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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을 위한 심플하고 심오한 과학강의, 공룡

헬조선의 알파고 2023. 8.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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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도 모르는 지구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는 지구과학, 지질학, 환경학, 공룡학, 해양학 등 지구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지구에 대해 살펴보고 지구가 당면한 문제 문제를 함께 고민한다. 지구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부터 지구 내부의 비밀, 한반도 지질, 지진과 미세먼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레이더를 이용한 지구탐사까지, 다각도로 지구를 다루고 있어 지구의 신비하고 새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지구라는 거대한 구조가 놀라운 생명의 보고이자 우주의 아름다운 건축물임을 일깨우며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지구에 관한 열 가지 주제의 강연으로 구성된 이 책은 흔히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사진, 자료가 다수 수록되어 강의를 듣는 듯 생생한 생동감을 더해준다.
저자
김경렬, 김백민, 김웅서, 박록진, 심상헌, 윤상호
출판
반니
출판일
2017.04.28

 

머리말 - On the Earth, For the Earth, and Beyond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습니다. 이제 지구온난화로 여섯 번째 대멸종을 걱정해야할 판국입니다. 앞으로 500년 내로 생물 종의 20%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95%의 생물이 사라진 '페름기 대멸종'보다 최소 100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공룡과 새가 하나의 조상에서 갈렸다.

 

 

 

지구의 오랜 지배자, 공룡

공룡은 약 2억 4500만 년 전 시작된 중생대에 살았던 동물입니다. 약 2억 3000만 년 전에 나타나 1억 6000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지요.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척추동물 대부분이 이 시기에 출현했습니다. 그만큼 중생대는 지구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중생대 :: 지질시대 중 생물 화석이 풍부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의 시기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시대. 약 2억 2,500만 년 전부터 약 6,500만 년 전까지의 1억 6,000만 년간에 해당한다. 오래된 순서부터 트라이아스기 · 쥐라기 · 백악기의 3기로 나뉜다. 중생대에 살았던 생물을 살펴보면 무척추 동물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두족류에 속하는 암모나이트(ammonite)와 삼각패류, 척추 동물로는 파충류, 특히 공룡류가 현저하게 번성했기 때문에 파충류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밖에 조류인 시조새가 쥐라기에 출현하였다. 육상식물로는 겉씨 식물이 번성하여 중생대를 겉씨 식물의 시대라고 부른다. 특히 은행나무 · 소철류 · 소나무류 등이 번성하였다. 중생대는 전반적으로 기후가 온난하였고, 지질학적으로는 비교적 조용했으나 후기에 이르러 알프스 조산 운동이 일어났다.
[네이버 지식백과] 중생대 [中生代, Mesozoic Era] (Basic 고교생을 위한 지구과학 용어사전, 2002. 4. 20., 이석형)

 

1923년 미국 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팀이 몽골 고비 사막에서 공룡알 둥지를 처음 발견합니다. 공룡이 알을 낳는 파충류라는 것을 알게 됐죠. 공룡은 뼈 화석으로만 발견되었기 때문에 그 뼈가 보여주는 특징으로 정의하게 됩니다. 공룡은 머리뼈가 단순하고 앞발은 짧으며 위팔뼈 위 근육이 발달해 있습니다. 특히 뒷다리뼈가 골반에 끼워져 있어 사람처럼 직립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악어나 다른 원시적인 파충류와는 명백히 구분되죠. 그리고 무릎 관절이나 발목 관절을 매우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해부학적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공룡의 신체적 특징 1. 후전두골이 없다. 2. 위팔뼈 윗부분의 삼각형 돌기 길이가 전체 위팔뼈 길이의 38%를 넘는다. 3. 장골 아래 뒷부분이 패여 있다. 4. 흡반이 완전히 뚫려 있다. 5. 경골이 거골과 잘 결합해 있다. 6. 거골의 확장된 뼈가 경골의 앞에 붙어 있다.

 

악어나 원시적인 파충류는 발목이 꺾이는 곳이 휘어져 있는데 이런 무리를 크루로타르시Crurotarsi라고 부릅니다. 반면 공룡은 발목 관절이 힌지hinge 구조로 되어 있어 일자로 움직입니다. 파충류는 앞으로 나아갈 때 발목을 돌리면서 비효율적인 보행을 하지만, 공룡은 좀 더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겁니다. 게다가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죠. 공룡이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과거 학자들은 대부분 이처럼 다리에서 찾았습니다.

