상해왔다. RFID 기술, 위성사진, 값싼 개인용 동영상 촬영기기, 강력한 기능을 자랑하는 휴대용 기기,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센서 등이 확산됨에 따라 수백만에 달하는 뉴욕 시민들이 민간 규제에 참여하는 모습을 현실에서 포착하게 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어쩌면, 미처 깨닫지도 못한 채 참여할게 될 수도 있다).

 

 모든 시민들이 갑작스럽게 일제히 규제 활동에 참여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매우 높은 수준의 동기를 갖고 있으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소수의 시민들로 구성된 집단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규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규제기관이 문호를 개방하고, 기존의 업무 처리 방식을 재고하고, 시민들이 유의한 방식으로 규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 도구와 및 데이터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규제기관들의 수가 충분하지 않은 지금의 상황을 볼 때 필자들은 시민들이 규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매우 좋은 대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의 필요성

 2007년, 미국 식품의약국의 과학위원회는 식품의약국이 관할하는 자국 기업 수가 2001년 5만 1000개에서 6만 5500개로 늘어났다며 식품의약국에는 안전한 식품 공급을 보장할 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위원회가 발표한 동일 보고서에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수입되는 식품 중 불과 1~2%만을 검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융 규제기관은 메이도프의 사기 행각을 감지하지 못했으며 금융기관의 터무니없는 대출 관행이나 과도한 차입경영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내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대표적인 규제 실패의 사례다. 기후변화, 물 부족, 신기술, 전염병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혁신적인 접근방식을 활용해야 하며 각각의 문제들은 긴박한 대처방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중앙 집중화된 규제기관을 해체하거나 이들 기관의 권한을 제한하는 추세가 나타난 이후 세계 각국 정부들은 유독성 물질 배출과 금융 서비스 등 여러 부문에서 각 업계에 직접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었다. 정부가 규제를 담당하면 너무 번거롭고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업계 발전 현황에 맞게 규제를 업데이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각 업계를 대표하는 기관에 규제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세계화되어가는 업계의 요구에 좀더 신속하고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부는 ‘최후의 규제기관’의 역할을 맡아 자기규제가 실패한 것으로 여겨질 때만 개입했다.

 “선진 경제에서는 누군가가 관리하거나 규제하기에는 상품이 너무 많이 생산된다. 경제가 발전하면 정보와 인센티브라는 제약조건으로 인해 공공 정책이 한층 엄격해진다. 이런 사실들을 미루어볼 때 경제가 복잡해질수록 효율성을 높이려면 입법 과정을 한층 더 분산할 필요가 있다.”

 

 감시자가 된 온라인 대중 

 효과적인 규제라는 것이 자녀와 가족, 지역사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분야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정부가 복지부동의 자세를 고집할 때 다른 조직들이 변화에 앞장서는 경우도 있다. 식품의약국은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에게 해당 제품의 원산지, GMO 성분 함유 여부, 합성 호르몬, 항생제, 농약 사용 여부 등을 표시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테스코와 같은 소매업체들과 온라인 제품 지침을 통해서는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유사한 수준의 개방성을 도입하여 실시간으로 제품 리콜을 실시한다고 해보자. RFID 기술과 과거 구매 데이터를 통합하여 리콜 대상 제품을 구매한 사람에게 위험을 알릴 수 있도록 오픈소스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소매업체들이 데이터 피드 공개에 동의하면 수백 명의 프로그래머들이 관련 프로그램 개발에 열을 올릴 거라고 생각한다. 금융 부문과 식품 부문은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갑자기 모든 문제가 줄어든다”라는 오픈 소스의 격언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부문이다. 식품의 경우, 공무원들이 대중과의 협업을 통해 ‘대중’이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평가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식품 관련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식품문제가 발생할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규칙을 마련해주는 대가로 선거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며 정계를 공략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분산되어 있는 대중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것이 훨씬 힘든 일이다.

 

 참여자 중심의 도시주의

 일반 시민들에게 식품 안전성을 규제하거나 환경단체가 공기청정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식이나 도구가 있는지 자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카네기 멜런 대학교의 컴퓨터 과학자 에릭 파울로스는 휴대전화에 약간의 방안이 더해지면 시민들이 얼마든지 규제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파울로스는 간단한 기기 조작을 통해 일반적인 휴대전화를 자연환경을 감지하고 일상적인 풀뿌리 시민활동을 통해 단체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개인용 측정기기로 변환할 수 있다. 파울로스는 일반적인 휴대전화에 몇 가지 간단한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면 사용자들이 평균적인 시민들이 그냥 지나가버릴 만한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공기가 얼마나 건강한가? 이 과일을 재배할 때 농약이 사용되었는가? 내 아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에 납이나 기타 유독성 물질이 들어 있지는 않은가? 집 안에 깔아놓은 카펫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배출되는 건 아닌가?

 

 노키아는 이미 대기 중의 가스 농도(일산화탄소, 부유성 고형물, 지표면 오존 감지기)와 자외 복사선, 소음 공해 등을 측정하는 새로운 감지 기술을 반영한 ‘환경 센서’ 전화기의 원형을 개발했다. 

 파울로스와 연구팀은 도시 감지기술의 실질적인 용도를 실험하는 첫걸음으로 샌프란시스코의 환경미화원에게 오염 수준을 측정하는 센서를 제공하여 도시를 청소하며 오염도를 측정하도록 했다. 환경미화원들이 갖고 있는 센서가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를 전송하면 연구진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샌프란시스코 환경 현황을 표시한 실시간 지도를 제작하게 된다. 파울로스는 센서가 보편화되면 정보 제공에 동의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서 직접 공기 청정도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마닐라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민들이 도시 대기오염 문제와 맞서 싸우기 위해 환경단체와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마닐라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민들이 과도한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차량을 발견하면 스모크벨처 와치독(Smokebelchers Watchdog)이라는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신고하게 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환경단체는 매주 주말마다 다섯 건 이상의 불만 사례가 접수된 차량 목록을 정리하여 기업들에 차량운행 면허증을 발부하는 교통통신부 산하 국토교통국에 전달한다. 목록을 전달받은 국토교통국은 위반 차량 소유주를 소환하여 배기가스 배출량을 확인한다. 2002년 6월 6일 캠페인이 시작된 후 첫 2주 동안 123명의 자동차 소유주가 국토교통국에 소환되었다. 

 이와 같은 도시 감시 프로젝트를 통해 적극적인 시민 참여가 공기의 질을 우려하는 기관뿐 아니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기관의 감시 및 집행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운동을 생각해볼 때도 시민과 업계, 비정부 조직의 한층 커다란 역할이 기대된다.

 

 자기 조직화된 시민들의 기업 감시

 대부분의 기업인, 그리고 수많은 정부 관료들은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인 이익이 명백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훌륭하게 조직된 대규모 시민 네트워크는 세계화의 경제적인 이익에 확신을 갖기 못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화로 인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새로운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기는커녕, 세계화는 다국적 기업들에게 해외의 느슨한 노동법을 악용하고 개도국에 오염물질을 수출할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시민들은 세계화로 인해 중립적인 규칙 중심의 거래 체제가 등장하는 대신 기업 변호사들이 일반 시민들과 시민들이 선출한 대표의 요구와 권리보다 기업의 요구와 권리를 우선시하는 국제 무역 규정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주요 다국적 기업의 사회환경 성과 기준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점차 높아지자 시민들의 기업 감시 노력이 등장했다. 셸의 나이지리아 석유 유출 사태, 다국적 농업기업 몬산토의 ‘터미네이터’ 종자 기술 등 가국적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인 누살을 찌푸릴 행동에 관한 뉴스가 거의 매주 주요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25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기업이 사회문제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더 커다란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크록테일 사이트는 사용자들이 수십만 개에 달하는 미국의 공개 기업과 이들이 운영하는 국내외 자회사가 증권거래위원회에 제공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크록테일의 애플리케이션에 회사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기업의 자회사의 위치가 세계지도 위에 표시된다. 그뿐 아니라, 이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가 각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자회사 현황을 도식으로 정리해서 보여준다. 등록된 조사관이 각 자회사와 관련된 문제점을 입력하면 사용자가 모기업 프로필을 확인할 때 관련 사항을 자동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코프와치의 개방형 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는 좀 더 강력한 검색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다른 조직들도 기반이 되는 도구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코프와치나 위트니스는 다양한 시민 중심의 움직임들은 세계화되고 상호 의존성이 강화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대처할 세계 각국 정부의 능력, 혹은 의지가 약화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좀 더 심오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민 개개인과 비정부 조직들이 정부의 대응을 기다리기보다 자체적으로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규제방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ο 하의상달 방식의 규제방안

 셸과 같은 석유 가스 기업들은 탐사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에 이해관계자들을 소집해서 폭넓은 사항을 논의하며, 전 세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환경 기여 활동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연간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공개한다. 그 어떤 업계보다 비밀스러운 방식을 고수하는 생명공학 업계도 투명성 강화와 신제품 및 신기술에 관한 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굴복하고 있다. 

 

 ο 천연자원 관리의 개방

 과거, 천연자원 관리는 관리의 대상이 삼림이건, 광물이건, 어장이건 자원 이용에 대한 해당 지역 중앙 조직의 감시 통제 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지금은 3가지 새로운 세력이 등장함으로써 천연자원 규제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되고 있으며, 새로운 참여 관리 모델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 수많은 지능형 마이크로센서와 위성사진으로 인해 자연환경,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환경에 관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구글 어스와 같은 도구를 통해 이런 정보 중 상당 부분을 인터넷에서 무료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방대한 양의 공짜 정보는 정책입안가들과 실무 담당자들에게도 도움을 주지만 환경보호 활동가나 천연자원이 있는 현지 지역사회에도 상당한 힘을 실어준다. 둘째, 일부 자원이 지구 생물권에 미치는 생태계적 영향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몇몇 자원만은 글로벌 공공 재화로 여겨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 시민들은 공공 재화로 간주해야 할 일부 자원을 보호하는 데 점차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범지구 차원에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일부 자원에 대해 일부 국가가 주권을 주장하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셋째, 여러 국가를 넘나들며 주요 정책 논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환경보호단체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조직되어 있으며 네트워크의 대응 속도가 점차 민첩해지고 있다.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는 전 세계 산림개발 현황 정보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여 산림 관리 결정의 투명성과 책임감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쌍방향 웹사이트인 글로벌 포레스트 와치(Global Forest Watch)를 운영한다. 1998년에 등장한 글로벌 포레스트 와치의 기본 원칙은 점차 강력해지는 IT 기술을 통해, 책임감 있는 업계 관행을 장려하는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삼림관리 역량을 구축하는 데 투명성을 가장 강력한 매커니즘 중 하나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사이트는 삼림을 위협하는 요인과 위협을 하는 주체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글로벌 포레스트 와치에 접속하면 몇 분 내로 특정 기업의 벌목 위치와 벌목 기간을 확인하고, 해당 지역의 삼림 법규와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해당 벌목업체가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위성사진, 국가 삼림 데이터, ‘현장’보고서 등을 종합하여 개발한 지도 인터페이스를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규제참여를 위한 플랫폼

 정부가 정책 과제에 대한 통제권을 국민들이 선출하지 않은 이익단체에 넘겨버리거나 대체 규제방안의 유효성을 적절하게 검토하지 않음으로써 대체 규제방안이 조작되거나 규제 실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규제 전략 부문에서 충분한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책의 적법성과 유효성이 저해되고 경제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요소다.

 

 ο 혁신의 5대 우선순위

 * 1. 개방 문화를 조성하라

 규제기관들은 내부에서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방법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어서 정부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회의 풍부한 역량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을 외면한다.

 “정부에 추가로 힘을 부여하는 차원이 아니라 정부를 변화시키기 위해 이와 같은 대규모 협업을 활용할 수 있다”

 

 * 2. 참여 플랫폼을 구축하라

 

 * 3. 대화와 지속적인 개선을 장려하라 

 참여 규제를 통해서 반드시 구속력이 있는 규제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건 아니다. 기업이 교훈을 얻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과정을 정의하는 것을 참여 규제의 목표로 여겨도 좋다.

