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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을 위한 심플하고 심오한 과학강의, 심해

헬조선의 알파고 2023. 8.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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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도 모르는 지구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는 지구과학, 지질학, 환경학, 공룡학, 해양학 등 지구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지구에 대해 살펴보고 지구가 당면한 문제 문제를 함께 고민한다. 지구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부터 지구 내부의 비밀, 한반도 지질, 지진과 미세먼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레이더를 이용한 지구탐사까지, 다각도로 지구를 다루고 있어 지구의 신비하고 새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지구라는 거대한 구조가 놀라운 생명의 보고이자 우주의 아름다운 건축물임을 일깨우며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지구에 관한 열 가지 주제의 강연으로 구성된 이 책은 흔히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사진, 자료가 다수 수록되어 강의를 듣는 듯 생생한 생동감을 더해준다.
저자
김경렬, 김백민, 김웅서, 박록진, 심상헌, 윤상호
출판
반니
출판일
2017.04.28

 

머리말

이 책을 읽는 당신이 근원적 질문을 멈추지 않기를, 그리고 과학으로 저항하기를 바라며.

 

 

 

알아야 할 낯선 세계, 심해

심해는 수심 한계가 200m 정도 되는 대륙붕보다 깊은 곳을 말하는데, 전체 바다의 90%가 심해라고 할 수 있죠. 심해는 빛이 없는 암흑의 세계이고 냉장고 속보다 추우며 압력이 무섭게 내리누르는 곳입니다.

 

대륙붕 :: 해저지형은 해변으로부터 깊이순으로 대륙붕, 대륙사면, 대륙대, 심해저평원으로 나눈다. 대륙붕은 해변에 붙어있는 수심 약 200m까지의 지형으로 경사가 완만하여 우리 눈에는 평지로 보인다. 바다 속에 있지만 대륙지각의 일부분이다. 평균 폭은 80km지만,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넓은 곳은 1500km에 이르기도 한다. 기울기는 5′~7′으로 1km에 약 2m 정도 깊어지는 정도다. 해저지형의 약 7.5%를 차지하는 좁은 지형이지만, 강물의 유입으로 좋은 어장이 형성되고 석유나 천연가스의 저장고의 역할을 하며 퇴적물 속에 광물자원이 있어 해저지형 중 가장 중요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대륙붕 [continental shelf, 大陸棚]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첫 번째 특징은 빛이 없다는 것입니다.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빙을 해본 사람들은 바닷속에 들어가면 주변이 온통 파란색으로 보인다는 것을 압니다. 왜 파란색으로 보일까요?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파장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 무지개색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바닷물 속에서는 파장에 따라 흡수되는 정도가 다르죠. 예를 들어 빨간색은 5m 정도 들어가면 거의 흡수되지만 파란색은 40m 정도 들어가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깊이 내려갈수록 빨간색은 사라지고 파란색만 남아 바닷물 속이 파랗게 보이는 거죠. 잠수정을 타고 바다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파란색도 점점 어두워지다 주변이 온통 깜깜해집니다. 심해는 이처럼 암흑의 세계입니다.

 

햇빛이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면 파장에 따라서 빛이  흡수되는 정도가 다르다.

 

바다의 단면을 살펴보면 심해의 기준이 되는 수심 200m보다 위쪽인 지역을 유광층photic zone이라고 합니다. 빛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부릅니다. 햇빛이 잘 투과하므로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할 수 있죠. 빛이 흡수되어 점차 사라지는 깊이는 장소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나라 서해안처럼 갯벌이 있고 물이 탁한 지역은 30~40m만 내려가도 어두워지지만, 육지에서 굉장히 먼바다에 바닷물이 매우 깨끗한 곳에 가면 약 1,000m까지도 동이 틀 때처럼 어스름한 빛이 남아 있죠. 이처럼 빛이 약하게 들어오는 수층을 박광층이나 약광층이라고 부릅니다. 빛이 약해서 식물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할 수 없는 곳이지요.

 

유광층 :: 표층조도(surface illumination)의 1%까지 투과되는 깊이로서, 광합성에 충분한 빛을 받는 수층을 말한다. 맑은 외양에서는 수심 200m정도까지이다. 유광층 내에서도 파장별로 침투하는 깊이가 달라서 청색광(단파)이 적색광(장파)보다 더 깊이 침투한다. 빛의 침투깊이와 가장 깊이 침투하는 파장은 부유물질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달라진다. 유광층은 진광대나 투광층이라고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유광층 [有光層, euphotic zone, photic zone] (해양용어사전, 2005. 1. 15., 조창선)

 

해양 환경의 구분

 

빛이 줄어들다 수심 1,000m 이하로 내려가면 암흑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빛은 해양생물들이 발광해서 깜빡거리는 불빛, 심해에서 일어난 화산 활동으로 마그마가 분출되면서 나오는 빛 정도밖에 없습니다. 심해 생물들의 눈이 퇴화한 것도 이런 환경 때문입니다.