화석 기록을 보면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는 공룡 말고도 원시 파충류가 많이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룡이 처음 출현할 당시 지구는 아주 건조했는데 공룡은 다리가 직립이었기에 빨리 뛸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생존에 유리했죠. 이 덕분에 공룡은 빠르게 원시 파충류를 대체했습니다.

 

고생대와 중생대 사이에 대멸종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지구의 산소는 오늘날의 절반 정도로 매우 부족했습니다. 공룡은 이를 극복하려고 뼈 속에 ‘기낭氣囊’을 발달시켰습니다. 기낭은 오늘날 새가 가진 특징입니다. 우리는 숨을 한번 들이마시면 한번 내쉬어야 하지만, 새는 기낭을 채우면서 연달아 숨을 들이마실 수 있죠. 이와 마찬가지로 공룡도 호흡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뼈 속에 빈 공간들을 지녔습니다.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도 살 수 있는 신체 구조를 가진 것입니다. 새는 공룡으로부터 진화하면서 생존에 중요한 유전적 특성도 물려받았죠.  

 

산소 농도가 부족했던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 뼈 속의 기낭을 발달시킨 공룡

 

공룡은 무려 1억 6000만 년 동안이나 지구의 주인으로 살았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것이 대략 30만 년 전이니 인류의 역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구상에 성공적으로 생존했던 거죠. 우리가 공룡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지는 180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동안 공룡 화석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발굴되었습니다. 심지어 남극 대륙에서도 발견되었죠. 이처럼 광범위하게 공룡 화석이 분포하고 있다는 것은 공룡이 지구상에서 얼마나 성공한 동물인지 알려줍니다. 공룡은 매우 다양한 무리로 진화했고 지금까지 대략 1,000종이 발견되었습니다.

공룡은 골반 구조에 따라 용반류와 조반류로 나뉘는데 용반류는 티라노사우루스와 알로사우루스 등 대부분 육식공룡과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거대한 초식공룡으로 구분됩니다. 조반류는 다시 조각류, 각룡류, 검룡류, 곡룡류로 나뉘는데 초식공룡이 주류를 이루고 있죠. 트라이아스기에는 공룡의 수가 많지 않았지만 쥐라기로 넘어오면서 공룡은 지구를 완전히 점령합니다. 당시는 기온이 따뜻해서 거대하고 목이 긴 공룡도 자랄 수 있었고 백악기까지 번성했죠.

 

FEA :: 스트레스, 열 교환, 자기장 분포 영역, 유체 유동, 기타 다른 여러 방법으로 접근할 수 없는 연속적인 영역의 문제들을 풀어내는 수학적인 기법. FEA 구조물은 내부적으로 연결된 컴퓨터와 유한 요소로 분할된 모델로 구성되고, 각각 요소 해석을 수행하고 난 뒤에는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결과를 출력해 준다. 예를 들어,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영역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유한 요소 분석법 [Finite-Element Analysis, 有限要素分析法] (IT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공룡 다리뼈의 단면을 살펴보면 나무의 나이테처럼 래그LAG, Line of Arrested Growth라 부르는 성장선이 있습니다. 이것을 관찰하면 공룡이 몇 살에 죽었는지, 어떤 속도로 자랐는지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티렉스의 래그를 살펴서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노년기가 긴 데 비해 공룡들은 청소년기가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공룡 진화 과정, 그 신비의 세계

박물학자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모델이 되었던 인물이죠.

 

자연사박물관 팀은 인류의 기원을 찾으려 고비 사막으로 갔지만 인류의 화석 대신 백악기 층에서 다양한 공룡 화석을 발견합니다. 이들은 프로토케라톱스, 오비랍토르, 벨로키랍토르의 화석을 발견했고 프로토케라톱스가 북미 대륙에서 이미 발굴된 트리케라톱스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발견으로 북미 공룡이 아시아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알게 되죠.

