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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없음

헬조선의 알파고 2023. 7.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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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없음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첫 책『규칙 없음』. 1997년 설립 당시, 넷플릭스는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 주는 회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 현재는 한국을 포함해 190여 개국 전 세계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연간 수조 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넷플릭스는 DVD 대여 서비스에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사업을 전환하고,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작으로 드라마 제작까지 나서며, 시대 흐름에 발맞춰 혁신을 거듭했다. 흥미로운 것은 코닥이나 노키아, 블록버스터처럼 승승장구하던 기업이 산업 생태계가 변할 때 도태되는 것과 달리, 넷플릭스는 소용돌이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왔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켜 ‘포스트 잡스’로 불리는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로, 그들의 ‘자유와 책임 문화’를 꼽는다. 넷플릭스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 시간이 없다. 휴가와 경비에 관한 규정, 결재 승인 절차도 없다. 말단 직원도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해, 수십 억짜리 계약서에 직접 서명한다. 규칙이 없다는 게 규칙인 셈. 그러나 자칫 방만하게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는 넷플릭스의 컬처 데크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로 꼽힌다. 이 책은 넷플릭스의 현 CEO가 쓴 첫 책으로, 넷플릭스의 경영 방식과 기업문화에 관해 인시아드 경영대 교수 에린 마이어와 대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어떻게 넷플릭스는 모두의 상식을 뒤엎는 파격적인 행보로 세계 최고 가치의 기업이 되었을까? 두 저자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관점과 명쾌한 필치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실제 넷플릭스 전현직 직원들의 풍부한 사례를 재료 삼아 주장을 이어간다.
저자
에린 마이어, 리드 헤이스팅스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일
2020.09.08

 

이 책에 쏟아진 찬사

텔레비전의 재발견은 부차적인 문제다. 리드 헤이스팅스의 진짜 업적은 기업문화를 재창조한 것이다.

 

 

 

서문 
넷플릭스는 다르다. 우리의 문화는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다.

 

아니 어쩌면 유명한 것이 아니라, 악명이 높은 것일 수도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가 말하는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에도 위배된다. 에드먼슨은 저서 《두려움 없는 조직The Fearless Organization》에서, 혁신을 이루려면 사람들이 마음 놓고 꿈을 펼치고 자신 있게 발언하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회사 분위기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바뀔수록 혁신은 더욱 활발해진다.

회사가 휴가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해주지 않으면, 직원이 실제 사용하는 휴가 일수도 크게 줄어든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 때문이다. 인간은 새로운 어떤 것을 얻으려는 욕구 이상으로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신속한 혁신이 불가능해졌다. 능률은 꾸준히 올랐지만, 창의력은 떨어졌다.

스스로 내린 판단을 실행에 옮길 때 거추장스러운 절차를 밟을 필요 없이 오히려 더 많은 자유를 갖게 되면, 직원들은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되고, 회사도 책임을 묻기 더 쉬워진다.

 

자유로운 토대를 마련하려면 우선 두 가지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 인재 밀도를 구축하라 

일반적인 회사들이 규정과 통제 절차를 마련하는 이유는, 일 처리가 미숙하고 프로답지 못하거나 무책임한 직원들을 다루기 위해서다. 애초에 이런 사람들을 채용하지 않거나 내보낸다면 그런 규정은 필요가 없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재들로 조직을 꾸리면 거추장스러운 통제 장치가 필요 없어진다. 인재 밀도가 높을수록 직원들에게 허용되는 자유는 더욱 커진다.
+ 솔직성을 키워라 

재능 있는 직원들은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나 예의만 강조하는 규정집은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피드백을 서로에게 제공하는 것을 막는다. 재능 있는 직원들이 피드백을 습관처럼 서로 주고받게 되면 일을 더 잘하게 되고 동시에 서로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게 되어, 통제는 크게 필요하지 않게 된다.

이 두가지 요소가 자리를 잡으면 이제,

- 통제를 줄여라

우선 규정집부터 버려라. 출장 규정, 지출 규정, 휴가 규정 등은 없앨 수 있는 것들이다. 갈수록 인재의 밀도가 높아지고 피드백이 잦아지고 서로에 대해 솔직해지면, 승인 절차도 폐기할 수 있다. 그때 몇 가지 가이드라인만 주면 된다. 매니저에게는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이끌 것‘, 평사원에게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 것‘ 등이다.

넷플릭스는 일단 직원들의 판단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전제한다. (…) 애매한 문제를 해결할 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판단력이다. 절차가 아니라. (…) 

여기에는 반전이 있다. (…) 넷플릭스는 직원의 성과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으며, 그래서 직원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두둑한 퇴직금을 주어 내보낸다.

넷플릭스의 ‘언제나 정직한 문화’에 어울리게, 대부분은 자신과 대표이사에 관한 갖가지 놀랍고 때론 당돌한 견해를 거침없이 말하면서도 신분을 숨기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는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점을 연결해 미래를 점칠 능력이 없습니다. 오직 지난 일을 돌이켜보며 그 점들을 이어볼 따름이죠. 하지만 여러분은 여러분의 앞날에 그 점들이 어떤 식으로든 이어질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배짱과 운명, 삶과 업보, 그 무엇이 되었든 여러분은 그런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이런 시각은 한 번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인생의 고비마다 저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점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질문하도록 직원들을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남이 해왔고 지금도 하는 방식을 답습하여 점을 연결한다. 이렇게 하면 현상 유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가 점들을 다른 식으로 연결하는 순간,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1부. 자유와 책임의 문화로 가는 첫 단계

먼저 인재 밀도를 구축하라.

1장. 비범한 동료들이 곧 훌륭한 직장이다
블록버스터는 수익의 대부분을 고객이 낸 연체료로 올리고 있었다.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멍청한 짓을 했구나 싶게 만드는 방식을 수익 모델로 삼으면서, 어떻게 고객의 충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직원들의 공헌도를 조사했다. 성과에 크게 문제가 되는 직원은 없었다. 그래서 직원들의 서류를 파일 두 개로 나누어 성과가 좋은 80명은 놔두고 그보다 못한 40명은 내보낼 명단으로 분류했다. 창의력이 남다르고 대단한 성과를 내고 협업에 능한 직원은 ‘잔류’ 파일로 갔다. 문제는 경계선에 있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었다. 실력이 대단한 동료와 일하면서도 평범한 성과로 버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일은 열심히 하는데 종종 판단력이 부족하고 도움이 많이 필요한 사람도 있었다. 또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지고 놀라운 성과를 올리지만 불평이 많고 늘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원을 해고하기 며칠 전, 아내는 내게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나는 사무실 내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내보내고 나면 친구나 동료를 잃은 이들은 회사가 직원들을 함부로 대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당연히 울화통이 터지겠지. 게다가 ‘잔류 인원’은 나간 사람들의 몫까지 떠맡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화가 더 치밀겠지. 이미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사기는 계속 떨어질 텐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고하는 날이 되었다. 예상한 대로 끔찍했다. 해고당한 사람들은 고함을 지르고 문을 쾅 닫고 절망감에 울분을 터뜨렸다. 상황은 정오쯤 종료되었지만, 나는 폭풍의 후반부를 숨죽이며 기다렸다. 남은 직원들의 반응이 불안했다.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눈에 띄게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들 침착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회사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좋아지고 있었다. 우리는 비용을 계속 줄이는 중이었고 인원도 무려 3분의 1이나 감축했지만, 언제부턴가 사무실은 열정과 에너지와 아이디어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몇 달 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닥쳤다. 크리스마스와 2002년 초 연휴 분위기에 힘입어 DVD 플레이어 매출이 크게 늘면서, 우리의 우편 주문 DVD 대여업도 난데없는 호황을 맞았다. 갑자기 일이 많아졌다. 인원은 이미 30% 줄어든 상태였는데, 놀랍게도 남아 있던 80명은 이전보다 더 의욕적으로 모든 일을 신이 나서 처리했다. 대부분 늦게까지 퇴근하지 못했지만,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신이 난 건 직원뿐이 아니었다. 나 역시 눈만 뜨면 빨리 회사로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 순간은 조직 내에서 ‘인재 밀도’가 갖는 역할을 완전히 달리 생각하게 된 터닝 포인트였다. 그때 터득한 교훈은 이후 넷플릭스를 성공으로 이끈 기반이 되었다.