심해의 두 번째 특징은 바닷물 온도가 낮다는 것입니다. 바닷물의 온도 범위는 얼마나 될까요? 바닷물은 햇볕에 데워집니다. 햇볕이 강한 열대와 아열대 바다의 표층 수온이 높고 고위도로 올라가면서 점점 수온이 낮아지지요. 적도 부근 바다의 표층 수온은 30℃가 넘습니다. 반면 온대, 한대, 극지방으로 가면서 표층 수온이 점점 내려가 극지방에서는 0℃보다 낮게 내려가죠. 물인데 어떻게 온도가 영하로 내려갈까요? 순수한 물은 0℃가 되면 얼지만 바닷물에는 소금이 있기 때문에 어는점이 순수한 물보다 낮습니다. 영하 1.9℃ 정도 되어야 얼기 시작하죠. 그래서 바닷물은 영하로도 내려갈 수 있습니다.

 

2001년 지구관측위성으로 측정한 표층수온

 

수심이 얕은 표층은 햇볕 때문에 수심이 깊은 심층보다 수온이 높고 어느 정도 깊이까지는 온도 변화도 거의 없습니다. 표층에서는 바람 때문에 바닷물이 잘 섞여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죠. 그러다가 조금 더 내려가면 온도가 확 떨어지는 층이 있습니다. 먼바다에서는 수심 200m부터 1,000m 사이에서 수온이 갑자기 낮아지죠. 이 층을 수온약층thermocline이라 부릅니다. 더 깊이 내려가면 바닷물을 덥혀줄 수 있는 열원이 없습니다. 아주 차가운 바닷물만 있는 거죠. 태평양의 밑바닥 온도는 1℃ 정도 되고 우리나라 동해의 최대 수심인 4,000m까지 내려가면 1℃보다도 낮지요. 그렇지만 해저 지각 틈으로 스며든 바닷물이 마그마에 덥혀져 솟아나오는 열수 분출공 주변에서는 바닷물 온도가 450℃까지 올라갑니다.  

 

수온약층 :: 바다에서 깊이에 따른 수온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층을 말한다. 수온약층의 깊이는 계절, 장소에 따라서 달라진다.
해수를 온도에 따라 구분하면 세개의 층으로 나누어지는데 위로부터 혼합층, 수온약층, 심해층 순이다. 혼합층은 바람의 혼합으로 인해 수온의 변화가 없는 층이며, 심해층은 열이 전달되지 않아 수온이 낮은 상태로 변화가 거의 없는 층이다.
수온약층은 따뜻한 혼합층과 차가운 심해층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갈수록 온도가 급감한다. 수온약층은 대기권의 성층권과 같이 가장 안정(밀도가 큰 찬물이 아래에 있고 밀도가 작은 따뜻한 물이 위에 있으므로)한 층으로 혼합층과 심해층의 물질과 에너지 교환을 억제한다. 또한 수온약층은 적도에서는 얕고, 중위도 지방에서는 깊고, 한대 전선 위쪽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적도 지방의 혼합층이 얕은 까닭은 적도 무풍대로 바람이 약하여 혼합 작용이 약하기 때문이며, 고위도에서는 찬 해수의 냉각으로 해수가 침강하기 때문에 혼합층과 수온약층이 없이 모두 심해층으로 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수온약층 [thermocline, 水溫躍層]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수온이 갑자기 낮아지는 수심 200m 부터 1,000m 사이를 '수온약층'이라 부른다.

 

수온약층은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온약층을 중심으로 위쪽에는 따뜻하고 가벼운 물이, 밑에는 차고 무거운 물이 있지요. 성질이 다른 두 물덩어리의 경계면은 산소가 녹아들고 식물플랑크톤의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는 영양염류 공급을 좌우하므로 바다 전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허파로 공기 호흡을 하듯이 심해에 사는 생물들은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로 호흡합니다. 그래서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 즉 용존 산소의 양이 굉장히 중요하죠. 바닷물 속에 산소를 공급해줄 수 있는 공급원으로는 대기 중에서 물속으로 녹아드는 산소와, 바닷물 속에 사는 식물플랑크톤이나 해조류 등이 광합성으로 만들어내는 산소가 있습니다. 그