 

1999년에 우리나라 시화호 남측 간척지에서 세 종류의 공룡 알 200개 정도가 나온 겁니다. 이 지역이 그 당시 공룡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알을 낳는 집단 산란지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발견으로 화성시에서는 공룡 박물관을 지으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1920년대에 앤드루스가 공룡을 탐사하던 시절이 비해 제가 탐사하던 2006년에도 탐사 방식에서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사막에는 여관이나 휴게소 같은 시설이 없으니까요. 식량, 탐사 장비, 물, 휘발유 등 탐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싣고 떠나야 하죠.

 

발굴된 뼈를 실험실까지 가져오려면 ‘석고 재킷’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형외과의 깁스랑 똑같은 거죠. 커다란 붕대에 석고를 묻혀서 공룡 뼈를 포함하고 있는 암석을 감쌉니다.

 

 

 

공룡과 새의 연결 고리

최근 공룡 연구의 화두는 과연 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시조새의 화석은 가장 오래된 새 화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는 깃털과 날개가 있고, 두 발로 걷는 온혈동물이며 알을 낳는 척추동물입니다. 조류는 전 세계에 약 1만 종이 살고 있습니다. 포유류가 6,000종 정도로 파악되니 조류가 포유류보다 더 번성하고 있는 거죠.

새의 가장 큰 특징은 깃털입니다. 깃털은 언제 어디서 발견됐을까요? 1861년 독일의 졸른호펜 라임스톤Solnhofen Limestone에서 깃털 자국이 있는 화석 하나가 발견됐습니다. 이 화석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죠. 이 지층의 나이가 무려 1억 5000만 년이었기 때문입니다. 깃털 화석에 보이는 깃축과 잔 깃털이 현생 깃털 화석과 똑같다는 점도 놀라웠습니다. 바로 다음 해에 같은 장소에서 시조새 화석이 발견됩니다. 지금까지 9개체의 시조새 화석을 찾았는데 모두 깃털 자국을 선명하게 남겼습니다. 이 화석의 학명은 ‘고대의 날개’라는 의미의 아르케옵테릭스Archaeopteryx입니다. 우리는 가장 원시적인 새라는 의미로 시조새라고 번역해 부르죠.

하지만 시조새는 깃털 외에는 현재의 새와 골격이 다릅니다. 시조새는 이빨이 있지만 오늘날 새 부리 안에는 이빨이 없어요. 시조새는 손가락 끝에 손톱이 그대로 살아 있지만 새는 날개 부분에 융합되어 있습니다. 또 시조새 꼬리는 굉장히 긴데 현생 새들은 짧죠. 시조새는 작은 가슴뼈를 지녔지만 현생 새는 나는 데 필요한 커다란 가슴뼈가 있습니다. 학자들은 시조새가 어떻게 날았는지 의아해하기도 했죠.  

 

시조새와 현생 새의 골격 비교

 

시조새 골격은 공룡과 흡사합니다. 공룡과 새의 관계를 처음 언급한 사람은 찰스 다윈의 동료, 토마스 헉슬리Thomas Huxley입니다. 헉슬리는 시조새의 화석이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을 보여주는, 다윈의 진화론을 잘 설명하는 화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헉슬리의 주장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난 1970년, 예일대학교의 고생물학자 존 오스트롬John Ostrom은 데이노니쿠스라는 공룡을 발표합니다. 데이노니쿠스는 앞발과 뒷다리가 길고 이빨도 있어 시조새와 비슷했습니다. 오스트롬 교수가 시조새와 데이노니쿠스의 골격을 비교해보니 공통점이 100가지가 넘었어요. 지금까지 쌓인 연구 결과를 보면 공룡은 처음 출연했을 때부터 새와 특징이 비슷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포유류의 조상은 사족보행을 했지만 공룡은 이족보행을 했습니다. 그만큼 앞발이 자유로워 점점 길어졌고 더 진화된 육식공룡의 손목 관절뼈는 뒤로 젖힐 수 있게끔 반달형으로 변합니다. 새처럼 손목을 뒤로 꺾어 날개를 접을 수 있는 해부학적 특징을 갖게 된 거죠. 몸집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룡은 대부분 크다고만 여겨지는데 작은 공룡이 훨씬 많습니다. 진화할수록 몸집도 줄어 결국 하늘을 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졌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새는 깃털이 있는데 공룡은 없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1996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작은 공룡의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이 공룡에게는 털이 있었습니다. 포유류의 털이 아니라 가는 실 같은 필라멘트 형태의 털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이 깃털에 멜라닌 소포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덕분에 털이 어떤 색이었는지도 밝혀졌죠.