해고 사태 이후로는 80명의 정예만 남았다. 전체로 보면 사람의 수가 줄었지만, 직원 한 사람이 가진 재능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인재 ‘밀도’가 증가한 것이다.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는 인재 밀도가 높은 회사라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확인했다.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사람은 인재 밀도가 전체적으로 높은 환경에서 특히 제 실력을 발휘한다.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일하게 되면 이미 순조롭게 진행되던 일도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더욱 놀라운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팀에 평범한 사람이 1~2명 섞여 있으면 팀 전체의 성과가 떨어진다. 탁월한 인재 5명과 평범한 사람 2명이 함께 있으면 그 팀은 평범한 팀이 된다.

재능이 뛰어난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장의 조건은 호화스러운 사무실이나 멋진 체육관, 혹은 공짜 스시 같은 게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재능 있고 협동심이 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모든 직원이 뛰어나면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가 의욕을 불어넣어 성과는 수직으로 상승한다.

좋든 나쁘든 성과는 전염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평범한 직원과 함께 있으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사람도 평범한 결과밖에 내놓지 못한다.

우선 팀원들이 재능이 뛰어나고 아는 것이 많아도, 그중 1명이 엇나가는 행동을 할 경우 팀 전체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 달 동안 수십 차례 거듭된 실험에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성과가 무려 30~40% 뒤처졌다.

팀에 평범한 사람 몇몇이 끼어 있으면, 그들의 탐탁지 않은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어 조직 전체의 성과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2001년 해고 사태 이후에도 넷플릭스에는 직장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들이 소수 남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일일이 사례를 들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자 다른 사람들까지 그 정도면 되는 줄 착각하게 되어, 모든 사람의 성과가 저하됐다.

빠르고 혁신적인 직장은 소위 말하는 ‘비범한 동료들’로 구성된다.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가지고 있는 비범한 동료들은 재능이 뛰어나고 창의력이 남다르며 중요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긴밀히 협력한다. 이 첫 번째 점이 확실하게 자리 잡지 않으면, 다른 원칙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다음 솔직한 문화를 도입하라.

2장.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라(긍정적인 의도로)
“제게 불만이 있으면 직접 말씀해 주세요. 이런 식으로 뒤통수치지 마시고요!”

직원들 모두가 자기 생각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게 독려했다. 단, 상대를 공격하거나 마음 상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선의를 가지고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후 자신의 감정과 의견, 상대방에 대한 피드백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한 것이다. 솔직한 피드백은 사무실의 성과를 새로운 차원으로 밀어 올렸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

누군가가 내게 와서 다른 사람에 대해 불평하면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얘기를 그 사람에게도 했겠죠? 그는 뭐라고 하던가요?” 물론 아주 과격한 방법이다.

동료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도움이 될 만한 피드백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것은, 회사에 불충한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그렇다.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도 돕지 않기로 한 것이니까.

2003년에 캘리포니아주 L.A. 남쪽의 작은 도시, 가든 그로브의 주민들은 한 가지 문제로 고심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인근에서 차와 보행자 관련 사고가 유난히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운전자의 속도를 낮추기 위해 속도제한 표지판을 설치했고, 경찰은 이를 위반한 사람에게 범칙금을 부과했다. 

그런데도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도시 엔지니어들은 방법을 바꿔서 즉석 속도표시기를 설치했다. ‘운전자 피드백’이었다. 여기에는 속도제한 문구, 레이더 감지기 그리고 ‘당신의 현재 속도’가 표시되었다. 운전자가 실시간으로 자신의 현재 속도를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장치의 효력을 의심했다. 운전자는 계기판만 봐도 현재 속도를 알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매사를 범칙금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위반 사항에 대한 명백한 결과가 나올 때만 법에 복종하게 만들 뿐이다. 속도 표시기가 운전 행위에 무슨 대단한 영향을 주겠는가?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학교 세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전자의 속도가 14% 떨어졌다. 심지어 그들의 평균 속도는 규정 속도 ‘이하’였다. 14%면 단순한 저비용 피드백치고는 대단한 결과다.

조직에서의 지위가 올라갈수록 들어오는 피드백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자칫하다가는 ‘벌거벗은 채 일하거나’ 자신만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는 실수를 저지르고도 태연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능장애에 그치지 않고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이보게, 브라이언. 평판이 나빠질까 봐 피드백을 제시하지 못하고 미적거린다면 그날이 바로 넷플릭스를 떠나야 하는 날이야. 우리가 자네를 고용한 건 자네 의견을 듣기 위해서야.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내게 솔직하게 말할 의무가 있는 거라고.”

피드백을 줄 때 

1.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피드백은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불만을 털어놓거나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피드백은 용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상대방 개인이나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납득시켜야 한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이를 쑤시는 모습이 무척 거슬립니다”는 잘못된 피드백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식이어야 한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이를 쑤시는 습관을 고치신다면, 파트너들이 팀장님을 좀 더 전문가답다고 여길 것이고 그래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을 겁니다.”

2.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피드백은 받는 사람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쿠바에서 에린에게 준 피드백이 “교수님의 프레젠테이션이 메시지 자체를 망치고 있다”는 코멘트로 끝났다면 잘못된 피드백이었을 것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것이다. “청중에게 그런 방식으로 의견을 구하게 되면, 결국 미국인들만 참여하게 됩니다.” 더 좋은 방법도 있다. “회의장에 있는 다른 나라 출신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교수님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게 전달될 겁니다.”

피드백을 받을 때 

3. APPRECIATE(감사하라): 비판을 받으면 변명부터 하려 드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반사적으로 자존심이나 체면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니 피드백을 받으면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자제하고 이렇게 자문해 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고언을 신중하게 듣고, 열린 마음으로 그 의미를 짚어보며, 수세를 취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4. 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넷플릭스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된다. 어떤 피드백이든 일단 듣고 생각해 봐야 한다.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되, 피드백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이제 통제를 제거하기 시작하라.

3-1장. 휴가 규정을 없애라
요즘 같은 정보 시대에 중요한 것은 어떤 성과를 내는가이지, 몇 시간을 근무하는가가 아니다. 넷플릭스처럼 창의성을 중시하는 회사의 직원이라면 특히 그렇다. 나는 직원들이 몇 시간 동안 일하는지에 관해서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다.

1년에 50주를 일하는지 48주를 일하는지는 왜 신경을 쓰는 것일까? 그래 봐야 겨우 4% 차이인데!

‘휴가 규정 폐지’는 ‘휴가 폐지 규정’이나 다를 바 없어진다.

“리더가 말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레그는 그렇게 설명한다. “직원들은 우리의 행동을 봅니다.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잘 조절하여 지속 가능한 페이스를 유지하라고 말하면서 12시간씩 사무실에 버티고 앉아 있으면, 직원들은 내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겁니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행동이며, 사람들은 그의 말이 아닌 행동을 듣는다.

“며칠 더 일하거나 덜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치열하게 꾸려나가는 것이 중요하죠. 일만 잘하면 여기선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세세한 규정을 만들지도, 잔소리하지도 않았다. 단지 행동으로 보이고 직원들도 따라 하기를 바랐을 뿐이다.

넷플릭스 정신은 1명의 슈퍼스타가 2명의 평범한 직원보다 낫다고 말한다.

우리 규정은 세 가지 사규를 통해 만들어졌다. 1) 항상 회사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2) 다른 사람의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3)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외에 휴가기간을 정하는 문제라면,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면,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게 되어 더욱더 책임 있게 행동한다.

자유는 내가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책임의 대립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는 책임을 향해가는 통로다.

 

계속해서 통제를 제거하라.