런데 수온약층에는 산소가 아주 적은 곳이 있어요. 생물들이 표층에서 살다가 죽으면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그러다가 밀도 차이가 커서 물질이 잘 안 섞이는 수온약층에 모이게 되는데, 여기서 박테리아가 가라앉은 사체를 분해하면서 산소를 많이 소비하게 됩니다. 그래서 산소량이 뚝 떨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더 깊은 바다로 내려가면 산소가 오히려 늘어나게 됩니다. 깊은 바닷속에는 산소를 소비하는 생물이 별로 없고 산소를 많이 가진 극지방의 물들이 바닥으로 가라앉아서 바다 밑에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바다 밑바닥에 수온약층보다 산소가 많이 녹아 있는 겁니다.

 

전 세계 바다는 모두 통합니다. 바닷물은 세계의 바다를 천천히 한 바퀴 흐릅니다. 이 흐름의 원동력은 극지방 바다의 차가운 물 덩어리가 가라앉는 것입니다. 극지방의 바닷물이 얼 때는 물만 얼 뿐 얼음에 염분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얼지 않은 주변 물에 염분이 더 많이 포함되어 바닷물이 무거워지지요. 이처럼 차고 무거워진 바닷물은 아래쪽으로 가라앉습니다.

가라앉은 물은 대서양 바닥을 따라 남쪽으로 흘러 남극에서 가라앉는 물과 만납니다. 이 물의 일부는 인도양으로 가서 표층으로 솟아올라 다시 대서양으로 흘러갑니다. 또 일부는 남극 대륙을 따라 태평양으로 들어가 솟아오르고 인도양을 거쳐 대서양으로 들어가죠. 이렇게 전 세계 바닷물은 마치 컨베이어벨트처럼 계속 흐릅니다. 이 해류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오는 데는 약 1000년 정도 걸립니다.

 

열염순환 :: 해수의 순환으로서, 열이나 염분이 이류와 확산에 의해 바다에서 순환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바람에 의한 해수의 순환인, 풍성(風成)순환에 대응되는 말이지만, 엄밀하게 두 가지를 구별할 수는 없다.
바람의 응력(應力)으로 해수가 끌려 생기는 풍성순환(風成循環)과 대비된다. 그러나 온도나 염분 분포는 풍성순환에 의한 이류(移流)에도 지배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열염순환과 풍성순환을 명확히 정의할 수 없으며, 양자가 일체가 된 열염 ·풍성순환이라고 해야 한다. 오랫동안 열염순환은 풍성순환보다 상당히 약한 것으로 생각되어 왔는데, 근년의 연구에 의하면 대체로 같거나, 오히려 열염순환 쪽이 강한 것 같다. 이처럼 열이나 염분이 이류와 확산에 의해서 해중을 순환하는 현상을 열염순환이라고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열염순환 [thermohaline circulation, 熱鹽循環]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바닷물의 열염순환

 

지구온난화가 일어나 얼음이 녹으면 바닷물의 염분이 낮아지고 수온은 올라갑니다. 그러면 물의 밀도가 낮아져서 예전처럼 흐름을 만들던 힘이 약해집니다. 컨베이어벨트를 돌려주던 힘이 떨어지는 것이죠.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훨씬 높은데도 우리나라보다 겨울이 따뜻합니다. 북미 대륙 동해안에 있는 멕시코 만류가 엄청난 양의 열을 가지고 대서양을 건너 영국이 있는 곳까지 올라오기 때문이죠. 해류가 따뜻한 열을 품고 있어서 영국은 겨울에도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겁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고 빙하가 녹으면 무거웠던 바닷물이 가벼워져 해류의 흐름을 밀어주는 동력이 약해지면서 멕시코 만류도 약해집니다. 그만큼 열을 공급받지 못해 위쪽 지역이 추워질 수 있는 거죠. 지구온난화가 되면 지구 전체가 더워질 거로 생각하기 쉬운데 지역에 따라 추워지는 곳도 생겨날 수 있습니다.

 

심해의 세 번째 특징은 높은 압력입니다. 바닷속으로 10m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커집니다. 지구상의 바다 중 가장 깊다고 하는 마리아나 해구는 깊이가 약 11,000m 정도 되니 그곳에서는 1,100기압의 무시무시한 압력을 받습니다. 1,100기압이라면 1cm² 면적, 즉 손톱만 한 면적에 소형 트럭 한 대를 올려놓은 힘이 가해집니다.