 

새가 육식 공룡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육식공룡에게만 털이 있는 줄 알았으나 최근에는 초식공룡에서도 필라멘트 형태의 털이 발견되었고 더 원시적인 조반류 공룡에서도 이런 털들이 발견되기 시작했어요. 중생대 호박 속에서도 잘 보존된 깃털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거의 모든 공룡에게 종류는 다르지만 다양한 형태의 깃털이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깃털이 처음부터 날기 위해 생겨난 게 아니라 체온을 보호하거나 짝을 찾기 위해 색을 드러내는 용도로 먼저 출현을 한 거죠. 중생대 백악기에 발견된 공룡 화석의 깃털을 조사해보면 약 아홉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크로랍토르라는 공룡이 발견됐는데, 이 공룡은 새와 달리 뒷다리에도 깃털이 있었습니다. 이는 새가 어떻게 날기 시작했는지에 관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기존에는 새가 땅에서 먹이를 잡기 위해 뛰어다니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는 그라운드업Ground Up 이론과 나무에 올라가 활공을 하다가 날게 되었다는 트리다운Tree Down 이론이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랴오닝성에서 발견된 원시 조류들이 날다람쥐처럼 나무에 올라가 활공을 하다가 뒷다리 깃털과 깃꼬리 깃털이 없어졌다는 것이 밝혀졌죠. 이는 어느 순간 활공이 아니라 가슴뼈를 확장시켜 강한 날개짓으로 하늘을 날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이 발견이 트리다운 이론을 뒷받침하죠.

 

또한 육식공룡의 알과 현생 조류의 알 단면이 비슷하고 둥지 위에서 알을 보호하려는 듯이 앉아 있는 공룡 화석을 보면 새와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악어는 알을 보호하지 않죠. 중국에서는 중국어로 ‘잠자다’라는 의미인 메이 롱Mei long이란 공룡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새처럼 머리를 다리 밑에 파묻고 자는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공룡이 악어처럼 냉혈동물이라면 이러한 습성을 보이지 않겠죠. 공룡의 전두엽이 점점 커지는 것도 조류 진화설을 뒷받침합니다. 공룡이 새로 진화하면서 하늘에서 멀리 봐야 하니 시각이 발달했고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감각기관들이 발달하면서 뇌의 전두엽도 발달하게 된 겁니다.  

새는 항온동물인데 공룡은 파충류이니 변온동물이 아니냐는 반박도 있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항온과 변온은 신진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2014년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보면 공룡을 중온동물이라 평가하고 있습니다. 변온동물도, 항온동물도 아닌 그 중간이라는 겁니다. 예컨대 참치는 어류이므로 변온동물이어야 하는데 신진대사가 굉장히 활발하기 때문에 중온동물로 여기고 있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분류학에서 공룡의 위치도 모호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척추동물을 분류할 때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로 나눴습니다. 그런데 조류가 파충류인 공룡에서 진화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조류와 파충류에 모순되는 상황이 생긴 거죠. 그래서 지금은 파충류나 조류라는 용어를 쓰는 대신 이 둘을 합해 석형류Sauropsida라고 부릅니다.

 

 

 

패널토의

과학자가 되는 데는 어떤 통로가 있는 것 같아요. 대개 공룡과 별이 과학으로 빠지는 길이죠. 과학자들에게 어떻게 과학자가 되었냐고 물어보면 어릴 때 아버지가 특별한 장소에서 별을 보여줬거나 어머니가 사준 공룡 책을 보고서 빠져들었던 추억이 있더라고요.

 

오지에 가니까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오신 박사님이나 처음 간 저 같은 사람이나 땅 앞에서는 평등하더라고요. 언제 어떻게 누가 뭘 찾을지 모르니까요.

 

정말 작은 발가락 화석을 처음 발견해 만질 때 굉장히 감동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런 화석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돼요. 하룻밤 지나니 너무 흔해서 발로 건드리지도 않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석 한번 만져보겠다고 난리를 피웠는데 이렇게 마음이 바뀌는 걸 보고 환경이 바뀌면 사람의 판단 기준 자체가 바뀐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습니다.