3-2장. 출장 및 경비 승인을 없애라
1995년 퓨어 소프트웨어 시절, 세일즈 디렉터 중 하나였던 그랜트가 귀가 벌게져서는 내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직원 규정집에는 ‘고객을 만날 때 차를 대여하거나 택시를 탈 수 있지만, 둘 다 할 수는 없다’고 적혀 있었다. “저는 차를 대여했습니다. 고객 사무실이 2시간 거리였으니까요! 택시를 타면 요금이 어마어마하게 나왔을 겁니다. 그러니 잘한 거죠.” 그랜트는 설명했다. “제가 묵은 호텔에서 15분 떨어진 거리에서 고객들과 저녁 행사가 있었습니다. 다들 술을 마시는 자리라 택시를 탔죠. 그런데 회계부에서 제가 차를 대여했으니 택시비 15달러를 지급해 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랜트는 규정이 엉터리라고 화를 냈다. “그러면 제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어야 하나요?” 패티와 나는 1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도 나올지 모르는 예외 사태에 대비해 규정집을 수정하기로 했다. 

몇 달 뒤, 그랜트는 퇴사했다. “고위 경영진들이 그런 문제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는 순간, 회사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습니다.” 그는 퇴사 인터뷰에서 그렇게 털어놓았다. 

그랜트가 옳았다. 넷플릭스에서는 ‘누구도’ 이런 문제로 논쟁을 벌이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했다. 게다가 나는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인재가 이렇게 한심한 규정을 고치는 데 아까운 두뇌를 써가며 시간을 축낸다는 느낌을 받지 않길 원했다. 그런 짓이야말로 혁신적인 직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창조적 기운을 확실히 사그라뜨리는 방법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첫 번째 지출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회삿돈을 내 돈처럼 생각하고 쓰라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돈도 아끼고, 회삿돈도 아껴 쓴다. 다른 사람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켜보니 모두가 내 마음 같지는 않았다. 지출 성향도 사람마다 너무 달라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결국 우리는 출장과 경비 지침을 단순하게 바꿨다. 현재 넷플릭스의 출장 및 경비 규정은 다음 다섯 마디가 전부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돈을 쓰기 전, CFO인 나와 당신의 상사 앞에서 특정 항공기 좌석 등급이나 호텔, 전화 통화 방식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런 선택이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된다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다면 물어볼 필요 없이 그것을 택하여 예약하면 됩니다. 그러나 설명할 때 어딘가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면, 상사와 의논한 다음 좀 더 저렴한 방식을 선택하세요.

‘자유를 남용하려면 나가라’

좀 더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분위기에서 돈을 좀 더 쓰게 되더라도, 그 대가는 직원이 마음껏 날 수 없는 직장이 치르게 될 대가보다 크지 않다는 것.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2부. 자유와 책임의 문화로 가는 다음 단계

인재 밀도를 강화하라.

4장.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하라

높은 인재 밀도는 넷플릭스의 성공을 추진하는 엔진이다. 리드는 2001년의 대량 해고 사태를 겪은 후, 이처럼 매우 간단하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전략을 터득했다.

‘록스타 원칙rockstar principle’은 산타모니카의 한 지하실에서 이루어진 유명한 연구가 그 시발점이다. 아침 6시 30분에 견습 프로그래머 9명이 수십 대의 컴퓨터가 놓여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각자 서류 봉투를 하나씩 받았다. 서류에는 앞으로 120분 동안 자기가 가진 기량을 최대로 발휘하여 완수해야 할 코딩과 디버깅 작업이 설명되어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는 지금까지도 수없이 많은 논쟁을 만들고 있다.

연구진들은 9명의 프로그래머 중 최고 기량을 갖춘 이가 평범한 프로그래머들보다 2~3배 더 높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뜻밖이었다. 9명은 전부 보통 이상의 기량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최고의 프로그래머는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낸 프로그래머보다 코딩에서 20배, 디버깅에서 25배, 프로그램 실행에서 10배 더 빨리 과제를 처리했다.

적당한 보수로 보통 수준의 능력을 갖춘 엔지니어를 10~25명 고용하는 방법과 거액을 주고 1명의 ‘록스타’를 영입하는 방법이 있었다.

록스타 엔지니어가 평범한 엔지니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근거가 오직 프로그래밍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위대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개념적 패턴을 본다. 그들은 유연한 사고로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들여다볼 줄 알기에, 생각이 막히면 밀고 당기고 흔들어 저 너머에 있는 절묘한 해결책을 찾아낸다. 바로 이것이 창의적인 일에 요구되는 능력이다.

2003년에 넷플릭스는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할 일은 많았다. 우리는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지출 방법을 신중히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운영 관련 직책에는 시장의 평균 수준에 맞춘 보수를 지급하기로 했다. 아무리 잘해도 한계가 분명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하는 직책에는 보통 수준의 직원 수십 명을 데려올 수 있는 보수로 베스트 플레이어 1명을 데려와,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많은 직원을 확보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확실한 실력자 1명을 데려와 많은 업무를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보수만큼은 엄청난 수준으로 지급했다. 

그때 이후로 넷플릭스는 계속 이런 식으로 직원을 뽑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우리는 혁신의 속도를 크게 높였고 아울러 성과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성과에 따른 보너스 지급 방식은 꽤 괜찮은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연봉의 일정 부분은 보장되어 있고, 일부(보통은 2~15%이지만, 고위 임원의 경우 60~80%까지 올라가기도 한다)는 성과에 따라 지급되니까. 회사에 돈을 많이 벌어주면 보너스를 두둑하게 주고,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지급할 보너스도 없다. 이보다 더 합리적인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미국 회사들은 대부분 성과에 따른 보너스를 채택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 제도를 많이 활용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경영진 회의 자리에서 나는 최근에 고객 수천 명을 신규 가입시킨 레슬리의 공적을 높이 평가한 후, 그녀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만 계속하면 엄청난 액수의 보너스를 챙길 수 있겠다고 덧붙이려는 찰나, 레슬리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그래요, 리드. 대단한 일은 맞아요. 우리 팀도 굉장한 일을 해냈고요. 하지만 신규 가입 고객은 계산에 넣으면 안 돼요. 사실 그건 이제 의미가 없는 숫자예요.” 그녀는 수치를 들먹이며 계속 설명했다. 지난 분기에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였지만, 이제는 늘어난 고객의 이탈을 막고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하마터면 레슬리의 보너스를 엉뚱한 기준과 연계시킬 뻔했다.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그런 예리한 지적을 해주는 레슬리가 고마웠다. 

나는 레슬리와 의견을 나누면서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보너스 방식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어느 때든 한 번 정한 목표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목표라는 전제가 성립될 때만 의미가 있다. 그러니 빠른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넷플릭스에서 1월에 정한 목표를 이루었다는 명목으로 12월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당장 급한 목표가 아닌 이미 과거지사가 된 목표에 초점을 맞추게 될 위험이 있다.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들에게 현금을 흔들어 보이며 분발하길 유도하는 방식이 나는 늘 못마땅했다. 베스트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성공을 갈망하기 때문에, 보너스가 코앞에 보이든 말든 목표를 향해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다. 내가 즐겨 인용하는 말 중에는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의 CEO였던 존 크라이언John Cryan의 푸념이 있다. “나는 내 근로 계약서에 보너스 조항이 왜 들어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누가 어느 날 어느 해에 돈을 더 주거나 덜 준다고 해서 더 열심히 일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미 약속하지 않았는가?”

일반적인 업무에서는 조건부 보너스 지급 방식이 통할지 몰라도, 창의적인 업무에서는 효과가 없다. 오히려 성과만 떨어뜨릴 뿐이다.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우선 마음이 자유로워야 한다.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올려 큰돈을 받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면, 최고의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가능성이 존재하는 ‘열린 인지 공간open cognitive space’에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제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큰 보수를 보장받을 때 가장 창의적으로 변한다. 집안일이나 생활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때는 창의성이 떨어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는 성과에 따른 보너스가 아니라, 두둑한 연봉이 좋다.

전 지금도 저의 첫 번째 상사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저더러 너무 순진하다고 했었죠. 이쪽 일을 좀 해보고 나니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세상 물정을 잘 몰랐던 거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최고의 인재들을 죄다 쫓아내는 그런 인상 시스템을 고집하는 회사들이야말로 순진한 것 아닌가?