 

 * 4. 공익을 보호하라

 

 * 5. 업계 차원에서 집단행동을 조직하라

 영향력 있는 선두기업이 공통의 목표와 도전과제를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업계 내 다른 기업들의 동참을 유도할 때만 규제참여 방안이 성공할 수 있다.

 

 규제참여의 확산을 위한 노력

 “규칙이 존재해야 집행할 수 있으며, 세계적인 합의 도출 과정을 통해 규범이 만들어져야 규칙을 제정할 수 있고, 관심을 갖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타나야 규범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강제성이 있는 정부 규제와 달리 선택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모든 기업이 제도화된 대화와 투명성 시스템에 참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선두업체가 좀 더 높은 기준을 수용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규칙이 국가 규제 시스템이나 ISO 14000과 같은 기업 경영 시스템에 반영되기 때문에 후발업체들도 결국 규칙을 받아들이게 된다. 

 “투명성을 정부 규제를 대신하는 존재로 여기면서,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행동이 단기간에 변화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투명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투명성을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광범위한 규제방안의 일부로 여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규제참여를 지지하는 논거는 시장과 정부가 기술과 경제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규제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다. 다행스럽게도, 대안적인 규제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시장과 정부가 내놓는 가장 두드러지는 해법 몇 가지는 시민과 기업, 그리고 여러 기관들이 양쪽의 방안을 최대한 적용해본 뒤에 현실화될 것이다.

 

 

 

16. 글로벌 문제해결 : 국가를 넘어서 

 제시카와 매트 부부는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사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개개인이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 기업가들에게 직접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을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냈다. 부부는 자신들처럼 자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가 개인의 삶뿐 아니라 좀 더 넓은 지역사회의 미래를 바꾸어놓을 비즈니스 기회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환영할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단순히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보다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그뿐 아니라, 아이디어는 부족하지 않지만 실행에 옮길 자본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대륙의 빈곤을 줄여나갈 흥미로운 방법이기도 했다. 

 제시카와 매트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소액대출 인터넷 시장을 키바(Kiva, 스와힐리어로 ‘통합’이라는 뜻)라고 불렀다. 운영을 위한 첫 단계로 부부는 우간다의 기업가를 고용하여 투자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다른 기업가들을 찾아내고 그 사람들의 사업계획서와 필요한 자본의 규모를 키바 사이트에 공개토록 했다.

 

 개도국의 시민이나 중소기업에 소액의 돈을 빌려주는 소액대출(microfinance)의 개념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액대출이 은행업계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교수에서 빈민층을 위한 은행가로 변신한 무하마드 유누스가 과거 30년 동안 소액대출의 개념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홍보했었지만 그다지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했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심각한 기근 현상이 나타났던 1974년,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의 빈민들이 악독한 고리대금업자에게서 빌린 빚을 갚고 자립할 수 있도록 42개 가족에게 총 27달러를 빌려주었다. 고리대금은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 사람들을 불구로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도 고리대금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례가 드러나곤 한다. 믿기 힘들겠지만, 2009년 4월 인도의 한 주에서 1500명이 넘는 농부들이 고리대금을 갚지 못해 자살을 했다. 농사가 실패로 돌아가 돈을 갚을 길이 없자 목숨을 끊는 쪽을 택했던 것이다. 

 1976년, 유누스는 첫 번째 소액대출의 성공을 발판 삼아 그라민 은행(세계 최초의 소액대출 기관이자 방글라데시의 빈곤층을 위한 최초의 자금 지원 경로)의 기초가 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재, 그라민 은행은 8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대출해주고 있으며 상환율은 97%에 달한다. 이런 기록으로 그라민 은행은 50개국이 넘는 곳에서 1억 개가 넘는 가구에 연간 2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빌려주는 소액대출 산업에서 가장 유명하며 가장 확고한 기반을 자랑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라민 은행이 소액대출의 길을 열어두었다고 할 수는 있지만, 키바가 선택한 길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매트와 제시카가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는 일반인이 소액대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고 인터넷을 통한 소액대출을 제안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키바는 은행이 아니었고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매트와 제시카가 키바를 운영한 지 6개월이 흐른 후 돈을 빌린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대출금을 상환했다. 이 사례는 반드시 은행가가 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소액대출 부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키바를 통해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 거주하는 가난하고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농부를 자선을 베풀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더 낫게 변화시킬 수 있는 대단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강인하고, 근면하며, 똑똑한 개인으로 여긴다. 수표를 쓰는 순간, 행위가 시작됨과 동시에 끝나버리는 기부와는 달리 키바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파트너다. 이와 같이 높은 수준의 참여도가 키바가 갖고 있는 핵심적인 매력 요인이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업계획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조언을 제공하며, 대출을 받는 사람들의 진척 현황을 주시한다고 얘기한다.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사람은 다른 기업가에게 돈을 다시 빌려줄 수도 있고, 키바에 돈을 기부할 수도 있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키바를 통해 돈을 빌려주는 사람 중 90% 이상은 재투자를 선택한다. 수천 건의 소액 투자가 오바마의 대선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수십, 수백, 수천 건의 소액 대출이 모여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놀랍게 변화시키고 있다.

 매트는 키바가 ‘국제 자선활동의 민주화’ 현상을 대변한다고 설명한다. “소액대출 방식에서는 소수의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이 기부자가 내놓은 돈이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모두 결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내놓은 소액의 돈은 기부자가 원하는 곳에 전달됩니다. 키바를 통해 사람들은 정말 커다란 자율권을 행사하며 매우 투명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현재, HSBC, 시티그룹 등 대형 은행들이 소액대출 시장에 뛰어들어 매트와 제시카가 키바를 시작하는 동기가 되었던 이타적인 비전과 경쟁할 소액대출 상품을 내어놓고 있다. 이런 사실은 키바와 같은 소규모 소액대출 단체의 성공을 확인해주는 메시지인 동시에 이들의 성공에 대한 궁극적인 찬사이기도 하다.

 

 키바는 단순한 자선 프로그램이나 은행업에 대한 집단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다. 키바는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이라는 좀더 심오한 의미를 갖고 있다. 결국, 가난은 세계적인 문제다. 하지만 키바는 유엔이나 G20과 같은 국제조직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각국 정상들이 모여 키바 설립에 관해 회담을 한 적이 없다. 정교한 국제 보고 시스템을 시행하거나 엄격한 관리통제를 담당하는 국제기구 담당자도 없다. 사실, 키바는 과거의 상의하달식 국제 개발 모델과는 정반대다. 키바는 평범한 사람들과 조직들이 힘을 모아서 어떤 식으로 범지구적인 문제와 관련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제시카는 “인간과 인간의 연결, 그리고 사람들의 협업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변화 세력”이라고 말한다. 제시카는 키바가 부자와 빈자를 나누는 경계선, 기부자와 수혜자를 나누는 경계선, 선진국과 개도국을 나누는 경계선,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경계선 등 사람들을 분리시키는 경계선을 완화한다고 믿는다. “키바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믿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심오한 변화를 대변합니다. 그와 동시에, 키바는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풀뿌리 방식의 글로벌 거버넌스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국제 포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형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거창하게 전 세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정부나 새로운 글로벌 관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도 아니다. 일반인들이 힘을 모아서 이 세계가 직면한 가장 긴급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포괄적이고 참여적인 포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전통적인 통제의 개념과 문제에 대한 소유 의식을 버리고 폐쇄적인 국제조직을 넘어서 의지와 참여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새로운 네트워크를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같은 민족에 속하지만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집단을 이어주는 가상 커뮤니티는 지리적 경계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가치관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이어주는 교량을 형성한다. 이런 종류의 세계적인 가상 커뮤니티는 소속감을 준다. 그뿐 아니라, 물리적인 위치는 다르지만 유산이나 세계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문제해결을 위한 통로의 역할을 해준다.

 

 이 모든 내용들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좀 더 제한적인 초기 형태의 정부를 바탕으로 나라가 세워졌듯이 지금의 정부와는 다르며 좀 더 적절한 형태의 거버넌스가 국가의 뒤를 잇게 될까?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이 국적에 따라 영구적으로 나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국가, 혹은 하나의 기구가 글로벌 거버넌스를 소유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거버넌스는 우리 모두의 소유이며, 우리 모두의 소유여야만 한다. 우리가 제시하는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3개의 중요한 요소, 혹은 조각은 우리가 노력을 기울이기만 하면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첫째, 유엔이나 세계무역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의 운영방식을 비롯해 글로벌 의사결정 시스템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능력의 원천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국제적인 안건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와 도전과제를 중심으로 이미 힘을 모으고 있는 시민 네트워크를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의 더 많은 부분이 국제적인 차원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민주적인 결핍을 줄이고 시민들의 기여를 늘릴 필요가 있다.

 

 세계 재설계를 위한 프로젝트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수십억 달러의 차관을 내어주고 문제해결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하고서도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을 빈곤과 굶주림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국제사회는 북한과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이란 등 핵 보유를 갈구하는 국가들의 야욕을 꺾지 못하고 있다.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들은 어종 급감 현상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1994년의 르완다 대학살, 소말리아 정권 붕괴, 짐바브웨 경제 위기, 수단 내전 등을 지켜보면서도 별 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국제사회는 2009년 코펜하겐에서 기후협약을 개최했지만 교토의정서를 이을 만한 의미 있는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인권침해 문제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제사회는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권유린 사태를 중단할 권한을 갖고 있는 국제기구들이 일상적인 인권침해 행위를 파악하거나 처벌하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관타나모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들은 위험성이 커지면 자유를 옹호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국가마저도 인권침해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세워진 국제기구들은 이제 너무 구식일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오늘날 이 세계가 직면한 문제의 범주와 심각성에 대처하기에는 부족하다. 세계경제포럼에서 공개한 2010년 요약 보고서에는 문제가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세계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 세계는 점차 상호 의존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국제조직들은 세계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점차 상실해가고 있다. 각국 국민 대다수가 아직 세계적인 측면의 공익에 부합하는 정책의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세계가 직면한 도전과제는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으며 여러 문제들 간의 상호 연결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각국에서 활동하는 조직이나 국제기구들의 성향이 모두 폐쇄적이라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통합적인 접근방법을 마련하기가 너무도 힘들다. 기후변화, 어장 관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적인 우선순위나 국경을 초월하는 해결방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개별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국제조직들은 이따금씩 ‘이해관계자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기업이나 유명한 비정부기구의 대표들에게 테이블의 자리 몇 개를 내어주는 것뿐이다.

 50여 년 전에 설립된 국제기구들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아니라 설립 당시의 힘의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찾을 수 있다. 북미와 서유럽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의 12%에 불과하다.