 

전 세계를 다 돌아다니고 있지만 그래도 주로 오지에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이 많이 일어나죠.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데 문제는 나쁜 일은 우리 목숨과 직결된다는 겁니다.

 

사실 누구나 공룡 화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생대 지층이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경상도나 전라남도, 충청도에 조금씩 중생대 퇴적분지들이 있어요.

 

남한의 4분의 1 정도가 중생대 지층입니다. 실은 우리나라가 공룡 연구를 하기에는 굉장히 좋은 나라인 거죠.

다만 공룡 화석이 중국이나 몽골, 북미처럼 많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공룡 화석을 찾으려면 중생대 지층이 드러나 있어야 합니다. 그 지층이 덮여있으면 우리가 지층에서 뼈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죠. 겨울에는 고비 사막을 탐사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눈으로 지층이 덮이면 뼈를 찾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도시가 발달해 있고 그 외의 지역에는 농지가 발달해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지층을 볼 수 있는 곳은 기껏해야 해안가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는 지역은 경남 고성이나 해남처럼 대부분 해안가죠.

내륙 지역에서 화석이 아예 발견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화석을 찾기 위해서는 지층이 드러나도록 인위적인 작업을 해야 하죠. 도로를 뚫거나 집터를 만들기 위해 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내는 등의 행위가 이루어져야 지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몽골 같은 지역은 지층이 아스팔트로 덮이지 않고 사람도 많이 살지 않아서 중생대 지층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니 그만큼 화석이 발견될 확률도 엄청나게 높은 거죠. 그래서 우리가 그 지역으로 향하는 겁니다.

 

공룡학뿐만 아니라 천문학이나 생물학 같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눈의 개수인 거 같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심 있게 지켜보느냐가 중요한 거죠. 수많은 아마추어가 천문학적으로 중요한 발견들을 해왔습니다. 오히려 프로들은 관심사가 한정되어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분야만 보기 때문에 다른 건 잘 못 보거든요. 그런데 아마추어들은 넓게 봅니다. 공룡 화석을 캐러 갔을 때도 대학교 3~4학년들이 중요한 화석들을 더 많이 찾거든요. 그러니까 조금만 알면, 물론 아무것도 모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만 조금만 알면 시야가 확 트이는 거죠. 요즘은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전문가들과 금방 만날 수도 있어서 과학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과학을 배우는 것을 넘어 실제로 과학을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일단 결론을 말씀드리면 호박에서 DNA를 뽑아내서 공룡을 만들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바퀴벌레 연구가 조지 포이나르가 처음 내놓았어요. 그의 실험은 조금 의심스러운 데가 있는데 어쨌든 이 아이디어는 <쥬라기 공원>의 원작자 마이클 크라이튼에게 큰 영감을 줬죠. 그러나 이 아이디어가 현실성이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현대 기술로 네안데르탈인 화석에서 DNA를 뽑아낼 수 있듯이 우선 DNA는 수십만 년까지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룡은 6,600만 년 전까지만 생존했죠. 또 영화에서는 모기가 공룡의 피를 빨아먹었다는 설정인데 모기는 동물의 피만이 아니라 과일즙도 빨아먹습니다. 그 모기의 피에서 DNA를 추출해 환생시킨다고 하면 공룡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과일도 주렁주렁 매달려야 하는 거죠. 그리고 모기가 등장한 시기가 8,0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시기가 6,600만 년 전이니까 기껏해야 모기와 공룡이 함께 살았던 시기는 1,400만 년밖에 안 되는 거예요. 공룡이 지구에 살았던 기간의 10%가 안 됩니다. 공룡들은 대부분 모기에 물려볼 기회조차 없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공룡을 되살리려면 결국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죠.

 

물론 새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과 모습이 매우 다르죠. 하지만 새가 공룡에서 비롯되었다면 새는 공룡의 유전자를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이 주제에 관해 요즘은 지질학자뿐만 아니라 발생학자들도 적극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고 있죠.

첫 번째 관심사는 주둥이입니다. 공룡은 갈라진 턱이 있고 이빨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새는 턱이 아니라 부리만 있어요. 하지만 새도 발생할 때 살펴보면 갈라진 주둥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서서히 부리 모양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과학자들이 턱을 부리로 변하게 하는 유전자를 찾았고 이 유전자를 새의 발생 과정 중에 막아보았습니다. 그러자 몸은 닭인데 공룡의 주둥이를 갖는 배아가 만들어진 거예요.