 

망간 단괴(manganese nodule) :: 망간단괴(團塊)는 심해저에 깔려 있는 지름 1~15㎝의 공 모양 광물덩어리로, 망가니즈(27%), 철(8%), 니켈(1.4%), 구리(1.3%), 코발트(0.2%) 등을 함유하고 있어 제철산업과 항공우주 및 전자산업 등의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자원이다. 망간단괴는 조개껍데기나 상어 이빨 등의 핵을 중심으로 서서히 자라나는데, 성장 속도는 100만 년에 수mm에서 수십mm 정도이며 수심 4000~5000m의 태평양 해저에서 다량 발견되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부터 심해저 망간단괴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1994년 국제연합(UN)해양법협약에 따라 하와이 동남방 2000㎞ 지점에 있는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CFZ)의 15만㎢를 국제해저기구(ISA)에 등록하여 광물자원 탐사를 벌여왔으며, 2002년 8월 'ISA 망간단괴 탐사규칙'에 의해 7만 5000천㎢에 달하는 해역을 대한민국 단독개발광구로 확보하였다. 해당 광구 내 망간단괴 매장량은 약 5억 1000만 톤으로 추정되며, 연간 300만 톤씩 110년간 개발할 경우 총 2700억 불의 가치가 있다.
한편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에서는 2006년 우선채광지역(4만㎢) 선정, 2008년 시험채광시스템 개발, 2009년 실해역 통합채광 실증시험을 성공시켰으며, 2010년 1차 채광지역으로 2만㎢를 선정한 바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망간단괴(망가니즈단괴)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심해에 사는 생물들은 무엇을 먹고살까요? 바로 ‘바다눈’입니다. 죽은 생물 사체들이 분해되면서 아래쪽으로 가라앉는 것이 마치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여서 이런 이름을 붙였지요. 바다눈은 심해 생물들의 주요 먹이원입니다. 다른 먹이로는 열수 분출공hydrothermal vent 주변에서 자라는 세균이 있습니다. 열수 분출공 주변에는 심해 생물들이 바글바글 모여 살고 있죠. 열수 분출공은 해저 지각의 갈라진 틈으로 바닷물이 스며들었다가 마그마 열로 데워져서 뜨거운 물이 나오는 구멍을 말합니다. 지각에 있던 은이나 금 등의 금속이 열수 분출공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에 녹았다가 심해의 차가운 물을 만나 침전이 되면서 굴뚝을 만듭니다. 이 굴뚝에서는 연기처럼 보이는 뜨거운 물이 솟아나오고 그 안에는 황화수소가 들어 있어요. 열수 분출공 주변에 사는 황화세균은 이 황화수소를 이용해 화학합성으로 유기물을 만듭니다. 땅 위에서는 식물이 광합성을 해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고 그것을 초식 동물이 먹고 초식 동물을 육식 동물이 먹음으로써 생태계가 유지되지요. 마찬가지로 심해에서는 이런 화학 물질로 합성하는 세균들이 있어 이를 근간으로 많은 생물이 존재하고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겁니다.

 

 

 

심해를 탐구하는 방법

심해 잠수 기술이 없던 과거에는 배를 타고 심해를 탐사했습니다. 1930년대 들어서면서 강철로 만든 공 모양의 잠수구로 심해 탐사를 할 수 있게 되었죠. 탐사하는 사람들은 두껍고 투명한 창문 너머로 바다를 관찰했습니다. 1930년에 윌리엄 비브William Beebe와 오티스 바턴Otis Barton이 버뮤다 인근에서 240m까지 내려갔고 4년 뒤에는 900m까지 잠수한 기록이 있죠. 이후 1960년에는 자크 피카르와 돈 월시, 두 사람이 트리에스테 호로 지구에서 가장 깊은 11,000m까지 내려갔습니다. 2012년,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1인 잠수정 ‘딥씨 챌린저’를 타고 11,000m 깊이를 내려갔다 왔습니다. 심해에 내려간 이유는 영화 <아바타> 후속작의 배경이 심해였고 심해 분위기를 눈으로 직접 보겠다고 해서 탐사를 감행한 겁니다.  

 

1879년 챌린저호의 심해 탐사로 깊은 바다에도 생물이 산다는 걸 확신하게 됐습니다.

물속에 들어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스쿠버다이빙입니다. 스노클링으로는 2~3m 정도 들어갈 수 있고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이용하면 30~40m까지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기압 잠수복을 입으면 깊은 바다에서도 대기 중에서 느끼는 압력 정도만 받게 됩니다.