 

 “역사는 우리에게 국익의 다양성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양화하는 역할도 하지만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갖게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ο 세계질서 재편을 위한 또 한 번의 노력

 베스트팔렌 조약 :: 독일 30년전쟁을 끝마치기 위해 1648년에 체결된 평화조약으로 가톨릭 제국으로서의 신성로마제국을 사실상 붕괴시키고, 주권 국가들의 공동체인 근대 유럽의 정치구조가 나타나는 계기가 되었다.  
페르디난트 2세(Ferdinand Ⅱ,1578~1637)의 반종교개혁에 대한 보헤미아의 반란에서 시작된 독일 30년전쟁(Thirty Years' War, 1618~1648)은 독일을 무대로 전개되었지만 덴마크와 네덜란드, 스웨덴, 프랑스, 에스파냐 등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참여한 국제 전쟁이었다. 1637년 페르디난트 2세가 죽자, 새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된 페르디난트 3세(Ferdinand Ⅲ,1608~1657)는 1641년 종전을 제의했다. 1644년 봄부터 황제를 비롯해 66개의 영방(領邦) 대표, 프랑스, 스웨덴, 에스파냐, 네덜란드 등이 참여한 강화회의가 시작되었다. 협상은 흥청망청한 분위기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1648년 봄, 30년 전쟁의 진원지였던 프라하가 스웨덴에 점령되고 프랑스가 황제군과 에스파냐 군대에 승리를 거두면서 협상이 급진전되었다. 마침내 1648년 10월 24일 베스트팔렌(Westfalen)의 오스나브뤼크에서 조약이 체결되었다. 
베스트팔렌 조약의 주요 내용및 결과는 다음과 같다. ① 프랑스가 알자스 대부분과 메스, 투르, 베르?窩?세 주교령을 얻어 라인강 유역까지 국경을 넓혔다. 스웨덴은 서(西)포메른과 브레멘대주교령, 페르덴주교령 등의 영토를 얻어 발틱해와 북해의 광대한 영토를 차지했다. 그리고 제국 안에서 브란덴부르크가 동(東)포메른, 마크데부르크대주교령, 덴주교령 등의 영유를 인정받고, 바이에른과 작센 등도 약간의 영토와 선제후위를 인정받으며 새로운 열강으로 떠올랐다. ② 스위스와 네덜란드가 독립국 지위를 승인받았다. ③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종교화의(宗敎和議)가 정식으로 승인되며, 칼뱅파에게도 루터파와 동등한 권리가 주어졌다. 또한 농노나 예속인들이 영주와 종교가 다를 경우에도 사적 또는 공적으로 종교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었다. ④ 독일의 영방(領邦) 제후와 제국도시들에 '황제와 제국(帝國)을 적대하지 않는 한에서'라는 조건으로 상호 또는 외국과 동맹할 권리가 인정되었다. 제후들에게 영토에 대한 완전한 주권과 외교권, 조약 체결권이 인정된 것이다. ⑤ 그 밖에 교회령에 대해서는 1624년의 상태로 되돌리기로 결정했으며 베스트팔렌 조약에 대한 반대나 거부는 어느 누가 표명하든지 간에 모두 백지화, 무효화한다고 선언하여 독일 문제에 교황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베스트팔렌 조약은 유럽에서 로마 가톨릭교회와 신성로마제국의 지배적 역할을 실질적으로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가져왔다. 조약은 제후들에게 완전한 영토적 주권과 통치권을 인정하고 가톨릭, 루터파, 칼뱅파에게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였다. 이는 정신적으로는 교황이 주도하고 세속적으로는 황제가 주도하는 가톨릭 제국으로서의 신성로마제국이 실질적으로 붕괴된 것을 의미했다. 황제와 교황의 권력은 약화되었으며, 정치는 종교의 영향에서 벗어나 세속화하여 국가 간의 세력 균형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새로운 체제를 가져왔다. 이는 유럽의 근대화와 절대주의 국가의 성립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한편, 베스트팔렌 조약은 유럽의 세력균형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합스부르크 왕가(Habsburg Haus)의 권력이 약화되고 에스파냐는 네덜란드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서유럽에서의 영향력을 상실했다. 대신 프랑스의 영향력이 강화되었으며, 제국 안에서도 브란덴부르크와 바이에른 등의 성장이 촉진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베스트팔렌조약 [Peace of Westfalen] (두산백과)

 

 브레턴우즈 체제 :: 세계 지도자들은 1944년 7월, 뉴햄프셔에 위치한 브레턴우즈라는 작은 마을에 모여 22일 동안 향후 65년간 세계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할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브레턴우즈 체제가 구축된 후 수십 년에 걸쳐 유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제네바 협정,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세계인권선언 등이 연이어 탄생했다.
 브레턴우즈 체제 ::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 주의 브레턴우즈에서 44개국이 참여하여 미 달러화를 기축으로 하여 조정이 가능한 고정환율제도의 도입을 통한 전후의 국제통화의 질서를 규정하고 이를 제도한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국제통화제도를 주관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IBRD)을 설립하였으며,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제를 성립하였다.
이 체제는 1930년대 대공황의 악몽을 겪은 자본주의 진영의 자국책이었으며, 냉전시대의 국가안보와도 맞물려 있었다. 이 시스템의 기둥이던 미국은 세계 기축통화가 된 달러를 유럽 전후재건사업 등에 풀면서 번영을 구가했다. 그러나 달러 팽창주의는 1960년대 이후 미국의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역풍을 맞았다. 1971년 미국 대통령인 닉슨이 달러화금태환의 정지를 선언으로 주요 선진국의 통화제도가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면서, 사실상 브레턴우즈 체제는 무너졌다. 이후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세계를 장악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브레턴우즈 체제 [Bretton Woods system]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ο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글로벌 협력관계

 세계경제포럼 :: (다보스 포럼) 세계경제포럼(WEF : World Economic Forum)'은 저명한 기업인ㆍ경제학자ㆍ저널리스트ㆍ정치인 등이 모여 세계 경제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국제민간회의이다. 전 세계의 경제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각국의 사업을 연결하여, 지역사회의 산업의제를 결정한다. 독립적 비영리재단 형태로 운영되며,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다.
1971년 1월 독일 출신의 제네바대학 경영학교수 클라우스 슈바브(Klaus Schwab)에 의해 창설된 '유럽경영포럼(European Management Forum)'으로 출발했다. 경제발전 없이 사회발전은 불가능하고, 사회발전 없이 경제발전이 지속되지 못한다는 원칙의 포럼으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첫 회의에 400명의 유럽 경영인들이 참가하였다. 1973년부터 참석대상을 전 세계로 확장, 1974년 1월부터 정치인을 초청하기 시작했다. 이후 1976년 회원 기준을 '세계의 1,000개 선도 기업'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1987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으로 명칭을 변경, 국제사회에서 세계 공공의 이익에 대한 기업가 정신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국제적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장치를 제공하며 기업ㆍ시민사회ㆍ공공기관과의 민간 협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초청된 인사들만 참석할 수 있는 배타적인 고급 클럽의 성격을 보인다. 1천여 회원기업의 기준은 매출액 5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기업으로, 산업별ㆍ지역별로 개별 기준이 적용된다. 또한 매년 17,000달러의 회비를 내고, 포럼의 참가비로 1인당 7,353달러씩 총 25,000달러(항공비ㆍ숙박비 제외)를 내야 한다. 초청받은 정치 지도자들은 회비를 내지 않으며, 현직 정치인으로 국제적 영향력이 큰 국가원수급이 참가한다. 그러나 까다로운 참가기준으로 비판을 받게 되자 2001년부터 비정부기구 인사를 초청하는 등 열린 토론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1981년부터 매년 1~2월 스위스의 고급 휴양지인 다보스에서 회의를 개최하기 때문에 '다보스포럼(Davos Forum)'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2002년 제32차 연차총회는 2001년에 9ㆍ11테러가 발생한 미국 뉴욕을 지원하기 위해 뉴욕에서 열렸다. WEF는 연차총회 외에도 지역별 회의ㆍ산업별 회의를 운영함으로써, 세계무역기구(WTO)나 선진국 정상회담(G7)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2004년에는 지역별 회의인 아시아 원탁회의가 한국에서 처음 열렸다.
2013년 현재, WEF의 설립자인 클라우스 슈바브가 의장 및 집행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WEF의 보고서로는 ▲글로벌 위험 보고서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 ▲글로벌 성별격차 보고서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ic Forum]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글로벌 시민: 하의상달 방식의 새로운 협력 모델

 비정부기구 부문은 세계적으로 연간 1조 달러가 넘는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큰 경제 부문이다. 브레턴우즈 체제를 비롯해 각종 전후 협약이 체결될 당시에는 비정부기구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비정부기구의 역할을 하는 소수의 단체가 있었을 뿐이다.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할 당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 조직은 오직 정부뿐이었다. 현재, 비정부기구 부문에서 활동하는 임금 근로자의 수는 약 1900만 명에 이른다. 비정부기구 부문의 자원봉사자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뿐 아니라, 비정부기구들이 지출하는 연간 개발비용은 세계은행과 맞먹는 150억 달러 규모다.

 

 현재, 수많은 소규모 조직과 네트워크들이 지역, 국가, 세계 차원에서 점차 다양한 문제와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비정부기구 부문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개별 시민들도 변화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시민들이 다양한 문제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점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네트워크가 세상을 구원하는 것을 사회적인 활동으로 만들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로터리 클럽 :: 세계 최초의 봉사 클럽인 시카고 로타리클럽은 1905년 2월 23일, 어린 시절 소도시에서 느꼈던 정겨움을 전문인들로 구성된 클럽에서 재현해보고자 했던 변호사였던 폴 해리스에 의해 창립되었다. '로타리'란 명칭은 회원들의 사무실에서 돌아가며 회합을 가졌던 초기 형태에서 비롯되었다. 120만 명의 사업, 전문직업 및 지역사회 리더들로 구성된 전 세계적인 단체다.
'로타리안'이라고 불리는 로타리클럽 회원들은 인도주의적 봉사를 제공하고 모든 직업의 높은 도덕적 수준을 고취하며, 세계 곳곳에서 선의와 평화를 구축하는데 협력한다. 현재 200여개 국에 3만 3,000개 이상의 로타리클럽이 결성되어 있으며, 정치적 성향, 종교, 문화와 인종적 배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초아의 봉사'라는 모토가 잘 말해주듯이 로타리의 주요 목적은 지역사회, 직장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의 봉사 활동이다. 주회를 통하여 로타리안들은 위험에 처한 어린이, 빈곤과 기아, 환경, 문맹, 폭력 등 중요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역사회 봉사 프로젝트들을 개발할 뿐 아니라 청소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직업개발을 홍보하며 학생, 교사를 비롯한 기타 전문인들에게 교육과 국제 교류의 기회를 제공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로타리클럽 [Rotary Club]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사회적 행동이라는 것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 변화는 규모가 크고 중앙 집중화된 비정부 조직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곳에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ο 행동을 위한 이데아고라

 사람들에게 시간이 아예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큰 일을 해내기 위해 한 번에 많은 시간을 쏟아 부을 수 없는 것이 문제다. “사색에 빠져 있지 않으면 그만큼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우리는 연간 90억 시간을 혼자서 보낸다.” 미국인들은 일주일에 4.6시간을 비디오게임에 할애하고, 매일 출퇴근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라 51분의 시간을 사용하며, 공항 검색대에서 18분의 시간을 보내고, 우체국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 30분의 시간을 흘려보낸다.

 콜커와 릭비는 이 모든 여가 시간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깨달음을 얻은 두 사람은 지지자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여가시간을 사회적인 행동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소규모 자원봉사 플랫폼 엑스트라오디너리스(Extraordinaries)를 설계했다. 예를 들어,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비영리단체의 웹사이트를 다른 언어로 번역해줄 수 있고, 조류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코넬 대학교의 조류학 연구실에서 보관하고 있는 사진 속의 조류가 어떤 종인지 분류하는 작업을 도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행동을 위한 이데아고라다. 

 

 관심을 갖고 있는 시민이라면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로고를 표시하거나 기금 조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등 상대적으로 사소한 지지의 뜻을 표현하는 데서부터 회합을 주최하거나, 특정한 일회성 프로젝트나 문제에 자신의 지식과 전문성을 기여하는 행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해법을 모색하는 사람과 해결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이노센티브와 유사한 시장에서부터 개발 커뮤니티의 참가자들이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순위를 매기는 디그와 같은 포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회가 존재한다.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가상세계는 기부하는 사람과 기부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실물과 유사한 프로젝트 가상 모형을 구축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이베이와 유사한 개발 경매 프로그램은 개도국의 정부,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구호기관, 비정부기구 등에서 내어놓는 ‘개발 프로젝트’에 입찰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ο 사회정의 마케팅에서 사회 혁신까지

 넷스퀘어드는 중앙 집중 접근방식과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넷스퀘어드는 사회정의 마케팅이 아니라 사회혁신에 주력한다. 넷스퀘어드는 수동적인 대중에게 미리 정해놓은 안건을 제시하고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기부금을 호소하기보다 사회적 기업가가 추진하는 비즈니스와 검증된 결과가 있는 사회정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하는 경연대회 방식을 활용한다. 경연대회가 웹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며 참가자들 사이에 협업이 이루어진다. 현금 인센티브는 사람들의 기여를 이끌어내며 경연대회에서 승리한 사회적 기업가에게는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초기 자금이 주어진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장래성 있는 아이디어가 좀더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수정되고, 재형성된다. 초기 자금을 획득한 사회적 기업가의 수익 창출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들이 약속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질 뿐이다.