또 유심히 살펴보는 것은 종아리입니다. 종아리에는 ‘종아리뼈’와 ‘정강이뼈’가 있습니다. 공룡은 종아리뼈가 무릎부터 발목까지 둥근 형태로 끝까지 이어져 있어요. 그런데 백숙을 먹어보면 알겠지만 새의 종아리뼈는 납작한 형태로 종아리의 중간에서 끊깁니다. 새가 발생하는 과정을 살펴보니 종아리뼈가 처음에는 둥근 모양에 끝까지 이어져 있다가 점점 자라면서 슬그머니 줄어드는 거예요.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종아리뼈가 얇아지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 유전자를 찾아 억제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공룡의 다리가 생겨난 거죠.

닭은 엄지발가락이 뒤쪽에 있어 홰를 움켜쥘 수 있는데 공룡은 발가락이 뒤에 있지만 땅에 닿지도 않고 앞의 발가락과 서로 마주보지도 않습니다.

 

연구해보니 이것은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 대신 새의 배아가 알 속에서 꿈틀대다가 발바닥뼈인 중족골이 휙 돌면서 엄지발가락이 뒤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약품을 처리해 배아가 꿈틀거리는 것을 막았어요. 그랬더니 발가락도 공룡의 발가락 형태와 같아졌습니다. 지금 영국 등에서는 닭의 모습을 변화시켜 공룡을 만들 수 있겠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심지어 꼬리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새는 꼬리가 없지만 발생 과정을 살펴보면 꼬리가 있습니다. 자라다가 사라지므로 사라지지 않게만 하면 되는 겁니다.

 

‘닭은 이미 공룡이다. 공룡으로 공룡을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공룡이 진화한 흔적을 보고 존중하면 된다’는 거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1년에 대략 몇 마리의 공룡을 먹고 있나요?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이 1년 동안 먹어치우는 프라이드치킨이 10억 마리입니다. 그러니까 평균적으로 한 사람당 20마리를 먹는 거죠. 구체적으로는 5,000만 명 중에 갓난아기부터 할머니, 스님, 채식주의자까지 포함되므로 실제로 닭을 먹는 사람들은 20마리 이상을 먹습니다. 우리는 사실 공룡 고기를 가장 많이 먹고 있는 거예요.  

 

지금 설명하신 내용을 ‘리버스 에볼루션Reverse Evolution’이라고 불러요. 진화를 거꾸로 재현해보는 거죠. 진화는 아예 새로운 형태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에서 더해지거나 변형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새의 상태를 발현하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끄면 그 전 단계인 공룡의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거죠.

 

우리가 새의 유전자를 조금만 조작해도 공룡의 특징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새와 공룡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물학에는 두 가지 전통이 있습니다. 진화학적인 전통과 발생학적인 전통이 있는데, 20세기 초반에 이 둘은 완전히 갈라서서 다른 길을 걸어요. 그러다가 두 전통이 지질학에서 만나 다시 통합됩니다. 우리가 땅에 발을 딛고 서서 그런지 지질학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죠.

 

최근에는 공룡 연구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하는 분야도 없는 것 같아요. 공룡은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 있어요. 어떤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든지 어릴 때 공룡에 대해 가졌던 꿈이 있기 때문이죠. 공룡이 과학으로 통하는 문이었거든요. 그 문을 뒤늦게 찾아가는 거죠.

 

공룡이 새로 진화하면서 다양한 경로를 겪잖아요. 전두엽이 커지고 몸도 작고 가벼워지죠. 아마 공룡이 멸종에서 살아남았어도 이러한 변화의 추세가 이어졌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신생대로 접어들면서 매우 추워졌거든요. 남극에서까지 공룡이 살 정도로 굉장히 온화했던 중생대 기후와 달리 신생대 이후에 지구 환경은 남극과 북극이 얼음으로 덮여있는 빙하기잖아요. 조금 덜 추운 빙하기를 간빙기라고 부를 뿐이고요. 공룡이 멸종한 당시에 운석이 충돌한 영향으로 지구에 핵겨울과 비슷한 환경이 도래했습니다. 이 추운 기후에 적응하려고 공룡도 다양한 변화를 꾀했을 거예요. 몸집이 매우 줄어들고 식생활도 변했을 겁니다.