 

대기압 잠수복은 1715년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나무통에 구멍을 뚫어 밖으로 팔을 내밀어 작업하고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이 있는 아주 원시적인 잠수복이었죠. 그러다가 1882년에야 볼 조인트를 이용해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잠수복이 나왔어요. 미 해군에서 사용하는 잠수복을 입으면 수심 600m까지도 들어가서 작업할 수 있습니다.

 

수심 6,000m까지 들어갈 수 있는 심해 유인잠수정은 현재 5개국만 가지고 있는데 미국의 앨빈, 프랑스의 노틸, 러시아의 미르, 일본의 신카이 6500, 중국의 자오룽 등입니다.

 

우리나라는 1986년에 250m까지 들어갈 수 있는 유인잠수정 ‘해양 250’을 개발했고 2006년에는 6,000m까지 들어가는 원격조종 무인잠수정 ‘해미래’를 만들었습니다.

 

 

 

심해에 사는 생물들

바다에 사는 생물은 사는 방식에 따라 플랑크톤 같은 부유생물, 헤엄치며 사는 유영생물, 바닥에서 사는 저서생물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우선 물에 떠서 사는 플랑크톤은 보통 크기가 아주 작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많지요. 헤엄치면서 사는 유영생물로는 바다거북이나 바다뱀, 바닷새, 돌고래나 고래 등이 있어요. 저서생물로는 불가사리와 해삼 등이 있고요.

심해에 사는 생물들의 특징은 뭘까요? 먼저 붉은 색깔을 지닌 심해 생물이 많은 건 어스름한 파란색이 지배적인 환경에서 포식자 눈에 잘 안 띄기 위해서입니다. 빨간색 물체를 파란색 셀로판지로 보면 까만색으로 보이는 것처럼 눈에 잘 안 띄는 거죠. 몸이 투명한 생물도 많은데 역시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심해 생물의 눈은 빛이 약하거나 없는 것에 적응하려고 아주 발달하거나 퇴화했습니다. 어스름한 빛이 있는 곳에 사는 생물들은 ‘윈테리아Winteria’라는 생물처럼 눈의 감도가 매우 발달하기도 해요. 돋보기로 태양 빛을 모으는 것처럼 말이죠. 빛이 위쪽에 있으니 눈도 앞이 아니라 위쪽을 보도록 진화했습니다. 반면 눈이 퇴화해 아예 눈이 없는 물고기도 있습니다.

입은 독사처럼 이빨이 날카롭거나 큽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아귀처럼 말이죠. 심해에는 먹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입이 크면 그만큼 잡아먹을 수 있는 먹이가 다양해집니다. 자기와 비슷한 몸집이라도 입이 크면 잡아먹을 수 있고요. 또 먹이를 물면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이빨이 굉장히 날카롭고 먹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안쪽으로 휘어져 있어요.

 

심해의 수압에 적응한 생물로는 ‘블롭피쉬(blobfish)‘가 있습니다. 우스운 생김새로 유명한 생물이죠. 이 생물들은 몸에 수분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액체는 압력에 의한 부피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수압이 세도 견딜 수 있습니다. 반면 부레에 기체를 채우는 물고기는 압력으로 인한 부피 변화가 매우 큽니다. 참고로 상어는 간에 있는 가벼운 지방으로 부력을 조절합니다.

 

심해 생물은 몸에서 빛을 내기도 합니다. 생물 발광이라고 하지요.

 

 

 

패널토의

유인잠수정이 한번 잠수할 때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요. 1회 잠수에 억 소리가 나는 비용이 들지만 잠수정을 타려는 경쟁은 무척 심합니다. 하지만 날씨가 나쁘면 잠항을 못 해요. 잠수부가 잠수정에 연결된 줄을 푸는 등 여러 작업이 동반되기 때문이죠. 열 번을 타기로 예약되어 있으면 실상은 다섯 번 정도 탈까말까 해요.

 

바다 밑에서는 약간의 문제만 발생해도 무조건 다시 올라와야 합니다.

 

케이블을 연결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케이블을 없애면 자유롭게 다닐 수는 있지만 잠수정 안에 전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원에는 한계가 있고 수중에서는 충전할 방법이 없어서 결국 수중에 머무르는 시간에 한계가 있죠.

아울러 수중에서는 통신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공기 중에서는 초당 30만 km를 갈 수 있는 전파를 쓰지만 수중에서는 초음파를 쓰거든요. 초음파는 초당 1.5km밖에 나가지 못합니다. 더구나 통신 레이트도 낮아서 광케이블을 연결하는데 케이블이 자주 말썽을 일으킵니다. 배가 움직이면 케이블도 같이 영향을 받아 사고가 나지요.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무인잠수정과 유인잠수정의 차이는 굉장히 확연해요. 무인잠수정을 통해서는 연구자들이 모니터밖에 볼 수 없거든요.