파격적 대우의 필요성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회사들은 여전히 평범한 인상 시스템을 따르는 걸까? 회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인상 풀과 급여밴드는, 사람들이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고, 개인의 시장가치가 몇 달 사이에 크게 치솟을 일이 없던 시절에나 통하는 방식이라는 게 리드의 주장이다. 그런 조건은 이제 더는 통하지 않는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에서는 직원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비용 효율이 높다. 필요한 것보다 조금 더 많이 주고 요구하기 전에 인상해 주며 다른 직장을 물색하기 전에 연봉을 올려주는 것이, 다음 해 또 그다음 해 시장에서 최고의 인재를 데려와 계속 붙들어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처음부터 조금 더 지급하는 것이 사람을 빼앗긴 다음에 빈자리를 채워 넣는 것보다 훨씬 돈이 덜 든다.

연봉을 낮추는 것은 인재 밀도를 단기간에 떨어뜨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급여 총액에 여유가 없다면, 차라리 몇 사람을 내보내 인재 밀도를 높이는 편이 나은 방법이다.

업계 최고의 액수를 계산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최고의 인재가 떠난 빈자리를 메울 사람을 찾아 데려오고 훈련시키는 것만큼 오랜 시간이 소요되진 않는다. 힘든 일이기는 해도, 다른 회사들이라면 라니 같은 인재에게 얼마를 지급할지 알아내는 것이 러셀이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지난 몇 해 동안 마땅히 받아야 했을 대우를 받지 못했던 건 한 가지 때문이야. 내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것조차 의리 없는 짓이라고 생각한 탓.

“내가 그 정도 가치가 있는 줄 알았으면서 왜 진작 거기에 맞는 대우를 해주지 않은 거죠?” 그렇게 따지고 싶었어요. 하지만 깨달았죠. 그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겠어요? 자기 가치를 알아내고 그에 맞는 요구를 해야 할 사람은 어디까지나 저 자신이죠.

전 넷플릭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선택할 기회를 갖길 원해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우리 회사에 눌러앉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일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다른 회사를 선택할 능력도 있는 겁니다. 선택할 마음이 있다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일하는 것이 자기가 선택한 것이어야지 덫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조지의 연봉을 인상해 주는 것뿐 아니라, 닐이 데리고 있는 다른 사람 중에 구글이 자리를 제안할 만한 사람을 찾아 그들의 연봉까지 함께 인상해 주었다. 그다음 우리는 모든 직원에게, 리크루터에게서 전화가 오면 당당히 받고 연봉 수준을 알아낸 후 그 정보를 우리에게도 알려달라고 고지했다.

우리는 모든 매니저에게 직원들이 찾아와 경쟁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다고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 전에 연봉을 인상해 주라고 말했다. 어떤 직원을 잃기 싫다면, 그 사람의 시장가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알아내어 그에 따라 알맞은 금액을 인상해 줘야 한다.

여러분이 지금 최고의 연봉을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전화를 받아 다른 곳에서는 어느 정도의 연봉을 지급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그래서 우리보다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하면 곧바로 알려주세요.

래리는 부하직원들에게도 리크루터의 전화를 사양하지 말고 받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 역시도 그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지는 않습니다. 누가 다른 곳에 갔을 때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즉시 그 사람의 연봉을 인상해 줍니다.” 최고의 인재를 놓치지 않으려면 다른 곳에서 제안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손을 써야 한다.

시장이 달아올라서 리크루터들로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일단 솔깃하게 됩니다. 제가 뭐라 하든, 호기심 때문에 인터뷰하러 가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죠. 그걸 허락하지 않으면, 몰래 나가 그쪽과 얘기해 본 다음 우리에게 붙들 틈도 주지 않고 떠날 겁니다. 제가 직원들에게 마음 놓고 인터뷰에 응하라고 얘기하기 1개월 전, 저는 절대로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중견 간부 한 사람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이미 다른 일자리를 수락한 다음, 저를 찾아와 떠나겠다고 통보했죠. 저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넷플릭스에서 하는 일이 정말 마음에 들지만, 그쪽에서 40%나 많은 연봉을 제시했다는 말을 하는데, 아차 싶더군요. 그 사람의 시장가치가 그 정도 올랐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미리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줬을 텐데! 제 부하직원들이 다른 회사와 상담해 보기를 바라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단, 공개적으로 하고 그렇게 해서 얻어낸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죠.

“몰래 나가서 얘기 다 해놓고 와서 시치미를 떼는 게 더 기분 나쁜 일이에요. 하지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우리에게도 연봉 데이터를 알려주면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죠.”
리크루터의 전화를 받을 때 넷플릭스의 원칙은 이렇다.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 전에, ‘얼마를 주실 건가요?’라고 물어보라.”

직장의 인재 밀도를 높이려면, 창의적인 직책에 평범한 사람 10명을 앉힐 생각을 말고, 아주 뛰어난 인재 1명을 채용하라. 그런 사람을 뽑을 때는 시장에서 그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금액을 제시하라. 그들의 연봉을 해마다 조정하여 경쟁사가 제시할 수 있는 금액보다 많은 연봉을 지급하라.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할 여유가 없다면, 그보다 못한 사람을 몇 명 내보내 그 돈으로 최고를 붙들어라. 그렇게 하면 인재 밀도는 더욱 높아진다.

 

솔직한 문화를 강화하라.

5장. 모든 것을 공개하라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경영학 교수인 마이클 슬레피언Michael Slepian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13개 정도의 비밀을 갖고 있는데 그중 5개는 누구에게도 절대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사실을 부서원들에게 알려야 하나? 위험하지 않을까?’ 하지만 입 다물고 있어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우리 직원들이 넷플릭스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 넷플릭스의 ‘일부’라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회사가 커진다고 해서 비밀이 많아지면 안 됩니다. 우리는 반대로 하자고요. 갈수록 더 대담해지고 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겁니다.”

직원 하나가 우리의 신뢰를 악용한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사례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는 투명성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더욱 굳게 보여줘야 한다. 소수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다수를 문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나 다른 직원 혹은 조직에 관해 말할 때, 실제보다 더 좋게 보이려고 메시지를 슬쩍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왜곡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정도다. 우리는 종종 사람들의 판단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작하기 위해 사실을 선별적으로 알리면서, 좋은 면은 과장하고 부끄러운 면은 축소하는 방법으로 ‘돌려 말한다.’

여기, 돌려 말하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 “캐럴은 레이먼이 이끄는 부서의 핵심 인물이었지만, 자신의 업무 능력을 다른 분야로 넓힐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 번역: “레이먼은 캐럴을 더 이상 자기 팀에 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그녀를 데려가면 굳이 해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회사 전체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더글러스의 업무를 캐서린을 지원하는 쪽으로 바꿀 것입니다. 두 사람이 이끌던 팀의 유능한 직원들이 한 팀이 되어 매출을 높이는 흥미로운 과제에 전념하게 될 것입니다.”

▶ 번역: “더글러스는 강등되어 캐서린 밑에서 일하게 된다. 더글러스의 부하직원들도 모두 캐서린 부서로 편입된다.”
돌려 말하기는 사실을 왜곡할 때 쓰는 가장 흔한 수법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렇게 하지 말라. 부하직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당신이 아무리 돌려 말해도 그들은 모두 눈치챈다. 그리고 당신을 협잡꾼으로 생각한다. 좋지 않은 상황을 그럴듯하게 꾸미지 말고, 항상 솔직하게 말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이 사실만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우리 매니저들에게 할 수만 있다면 투명하게 하라고 권하지만, 아울러 또한 다음과 같은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게끔 하라고 당부한다. “다른 직원에게 보낼 이메일을 떠나는 당사자에게도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가?”

2017년 가을, 우리는 몰랐지만 매니저 중 하나가 알코올 중독 문제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한동안 용케도 술을 끊었지만 출장 중에 또다시 술을 입에 댔고, 결국 돌아오자마자 재활원에 들어가야 했다. 그의 팀원들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의 상사는 넷플릭스 문화에 따라, 모두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자고 했다. 하지만 인사부에서는 당사자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경우에 관해서는 나도 인사부의 생각과 같다. 사적인 문제라면 투명성을 요구하는 조직의 윤리보다는 프라이버시를 지킬 개인의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무조건 투명한 노선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돌려 말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가 개인 사정으로 2주 동안 결근하게 되었다고 모두에게 알렸다. 상세한 내용을 말하느냐 안 하느냐는 그가 결정할 문제였다.