 

 이타주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원칙과 혁신 기술을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회문제에 접목하려는 노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새로운 세대의 사회혁신가들은 조직이나 산업, 전통적인 대의명분에 구속받지 않는다. 이들을 구속하는 건 오로지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이다.

 

 국경을 넘어선 민주주의

 새로운 문제해결 모델이 갖고 있는 한 가지 문제점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네트워크가 힘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 힘이 공식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거나 인권을 침해한 사람을 감옥으로 보낼 수가 없다.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을 걷을 수도 없고 위기가 발생할 때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도 없다.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시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으로서 적법성을 주장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은 공식적인 힘은 국가와 각국 정부에게 주어진다. 각기 정도는 다르지만 국제통화기금, 유엔, G20 등 국제조직들도 조직을 후원하는 국가가 갖고 있는 권력의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몇 년에 한 번씩 표를 던지는 것 외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채 주변에 서 있을 뿐이다.

 

 캐나다 정부는 2001년 IBM이 처음으로 주최한 이노베이션 잼(IBM이 글로벌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전 세계 직원들의 인터넷 참여를 독려한 행사)이라는 행사를 바탕으로 디지털 브레인스토밍 방식의 참여과정을 기획했다. IBM의 CEO 샘 팔미사노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가장 잠재력이 큰 아이디어에 최대 1억 달러는 지원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세계도시포럼 사무국은 도시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에 그만한 돈을 투자할 역량이 없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수백 개의 조직과 수많은 개인이 보여준 용기와 지지를 바탕으로 해비타트 잼(Habitat Jam)은 언어 장벽, 문맹 장벽, 장애 장벽, 빈곤 장벽, 전쟁 장벽, 디지털 장벽을 무너뜨리고 158개국에 거주하는 3만 9000명 간의 대화를 (누군가 세계를 바꿔놓을 만한 대화라고 표현한) 시작하게 만들었다.

 3만 9000명의 다양성은 놀라울 정도였다. 슬럼 거주자, 장관, 학생, 학자 등이 논의에 참여했다. 교통, 깨끗한 물, 거버넌스, 빈곤, 기타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특히 빈민층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다양한 문제들이 논의되었다. 

 사실, 아무런 규칙 없이 분산되어 있는 네트워크를 결합시키면 특정한 문제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 혹은 행동을 개시하기에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집중적으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해비타트 잼이라는 선구적인 실험은 이런 방식이야말로 가장 빠른 혁신 방법이라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해비타트 잼의 목표는 수많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 세계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가장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에 관해 할 얘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논의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해비타트 잼의 참가자들이 내놓은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들은 세계, 국가, 지역사회 차원에서 한층 개선된 정책과 서비스를 통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할 컨퍼런스의 시발점이 되었다. 참가자들의 토론내용이 4000장을 넘어섰고, 600개의 아이디어가 생성되었으며, 70개의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에 대한 연구내용이 2006년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도시포럼에서 사용된 워크북에 포함되었다.

 

 특정 지역에서만 관심을 가졌던 문제가 점차 세계적인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같이 전 세계가 서로 연결되는 현상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키피디아, 유튜브, 트위터 등이 진정으로 세계화된 시민 문제해결자 네트워크를 위한 도구를 제공하면서 정보를 구하는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엄청난 양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웹 2.0 기술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을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시키기가 수월해졌고 참여 비용도 낮아졌다. 해비타트 잼이 그랬던 것처럼, 국제조직이 웹에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화상회의를 통해 전문가의 증언을 구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포럼을 활용하면 각기 다른 지역에 위치한 수백, 수천, 수백 만 명의 참가자들이 얼마든지 논의와 토론을 할 수 있다. 위키는 정책 문서를 집단 편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며 소셜 네트워킹 기술은 공통의 목표와 관심사를 가진 시민과 조직을 연결해준다. 

 최초의 민주주의 물결을 통해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며 책임을 지긴 하지만 대중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약하고 수동적인 시민을 양산하는 통치 조직이 탄생했다면, 두 번째 민주주의 물결을 통해서는 시민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며 시민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당면한 문제를 고민하는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가 많은 것을 약속하고 이미 이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음과 같이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네트워크들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것이 아닌 만큼 적법성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이런 네트워크는 누구의 이익을 대변할까? 이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질까? 유엔이 전 세계의 협력을 독려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

 

 사회를 지탱하는 4개의 기둥: 문제해결의 네트워크화

 결국,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조세, 법률 제정, 강제적인 집행의 권한을 갖고 있는 건 오직 정부뿐이다. 국가는 여전히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계에서 권력과 권한이 분산되어 있다는 것은 곧 다른 주체들에게도 참여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는 글로벌 거버넌스라는 도전과제를 감당할 수 없다. 기업과 시민단체, 정부, 개인 등 사회를 구성하는 4개의 기둥 모두가 아이디어를 내고 장래성 있는 해결방안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문제해결을 네트워크화하는 방식의 목표는 정책과 거버넌스 분야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지도자들과 기존의 기관들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네트워크화 방식의 목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폭 넓은 토론 포럼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선견지명, 대화를 실행에 필요한 재정 자원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조직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근본적인 ‘모터’를 생성하는 것이다. 정부는 세계적인 책임이 요구되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정부는 좀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조직을 구축하는 공통 프로젝트에 리더십, 민주적인 투입물,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 등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의 더 많은 부분이 국제 영역으로 옮겨감에 따라 문제를 토론하고 개선하고 해결하는 부분에 있어서 선출직 공무원들과 의회의 역할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선출직 대표들의 권위가 약해지기보다 새로운 형태의 집단 문제해결 방식의 등장으로 인해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을 대신해 한층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선출직 공무원들은 국가, 그리고 국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기반 의사결정 방식이 이미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조직화된 이익단체의 목소리를 증폭하는 역할만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전히 새로운 적법성 모델이다. 대부분의 민주 국가에서 나라를 통치하는 지도자들이 전체 인구의 25%도 채 되지 않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영국의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은 국민투표에서 36%의 지지를 받아 국무총리로 당선됐다. 하지만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전체 유권자 중 65%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지율은 23.5%에 그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선진 공업국에서는 투표 참여율과 정치 참여율이 떨어지고 있으며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4년 동안 권력을 보장해주는 선거가 국민을 대변할 권한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가정하기보다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의 참여를 허용하며, 목표와 운영방식, 진척 상황을 충분히 투명하게 전달하는 조직(혹은 여러 조직)에도 적법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투명성이 있으면 실적과 진척 상황을 명료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명료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으면 네트워크에 적법성을 부여할 수 있지요.”

 

 개방성, 협업, 공유, 진실성, 상호의존성 등 위키노믹스 원칙은 글로벌 문제해결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너무 오랫동안, 정책의 성공, 혹은 실패 여부와 관계없이 워싱턴 D.C. 중심부에서 내려지는 결정의 영향을 받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오직 전문가들끼리 모여 앉아 글로벌 거버넌스를 논해왔다. 반대로, 공통의 가치관과 다양한 주체가 공유하는 리더십의 적법성을 바탕으로 하며 조직적인 협력과 협업이 중심이 되는 세계는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지속 가능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도유망한 접근방법을 제시한다. 이런 세상을 위키노믹스 세상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17. 정의를 위한 투쟁 : 테헤란에서 양곤, 베이징으로 

 2009년 6월, 현직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재선이라는 선거 결과에 분노와 환멸을 느낀 수백만 명의 이란인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시위를 벌였다. 현대의 기술은 이란 국민들에게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정부 정책을 교묘하게 피할 수 있는 능력을 선사했다. 그리하여, 국제사회는 새롭고, 젊고, 점차 온건화되어 가는 이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선거 기간에 올라온 수백만 건의 트윗도 이런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 변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시간 당 최고 22만 1744건의 트윗(분당 3695건)이 올라오는 등 국제사회는 트위터를 통해 테헤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수십만 명의 이란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유혈진압이 뒤따르자 현장에서 시위에 참여한 이란인들이 폭력사태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을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네트워크에 즉각 업로드했다. (@철저한 분석 끝에 주류 미디어가 현지의 정치적 지지 상황을 오해했거나 대충 얼버무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텍사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전략정보 분석예측업체 스트랫포(Stratfor)의 분석 책임자 레바 발라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매우 인기가 없으며 (미르 호세인) 무사비는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데이터는 없습니다. 아마디네자드를 실제로 지지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다만,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을 뿐입니다. (한쪽을) 너무 부풀리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지 않는 아마디네자드 지지자들에 대한 정보가 반대 세력에 관한 정보에 비해 훨씬 덜 알려졌다. 예를 들어, 2009년 선거와 관련된 블로그 및 트위터 사용에 관해 올라와 있는 수백 건의 이야기 중 아마디네자드 지지자들의 인터넷 사용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아마디네자드 지지 세력의 포스트와 이야기는 영어가 아니라 페르시아어로 적혀 있어 이란 외부에서 접근하기가 어렵다.) 

 

 자유, 그리고 자유의 적

 전 세계에서 민주화와 반독재 운동에 앞장서 온 단체인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존의 모델은 이미 망가졌다고 지적한다. 프리덤 하우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의 현황을 종합했을 때 정치적인 권리와 시민의 자유가 3년 연속 하락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1972년에 비교 조사를 시작한 이후 3년 동안 연속적으로 권리와 자유가 하락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뿐 아니라, 프리덤 하우스는 미디어의 독립성에 관한 분석을 통해 전 세계에서 오랫동안 언론의 자유가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현상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파산한 나라는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경향이 있다. 민주국가에서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일을 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으며, 국가는 이런 권리를 흔들림 없이 수호한다. 하지만 정치적인 자유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변덕스러운 지도자와 부패 문화로 인해 경제적인 기회가 제한된다. 지도자가 변덕스럽고 사회 전반에 부패가 만연해 있으면 규모를 막론하고 사업을 시작하거나 운영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수억 명에 달하는 잠재적인 발명가, 관리자, 엔지니어, 교육가, 사상가, 투자자들이 태어나는 순간 모든 시민에게 부여되는 권리를 실행할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란이나 러시아, 중국 국민들은 지금 호메이니나 스탈린, 마오가 통치하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독재국가 중 상당수가 과거의 군부독재와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과거 정권들보다 교묘한 사회 통제에 훨씬 능하다. 지금의 독재정권들은 잔혹한 군사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좀 더 미묘한 형태로 조작하는 쪽을 선호한다. “지금의 독재정권들은 정치 담론을 ‘인도’하고 ‘관리’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해왔다. 이런 방법을 통해 정치적인 결과에 대한 뉴스와 정보를 선별적으로 숨기거나 수정하며, 가장 중요한 기업들을 진압하거나, 직접 임명하며, 이런 기업들에 기생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이란이나 러시아, 중국 등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사회 통제의 형태가 점차 은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배계층의 우위를 인정하고 명령에 순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한 국적을 막론한 모든 시민과 기업이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 시민들이 권리를 실행하는 정도가 법률이나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불투명하고 이해할 수 없는 조직에서 내린 자위적이고 변덕스러운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국가 지도계층은 호화로운 삶을 살지만 국민의 상당수는 지도층만큼 편의를 누리지 못한다. 대신, 일반 국민들은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거나 세계화가 자유 국가의 시민들에게 안겨준 풍요를 누리지도 못한 채 세계경제의 끄트머리에 불안정하게 앉아 있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앞으로 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을 거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전투는 전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자유는 더 많은 동맹국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상호의존적인 새로운 글로벌 세계에서는 인적 개발, 정치적 개방성, 경제적 성공 등이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함께 발전해야만 한다. 높은 수준의 경제적 자유는 높은 일인당 소득 및 높은 GDP 성장률과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높은 성장률이 좀더 나은 거버넌스와 좀 더 나은 투자와 혁신의 기반이 된다. 