 

유인잠수정 대부분은 만약 사고가 났을 때 5일 동안 산소 공급을 해주는 장치가 설비되어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잘라버리고 사람이 탄 거주구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안전장치도 되어 있죠.

 

지구의 생태계에는 우선 광합성에 의존하는 생태계가 있어요. 빛을 받아서 유지되는 생태계죠. 그리고 또 하나가 화학 합성 생태계입니다. 빛(태양)과 상관없는 생태계죠. 강연에도 나왔지만 심해가 해양 전체의 93% 정도를 차지합니다. 굉장히 넓은 면적이죠. 이런 심해에는 굴뚝이 있고 검은 연기가 막 뿜어져 나오는 ‘열수분출공 생태계’가 있고 또 하나, ‘용수역’이 있습니다. ‘용수역’은 뜨거운 물이 아지랑이처럼 살살 피어나오는 지역이죠. 크게 이 두 가지 생태계를 ‘화학 합성 생태계’라고 합니다.

화학 합성 생태계가 발견된 지는 30년 조금 넘었습니다. 요즘 해양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화학 합성 생태계는 여전히 중요한 이슈지요. 깊은 바다에 먹이도, 빛도 없는데 조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게도 굉장히 많고 심지어 새우는 1m² 공간에 500~600개체가 살기도 해요. 열수분출공 주변에서 생물이 굉장히 많이 사는 거죠.

 

열수분출공 :: 1977년 2월 17일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의 심해유인잠수정 앨빈(Alvin)은 갈라파고스제도에서 북서쪽으로 약 380km 떨어진 해역에서 잠수를 시작하였다. 1974년부터 심해탐사를 시작해 이곳에서 활발한 해저 화산활동의 징후를 찾아낸 과학자들은 잠수정을 내려 보내 이를 직접 확인하고자 했던 것이다.
앨빈은 잠수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난 후에야 수심 2,700m의 바닥에 도착했는데 잠수정에 타고 있던 과학자들의 눈앞에 펼쳐진 경치는 우리가 생각했던 바다 속 모습이 아니었다. 굳은 용암 사이에서는 검은 연기와 뜨거운 물이 솟아나오고 있었으며, 연기가 솟아오르는 굴뚝 주변에는 어른 신발보다도 더 큰 대합과 홍합들이 다닥다닥 붙어살고 있었다.
1979년 이곳을 다시 찾은 과학자들의 눈앞에는 더욱 신비한 광경이 펼쳐졌는데 열수분출공의 생물다양성과 밀도는 열대 정글이나 산호초를 능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생물은 처음 보는 특이한 동물이었으며, 사람 팔뚝만한 두께로 2m까지 자라는 거대한 관벌레가 가장 많았다. 이렇게 깊은 바다 속에서 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곳을 심해 열수분출공이라 한다. 열수분출공은 말하자면 바다 속 온천인 것이다. 이런 열수분출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해저지각의 틈 사이로 스며들어간 바닷물은 뜨거운 마그마에 의해 데워지고 주변 암석에 들어있던 구리, 철, 아연, 금, 은 등과 같은 금속성분들은 뜨거운 물에 녹아 들어간다. 또 데워져 수온이 350℃나 되는 뜨거운 물은 지각의 틈 사이로 다시 솟아나오게 된다. 대기압에서 물은 100℃가 되면 끓어 수증기로 변하는데, 온도가 350℃나 되는데도 물이 수증기로 되지 않고 솟아 나온다고 하니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열수분출공이 있는 수심 2,000~3,000m 깊이에서는 압력이 200~300기압으로 높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편 뜨거운 물에 녹아있던 물질들은 분출되면서 주변의 찬 바닷물과 만나 식게 되고 열수분출공 주변에 침전되어 굴뚝을 만드는데 이 굴뚝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자라게 된다. 이와 관련 높이가 수십 m가 되는 것도 발견된 적이 있다.
열수분출공의 발견은 생물학사에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발견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깊은 바다 속에는 생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태계는 광합성을 해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드는 식물이 있어야 유지되는데 심해는 햇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암흑의 세계이므로 식물이 살 수 없어 심해에 사는 동물들에게는 표층에서 죽어 가라앉는 생물의 사체 외에 먹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해는 생물이 거의 살지 않는 사막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는 심해 열수분출공 광경을 본 과학자들은 당연히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도대체 이 동물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
그 후 계속된 조사로 열수분출공 주변에 어떻게 많은 동물들이 살 수 있는지에 관한 수수께끼가 풀렸다.
열수분출공에서 뿜어 나오는 검은 연기 속에는 황화수소가 많이 들어있는데, 심해에는 황화수소를 산화시켜 나오는 화학에너지를 이용해 탄수화물을 만드는 박테리아들이 많이 살고있었다. 이 황화박테리아들은 식물이 광합성을 해서 탄수화물을 만드는 것과는 달리 화학합성을 하여 탄수화물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즉 심해 열수분출공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는 식물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을 해서 생태계를 부양하고 있는 것처럼 화학합성을 해서 열수분출공 생태계를 부양하고 있었다. 이 발견으로 광합성에 의존하지 않고도 유지되는 생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 주변에서 보아왔던 식물을 기초생산자로 한 생태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바다 속에 있었던 것이다.
갈라파고스제도는 1835년 다윈의 방문으로 진화론의 산실로서 생물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종의 기원’이 생물의 진화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약 140년 후에 열수분출공 주변의 생물군집이 발견됨으로써 갈라파고스제도는 다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게 되었다. 또 과학자들이 심해저 탐사를 계속하면서 열수분출공은 더욱 많이 발견되었고 최근 한국해양연구원의 탐사팀도 파푸아뉴기니 인근 해역에서 새로운 열수분출공의 존재를 확인한 바 있다. 또한 열수분출공은 산업에 필요한 금속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광물자원으로 개발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햇빛이 없고, 수압이 높으며, 황화수소와 같은 독성물질로 가득 찬 열수분출공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환경이 생명체가 지구상에 처음 탄생했을 때의 조건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열수분출공 주변 생태계를 연구해서 태초에 지구상에 생명체가 잉태된 환경과 과정에 대한 귀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금도 지구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열수분출공을 탐사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열수분출공(熱水噴出孔)’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심해에 있는 생물들이 먹이를 먹지 않는 겁니다. 동물은 먹어야 살잖아요. 그런데 안 먹어요.