내가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있는 그대로를 사람들에게 말한다. 리더가 실수를 ‘선샤이닝’하면 사람들은 ‘아!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도 과감하게 모험을 선택한다. 이는 회사 전반의 과감한 혁신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도움을 청하면 더 배울 수 있다. 실수를 인정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 리더가 실패한 사례를 공개하면 직원들은 더욱 용기를 갖고 모험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인간의 심리를 가리켜, ‘실수 효과pratfall effect’라고 한다. 실수 효과는 똑같은 실수를 저질러도 평소 인상이 좋았던 사람에겐 그 실수가 오히려 그 사람의 매력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반면, 그 반대인 사람에겐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인상이 더욱 안 좋아지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최고 실력자들을 모아 인재 밀도를 높이고 그들에게 열린 피드백 문화를 정착시켰다면, 회사의 기밀을 공개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과 충성심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직원들이 회사의 민감함 정보를 적절히 다룰 것으로 믿어주면, 그런 신뢰로 인해 책임감은 더욱 강해져 그들 역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 보일 것이다.

 

통제를 더 많이 제거하라.

6장. 어떤 의사결정도 승인받을 필요가 없다

나는 상사이기 때문에 내가 아무렇지 않게 제시하는 의견도 파급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상사는 직원들의 결정을 승인해 주거나 거부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막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매니저가 마뜩잖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실천에 옮기라고 떠민다. 우리는 매니저가 부하직원이나 누군가의 괜찮은 아이디어를 알아보지 못해 뒤로 제쳐놓기를 원하지 않는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라.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CEO나 고위 임원들이 사업의 세부 사항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욱 좋아진다는 낭설이다.

그는 분산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의 모델에 따르면, 바쁘지 않은 CEO가 일 잘하는 CEO였다.

셰일라가 실패할 것처럼 보이는 제안을 들고 왔을 때는 셰일라가 왜 당신 밑에서 일하는지 그리고 넷플릭스가 왜 업계 최고의 보수를 주고 그녀를 데려왔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다음 네 가지 사항을 자문해 보라. 

● 셰일라는 놀라운 능력을 갖춘 직원인가? 

● 그녀의 판단력이 정확한 편이라고 생각하는가? 

● 그녀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셰일라는 당신 팀에 있을 자격을 갖추었는가? 

이 질문에 ‘아니다’라는 답이 하나라도 나오면 셰일라를 해고해야 한다(이 문제는 다음 장에서 ‘적당히 해도 퇴직금은 후하다’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답이 ‘그렇다’이면 물러나 그녀가 스스로 결정하게 하라.

사실 우리는 온종일 구글로 검색하고,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고,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듣고, 우버를 타고, 에어비앤비 아파트로 가고, 저녁에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잖아. 그런데도 우린 이런 회사들이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에 그만큼 눈부신 혁신을 이루었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고.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뽑은 다음 그들에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실행할 자유를 주면, 혁신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넷플릭스는 의료업이나 핵발전소처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아니다. 오류를 막는 것이 제1과제인 사업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활동 무대는 창의력을 중시하는 시장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큰 위협은 오류가 아니라, 혁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위험은 우리 고객들을 만족시킬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 못해 부적격자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더 많은 혁신을 이루길 원한다면, 팀원들에게 상사의 비위를 맞출 생각을 하지 말고 사업을 진척시킬 방법을 찾으라고 교육해야 한다.

기업가는 실패를 통해 성공을 획득한다.

우리는 모든 직원이 확신하는 일에 베팅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길 바란다. 상사나 다른 사람들이 시원치 않은 아이디어라고 여겨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베팅했지만 소득이 없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문제를 바로잡고 그로 인해 얻은 교훈을 논의한다. 이런 창의적인 사업에서는 빠른 복구가 가장 좋은 모델이다.

1962년, 예일 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프레드릭 스미스Frederick Smith는 야간 택배 서비스에 관한 논문을 과제로 제출했다. 미주리에서 화요일에 소포를 우편으로 부칠 경우 비용만 넉넉히 지급하면 캘리포니아에서 수요일에 받아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전설적인 인물이 된 스미스에 따르면, 그의 교수는 C 학점을 주면서 그런 황당한 아이디어 말고 좀 더 합리적인 논문을 내보라고 조언했다. 그 교수가 스미스의 직장 상사였다면, 이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절대 승인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스미스는 다행히도 창업가였다. 예일 대학교에서의 논문은 그가 1971년에 설립한 페덱스의 기초가 되었다. 그는 또한 도박사였다. 페덱스 초기 시절에 은행이 중요한 대출의 기한을 연장해 주지 않자, 스미스는 회사에 남은 마지막 자금 5,000달러를 들고 라스베이거스에 갔다. 그는 블랙잭으로 2만 7,000달러를 따서 회사의 연료비를 메웠다.

“베팅하다 보면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런 개별적인 성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성과는 칩을 활용하여 사업을 얼마나 진척시켰는지 그 칩의 전반적인 운용 능력에 따라 평가받습니다. 넷플릭스에서는 베팅을 잘못했다고 쫓아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큰일을 벌일 수 있는데도 칩을 사용하지 않거나, 잘못된 판단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에만 쫓겨납니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상사의 승인을 받으라고 하지 않아요. 하지만 맥락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후 모든 선택지를 알고 있어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자유가 주어졌다고 중요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면, 그것은 일단 형편없는 판단이 될 확률이 높다.

넷플릭스 혁신 사이클 

꼭 실현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다음 사항을 따라야 한다. 

1. 이의 제기를 장려하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2. 빅 아이디어는 테스트를 거쳐라. 

3. 정보에 밝은 주장으로서 베팅하라. 

4. 성공하면 축하하고, 실패하면 선샤이닝하라.

그때까지 말로만 솔직함을 강조할 뿐, 내가 나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은 반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떤 아이디어를 찬성하지 않을 때 그런 사실을 표현하지 않는 것은, 넷플릭스에 대한 불충이라고 말한다.

넷플릭스가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른 점은, 책임자들이 아이디어에 철저히 반대해도 테스트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의 제기를 장려하라.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그리고 테스트하라. 이렇게 말하면 합의를 모으는 과정처럼 들리겠지만 그렇지 않다. 집단은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그러나 넷플릭스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누구나 일을 하면서 필요할 때 동료에게 손을 내밀지만, 일을 진척시킬 때는 누구의 승인도 받지 않는다. 우리의 4단계 혁신 사이클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탕으로, 개인이 결정하는 과정이다.

2004년에 CMO인 레슬리 킬고어는 정보에 밝은 주장이, 내린 결정에 대해 단독으로 책임진다는 점을 강조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에서 중요한 계약은 그 조직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서명한다. 하지만 레슬리가 밀어준 덕에 그녀의 부하직원인 카미유는 각종 미디어 계약서에 직접 서명하기 시작했다. 그 분야에서는 그녀가 주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넷플릭스의 법률자문위원이 레슬리에게 와서 물었다. “디즈니와 맺은 이 중요한 계약서에 당신의 서명이 보이지 않네요? 왜 서명란에 카미유의 이름이 있는 거죠?” 레슬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계약서는 부서장이나 부사장이 아니라, 그 계약에 자기 일의 명운을 건 사람이 주도하고 서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게 되니까요. 저도 그 계약서의 내용을 확실히 봤습니다. 그러나 카미유는 자신이 주도한 프로젝트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 카미유가 한 일이지 제 일이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의 정신적 자산을 투자했어요. 저는 카미유가 계속 그렇게 하기를 바랍니다. 그 계약서에 제 이름을 넣음으로써 카미유의 소유권을 손상하는 일을 저는 하지 않겠습니다. 

