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728x90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201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에서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의 참담한 인권유린을 고발하며 ‘북한 인권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탈북 여대생 박연미. 연설 이후 《워싱턴 포스트》《가디언》등에 ‘북한 장마당 세대의 의식 변화와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논평을 기고하였고, 다양한 국제회의에서 연설하며 영국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그녀가 직접 보고 경험한 북한의 참상에서부터 인권유린에 노출된 탈북자의 처참한 삶, 인권운동가가 되기까지 23년 동안의 고된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자유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위협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의 순수한 용기와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담겨있다.
저자
박연미
출판
21세기북스
출판일
2015.11.23

 

Part 0.

죽을까 두려워하며 고비 사막을 건널 때, 세상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직 별만이 함께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자유를 꿈꾸며 북한에서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자유롭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저 북한에 계속 있으면 배고픔과 질병, 강제 노동소의 비인간적인 환경이 결국 우리 가족을 죽게 만들리라는 것만 알았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우리가 온 곳은 나쁜 곳이었다. 어쩌면 도망쳐온 곳보다 더 나쁠지도 몰랐다.

내가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북한에서 태어난 것과, 북한을 탈출한 것이다. 둘 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기에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과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나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과거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사라지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중 많은 부분이 처음부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끔찍할 정도로 생생하게 살아난 장면도 있고 흐릿하거나 바닥에 널브러진 카드 한 벌처럼 뒤죽박죽된 것도 있었다. 이 책을 쓰는 과정은 곧 모든 일을 기억하고, 또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되새김이었다.

 

‘우리는 살기 위해 이야기를 한다.’

 

살기 위해서 인간다움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지닌 존엄성은 절대로 완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이며 자유의 산소와 사랑의 힘으로 다시 타오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Part 1. 북한,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

벨벳 :: 비로드(veludo) 또는 우단(羽緞)이라고도 한다. 파일직물에는 날실로 파일을 나타내는 날파일 직물과 씨실로 파일을 나타내는 씨파일 직물이 있는데, 벨벳은 날파일 직물에 속한다. 벨벳은 날실로 바탕용 날실과 파일용 날실을 사용하고, 조직은 평조직이나 능조직으로 하며, 파일용 날실로서 직물 바탕 위에 부드러운 파일이나 루프를 나타낸 직물이다. 제직(製織)할 때 파일을 만들기 위하여 씨실 방향으로 철사를 삽입하고 바닥조직과 파일조직을 교대로 조직하여 제직 후에 절모(切毛)하여 컷 파일(cut pile)로 하든가, 절모를 하지 않고 고리 모양의 루프(loop)를 표면에 치밀하게 나타나게 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이중직(二重織)의 조직으로 베를 짠 다음 홍두깨에 감기 직전에 두 겹이 된 직물 사이를 칼로 잘라 가르면 두 장의 직물이 되고, 잘린 날실이 잔털이 되어 천의 표면에 나타나게 된다. 지금은 견사 외에 면사 또는 화학섬유를 사용하며, 이들을 교직(交織)하기도 한다. 날파일 직물에는 벨벳 이외에도 플러시가 있는데, 파일의 길이로 구별한다. 일반적으로 벨벳은 파일의 길이가 0.3~1mm 정도인데, 플러시는 1mm 이상이다. 파일용 날실로는 견사 ·작잠사(柞蠶絲)·인견사·아세테이트사·나일론사 등이 쓰인다.
벨벳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인 예를 들면, 시폰 벨벳(chiffon velvet: 가볍고 부드러운 견제품인 고급 벨벳) · 레이온 벨벳(rayon velvet: 파일을 짧게 하고 곧바로 세워서 파일의 감촉을 약간 뻣뻣하게 한 고급 벨벳) · 브로케이드 벨벳(brocade velvet: 무늬를 나타낸 벨벳) 등이 있다. 씨파일 직물은 씨실로 바탕용 씨실과 파일용 씨실을 쓰고, 파일용 씨실로서 파일을 나타내는데, 여기에는 벨베틴과 코듀로이가 있다. 벨베틴은 파일용 씨실에 면사가 쓰이기 때문에 면벨벳이라 하기도 한다. 코듀로이는 날실 방향으로 파일로 형성되는 일정한 넓이의 두둑을 나타낸 것이 특징이다.
벨벳은 벨루티가(Velluti 家)의 발명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여 이탈리아어로 벨루토(velluto)라 하였으며, 특히 14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서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복식재료로 생산되어 유럽 각국에 보급되었다. 이 직물은 특이한 광택 ·촉감 및 외관 등으로 진귀하게 여겨졌는데, 종교적 의복에 많이 쓰였으며, 왕이나 귀족들의 의상이나 실내장식용으로 많이 쓰였다. 점차 생산이 증가되고, 종류도 다양화됨에 따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널리 보급되었다. 현재도 벨벳은 고급직물로 취급되고 있으며, 여성 및 아동의 옷감·모자·실내장식·의자덮개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벨벳 [velvet]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내가 언니의 세상 일부라는 사실이 마냥 행복했다.