 

 ο 위키 세상이 국제 외교를 만나면

 스스로를 정부의 정보 은폐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삼은 ‘국민들을 위한 정보 서비스’라 칭하는 위키리크스(WikiLeaks)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비밀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010년 4월, 익명의 정보원이 미국 국방부가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당시, 동영상에는 미군 헬기가 2007년 바그다드에서 이라크인들을 무자비하게 살상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망자 가운데 로이터 통신 소속의 기자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그 사건이 그리 유명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전 세계를 충격에빠뜨리고 국방부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단 몇 년만에, 위키리크스는 군사 기밀에서부터 9·11 테러 사태 당시 사망한 사람들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수백 건이 넘는 기밀문서를 폭로했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들이 중국의 반체제 인사, 해커, 컴퓨터 프로그래머, 변호사, 언론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위키리크스 측의 설명 외에 설립자들에 대한 정보는 그다지 알려진 것이 없다.

 

 사실, 미국 국방부가 민감한 정보가 대중에게 공개되었을 때 위키리크스가 과연 책임을 질 것인지 궁금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장에서 필자들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이런 변화가 피할 수 없는 전 세계의 민주화 물결()젊은 사람들, 인터넷의 확산, 글로벌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유혹 등이 폭발적으로 더해져 생겨난 물결)의 전주곡인가’ 하는 것이다. “트윗은 정부를 전복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다”

 

 이란이 맞이한 새로운 상황 

 평범한 이란 국민에게 질문을 한다면 2009년 여름 테헤란 거리에서 벌어진 시위는 단순히 선거에서 당선된 인물에 반대해 벌어진 사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란의 세속적인 제도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선거 자체에 대한 봉기였다고 답할 것이다.

 소위 트위터 혁명이라 불리는 변화의 움직임이 압제를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트위터 혁명은 필사적으로 권력을 붙들기 위해 노력하는 파산한 정권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란의 인구통계상의 변화와 더불어 기술 중심의 저항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란의 인구 7000만 명 중 무려 60% 이상이 30세 이하다. 젊은 이란인들이 모바일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 2005년부터 이란의 휴대전화 보급률이 무려 500% 상승했다.

 

 자유를 위한 블로그 활동: 무슬림과 서구 간의 새로운 하의상달 방식 대화

 이란의 자유운동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기술, 인구, 사회 세력이 서양과 동아시아, 이슬람 사이에서 파괴적인 ‘문명의 충돌’이 발생할 거라는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의 우울한 예상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걸까? 1992년, 헌팅턴은 21세기에는 인류가 문화와 종교에 따라 나뉠 거라고 주장하여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헌팅턴은 문명을 나누는 단층선이 미래의 전선(戰線)이 될 거라는 예측과 더불어 그 결과로 나타나는 충돌이 멀지 않은 미래에 세계 정치를 지배할 거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위키 세상이 문화 단층선을 바로잡고 세계적인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생산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을 근거로 낙관론을 믿는다. 근본적인 문제는 문화의 충돌이 아니라 무지의 충돌이다. 개방성과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상호 의존적인 글로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무지 해결을 위한 최고의 방법을 제공한다.

 

 서구가 무슬림 세계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종교를 두고 갈등을 빚을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자본주의, 교역을 중심으로 협력해야 한다. 

 무슬림 중산층을 비즈니스와 교역에 참여시키는 동시에 언어와 아이디어 교류에도 참여시켜 보면 어떨까?

 

 2010년 초 현재, 약 2억 명에 달하는 블로거들이 약 3억 5000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의 독자들과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ο 아랍 블로고스피어의 성장

 블로그 활동이 초래하는 높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18개국에 거주하는 아랍어 블로거 3만 5000여 명은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민주화를 위한 움직임에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아랍권 블로거는 대부분 젊은 남성들이며 이들은 알자지라와 같은 방송보다는 유튜브 동영상과 위키피디아 등을 뉴스 또는 정보원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블로거들이 살람 팍스라는 블로거가 중동에서 블로기으이 개념을 처음 전파했다며 팍스의 공로를 인정한다. 이라크 전쟁 당시 팍스의 블로그에 올라온 생생한 경험담은 전세계의 관심을 끌었으며 이후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했다. 그뿐 아니라, 팍스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본 이라크의 블로거들은 급기야 자신들의 경험담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 겨로가, 다양한 정치관을 가진 블로거들이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사건을 매우 생생하게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ο 청년층의 급증: 자유세력, 혹은 폭압?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Al-Arabiya)는 정부를 비판하고 반체제 인사를 위한 포럼을 개설하는 등 오랜 금기를 깨뜨려왔지만 젊은이들의 참여는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

 “(청년층의 증가가) 혁신과 사회적 성장이라는 누적 과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무런 방향성도 없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과거의 제도를 파괴하고 새로운 지배층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전체주의 군주들이 젊은이들의 갈 곳 없는 에너지를 조직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복장 규정, 정부 검열 등 예전에는 그저 성가시게 여겨졌던 규제들이 지금은 숨 막히게 여겨진다.”

 

 기로에 선 미얀마: 경고성 이야기

 2007년 8월, 미얀마 국내에서 불만이 쌓여 폭발 일보 직전의 상황에 이르렀다. 당시, 미얀마 군사 정부가 연료 가격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자 연료 가격이 무려 500%나 폭등했다.

 식품을 비롯한 기타 상품의 가격도 단기간에 급등하여 미얀마에서 수백만 명이 식료품 구매, 출퇴근, 자녀 교육 등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심지어 불교 승려들까지 드물게 저항행위에 참여했다. 승려들은 미얀마 장군들의 보시를 거부하는 데서부터 저항심을 드러냈다. 이는 곧 더 이상 장군들에게 부처의 축복을 내리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8월 19일이 되자 미얀마는 대혼란에 빠졌다. 수천 명의 미얀마 승려들이 양곤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곧 수만 명의 교사, 여승, 지역주민들이 가세해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군부독재를 종식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금색 법의를 입은 승려들이 참가했다 하여 당시의 소요사태를 사프론 혁명(Saffron Revolution)이라 부르기도 한다.

 9월 24일까지 시위대가 미얀마 전역의 25개가 넘는 도시의 거리를 가득 메웠으며 양곤에서 시위에 참여한 사람의 수만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얀마 정권은 점차 불안해졌고 9월 26일 미얀마 군사정부는 결국 폭력을 행사하며 수천 명의 시위대를 감금하고 폭행했다.

 

 ο 미얀마 내부 갈등의 진화 

 미안먀에서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의 역사는 영국에서 독립하기 위해 싸웠던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십 년 동안의 잘못된 출발과 일당독재체제 끝에 찾아온 1988년 여름은 승려 등 자유민주 선거와 개방 사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던 수천 명의 민주주의 활동가들에게 상서로운 순간으로 여겨졌다. 당시, 미얀마 전역에서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이 민중운동 세력으로 등장했다. 수지는 혁명가이자 민족주의자이며 미얀마의 영국 독립을 주도했던 아웅산 장군의 딸이다. 수지는 가족사로 인해 매우 유명해졌고 따라서 미얀마 장성들의 눈에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1990년 선거 당시 미얀마의 군사정권은 모든 미디어를 통제하고 야당을 지지하는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민족민주동맹이 의석의 80%를 차지했다. 미얀마 군부는 즉시 선거를 맹렬하게 비난하며 의회 참석을 거부했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 선출된 민족민주동맹 대표를 전원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2007년의 반정부 시위 때와 마찬가지로 당시 미얀마에서는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미얀마의 고위 정부 관료들이 파견한 군부대는 약 3000명으로 추산되는 민주화 인사(주로 학생)들을 살육했다. 일부 학생들은 체포되어 즉결 처형당했고 장기간 투옥된 학생도 있었으며 일부는 정글로 달아나 소수민족의 반정부 무장 저항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아웅산 수지는 1995년까지 가택 연금을 당했다. 하지만 미얀마의 군부정권이 수지의 감금을 정당화하기 위해 온갖 새로운 이유를 생각해낸 탓에 수지는 그 이후에도 가택 연금을 계속해서 당했다. 

 

 국외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은 일본, 유럽,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활동하면서 로스앤젤레스에서 도쿄, 파리로 이어지는 국제 네트워크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서구의 대학에 등록한 학생들은 억압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인터넷을 이용해 자유롭게 정보를 전파하고 공유했다. 미얀마 활동가들은 단 몇 년 만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충돌을 국제문제로 비화하고, 다국적 기업들이 미얀마에서 철수하도록 강요하고, 국가법질서 회복위원회(State Law and Order Restoration Council)를 세계에서 가장 비난받는 정권 중 하나로 전락시켰다. 

 해외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였던 인종차별 반대운동에서 착안해 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의 외화를 고갈시키기 위한 전술을 개발했다. 남아프키라 공화국의 보이콧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인터넷은 활동가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사회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만 20개가 넘는 주와 지방정부가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의 공공 계약 입찰을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펩시코, 에디 바우어(Eddi Bauer), 애플,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모토로라, 텍사코, 하이네켄, 칼스버그 등 많은 기업들이 난처하고 희생이 큰 보이콧을 피하기 위해 미얀마에서 신속하게 철수했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신세임을 깨달은 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는 국가평화발전위원회(State Peace and Development Council)로 명칭을 수정하고 세계적인 홍보 전략에 돌입했다. 미얀마 정권은 합법적인 외환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미얀마를 여행자들의 천국으로 홍보하는 한편 국가 차원의 제재나 현지 구매법에 구애받지 않는 해외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우치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대개 실패로 돌아갔다. 

 

 ο 어떤 길로 나아갈 것인가

 국제사회는 대체로 무력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2007년 10월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얀마 정부의 행동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한층 강력한 제재를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얀마 내 모든 도시 거리 곳곳에 군사들이 깔리고 사찰이 텅 비다시피 하면서 대규모 시위는 끝이 났다. 사프론 혁명은 평정이 되었다.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그랬다. 그때 이후,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2009년 초 첫 해외 순방길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아시아를 방문하여 미얀마에 관한 질문에 답을 했다. 당시, 힐러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택해온 제재방식은 미얀마 군사 정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서 “미얀마 군사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미얀마 정부를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 역시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고 인정했다.

 

 의사소통과 네트워킹의 주요 경로로 자리를 잡은 소셜 네트워크가 없었더라면 미얀마인들이 겪는 곤경에 대해 지금처럼 많은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미얀마의 장군들이 국민들에게 자유를 돌려주고 존경받는 구성원으로서 국제사회에 참여하는 또 다른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승려들이 거리로 나선 지 3년이 지난 2010년 4월, 미얀마의 장성들은 선거를 실시하고(1990년대 이후 처음)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유를 지지하는 세력을 일깨우는 노력

 전 세계 인구의 20%,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20% 가량이 중국에 거주한다. 

 

 천안문 사태 :: 1989년 6월 4일

 

 ο 독재자의 딜레마

 나날이 늘어나는 휴대전화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전사들이 사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휴대전화가 트위터, 유튜브 등의 플랫폼과 더해지면서 민주주의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는 영구적인 경로를 확보하게 되었다. 

 물론, 인터넷이 자유 방정식의 양쪽 모두를 증폭할 수도 있다. 인터넷은 민주적인 대화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듯이 자유를 방해하는 세력을 결집시키는 장소로 이용될 수도 있다.  “중국 국민들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은 삶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정말 괜찮은 삶을 줄 수 있는 거라면 좋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없이도 우리가 괜찮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왜 반드시 민주주의를 선택해야 합니까?”