레슬리가 옳았다. 요즘 넷플릭스에서는 누구나 그녀의 사례를 따른다. 넷플릭스에서는 어떤 문제이든 경영진의 결재를 받을 필요가 없다. 자신이 정보에 밝은 주장이라면 주인의식을 가지고 서류에 직접 서명하면 된다.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중요한 것은, 빨리 처리하고 그렇게 처리한 것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성과를 내지 못한 베팅을 두고 법석을 떠는 것은, 앞으로 모험 따위는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경고와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은 당신이 말로만 분산 의사결정을 말할 뿐, 실제로는 그런 방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베팅이 실패했을 경우 매니저는 핵심 내용에 관한 관심을 신중하게 밝히되, 질책은 삼가야 한다. 그날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두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마음에 담았다. 첫째, 베팅했다가 실패할 경우 CEO는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물을 것이다. 둘째, 뭔가 큰일을 시도했다가 성과를 내지 못해도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직장에서 쫓겨나는 일도 없다.

직원들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실패 사례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래야 직접 베팅을 시도해 볼 용기가 생긴다. 실패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아니고는 혁신적인 문화를 기대할 수 없다.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본능적으로 발을 빼고 싶은 생각부터 든다. 넷플릭스에서는 권하지 않는 태도다. 실수를 저지르고도 무사하려면, 더욱더 햇볕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 적어도 처음 몇 번은 말이다. 그러나 실수를 얼버무리려 하거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면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과는 심각해진다.

성공하는 베팅도 있고 실패하는 베팅도 있을 것이다. 한 직원의 성과는 그가 베팅한 결과의 집합으로 평가될 것이다. 한 가지 사례의 결과가 아니라.

 

 

 

3부.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강화하는 법

인재 밀도를 극대화하라.

7장. 키퍼 테스트
우리는 직원들이 끈끈한 유대감으로 회사에 헌신하면서 자신을 더 큰 전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직원들이 이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길 바라지 않았다. 직장은 어떤 사람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고,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가 마련된 그런 마법 같은 기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더는 직장에서 배울 것이 없거나 자신의 탁월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그 자리를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고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가족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각자가 자기 살 궁리만 하는 개인들의 집단인 건가? 그것은 결코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었다. 많은 논의 끝에, 패티는 넷플릭스의 성격을 프로스포츠팀으로 규정해 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넷플릭스의 모든 매니저가 자신의 부서를 최고의 프로팀처럼 운영하길 바란다. 헌신적이고 끈끈한 동지애로 뭉친 팀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니저들이 각 포지션에 최고의 선수를 앉히는 데 필요한 힘든 결정을 계속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가지고 있다.
프로스포츠팀은 높은 인재 밀도의 좋은 비유다. 프로팀의 선수들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 뛰어난 기량이 요구된다. 그래서 매니저들은 필요한 때 모든 자리를 최고의 인재들로 채워야 한다.

● 이기는 팀이 되도록 훈련받는다. 그래서 감독과 다른 선수들이 경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래서 제일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결과가 시원치 않으면, 매니저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그를 내보내고 다른 선수로 교체한다.

팀이 이길 때만 내가 이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프로스포츠나 올림픽에서 감독의 역할은 뛰어난 선수를 위대한 선수로 바꾸는 것이다.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 

후자라면 지금 당장 그에게 퇴직금을 주고 스타 플레이어를 찾아라.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야 할 사람을 말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매니저들은 직원들을 최고부터 최저까지 성과에 따라 점수를 매긴 후, 최저 점수를 받은 직원을 내보냈다. 

저널리스트인 커트 에이첸왈드Kurt Eichenwald는 <배너티페어>에 기고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Microsoft’s Lost Decade’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고된 직원의 말을 이렇게 인용한다. 

당신이 10명으로 구성된 팀에 있다고 합시다. 출근한 첫날 가만히 보니, 모두가 아무리 일을 잘해도 2명은 높은 점수를 받고, 7명은 보통 점수를 받고, 1명은 나쁜 평가를 받게 되어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회사와 경쟁을 벌일 게 아니라, 동료들과의 경쟁에 집중해야겠죠. 

마이크로소프트의 어떤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대놓고 다른 사람들의 일을 방해하게 됩니다. 제가 배운 가장 쓸만한 방법은 겉으로는 친절한 척하면서, 그들이 저보다 높은 순위에 오르지 못 하도록 정보를 적당히 틀어쥐고 내놓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최악의 사례가 소위 말하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구성원들의 성과를 수치화해 층을 쌓듯 서열화하는 인사평가 제도-옮긴이)’이다. ‘활력 곡선vitality curve’이라고도 하고, 쉬운 말로 ‘랭크앤양크Rank-and-Yank’라고도 부른다. 

에린이 앞서 인용한 <배너티페어> 기사는 스택 랭킹의 한 가지 버전을 설명한 것이다. GE와 골드만삭스도 스택 랭킹 시스템으로 인재 밀도를 높이려고 했다. 이 방법을 사용한 최초의 CEO는 아마도 잭 웰치Jack Welch일 것이다. 그는 GE에서 매년 직원들의 순위를 매겨 하위 10%의 직원을 내보내는 식으로, 성과를 높게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에 <뉴욕타임스>는 GE가 이 같은 평가 방식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2년에 그만두었듯이 말이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스택 랭킹은 협업을 가로막고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망가뜨린다.

우리는 매니저들에게 키퍼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정해진 비율에 해당하는 직원을 해고하거나 순위를 매기는 짓은 하지 않는다. 랭크앤양크나 ‘몇 %를 내보내야 한다’와 같은 방식은 거부한다. 그렇게 하면 평범한 직원들을 내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팀워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직원은 내부 동료가 아닌, 다른 경쟁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랭크앤양크를 적용하면 인재 밀도가 높아지겠지만, 협업이 되지 않으면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다.

넷플릭스 팀의 자리에는 정해진 수가 없다. 우리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경기에 몇 명까지 뛸 수 있다는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팀에 뛰어난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과도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성과를 많이 낼수록 우리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더욱 성장할수록 명단에 포함될 포지션도 늘어날 테고. 포지션의 수가 늘어날수록 유능한 인재가 활동할 공간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급류 타기를 할 때는 탈출이 어려운 ‘홀hole’을 보지 말고 그 옆의 속이 보이는 평탄한 물길을 보라고 한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위험한 곳을 계속 바라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 노를 젓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말한다. 배우고 협력하고 성취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이다. 운동선수가 부상을 너무 걱정하다 보면 몸을 날렵하고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없다. 그렇게 하다가는 피하려고 애를 쓰는 바로 그곳으로 빠지고 만다.

사전 경고도 한번 없이 팀원 하나가 직원 명단에서 사라지는 것보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동료가 해고됐다는 말을 듣게 되면, 직원들은 당장 궁금한 게 하나 생긴다. 그 사람이 그 전에 충분한 피드백을 받은 걸까? 아니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회사의 결정일까?

새로운 인원을 대체하는 비용에 신경 쓰는 것보다 각 직책에 적합한 인재를 앉히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총계를 내보자.

 

솔직성을 극대화하라.

8장. 피드백 서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


솔직하다는 것은 치과에 가는 것과 같다. 아무리 매일 양치질을 해도 칫솔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다. 열심히 해도 관리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솔직해지라고 수시로 말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나도 의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마련되어 있으면 중요한 피드백이 나오리라고 확신한다.