또 하나, 공룡이 계속 살아있었다면 공룡의 종에서도 사람처럼 두뇌가 발달한 종이 나왔을까 하는 질문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포유류가 짧은 시간에 굉장히 두뇌가 발달한 인류라는 존재를 진화시킨 것처럼 말이죠. 이 궁금증에 대해 공룡학자들이 이미 연구를 했습니다. 두뇌가 발달하고 이족보행을 하며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룡을 상상해본 거죠. 이를 인간형 공룡 ‘다이노소로이드’라 부릅니다. 사람과는 굉장히 다른 종류의 진화를 겪었지만 지금 우리와 비슷한 종류의 공룡이 진화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다는 상상을 해본 것이죠.

 

과거에 공룡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새 중에도 까마귀나 까치는 굉장히 영리하잖아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도구도 쓰죠. 이렇게 영리한 새들을 봤을 때 공룡도 같은 시간 동안 진화를 겪었다면 충분히 영리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Q&A

경남과 경북, 전남과 충청도 일대에 중생대 퇴적분지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집을 짓기 위해 땅을 파다가 공룡 화석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다만 중생대 지층이 있는 곳을 정확히 찾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남한 지역의 약 4분의 1이 중생대 지층이므로 공룡을 연구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죠. 하지만 공룡 화석을 찾으려면 중생대 지층이 드러나 있어야 합니다. 지층이 덮여 있으면 뼈를 발견할 실마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죠. 고비 사막도 겨울에는 눈으로 덮여 화석을 발굴할 수 없습니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필드 자연사박물관에는 수sue라고 부르는,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티라노사우루스 표본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표본은 수 헨드릭이라는 비전문가가 발견한 겁니다. 이 사람은 사우스다코타에 있는 집 근처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CSI> 같은 미국 드라마를 보면 피살자의 머리뼈에 근육을 입혀 얼굴 생김새를 복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실제로도 가능합니다. 모든 뼈에는 근육이 어떻게 생겼는지 암시하는 특징이 남아 있기 때문이죠. 같은 팔뼈라도 소의 팔뼈와 말의 팔뼈가 다른 것처럼 모든 생물은 각기 다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뼈에 나 있는 돌기가 크다면 근육도 더 크게 붙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렇게 모든 뼈에 나타나는 해부학적인 특징을 참고해 근육을 입힙니다. 간혹 공룡의 피부화석이 지층에 찍혀 나오는 경우 피부 패턴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색깔은 알 수 없죠. 하지만 공룡이 단순한 피부색을 띠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동물은 짝짓기를 위해 혹은 천적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거든요. 공룡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색이나 패턴을 정확히 모를 뿐이죠. 깃털은 색 재현이 가능합니다. 깃털에는 멜라닌 소포체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 형태로 색을 구분할 수 있어요.

 

뼈를 연구하는 분야를 조직학Histology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포유류의 뼈와 파충류인 악어의 뼈를 잘라 단면을 보면 구조가 확연히 다릅니다. 뼈가 빨리 성장하려면 핏줄도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를 하버시안Haversian 구조라고 합니다. 포유류는 이 구조가 아주 발달한 반면 변온동물인 악어는 발달이 잘 안 되어 있죠. 그런데 공룡의 뼈를 잘라보면 포유류 같은 특징도 보이고 악어 같은 특징도 보입니다. 공룡 뼈를 보면 대부분 나무의 나이테처럼 단면에 선이 있습니다. 이 선을 래그LAG, Line of Arrested Growth라고 하는데 성장이 멈추는 시기를 말해줍니다. 나무는 겨울에 영양분이 없어서 자라지 않고 이 시기에 나이테가 검게 생기는데, 공룡 뼈도 마찬가지입니다. 먹이가 많아 잘 먹을 때는 뼈가 쑥쑥 자라지만 겨울이 되거나 환경이 나빠지면 뼈가 성장을 못 하면서 나이테가 생기는 겁니다. 실제로 뼈를 잘라 조사해보면 선이 1년에 하나씩 생깁니다. 이를 통해 공룡의 나이를 알 수 있죠. 또한 나이테의 간격으로 공룡의 성장 정도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나이테별로 뼈의 두께를 계산해보면 공룡의 크기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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