 

가진 것이 너무 없다 보면 아주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법이다. 이는 내가 그리워하는 얼마 되지 않는 것들 중 하나다.

 

푸크시아 ::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풀처럼 생겼으며 검은빛을 띤 자주색으로 높이 60cm 내외이다.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에 피고 지름 3∼6cm로 가지 끝에서 밑으로 처진다. 꽃받침은 통같이 생기고 윗부분이 4개로 갈라지며 붉은색이다. 꽃잎은 4개이며 자줏빛을 띤 홍색이다. 이 밖에 꽃받침이 흰색이나 홍색인 것, 꽃잎이 자주색·홍색·흰색인 것 등이 있다. 수술은 8개이며 암술과 더불어 길게 밖으로 나오며 겹꽃인 것도 있다.
번식은 2∼3월에 꺾꽂이로 한다. 보통 온실에서 재배하고 분에 심는다. 푸크시아속은 열대아메리카·남아메리카·뉴질랜드 등지에 75종 내외가 자라고 있다. 원예종은 마겔라니카(F. magellanica)와 풀겐스(F. fulgens)를 교배하여 만든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푸크시아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양미리 :: 길이가 약 9cm로서 겉모양이 까나리와 비슷하나, 크기가 더 작다. 몸은 가늘고 길며 옆으로 납작하다. 주둥이가 뾰족하고 아래턱이 튀어나와 있다. 양 턱에는 이빨이 없다. 비늘이 없고, 옆줄(측선)은 거의 직선으로 옆구리의 가운데를 지나 꼬리지느러미까지 나 있다. 몸 빛깔은 등쪽은 황갈색, 배쪽은 은백색이며, 아가미뚜껑에는 흰색 반점이 많이 있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몸 뒤쪽에 있으며 연조(soft ray: 지느러미 막을 지지하는 기조의 일종으로, 마디가 있고 끝이 갈라져 있음)로만 이루어져 있다.
연안의 약간 깊은 곳에서 무리를 지어 서식하며, 게, 새우, 물벼룩 등 작은 갑각류나 요각류 등을 주로 먹는다. 산란기는 4∼7월로서, 성어가 되면 깊은 곳에서 연안 가까이로 이동하여 만조 때가 되면 수심 2∼3m의 해조류가 무성한 바위나 암초 지대에 점착성의 알을 낳는다. 한번에 35∼55개씩 총 2~3회에 걸쳐 알을 낳으며, 해조류 등에 붙여 놓는다. 수컷은 알을 보호한 후 죽는다.  
한류성 어종으로, 일본, 사할린섬, 오호츠크해 등에 분포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양미리 [Dybowskii’ sand eel]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경화(硬貨) :: 원래는 주화(鑄貨), 즉 코인(coin)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현재는 주로 국제 금융상 특수한 뜻을 포함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즉, 어떤 국가가 엄중한 외환(外換) 관리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 즉 그 국가의 통화가 실질적으로 금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거나, 또는 실질적으로 금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외국통화와 교환이 가능한 경우에 그 국가의 통화를 경화라 한다. 
세계 각국의 통화 중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미국 달러, 유로, 스위스 프랑, 영국 파운드, 일본 엔 등이 있다. 완전한 경화라고는 할 수 없으나, 외환관리의 정도가 경미하여 외화와 어느 정도 교환되는 통화를 준경화(準硬貨:semi-hard currency)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 외환관리가 시행되고, 금 또는 외국 통화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없는 통화를 연화(軟貨:soft currency)라 한다. 국제결제가 경화로 이루어지는 나라들의 지역을 경화권, 연화로 이루어지는 지역을 연화권이라 한다. 그러나 1971년 미국의 달러와 금의 교환이 정지된 이후로 경화라는 국제 금융용어는 별로 사용되지 않게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경화 [hard currency, 硬貨]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굶주리는 사람들은 점점 쇠약해지다가 더 이상 병마와 싸울 힘이 없어지거나 몸이 균형을 잃어 심장 뛰는 법을 잊어버린다.

 

이제 그만 잊어버리고 싶지만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일들이 있다.

 

그들은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호기심도 분노도 없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그들에게서 본 것은 순수한 생존 의지였다. 희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발휘되는 본능이었다.

 

엄마는 우리를 껴안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우리는 기차가 떠나고도 한동안 서 있었다. 나는 고작 여덟 살이었지만 엄마와 함께 내 유년기도 떠나가버린 기분을 느꼈다.