 

핵심성과지표 :: 영문 약어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이다. 조직이 달성하려는 성과목표가 얼마나 실현되었는지 파악하기 위하여 설정하는 핵심적 지표들을 가리킨다. 즉, 조직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주요 기준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경영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며, 부서 및 구성원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기업의 핵심성과지표를 설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전략과의 일치성이다. 전략의 방향과 일치하는 KPI는 기업의 발전을 꾀하고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지만 그와 괴리되는 KPI는 구성원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성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 적절하고 정교하게 구성된 KPI는 현재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가늠하게 해줄 뿐 아니라 미래의 성장을 예측하고, 미래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무엇을 관리해야 할지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성과목표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필수요인인 핵심성공요인(CSF; Critical Success Factor)과 연계하여 개발된다. 전략과 경영환경 분석 등을 통하여 몇 가지 핵심성공요인이 도출되면 각 핵심성공요인에 따라 세분화된 KPI가 개발되는 식이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마크 그레이엄 브라운(Mark Graham Brown)은 ≪키핑 스코어 Keeping score≫라는 저서에서 지표의 수는 적을 수록 좋고, 사업의 핵심성공요인들과 연계되어 있으며 조직의 과거·현재·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표여야 하고, 환경과 전략 변화에 따라 재조정하고 쉽게 바꿀 수 있게 개발되어야 하고, 지표의 목표와 방향은 명확한 조사에 근거하여 설정해야 한다는 등의 KPI 개발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핵심성과지표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核心成果指標]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다른 회사들은 대부분 수행평가를 근거로 연봉 인상률을 결정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업무 성과가 아닌 시장을 기준으로 연봉을 정한다.

1997년, 넷플릭스로 오기 전인 피닉스에서 일할 때, 저는 회의도 하고 야외활동도 하는 이벤트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주차장에 딸린 식당 뒤쪽에는 번지점프장이 있었죠. 15달러를 내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크레인에 올라가 뛰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기에 제가 나섰죠. 그렇게 뛰어내렸는데, 곧바로 점프를 담당하는 직원이 다가와 말하더군요. “한 번 더 해보시지 않겠어요? 이번엔 돈을 받지 않을게요.” 이상해서 물었죠. “왜 돈을 안 받아요?” 그가 대답했어요. “식당에서 보고 있는 당신의 동료들이 신이 나서 또 뛰어내리는 당신의 모습을 보았으면 해서요.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걸 알면 그들도 해보고 싶지 않겠어요?”

이것이 바로, 리더들이 자신의 360도 서면 평가서를 팀원들과 공유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자신의 서툰 부분을 솔직하게 지적한 코멘트가 있으면, 더욱 공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분명하고도 실질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전혀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된다.

상사들은 부하직원들에게 솔직한 말을 할지 모르지만, 반대 방향의 피드백이 있다는 말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죠.

우리는 직원들에게 많은 자유를 주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고 요구한다. 이런 상호적 책임감이 모두에게 안전망을 제공해 준다. 직원들은 할 일과 방법에 관해 상사로부터 일일이 지시받지는 않지만, 무책임하게 행동할 경우 집단으로부터 피드백을 받게 된다.

모든 사람이 듣고 있는 가운데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받았을 때의 기분을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그런 지적은 당황스럽고 또 불편하다. 그러나 결국 그런 지적이 성과를 끌어올린다.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솔직함을 가능하게 해주는 메커니즘을 가동해야 한다.

솔직함은 치과에 가는 것과 같다. 아무리 양치질을 열심히 해도, 칫솔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불편한 곳은 계속 놓치게 된다. 6개월 또는 12개월 주기로 모임을 꼬박 챙겨, 이를 깨끗이 닦는지 피드백을 확실히 주고받는지 확인하라.

성과 평가는 솔직한 직장 환경을 만드는 데 그다지 바람직한 메커니즘이 아니다. 피드백은 보통 일방적이고(하향 평가), 오직 한 사람(상사)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F&R의 진정한 환경을 개발하려면 모든 매니저가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리드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통제를 제거하라.

9장.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리드하라
“375만 달러나 400만 달러로 올려야 할 것 같은데, 다큐멘터리치고는 너무 큰 액수예요. 그러면 시장가격이 완전히 새로 형성되는 겁니다.” 저는 그렇게 말하면서 테드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테드가 제 눈을 정면으로 보며 말하더군요. “그러니까, 그게 바로 ‘월척’이라는 말이죠?” 그는 그 단어를 강조하듯 손가락으로 따옴표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더욱 초조해졌죠. 그건 제가 노리던 월척이었어요. ‘테드도 월척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물었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테드는 출입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어요. 제 질문에는 답할 생각이 없어 보였죠. “그러니까 말이지.” 그가 입을 열더군요.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요. 다큐멘터리는 당신 담당이잖아요, 내가 아니라. 당신한테 월급을 주는 건 그런 결정을 하라고 주는 겁니다. 이게 월척인지 스스로 물어보세요. 이게 대박을 터뜨릴까? <슈퍼사이즈 미Super Size Me>나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처럼 오스카 후보에 오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너무 큰 돈이죠. 하지만 월척이라면, 450만이든 500만이든 잡아야죠. 그게 월척이라면 말입니다.”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리드하라Lead With Context, Not Control.’

맥락만 짚어주는 방식은 좀 더 까다롭지만, 실무진에게 상당한 자유를 주는 프로세스다. 상사는 실무자의 업무 활동을 감독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팀원들이 훌륭한 결정을 내려 일을 끝낼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실무진 각자의 의사결정 근육이 튼튼해져 이후로도 좀 더 나은 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릴 수 있다.

1. 가도 되는 파티와 갈 수 없는 파티를 정해주고, 그곳에 있는 동안 아들의 행동을 감시한다. 아이가 토요일 밤에 나가겠다고 하면, 절차를 따라야 한다. 가장 먼저, 파티에 누가 오며 무엇을 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그러면 당신은 파티가 열리는 집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눠볼 것이다.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는 어른이 있는지, 메뉴 중 술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그런 정보를 종합해 아들을 보낼지 말지 결정한다. 참석을 허락하더라도 수시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중간에 딴 길로 빠지지 않는지 확인한다. 이것이 통제로 리드하는 방식이다. 

2. 맥락을 짚어주어 아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이다. 우선 평소 아들에게 청소년이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이유와 음주나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설명한다. 주방에서 여러 종류의 술을 따라가며 살짝 취기가 오거나, 거나하게 취하거나, 필름이 끊기는 양을 설명해 주고 음주가 사람의 행동이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토론한다. 유튜브에서 음주운전의 결과를 보여주는 교육용 동영상도 보여준다. 아이가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한 것 같다면, 더는 행동을 제한하거나 감독하지 않고 가고 싶어 하는 파티에 가게 해준다. 이것이 맥락으로 리드하는 방식이다.

리드 방식을 맥락과 통제 중에 선택하기 전 대답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 회사의 인재 밀도는 어느 수준인가?’ 직원들이 능숙하지 못해 하는 일마다 쩔쩔맨다면, 당신이 나서서 감시하고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인재로 구성된 집단을 이끌고 있다면, 그들은 자유를 원할 것이고 따라서 맥락만 짚어줘야 제 실력을 발휘할 것이다.

맥락인지 통제인지에 대한 결정은, 인재 밀도와 관련된 문제만은 아니다. 회사가 속한 산업의 성격과 그곳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리더십의 방향을 선택하기 전, 두 번째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1차 목표가 오류 방지인가, 혁신인가?’ 

오류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출 때는 통제 방식이 좋다.

<어린 왕자Le Petit Prince>를 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처럼 좀 더 시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일꾼들에게 

나무를 구해오라고 지시하지 마라. 

업무와 일을 할당하지도 마라. 

그보다는 갈망하고 동경하게 하라. 

끝없이 망망한 바다를

맥락으로 리드하기 위해 갖춰야 할 세 번째 필요조건을 생각해 냈다. 높은 인재 밀도를 갖추고 오류 방지보다 혁신을 중시하는 것 외에, ‘느슨하게 결합된’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시스템 설계를 설명할 때 ‘단단한 결합’과 ‘느슨한 결합’ 두 가지 유형을 말한다. 단단하게 결합된 시스템에는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체계의 어느 한 부분에 변화를 주려면, 원점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다시 작업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변화를 주어야 할 부분뿐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 반면, 느슨하게 결합된 설계 시스템에는 구성 요소들 사이에 상호의존성이 거의 없다. 이런 체계는 처음으로 돌아가 기초를 바꾸지 않고도 각 부분을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느슨한 결합을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합이 느슨하면 다른 부분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특정 부분을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유연성이 크다.

단단히 결합된 체계가 굳어진 상태에서 조직의 운영 방식을 통째로 바꾸려면 낮은 위계에서 맥락으로 리드하는 방식으로는 힘들고, 회사의 최고 리더들과 이를 도모해야 한다. 아무리 인재 밀도가 높고 혁신을 목표로 삼는다고 해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맥락으로 리드할 수 없다.