 

지구 내부로부터 굴뚝으로 분출되는 열수 안에는 황화수소가 녹아있습니다. 이것을 산화시키는 공생 박테리아들, 예컨대 황화 세균 등을 심해에 사는 생물들이 몸에 갖고 있었어요. 이것으로 황화수소를 화학 합성하고 산화시켜 나오는 에너지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동물들이 먹지 않아도 공생 박테리아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거죠.

 

또 하나 재미난 것은 열수분출공 지역이 지구에 생명이 처음 탄생한 환경과 비슷해요. 빛이 없는 조건, 화학적인 안개가 굉장히 자욱한 상태에서 생물이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많은 연구자가 생명 탄생의 비밀을 밝히겠다고 연구해왔습니다.

열수분출공의 온도는 약 200~300℃인데도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생물을 조사해 인간에게 필요한, 예를 들면 소방복을 만든다거나 뜨거운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우주복을 만드는 등의 연구를 하지요. 또 인간에게 필요한 가스나 여러 가지 자원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심해에 살고 있는 미생물과 세균은 열을 좋아하는 호열성인데 이런 성향이 모두 원시적입니다. 진화적으로 보면 가장 아래에 있는 생물인 거죠. 따개비류도 진화적으로 굉장히 오래된 모습을 유지한 채 살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생명 탄생의 비밀을 밝히겠다고 연구하는 거죠.

 

인류는 자원 없이 살 수는 없죠. 그래서 육상 자원과 마찬가지로 심해에 있는 자원도 개발해야 하는데 문제는 난개발을 하다 보면 항상 환경 문제가 뒤따릅니다. 사실 국제 해저 기구에도 우리가 심해의 생태계를 훼손하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지식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국제 해저 기구는 심해 자원을 개발하려면 먼저 생태계가 어떠한지 환경 연구를 해서 개발할 때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놨습니다.