 

 현재, 중국에서는 공산당에서 정한 국익에 대한 정의에 위배되는 내용이 올라오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웹을 감시하는 인터넷 경찰이 무려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ο 천안문의 유령

 2010년 1월 12일, 구글이 중국법에서 요구하는 검색결과 검열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중국의 인터넷 검열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구글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자사의 서비스가 해가 되기보다는 유익하기를 기대하면서 항상 중국 내 사업활동에 대해 머뭇거리는 태도를 취했다. 구글의 니콜 웡 부법률고문은 “지난 3년 동안 우리 직원들에 대한 협박, 점차 강화되는 검열, 구글의 지적재산을 훔치려는 시도, 구글의 기업 인프라에 대한 공격 등을 참아왔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09년 12월 중국 정부에서 고용한 해커들은 반체제인사와 민주화 활동가로 의심되는 인물들의 지메일 계정에 침투하기 위한 시도를 감행했다. 자체적인 조사를 실시한 후 구글은 중국 정부의 해킹 공격이 금융, 미디어, 화학 부문에 속하는 기업들과 인터넷 기업, 기술 기업 등 20개가 넘는 대기업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웡은 그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중국 정부의 횡포를 견뎌온 구글이 인내심을 잃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구글은 중국어 검색 엔진을 홍콩으로 옮기고 지메일을 사용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구글의 공개적인 비난이 성가시게 느껴졌겠지만 중국의 지도자들은 인터넷 자유라는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을 변경하지 않았다.

 인도가 세계의 백 오피스(Back Office) 이상이 되기를 열망하듯 중국도 세계의 공장 이상의 무언가가 되기를 희망한다. 

 

 역설적이게도 수많은 독재국가들이 열망하는 가파른 경제성장은 시민들의 염원 속에 독재자와 독재정권을 무너뜨릴 바로 그 내부 세력을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경제적인 역량이 성장함에 따라 시민들의 요구와 책임이 증가하는 현상을 경험한다.” 중국에서는 경제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구매력이 있고 사회적 관심사와 요구를 논의할 시간이 있는 중산층이 등장하게 되었다. 경제적인 이익이 더 나은 삶의 질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면서 기대치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부류의 시민들이 더욱 커다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성장이 역설을 낳으며 개선을 가능케 한 바로 그 정부가 비난의 대상이 된다.

 

 ο 자유의 확산을 위하여

 독재정부들이 글로벌 경제에 통합되고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여러 금융 조직이나 정치 조직에 참여하면 민주주의자들은 현실에 안주하기가 쉽다. 표면적으로는, 이념의 차이를 관용하는 태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냉전 중 소련과 미국을 상호 전멸의 벼랑으로 몰고 갔던 이념 전쟁을 대신할 만한 참신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만심은 인류를 한층 더 어두운 곳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약 6000개의 러시아 범죄 조직 중 200개가 넘는 러시아 마피아 조직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29개국에서 현지 범죄 조직과 결탁하여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현지 범죄 조직들은 러시아에서 사실상 무제한의 자금을 지원받아 현금으로 300만~1000만 달러에 이르는 대금을 지급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부터 베를린에 이르는 세계 각지의 땅을 사들이고 있다. 러시아의 범죄자들은 일단 정착을 하고 나면 마치 자국에서 활동하듯 공갈, 강탈, 매춘을 비롯해 기타 불법적인 사업에 뛰어든다. 러시아의 마피아들은 점차 기반을 다지며 거주하고 있는 국가의 경제 활동에 적극 개입하여 마약 거래, 도박 등을 통해 산업 및 금융 구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결국 맨 처음 공조체제를 구축했던 현지 마피아를 몰아낸다.)

 

 물리적인 국경이 세계 각국을 분리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인터넷에서 가상의 국경을 만들게 될까? 다시 말해서, 자유 진영을 위한 인터넷이 존재하고, 중국이나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국가 지도자들이 허용하는 것만 볼 수 있는 국가를 위한 인터넷이 별도로 존재하게 될까? 지역별 하위 넷으로 세분화된 인터넷(국민 중 일부만이 전 세계의 온라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정보의 흐름을 제한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정권보다 앞서 나가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글로벌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 원자재를 제공하는 것은 자유와 개방성, 진실성, 협업 등이다.

 

 

 

제7부 결론 

18. 변화를 위한 기본 원칙 : 위키노믹스 활용방법 

 우리는 사회의 10여 개 부문에서 활동하는 수백 개의 조직을 연구한 끝에 성공적인 개인과 기업들이 관련 조직이나 부문에서 위키노믹스를 활용하기 위해 따르고 있는 다음과 같은 6가지 규칙, 혹은 업무방식을 발견했다. 1) 대부분의 조직들이 그러하듯이 무언가를 창조하고 공격적으로 보호하는 대신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재화 혹은 서비스) 을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다른 사람들이 그 플랫폼을 바탕으로 자기조직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라. 다시 말해서, 단순한 창조자가 되는 데서 그치지 말고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2) 협업을 위해서는 일부 지적재산을 공유하고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비즈니스 활동 중 어떤 부분을 공개하고 어떤 부분을 내부에 남겨두어야 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3)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미래를 통제하려면 역설적으로 다른 방법, 즉 자유롭게 놓아주는 방법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자기조직화를 통해 문제해결과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격려해야 한다. 4) 물론, 자기조직화를 부추기는 세력이 필요하며 어떤 경우든 선봉에서 열성적으로 움직이는 소수집단이 대규모 협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우수함을 인정하고, 능력 있는 인재들을 리더십의 자리에 앉혀 선봉을 강화하고 선봉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가해야 한다. 5) 가치 창출방식을 영구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협업의 문화를 확대하고 심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시대적인 위계질서를 초월하고 조직 내부에서 아이디어와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는 역동적인 실력 중심의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6)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디지털 세상과 새로운 세상이 제시하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이해심을 타고난 첫 번째 세대이다. 따라서 넷 세대에게 권한을 주어야 한다. 넷 세대에게 협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현명한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젊은이들에게 변화의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넷 세대가 갖고 있는 이런 특성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을 조성하는 큐레이터가 되라

 사람들의 업무방식을 개선해준다고 약속하는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기업들은 이를 위해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평가하고, 시스템을 설계하고, 그 시스템을 실행하며 변화를 관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뿐 아니라, 이들은 웹사이트, 신제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고객 응대방식 등 다른 콘텐츠를 창조할 때도 같은 접근방법을 사용한다. 어떤 경우든, 기업들은 스스로를 콘텐츠를 창조하는 존재라 여긴다.

 이것은 잘못된 접근방법이다. 위키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콘텐츠 공급자, 혹은 전략, 제품, 서비스 등을 창조하는 존재라 여겨서는 안 된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자기조직화를 통해 쌍방, 혹은 전 세계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창조할 수 있는 환경, 혹은 플랫폼을 창조하는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웹사이트를 구축했다면, 단순히 웹사이트에 고정적인 콘텐츠를 올려두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성하고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도록 프레임워크와 도구를 제시해야 한다.

 

 예전에 신문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을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에서 신문은 대화의 장소를 제공하며 커뮤니티를 구축한다. 그뿐 아니라, 정치 담론을 나눌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 대화의 장, 혹은 유명인사들에 대한 흥미로운 가십거리 등이 오고 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환경 속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제공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 사업은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모든 조직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즉, 비단 직접 창출하는 가치뿐 아니라 광범위한 생태계와의 협업을 통해 조직하는 전반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구축하고 창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민들이 참여 과정을 통해서 공공 부문이 필요로 하는 해법 중 일부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큐레이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은 고객이나 이해관계자들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발명하는 과정에 처음부터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로컬 모터스를 설립한 해병 출신 제이 로저스는 차세대 자동차를 설계할 당시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비전을 청사진으로 옮기기 위해 풀타임 디자인팀을 고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로저스는 고속으로 주행하는 경주용 자동차, 도시의 좁은 도로를 쉽게 빠져나가는 자동차 등 자동차광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자동차를 설계하고 생산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로저스는 자동차광들의 열정을 활용했지만 사실상 모든 제품이 사용자의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사실, 점차 많은 고객, 특히 젊은 디지털 원주민들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혹은 다른 조직들이 그런 권한을 주건, 그렇지 않건 제품을 자신이 직접 추구하는 혁신을 위한 플랫폼으로 여긴다.

 요즘 소비자들은 협업과 정보 공유를 통해 추가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고안한다. 고객들의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면, 고객들이 다른 기업의 제품을 플랫폼으로 활용하게 된다.

 

 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중(crowd)’의 일원으로 취급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즉, 의미 있는 역할을 만들어내고 공동체 의식을 고취해야 한다. 세스 고딘의 말처럼 느슨하게 연계되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 있다면, 대중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중에게 리더가 생기면 대중은 하나의 부족(tribe)이 된다.

 

 정부, 의료, 교육 등 그 무엇에 관한 것이든 고정되어 있으며, 움직일 수 없고, 편집할 수 없는 것들은 20세기의 쓰레기통 속으로 던져버려야 한다.

 

 공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라

 위키노믹스의 원칙 중 ‘공유’는 준수해야 할 기본적인 규칙 이상을 의미한다. 공유는 성장과 혁신, 이윤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물론, 기업들은 중요한 지적재산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적재산 전부를 숨겨두려 하면 효과적인 협업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조직 내부에서 위키노믹스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엄선한 지적재산과 기타 재산을 공유지에 공개하여 수많은 참가자들이 많은 양의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으며 새로운 프로젝트와 협업의 기회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유는 조직에게 내외부에서 새로운 창의력 풀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상 모든 기관에서, 대부분의 혁신과 새로운 지식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개인과 독립체가 특정한 문제나 요구에 관한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해서 만들어낸 산물이다. 

 

 개방형 자산과 폐쇄형 자산으로 지적재산을 다각화하는 포트폴리오 접근방법을 지지한다. 먼저 조직 내부의 자산을 살펴본 다음 재사용이나 수정을 허용할 경우 좀 더 가치가 높아질 만한 자산이 있는지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지적재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때는 다음 지침을 고려하기 바란다. 첫째, 공공 재화에 편승하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자신에게 다른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자산이 있을 경우 그 자산을 공개할 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수입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제3자가 의 지적재산을 활용하여 독자층 확대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콘텐츠 중심 서비스를 발명하고 의 재산권이 인정되는 광고 네트워크를 통해 수익을 올리면 결국 과 제3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결론은 커뮤니티의 참여 또는 특정한 문제를 해결할 인재 풀의 확대를 원하는 경우, 일부 지적재산을 공유하는 방안이 최고의 방법이 될 때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큰 기회는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공유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녹색 에너지 경제를 구축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자. 역량을 한데 모으고 녹색 기술 R&D 비용을 줄였을 때 발생하는 이익이 혁신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을 때 발생하는 이익을 능가할까? 특히, 오픈소스 접근방식을 도입했을 때 해법을 개발하고 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경우라면 공유가 도움이 될까?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연합이 이산화탄소를 지하나 해저에 안전하게 주입하는 기술 등 독특한 탄소 분리 기술을 갖고 있으며 그 기술에 관한 청사진을 중국에게 제공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변하지 않을까? 중국은 한층 친환경적인 국가가 될 것이고 중국의 변화는 전 세계에 이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적재산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조직들은 공유 대상뿐 아니라 공유방법에 대해서도 창의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개방과 폐쇄 사이에 수많은 선택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개별 기여자가 추가한 가치에 대한 커뮤니티의 평가를 기준으로 몫을 나누는 동등계층 평가 시스템을 활용하는 ‘디지털 시대 조합(digital-age co-op)’을 상상해도 좋다. 1년 동안 판매와 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기여자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정확하게 어떤 방식을 활용하든 참가자들이 공유와 동시에 일부 소유권을 갖는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협업 혁신의 미래를 찾을 수 있다.