넷플릭스가 느슨한 결합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정보에 밝은 주장’이라는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에 집중된 통제 절차나 규정, 정책이 거의 없고, 의사결정권은 철저히 분산되어 있다. 따라서 직원 각자에게 많은 자유가 주어지고, 각 부서는 유연하게 운신할 수 있으며, 회사 전체를 봐도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혁신과 유연성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의사결정을 분산시켜 여러 부서의 상호의존성을 배제하고 처음부터 느슨한 결합을 조성해야 한다. 단단히 결합된 체계가 한번 정착되고 나면, 느슨한 결합으로 바꾸기 어렵다.

중요한 결정권이 실무자 개인에게 있는 느슨한 결합 체계가 진가를 발휘하려면, 목표를 앞에 둔 상사와 부하직원의 의견이 확실하게 일치해야 한다. 느슨한 결합은 상사와 팀원이 맥락을 확실하게 공유할 때만 제 기능을 한다.

우리는 모두 북극성을 향해 달려간다. 단, 그곳에 이르는 방법까지 조율하진 않는다. 그건 각 부서가 알아서 할 문제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움직이도록 조율할 필요는 있다.

번듯한 회사라면 5개년 계획 정도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처럼 역동적인 산업에서 5개년 계획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같은 기업은 5년 뒤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추측해 보고 그 추측을 기준으로 계획해 봐야 운신의 폭만 좁아지고, 그래서 빠른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다.

부하직원이 멍청한 짓을 했을 때 나무라지 말라. 

대신 맥락을 잘못 짚어준 것이 없는지 자문해 보라. 

목표와 전략은 확실하게 전달했는가? 

그것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의욕과 열망을 제대로 불어넣었는가? 

팀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가설과 위험을 정확히 일러주었는가? 

부하직원들이 당신과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과 의견을 철저히 조율했는가?

칠레의 애니메이션을 사들일 때는 칠레의 고급 시청자를 만족시킬 정도의 품질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 작품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일본에서도 히트할 정도가 되어야 해요.

맥락으로 리드하기 위해서는 인재 밀도를 높이고, 오류 방지가 아닌 혁신을 목표로 삼으며, 느슨한 결합 시스템에서 운영해야 한다.

 

 

 

4부. 세계를 무대로

10장. 이제는 세계로!

1983년에 나는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스와질란드의 어느 시골에서 일했다. 외국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만큼 많은 것을 배운 곳도 없다. 나는 타지 생활 몇 주 만에 내가 주변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열여섯 살짜리 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첫 달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곧 다가올 국가시험을 준비시켰는데, 내가 맡은 반에는 수학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았다. 나는 그 아이들이 자신의 실력으로 충분히 풀 수 있을 만한 문제를 쪽지 시험으로 냈다. 

가로 2m, 세로 3m인 방이 있다. 한 변이 50cm인 정사각형 타일로 바닥을 깔려면, 타일이 몇 개 필요할까? 

답안지를 확인해 보니, 정답을 쓴 아이는 한 명도 없었고 대부분은 아예 답을 적지도 않았다. 

다음 날 수업 시간, 나는 칠판에 그 문제를 다시 적고 누가 나와서 풀어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다리를 배배 꼬며 창밖만 내다보았다. 어이가 없었다. “아무도 없어? 이걸 풀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나는 믿기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 맥이 풀려 책상에 걸터앉은 나는 아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때 타보가 저 뒤쪽에서 손을 들었다. 키가 크고 매사에 진지한 아이였다. “그래, 타보. 어디 한번 설명해 봐.” 나는 반가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타보는 답 대신 엉뚱한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런데 타일이 뭐예요?” 

학생들은 대부분 전통 초가집에 살았다. 바닥은 진흙, 아니면 콘크리트였다. 아이들은 타일이 뭔지 몰랐다. 답이 나올 리 없었다.

《컬처 맵》은 한 나라의 문화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수직선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설명해 놓은 책이었다. 책에는 나라에 따라 상사에게 결정을 맡기는 정도와 결정을 내리는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문화에 따라 신뢰를 구축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도 비교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주고받는 피드백 방식이었다. 책은 그들이 중요한 피드백을 솔직하게 하는지, 아니면 우회적인 수단을 통해서 하는지 비교했다.

 


넷플릭스는 직원들에게 늘 시계를 보라고 강조한다. 회의 시간은 대부분 30분 안팎이다. 아무리 중요한 안건이라도 30분이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뿐 아니라 직설적이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거북하게 여기는 나라에서는,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동료나 상사에 대한 피드백을 주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나 좀 더 공식적인 행사를 만들어 의제에 피드백을 포함하고 교육을 통해 확실한 지침을 정해주면, 그들 역시 매우 유용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해외에서 팀을 운영할 때는 다른 문화권의 직원과 스카이프를 할 때처럼 당신의 말이 그쪽 문화의 맥락에 따라 의미가 과장되거나 축소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4A 피드백 지침은 다음과 같다. 

●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 APPRECIATE(감사하라)

● 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여기에 다섯 번째를 덧붙이자.

● ADAPT(각색하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문화에 맞춰 전달하는 내용과 당신의 반응을 적절히 조절하라

 

 

 

결론
제조업은 변동성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경영이나 관리 방식도 대부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어떤 회사가 100만 회분의 페니실린이나 1만 대의 동일한 자동차를 오류 없이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운영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탁월하다는 증거다. 

산업 시대를 이끈 굴지의 회사들이 교향악단처럼 운영되어 동시성과 정밀성, 완벽한 조화를 목표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교향악단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악보와 지휘자, 즉 프로세스와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도 공장을 운영하거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직원들이 막중한 책임감으로 제품을 균일하게 생산하길 바란다면, R&P, 즉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 같은 운영 방식이 맞다. 

넷플릭스에도 안전과 오류 예방이 주요 목표인 부분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완벽한 R&P를 연주하는 작은 교향악단을 세우기 위해 울타리를 친다.

F&R과 R&P 중 어느 쪽이 더 좋을지 결정하기 전에, 기업과 팀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올바른 방법을 선택하려면 먼저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 직원과 고객의 건강이나 안전이 철저히 지켜져야 하는 산업에 종사하는가? 그렇다면 R&P가 답이다. 

● 한 번의 실수가 재앙으로 이어지는가? R&P가 답이다. 

● 일관성 있게 동일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제조업을 운영하는가? R&P가 답이다.

창의적인 경제를 이끌면서 혁신과 속도와 유연성이 성패를 가르는 경우라면, 교향곡을 포기하고 대신 다른 음악을 모색해야 한다.

오늘 같은 정보 시대에 기업이나 팀은 더는 오류 예방이나 정확한 복제를 목표로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성과 혁신의 속도 그리고 민첩성이다. 산업 시대의 목표는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처럼 창의적인 시대에는 변화를 극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위험은, 오류를 예방하거나 일관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못하며 환경이 바뀔 때 신속하게 방향을 틀지 못하는 것이다. 일관성과 반복성은 회사에 이익을 가져오기는커녕, 참신한 생각을 억누를 가능성이 더 크다. 사소한 실수가 잦으면 고통스럽겠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실수는 혁신 사이클의 주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R&P는 더 이상 정답이 아니다. 교향곡은 당신이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니다. 지휘자와 악보에는 더 눈을 두지 말라. 그보다는 재즈 밴드를 결성하라. 

재즈는 개인의 자발성을 강조한다. 연주자는 음악의 전체 구조를 알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즉흥적으로 흐름에서 벗어나 혼자 흥에 겨워 연주할 자유가 있으며, 이로써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음악을 창조해 낸다.

꾸준한 변화를 환영하라. 혼돈의 가장자리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라. 교향악단을 조직하지도, 악보를 주지도 말라. 재즈 연주에 어울리는 무대를 만들고 즉흥 연주에 능한 직원들을 고용하라. 그런 조건들이 하나로 모일 때, 무대에서는 멋진 음악이 흘러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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