 

열수분출공에서 열수가 나오면서 굴뚝이 만들어지지만 그 구멍이 점점 침전하다 보면 결국 막힙니다. 대개 30~40년 지나면 막혀서 더 이상 황화수소가 나오지 않고 그 주변의 생태계도 자연스레 없어지죠.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열수분출공에서 다시 생태계가 형성되고요. 그래서 우리가 심해 자원을 개발할 때 이미 죽어버린 굴뚝을 중심으로, 생물이 살지 않는 환경에서 자원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심해 환경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계속 나온 얘기지만 사실 우리가 심해를 잘 모른다는 겁니다. 과학자들도 알고 있는 것은 5~10%도 채 안 돼요. 우리가 심해 연구 자료를 후손에게 어떻게 남겨줄지 먼저 고민해야 하는데 심해를 알아야 그 고민을 더 깊고 세밀하게 할 수가 있죠. 아직은 모르는 게 훨씬 많기 때문에 알아가는 과정을 좀 더 거치고 난 다음에 접근해야 합니다. 인류가 가장 싸움을 많이 일으키는 것은 광물자원과 생물자원 때문이거든요. 특히 이미 선진국들은 심해 자원이 가장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어요. 그러니까 시간을 두고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기술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고 심해에 대해 좀 더 알고 나서 움직여야 합니다. 지금은 심해에 최소한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심해 생물은 소리에 가장 민감하다고 알려져 있죠. 실제로 소리에 잘 반응하는 걸 볼 수도 있고요. 그리고 몸 자체에 감각적으로 주변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기관들이 있죠.

 

기본적으로 잠수정이 심해 생물을 건드릴 수 있는 범위는 굉장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생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거의 없다고 봅니다.

 

바다에서도 시끄러워서 이사를 하는 생물이 있을 정도로 바닷속 소음이 심합니다. 배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 등 여러 소리 때문이죠. 돌고래는 소음이 심해지니까 평소보다 훨씬 목소리가 커졌대요.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죠. 더 많이 먹지 않으면 체중이 빠질 겁니다. 이렇게 소음 피해는 청각을 이용하는 생물에게는 피해가 굉장히 클 수 있습니다. 물에서는 소리가 공기 중보다 5배 정도 빨리 전달됩니다. 소리가 훨씬 빠르고 멀리 전달돼서 그만큼 소음이 주는 피해도 크겠죠.

무척추동물처럼 청각 기관이 없는 생물은 주변의 압력 변화 등을 촉각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프로펠러가 돌아가거나 해서 수류가 변하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죠. 그래서 적막에 싸인 그리고 영겁의 세월 동안 거의 변화가 없던 심해에 사람이 들어가 휘젓기 시작하면 틀림없이 피해는 있을 겁니다.

 

심해에 사는 생물을 위로 데려왔을 때 과연 살아 있을까? 대부분은 살아 있습니다. 몸이 고체나 액체로 채워져 있는 생물은 처치만 잘하면 다 살릴 수 있어요. 단지 물고기의 부레처럼 신체 일부분이 기체로 되어 있는 생물은 위로 올라오면 압력이 낮아져 터집니다. 그래서 게나 새우, 조개 등은 심해에서 채집해 와서 연구소의 수조에 넣고 연구하기도 합니다.

 

 

 

Q&A

수온약층은 물의 수직 혼합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합니다. 수온약층이 강하게 만들어지면 영양염이 많은 심층의 물이 햇빛이 잘 드는 표층으로 올라오지 못해 식물플랑크톤이 잘 자라지 못합니다. 먹이원이 부족해지니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지요. 그렇지만 전 지구 규모의 바닷물 흐름인 열염순환의 경우에는 지역적인 수온약층에 영향을 받지 않고 표층부터 밑바닥까지 거대한 흐름을 만듭니다. 바닷물은 밀도 차이에 의해 무거우면 가라앉고 가벼우면 뜹니다. 수온과 염분이 바닷물의 밀도에 영향을 미치는데 염분이 많으면 무겁고 염분이 적으면 가볍습니다. 극지방의 물은 수온약층을 지나서 밑바닥까지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대서양을 따라 일부는 인도양으로 들어가고 일부는 태평양으로 들어가 위쪽으로 올라오게 되지요. 이처럼 차가운 바닷물이 표층의 바닷물을 제치고 올라오는 현상을 용승이라고 합니다. 주변의 경사면을 따라 올라오거나 표층의 바닷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서 그 자리가 비면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올라오는 거죠.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해나 전쟁, 핵발전소 폭발 등이 발생했을 때 피난 장소로 심해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반구 형태의 구조물을 지어 구조물을 연결하는 터널을 만들고 그 안에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철 대신 부식이 안 되는 텅스텐, 티타늄 계열로 구조물을 만들어야 하니 재료비, 건설비에서 엄청난 비용이 들죠. 사람이 물 밖에 나가서 산책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두꺼운 잠수복을 입어야만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지금 인공 아가미도 개발되고 있으니 해양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사람들이 심해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겁니다. 진화적으로 보면 고래의 조상도 육상에 살던 포유동물이었습니다. 먼 훗날 인류도 바다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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