 공유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공유를 추구하면 통제권이 약해지며, 공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커뮤니티의 규칙을 익히고 준수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공유를 위해서는 협업 인프라에 투자하는 한편 커뮤니티 내부에서 언제, 어떻게 보상과 수익을 분배할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공유가 제대로 진행되기를 바란다면 적절한 네트워크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적재산을 공개하여 다른 참가자들과 공동으로 활용하고 자신이 공유한 지적재산이 새로운 지시고가 발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 참가자가 공개하는 새로운 지적재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와의 연결고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또한, 커뮤니티 내부에서 공유되는 지적재산을 걸러내고 통합하는 활동에 일부 자원을 할당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협업을 통해서 기존의 폐쇄적인 접근법을 택했을 때보다 좀 더 짧은 시간 내에, 적은 비용을 들여 탄탄하고, 사용자 정의를 바탕으로 하며, 고장 허용범위 안에 들어가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놓아라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재계와 사회의 지도자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관련해 수많은 우려를 갖고 있다. 가장 커다란 우려 중 하나는 통제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심리적 장애물, 즉 조직 혹은 개인의 입장에서 통제권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뿌리 깊은 두려움이 공유를 방해하는 것이다.

 

 이 시대가 갖고 있는 역설적인 명제는 “하나의 조직, 혹은 사회로서 강해지고, 통제권을 갖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놓아야 한다”라는 것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커뮤니티(협업 커뮤니티)에 참여하기는 훨씬 힘듭니다. 하지만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 그런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선봉을 찾고 강화하라

 선봉 :: Vanguard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선봉의 몫이다. 리눅스는 수천 명에 달하는 프로그래머들의 기여를 바탕으로 하지만 리누스 토발즈가 이끄는 핵심 그룹이 개발자들이 기여한 코드 중 어떤 것을 운영체제의 핵심에 반영할 것인지 엄격한 판단을 내린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리눅스를 수정하고 공개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개발자들이 내놓은 결과물을 리눅스에 반영할지 결정하는 데 쏟아 붓고 있습니다. ‘핵심 개발자(core developer)’라 불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겁니다. 다양한 차원에서 개발자들을 인도하고 품질을 통제하는 거지요.”

 

 조직 내외부에서 진화하는 커뮤니티는 자체 생명력이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 형성 초기 단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중요하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커뮤니티는 의사소통, 책정, 기여의 유형과 방식 등 다양한 문제에 관한 자체적인 규정(성문법, 불문법)을 만들어낸다. 커뮤니티의 위력을 감안했을 때 선봉에 선 사람들이 초기부터 커뮤니티 문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 혹은 좀더 넓은 세상에서 커뮤니티를 육성하기 위해 선봉을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봉에 서 있는 사람들이 혁신을 추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들에게 협업할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제공하기 위해 지적재산을 공유해야 한다.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이들에게 번성할 수 있는 자유를 안겨주자. 그리고 무엇보다 선봉에 서 있는 사람들이 성공을 향해 매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들이 한 단계씩 느린 속도로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협업을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로 여기고, 커뮤니티의 선봉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상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협업 문화를 구축하라 

 협업 문화 구축을 위한 가장 훌륭한 출발점은 조직 내부, 혹은 자기자신이다. 손쉽게 협업 도구를 구매하려는 욕구를 느낄 수도 있다. 사실, 협업 도구는 얼마든지 널려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경험한 것들을 미루어볼 때 위키와 같은 도구를 외부에서 유입한다고 해서 조직이 하룻밤 새 협업의 중심지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젊은 직원들이 나이가 많은 직원들에게 효과적인 협업을 위해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역(逆)멘토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제아무리 탁월하고, 좋은 뜻을 갖고 있고, 단단한 결심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CEO만큼 효과적으로 조직 전반에 위키노믹스 문화를 퍼뜨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조직 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의 개념을 처음 고안한 피터 셍게는 아무리 IQ가 높다 하더라도 최고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혼자서 조직 전체를 위해 학습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점진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로 BBC를 들 수 있다. BBC는 5개의 라디오 브랜드, 2개의 텔레비전 브랜드, 세계적인 웹 존재를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10여 년 전에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BBC의 직원들이 정보를 공유할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199년, 유언 셈플이 BBC의 지식관리책임자가 되었다. 셈플은 평범한 지식관리 도구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방법을 택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셈플은 400달러를 주고 사용자들이 서로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순한 도구를 구입했다. 셈플은 지식을 저장하는 것보다 직원들끼리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2만 5000명이 넘는 BBC의 직원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으며 회사 인트라넷에 개설되어 있는 블로그 하나를 방문하는 방문자 수가 매달 8000명이 넘는다. 독자 수가 늘어나면 블로그가 그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갖게 되고, 영향력은 곧 행동으로 이어진다.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 의견을 남기는 사람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며, 이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하면 그 커뮤니티가 행동을 유도하는 자극제가 된다. 예산과 자원이 투입되기 전에 새로운 모험의 사회화와 행동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질문이 신속하고 완전하게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손쉽게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 BBC의 지도층은 진화했다. 한층 편안하고 탄력적으로 변한 것이다. 하지만 BBC의 지도층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반대로, 지도층은 오히려 더욱 강력해졌다. 과거 상부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야 했던 문제들을 신속하고 조용하며 수평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지도층은 비즈니스 관리와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협업 일터의 힘이다. 

 협업과 관련이 있는 사람과 과정에 맞추어 접근방법을 수정해야 한다. 즉, 목적을 위해 협업을 추구해야지 협업 자체를 위한 협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협업 일터를 남들보다 앞서 받아들인 조직은 대개 1~2개의 도구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성공의 경험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직 전반에서 커뮤니티가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조직을 따라 협업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목적을 위해 협업을 추구해야지 협업 자체를 위한 협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넷 세대에게 권한을 부여하라

 위키 일터를 가장 먼저 시도하는 대상은 위키 일터를 이해하고 위키 일터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 즉 젊은 사람들이어야 한다.

 넷 세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디지털과 함께 성장한 세대다. 넷 세대는 태어난 순간부터 쌍방향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살아왔으며, 디지털 환경은 넷 세대의 업무방식, 행동방식, 사고방식에 심오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넷 세대는 부모 세대와는 달리 사용자의 반응을 인식하는 기술과 함께 성장해왔다. 텔레비전을 배경화면처럼 틀어놓고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성장한 넷 세대에게 협업은 당연한 것이다.

 

 개도국의 젊은이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동등한 입장에서 세계경제에 참여하게 되면서 넷 세대가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모든 조직의 리더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젊은 리더들이 21세기를 헤쳐나갈 길을 인도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넷 세대의 꿈이 실현되지 못하면 전 세계에서 세대 간 위기가 나타날 겁니다.”

 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베스트 바이의 인재들이 갖고 있는 힘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Greek :: 컴퓨터 광

 

 베스트 바이의 영어 포럼에서는 전체 대화의 85%가 P2P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고객이 다른 고객을 돕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을 참여시켜라. 젊은 세대는 타고날 때부터 이 책에서 설명한 변화를 옹호해온 사람들이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박차를 가하고, 변화를 심화하고, 과거의 산업 모델을 무너뜨리고, 쇄신을 꾀해야 한다. 

    

 

 

19. 변화하는 세상을 위한 리더십 : 디지털 시대에 균형을 잃지 않는 법 

 현대 기술을 활용하면 조직, 그리고 심지어 사회도 관점이나 의식의 유형(자각하고 있는 상태, 정보를 갖고 있는 상태, 염려하는 상태, 의도적인 상태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조직이 하나의 집단으로서 의식을 갖게 되면 학습을 할 수 있다. 단순한 사람들의 집합과 같이 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조직은 학습을 할 수 없다. 의식이 있는 조직은 학습을 할 수 있다. 소위 학습 조직(learning organization)을 만드는 과정에서 네트워크 지능이 잃어버린 고리였다는 사실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매크로위키노믹스가 지닌 암울한 문제

 ο 집단사고, 집단의식, 집산주의

 

 집산주의 :: 넓은 의미에서는 경제적 개인주의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당초에는 개인의 자유방임을 부정하고, 사회 전체의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에 제한을 가할 필요를 인정하는 사상 및 운동을 가리켰다. 그 후 러시아의 사회사상가 M.A.바쿠닌이 자기의 주장을 공산주의와 구별하여 집산주의라고 부른 데서 한정된 개념이 부가되었다.
좁은 의미에서의 집산주의는 생산수단의 사유(私有)를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 소유로 하지만, 소비는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가리킨다. 또한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는 공산주의와 동일한 입장에 서지만, 국가권력이 개입되지 않은 자유로운 협동조합에 기초를 두는 사회를 직접 목표로 하는 점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 국가권력의 과도적 역할을 주장하는 공산주의와는 구별된다. 이와 같은 바쿠닌의 무정부주의적 ·조합주의적(組合主義的) 사회주의의 입장이 공산주의와 대립하는 집산주의로 표명되었다. 1869년의 제1인터내셔널 제4차대회 때 공산주의와 무정부주의의 대립 속에서 처음 집산주의가 사용되었으며 그 후 프랑스 노동당 내부에 받아들여져, 프랑스에서 일정한 영향을 갖고 있다. 또한, 집산주의는 사회주의 사회(공산주의 제1단계)에 있어서 생산수단의 소유형태를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되었으며 협동조합 소유에 대한 국가적 소유를 의미하던 때도 있었다. 이 경우 집산주의는 조합주의적 사회주의와는 구별되고, 공산주의도 집산주의 속에 포함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집산주의 [collectivism, 集産主義] (두산백과) 

 

 디지털 시대를 비판하는 사람들 중 하나인 레이니어는 웹이 개인보다 대중을 강조하는 ‘집단(hive)’이라는 사고방식을 만들어냈으며 웹이 인간의 의미를 바꾸어놓고 있다고 주장한다. “익명으로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 전혀 지적이지 않은 동영상 나부랭이, 가볍기 짝이 없는 매시업 등은 사소하고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널리 퍼져 있는 단편적이고 비인간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모두 더해져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질을 떨어뜨린다.” 디지털과 함께 성장한 “새로운 세대는 인간의 의미, 그리고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잠재력에 대한 낮은 기대치를 가진 채 성년의 나이에 도달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작은 기기들처럼 움직이고 있다. 우리 모두는 기저에 깔려 있는 기술 알고리즘의 기본적인 특성들이 사람들 사이의 연결 방식을 결정하는 ‘디지털 구상화(digital reification)’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레이니어는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혼란스러운 익명의 물결 속에서 진정한 목소리를 억압하는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집산주의’를 염려하는 듯하다. 레이니어는 집단적인 것이 무조건 현명하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을 한탄하며 대규모 협업을 전체주의 정권에 비유한다. 이와 같은 집산주의 정신을 주도하는 세력은 ‘디지털 마오이스트(Digital Maoist)’라는 하위문화다. 디지털 마오이스트란 ‘개방적인 문화, 창의적인 공유지 세상, 리눅스 커뮤니티, 웹 2.0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모든 사람이 모든 것에 관해 협업을 하면 모든 것에 관한 따분하고 평범한 결과가 탄생할 뿐 혁신을 얻을 수 없다”

 

 레이니어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에 관한 몇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레이니어는 창의력을 육성하고 뛰어난 결과를 얻고자 하면 경계선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경쟁에 접근하려면 각 팀이 따로 활동해야 합니다. 과학자들이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해내려면 결과물을 발표하기 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마틴 루터는 화장실에 앉아 볼일을 보던 중 교회개혁에 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말하는 협업이라는 건 몇 명의 사람들이 한 방에 모여 앉아 생각할 시간도 없이 끊임없이 토론을 하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협업이라는 것은 위원회가 설계하는 것도,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하는 것’도 아니다. 협업이라는 건 좀 더 넓은 범위의 인재 풀을 활용하는 동시에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상호 보완적인 기술과 지식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이다.