 

펠라그라 :: 니코틴산 결핍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열대나 아열대지방에 많다. 알코올중독·결핵·위장병 등이 있으면 걸리기 쉽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지방에 유행한다. 손발·목·얼굴 등과 같이 햇볕을 쬐는 피부에 생기는 홍반 및 신경장애와 위장장애가 주증세이다. 만성증은 해마다 봄부터 가을 사이에 나타나는데, 겨울이 되면 호전된다. 급성증일 때는 발열·설사·의식장애를 일으켜 사망하기도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니코틴산이나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주요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보충해주어야 하며, 이것이 풍부한 팥이나 땅콩, 고기, 달걀 등의 섭취가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펠라그라 [pellagra]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마치 어린 새처럼 눈만 뜨면 입을 벌렸고 잘 때가 되어서야 다물었다.

 

돈과 힘이 있을 때는 아버지를 존중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함부로 대한다는 사실에 나는 몹시 슬펐다.

 

언제나 동경했던 밝은 불빛이 갑자기 너무 잔인하게만 느껴졌다.

 

 

 

Part 2. 중국, 죽음도 삶도 없는 곳

나는 살아 있지만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모든 것이 사라지고 없었다.

 

몸이 아플수록 안의 아픔이 덜해져서 한동안 몸을 꼬집고 거친 천으로 마구 긁는 버릇이 생겼다. 그것이 아픈 마음을 잊어버리는 유일한 방법일 때도 있었다.

 

2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오감이 모두 마비된 것 같았다. 세상을 만지거나 냄새 맡거나 보거나 듣거나 맛볼 수도 없었다. 모든 감각을 있는 그대로 허용했다면 아마도 미쳐버렸을 것이다. 스스로 울어도 된다고 허락했다면 절대로 그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감각을 억누른 덕분에 살아남기는 했지만 기쁨은커녕 안전함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와 헤어진 지 몇 달이나 지났고 복잡한 감정도 여전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두자 오히려 과거에 대해 담담해졌다. 그동안 남이 내린 선택을 증오하고 미워하느라 너무 많은 힘과 시간을 낭비했다. 열다섯 살인 나에게 남은 시간은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기에도 모자란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홍웨이에게 그의 앞에 나타나지 말고 그만 용서하라고 아버지에게 기도했다고 말했다. 나 역시 그를 용서하게 되기를 기도했다고. 몽골로 탈출할 것이라는 계획도 알렸다. 내가 사막에서 죽으면 나를 기억해줄 사람은 그밖에 없을 테니까.

 

추위는 살아 있는 생명체라도 되는 듯 우리를 바짝 따라왔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고 다리를 붙잡아 느려지게 만들었다.

 

 

 

Part 3. 남한, 살기 위해 선택한 곳

예전에 배운 것들이 전부 다 거짓말이라면 지금 저들의 말은 거짓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는가?

 

북한에서는 ‘나’가 없고 ‘우리’만 있다.

 

나는 책임감에 지친 상태였다. 중국에서는 내가 가장이었다. 엄마를 먹여 살렸다. 이제 다시 아이로 돌아가야 하는데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이 삶이 진짜임을 알려면 통증이 필요했다.

 

마비된 감각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다. 차가운 동반자처럼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이 세상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떨어져 있었다.

 

남에게 나눠줄 것이 있으면 자신의 삶에도 가치가 있다

 

거짓이 진실 앞에서 빠르게 힘을 잃는다

 

긍휼 :: 불쌍히 여겨 돌보아 줌.
[네이버 국어사전] 긍휼 [矜恤]

 

나는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내가 아는 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남이 내 고통에 울어준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필사적으로 삶에 매달리는 것뿐이었다.

 

프레더릭 더글러스(Frederick Douglass) :: 본명 Frederick Augustus Washington Bailey. 메릴랜드 출생. 흑인 여자노예와 백인 남자 사이에서 노예로 태어났다. 1832년 볼티모어의 조선업자에게 팔려가 그 곳에서 일하면서 문자를 익히고, 1838년 도망하여 성을 더글러스로 바꾸었다.
1841년 매사추세츠주(州)의 낸터컷에서 개최된 노예제 반대대회에서 연설한 웅변을 인정받아 노예제 반대협회의 연사로 고용되어 영국 등지로 강연여행을 다녔다. 그 후 자유흑인이 되었고, 1847~1860년 뉴욕에서 노예제 반대 신문인 《노스 스타 The North Star》를 발행하였다. 1877년 컬럼비아 특별구 경찰서장, 1889년 주(駐)아이티 공사 등을 역임하였는데, 이는 미국 정부 고위직에 임명된 최초의 흑인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저서로 《미국의 한 노예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반생》(1845)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프레더릭 더글러스 [Frederick Douglass]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감사의 말

당신은 제가 굳이 속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입니다. 자유가 없었을 때도, 자유를 얻은 후에도 당신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한때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었죠. 이렇게 우리는 세상을 바꿔나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옮긴이의 말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보다 계속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을 견딜 수 없기에 내딛은 발걸음이었을 테니까요.

728x90