 레이니어는 ‘폐쇄적인’ 개발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엉뚱하게도 애플의 아이폰을 언급했다. 사실, 아이폰은 수천 개의 기업이 참여하는 거대한 네트워크 기반 협업의 결과물이다. 애플의 핵심 역량 중 하나가 사내 디자인 역량인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러 개의 외부 협력업체가 아이폰 디자인에 참여했다. 대만의 한 회사에서는 기술적인 디자인, 구체적인 사양 설계, 생산, 조립 등을 담당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 개의 공급업체와 협업했다. 그뿐 아니라, 애플의 경쟁 우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소프트 웨어 대부분을 개발한 것은 애플이 아니라 앱 스토어에 들어갈 18만 5000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낸 제3의 개발자들이었다.

 

 케빈 샤윈스키(갤럭시 주를 추진한 천문학자 중 한 사람) 는 우주에서 발견한 성운을 분류하기 위해 25만 명에 달하는 시민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역량이 줄어들거나 연구의 진실성이 훼손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천문학이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고, 시민 과학이 기대한 효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엄청난 양의 데이터 속에서 허우적거이는 과학자들에게 참신한 해법을 제시했다. 

 

 대규모 협업과 소련의 집산주의는 서로 정반대다. 협업은 자기조직화, 분산된 권력, 지식, 행동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다. 반면, 집산주의는 강압과 중앙 집권적인 통제를 바탕으로 한다. 공산주의는 개성을 말살하는 반면, 대규모 협업은 느슨하고 자발적인 관계를 통해 공통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과 조직을 바탕으로 한다. 하나는 노동수용소를 탄생시켰고, 다른 하나는 리눅스, 위키피디아, 수많은 대규모 과학 협업, 트위터를 발판 삼아 종교와 분리된 사회, 그리고 자유를 위해 이란 청년들이 벌인 시위를 탄생시켰다.

 일부 비판 세력들이 웹의 본질, 웹이 사람들의 업무와 학습, 생활,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우리 모두가 아무 생각도 없이 전체주의적인 하나의 통합된 목소리를 향해 걸어가는 기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ο 네트워크 경제 속의 일자리

 경제학자들은 ‘구조적 실업(structural unemployment)’라 한다. 하지만 구조적 실업이라는 말을 일반일들이 사용하는 말로 바꾸어보면 청년 실업 현상이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0년에 진행된 조사를 통해 미국의 노동인구에 포함되는 청년층 가운데 6명 중 1명만이 안락한 삶을 누리기에 충분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청년층 근로자 중 약 60%가량은 학자금 대출이나 각종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 아니라, 25~29세에 속하는 노동인구의 약 4분의 1이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고 있거나 과거 독립을 했지만 다시 부모와 동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독립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일자리를 잃은 후에 다시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았다).

 

 고용 없는 경제에 관한 얘기를 할 거라면 도산을 면치 못한 은행, 혁신과 가치 창출에 대한 구시대적인 접근방법과 더불어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는 산업화 시대의 경제를 비난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물론, 새로운 형태의 협업으로 인해 일부 일자리가 중복되거나 기업들이 직원 수를 줄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위키노믹스 원칙이 신생업체의 혁신 역량에 불을 지펴서 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으며, 따라서 이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거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강력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7년에 새로 생겨난 1200만 개의 일자리 중 800만 개가 설립 후 5년이 채 안 된 신생업체에서 생겨났다(2007년 데이터가 확보 가능한 최신 자료였다). 한마디로, 정부 지도층은 엉뚱하게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가장 성공적으로 창출하는 기업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웹은 새로운 기업가 정신의 시대와 새로운 비즈니스 설계를 가능케 한다. 웹으로 인해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요식 체계,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문화, 한물간 시스템, 구식의 업무방식 등 혁신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를 떠안지 않고도 얼마든지 대기업과 동등한 역량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자원을 찾기 위해 웹을 활용하는 중소기업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제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과거 대기업들의 전유물이었던 세계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소기업들은 성장 과정에서 한층 규모가 큰 경쟁업체들보다 빠른 속도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하려면 정부가 구시대적인 대기업 의존성향을 버리고 학교, 미디어 등 어느 곳에서든 기업가 정신을 옹호한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ο 매크로위키노믹스 세계에서는 임금을 어떤 식으로 받을까

 대규모 협업이 자원 봉사 경제로 이어질 거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모든 사람들이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참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위키피디아, 리눅스 등의 P2P 커뮤니티를 근거로 제시한다. 

 리눅스는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리눅스에 기여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IBM, 인텔, 노벨 등의 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을 하는 직원들이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개방하여 수천 개에 달하는 제3의 개발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새로운 경로와 서비스를 통해 아마존 상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플랫폼 개방은 아마존에게도 도움이 된다. 제3의 업체들이 지급하는 수수료가 아마존의 매출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적절하게 구축하기만 하면 사람들은 상품화 할 수 없는 가치를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특정 콘텐츠를 ‘무료’로 만들면 노출을 극대화하고 상호 보완적인 경로를 통해 수익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타당하다. 음악 부문의 주요 수입원이 음반 판매에서 실황 공연, 벨 소리, 기타 상품 등으로 옮겨갔다. 많은 음악가들이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영화도 파생 상품을 위한 광고라고 볼 수 있다. (필자들과 같은) 저자들은 강연, 컨설팅, 기타 관련 서비스 등을 통해 대부분의 수익을 벌어들인다. 책이 잘 팔리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몇몇 진실은 점차 자명해지고 있다. 뉴스든, 콘텐츠든 사람들은 상품을 얻기 위해 더 이상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 록 콘서트, 톰슨 로이터를 비롯한 수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돈을 지불할 것이다. 아이튠즈는 매일 ‘무료’와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아이튠즈는 뛰어난 품질, 편의성, 자동으로 재생목록을 생성해주는 지니어스(Genius) 등 부가가치가 큰 서비스를 제공하여 무료와의 경쟁에서 훌륭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에서 DVD 대여 및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기 있는 웹사이트 넷플릭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비트토렌트 네트워크에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모든 동영상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충성심 강한 고객들은 정액 요금제를 바탕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적인 고객 중심의 추천 서비스와 평가 서비스에 매료되어 넷플릭스를 고집한다. 다시 말해서, 기업들도 얼마든지 무료와 경쟁할 수 있는 것이다. 무료와의 경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독특한 가치를 제공하고, 디지털 시대로 인해 망해버린 비즈니스를 지켜내려고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ο 온라인 협업이 프라이버시를 억압하는가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문명이 동 튼 이후부터 2003년까지 5엑사바이트(1엑사바이트는 100경 바이트) 만큼의 데이터가 축적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5엑사바이트의 데이터가 누적되기까지 겨우 이틀이 걸릴 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국민들에 관한 서류 일체를 수집하던 빅 브라더 정부에 대해 우려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리틀 브라더(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수많은 개별 기업들) 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기업들이 소비자 개개인에 관한 사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특성을 적극 반영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이렇게 누적된 내용이 삭제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어이없게도 우리 모두는 개개인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2005년에 수억 명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에 관한 자세한 데이터를 온라인에서 매일 공개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었던 사람이 있었을까. 이런 상황으로 인해 기존의 프라이버시 법률과 규정이 통째로 바뀌어버렸다.

 프라이버시 보호법과 데이터 보호법에서는 개인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집, 활용, 유지, 공개(‘관리’) 할 조직의 책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협업 네트워크는 개개인이 직접, 그리고 자발적으로 자신에 관한 구체적인 데이터(메시지가 담긴 사진, 선호도/주위 환경/기호, 친구 목록, 참여하는 그룹 등) 를 공개하도록 장려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용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후 동의를 얻고 정의된 범주에 따라 책임감 있게 데이터를 관리해야 할 조직의 의무를 피할 수 있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한 가지 원칙은 개인정보가 “개인에게 귀속된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에게 어떤 조직에서 자신에 관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하며 개개인이 자신에 관한 데이터가 사용되는 방식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개인이 자유롭게 개인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다른 플랫폼이나 서비스 공급업체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ο 암울한 문제의 관리

 미국의 미디어 비평가 니콜라스 카는 자신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 What the Internet Is Doing to Our Brains)》에서 인터넷이 갖고 있는 문제를 좀 더 깊이 파고들었다. 카는 웹으로 인해 사람들이 깊이 있는 사고에서 벗어나 집중을 방해하는 수많은 요소에 얕은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며, 그 결과 무지가 판을 치고 인간에 대한 개념 자체가 변화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기술적인 과부하에 대해서 불평을 해서는 안 된다. 신기술의 위력과 투명성을 유익한 방향으로 활용해야 하며, 이들을 통제하려 들기보다 올바르게 설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변화를 위한 리더십

 네트워크 세상은 새로운 가능성을 가능케 할 뿐이다. 네트워크 세상은 선과 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모두 갖고 있다. 그 잠재력을 현실로 만드는 건 자유의지와 선택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새로운 웹은 쌍방향의 성질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웹 세상에서는 기본적인 콘텐츠에 추가되는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인터넷은 개개인의 의사결정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놀라울 정도의 중립성을 갖고 있다. 결국, 그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인터넷의 역할일 것이다. 인터넷은 우리가 지시하는 것을 지시하게 되고, 우리가 성취하는 것을 성취하게 될 것이다.

 

 OECD의 발표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의 41%에 달하는 28억 명이 이미 심각한 물부족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물부족 지역 거주 인구가 39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전 세계 10억 명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으며 또 다른 10억 명은 비만을 걱정한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식량 중 절반은 버려지고 있다.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이 지금처럼 흥미진진하고 위험한 때는 없었다. 위키노믹스 요정은 램프에서 빠져 나와 일부 비즈니스에는 엄청난 피해를 주고 위키노믹스를 받아들이는 비즈니스에는 장기적인 성공의 기회를 준다.” 이제, 우리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지금처럼 흥미로웠던 적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그뿐 아니라, 이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조직들에게 이처럼 체계적인 위험이 가해진 적도 없다. 우리는 이런 주장을 펼치기도 했었다. “새로운 부류의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다. 전 세계를 향해 문호를 개방하는 비즈니스, 모든 사람, 특히 고객과 손을 잡고 공동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과거 철저한 보호의 대상이었던 자원을 공유하는 비즈니스, 대규모 협업의 힘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비단 다국적 조직으로 움직일 뿐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로 행동하는 비즈니스, 즉 진정으로 세계화된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구패러다임을 이끌었던 지도층은 변화가 눈앞에 닥쳤다는 현실은 이해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를 몹시 힘들어한다. “올드미디어가 이 시대가 직면한 걱정스러운 현실을 분석하는 일을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우리는 권위의 모델을 바탕으로 합니다. 미디어는 권위를 만들어내고, 독자들은 권위에 대한 대가를 지불합니다. 미디어는 정말 겁이 나는 문제에서 독자들을 보호합니다. 왜냐하면 독자들이 그런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확실치 않으니까요. 지금 도전적인 분석을 감행하는 것이 상업적으로 좋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주류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시민들을 수동적인 관중이 아니라 적극적인 민주주의의 주주로 여기는 정부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뿐 아니라, 지금 우리는 새로운 사회 혁신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비영리 세계를 지배했던 한물간 관료주의 구조를 열어젖힐 의향이 있는 시민사회 리더가 필요하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리더들이 해결해나가야 할 가장 까다로운 과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 세상을 관리해야 할 역사적인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제퍼슨은 ‘애국자의 피로 자유의 나무를 되살려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반드시 피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관심만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변화의 과정은 도전적이고, 흥미진진하며, 이따금씩 고통스럽기도 하다. 300년 전, 마틴 루터는 인쇄기를 ‘신이 내린 최고의 은총’이라 표현했다. 혁신적인 통신기술의 발전 덕에 우리는 위키노믹스 원칙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와 이 세계를 재부팅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리 모두가 새로운 부흥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은 살아가기에 놀라운 시대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 모두에게 이 시대를 적극적으로 살아낼 집단지혜가 있기를 희망한다.

 

 

 

+. 감사의 글 

 위키노믹스 원칙은 쇄신을 위한 지침을 제공한다. 하지만 열정과 추진력,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좀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번영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참여해야 진정한 변화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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